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의 말을 들은 손지강은 순간 멈칫하였지만 이내 알 수 없는 미소를 띠었다.“자식, 틀린 말 한 거 없네. 찐 사랑이면 돈을 더 추가해야지. 그래, 말해봐. 얼마를 원하는 거야?”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 이예운의 낯빛은 더 없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그리고 그녀는 김예훈이 돈 몇 푼에 자신을 팔아먹을 사람일 줄은 몰랐다.이내 김예훈은 손을 내밀더니 웃었다.손지강은 어리둥절하였지만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하였다.“햐 이 자식 봐라, 너무 하네? 설마 2억을 바라는 거야!”김예훈이 웃었다.“손세자 오해했네, 그거 아니야.”“20억?”손지강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분노하고 말았다.어디서 굴러온지도 모를 사람이 자신을 기회로 삼아 한 수를 노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열불이 났다.그리고 이예운을 보는 눈빛에도 경멸이 가득하였다.이게 겨우 네가 선택한 남자였어?눈에 돈 밖에 안 보이는 남자인데?김예훈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손지강은 깊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하였다.“설마 200억을 원하는 건 아니지? 이것 봐 적당히 해, 정도라는 게 있어. 내가 지금 여기서 이렇게 곱게 말하는 것도 다 이 선생 체면 봐서야.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적당히 해.”김예훈이 다시 한번 웃었다.“손세자,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방금 말하지 않았나? 사랑이라고! 그러니까 내가 떠나길 바란다면 1조는 준비해 와야 할 거야.”“풉!”옆에서 방금까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이예운은 참지 못하고 웃고 말았다.그녀는 그제야 김예훈이 그에게서 돈을 가질 뜻이 없다는 걸 알았으며 단지 손지강을 자신의 손바닥위에 놓고 갖고 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1조 현금?손지강뿐만 아니라 이런 금액이라면 손씨 가문에서조차도 가져올 수 없을 것이다.손지강의 표정은 그야말로 가관이었고 김예훈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감히 그를 이런 식으로 조롱하지 못할 것이다.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그 시각 손지강의 눈빛이 갑자기 변하였다.그리고는 웃으면서 물었다.“이름 뭐야?”
라운지 바.바 안은 젊은 사람들의 천지였고 많은 젊은이들이 먹고 마시기에 즐기기 충분한 곳이었다.주문을 마친 김예훈은 식사하기 시작하였다.하지만 김예훈 앞에 있는 이예운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하였고 음식조차 입에 대지 않고 있었다.“음식 식기 전에 빨리 드세요, 좀 있으면 먹을 수 없을 거예요.”김예훈은 말을 하면서 그녀에게 음식을 권하였다.이예운은 예의상 음식을 먹고 있을 뿐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왜요? 입맛에 안 맞아요?”김예훈이 물었다.한참을 머뭇거리던 이예운이 마지못하여 입을 열었다.“예훈 씨, 여기 손지강 명의로 된 곳이에요.”말을 들은 김예훈도 어리둥절하였다. 이런 우연이?김예훈이 어리둥절해하자 이예운은 그가 두려워서 그러는 줄 알고 더욱 목소리를 낮췄다.“예훈 씨, 빨리 식사하고 우리 일어나요. 손지강 얕보면 안 돼요, 그래도 명색에 일류 가문 손씨 집안 세자인걸요.”“오늘 손씨 가문에 손혁오도 나한테 무릎 꿇었는걸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내뱉었다.이예운이 미간을 찌푸렸다.“달라요, 손혁오가 손씨 가문의 사람으로 불리고는 있지만 그 이상은 아니에요. 하지만 손지강은 달라요, 그는 손씨 가문의 세자이며 손씨 가문의 90퍼센트 이상을 움직일 수 있는 힘도 가지고 있다고요. 그리고 어디선가 들은 적 있어요. 경기도 조직 보스들과 군에도 그의 세력들이 있다고요. 손지강과 손혁오의 차이점은 하늘과 땅 차이예요.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우러러도 볼 수 없는 존재들이겠지만 그 둘 사이에는 차이가 엄청나게 난다고요.”김예훈이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그렇게 차이가 커요?”이예운이 한숨을 내쉬었다.“혹시 성남시 출신 아니세요? 그래도 적어도 김세자에 대해서는 들으셨죠?”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 이게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이예운이 계속하여 입을 열었다.“김세자 그 분은 이미 삼 년 전에 경기도의 일인자가 되었어요. 그때 이미 김씨 가문의 90퍼센트 이상의 권력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그 이후에 김씨 가문을 더
잠시 후, 정장을 한 남성들이 손지강 옆으로 다가왔다.“세자님, 이미 조사 끝마쳤습니다.”“이 남자 차 어느 그룹 명의로 되어 있었습니다. 소유주는 한 여성분 이름이었고요. 그러니까 렌터카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그리고 이 사람 이름으로 조사해 보니 아마 데릴사위 같아 보였습니다.”“그리고 다른 자료들은 아마 내일까지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남자의 설명을 듣고 있던 손지강은 콧 방귀를 꼈다.“렌터카를 가지고 온 데릴사위 따위가 감히 이 세자의 여자를 탐내? 아니 필요 없어, 이런 사람한테 시간 낭비할 필요 없어.”말을 마친 손지강은 그대로 방문을 열고는 김예훈과 이예운이 앉아 있는 자리로 발길을 옮겼다.“휙!”몇 장의 지폐가 김예훈이 앉은 테이블 위로 떨어졌고 그 때문에 야채즙이 튀어나와 김예훈의 옷은 금세 더러워졌다.김예훈이 고개를 들자, 손지강이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김 씨, 당신에 대해서는 이미 다 알아봤어. 당신이 어떤 주제인지는 나보다 더 잘 알 거야! 이 돈 가지고 꺼져!”김예훈은 천천히 젓가락을 놓더니 담담하게 내뱉었다.“여기 이 음식은 내 앞에 계시는 이분이 사는 거야. 가치가 높은 음식을 당신이 망쳤으니 배상해야 할 거야.”손지강이 웃었다. 그가 손을 들어 사인을 주자 바 안이 금세 조용해졌다.“무슨 일이야?”“여기 분위기 때문에 온 건데 이게 다 뭐 하는 짓이야?”“이러면 계산 못 해!?”주위 고객들이 불만을 표하기 시작하였다.“의견 있는 새끼들 다 내 앞으로 나와!”손지강이 소리를 내 질렀다.소리를 지른 장본인이 손지강인 걸 보자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손 세자님이셨군요! 미안합니다. 저희가 실수했어요!”“손 세자님께서 일 보시는데 바로 불 켜야죠!”“빨리 손 세자님을 도와줘!”얼핏 보아도 손지강의 사람들이 적지 않아 보였다.그리고 손지강의 이런 행동은 속수무책이었다. 안 그러면 모두가 그의 행동에 이렇게 겁을 먹을리가 없었다.“탁탁탁!”의자에 앉아 있던 김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그녀는 너무도 실망스러웠다.그러니까 방금 성남 고등학교에서 그렇게 잘난 척한 것도 이 남자에게 그만한 권력이 있어서가 아니었다.순수하게 손씨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몰랐던 것이었다.운도 좋게 그의 와이프가 불러온 사람들이 그를 도와줬던 것뿐이었다.비록 많은 것들이 의구심을 남기기에는 충분하였다.하지만 데릴사위라는 네 글자로 인하여 이예운이 김예훈을 보는 시각을 다르게 하기엔느 충분하였다.그를 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혐오감마저도 비쳐 있었다.데릴사위였으며 자신이 식사 자리를 권했을 때 자신이 결혼한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하여 그가 얼마나 더러운 생각을 했을지 상상만 해보아도 역겨워 났다.하지만 이건 이예운 잘못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 누가 보아도 아름다운 미모의 소유자였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녀한테 접근하는 남자들 모두가 순수한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말이다.그걸 알아서인지 그녀도 자신한테 접근해 오는 남자들마다 모두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다.그리고 지금 그녀의 눈에 김예훈이 딱 그런 사람으로 보였다.이예운의 표정을 본 손지강은 자신의 말이 드디어 효과를 본다고 생각하였다.그가 웃으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데릴사위, 지금 반성하지 않으면 이 돈도 가져갈 수 없어! 나 같았으면 이미 무릎 꿇었어, 그리고 여길 기어서 나갔을 거야! 아니면 내가 직접 네 다릴 부러뜨릴 거거든!”이런 험악한 말을 듣고도 이예운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노려볼 뿐이었다. 그러면서 이 데릴사위가 어떻게 반응할지도 궁금해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손 세자님! 당신의 그 고귀한 신분으로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어요? 저희가 도와드릴까요?”“이 자식 다리 부러뜨리면 되는 거 아니에요? 제가 또 이쪽으로 경력이 풍부한지라...”“저도 도울게요! 이런 쓸모없는 자식은 한주먹거리거든요!”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 모두가 너도나도 그를 돕겠다고 나섰다.이걸
“무슨 기회?”김예훈이 물었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손지강은 김예훈 테이블에 있던 음식들을 구두로 걷어차고는 발로 짓밟았다.“지금 당장 무릎 꿇어, 그리고 여기 있는 음식들 깨끗하게 핥아, 그러면 꺼지게 해주지!”“맞아! 빨리 꿇어서 핥아!”“손 세자님의 여자까지 건드리다니 미치지 않고서야!”“그러고도 세자님 앞에서 뻔뻔하기까지 죽고 싶어서 환장한게 틀림없어!”“...”주위에 있는 모두가 손지강을 지지하였고 그는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득의양양해서는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김예훈은 한숨을 쉬더니 이예운을 향해 말하였다.“이 선생님, 당신이 트러블 메이커일줄은 몰랐네요.”이예운은 눈쌀을 찌푸리더니 경멸의 눈빛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데릴사위인 것도 모자라 이제는 일이 이 지경으로 되자 그걸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으니.숨을 크게 들이킨 그녀가 천천히 일어나더니 손지강을 향해 바라보았다.“손지강, 이 사람 그냥 놔줘. 너랑 같이 밥 먹을게!”이예운의 말을 들은 김예훈은 조금 의아하였다.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자신을 위해 손지강과 협상할 줄은 생각도 못 한 일이었다.손지강이 웃었다.“그 말은 방금 전에 했었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어. 그런데 문제는 말이야, 이 손지강이 한번 내뱉은 말은 되돌릴 수가 없어. 여기서 이 바닥에 있는 걸 깨끗이 핥지 않는 이상 다른 선택은 없어! 그런데 말이야, 네가 만약 오늘 밤 나랑 같이 보내겠다고 한다면 놓아줄 수도 있어!”손지강의 눈에는 이예운만 보였다.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그녀에 대한 소유욕으로 가득 찼다.단순히 그와 함께 밥 먹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그의 목적은 간단하였다. 오늘 밤 그녀를 가지는 것이었다.“손지강, 선 넘지 마!”이예운이 불그락푸르락하면서 소리쳤다.지금까지의 손지강은 그녀 앞에서 신사적인 모습만 보였다면 지금 그녀 앞에 서 있는 손지강은 자신의 야망을 거침없이 드러내 보였다.손지강이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나 손지강
김예훈이 피식 웃었다. 손지강이 결정적인 순간에 냉정함을 되찾을 줄이야!이내 손지강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웃으면서 말했다.“가소롭군.”“꺼져.”손지강이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손세자께서 꺼지라고 하잖아, 못 들었어?”“얼른 꺼져. 앞으로 절대 얼씬거리지도 마. 아니면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이 쓰레기야, 정신 똑바로 차려! 너 따위가 감히 세자를 건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김예훈은 온갖 비아냥거림을 받으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를 떠났다.곧이어 이예운이 총총걸음으로 따라갔다.이를 본 손지강은 얼굴색이 어두워졌지만, 딱히 말리지는 않았다.“세자, 왜 저놈을 그냥 보내는 거예요? 버릇이 없어도 너무 없는데...”누군가 급히 다가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짝!”손지강은 그의 뺨을 후려치더니 싸늘하게 말했다.“네가 뭘 알아? 어디서 좀 굴러먹은 놈인 것 같은데 얼른 가서 확실하게 조사해! 나중에 모든 게 밝혀지면 그때 가서 움직여도 늦지 않으니까.”“그럼요, 승패는 결국 계획에 달리지 않겠습니까? 역시 세자답네요!”뺨을 얻어맞은 사람은 감히 찍소리도 못하고 잽싸게 아첨하기 급급했다.손지강의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그는 늘 한결같았다. 건방을 떨 때는 떨더라도 결정적인 순간만큼은 항상 침착함을 유지했다.김예훈의 신원을 확인하고 자기보다 못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손지강은 절대로 그를 봐주지 않을 것이다....쇼핑몰을 나온 이예운은 착잡한 눈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사실 그녀는 김예훈이 비열한 남자인 줄 알았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선뜻 나서서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손지강을 막아내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물론 이예운의 기분도 복잡미묘했다.그녀는 김예훈을 한참 바라보다가 나지막이 말했다.“김예훈 씨는 이미 결혼했군요.”“맞아요. 금슬도 좋죠.”김예훈이 싱긋 웃었다.“그리고 오늘 같이 밥 먹자고 한 것도 다른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앞으로 소현을 잘 챙겨줬으면 하는 바람이었어요. 괜히 폐를 끼쳤다면 진심
이게 무슨 뜻이란 말인가?김예훈의 얼굴은 경계심으로 가득했다.성실한 사람을 상대로 설마 엉뚱한 부탁을 하는 건 아니겠지?이예운은 김예훈의 걱정 따위 상상도 못 한 채 초대장 한 장을 꺼냈다.“오늘 밤 학회 초대장이에요. 남자 파트너와 함께 참석하라고 했는데, 보다시피 제가 주변에 친한 이성 친구가 없어서 파트너가 되어 준다면 빚은 갚는 거로 할게요.”김예훈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예운 씨한테 중요한 학회인가요?”이예운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이번 학회에 성남시는 물론 경기도를 통틀어 교육계에 종사하는 거물들이 대거 참석한다고 들었는데 서로 안면을 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꼭 가고 싶어요. 나중에 우리 성남 고등학교의 발전과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알겠어요.”이에 김예훈이 두말없이 동의했다.어쨌거나 내년이면 대학교에 다니는 정소현이 있으니 오늘 밤 학회에 참석해서 좋은 학교를 미리 선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형부로서 처제를 챙기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이예운의 말에 따르면 경기도 대학교들은 매년 대규모 학회를 개최하는데, 초대장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주요 대학교의 고위층 인사 또는 유명 고등학교의 교장, 이사장들이라고 했다.물론 교육 업계에 흔쾌히 투자하는 거물들도 참석할 자격이 있다.이예운은 오후가 되어서야 초대장을 받았는데, 성남시 교육청에서 보낸 사람이 가져다주었다.교육계 종사자라면 이런 행사에 무조건 초대받았다.그동안 주현강과 천일강도 참석했지만, 오늘 성남 고등학교에 큰 사건이 터진 만큼 마무리 지으러 다시 교육청으로 복귀해야 하기에 이번 학회에 못 갈 가능성이 컸다.스케일이 꽤 커 보이는 학회에 김예훈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사람을 불러 포르쉐를 몰고 가라고 하고는 이예운과 함께 택시를 잡았다.어쨌거나 교육계 관련 모임에 참석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 정도로 나대는 건 오버이니까.택시를 타고나서 그들은 대학가 컨벤션 센터로 향했다.성남시 대학교들이 모여있는 중심지에 학회를 여는 게
대학가 컨벤션 센터에 도착하고 택시에서 내렸을 때 김예훈은 꽤 많은 사람들이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아마도 대학교 교장이나 이사장을 기다리는 것 같았는데, 다들 김예훈과 이예운을 발견하는 순간 경쟁자인 줄 알고 째려보기 바빴다.다만 초대장을 꺼내는 이예운을 보자 하나같이 입이 떡 벌어졌다.학회에 초대받은 손님들은 하나같이 고급 차를 타고 왔다. 그나마 아우디, BMW는 겸손한 측에 속했고, 택시 타고 등장하는 사람은 절대 없었다.컨벤션 센터에 들어선 김예훈과 이예운은 곧바로 연회장으로 향했다.직원이 초대장을 확인하고 나서 두 사람을 입구로 안내했다.“학회가 곧 시작되니 도움이 필요하시면 웨이터한테 부탁하세요.”김예훈과 이예운은 고개를 끄덕이고 연회장으로 들어갔다.상징적인 학회인 만큼 연회장에 전부 낯선 얼굴로 가득 차 있는지라 김예훈은 아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다만 한 가지 확신하는 건 이들이 경기도 또는 성남시 교육 기관에서 꽤 높은 지위를 가진고 있다는 점이다.아무리 고위직 인사라고 해도 자녀 교육을 위해 이들과 최대한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므로 하나같이 자만심에 빠져 콧대가 하늘을 찔렀다.연회장에 들어선 김예훈은 코너를 찾아 앉았다.그는 어떤 교장의 인품과 매너가 더 좋은지 천천히 관찰할 예정이다.이런 사람이 관리하는 대학교는 분명 좋은 학교로서 나중에 정소현을 보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반면, 김예훈이 조용히 학회를 즐길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떤 여자가 의아함과 원망스러움이 담긴 표정으로 김예훈과 이예운을 노려보았다.그녀는 김예훈을 모르지만 이예운과 아는 사이며, 바로 한때 이예운의 절친이었다.오늘 라이브 바에도 있었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했다.따라서 김예훈과 이예운을 발견하는 순간 드디어 기회가 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이예운, 오늘 여러 대학교에서 개최한 학회인 거 몰라? 왜 이 쓰레기 같은 놈까지 데려왔어? 현장 분위기 흐리면 어떡해?”주현경이 도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녀는 한동안
툭.바닥에 떨어진 수류탄은 폭발하지 않고 계속 돌고 있었다.사람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부들부들 떨면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어? 폭발하지 않는데?”“죄송해요. 불이 꺼졌네요?”김예훈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맹승현의 몸에서 다른 수류탄을 꺼내 또다시 안전핀을 뽑았다.“풀어줄게! 내가 사람을 풀어주겠다고!”맹승현이 반응할 틈도 없이 남윤지가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방금 죽을 고비를 넘긴 남윤지는 다른 사람들처럼 죽고싶지 않았다.탄탄대로인데 절대 여기서 죽고 싶지 않았다.표정이 일그러진 맹승현은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다 자기 몸에서 나는 지린내를 맡았다.이순간 그는 땅에 머리를 박아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맹승현은 살면서 이렇게 두려워하는 순간이 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곧이어 남윤지의 전화 한 통에 몇몇 보디가드들이 강서연을 데려왔다.그녀는 얼굴이 조금 창백했지만 큰 부상은 입지 않은 것 같았다.결국 서로 다 아는 사이이기에 남윤지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동하임과 추하린이 달려와서 강서연을 뒤로 보호하는 사이, 이상한 눈빛이 김예훈을 향했다.“오늘은 내가 졌어.”전세 역전에 지린내가 진동하는 맹승현은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나보고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무릎은 꿇을 수 있지만 네가 감당할 수 있겠어?”이 순간까지도 맹승현은 김예훈을 도발하고 있었다.강서연은 맹승현이 무릎을 꿇으려고 하자 순간 본능적으로 말했다.“김예훈 도련님, 이제 그만 해요...”다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모두 김예훈을 바라보며 자비를 베풀었으면 했다.김예훈 도련님이라는 호칭에 남윤지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김예훈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다음 순간 그녀는 온몸을 떨면서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너였어? 맹승현 도련님의 무릎을 꿇게 하는 순간 맹씨 가문, 남씨 가문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내가 사람을 놓아주라면 놓아주고, 무릎 꿇으라면 꿇고, 사과하라면 사과해야 하는 거야.”퍽!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맹승현을 발로
맹승현은 계속해서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김예훈을 마주한 순간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이 순간 그는 자존심을 내세우며 말했다.“이 자식이. 너 정말 죽는 게 두렵지 않아?”“무섭지. 죽는 게 왜 두렵지 않겠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난 아무것도 아니라 괜찮지만 너는 진주·밀양 4대 도련님 중의 한명이자 흑아프리카에서 천하무적이라 앞날이 창창하잖아. 우리 둘이 함께 죽으면 과연 누가 손해일까? 나는 이대로 잊히겠지만 맹승현 도련님이라는 사람이 체면을 위해 다른 사람과 함께 죽을 정도로 멍청한 사람이라고 기억되지 않을까?”아무렇지 않게 한 말에 임수민 등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미친 자는 한 명으로도 족한데 두명이 함께 모이니 정말 무서웠다.이들은 두려워서 곧 오줌을 지릴 것만 같았다.맹승현은 김예훈한테서 어떤 두려움이라도 찾아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는 이미 생사에 익숙한 듯 무덤덤하기만 했다.맹승현은 그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기백을 가졌는지 궁금했다.‘설마 전쟁터에 나가본 적 있는 걸까? 아니면 시체 더미에서 살아남은 걸까? 일반인은 절대 이런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잖아.’이런 생각에 맹승현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네가 대단한 사람인 건 인정해. 내가 졌어. 사과할게. 아까는 내가 잘못했어. 모두에게 한마디 사과할게.”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맹승현 도련님, 사과는 이렇게 하는 거 아니지. 무릎 꿇고 사과하고 강서연 씨를 풀어줘. 셋 중에 하나도 빠짐없이 실행해야 할 거야. 아니면 다 함께 죽는 거야.”맹승현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냉랭하게 말했다.“이 자식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그래도 네가 뭐라도 되는 것 같아서 너의 체면을 봐서라도 추문성에게 사과할게. 그런데 강서연은 나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러는 거야? 윤지 씨와의 원한을 내가 무슨 수로 간섭해. 그리고 내가 정말 너를 두려워하는 것 같아? 까짓거 총 쏘라고 명령을 내리면 누가 먼저 죽을지 해보자고.”맹승현의 경호원들은 하나같이 총알을 장
이 순간 맹승현의 표정은 변화무쌍했다.눈앞의 이 장면은 그에게 진정한 치욕이었다.흑아프리카를 종횡무진하면서 항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였지만 오늘날 이렇게 짓밟힐 줄 몰랐다.게다가 김예훈은 그보다 더 잔인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류탄이 언제든지 터질 수 있었다.맹승현은 항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 죽음으로 모든 사람의 얼굴에 침 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오늘은 어디서 튀어나온 줄도 모르는 놈때문에 마음속 두려움을 깨닫게 되었다.과거에 거만하고 미친 짓을 했던 것은 죽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성립된 것이다.자신도 누군가의 손에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겁을 먹게 된다.맹승현의 얼굴은 극도로 어두워져 사람 전체가 우울해 보였다.“대단한데? 추씨 가문의 부하인 거야? 이름 대볼래? 내일이면 어떻게 너희 온 가족을 죽여버리고 조상님들의 무덤을 파내서 뼈를 부숴버릴지 두고봐.”맹승현은 분명 동반자살을 하지 못할 거면서 음흉한 표정으로 협박하고 있었다.쨕!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의 뺨을 때렸다.“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 같이 죽든가. 아니면 무릎 꿇고 사과하든가.”김예훈은 이런 사람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전쟁터에서 수년을 보내면서 머리털도 제대로 나지 않은 애송이를 무서워할 리가 없었다.얼굴이 퉁퉁 부어오른 맹승현은 평생 받아보지 못한 치욕감에 얼굴이 극도로 일그러졌다.“악!”아름다운 여성들은 본능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얼굴이 청백해지고 끔찍한 표정을 지었다.이들은 맹승현이 한 번의 충동으로 수류탄을 놓아버리면 한창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할까 봐 두려웠다.남윤지 역시 누군가가 이렇게 자신을 괴롭힐 줄 몰랐는지 표정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자기가 맹승현을 불러와 놓고 이런 결말을 맞이할 줄 몰랐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현장을 떠나고 싶었지만 용전 사람들이 죽어도 함께 죽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모든 입구를 막고 있어 도망칠 수가 없었다.이 순간, 남윤지는
“둘째, 죽고싶지 않으면 지금 바로 무릎 꿇고 스스로 자기 뺨을 열대 때리세요. 사과하라는 대로 하면 이번 일은 없던 일로 해드릴게요. 어떤 선택을 하든 제가 끝까지 함께해 드릴게요. 어때요?”김예훈은 무심한 말투로 맹승현을 죽일 듯한 표정을 지었다.맹승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순간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넌 도대체 누구야?”그는 김예훈을 발로 차서 날려버리고 싶었지만 자기 손을 단단히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김예훈이 손에 힘을 주기만 하면 안전장치를 뺀 수류탄이 바닥에 떨어져 모두가 함께 죽을 수도 있었다.그래서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제가 누군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이 도대체 어떤 선택을 할 거냐예요.”김예훈은 말을 끝내자마자 손끝에 힘을 주었다.“선택 못 하겠다면 제가 도와줄까요?”김예훈이 손에 힘을 주는 순간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맹승현은 손의 힘이 점점 약해져 수류탄이 당장 떨어질 것만 같았다.“이런 미친놈!”아까까지만 해도 거만하던 맹승현은 뒤로 물러나고 싶었지만 김예훈이 그의 손목을 잡고 있어서 도저히 물러날 수가 없었다.그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져 매우 보기 흉했다.소파 뒤에서 머리를 내민 남윤지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했고, 거만하던 얼굴에는 온통 두려움이 가득했다.이순간 남윤지는 이 사람이 누군지 제대로 쳐다볼 용기조차 없었다.마음속에는 두려움만 가득했다. 맹승현의 손이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수류탄이 바로 폭발할 것이다.그렇게 되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다 반신불수가 될수 있었다.“자! 그냥 같이 죽죠?”김예훈이 손에 힘을 더하는 순간 맹승현은 식은땀을 흘리며 어떻게든 수류탄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왜요? 못하겠어요? 아까까지만 해도 기세가 하늘을 찌르더니. 죽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하신 거 아니었어요? 수류탄으로 협박하지 않았어요?”맹승현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죽음이 두렵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하하하하! 역시 병신이 맞았어!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이라고! 너희들 꼬락서니를 봐!”추문성 일행의 처참한 모습을 본 맹승현은 사악하게 미소를 지었다.“이러고도 내 앞에서 잘난 척했던 거야? 그것도 모자라 정의를 되찾고 싶어? 아직 수류탄을 던지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겁을 먹다니! 정말 던져버리면 무서워서 울겠네? 정말 안 되겠네. 추씨 가문? 동씨 가문? 제발 웃기지 마! 1인자 자리에 앉아있는 건 아무도 너희와 경쟁하지 않기 때문이야. 정말 자기가 대단한 줄 알고 나 같은 사람이랑 비교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거야? 그럴 자격이 있기나 해?”맹승현은 추문성의 얼굴을 때리며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임수민 등 아름다운 여성들은 모두 입을 가리고 웃음을 터뜨렸다.오늘 이 일이 밖에 알려지면 동씨 가문이든 추씨 가문이든 진주·밀양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 뻔했다.추문성은 맹승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오늘 이 자리에 무고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면 맹승현과 함께 죽는 것을 택했을 것이다.“됐어. 오늘은 충분히 기회를 많이 줬어. 앞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생각도 하지 마.”맹승현은 한껏 조롱과 비웃음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길에서 나를 만나든 윤지 씨를 만나든 멀리 썩 꺼져. 앞으로 우리가 참석하는 자리에는 동씨 가문도, 추씨 가문도 나타나지 말아야 할 거야. 아니면 만날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 그리고 내 말대로 얼른 돈이랑 고서희 씨를 돌려내.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이기 전에. 알겠어?”맹승현은 테이블 위에서 샴페인 병을 집어 들고 추문성의 머리를 내리치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진주·밀양에서는 아무도 내 앞에서 뭐라 하지 못해. 너희들은 그럴 자격도 없어.”추문성은 머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얼굴은 일그러진 것이 맹승현이 수류탄만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직접 나섰을 것이다.추문성이 이토록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자 맹승현은 더욱더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나는 어때!”바로 이때, 인파를 뚫고 한 사람이 거만한 모습으로 맹승현 앞에
한계를 넘어선 맹승현의 행동에 추하린은 미간을 찌푸린 채 표정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고 말았다.그녀는 진주·밀양 용전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김예훈의 이익도 대표하고 있는데 이렇게 쉽게 맞을 수가 있겠는가?다음 수난 추하린은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며 차갑게 말했다.“맹승현, 내가 괜히 진주·밀양 용전 전주가 된 줄 알아? 정말 너를 죽이지 못할 것 같아?”추하린의 명령과 함께 주위에 열몇 명의 부하들이 동시에 나타나 총알을 장전하고 맹승현을 겨냥했다.하지만 맹승현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는지 그는 무표정으로 추하린을 바라보며 냉랭하게 말했다.“옥루 회관을 무단침입한 것도 모자라 윤지 씨 앞에서 위세를 부리는데 너를 건드리지 않으면 누굴 건드리겠어? 내가 말해주는데 추하린! 진주·밀양 용전 전주면 다른 사람에게 겁줄 수는 있겠지만 나한테는 안 먹혀. 네까짓 게 추문성을 위해 나서려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거야.”추하린이 냉랭하게 말했다.“나랑 제대로 한번 붙어볼 생각인가 봐? 사람도 많고 총도 많은데 굳이 나를 건드리겠다고?”맹승현은 피식 웃기만 했다.“총으로 나를 쏴보든가! 나를 죽이지 못하면 추씨 가문의 남자는 대대로 노예가 되고 여자는 창녀가 될 것이야.”맹승현이 외투를 풀어 헤치는 순간 옷 속에서 또 몇 개의 검은 수류탄이 보였다.수류탄이 터지는 순간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은 죽을 운명이었다.너무나도 위험한 상황에 사람들은 소름이 끼치고 말았다.수십 명의 용전 부하들과 경호원들은 본능적으로 후퇴했고, 어떤 사람들은 은신처를 찾느라고 정신이 없었다.맹승현은 그야말로 진정한 미친놈이었다.남윤지조차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심지어 왜 이런 미치광이를 전쟁터에서 데려왔는지 조금 후회하기도 했다.맹승현의 스타일을 봤을 때 정말로 동반자살 하는 행동을 저지를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추문성은 피식 웃으며 앞으로 다가가려고 했지만 추하린이 꽉 잡았다.“왜. 아까는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나를 죽이겠다면서? 왜 이제는 하나둘 겁먹은 거야
“체면을 지켜주지 않으면 뭐 어쩔 건데? 뺨을 때리면 뭐 어쩔 거냐고.”남윤지는 천천히 소파로 돌아가 다리를 꼬고 앉았다.그러면서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추문성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참기만 하더니 드디어 폭발할 준비가 된 거야? 이제는 나를 때리려고? 자, 한 대 쳐봐. 어떻게 나를 건드릴 건지 지켜볼 거니까.”“너!”추문성이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뒤에서 갑자기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수십 명의 제복을 입고 전신 무장한 사람들이 나타나 총을 빼 들고 전체 마당을 포위했다.이때 제복을 입고있는 추하린이 긴 다리를 뻗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남윤지 씨, 저희 추씨 가문을 건드리기 전에 제 의견을 물어본 적 있어요?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고 있냐고요.”말하는 사이 추하린은 추문성 앞으로 다가가 그의 퉁퉁 부어오른 얼굴과 처참한 모습을 보고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어머, 이게 누구야. 진주·밀양 용전 전주 추하린이잖아. 왜? 전주를 며칠 해봤다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감히 옥루 회관에 와서 소란을 피워? 그것도 모자라 지금 나에게 도전장을 내민 거야?”남윤지가 가소로운 표정으로 말했다.“김현민 도련님이 어르신 생신 때문에 너를 해결할 시간이 없었을 뿐인데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할 판에 여기서 허세를 부려? 이런 제기랄! 이따 네 뺨까지 때려줄까?”맹승현도 냉랭하게 말했다.“추하린, 창피하게 그깟 총을 꺼내지도 마. 하나같이 피를 본 적도 없는 초보들이 방아쇠를 당길 줄이나 알아? 그것도 모르면서 어디서 잘난 척하는 거야.”‘맹승현?’이때 추하린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추문성이 여기 사람들과 충돌이 일어났다고 해서 바로 달려오느라 김예훈을 전혀 눈치채지도 못했다.추문성이 남윤지만 건드렸다면 그걸로 끝났겠지만 문제는 맹승현도 있다는 것이다.남윤지와 맹승현은 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 두 가문을 대표하고 있어 잘못했다간 용전도 이 상황을 수습하지 못할 수도 있었
“그리고 강씨 가문 지분이 추씨 가문의 것도 아닌데 대신 결정할 자격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면 당신 주인이 이미 두려워서 우리를 건드리지 못하는 건가? 그래서 이런 굴욕적인 조건을 스스로 제안한 건가?”남윤지는 차가운 눈빛으로 추문성을 응시하며 다음 행동을 위해 그의 표정으로 뭔가를 읽어내려 했다.하지만 추문성이 무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남윤지 씨, 쓸데없는 말은 필요 없고 한 번만 더 물을게요. 저희랑 이 거래를 할 의향이 있는 거예요?”남윤지는 천천히 다가와서 추문성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이렇게 좋은 조건이라면 물론 거래할 의향이 있지만 아쉽게도 네가 강서연 씨를 납치한 게 아니거든. 설령 그렇다 해도 당신 주인이 이렇게 큰 힘을 들여 데려가겠다고 하는데 차라리 계속 붙잡아 두고 강씨 가문이 당신들이랑 연을 끊게 하는 것이 더 재밌지 않을까? 당신 주인이라는 사람은 그깟 똑똑한 척하는 머리와 기술로 진주·밀양에서 뭐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나 보지? 정말 순진하긴. 나타나기조차 두려워서 너 같은 쓰레기를 보낸 것만 해도 병신인 것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까?”남윤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 오늘 이 모든 것은 김예훈을 위해 준비된 것인데 김예훈이 나타나지 않았으니 이른바 거래를 할수 없었다.게다가 추문성은 그녀와 거래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추문성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남윤지 씨는 저의 체면을 지켜줄 생각이 없나 봐요?”“당연히 체면은 지켜줘야지.”남윤지는 샴페인을 들고 다가왔다.“당신 체면을 봐서 고서희를 납치한 일은 따지지 않을게. 돌아가서 사람을 풀어주고 옥루 회관에 2천억 원을 배상하면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을게. 내 조건을 들어줄 수 있겠어? 안 된다면 너까지 잡아둘 수밖에. 네가 먼저 옥루 회관 사람들을 건드렸으니 붙잡아도 너희 누나도 뭐라고 하지 못할 거야.”멀지 않은 곳에서부터 걸어오던 임수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추문성 도련님, 동의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아까 동영상이랑 사진을 많이 찍었
가까워진 남윤지의 얼굴을 보던 추문성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오른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추문성은 그녀를 때리지 않으려고 꾹 참고 있었다.쨕!추문성이 공격할 생각이 없어 보이자 남윤지가 다시 한번 추문성의 다른 한쪽 뺨을 때렸다.“쓸모없는 자식. 여자한테 맞고도 반격할 용기도 없는 멍청한 자식. 이러고도 체면을 지켜달라고? 체면이라고 있는 거야?”이순간 남윤지는 추문성을 극도로 경멸했다.‘진주·밀양 도련님 중의 한 명으로서 나한테 손대지도 못하는데 잘나면 얼마나 잘났을까? 그냥 죽기를 기다릴 수밖에.’얼굴을 감싸고 있는 추문성의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얼마나 처참한지 이보다도 더 처참할 수가 없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모두 박장대소를 지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술잔을 부딪치며 좋은 구경을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이 장면을 기록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부잣집 도련님이 쩔쩔매는 모습이 온라인에 퍼진다면 절대 큰 화제가 될 수 있었다.동하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남윤지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동하임은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가 없었다.남윤지와 맹승현의 막무가내를 봤을 때 가끔은 능력과 인맥이 그렇게 유용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실력이야말로 진정으로 믿을 구석이었다.지금 이 순간 남윤지의 실력이 추문성보다 강하기 때문에 추문성이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심지어 말도 하지 못했다.“농담도 심하시네요. 남윤지 씨는 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남씨 가문의 따님이자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사람인데 제가 아무리 겁 없는 사람이라도 남윤지 씨를 어떻게 모욕하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제 체면을 지켜주셨으면 바람이네요.”추문성의 눈빛은 차가웠고, 이 순간 그는 분노도 두려움도 없었으며 오히려 얼굴에 남은 손자국을 문질렀다.“저는 오늘 화해를 구하러 온 것이지 남윤지 씨가 두려워서 이러는 거 아니에요. 가끔 어떤 일은 크게 만들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문제가 커져봤자 모두에게 좋지 않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