이민혁은 밥을 먹으면서 그 외국인 남성을 힐끗 쳐다봤다.그는 조현영이 한 말이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게다가 조현영이 어떻게 갑자기 고위층의 외국인 남성을 만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었다.잠시 후, 이민혁은 전화하는 척하며 외국인 남성의 사진을 몰래 찍어 월가 KP 해외본부의 천재 해커이자 최고의 저격수인 그의 정보관 진이랑에게 보냈다. 그리고 리찰드타이슨이라는 그 남성의 이름도 같이 첨부하여 전송했다.전송 완료 후, 이민혁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해당 남성의 이름이 어딘지 모르게 이상했으니 말이다.십여 분 후 그는 진이랑에게서 온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확인해보니 월가에 카이슨이라는 재단이 있긴 했지만 리찰드 타이슨이라는 사람은 없었다. 이 남성의 본명은 로버트 잭슨이였고, 여러 사기 사건의 주범으로 이미 수배를 받고 1년 넘게 도주 중이었다.이민혁은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마 이 남성이 조현영을 노린 듯했다.게다가 조현영이 HT 그룹의 고위층이라는 것만 생각하면 이민혁은 머리가 아파 났다.HT 그룹은 지금 KP 컨소시엄의 재산이다. 만약 조현영이 사기를 당해서 HT 그룹이 손해를 입었다면 그건 KP 컨소시엄이 손해를 본 거나 마찬가지인 것이다.이런저런 생각에 이민혁은 즉시 남지유에게 메시지를 보내 조현영의 모든 직무를 바로중단하라고 했다. 그다음 일단 내부조사를 시작하여 조현영이 혹시 불법적인 행위를 했는지 확인한 다음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결정하라고 했다.이 정도면 과거 동창생이라는 관계로 체면을 많이 봐준거나 다름없었다. 만약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민혁은 바로 남지유 더러 그녀를 해고하라고 했을 것이다.게다가 조현영의 인성은 그렇게 높은 고위층에 있기에는 적합하지 않았고, 현재는 아예 사기꾼과도 엮었으니 그 결과는 자연스레 좋을 수가 없다.그 시각, 아무것도 모르는 조현영은 이제는 자기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녀가 HT 그룹에서 얼마나 잘 나가는지, 김현욱도 자기 앞에서는 쩔쩔맨다든지, 어떻게 자기가 부서
이민혁이 입가에 조소를 머금었다.당연하게도 이 외국인 남성은 그가 세계적인 정보망과 세계 일류의 해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그가 다크 나이트 용병 그룹을 이끌던 시절에도, 이런 조건이 갖춰져 있었기에 세계 최강의 용병 그룹으로 거듭날 수 있었더랬다.이민혁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로버트 잭슨 씨, 합중국에서 저지른 여러 차례의 사기 사건으로 수배되었던데 이제 경성까지 와서 또 사기 치려는 겁니까? 말해보세요. 조현영에게서 뭘 얻어내려고 하는 겁니까?”이민혁의 허를 찌르는 말에 로버트는 순식간에 안색이 변하며 이마에는 저도 모르게 땀방울이 맺혔다.그는 이 작은 나라에서 뜻밖에도 자신의 정확한 신분을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그러나 베테랑 사기범으로서의 그는 절대 당황하거나 놀라움을 얼굴에 내비치지 않았다. 그는 침묵을 선택하고 신속하게 대책을 고민했다.그러나 바로 이때 조현영이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버렸다. 그녀는 화난 얼굴로 이민혁을 연신 삿대질하며 말했다.“이민혁, 너 그게 무슨 뜻이야? 감히 내 남자 친구를 사기범으로 몰아가려고 해? 너, 이거 절대 그냥 못 넘어가. 고소할거야.”“조현영.”이민혁도 이제 참을 수 없어 호통을 치며 말했다.“너 지금 너무 오만방자해. 이게 뭔지 똑바로 봐.”이민혁은 전화를 꺼내 들어 해커가 보낸 수배령 사진을 조현영의 눈앞에 내밀었다.한참을 유심히 살피던 조현영이 온몸을 바르르 떨며 연신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사기당한 사실을 온몸으로 부정하는 듯했다.“아니야. 말도 안 돼. 이건 불가능해.”“말이 안 돼? 너 정말 이 사람을 굳게 믿는구나.”이민혁은 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천천히 다시 소파에 앉았다. 로버트가 어떻게 연기하며 이 상황을 빠져나갈지 궁금하기도 했다.그러나 이때 로버트는 오히려 침착한 모습이었다. 그는 가볍게 웃으며 조현영에게 말했다.“자기야, 그냥 합성사진일 뿐이야. 너무 신경 안 써도 돼. 만약 내가 의
그러나 조현영이 어디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듣는 사람인가. 그녀는 손여진과 이민혁을 번갈아 보며 화가 나 잔뜩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어휴. 두 멍청이 같으니. 난 더 이상 너희들과 말하고 싶지 않아. 하고 싶은 대로 하든지. 손여진 넌 나중에 가서 울지나 말아라.”조현영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며 떠날 준비를 했다.그러나 이때 그녀의 전화벨이 시끄럽게 울렸다. 그녀는 화면을 보더니 바로 잠금 해제를 눌러 받았다.“여보세요, 남 대표님? 무슨 일로 전화를 다 하셨어요.”기쁨으로 가득 찬 말투였다.현재 HT 그룹의 사람들은 모두 KP 사야말로 진정 굽신거려야 하는 상대임을 알고 있었고, HT 그룹에서 가장 큰 대표는 바로 남지유였다.그런 남 대표님이 직접 연락한다는 것은 조현영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더없는 영광이다.그러나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남지유의 목소리는 냉랭하기 그지없었다.“조현영 씨, 오늘부로 당신은 해고되었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회사로 돌아가 이직 절차를 밟아주세요.”“네?”조현영은 자기 귀를 믿을 수 없어 당황함에 그대로 멈춰 섰다.남지유는 그와 더 이상 말하기도 귀찮아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조현영은 이미 연락이 끊긴 전화를 붙들고 혼란스러워했다. 그녀는 심지어 자신이 잘못 들은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해고’ 두 글자는 너무나 선명히 들려왔고 머릿속에 한참을 맴돌았다.한참이 지나서야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그녀는 온 얼굴이 창백해진 채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손여진이 깜짝 놀라 다급히 와서 조현영을 부축했다.“현영아, 왜 그래. 괜찮아?”한참이 지난 후에야 마침내 정신을 차린 그녀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식당 안의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힐끔힐끔 이쪽을 쳐다보았다. 손여진이 한참을 달래서야 조현영은 차츰 안정을 되찾아갔다.“무슨 일이야, 조현영, 집에 무슨 일 생겼어?”손여진이 다급하게 물었다.그러나 조현영은 그녀를 전혀 상대하지 않고 간절한 표정으로 로버트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리찰드
이민혁의 말에 로버트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변하며 그는 흉악한 눈빛을 드러냈다. 그의 몸에서 미약한 힘의 기운이 넘실댔다.이를 본 이민혁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가 눈을 부릅뜨며 로버트를 뚫어지게 쳐다보자 몸에 강대한 힘의 위압이 솟아올라 순식간에 로버트를 뒤덮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로버트는 자신이 마치 얼음 동굴에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거대한 공포감이 그의 영혼을 뒤덮었고 그로 하여금 조금도 발버둥 칠 수 없게 했다.그를 본 이민혁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고작 그깟 힘으로 제 앞에서 신선놀음하시려고요?”로버트는 놀라서 굳은 채로 이민혁을 바라보았다. 그 역시 서방의 권도를 수련해 본 사람으로서 조금의 공력을 가지고 있었다.그러나 태어나서 종래로 이렇게 공포적인 힘을 본 적은 없었다. 이민혁은 순간적으로 그가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으며 영혼마저 공포를 느끼게 했다.이민혁이 교훈하듯 말했다.“인제 그만 포기하고 솔직히 말하고 자수하시죠. 우리 합중국은 범죄인 인도조약이 없어서 당신의 죄명은 아주 가볍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반항한다면 당신의 최후는 더욱 비참해질 것입니다.”영혼을 통해 느껴지는 공포라는 감정은 로버트를 자기도 모르게 모든 발악을 포기하게 했다.그는 곧 숨이 넘어갈 듯 할딱거리며 힘겹게 한 단어씩 내뱉었다.“저... 저는 합중국에서, 여러 번의 사기죄를 저질러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 없어 신분을 바꾸고 경성으로 도망쳐 왔습니다.”“그럼 왜 조현영에게 접근했어요?”이민혁이 차갑게 그를 내려보며 말했다.로버트가 중얼거렸다. “우연입니다. 서경에 처음 도주했을 때, 인터넷에서 카이슨 글로벌 재단을 사칭했는데 조현영이 자발적으로 저에게 연락한 겁니다.”“그리고 타겟을 조현영으로 바꾼 거고?”“네.”로버트가 고개를 떨구며 두려움에 떨었다.“처음엔 그저 안식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조현영이 HT 그룹의 고위 직원이라는 걸 안 후에는 돈만 뜯어내고 떠나려 했습니다.”이민혁이 깊게 한숨을 쉬었다.로버트가 이렇게
로버트의 떠나는 뒷모습에 조현영은 급기야 통곡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녀에게 있어서 실로 비참한 결과였다. 그녀는 앞날이 창창한데도 탐욕에 눈이 멀어 스스로 밥그릇을 차 버렸고, 남자 친구에게 몸을 내준 건 고사하고 돈마저 사기당할 뻔했다.그러나 이 역시 본인의 욕심으로 인한 자업자득인 셈이니 다른 사람을 탓할 수야 있겠는가.이때 이민혁이 일어나며 손예진에게 말했다.“잘 위로해 줘. 난 이만 갈게.”손여진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함께 식사하기는 글렀고 조현영을 해고한 장본인이 함께 위로하며 앉아있는 것도 의아한 광경이니 이것이 최선이었다.이민혁은 조현영을 힐끗 보고는 한숨을 내쉬며 계산대에서 계산한 뒤 밖으로 나갔다.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이민혁은 여전히 밥값이 아까웠다.무려 400만 가까이 되는 돈이다. 이민혁은 태어나서 이렇게 사치를 부려본 적이 없다.돈에 한창 마음 아파하며 차를 몰던 그는 차가 다리 위에 도착한 뒤 앞의 차들이 요지부동인 것을 발견했다.길이 막히는 것 같아 이민혁은 어쩔 수 없이 무료하게 차 안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앞쪽으로부터 새된 비명을 뒤이어 다급하게 달리는 발소리가 들렸다.이민혁은 답답함에 차에서 내려 살펴보았다.앞으로 십여 미터를 걸어갔을 무렵, 다리 중앙 지점에서 한 30대 남성이 날카로운 칼을 들고 마구 휘두르는 모습이 보였는데 그는 끊임없이 무언가 외치고 있었다.양쪽에서 놀란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도망쳤다.이민혁은 눈썹을 찌푸리며 다가갔는데, 남성은 계속해서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정석형, 이 개새X야. 내 회사랑 돈 돌려내. 안 그러면 다 죽여버릴 거야.”두 눈이 충혈된 채 예리한 칼을 마구 휘두르는 모양이 이미 이성을 잃어 주변 사람들은 신경 쓰이지 않는 듯했다.이때 아이를 데리고 도피하던 한 부부가 마침 남성의 눈에 들어왔고, 남성은 곧바로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경악하며 비명을 질러댔
그의 말에 이민혁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처음 남성이 칼을 휘두르며 돈을 내놓으라 소리칠 때부터 이민혁은 분명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하는 내막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랬기에 처음 보았을 때 그를 제압하지 않았고 앞뒤 상황을 똑똑히 파악한 후 다시 이야기하려 했었다.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남성은 피해자였다.“이봐요, 우선 흥분하지 마시고 어떻게 된 일인지 말씀해 주세요. 제가 해결해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도와줄게요. 계속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감옥살이하게 될지도 몰라요.”이민혁이 최대한 침착하게 타일렀다.그의 말에 남성이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이제 아무 소용 없어요. 되돌릴 수 없다고요.”“당신 혼자 해결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들도 있잖아요. 제게 알려줘 봐요. 제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요.”이민혁의 타이름에 남성이 억울함을 토해내듯 하소연했다.“1년 전 정석형의 꼬드김에 넘어가 도박장에서 20억을 잃었습니다. 이후에는 또 유혹에 넘어가 고리대금을 빌렸고, 1년 동안 붙은 60억의 이자를 갚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제 회사를 빼앗고 저를 내쫓았고 우리 가족은 덕분에 풍비박산 나고 은행에 빚까지 졌습니다. 저는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이 없습니다.”남성이 말하면서 큰 소리로 통곡하기 시작했는데, 그 울음소리가 너무 비통해서 듣는 사람마저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이 들었다.이민혁도 이 사람의 처지가 측은하여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단단히 속아서 간이고 쓸개고 다 뺏긴 상황이었다.바로 이때 다리 양 쪽에서 또 한바탕 사이렌 소리가 나며 수십 명의 특근들이 양쪽으로 나뉘어 이민혁과 남성을 에워쌌다. 이후 수십 자루의 총이 남성을 겨눴다.이민혁이 사방을 살피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당신 위험합니다. 뒤로 가서 차에 기대요.”남성이 놀라며 물었다. “무슨 말이에요?”“제 말 들어요. 다치게 두지 않을 거니까.”이민혁이 말하며 두 손을 들고 천천히 뒤로 물러났고, 지프차에 기대며 남성의 앞을 막아섰
“이보세요. 일단 흥분 좀 가라앉히시고, 이대로 가다간 저들이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바로 사살하려 할 거예요. 지금 앞뒤에 저격수들이 살피고 있으니까 최대한 진정하시고 잘 피해요.”남자가 멍하니 이민혁의 말을 듣다가 머리를 이민혁의 뒤에 붙이며 물었다.“어떻게 알아요?”“이전에 군인이어서 이런 일은 적지 않게 겪었으니, 절 믿어요.”이민혁이 대답했다.남성은 이민혁의 뒤에서 몸을 움츠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몹시 당황한 모습이었다.이때 흰 셔츠를 입은 여인이 입을 열었다.“요구가 있거든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우리는 가능한 맞춰드릴 의향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인질은 절대 건드리지 말아요.”남성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여 어떻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다급함에 급기야 이민혁에게 물었다.“제가 무슨 말을 해야 합니까?”이민혁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우선 마음을 가라앉혀요. 머릿속에서 해야 할 말을 잘 정리해서 이성적이게, 최대한 일의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해요.”이민혁의 침착한 말투와 태도는 남성에게 자신감을 주었고, 그는 천천히 침착함을 되찾으며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이때 흰색 셔츠를 입은 여인이 이민혁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민혁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이민혁은 수심에 가득 찬 얼굴이었다. 영계의 경지까지 오른 그는 당연히 이런 상황이 두려울 리 없었고 그 역시 공포에 질린 연기를 할 수는 없었다.여인이 그런 이민혁을 보고 더욱 의심이 생겼다.‘무슨 인질이 이런 상황에 이렇게 침착해?’이때 마침내 남성이 입을 열었다.“저는 강여민이라고 합니다. 1년 전 저는 석형사업회사. 아니, 사실은 길거리 불량배 정석형에게 유인되어 그가 만든 도박판에서 돈을 잃고 고리대금까지 빌렸습니다. 20억 원의 고리대금을 갚고도 현재 이자가 끊임없이 불어나 60억 원의 빚이 남아있는데 그는 저에게 계약서를 쓰도록 강요하여 회사를 뺏어갔습니다. 저는 지금 가족도 잃고 모두 뿔뿔이 흩어졌고 앞으로 살아갈 희망조차 없습니다
이를 알아챈 이민혁이 재빨리 소리쳤다.“다들 가만히 계세요! 지금 투항하려고 하니까.”이민혁이 말함과 동시에 강여민이 날카로운 칼을 버리고 두 손을 들었다.이민혁도 손을 높이 든 채 흰 셔츠를 입은 여인 앞으로 천천히 걸어왔고 여인은 성큼성큼 앞으로 나와 이민혁을 홱 잡아당긴 뒤 손을 뻗어 허리 뒤로 가져갔다.그러나 이때 이민혁이 그녀의 손을 제압해 버렸다.강한 힘이 여인의 손을 감싸고돌며 여인의 움직임을 제한했고 여인은 의아한 눈길로 이민혁을 바라보았다.이민혁이 말했다.“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요. 그는 이미 투항했고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습니다.”이때 강여민은 이미 무릎을 꿇은 채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이민혁이 여인의 손을 놓자 여인은 미간을 찡그리며 특근들에게 손짓했다.한 무리의 특근들이 우르르 몰려와 강여민을 통제하고 신속하게 경찰차에 태웠다.상황이 정리된 것을 보고 여인이 돌아와 이민혁에게 물었다.“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이민혁입니다.”“강여민과 무슨 사입니까?”“모르는 사람입니다.”“그건 아닌 것 같은데, 아까 둘이 무슨 말 했어요?”“절 죽이지 말라고요.”“그게 다예요?”“그럼요?”흰색 셔츠 여인이 이민혁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무술 했어요?”“그렇습니다.”이민혁의 대답에 여인이 머리를 끄덕이며 수긍했다.“어쩐지 너무 침착하더라니, 그럼 돌아가서 진술서 작성하시죠.”“아뇨. 제 진술은 별거 없습니다. 손으로 기록해도 똑같을 겁니다.”그의 대답에 여인이 이민혁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명령했다.“여기, 사람 한 명 와서 현장 진술 받아 적어요.”옆에 있던 한 여 특근이 공책을 들고 와 진술을 받아적기 시작했다.“말해봐요.” 여인이 말에 이민혁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차를 몰고 지나가다가 비명이 들려서 살펴보다가 납치됐습니다.”“그게 다예요?”여인이 묻자, 이민혁이 머리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아주 진실한 진술입니다.”“서명시켜요.”여 특근이 공책을 건네
남지유가 반쯤 잠든 채로 계속 뒤척이며 자세를 바꿀 때마다 이민혁의 몸이 반응했다.순간, 이민혁은 남지유를 안고 방에 가서 그녀를 덮치고 싶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멈칫했다.애초에 그의 수련 공법에 큰 문제가 있었기에 만약 체질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다.거기에 지금 혈신교 일까지 더해졌다.혈신교의 사도조차도 이렇게 강한데 그들의 보스는 더 강할 것이다.지금 혈신교와는 철천지원수가 되었으니, 그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마 이민혁 본인도 편히 있지 못할 것이다.이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그는 남지유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혹시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남지유는 하루아침에 과부가 되지 않겠는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력으로 남지유의 영혼을 쓰다듬어 그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그녀를 번쩍 안아서 안방의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까지 잘 덮어줬다.그러고는 거실로 나와서 잡념을 떨치고 명상을 시작했다....해골의 땅,두개골 왕좌에는 거대한 남자가 여전히 조각상처럼 비스듬히 앉아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두개골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또다시 왕좌 앞에 서서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존경하는 피의 지존님, 제7 사도의 영혼의 불이 꺼졌습니다. 체내에 있던 피의 알도 신호가 끊겼습니다.”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거대한 그림자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충분히 거대한 강자가 나타났나 보군.”“그런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지존님.”또 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그림자가 말했다.“제9 사도더러 가라고 하게. 피의 알도 하나 가지고 가라고 해.”“피의 알을 가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제9 사도 혼자서는 힘들지 않을까요?”노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싸우러 가라는 게 아니라 그 강자를 찾아서 피의 알을 전해주라는 뜻이야.”“네? 그 이유가 뭐죠? 그건 우리의 성물입니다. 얼마 남지도 않았어요.”노인이 이해되지 않는
마설현도 급히 이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괜찮아요?”전화를 받자마자 마설현이 다급히 물었다.“괜찮아. 거기 사장이 나랑 친해서 얘기 좀 하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어.”마설현이 한시름 놓으며 대답했다.“다행이네요. 난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길까 봐 너무 무서워요. 진짜 무슨 일 생기면 난 우리 오빠한테 뭐라고 해요.”“걱정하지 마. 내가 서경시에서는 좀 힘이 있으니,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꼭 해결해 줄 테니까.”“알았어요. 고마워요. 오빠가 괜찮다니 이제 됐어요.”“그래. 안녕.”“안녕.”전화를 끊은 마설현의 마음속에는 작은 의혹이 생겼다.(듣고 보니 오빠 말처럼 민혁 오빠의 실력이 대단한가 보네. 근데 민혁 오빠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오빠도 말해주지 않고, 참 이상하네.)그때, 백수민이 상심한 얼굴로 들어왔다.김하늘이 물었다.“왜 그래?”“연락이 안 돼. 전화가 아예 꺼져있어.”백수민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러자 우하영이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같이 높으신 분이 무슨 일이 있겠어. 내가 걱정하는 건, 민혁 오빠가 이렇게 난리를 쳐서 만약 고 대표님이 화가 나시면 앞으로 다들 가깝게 지내지 못할 게 뻔하잖아.”백수민이 마설현을 보며 말했다.마설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기 침대로 가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마설현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화장을 지우러 갔다. 누가 봐도 그녀는 마설현에게 불만이 있어 보였다. 필경 고기명은 그녀 마음속의 황금알 낳는 거위니까.이민혁은 막 해호도에 도착하자마자 안수연의 연락을 받았다.안수연이 웃으며 말했다.“덕분에 또 한 건 했네요.”“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좀 보여줘 봐.”이민혁이 대답했다.“걱정 하지 마세요. 이제 밥 살게요.”“그 약속 언제 지키는지 기다릴게.”말을 마친 이민혁이 전화를 끊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앞으로 고기명 패거리는 설현이를 건드릴 생각을 못 하겠지.)이민혁이 허허 웃고는 방
유천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세 사람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너희들이 대단하신 선배님도 못 알아보고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선배님이 너희들의 한쪽 다리만 부러뜨리라고 하지 않았으면 오늘 내 손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었을 거야!”고기명은 유천이 계속 다가오자, 무서움에 말까지 더듬었다.“유 사장, 당신 나한테 손대기만 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유천은 망설이지 않고 고기명의 복부를 가격했고, 그 충격으로 고기명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몸을 움츠렸다.유천의 공격은 멈출 줄 몰랐고 곧이어 이민혁의 명령대로 고기명의 한 쪽 다리를 사정없이 부러뜨렸고, 고기명은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노호와 석한 또한 놀란 표정으로 한순간 제압당한 고기명을 바라보았다.다음 순간, 유천은 두 명의 부하에게 눈짓을 하자, 부하들은 노호와 석한을 단번에 제압해 버렸다.유천은 주저 없이 그들한테 다가가서 한 쪽 다리를 밟아 부러뜨렸다.고기명과 친구들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모두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에 울부짖으며 식은땀을 흘렸다.유천은 이민혁의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한 후, 또다시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께서 시키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 제가 더 할 일이 있습니까?”그러자 이민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괴로운 얼굴로 고통을 호소하는 고기명과 친구들에게 다가갔다.“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의견이 없지만 설현이를 괴롭히거나 귀찮게 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오늘은 그냥 경고의 의미로 다리 하나만 부러뜨렸지만, 다시 내 귀에 이런 일이 들리면 각오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에 겁나서 고개만 끄덕였다.이민혁은 고기명의 주위에 떨어진 파란 알약에 시선이 갔고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물었다.“그녀들한테 감히 이런 걸 먹이려고?”고기명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설명했다.“그냥 저희끼리 먹으려고 가지고 다녔을 뿐, 그녀들에게 먹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내 생각
유천은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고기며과 친구들이 VVIP였기 때문에 이민혁의 진정한 신분을 알기 전까지는 움찔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민혁은 담담하게 유천에게 자기 신분을 말했다.“잘 들어! 장호를 주먹으로, 민경호를 칼로 베어 죽인 사람이 바로 나야! 이제 내 정체를 알았으니 너희 같은 쓰레기들의 일에 내가 나선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하지 않겠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말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가 더욱 오만한 태도로 나오는 것이 더욱 맘에 들지 않아 유천에게 따졌다.“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정신이 어떻게 된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네!”“유 사장,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으니 빨리 처리해!”그들은 이민혁의 싸움 실력을 본인들이 상대하기에는 버겁다는 걸 알기에 유천이 빨리 나서서 처리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유천은 전에 장호와 민경호가 모두 이씨 성을 가진 젊은이한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고, 이민혁의 말이 사실임을 알기에 얼굴이 창백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는 이민혁이 소문으로 들었던 그 젊은이라면 네 사람이 결코 무사하게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민혁은 얼굴이 창백해진 유천을 보고는 웃으면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물었다.“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한테 연락해서 확인까지 시켜줘야 하나?”이때 유천은 겁에 질린 얼굴로 갑자기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 잘못했습니다. 아까는 제가 눈이 멀어서 높으신 분한테 무례하게 행동했습니다, 제발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유천은 이민혁이 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까지 안다는 걸 보면 그 전설 속의 인물이 틀림없는 것 같아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고기명과 친구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던 유천이 갑자기 몇 마디에 무릎까지 꿇자,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었다.고기명이 먼저 멀뚱멀뚱 유천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유
이민혁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넌 또 누구야?”유천은 어이없는 듯 웃었다.“서경에서 나 유천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유천? 처음 들어보는데?”유천은 그 말에 안색이 완전히 굳어졌다.“좋게 해결하려고 했더니 이렇게 건방지게 나오면 나도 더 이상 못 참지!”고기명도 이민혁의 도발에 더욱 화가 났다.“유 사장, 당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유천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장사꾼인지라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면서 차갑게 말했다.“고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는 거야? 당장 이분들한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여기서 두 발로 걸어 나갈 수 없도록 만들 테니까 조심해!”이민혁도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다.“사과? 먼저 건방지게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 심기를 건드린 건 저놈들인데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지? 당신이 저놈들 정신 차리게 한다면 나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게. 그렇지 않다면 네 사람 모두 다시는 서경에서 발을 붙이고 살지 못하게 될 거야!”고기명과 친구들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유천에게 한마디씩 했다.“유 사장, 건방지게 떠드는 걸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아?”“유 사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저놈이 다시는 건방진 말을 못 하도록 당장 처리해!”하지만 유천은 오랫동안의 사업 경력으로 보아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반응하는 이민혁이 믿는 구석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리고 그는 이민혁을 떠보기로 마음먹었다.“젊은이, 쓸데없는 유혈 사태는 피해야 하지 않겠어? 당신이 강호 쪽 사람이라면 얼른 이름을 말해.”이민혁은 그 말에 유천을 더 비웃었다.“당신 보아하니 강호 쪽 사람인 것 같은데 어디 함부로 겁도 없이 내 이름을 묻는 거지?”유천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당신 설마 민씨 가문에 대해서 아는 거야? 장호에 대해서 아는 거야?”“그럼, 네가 민씨 가문의 사람인 건가?”하지만 유천은 쉽게 답할 수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 민씨 가문이 정씨 가문,
고기명은 마설현이 계속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더 이상 볼 것 없으니 그냥 때려!”그 말에 노호와 석한은 술병을 집어 들고 이민혁을 에워쌌다.마설현은 놀라서 소리쳤다.“뭐 하는 거야! 경찰에 신고할 거야!”백수민은 마설현을 끌고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너 미쳤어? 그냥 겁주는 거잖아! 설마 무슨 일 있겠어? 학교에 알려지면 복잡해지니까 빨리 돌아가자!”그녀들이 나가자, 이민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친구 여동생 앞이라 너희들 체면을 세워줬더니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알고 까부는 거야?”그 말에 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제기랄, 아무것도 아닌 놈이 죽지 못해서 안달 났네!”이민혁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발로 고기명을 구석으로 걷어차 버렸고, 소파에 천천히 걸터앉으면서 말했다.“이놈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제멋대로 날뛰네!”노호와 석한은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멍해 있었고, 고기명은 괴로운 듯 얼굴을 감싸 쥐면서 발악했다.“감히 날 때려? 넌 오늘 끝났어!”“그래, 네가 뭘 하든 기꺼이 상대해 줄게.”이민혁은 남자들이 돈만 믿고 싹수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소롭게만 느껴졌다.이때, 고기명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누군가에게 급히 연락했다.“유 사장, 내가 황족 노래방에서 어디서 나타난 건지도 모르는 놈한테 맞았는데 당신은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지?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처리할 줄 알아!”잠시 후, 고기명은 전화를 끊고 이민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넌 끝났어! 오늘 널 내 앞에 무릎 꿇게 못 하면 내가 네 성을 따르지.”“하하하! 난 너같이 재수 없는 아들을 둘 생각이 없는데?”고기명은 계속되는 비꼬는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딱 기다려! 유 사장이 오고 나서도 당당할 수 있는지 보자고!”“유 사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너 같은 놈이 알 수가 없지! 유천이라고 황족 노래방의 대표이자 서
고기명은 썩은 웃음을 한번 짓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서경에서 누가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내가 만든 자리를 망치려고!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그러자 백수민이 마설현에게 말했다.“설현아, 네 맘은 알겠지만 더 이상 고 대표님 심기 건드리지 말고 빨리 보내.”백수민은 고기명과 친구가 된 반년 동안 그의 주변 부자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그에게서 값비싼 선물과 돈도 받았었다.그녀는 젊고도 돈 많은 부자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 해서든 고기명의 마음을 사로잡아 남은 인생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려고 마음먹었다.그래서 백수민은 갑자기 나타난 이민혁 때문에 고기명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녀는 부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별 볼 일 없는 이민혁을 감싸고 도는 마설현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설현은 끝까지 방을 나가려고 했다.“됐어, 민혁 오빠랑 먼저 갈 테니 재밌게 놀아!”마설현과 이민혁이 방을 나가려고 일어서자, 석한이 벌떡 일어나 크게 소리쳤다.“이민혁 씨, 오늘 당신이 두 발로 방을 빠져나간다면 내가 당신 성을 따르지.”마설현은 그의 선포에 놀랐다.“뭐 하려는 거야?”노호도 덩달아 일어나면서 소리쳤다.“네가 막무가내로 나오는데 우리도 네 체면을 세워줄 필요 없는 거 아니야?”그러자 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설현아,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너 먼저 가.”백수민은 당당한 이민혁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웃겨! 당신이 뭐라고 여기를 맡기고 가라는 거죠?”마설현은 무례한 백수민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민혁 오빠, 안 돼요! 같이 가야죠!”고기명은 계속되는 고집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설현, 그만해! 수민이만 아니었으면 진작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이때 김하늘과 우하영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일어나서 말렸다.“설현아, 그만해! 고 대표님도 진정하시고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헤어지고 다음에 기분 좋게 또 마셔요.”백수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마설현의 말에 세 남자는 서로를 한 번 쳐다보았다.노래를 부르던 남자가 마이크를 내려놓고 소파에 앉으면서 이민혁에게 물었다.“설현이 친구면 뭐라고 불러야죠?”“이민혁입니다.”그러자 백수민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마설현에게 말했다.“마설현, 사람이 왔으면 네가 소개를 해줘야지.”“아는 사이에 그냥 놀면 되지 무슨 소개가 필요해.”백수민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민혁에게 말했다.“그러면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수민은 노래를 부르던 남자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이분은 JS그룹의 고기명 대표님이신데 자신이 600억 원 정도 되고 저와는 오래된 친구 사이입니다.”“고 대표님, 안녕하세요.”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고, 고기명은 그저 웃기만 했다.“그리고 이분은 HT그룹 노호 사장님이시고 연봉이 6억 원 정도 되십니다.”“노 사장님, 안녕하세요.”“마지막으로 이분은 음료를 만드는 에너지 회사의 석한 대표님이시고 연간 매출이 100억 원이 넘습니다.”“석 대표님, 안녕하세요.”백수민은 소개를 하면서 자기가 이러한 고위계층의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어깨가 으쓱했다.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고기명이 물었다.“이민혁 씨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지금은 별일 없이 한 기업의 잔심부름을 하고 있습니다.”이민혁은 KP그룹에서 아직 제대로 된 직함이 없어 잔심부름을 해준다고 말했다.고기명은 그를 비웃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테이블 위의 양주 몇 병을 가리켰다.“이민혁 씨, 테이블 위에 있는 이 술들이 가격이 얼마인지 아시나요?”이민혁은 어깨를 한번 들썩이더니 말했다.“글쎄요, 제가 양주는 잘 안 마셔서 모르겠네요.”고기명은 계속 비꼬면서 말했다.“양주 몇 병에 600만 원 이상이 나오니까, 오늘 전체 소비가 적어도 1000만 원은 나오겠네요.”이민혁은 고기명의 돈 자랑에도 끄떡없이 웃으면서 말했다.“역시 사장님들이라 그런지 규모가 남다르시네요, 대단하세요!”이민혁이 살짝 비꼬면서 말하자, 고기명의 얼굴이 급
남지유는 이민혁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민혁 씨, 또 무슨 일이에요?”이민혁은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마장현의 여동생이 급한 일이 생겼다고 연락이 와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그녀는 얼굴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면서 이민혁의 팔을 붙잡았다.“그래요, 선영이랑 좋은 시간 보냈으니, 이제는 대학생을 만나러 가는 건가요?”이민혁은 그녀의 말이 황당하기만 했다. “무슨 소리예요? 친구 동생일 뿐이에요.”남지유는 이민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계속 물었다.“그럼, 중해에서 선영이랑 무슨 일 있었던 거죠?”이민혁은 황급히 답했다.“맹세하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선영이도 민혁 씨랑 같은 생각이었을까요? 그래도 명색에 연예인이잖아요.”이민혁은 몹시 당황했지만, 더 이상의 해명을 하지 않고 급하다는 핑계로 빠져나왔다.“설현이가 지금 급하다고 연락이 와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남지유는 이민혁이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소파에 기대어 한숨만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오선영이 이민혁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민혁이 중해에 가 있던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속 시원하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서 엄청 괴로웠다.이민혁의 공식 여자 친구로서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들을 대하고 싶어도 엄청난 능력과 매력을 겸비한 이민혁을 여자들이 결코 가만히 놔두지 않아 신경 쓰이고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그럼에도 남지유는 자기의 선택을 원망도 후회도 할 수 없었고 이민혁을 믿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한 후, 소파에 누운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이민혁은 떠나기 전, 그는 마설현에게 문자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마설현의 말로는 백수민이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 자기를 포함한 세 명의 룸메이트를 데리고 나갔고 백수민의 친구들이 2차로 기어코 노래방을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고 했다.하지만 과음으로 인해 수위와 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