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석지원의 어깨를 툭툭 쳤다.“반장, 너무 많이 변했다.”말을 마치고 이민혁은 몸을 돌려 손여진과 함께 자리를 떴다. 두 사람은 그렇게 유유히 골프장을 나섰다.정원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고는 싸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나가서 오늘 밤에 있었던 일을 함부로 지껄이고 다니면 내가 가만히 안 둘 줄 알아.”모두 몸을 움찔하자 정원도 그제야 자리를 떴다.그때, 유현승도 몸을 흠칫 떨었다. 마치 방금 꿈에서 깨어난 듯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리고 그제야 그는 자신의 존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강영훈, 장우진, 정원, 이 모든 사람은 언제나 그를 짓밟아버릴 수 있다.게다가 자신이 제일 만만하게 보았던 젊은이가 사실 알고 보니 가장 무서운 존재였다. 지위가 높은 정원마저 그의 앞에서 허리를 숙이며 각하라고 불러야 하니 말할 것도 없다.그 순간, 유현승의 모든 오만함이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그리고 그는 넋이 나간 채 터벅터벅 자리를 떴다.한편, 석지원과 세 명의 여동창은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비록 이민혁은 정원과 우연히 아는 사이라고, 정원이 그의 체면을 살려준 것 뿐이라고 했지만, 이는 누가 들어도 상황을 얼렁뚱땅 넘기기 위한 변명이었다.정원과도 같은 신분을 가진 사람이 그토록 이민혁을 공손하게 대해야 한다면 이민혁의 신분은 당연히 정원을 한참 뛰어넘을 것이다.그런데 그들은 순진하게 줄곧 이민혁을 일자리 하나 없고 생각 없이 먹고 사는 망나니로 생각해온 것이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들은 당장이라도 자신의 뺨을 후려갈기고 싶어졌다.결국, 그들도 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골프장을 떠났다.그제야 골프장의 사장과 매니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무서워 죽을 뻔했네요. 저분은 대체 누구이길래 정 대표님도 허리를 숙여야 한단 말입니까?”매니저가 후덜덜 떨려오는 심장을 부여잡고 묻자 사장인 장지호가 눈살을 찌푸렸다.“함부로 알아보고 다니지 마. 모르
그러자 택시기사도 발끈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당장 돈 내. 택시를 타고 돈을 안 내겠다고? 이건 억지지.”이 택시기사도 능구렁이였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서경의 곳곳을 누비며 골프장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부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게다가 그는 이민혁에게 나는 술 냄새를 알아채고 곧바로 계산기에 손을 댄 것이다. 게다가 그는 한눈에 이민혁과 손여진은 부부 아닌 커플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이런 상황에서 만약 술에 취한 상태라면 가격을 신경 쓰지 않고 돈을 낼 것이다.하지만 취하지 않았다고 상관은 없었다. 일반적으로 여자친구 앞에서 대범한 흉내를 내고 싶거나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키기 싫어 얌전히 돈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그가 이런 짓을 하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고 십중팔구는 틀림없이 성공한다.하지만 이민혁은 애초에 취하지도 않았고 가격이 너무 터무니없이 비싸기에 당연히 바가지를 쓰고 싶지 않아 솔직하게 물은 것이다.그런데 택시기사가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자신에게 화를 낼 줄 몰라 이민혁도 순식간에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기사님, 이렇게 나오시면 제가 고소하는 게 두렵지 않으세요? 이렇게 나오신다면 가중 처벌을 받으실 텐데요.”그 말을 듣자 택시기사는 순간 멈칫하더니 다시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이 자식이 감히 차를 타고는 돈을 안 내려고 수작을 부려?”“태도 조심하세요. 저한테 겁주려고 이러시는 거예요?”이민혁이 계속하여 담담하게 말하자 쉽사리 넘어오지 않는 이민혁을 바라보며 택시기사는 곧바로 차에서 내려 차 문을 부술 듯이 닫고는 소리를 질렀다.“당장 내려!”약한 수법이 통하지 않으니 택시기사는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물론 이것 또한 그들의 수법 중 하나였다.같은 시각, 집으로 올라가려던 손여진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는 다급히 돌아왔고 이민혁도 마침 차에서 내렸다.손여진:“무슨 일이야?”“저놈이 요금 계산기로 사기 칠뿐만 아니라 지금 날 협박하고 있어.”이민혁이 피식 웃으며 말하자 손여진은 그 말을
그러자 택시기사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속으로 생각했다.이 녀석, 생각보다 꽤나 끈기가 있는 놈이다. 하지만 오늘 반드시 이 두 사람에게 제대로 겁을 주고 돈을 받아내야 한다. 저 둘이 만약 신고라도 한다면 택시기사는 벌금까지 물어야 하니 얻는것보다 잃는 게 훨씬 많은 장사일것이다.하지만 택시기사도 무서울것이 없었다. 이 짓을 못해본것도 아니고 그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들고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너희들 딱 기다려.”말을 이어가며 그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한참을 말하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호들갑을 떨었다.“내 친구들 다 엄청난 놈들이야. 그때 가서 내가 알려주지 않았다고 원망하지나 마.”택시기사에게는 그처럼 이런 더러운 일을 하는 기사 친구들이 몇몇 있었다.특히나 외지인을 만나면 종종 그들의 돈을 가로챌 수 있는데 그 돈의 금액은 하루 종일 뛰어다니며 벌 수 있는 금액이었다. 하여 그들은 항상 서로 도우며 사기를 치고 다녔던 것이다.물론 그들도 일부러 만만한 사람들을 찾아 사기를 치곤 했다. 특히나 이민혁과 손여진처럼 결혼을 안 한 상태의 남녀는 마지막에 결국 돈을 내놓기 마련이기에 그들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만약 차에 탄 사람이 몸집이 우람한 남성들이라면 그들도 사기 칠 엄두를 내지 못한다.이민혁은 피식 냉소를 터뜨리며 택시기사를 안중에도 두지 않은 채 안수연에게 문자를 남겨 자초지종을 설명하고는 그녀더러 사람을 데리고 와달라고 부탁했다.정부 측의 사람들이 얼굴을 비춘다면 택시기사에게도 제대로 겁을 주고 그도 손여진의 폐를 끼칠 생각도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건 후환을 없애고 동시에 택시기사에게 혼쭐을 내주어 앞으로 다시는 사기를 칠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네 대의 택시가 달려왔고 네명의 기사가 차에서 내리더니 순식간에 이민혁과 손여진을 둘러싸고는 언성을 높여 욕지거리를 내뱉었다.“어떻게 된겁니까, 주 형님?”그러자 주 형님으로 불리운 택시기사가 즉시 답했다.“이 두 사람이 차를 타고는 돈을 안
바람을 가로지르며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차량을 바라보며 주 기사와 그의 네 명의 동료들은 전부 순식간에 넋이 나가고 말았다.그들은 특근들도 무서워하지 않았지만 제일 무서운 건 교통관리부의 사람이었다. 만약 교통관리부의 사람들에게 걸린다면 정말 제대로 처벌을 받게 된다.하지만 그에게는 관리부에서 출근하는 친척이 있었기에 교통관리부도 그렇게 무서워하는 편이 아니었다. 전에도 두 번 정도 신고 당했을 때 친척이 그를 도와 사건을 덮어주었었다.바로 그때 안수연이 열몇 명의 특근을 데리고 확 다가와 순식간에 몇 명을 둘러쌌다.“듣기로는 누가 여기에서 시비를 건다면서요?”안수연이 미소를 띤 얼굴로 몇 명의 택시기사들을 바라보자 그들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었다.“어떻게 된 일입니까?”안수연이 다시 물었다.그러자 이민혁이 허허 웃으며 사건의 경과를 자세히 말해주었다. 안수연은 그의 말을 다 듣고 난 뒤 피식 웃으며 이민혁을 가리켰다.“대표님께도 이런 날이 다 찾아오네요?”“이게 지금 무슨 말이야. 네 신분을 명확히 해. 넌 지금 특근이야.”이민혁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사실 안수연도 일부러 이민혁을 놀리려고 한 말은 아니었다. 그저 이민혁을 건드린 이놈들이 너무 눈치가 없어 헛웃음이 나온 것이었다. 이민혁이 그렇게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나?이윽고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기사들을 바라보며 호통쳤다.“어떻게 된 일이죠?”“저, 저놈이 차를 타고 돈을 안 냈습니다.”주 기사는 조금 전의 가오는 어디 갔는지 말까지 더듬기 시작했다.그러자 안수연이 피식 냉소를 터뜨렸다.“그렇습니까? 그런데 전 왜 사기를 친 것도 모자라 길거리에서 시비를 걸고 협박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제보를 받았죠?”“그건 아닙니다.”주 기사 황급히 부인했다. 이런 죄는 크게 부풀려질 수도 있고 작게 넘어갈 수도 있는데 잘못하면 몇 개월 동안 감옥에 갇히게 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그때 두 사람이 교통관리부 차에서 현장에 다가왔고 선두에 선
“쉽지 않긴 하지.”이민혁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런데 쉽지 않다고 사람을 남을 속이고 사기 칠 수 있는 건가? 제 50만 원도 조금 전에 보내줬는데 만약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게 담이 작은 사람이었다면 그냥 이대로 돈을 뺏기겠지?”그러자 주 기사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제가 잘못했습니다. 돈은 지금 바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제발 한 번만 봐주십시오.”“당신 같은 사람들은 영원히 교훈을 섭취하지 못하고 영원히 버릇을 고치지 못할 거야. 그냥 이번에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시죠. 앞으로 또 누구한테 사기 칠 줄 알고.”이민혁이 담담하게 답했고 이윽고 안수연의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모두 데려가.”그러자 열몇 명이 되는 특근들이 우르르 달려와 주 기사 등 사람들을 차로 압송한 뒤 안수연의 명령대로 그들을 특근 대대로 끌고 갔다.이윽고 교통관리부의 차량이 와 5대의 택시를 전부 끌고 갔다.손석우는 안수연과 그 자리에서 작별인사를 나누고는 특별히 이민혁을 다시 한번 힐끔 바라보고 그의 용모를 기억해두었다.비록 아직은 이민혁의 신분을 잘 모르지만 안수연이 직접 나서 그에게 전화까지 하게 만드는 것을 보니 이민혁의 신분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그렇게 특근과 교통관리부 모두 자리를 떴고 안수연은 이민혁과 손여진을 번갈아 보며 웃어 보였다.“지금 데이트하시는 거예요, 오빠?”“헛소리하지 마. 이분은 내 동창이야.”이민혁이 안수연을 힐끗 노려보았다. 안수연도 서원과 똑같은 유형의 사람이었는데 입에서 고운 말이 나올 리가 없는 사람들이다.안수연의 놀림에 손여진은 얼굴이 빨갛게 물든 채 다급히 안수연에게 말했다.“감사합니다, 안 대장님.”“에이. 아니에요. 그럼 전 이만 실례하겠습니다.”안수연이 웃으며 자리를 뜨려 하자 이민혁이 다급히 그녀를 불러 세웠다.“나도 데려가.”손여진은 손을 저어 그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이민혁은 안수연의 차에 올라타 함께 해호섬으로 향했다.“정말 죄송한데 한 번만 더 실례하자면 동창분
이민혁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천천히 방 안에 들어가 소파에 앉은 뒤 담배에 불을 붙였다.“강림시 안씨 가문이라, 난 왜 들어본 적이 없지?”“그럴 리가요?”백오경이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진무도 강림시 안씨 가문은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가문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가문의 사람들은 무술을 배우며 수련하고 가주인 안승주는 영경 중기의 고수입니다. 그리고 듣기로는 가문 중에 노조 한분이 폐관수련 중이라고 합니다. 비록 가문 특성상 세사에 관심이 없다지만 실력은 매우 강한 가문입니다.”이민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반박했다.“영경 중기일 뿐인데 호들갑 떨 필요 없어. 그리고 언제부터 그곳의 유적이 안씨 가문 영역이 된 거지?”“단지 안씨 가문이 거주하고 있는 뒷산에 있을 뿐이지 그들의 소유는 아니긴 합니다.”백오경이 답하자 이민혁은 다시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럼 됐잖아. 안씨 가문 소유가 아니라면 걱정할 게 뭐가 있어.”“말은 그렇지만 안씨 가문에서 가만히 놔두지도 않을 것 같단 말입니다.”그러자 이민혁이 콧방귀를 뀌며 입을 열었다.“그때 가서 정말 우리를 내쫓으면 다시 말하 더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유적을 탐색하는 일에 대해 이민혁은 상당히 관심이 많았다. 만약 정말 제물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걸로 완전히 대박 날 수 있는데 그가 어떻게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있겠는가.백오경은 이민혁을 한번 흘끔 쳐다보고는 더는 할 말이 없었는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결국, 두 사람이 함께 길을 떠나고 운전은 백오경이 맡고 이민혁은 조수석에 앉아 눈을 감고 수양하였다.강림시는 진무도의 동쪽에 위치하였는데 800km 이상 떨어져 있어 시간이 꽤 걸려야 했다.그렇게 백오경이 몰고 있는 차가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강림시를 향해 달려갔다....같은 시각, 강림시 해영산 밑에 있는 안씨 가문 마을.이곳은 마을 사람들 모두 성이 안씨였고 편벽한 해영산 밑에서 살고 있어 세상과 거의 격리된 채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점심 무렵, 족장인 안승주
가문에 성역이 출현한다는 것은 흥망의 시작이 될 것이다.성역의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고 성역의 수명대로라면 300년 정도는 더 살 수 있는 생명력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더욱 많은 시간을 갖게 되어 더욱 높은 경지를 뚫을 수 있는 것이다.그러나 성역에도 진정한 강자들만의 분수령이 존재한다. 성역의 눈에는 성역 아래는 모두 개미와도 같은 존재이고 성역은 현재의 수행자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이다.안승주는 더없이 설레는 마음으로 부족 사람들을 데리고 순례와 같은 마음을 안고 깊은 산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이 곧 그들 안씨 가문이 진정으로 일어설 수 있는 날일 것이다.그리고 오후 4시가 넘어 백오경과 이민혁이 마침내 강림시에 도착했고 그들은 서둘러 식사를 마친 뒤 곧바로 해영산으로 향했다.반 시간 뒤, 두 사람은 드디어 해영산 아래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러자 백오경이 차를 세우며 입을 열었다.“조금만 더 가면 안씨 가문 마을입니다.”“무서울 게 뭐가 있어. 그냥 지나가면 되지.”이민혁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그러자 백오경이 한숨을 내쉬며 난감하다는 듯 답했다.“형님이야 무섭지 않으시겠죠. 그런데 안씨 가문 마을 사람들은 전부 수련자이고 비록 안승주를 포함한 몇 명만 영경에 진입했지만 그래도 사람이 많으면 그만큼 우세이지 않겠습니까. 만약 그 사람들이 우리를 가로막는다면 정말 그들과 싸울 예정입니까?”“왜 이렇게 잘 아는 거지? 설마 전에 저 사람들과 접촉한 적이 있는 거야?”이민혁이 의심쩍은 눈빛으로 묻자 백오경이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솔직히 말해서 전에 이곳으로 여행을 오면서 마주친 적이 있는데 저 사람들은 해영산을 사적 영역으로 생각하고 낯선 사람들을 들여보내지 않더군요. 그래서 전 산속에 뭔가가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몰래 숨어 들어가 봤죠.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정말 유적을 발견해버렸죠. 그런데 제 실력으로는 들어갈 수 없으니 다시 몰래 빠져나왔습니다.”“드디어 솔직하게 털어놓네.”이민혁이 허허 웃으며 입
청포를 입은 노인은 무릎을 꿇고 자신에게 절을 올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길게 탄식하고는 중얼거렸다.“어느새 50년이 지났고 드디어 성역에 발을 들였구나. 선조 님의 가호에 감사드립니다.”이 사람이 바로 안씨 가문에서 아직 살아있는 노조인 안요한이다. 그는 130살이라는 나이에 드디어 성역에 진입하게 되었고 진정한 강자가 되며 300여 년의 수명을 더 얻게 되었다.긴 탄식을 내뱉은 뒤 안요한은 부족민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모두 일어나시오.”모두가 일어나고 저마다 안요한을 둘러싸 그를 살뜰히 보살폈다.이윽고 안요한의 눈빛이 안승주에게 머무르더니 그는 불만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어떻게 아직도 영경 중기에 머물러 있느냐? 정말 조금의 돌파도 없는 게냐?”“제가 아직 너무 부족하여 아직도 중기에 갇혀 돌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안승주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궜다.안승주도 겉보기에는 중년 남성으로 보이겠지만 사실 그 역시 70살을 훌쩍 넘겼고 그의 아버지는 영경에도 진입하지 못해 일찍이 세상을 뜨고 말았다. 비록 안승주가 안씨 가문에서 최고의 수행으로 족장이 되었지만, 안요한 앞에서는 촌수로든 수행이든 그도 그저 손자뻘일 뿐이고 혼날 몫밖에 없었다.그러자 안요한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불만을 표했지만 곧이어 다시 입을 열었다.“됐다. 오늘 내가 성역에 진입하며 마침 유적의 길을 열기 시작했으니 만약 어디에서 괜찮은 물건을 발견하게 되면 그때가 우리 안씨 가문이 번창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노조의 말씀에 일리가 있습니다. 우리 안씨 가문이 몇백 년 동안 유적을 지켜온 것이 다 지금을 위한 일 아니겠습니까.”안승주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본래 수백 년 전 안씨 가문의 선조 한 명이 이곳으로 왔다가 우연히 유적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강대한 봉인이 덮여있어 성역 급이 되는 힘이 있어야만 봉인을 열 수 있는 것이었다.일반적으로 이런 곳은 고대의 수행자가 남긴 보금자리와도 같은 곳이기에 그중에는 분명 좋은 물건이 가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