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대출금 때문에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것도 어디 한두 건인가.더군다나 수많은 피해자는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었다.다행히 근래 국가에서 사채업자들을 타격하면서 그 수가 줄어들었더랬다.그러나 아직도 이런 업종에 종사하면서 서민들을 괴롭히는 뿌리 깊은 세력들이 존재했다.정석형이라는 사람 역시 쉽게 끌어내릴 수 있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안수연의 능력 또한 아직 확실하지 않다.이민혁이 한참을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그는 앞으로 조금 더 지켜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안수연이 방법이 없어 물러날 때 스스로 손을 써도 늦지 않을 것이니까.사실 이치대로 말하면 그는 이런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관여해서도 안 되고, 세상사 모두 다 관여할 수도 없는 일이다.그러나 방금 강여민의 소동을 끝내기 위해 회사를 돌려줄 것이라 약속했으므로 만일 안수연이 해결하지 못할 경우 그는 어쩔 수 없이 이 일에 간섭해야 했다.긴 한숨을 내쉬며 그는 천천히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했다.이맘때쯤 강여민은 형사수사대 심문실로 끌려가고 있었다.안수연은 직접 강여민의 맞은 켠 의자에 앉아 심문을 시작했다.강여민은 어떻게 그에게 속았고 어떻게 고리대금을 빌리게 되었는지, 20억의 빚이 어떻게 80억으로 불어나게 된 건지, 또 어떤 협박을 받고 계약서를 체결하여 회사를 잃게 된 건지 일련의 자초지종을 전부 말했다.말을 마치자 안수연은 그에게 진술서를 보여주고 서명하도록 했다.“강여민 씨, 당신이 한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까?”안수연이 물었다.그러자 강여민이 얼른 대답했다.“장담합니다. 저는 오늘 제가 한 말에 대해 어떠한 책임이든지 질 수 있습니다.”“좋습니다.”안수연이 차갑게 대답했다.“지금부터 당신은 소란죄로 구속될 겁니다.”“겨, 경찰관님.”강여민이 급히 말했다.“정석형은 잡지 않고 왜 저를 구속하는 거예요? 전 아무도 해치지 않았어요.”안수연이 대답했다.“당신은 인질을 납치하여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했죠. 이건 당신에
이민혁이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어디까지 가는 거예요?”“안 알려줄 거면 됐어요. 어차피 민혁 씨가 대표님이니까 전 알 권리가 없죠.”말을 마친 남지유가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었고 그제야 이민혁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조현영은 내 이전 같은 반이었던 동창이에요. 조현영이 사기꾼을 만났는데 그게 우리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해고해달라 한 거예요.”“아, 그렇군요.”남지유는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보니까 조현영 씨 되게 이쁘던데, 그 일 하나로 바로 해고한 거예요?”“그럼 뭐, 떡국 한 그릇 더 먹을 때까지 기다려요?”이민혁이 사뭇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장난을 쳤다.남지유가 유쾌하게 웃으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식사를 마쳤고 이민혁은 먹다 남은 잔과 그릇을 남기고 또 허둥지둥 방으로 돌아가 버렸다.남지유는 한숨을 내쉬며 묵묵히 뒷정리하고 주방으로 갔다....이튿날 아침, 이민혁이 세수를 마치고 거실로 가자 눈에 띈 것은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거실에 앉아 자신을 기다리는 남지유였다.“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이민혁이 묻자 남지유가 대답했다.“네.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요?”“있을 거예요.”“좋아요. 그럼 오늘 제가 저녁 살게요. 다른 사람과 약속 잡으면 안 돼요.”남지유의 말에 이민혁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매일 함께 밥 먹는 사이인데, 밖에서 약속까지 잡으면서 저녁을 산다고요?”그제야 남지유가 우물쭈물하다가 나지막이 말했다.“오늘 제 생일이에요.”“아.”이민혁이 문득 깨닫고 대답했다.“그렇군요. 그럼, 오늘 잘 축하해줘야겠네요..”남지유가 미소를 지으며 흔쾌히 대답했다.“네!”말을 마친 그녀는 즐거운 표정으로 출근했다.이민혁은 거실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매일 함께 밥을 먹는 여자가 생일을 쇤다는데 무엇을 선물로 해야 좋을까?금은보화는 좀 촌스러운 것 같고, 또 너무 간단한 선물은 할 수 없었다.그는 한참을 생각하다 역시 안 되겠어서 팔선
돌 노름이란 바로 돌의 겉모습을 보고 그 안에서 좋은 옥이 나올 수 있는지 내기를 하는 것이다. 만일 좋은 옥이 나온다면 돈을 버는 것이고, 나오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보는 것이다.노름판의 ‘칼질 하나에 가난함, 칼질 하나에 부자’라는 말도 이것에서 온 것이다.시장을 거닐던 이민혁이 공교롭게도 이 노름을 마주친 것이었는데 마침 그도 좋은 옥기가 필요했던지라 망설임 없이 천옥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점원은 열정적으로 환영했고 얼른 그를 데리고 방을 지나 천옥방의 뒤뜰로 왔다.이곳은 천장이 뚫린 삼사백 평의 정원으로, 정원에는 크고 작은 돌들이 가득했고 모양도 각양각색이었다.이 돌들에는 가격이 표시되어 있었는데 가장 낮은 가격은 수백만에 달했고 높은 것은 10억에 달하기도 했다.정원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이 사방을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있었고 때때로 돌의 가치를 평가했는데 마치 모두가 전문가처럼 보였다.그러나 이런 돌에 대해서 이민혁은 완전히 문외한이었다. 그의 눈에 이 돌들은 크기와 모양이 다른 것 외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다만 이민혁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없는 강한 정신력과 영력이 있었다.대충 정원 안을 훑은 이민혁은 한편의 태사 의자에 앉았다.그러자 점원들이 차를 들고 와 옆 탁자 위에 놓았다.감히 돌 노름을 하는 자들은 모두 있는 집안의 사람들이었고, 천옥방 사장 역시 이 이치를 알고 있었다.그러므로 이곳의 의자며 차며 모두 고급품이었고 서비스도 특별히 세심했다.이민혁은 자리에 앉아 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전화를 들어 각종 옥석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그는 이러한 옥석에 관해서는 눈이 까맣고 아무것도 몰랐기에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30분이 지나자 뒤뜰에는 이미 30여 명이 모여 있었다.천옥방의 사장은 한복을 입고 빙그레 웃으며 와서는 모든 사람에게 악수를 청했다.잇달아 답례하는 사람들 가운데 이민혁만이 여전히 휴대전화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50대로 보이는 사장은 보기에 매우 활기찼고 그의 눈이 수많은 사람
‘정석형’이라는 이름에 이민혁은 순간 벙쪘다. 녀석, 정말 공교롭게도 네가 그 자식이었구나.이때 정원에 있던 사장을 포함한 몇 명의 손님들이 모두 어리둥절해졌다. 정석형이라는 사람은 뜻밖에도 나름대로 명성이 있는 사람이었다.사장이 정석형에게 다가가 예의를 표했다.“정 대표님, 모처럼 이 작은 가게에 왕림해 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그래.”정석형이 오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사장이 이어서 말했다.“그러나 팔선궁에는 줄곧 이런 규칙이 있었기에 대표님이라 하셔도 가격 경쟁을 하셔야 합니다.”“내가 뭐라 했어? 가격 경쟁인지 뭔지 하면 되잖아.”정석형이 냉랭하게 대답했다.사장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이민혁에게 와서 물었다.“손님, 혹시 이의 있으신지요?”“없습니다.”규칙이라면 규칙대로 하면 될 일이다. 이민혁도 신경 쓰지는 않았다.이때 사장이 말했다.“좋습니다. 그럼 이곳에 계신 분들을 증인으로 삼고 가격 경쟁을 시작하겠습니다!”다른 사람들은 구경거리가 생기자 오히려 기뻐하며 손뼉을 쳤다. 이런 일은 결코 흔한 구경거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사람들은 각자 자리에 앉아 천천히 차를 마시며 가격 경쟁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사장이 사방을 둘러보더니 천천히 말했다.“이 돌의 표시 가격은 2,400만이고, 매번 인상 가격은 200만입니다. 어느 분이 먼저 하시겠습니까?”정석형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시작했다.“2,600만.”“2,800만.”이민혁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의 정신력으로 보았을 때, 이 돌은 밀도가 아주 높아 좋은 옥임이 틀림없었다.“3,000만.”“3,200만.”“4,000만.”정석형이 바로 800만을 높이 부르고 여유롭게 차를 마셨다. 그러자 이민혁이 잠시 읊조리다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4,200만.”정석형이 안색을 가라앉히며 냉랭하게 말했다.“4,400만.”이민혁은 매우 냉정한 모습이었다. 매번 200만 원이 인상되었고 두 사람의 연이은 대답에 가격도 끊임없이 치솟았고, 주위의 구경꾼들도 서
많은 사람의 탄식 소리가 들려오자 정석형은 화가 나 태사 의자의 팔걸이를 내리치며 노발대발했다.“1억 6,000만.”이것은...모두가 보아낼 수 있었다. 이민혁은 이미 정석형의 노여움을 크게 샀고, 이 가격 경쟁은 더 이상 노름판이 아니라 정석형의 체면을 지키는 싸움이 되었다는 것을.사람들의 시선이 이민혁을 향했다. 모두가 이민혁이 어떻게 행동할지 긴장감 속에서 지켜보고 있었다.이민혁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웃으며 말했다.“정 대표님 기백이 있으시네요. 이 돌은 대표님께서 가져가시지요.”그의 말에 사람들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또 구경거리를 끝까지 보지 못한 아쉬움도 조금 남았다.마치 분량이 적은 맛있는 음식을 다 먹어버려 아쉬움이 남는 기분이랄까.그러나 이때 정석형을 아는 사람들은 이미 이민혁을 걱정하기 시작했다.정석형은 속이 좁아 사소한 원한도 반드시 갚아야 성에 차는 사람이었다. 이민혁이 그를 이 정도로 화나게 했으므로 앞으로 반드시 모든 일이 번거로워질 것이다.이때 정석형이 코웃음을 치며 찻잔을 들었다.사장이 급히 정원 중심으로 달려 나와 큰 소리로 말했다.“정석형 대표님께서 1억 6,000만에 낙찰하셨습니다.”정원에 있던 사람들이 잇달아 손뼉을 치며 축하를 표했다.그러나 몇몇 노름판의 베테랑들은 이 돌이 이미 그 자체의 가치를 크게 초과했음을 알고 있었다.농구공만큼의 작은 크기였으므로 어떤 좋은 옥이 나와도 이 값보다는 덜할 것이었다.최고급 비취류 옥석이 아닌 이상 무조건 손해 볼 장사였다. 그리고 이 돌이 비취류 옥석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며 감히 그 확률이 0에 달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사장이 정석형에게 물었다.“정 대표님, 자를까요?”“당연히 잘라야지. 그럼 장식품으로 이 돌을 집에 가져가라고?”정석형이 오만하게 대답했다.사장이 연거푸 고개를 끄덕이며 즉시 노동자를 불러 기계로 돌을 옮겨 현장에서 썰도록 했다.구경꾼들이 즉시 돌 주위를 에워싸며 이 1억 6,000만 원어치의 돌이 본전을 되찾을 수
이민혁이 가리키는 돌은 디딤돌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생각했길래 저런 보잘것없는 돌을 사려고 하는 건지, 이 돌은 품질이 그다지 좋지 않아 디딤돌로 사용된 것인데, 어떻게 그 안에 옥 같은 진귀한 물건이 있을 수 있겠는가.사장조차도 멍하니 있다가 한참 지나서야 대답했다.“손님, 저것은 단지 경관석일 뿐, 원석이 아닙니다. 손님께서 착각하신듯합니다.”“압니다.”이민혁이 담담히 말했다.“그런데 사장님은 돌로 장사하는 분 아니십니까. 얼마입니까?”“그게...”사장도 대답하기 어려운 물음이었다. 이 일에 종사한 지 여러 해가 되었어도 디딤돌을 가리키며 가격을 묻는 상황은 겪은 적이 없었으므로 그는 한참이나 생각해야 했다.이때 정석형이 갑자기 피식 웃으며 말했다.“풉. 이런 강가에서 주운 돌에도 옥이 나올것이라 생각하는건가?”“만약 정말 나오면 어쩌려고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 아닙니까.”이민혁이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이민혁의 말에 많은 사람들은 분분히 고개를 저었다. 이민혁의 행동은 정말 터무니없었다.만약 이런 돌에 옥석이 있었다면 그 강의 디딤돌은 벌써 다른 사람들이 빼앗아 갔을 것이다.정석형이 허허 웃으며 이민혁을 바라보았다.“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나랑 내기할 텐가??”“오, 뭘 걸려고요?”정석형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대답했다.“음, 소소하게 걸지. 2억 어때.”“씁...”구경꾼들이 모두 숨을 들이마셨다. 역시 돈이 많으면 놀음도 쉽구나. 입만 열면 억 단위라니.그들의 눈빛이 이민혁을 향했다. 그가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이민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무슨 노름을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똑바로 말해요.”정석형이 웃으며 대답했다.“저 돌에서 옥이 나오면 품질이 어떤지를 막론하고 옥이기만 하면 내가 진 거로. 어때?”“좋네요. 시도해 볼 만 하네요.”이민혁이 피식 웃었다. 정석형이 그의 말을 듣고 바로 사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어이, 사장. 저 돌의 값은 내가 낼 테니 바로 썰어.”사장은 조금 난처했
“그럴 리가.”순식간에 정원이 떠들썩해졌고 구경꾼들은 잇달아 절단 현장으로 달려가 보기 시작했다.이미 반쯤 자른 돌이 보였는데, 잘린 절단면에 뜻밖에도 은은한 푸른 빛이 드러났다.누가 봐도 비취의 빛깔이었다.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간간이 탄식을 내뱉었다.절단을 담당하는 사부도 조심스러워져 돌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한칼 한칼 천천히 절단해 나갔다.이때 정석형의 얼굴은 이미 흐려져 험상궂게 변했다. 그는 저 폐기물 같은 디딤돌에서 옥이 나올 줄도, 그 옥이 심지어 녹색일 줄도 몰랐기 때문이다.최고급 비취라면 그것은 옥기 중 일류의 상품이었다.학계에서는 비취가 옥석 중 품질이 가장 좋은 옥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었다.곧이어 또 몇 번 칼을 내리치자, 돌이 완전히 잘려 호두 크기의 짙은 녹색 비취가 모습을 드러냈다.비취를 똑똑히 본 사람들이 너도나도 할 말을 잃었다.“얼음 비취네.”“어디, 이것은 최고급 품종 얼음 비취야.”“아니야. 오래된 쓰잘머리 없는 비취고만.”돌은 아직 완전히 꺼내서 다듬지 않았으므로 모두 대략적인 추측만 할 뿐이었다.그러나 대략 추측한다고 해도,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이 돌 안의 물건은 옥기 중에서도 상등품이 틀림없었다.일시에 많은 사람들이 감탄하며 도대체 어떤 급의 비취인지 추측하기 시작했다.정석형의 얼굴은 이미 흙빛이 되어있었다.다른 사람들이 어수선하게 대화하는 것만 들어봐도 의심할 여지 없이 그 디딤돌에서 옥이 나왔으며 심지어 그 옥은 그렇게 희귀하다는 비취였다.정석형은 졌다. 그것도 아주 철저하게, 볼품없이 져버렸다.그는 한 손으로 태의자의 팔걸이를 부들거리며 세게 움켜쥐었다. 팔걸이가 곧 깨질 것처럼 흔들렸다.방금 1억 6,000만을 써서 몇천만밖에 되지 않는 백옥을 사버렸는데, 손해 본 돈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심지어 지금 1억을 걸고 한 내기마저 틀림없이 져버렸다.비록 돈이라는 것은 그에게 있어 여전히 2순위였지만, 그럼 그의 체면은 도대체 어디서 다시 산단 말인가?이미 정석형의 마음에는
이민혁은 웃으며 말하지 않았다.잠시 후, 사장이 두 손으로 제왕록 비취를 받들고 이민혁의 앞에 섰다.“축하드립니다, 손님. 일품 최고급 에메랄드가 나왔습니다.”이민혁이 받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이 제왕록은 불규칙한 마름모꼴로, 전체가 호수 같은 녹색을 띠고 있었으며 비할 데 없이 투명했다.그리고 햇빛을 받으면 빛깔도 미세하게 변했다.그가 정신력을 투입하려 시도해도 제왕록의 경도가 매우 높아 투과할 수도 없어 완전히 그의 요구에 도달한 옥기였다.이민혁은 하하 웃으며 사장을 향해 인사했다.“사장님, 감사합니다.”사장은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고 그런 사장을 뒤로한 채 이민혁은 정석형을 바라보며 물었다.“정 대표님, 내기의 약속은 잊지 않으셨죠?”정석형이 호탕하게 웃으며 조금 전의 음산한 표정을 지워버리곤 대범하게 수표를 꺼내 숫자를 적은 후 사장에게 건네주었다.“제가 설마 약속을 안 지킬까요.”정석형이 대답했다.사장은 수표를 받아 들고 이민혁의 앞에 와 건네주었다.이민혁은 수표를 받아 힐끗 보고는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그건 당연히 아니겠죠. 제가 아직 할 일이 있어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그런 겁니다.”말을 마친 이민혁은 곧바로 몸을 일으켜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고개를 까딱하며 예의를 표한 뒤 떠나려 했다.이때 정석형도 코웃음을 치며 그를 따라 나갔다.그 두 사람이 나가서야 정원은 발칵 뒤집혔다. 많은 사람은 이민혁이 운이 좋은 청년이라며 감탄했다.그러나 동시에 그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았다.정석형이 이렇게 체면을 구겼는데 어찌 가만히 당하고만 있겠는가. 이 청년은 앞으로 앞길이 파란만장할 것이 틀림없다.그리고 또 몇 사람은 의심 가득한 표정이었다.정상인이라면 그깟 몇 개의 디딤돌을 주의하여 살필 수가 없는 것이며 그토록 자신만만하게 1억 원을 내건 도박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설마, 보통 사람이 아닌 건가?이맘때쯤, 이민혁은 천옥방을 나온 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으므로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바로 이
남지유가 반쯤 잠든 채로 계속 뒤척이며 자세를 바꿀 때마다 이민혁의 몸이 반응했다.순간, 이민혁은 남지유를 안고 방에 가서 그녀를 덮치고 싶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멈칫했다.애초에 그의 수련 공법에 큰 문제가 있었기에 만약 체질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다.거기에 지금 혈신교 일까지 더해졌다.혈신교의 사도조차도 이렇게 강한데 그들의 보스는 더 강할 것이다.지금 혈신교와는 철천지원수가 되었으니, 그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마 이민혁 본인도 편히 있지 못할 것이다.이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그는 남지유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혹시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남지유는 하루아침에 과부가 되지 않겠는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력으로 남지유의 영혼을 쓰다듬어 그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그녀를 번쩍 안아서 안방의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까지 잘 덮어줬다.그러고는 거실로 나와서 잡념을 떨치고 명상을 시작했다....해골의 땅,두개골 왕좌에는 거대한 남자가 여전히 조각상처럼 비스듬히 앉아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두개골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또다시 왕좌 앞에 서서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존경하는 피의 지존님, 제7 사도의 영혼의 불이 꺼졌습니다. 체내에 있던 피의 알도 신호가 끊겼습니다.”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거대한 그림자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충분히 거대한 강자가 나타났나 보군.”“그런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지존님.”또 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그림자가 말했다.“제9 사도더러 가라고 하게. 피의 알도 하나 가지고 가라고 해.”“피의 알을 가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제9 사도 혼자서는 힘들지 않을까요?”노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싸우러 가라는 게 아니라 그 강자를 찾아서 피의 알을 전해주라는 뜻이야.”“네? 그 이유가 뭐죠? 그건 우리의 성물입니다. 얼마 남지도 않았어요.”노인이 이해되지 않는
마설현도 급히 이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괜찮아요?”전화를 받자마자 마설현이 다급히 물었다.“괜찮아. 거기 사장이 나랑 친해서 얘기 좀 하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어.”마설현이 한시름 놓으며 대답했다.“다행이네요. 난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길까 봐 너무 무서워요. 진짜 무슨 일 생기면 난 우리 오빠한테 뭐라고 해요.”“걱정하지 마. 내가 서경시에서는 좀 힘이 있으니,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꼭 해결해 줄 테니까.”“알았어요. 고마워요. 오빠가 괜찮다니 이제 됐어요.”“그래. 안녕.”“안녕.”전화를 끊은 마설현의 마음속에는 작은 의혹이 생겼다.(듣고 보니 오빠 말처럼 민혁 오빠의 실력이 대단한가 보네. 근데 민혁 오빠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오빠도 말해주지 않고, 참 이상하네.)그때, 백수민이 상심한 얼굴로 들어왔다.김하늘이 물었다.“왜 그래?”“연락이 안 돼. 전화가 아예 꺼져있어.”백수민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러자 우하영이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같이 높으신 분이 무슨 일이 있겠어. 내가 걱정하는 건, 민혁 오빠가 이렇게 난리를 쳐서 만약 고 대표님이 화가 나시면 앞으로 다들 가깝게 지내지 못할 게 뻔하잖아.”백수민이 마설현을 보며 말했다.마설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기 침대로 가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마설현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화장을 지우러 갔다. 누가 봐도 그녀는 마설현에게 불만이 있어 보였다. 필경 고기명은 그녀 마음속의 황금알 낳는 거위니까.이민혁은 막 해호도에 도착하자마자 안수연의 연락을 받았다.안수연이 웃으며 말했다.“덕분에 또 한 건 했네요.”“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좀 보여줘 봐.”이민혁이 대답했다.“걱정 하지 마세요. 이제 밥 살게요.”“그 약속 언제 지키는지 기다릴게.”말을 마친 이민혁이 전화를 끊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앞으로 고기명 패거리는 설현이를 건드릴 생각을 못 하겠지.)이민혁이 허허 웃고는 방
유천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세 사람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너희들이 대단하신 선배님도 못 알아보고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선배님이 너희들의 한쪽 다리만 부러뜨리라고 하지 않았으면 오늘 내 손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었을 거야!”고기명은 유천이 계속 다가오자, 무서움에 말까지 더듬었다.“유 사장, 당신 나한테 손대기만 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유천은 망설이지 않고 고기명의 복부를 가격했고, 그 충격으로 고기명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몸을 움츠렸다.유천의 공격은 멈출 줄 몰랐고 곧이어 이민혁의 명령대로 고기명의 한 쪽 다리를 사정없이 부러뜨렸고, 고기명은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노호와 석한 또한 놀란 표정으로 한순간 제압당한 고기명을 바라보았다.다음 순간, 유천은 두 명의 부하에게 눈짓을 하자, 부하들은 노호와 석한을 단번에 제압해 버렸다.유천은 주저 없이 그들한테 다가가서 한 쪽 다리를 밟아 부러뜨렸다.고기명과 친구들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모두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에 울부짖으며 식은땀을 흘렸다.유천은 이민혁의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한 후, 또다시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께서 시키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 제가 더 할 일이 있습니까?”그러자 이민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괴로운 얼굴로 고통을 호소하는 고기명과 친구들에게 다가갔다.“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의견이 없지만 설현이를 괴롭히거나 귀찮게 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오늘은 그냥 경고의 의미로 다리 하나만 부러뜨렸지만, 다시 내 귀에 이런 일이 들리면 각오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에 겁나서 고개만 끄덕였다.이민혁은 고기명의 주위에 떨어진 파란 알약에 시선이 갔고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물었다.“그녀들한테 감히 이런 걸 먹이려고?”고기명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설명했다.“그냥 저희끼리 먹으려고 가지고 다녔을 뿐, 그녀들에게 먹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내 생각
유천은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고기며과 친구들이 VVIP였기 때문에 이민혁의 진정한 신분을 알기 전까지는 움찔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민혁은 담담하게 유천에게 자기 신분을 말했다.“잘 들어! 장호를 주먹으로, 민경호를 칼로 베어 죽인 사람이 바로 나야! 이제 내 정체를 알았으니 너희 같은 쓰레기들의 일에 내가 나선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하지 않겠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말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가 더욱 오만한 태도로 나오는 것이 더욱 맘에 들지 않아 유천에게 따졌다.“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정신이 어떻게 된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네!”“유 사장,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으니 빨리 처리해!”그들은 이민혁의 싸움 실력을 본인들이 상대하기에는 버겁다는 걸 알기에 유천이 빨리 나서서 처리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유천은 전에 장호와 민경호가 모두 이씨 성을 가진 젊은이한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고, 이민혁의 말이 사실임을 알기에 얼굴이 창백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는 이민혁이 소문으로 들었던 그 젊은이라면 네 사람이 결코 무사하게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민혁은 얼굴이 창백해진 유천을 보고는 웃으면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물었다.“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한테 연락해서 확인까지 시켜줘야 하나?”이때 유천은 겁에 질린 얼굴로 갑자기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 잘못했습니다. 아까는 제가 눈이 멀어서 높으신 분한테 무례하게 행동했습니다, 제발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유천은 이민혁이 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까지 안다는 걸 보면 그 전설 속의 인물이 틀림없는 것 같아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고기명과 친구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던 유천이 갑자기 몇 마디에 무릎까지 꿇자,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었다.고기명이 먼저 멀뚱멀뚱 유천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유
이민혁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넌 또 누구야?”유천은 어이없는 듯 웃었다.“서경에서 나 유천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유천? 처음 들어보는데?”유천은 그 말에 안색이 완전히 굳어졌다.“좋게 해결하려고 했더니 이렇게 건방지게 나오면 나도 더 이상 못 참지!”고기명도 이민혁의 도발에 더욱 화가 났다.“유 사장, 당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유천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장사꾼인지라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면서 차갑게 말했다.“고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는 거야? 당장 이분들한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여기서 두 발로 걸어 나갈 수 없도록 만들 테니까 조심해!”이민혁도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다.“사과? 먼저 건방지게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 심기를 건드린 건 저놈들인데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지? 당신이 저놈들 정신 차리게 한다면 나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게. 그렇지 않다면 네 사람 모두 다시는 서경에서 발을 붙이고 살지 못하게 될 거야!”고기명과 친구들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유천에게 한마디씩 했다.“유 사장, 건방지게 떠드는 걸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아?”“유 사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저놈이 다시는 건방진 말을 못 하도록 당장 처리해!”하지만 유천은 오랫동안의 사업 경력으로 보아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반응하는 이민혁이 믿는 구석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리고 그는 이민혁을 떠보기로 마음먹었다.“젊은이, 쓸데없는 유혈 사태는 피해야 하지 않겠어? 당신이 강호 쪽 사람이라면 얼른 이름을 말해.”이민혁은 그 말에 유천을 더 비웃었다.“당신 보아하니 강호 쪽 사람인 것 같은데 어디 함부로 겁도 없이 내 이름을 묻는 거지?”유천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당신 설마 민씨 가문에 대해서 아는 거야? 장호에 대해서 아는 거야?”“그럼, 네가 민씨 가문의 사람인 건가?”하지만 유천은 쉽게 답할 수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 민씨 가문이 정씨 가문,
고기명은 마설현이 계속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더 이상 볼 것 없으니 그냥 때려!”그 말에 노호와 석한은 술병을 집어 들고 이민혁을 에워쌌다.마설현은 놀라서 소리쳤다.“뭐 하는 거야! 경찰에 신고할 거야!”백수민은 마설현을 끌고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너 미쳤어? 그냥 겁주는 거잖아! 설마 무슨 일 있겠어? 학교에 알려지면 복잡해지니까 빨리 돌아가자!”그녀들이 나가자, 이민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친구 여동생 앞이라 너희들 체면을 세워줬더니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알고 까부는 거야?”그 말에 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제기랄, 아무것도 아닌 놈이 죽지 못해서 안달 났네!”이민혁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발로 고기명을 구석으로 걷어차 버렸고, 소파에 천천히 걸터앉으면서 말했다.“이놈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제멋대로 날뛰네!”노호와 석한은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멍해 있었고, 고기명은 괴로운 듯 얼굴을 감싸 쥐면서 발악했다.“감히 날 때려? 넌 오늘 끝났어!”“그래, 네가 뭘 하든 기꺼이 상대해 줄게.”이민혁은 남자들이 돈만 믿고 싹수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소롭게만 느껴졌다.이때, 고기명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누군가에게 급히 연락했다.“유 사장, 내가 황족 노래방에서 어디서 나타난 건지도 모르는 놈한테 맞았는데 당신은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지?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처리할 줄 알아!”잠시 후, 고기명은 전화를 끊고 이민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넌 끝났어! 오늘 널 내 앞에 무릎 꿇게 못 하면 내가 네 성을 따르지.”“하하하! 난 너같이 재수 없는 아들을 둘 생각이 없는데?”고기명은 계속되는 비꼬는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딱 기다려! 유 사장이 오고 나서도 당당할 수 있는지 보자고!”“유 사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너 같은 놈이 알 수가 없지! 유천이라고 황족 노래방의 대표이자 서
고기명은 썩은 웃음을 한번 짓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서경에서 누가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내가 만든 자리를 망치려고!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그러자 백수민이 마설현에게 말했다.“설현아, 네 맘은 알겠지만 더 이상 고 대표님 심기 건드리지 말고 빨리 보내.”백수민은 고기명과 친구가 된 반년 동안 그의 주변 부자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그에게서 값비싼 선물과 돈도 받았었다.그녀는 젊고도 돈 많은 부자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 해서든 고기명의 마음을 사로잡아 남은 인생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려고 마음먹었다.그래서 백수민은 갑자기 나타난 이민혁 때문에 고기명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녀는 부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별 볼 일 없는 이민혁을 감싸고 도는 마설현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설현은 끝까지 방을 나가려고 했다.“됐어, 민혁 오빠랑 먼저 갈 테니 재밌게 놀아!”마설현과 이민혁이 방을 나가려고 일어서자, 석한이 벌떡 일어나 크게 소리쳤다.“이민혁 씨, 오늘 당신이 두 발로 방을 빠져나간다면 내가 당신 성을 따르지.”마설현은 그의 선포에 놀랐다.“뭐 하려는 거야?”노호도 덩달아 일어나면서 소리쳤다.“네가 막무가내로 나오는데 우리도 네 체면을 세워줄 필요 없는 거 아니야?”그러자 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설현아,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너 먼저 가.”백수민은 당당한 이민혁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웃겨! 당신이 뭐라고 여기를 맡기고 가라는 거죠?”마설현은 무례한 백수민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민혁 오빠, 안 돼요! 같이 가야죠!”고기명은 계속되는 고집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설현, 그만해! 수민이만 아니었으면 진작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이때 김하늘과 우하영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일어나서 말렸다.“설현아, 그만해! 고 대표님도 진정하시고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헤어지고 다음에 기분 좋게 또 마셔요.”백수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마설현의 말에 세 남자는 서로를 한 번 쳐다보았다.노래를 부르던 남자가 마이크를 내려놓고 소파에 앉으면서 이민혁에게 물었다.“설현이 친구면 뭐라고 불러야죠?”“이민혁입니다.”그러자 백수민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마설현에게 말했다.“마설현, 사람이 왔으면 네가 소개를 해줘야지.”“아는 사이에 그냥 놀면 되지 무슨 소개가 필요해.”백수민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민혁에게 말했다.“그러면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수민은 노래를 부르던 남자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이분은 JS그룹의 고기명 대표님이신데 자신이 600억 원 정도 되고 저와는 오래된 친구 사이입니다.”“고 대표님, 안녕하세요.”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고, 고기명은 그저 웃기만 했다.“그리고 이분은 HT그룹 노호 사장님이시고 연봉이 6억 원 정도 되십니다.”“노 사장님, 안녕하세요.”“마지막으로 이분은 음료를 만드는 에너지 회사의 석한 대표님이시고 연간 매출이 100억 원이 넘습니다.”“석 대표님, 안녕하세요.”백수민은 소개를 하면서 자기가 이러한 고위계층의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어깨가 으쓱했다.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고기명이 물었다.“이민혁 씨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지금은 별일 없이 한 기업의 잔심부름을 하고 있습니다.”이민혁은 KP그룹에서 아직 제대로 된 직함이 없어 잔심부름을 해준다고 말했다.고기명은 그를 비웃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테이블 위의 양주 몇 병을 가리켰다.“이민혁 씨, 테이블 위에 있는 이 술들이 가격이 얼마인지 아시나요?”이민혁은 어깨를 한번 들썩이더니 말했다.“글쎄요, 제가 양주는 잘 안 마셔서 모르겠네요.”고기명은 계속 비꼬면서 말했다.“양주 몇 병에 600만 원 이상이 나오니까, 오늘 전체 소비가 적어도 1000만 원은 나오겠네요.”이민혁은 고기명의 돈 자랑에도 끄떡없이 웃으면서 말했다.“역시 사장님들이라 그런지 규모가 남다르시네요, 대단하세요!”이민혁이 살짝 비꼬면서 말하자, 고기명의 얼굴이 급
남지유는 이민혁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민혁 씨, 또 무슨 일이에요?”이민혁은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마장현의 여동생이 급한 일이 생겼다고 연락이 와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그녀는 얼굴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면서 이민혁의 팔을 붙잡았다.“그래요, 선영이랑 좋은 시간 보냈으니, 이제는 대학생을 만나러 가는 건가요?”이민혁은 그녀의 말이 황당하기만 했다. “무슨 소리예요? 친구 동생일 뿐이에요.”남지유는 이민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계속 물었다.“그럼, 중해에서 선영이랑 무슨 일 있었던 거죠?”이민혁은 황급히 답했다.“맹세하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선영이도 민혁 씨랑 같은 생각이었을까요? 그래도 명색에 연예인이잖아요.”이민혁은 몹시 당황했지만, 더 이상의 해명을 하지 않고 급하다는 핑계로 빠져나왔다.“설현이가 지금 급하다고 연락이 와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남지유는 이민혁이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소파에 기대어 한숨만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오선영이 이민혁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민혁이 중해에 가 있던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속 시원하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서 엄청 괴로웠다.이민혁의 공식 여자 친구로서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들을 대하고 싶어도 엄청난 능력과 매력을 겸비한 이민혁을 여자들이 결코 가만히 놔두지 않아 신경 쓰이고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그럼에도 남지유는 자기의 선택을 원망도 후회도 할 수 없었고 이민혁을 믿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한 후, 소파에 누운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이민혁은 떠나기 전, 그는 마설현에게 문자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마설현의 말로는 백수민이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 자기를 포함한 세 명의 룸메이트를 데리고 나갔고 백수민의 친구들이 2차로 기어코 노래방을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고 했다.하지만 과음으로 인해 수위와 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