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의 일인자인 양정국마저도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것 같았다.그는 그대로 머리를 조아리며 김예훈에게 사죄하였다.“제 잘못입니다. 모두가 제 불찰입니다! 제가 모자라서 제 아랫사람들을 잘 교육하지 못한 탓입니다! 이것들이 김예훈 씨와 만나게 한 것도 제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그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네?!”현장에 있던 모두가 이 광경을 보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다.그들은 양정국이 김예훈의 뒷배라고만 생각하였다.그런데 성남시의 일인자마저도 김예훈의 앞에서 이토록 공손하게 머리를 조아리며 그 어떤 변명 없이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손혁오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고 말았다!왕태호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이도운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손영지는 상황파악조차 덜 된 것 같았다!모두가 하나같이 그 자리에서 뇌 정지 온 사람들마냥 서 있기만 하였다.김예훈의 신분이 이 정도로 높을 줄은 그 누구도 상상조차도 해보지 못한 일이었다.김예훈을 바라보는 손혁오의 눈빛에는 공허함과 애절함이 담겨 있었다.방금전까지 그저 별 볼 일 없는 데릴사위었지만 지금은 경기도의 하정민까지 관심을 쏟고 있는 사람이라니?그 시각 손영지는 온몸이 너무 떨려 자신이 하려던 말까지도 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그녀는 자신이 어떤 사람을 건드렸는지 안 것 같았다.그리고 이렇게 큰 트러블은 자신뿐만이라 손씨 집안의 사람 전체가 져야 할 책임이라는 것도 말이다.“당신들 사람들은 당신들이 알아서 데려가시고 다시는 이런 일로 엮이는 일 없었으면 해요!”말하는 김예훈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담담하였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양정국의 체면은 그래도 세워주어야 했다.양정국이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시고 돌아가세요, 제 사람들은 자를 사람은 자르고 몽둥이를 들어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몽둥이도 들 거예요! 다시는 저들이 앞에서 얼쩡대는 일 따위 만들지 않을 거예요!”김예훈이 입을 열었다.“나를 건드리는 게 아니라 다시는
“털썩!”손혁구는 제일 먼저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털썩!”“털썩!”“털썩!”교장과 그 외의 이사진들도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는 절망적인 표정을 하고 있었다.성남 교육청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른다는 건 결국 그들이 교육청에서의 커리어도 막을 내렸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었다.이건 그들이 생각한 끝이 아니었다.“너, 너, 너! 그리고 너도! 학생으로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학교에서 엉뚱한 소문만 내고 다니다니! 너희들 다 처벌이야! 그리고 정학 한 달이야!”주현강의 말을 들은 단상 아래에 있던 손영지 일당들은 얼굴이 창백해져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그들은 학교에서 쫓겨나지 않았지만 한 달 정학에 처벌까지 도대체 집에 가서 어떻게 자신들의 부모한테 말을 할 것인가!그리고 이건 앞으로의 시험과 취업에도 영향이 아주 크게 미칠 것이다!하지만 이건 그들이 자초한 일이었고 옆에서 지켜보던 학생들은 그 어떤 동정도 하지 않고 있었다.“그리고 손학철, 손영지 두 사람은 지금부터 징계를 내릴 텐데, 너희 둘은 학교에서 퇴학당할 거야. 그리고 지금 바로 정소현 학생에게 사과해. 안 그러면 성남 그 어느 학교에서도 너희들을 받아주는 데는 없을 거야!”손학철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온 집안이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있었다.“저희가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소현 학생, 우리 좀 봐줘요! 다시는 안 그럴게!”손학철의 어머니는 머리를 땅에 박으며 사죄하였다.그들은 오늘 정소현이 자신들의 사죄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그 어떤 후폭풍이 닥쳐올지 알고 있었다.자신의 앞에서 용서를 비는 그들의 모습을 본 정소현은 마음이 약해져 그 어떤 말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손혁오와 손영지가 서로 눈을 마주쳤다.손혁오는 갑자기 발로 자기 딸을 걷어찼고 바닥으로 밀어버렸다.그러고는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이를 악물면서 무릎을 꿇었다.“털썩!”다른 사람들이 무릎을 꿇을 때는 그렇게 놀랍지 않
“아닙니다!”김예훈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너희 같은 속물은 세상이 너희들 위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거지?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고 너희 눈에 잘못 띄면 그날로 파리 목숨 취급이나 하고? 너희 같은 사람들에게 용서는 가당치도 않아! 손혁오,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서 전해. 똑바로 전하지 않으면 10일 안으로 너희 손씨 가문은 끝장이라고! 지금 당장 꺼져!”말이 끝나자 손혁오 부녀는 빠르게 자리를 떴다.그들은 오늘의 이 일로 인하여 자신들의 가문까지 책임을 져야 할 줄은 몰랐다.그들은 돌아가서 오늘 있은 일에 대하여 빠짐없이 보고하여야만 하였다. 자신들의 가문을 위해서!...단상 위.주현강은 눈앞의 광경을 보고는 김예훈의 신분이 너무도 막강하다고 생각하였다.자신의 한 선택에 대하여 다시 한번 감사를 느끼면서 말이다. 안 그러면 지금 자신의 자리도 지키지 못하였을 것이다.김예훈의 살기 어린 눈빛이 원래대로 돌아오고서야 옆으로 가 입을 열었다.“김예훈 씨, 이제 어떡할까요?”“성남에서 어디가 교육 환경이 좋아요?”한참을 생각하던 김예훈이 입을 열었다.“성남 고등학교요, 여기 선생님들의 경력도 풍부하고요.”주현강이 대답하였다.김예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러면 소현이 학업은 여기서 계속하는 걸로 하죠. 그럼 소현이 부탁드릴게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거예요.”주현강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다.“네, 그럼요. 신경 쓰이지 않도록 제가 다 처리해 두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 자리를 걸고 약속드릴게요. 지금부터의 성남 고등학교는 제일 공평한 대우와 우수한 교육과 질서를 수립하는 학교가 될 거예요!”“그리고, 저분 좋은 선생님이 될 것 같네요.”김예훈의 눈길은 방금까지 떨고 있던 이예운에게로 향하였다.그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다. 손영지의 신분을 알고서도 자기 학생을 위해서 목소리를 내주었으니 말이다.이예운은 선생으로서 참으로 괜찮은 사람이었다.주현강은 놀라며 천일강을 마주 보았다.천일강은
“그럼요,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실망하게 해 드리는 일 없을 거예요!”주현강은 그 어느 때보다 벅차 있었다.그도 자신의 인생이 이런 방식으로 제2막을 맞이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모든 일이 마무리되고 정소현도 걱정 없이 돌아가서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예운 같은 좋은 선생님이 있어서 안심되었다.김예훈은 차로 돌아가 차 문을 열고 떠나려고 준비하려는데 어디서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려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바라보니 발갛게 상기 된 표정을 하고 이예운이 김예훈 옆으로 다가왔다. 보통의 눈빛을 하고 있는것 같았지만 왠지 다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무슨 일이라도?”김예훈이 물었다.이예운이 앞으로 다가서며 입을 열었다.“김예훈 씨, 오늘 일 너무 고마워요. 김예훈 씨 아니었더라면 소현이 아마 견디지 못했을 거예요.”김예훈이 웃었다.“소현이 제 가족이에요, 감사를 드려야 할 사람은 저 같네요. 오늘도 우연히 들렸을 뿐이에요. 선생님께서 저희 소현일 위해서 목소리도 내주고 용기 있게 나서준 것에 대하여 감탄을 표하는 바에요.”김예훈의 말을 들은 이예운의 얼굴은 더욱 발갛게 물들고 있었다.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소현이는 제 학생이에요. 제가 대신 나서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단지 제 힘이 여기까지라 별 도움이 안 됐어요. 하지만 이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교장직을 맡고 있는 한 다시는 이런 풍기 문란이 저희 학교에서 발생하지 않을 거예요.”김예훈이 고개를 끄덕였다.“믿어요.”김예훈이 떠나려고 하자 한참을 머뭇거리던 이예운이 다시 입을 열었다.“김예훈 씨, 혹시 괜찮으시면 제가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은데요.”김예훈이 한참을 생각하다가 대답하였다.“그래요, 저도 마침 배고픈 참이었는데. 하지만 밥은 제가 사드릴게요.”“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오늘 제가 교장으로 취임한 첫날이기도 하고 밥은 제가 사드리고 싶어요.”이예운이 웃었다.그러자 김예훈은 웃을 뿐 거절도 하지 않았다
손지강! 벤츠를 타고 온 이 남자는 그 유명한 손씨 가문의 세자 손지강이었다.그가 이예운을 알고 있는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필경 손영지도 이예운 반 학생이었으니까.이예운에게 거절당하였지만 손지강은 사실 화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녀 옆에서 가만히 서 있는 김예훈에게로 시선을 옮겼다.“설마 이 남자 때문에 날 거절하는 건가? 이딴 싸구려 포르쉐를 타고 다니는 이 남자 차가 설마 내 차보다 좋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이예운의 미간이 좁혀졌다.“손지강, 이 차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그냥 단지 너랑 밥을 먹고 싶지 않아서야. 싸구려 똥차를 끌고 와도 이 사람과 저녁 식사 자리를 했을 거니까.”손지강이 웃었다.“이예운, 이건 나랑 해보자는 얘기로 들리는데! 전에도 알려준 거 같은데. 내 허락 없이는 그 어떤 남자도 너한테 접근 못한다고! 왜냐면 넌 내 꺼니까!”말을 내뱉는 손지강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오만하였다.이예운의 표정은 그 어느때보다도 어두워졌다.그녀는 사실 전에 관심 가는 남자도 몇 명 있었다. 하지만 몇 번의 만남으로 인하여 모두가 하나같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사실 지금까지 그녀는 모두 자신의 문제라고만 생각하였지만 오늘에야 그 이유를 알았다.손지강 때문이었던 것이다!성남에서 손지강을 연적으로 두고 그 누가 감히 경쟁에 뛰어들려고 하겠는가!그건 저승길로 가는 거나 다름없었다.“전에 만났던 그 남자들도 대단한 게 돈 몇 푼에 바로 꺼지던데, 그중에는 네 소꿉친구도 있었지 아마도? 가만히 보자, 여기 이 남자는 한 일억쯤이면 내 눈앞에서 꺼질 것 같은데... 이번에 네가 맘에 든 이 남자는 얼마를 줘야 떨어져 나갈까?”말을 하는 손지강의 눈길이 김예훈에게서 멈췄다. 그의 캐주얼한 모습을 보자 그가 박장대소를 터뜨렸다.“난 또 뭐라고! 렌터카로 허세나 떠는 놈이었어!”말을 마친 손지강은 지갑에서 수표를 꺼내더니 김예훈 얼굴에 뿌렸다.“이봐, 이거 가지고 꺼져. 다시 이예운 앞에 나타나면 그때는 다리를 부러뜨
김예훈의 말을 들은 손지강은 순간 멈칫하였지만 이내 알 수 없는 미소를 띠었다.“자식, 틀린 말 한 거 없네. 찐 사랑이면 돈을 더 추가해야지. 그래, 말해봐. 얼마를 원하는 거야?”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 이예운의 낯빛은 더 없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그리고 그녀는 김예훈이 돈 몇 푼에 자신을 팔아먹을 사람일 줄은 몰랐다.이내 김예훈은 손을 내밀더니 웃었다.손지강은 어리둥절하였지만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하였다.“햐 이 자식 봐라, 너무 하네? 설마 2억을 바라는 거야!”김예훈이 웃었다.“손세자 오해했네, 그거 아니야.”“20억?”손지강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분노하고 말았다.어디서 굴러온지도 모를 사람이 자신을 기회로 삼아 한 수를 노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열불이 났다.그리고 이예운을 보는 눈빛에도 경멸이 가득하였다.이게 겨우 네가 선택한 남자였어?눈에 돈 밖에 안 보이는 남자인데?김예훈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손지강은 깊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하였다.“설마 200억을 원하는 건 아니지? 이것 봐 적당히 해, 정도라는 게 있어. 내가 지금 여기서 이렇게 곱게 말하는 것도 다 이 선생 체면 봐서야.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적당히 해.”김예훈이 다시 한번 웃었다.“손세자,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방금 말하지 않았나? 사랑이라고! 그러니까 내가 떠나길 바란다면 1조는 준비해 와야 할 거야.”“풉!”옆에서 방금까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이예운은 참지 못하고 웃고 말았다.그녀는 그제야 김예훈이 그에게서 돈을 가질 뜻이 없다는 걸 알았으며 단지 손지강을 자신의 손바닥위에 놓고 갖고 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1조 현금?손지강뿐만 아니라 이런 금액이라면 손씨 가문에서조차도 가져올 수 없을 것이다.손지강의 표정은 그야말로 가관이었고 김예훈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감히 그를 이런 식으로 조롱하지 못할 것이다.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그 시각 손지강의 눈빛이 갑자기 변하였다.그리고는 웃으면서 물었다.“이름 뭐야?”
라운지 바.바 안은 젊은 사람들의 천지였고 많은 젊은이들이 먹고 마시기에 즐기기 충분한 곳이었다.주문을 마친 김예훈은 식사하기 시작하였다.하지만 김예훈 앞에 있는 이예운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하였고 음식조차 입에 대지 않고 있었다.“음식 식기 전에 빨리 드세요, 좀 있으면 먹을 수 없을 거예요.”김예훈은 말을 하면서 그녀에게 음식을 권하였다.이예운은 예의상 음식을 먹고 있을 뿐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왜요? 입맛에 안 맞아요?”김예훈이 물었다.한참을 머뭇거리던 이예운이 마지못하여 입을 열었다.“예훈 씨, 여기 손지강 명의로 된 곳이에요.”말을 들은 김예훈도 어리둥절하였다. 이런 우연이?김예훈이 어리둥절해하자 이예운은 그가 두려워서 그러는 줄 알고 더욱 목소리를 낮췄다.“예훈 씨, 빨리 식사하고 우리 일어나요. 손지강 얕보면 안 돼요, 그래도 명색에 일류 가문 손씨 집안 세자인걸요.”“오늘 손씨 가문에 손혁오도 나한테 무릎 꿇었는걸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내뱉었다.이예운이 미간을 찌푸렸다.“달라요, 손혁오가 손씨 가문의 사람으로 불리고는 있지만 그 이상은 아니에요. 하지만 손지강은 달라요, 그는 손씨 가문의 세자이며 손씨 가문의 90퍼센트 이상을 움직일 수 있는 힘도 가지고 있다고요. 그리고 어디선가 들은 적 있어요. 경기도 조직 보스들과 군에도 그의 세력들이 있다고요. 손지강과 손혁오의 차이점은 하늘과 땅 차이예요.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우러러도 볼 수 없는 존재들이겠지만 그 둘 사이에는 차이가 엄청나게 난다고요.”김예훈이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그렇게 차이가 커요?”이예운이 한숨을 내쉬었다.“혹시 성남시 출신 아니세요? 그래도 적어도 김세자에 대해서는 들으셨죠?”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 이게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이예운이 계속하여 입을 열었다.“김세자 그 분은 이미 삼 년 전에 경기도의 일인자가 되었어요. 그때 이미 김씨 가문의 90퍼센트 이상의 권력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그 이후에 김씨 가문을 더
잠시 후, 정장을 한 남성들이 손지강 옆으로 다가왔다.“세자님, 이미 조사 끝마쳤습니다.”“이 남자 차 어느 그룹 명의로 되어 있었습니다. 소유주는 한 여성분 이름이었고요. 그러니까 렌터카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그리고 이 사람 이름으로 조사해 보니 아마 데릴사위 같아 보였습니다.”“그리고 다른 자료들은 아마 내일까지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남자의 설명을 듣고 있던 손지강은 콧 방귀를 꼈다.“렌터카를 가지고 온 데릴사위 따위가 감히 이 세자의 여자를 탐내? 아니 필요 없어, 이런 사람한테 시간 낭비할 필요 없어.”말을 마친 손지강은 그대로 방문을 열고는 김예훈과 이예운이 앉아 있는 자리로 발길을 옮겼다.“휙!”몇 장의 지폐가 김예훈이 앉은 테이블 위로 떨어졌고 그 때문에 야채즙이 튀어나와 김예훈의 옷은 금세 더러워졌다.김예훈이 고개를 들자, 손지강이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김 씨, 당신에 대해서는 이미 다 알아봤어. 당신이 어떤 주제인지는 나보다 더 잘 알 거야! 이 돈 가지고 꺼져!”김예훈은 천천히 젓가락을 놓더니 담담하게 내뱉었다.“여기 이 음식은 내 앞에 계시는 이분이 사는 거야. 가치가 높은 음식을 당신이 망쳤으니 배상해야 할 거야.”손지강이 웃었다. 그가 손을 들어 사인을 주자 바 안이 금세 조용해졌다.“무슨 일이야?”“여기 분위기 때문에 온 건데 이게 다 뭐 하는 짓이야?”“이러면 계산 못 해!?”주위 고객들이 불만을 표하기 시작하였다.“의견 있는 새끼들 다 내 앞으로 나와!”손지강이 소리를 내 질렀다.소리를 지른 장본인이 손지강인 걸 보자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손 세자님이셨군요! 미안합니다. 저희가 실수했어요!”“손 세자님께서 일 보시는데 바로 불 켜야죠!”“빨리 손 세자님을 도와줘!”얼핏 보아도 손지강의 사람들이 적지 않아 보였다.그리고 손지강의 이런 행동은 속수무책이었다. 안 그러면 모두가 그의 행동에 이렇게 겁을 먹을리가 없었다.“탁탁탁!”의자에 앉아 있던 김
류서우의 편파적인 말투를 들은 나오키가 말했다.“류서우 씨, 제가 증언해 드릴게요. 저 자식이 바로 제 아들딸을 죽이고 한일 관계를 파괴한 놈이에요. 그리고 여기 쓰러져있는 일본인들도 전부 다 저 자식이 죽였어요. 살인마나 다름없는데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해요! 저런 사람이 죽지 않으면 한일 관계도 다시 호전될 수 없다고요.”나오키는 일본의 신성한 사무라이 정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다.어쩌면 비열한 것이 본모습이라 사무라이 정신은 그저 보여주기식일지도 몰랐다.남들이 믿기를 바라지만 자신은 절대 믿지 않는 그런 거짓말처럼 말이다.나오키의 진심 어린 호소에 류서우가 웃으면서 말했다.“나오키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집법 부대에서는 법에 따라 이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할 거예요. 자기 사람도 다스리지 못한다면 용문당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겠죠.”류서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 회장님, 정말로 반항할 준비가 되셨어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피식 웃었다.“반항? 만약 시비를 가리지 않고, 선과 악도 구분하지 못해 악당을 도와주는 것이 집법 부대의 스타일이라면 반드시 반항해야 하겠는데?”“이런 젠장! 어디서 이런 무례한 말을 하는 거예요! 용문당 집법 부대를 모욕한 죄로 더 큰 벌을 받아야 할 거예요!”류서우는 뒷짐을 쥔채 거만하게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지금 아셔야 할 것은 당신은 이미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거예요. 규칙이든 법도든 하나도 빠짐없이 위반했다고요! 그런데도 저희가 나서지 않으면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 것 같아요?”‘하찮은 회장 주제에 공손하게 대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도전장을 내밀어?’류서우의 마음속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과거의 회장들은 류서우를 보면 바로 굽신거렸는데 처음 보는 태도에 더욱 분노를 샀다.이 순간, 류서우는 허리춤에서 활을 꺼내 김예훈의 머리를 겨냥하면서 차갑게 말했다.“손 머리 위로, 무릎 꿇으세요!”“정말 구제 불능이네.”김예훈은 한숨을
류서우는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가 집법 부대를 대표해서 알려드리는데 무기를 내려놓고 나오키 씨한테 용서를 비세요. 그리고 저희 집법 부대에서 회장님을 어떻게 처리할지 기다려 주세요. 다시 마음대로 행동했다간 체면이고 뭐고 바로 체포할 거예요. 어차피 나오토 씨도 죽이고 세이이치로 씨도 죽인 건 사실이잖아요. 증거가 확실하고 사실도 명백하니 당신을 죽여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 같아요.”이때, 류서우의 손짓하나에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들이 활을 꺼내 김예훈을 겨냥했다.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뒤돌아 류서우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마치 자신을 싫어하는 듯 공격성이 강했다.하지만 집법 부대라는 말에 김예훈은 조금이나마 그녀가 이해되기도 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이후로 많은 사람의 이익을 해쳤기 때문이다.그리고 지난번 만남에서 집법 부대를 짓밟아버렸는데 그런 그들이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짓밟힌 상황에서도 류서우가 이렇게 대담하게 찾아온 것을 보면 신분이 심상치 않거나 용문당 몇몇 장로들의 후손일 가능성이 컸다.일반적인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면 김예훈 앞에서 아마 기침도 하지 못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쳐다보면서 말했다.“나오토는 내가 죽인 게 아니야. 확실한 증거도 있고, 증인과 물증도 충분한데 어떻게 내가 죄를 지었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거야? 세이이치로는 내가 나오토를 죽이지 않은 걸 알면서도 그 핑계로 나를 공격하려고 했고, 나는 그저 정방 방위했을 뿐인데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래? 나오키도 복수심에 불타서 고수들을 조직해 나를 포위하려고 했고, 이 많은 사람이 나 하나를 죽이려고 하는데 그것도 내 잘못이야? 루미코 역시 의사로 가장해 나를 암살하려고 했어. 타케이 가문에서 자꾸만 나를 괴롭히고 죽이려고 해서 나는 그저 나 자신을 보호하려고 정당 방위했을 뿐이라고. 집법 부대 제자 입장에서는 내가 무모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해? 넌 도대체 한국인이야? 아니면 일본인이야?
랜드크루저가 마당을 뚫고 들어온 순간, 누군가 차 문을 발로 걷어차면서 스무 명이 넘는 젊은 남녀가 동시에 차에서 내렸다.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거만하고 차가운 표정이었다.그중 앞장선 사마은 키가 거의 1미터 70이 넘는 긴 생머리 미녀였다.그림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있는 그녀는 세상 모든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녀는 왼손에 태블릿을 쥐고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무단으로 부산을 떠나 진주에 와서 살인 방화를 저지르다뇨! 저 류서우는 정말 회장님께서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네요. 제 발로 찾아왔으니 절대 이만 갈 생각하지 마세요. 죽고 싶지 않으면 무기를 내려놓고 무릎부터 꿇으세요. 그러면 목숨만은 구제해 줄게요.”김예훈은 이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너희들 누구야?”“용문당 집법 부대인데요?”아주 깔끔한 대답이었다.“저희 당주님께서는 회장님이 부산 용문당의 안위를 무시하고 일본 손님을 도발했다는 신고를 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진주에까지 와서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진주 기관은 당신 같은 사람을 용납할 수 없어요! 저희 용문당에서도 용납할 수 없고요!”“그래?”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용문당 4대 장로님이 지켜주는 집법 부대? 글쎄 왜 이렇게 거만하게 행동하는가 했네.”김예훈은 용인주의 체면을 봐서 부산 용문당 회장을 하기로 한 것이다.아니면 당주를 하라고 해도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도 해도 그의 앞에서 잘난 척할 자격이 없었다.“마침 잘 왔어. 내가 이따 나오키를 죽이면 바닥을 깨끗이 청소하고 현장 정리 잘해. 아무리 그래도 진주 호텔인데 사람이 죽으면 너무 불길하잖아.”김예훈을 차가운 말을 내뱉으면서 나오키를 죽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결국 뿌리를 뽑아버리는 것이 오늘 밤 그의 목적이었다.“김 회장님!”류서우는 결국 분노하고 말았다.“지금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세요? 저희 집법 부대는 당주님과 회장님을
퍽!바닥에 세게 부딪힌 나오키는 힘겹게 일어나려고 했지만, 체내에서 알 수 없는 힘이 휘몰아쳐 결국 피를 토해냈다.그는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이 순간 그는 대결로 모든 생명력과 잠재력을 소진했는지 아까보다도 더 늙고 초췌해 보였다. 나오키는 창백한 얼굴로 저항하지도 않고 비명을 지르지도 않은 채 서서히 무릎을 꿇었다. 오른손에는 여전히 검을 쥐고 있었다.아직 죽지 않았지만, 곧 죽음이 다가올 운명이었다.김예훈의 손에 목숨이 잡혀있었기에 그가 원한다면 뺨 한 대로 바로 목숨을 끝내버릴 수 있었다.“안 돼!”이 모습에 일본 고수들은 마음속 신이 무너진 것처럼 통곡했다.여전히 표정이 덤덤한 김예훈의 모습에 일본 남녀들은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손에 쥐고 있던 검을 하나둘씩 내려놓기 시작했다.진세은 역시 의심할 여지 없이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정신마저 혼미해졌다.김예훈이 나오키를 쉽게 무너뜨릴 수 있을 거로 생각지도 못했다.몇 명의 아름다운 일본 여성들은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을 막고 있었다. 무슨 소리라도 냈다간 함께 김예훈의 손에 죽을까 봐 겁이 났다.“네가 졌어.”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이미 말했잖아. 알아서 목숨을 내놓으면 체면 정도는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왜 내 말을 안 믿는 거야. 그런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퍽!김예훈은 단검을 나오키 앞에 떨어뜨리더니 피식 웃었다.“일본 사무라이들이 전장에 나가서 지면 알아서 목숨을 끊는다고 들었어. 그리고 항상 두 자루의 검을 가지고 다닌다지? 장검은 적을 죽이는 데 쓰이고, 단검은 자결하는 데 쓰인다고 들었어. 단검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내가 직접 빌려줄게. 네가 일본 최고의 사무라이 정신을 보여줄지 너무나도 궁금해.”이 말에 열몇 명의 일본 남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들은 그제야 김예훈이 전혀 용서할 마음 없이 뿌리까지 뽑아버리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런 제기랄! 끝까지 해봐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환각이 나타난 것처럼 나오키의 뒤에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귀신이 나타나 검을 들고 내리치는 것 같았다.이런 한방에 마음이 약하나 자는 바로 무너지기 일쑤였다.밖에서 그 기운을 느낀 진세은은 힘이 풀려 오줌을 지릴 뻔했다.쨍!이 순간,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나타나 나오키의 검을 막았다.쨍!김예훈은 멈추지 않고 뒤로 날아가 발이 바닥에 떨어질 때 뒤로 세 발짝 물러서 나오키의 검에 담긴 기운을 물리쳤다.“흥미롭군. 이제 막 무신 급에 접어든 실력이 아니야.”김예훈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음양술로 이 실력에 도달할 수 있는 거 보면 일본 국방부의 그 몇몇 무신들도 너의 상대가 안 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죽고 싶어서 억지로 장병급에서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무신 급으로 거듭난 거야? 이 대결이 끝나면 육체가 무너지고, 사람 전체가 망가질 텐데?”김예훈은 여전히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었다.그는 이러한 기이한 수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음양술, 주술 등을 이용하여 강제로 실력을 높이는 것은 자기 잠재력을 이미 소진하는 것과 같았다.특히 한 번에 큰 범위를 돌파하면 소진력은 더욱 무서웠다.나오키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대결이 끝나면 육체가 완전히 무너져서 병신이 될 수도 있었다.“김예훈, 너를 죽일 수만 있다면 죽어도 상관없어.”나오키는 차가운 표정으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다시 검을 들고 앞으로 나갔다.샤샥!나오키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또 한 번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완전히 방어를 포기한 상태라 오히려 빈틈을 드러내며 검을 휘둘렀다.샤샥!김예훈이 무심하게 휘두른 검은 정확히 나오키의 검에 부딪혔다.나오키는 부들부들 떨면서 어쩔 수 없이 뒤로 대여섯 발짝 물러났다.이순간 나오키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렇게까지 큰 대가를 치렀는데 맞은편의 김예훈이 이 정도로 쉽게 공격을 피해버릴 줄 몰랐다.이것으로
나오키는 김예훈의 폭넓은 지식에 놀라긴 했지만 더 이상 쓸데없는 말 하지 않고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돌진했다.나머지 열몇 명의 일본 고수들은 소리를 지르며 추문성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의미심장한 표정을 하고 있던 추문성은 진세은이 방금 바닥에 떨어뜨린 총을 집어 들고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퍽! 퍽! 퍽!여러 일본 고수가 피바다에 쓰러졌지만 다른 일본 고수들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여전히 소리를 지르며 돌진해 왔다.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진세은은 도망치고 싶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전혀 움직일 수 없어 본능적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이 시각, 김예훈과 나오키는 정면으로 승부를 겨루고 있었다.샤샥!나오키가 은빛 광채를 띠는 검을 앞으로 내리치길래 김예훈은 검으로 그의 천둥 같은 일격을 막아냈다.쨍!두 검이 부딪히는 순간 고막이 터질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나오키는 숨을 가쁘게 쉬면서 연신 뒤로 물러났다.하지만 김예훈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나오키를 바라보았다.“무신 급이네.”김예훈은 적잖이 놀란 모양이다.나오키가 종이 인형을 사용해서 실력이 업그레이드되어 무신 급이 될 줄 몰랐다.비록 오래 지속될 수도 없고, 그에 따른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무신 급은 엄연히 장병급과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예를 들어 오정범과 추문성이 젊은 층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긴 하지만 김예훈의 지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에 돌파구를 찾아 무신이 되는 것은 불가능했다.나오키가 이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일본의 음양술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존재한 이유를 알수 있었다.김예훈이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나오키는 이미 무표정으로 칼을 들고 다시 접근했다.일본 검도를 수련한 지 오랜 세월이 지난 나오키는 김예훈과 같은 상대를 상대할 때 그 어떠한 허세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매번 검을 내리칠 때마다 온갖 힘을 다해 휘둘렀다.쨍! 쨍! 쨍!무표정을 한 김예훈
어쨌든 나오키도 전설적인 인물로서 많은 풍파와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이다.하지만 자기가 직접 상속자로 지정한 아들이 눈앞에서 죽임을 당하자, 품위를 지키던 모습은 사라지고 극도의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세이이치로와 마찬가지로 신분을 밝혔는데도 이렇게 무례하게 행동하며 자기 아들을 죽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이순간 나오키는 분노로 들끓기 시작하면서 김예훈을 갈가리 찢어 죽이고 싶어했다.열몇 명의 일본 남녀들이 짐승처럼 포효하면서 검을 꺼내 언제든지 덮칠 준비가 되어있었다.오직 김예훈만은 무덤덤하게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추문성은 진작에 당도를 들고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진세은은 부들부들 떨면서 장례식장에서 빠져나갔고, 더 이상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었다.따라서 홍성파 정예 부하들도 얼굴이 창백해진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그 순간, 진세은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지만 마치 느끼지 못한 듯 계속해서 중얼거렸다.“이런 미친놈은 절대 건드리면 안 돼.”진세은은 차라리 진주 감옥에 있었으면 했다.평생 감옥에 갇히더라도 이 장면을 겪고 싶지 않았다.“이런 제기랄! 감히 내 앞에서 내 아들을 죽여? 죽여버릴 거야! 너의 온 가족도! 너의 조상님들도 모조리 무덤에서 파내서 뼈를 부숴버릴 거라고!”나오키는 검을 꺼내 앞으로 돌진했다.김예훈 역시 무심하게 검을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은 부모님의 잘못이야. 네 아들이 오늘날 이 지경에 이른 것도 네가 잘 가르치지 못해서 그런거라고. 일본인이 대한민국에 왔으면 고개를 숙이고 다녔어야 한다고 진작에 말해줬어야지. 네가 불만이 많다는 거 알아. 그렇다면 내가 공정하게 대결할 기회를 줄게. 하지만 너는 분명히 내 상대가 아니야. 그러니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좋을 거야. 나이를 잔뜩 처먹고 지는 것도 쪽팔리잖아.”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검을 들었다.쌍방의 원한은 이미 죽고 못 사는 지경에 이르렀다.마냥 좋은 사람이 되기 싫은 김예훈은
다른 타케이 가문 사람들은 김예훈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해도 나오키는 김예훈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다.예를 들어 부산 용문당 회장으로서 부산에 있을 때 야마자키파를 물리친 사실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때는 부산에 있는 야마자키파 중에 무신 급은 없었기에 김예훈이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나오키는 비참한 모습으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아들을 보면서 화를 내는 대신 차분한 모습이었다.김예훈은 그런 그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타케이 가문의 수장에 대해 아무런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고, 그저 약간의 호기심뿐이었다.‘장병급 주제에 대한민국에 와서 위세를 부려?’“이봐, 젊은이. 오늘 일은 여기까지인 걸로 해. 나오토 사건에 대해 이미 알고 있으니 일본대사관에 진주 경찰서에 잘 협조하라고 할게. 만약 네가 정말 억울한 거라면 내가 타케이 가문을 대표하여 한마디 하지. 절대 너에게 복수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리고 국제 경찰에 수배 신청도 내리지 않을 것이고.”나오키는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나 나오키는 타케이 가문의 수장이자 야마구치파의 장로로서 절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이만 가봐. 떠나기 전에 내 아들한테 사과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대가를 치러야 할 거 아니야. 안 그래?”나오키는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그의 신분으로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반드시 체면을 세워줄 거로 생각한 모양이다.죽어버린 타케이 가문 정예들에 대해서는 김예훈이 좋은 조건만 제시하면 따라서 없던 일로 해줄 수 있었다.“사과? 일본인 주제에 나한테 사과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발로 바닥에 있던 검을 두 동강 냈다.사람들이 반응할 틈도 없이 그중 한 조각은 세이이치로의 목구멍에 꽂히고 말았다.세이이치로는 부들부들 떨면서 목을 부여잡은 채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러다 서서히 바닥에 널브러져 숨을 거두게 되었다.그는 진주에 오고부터 타케이 가문의 상속자이자 야마구치파의
진세은은 총을 들어 올리려다 다시 움츠러들었다.김예훈이 추문성 덕분에 위세를 부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이순간 절망감에 휩싸이고 말았다.세이이치로는 얼굴이 찌릿찌릿한 느낌에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당연히 자존심, 자부심과 사무라이 정신마저 짓밟히고 말았다.김예훈은 휴지 한 장을 꺼내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닦으면서 말했다.“넌 나한테 안 돼.”다시 정신을 차리려던 세이이치로는 이 말에 다시 무너지고 말았다.사실 김예훈을 만나기 전에 그의 실력을 과대평가한 건 사실이지만 곁에 장병급 실력자가 있다고 해도 자기 상대가 안 될 거로 생각했다.그런데 뺨 한 대에 무너질 줄이야.야마구치파든, 타케이 가문이든, 실력자든, 김예훈의 소박한 뺨 앞에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세이이치로는 절망감에 휩싸였다고 해도 마지막 자존심 때문에 고개를 숙이지 않은 채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김예훈, 장난 아닌데? 그런데 나를 이겨서 뭐 하려고? 나는 진주에서 직접 모신 손님인데 나를 죽였다간 어떻게 보고하려고? 어떻게 사람들의 입을 막을 수 있겠어. 그래서 말인데 넌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나를 죽일 용기는 없을 거야. 지금 이 시대에서는 힘이 강하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수 있는 건 아니거든. 김예훈,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어.”“그래?”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앞으로 다가갔다.“네가 날 이렇게 도발하는데 죽이지 않고서야 내 체면이 서겠어?”김예훈의 미소에서 살기를 느낀 진세은은 부들부들 떨면서 누군가에게 전화했다.“뭐하는 짓이야!”바로 이때, 뒷문 쪽에서 위엄이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열몇 명의 일본 남녀가 검을 들고 문을 박차면서 들어왔다.조금 전의 일본인들과는 다르게 어마어마한 압박감을 풍기고 있었다.뒤이어 기모노를 입은 백발의 노인이 뒷짐을 쥐고 걸어왔다.추문성은 이 사람을 보자마자 숨이 가빠지더니 본능적으로 김예훈의 앞을 가로막았다.“아버지.”상대방을 확인한 세이이치로는 뻘쭘한 표정이었다.“나오키 어르신!”진세은은 기쁜 마음에 재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