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다리를 부러뜨린다고? 네가 감히 내 다리를 부러뜨린다고?”박서진은 잠깐 흠칫하더니 믿을 수 없는 얼굴로 말했다.“너 이 새끼, 내가 어젯밤에 구해줬는데 은혜를 이렇게 갚아? 날 해고하는 것도 모자라 내 두 다리를 부러뜨리겠다고? 너 기다려, 절대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나 조폭 쪽에도 아는 사람이 있으니까 넌 죽었어! 딱 기다려!”박서진은 자기가 정말 뭐라도 되는 줄 아는 듯이 김예훈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그는 이미 청별 그룹 한국 지사 대표인 이대정에게 이 모든 걸 다 알리고, 김예훈을 죽일 작정이었다.이때, 몇 대의 흰색 레인지로버가 회사 문 앞에 멈춰 섰다.곧이어 문이 열리더니 거즈로 이마를 둘러싼 선우재현이 빠르게 차에서 걸어 내려왔다.인파 속에 있던 이유빈과 곽연록이 그를 보더니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선우 도련님?”“선우 도련님, 마침 잘 오셨어요!”선우재현을 보더니 바닥에서 뒹굴던 박서진은 마치 구세주를 본 듯이 선우재현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선우 도련님, 어젯밤에 제가 이형택 도련님에게 부탁드려 선우 도련님께 연락을 드린 겁니다. 이 새끼가 내가 도와준 줄도 모르고 나대네요! 어제 그 부탁 철회할 거니까 선우 도련님 마음대로 이 새끼 처리하세요! 죽일 수 있으면 당연히 죽이는 게 좋고요! 제 부탁은 이제 잊으셔도 됩니다!”박서진이 말하고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김예훈을 바라봤다.“병신아, 너 회사 대표라고 뭐라도 되는 줄 아는 것 같은데, 어젯밤에 내가 없었으면 넌 이미 죽은 목숨이었어. 인과응보는 자연법칙이고 불변의 진리야. 넌 이제 죽었어!”이유빈과 곽연록은 모두 의아한 기색을 보였다.이렇게 빨리 반전이 일어날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그녀들에게 있어서 CY그룹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결국 한 개의 비즈니스 회사뿐이었다.하지만 선우재현은 달랐다. 그는 조직과 연관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손쉽게 김세자를 해결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이 생각을 한 건 이유빈과 곽연록뿐이 아니었다.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박서진을 제대로 손봐준 뒤 선우재현은 서둘러 김예훈 앞으로 다가가고는 무릎을 철썩 꿇으며 말했다.“김 대표님, 어제는 제가 경우 없었습니다. 감히 김 대표님도 못 알아보고 건방을 떨었죠! 부디 넓은 아량으로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용서?현장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특히 이유빈과 곽연록은 모두 믿을 수 없는 얼굴을 보였다.폭력 조직 중의 한 명인 선우재현이 김예훈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다니?그만큼 김예훈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보여준다.선우재현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러 온 것이다.어젯밤에 그는 불만을 안고 선우 가문으로 돌아갔는데 선우건이가 그에게 김예훈의 정체를 밝혔다. 김예훈이 바로 김세자라고 했다!다른 얘기 필요 없이, 선우재현은 김세자의 신분만 알게 되었는데도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그는 폭력 조직 중의 한 명이었지만 김세자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폭력 조직의 새로운 강자인 오정범도 김세자의 부하 중 한 명이었다. 이 일만으로도 김세자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잘 알 수 있다.선우재현은 선우 가문의 가업을 이어받는 데 큰 관심이 없었지만 그동안 줄곧 폭력 조직에서 살아왔기에 전혀 멍청하지 않았다.선우 가문은 지금 CY그룹과 동맹관계를 맺었기에 많은 비즈니스도 CY그룹에 의존해야 했다.그래서 ‘김세자’의 신분만을 알았는데도 선우재현은 충분히 허리 굽혀 사과할만했다.김예훈의 친구, 심지어 하인으로도 될 수 있었다, 다만 절대 그와 적수로 지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다름없으니 말이다.그래서 그는 아침 일찍 김예훈이 있는 곳을 알아내고는 선물을 가지고 와서 사죄했다.그런데 하필이면 눈치 없는 박서진이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선우재현은 화가 난 나머지 그를 밟아 양쪽 다리를 부러뜨렸다. 김예훈에게 호의를 표한 셈이었다.공손한 모습의 선우재현을 보더니 이유빈을 비롯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김예훈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임원과 직원들도 모두 깊은숨을 들이마셨다.원래 김예훈에게 약간의 불
화려한 옷을 입은 남자가 몇 명의 경호원에게 둘러싸인 채 빠른 걸음으로 오고 있었다.그가 바로 문무를 겸비한, 인도에서도 천재라고 불리는 이형택이었다.“도련님! 이형택 도련님!”바닥에 있던 박서진이 이형택을 보더니 감격에 겨웠다.“도련님, 드디어 오셨어요! 꼭 저 대신 복수해 주셔야 해요! 데릴사위 따위인 김예훈이 아침부터 여기서 소란을 피우고 있어요. 그리고 경기도 사업부문 재산을 모두 자기한테 넘겨줘야 한대요, 이 무슨 황당한 소리죠? 김예훈이 거짓말을 하는 거 맞죠? 우리 청별 그룹의 권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 겨우 한국 사람에게 겁을 먹을 필요가 없잖아요? 도련님, 어서요! 당장 저 김예훈을 발밑에 밟아버리세요! 저놈의 다리를 부러뜨려요!”박서진이 김예훈을 가리키며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지금까지도 김예훈에게 막강한 힘과 신분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자기의 상사인, 이씨 가문의 도련님인 이형택이 김예훈을 발로 힘껏 밟아주길 바랐다.빠르게 걸어오던 이형택은 비틀거리면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그는 박서진을 힐끔 보더니 당장이라도 그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었다.‘이 새끼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만약 저분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오히려 나한테 피해를 줄 거잖아?’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형택은 빠르게 앞으로 걸어가더니 김예훈 앞에 무릎을 철썩 꿇었다.박서진, 이유빈, 그리고 곽연록은 모두 이 장면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그들은 물론, 현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청별 그룹 한국 지사 대표인 이대정의 아들이, 지위가 높고 권력을 쥐고 있는 이형택이 김예훈 앞에서 무릎을 꿇다니?현장에 있던 임원들과 직원들은 이형택이 어떤 사람인지 모두 잘 알고 있었다.그들의 얼굴은 한껏 어두워졌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박서진은 잠깐 멈칫하더니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일그러진 얼굴로 김예훈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형택 도련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이형택은 눈가에 경련을 일으켰고 안색이 창백해졌다.하지만 김예훈의 명령이 없으니 그는 함부로 입을 열 수 없었다.그날 밤, 김예훈에게 무릎을 꿇은 후로 그는 이미 기세가 꺾였고, 김예훈과 맞서 싸울 배짱이 전혀 없었다.그는 심지어 지금까지 이대정에게 감히 연락하지도 못했다. 가장 빠른 속도로 모든 수속을 마쳤고 자산을 김예훈에게 넘겼다.“됐어, 내가 허락하지 않은 이상 이형택은 입을 열지 않을 거야.”김예훈이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을 보이며 말했다.“당신은 어제 계약서를 핑계로 내 아내를 속여 술 마시게 했지. 원하지도 않는데 자꾸 술을 권했고. 당신이 어떤 마음을 품었는지는 사람들 모두 다 알 거야. 하지만 오늘 또 이유 없이 날 모욕했어. 당신을 해고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어, 일을 더 크게 만들지 않고. 하지만 왜 그렇게 나대는 걸 좋아할까? 이형택, 인도 사람들은 다 당신처럼 기고만장해? 아니면 당신만 이렇게 성격이 개 같이 더러운 거야? 박서진이 내 앞에서 저리 짖으니 내가 안 짜증 나겠어?”김예훈이 자기한테 말을 걸자 이형택은 몸을 흠칫 떨었고, 목소리까지 떨며 말했다.“다 제가 잘못 가르친 탓입니다.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말을 마친 이형택은 박서진을 향해 큰소리를 질렀다.“잔말 말고, 당장 무릎 꿇고 김 대표님한테 사죄드려! 용서를 구하란 말이야!”이형택은 당장이라도 박서진의 뺨을 후려갈기고 싶었다.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날뛰는 거야?“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 이형택, 설마 겨우 한국 사람한테 겁먹은 거 아니야? 그리고 네가 경기도 사업부문 자산을 모두 한국 사람에게 넘겼다니, 이 대표님은 이 일을 알고 있어? 알겠어. 너랑 김예훈은 한통속이지? 내가 기어서라도 반드시 대표님에게 가서 이 사실을 알릴 거야.”김예훈은 더는 박서진과 쓸데없는 말을 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티슈 한 장 꺼내더니 손을 닦고는 덤덤하게 말했다.“일을 처리하고 빨리 계약서에 사인해. 난 시간이 없어!”이형택은 몸을
선우재현은 부하한테서 고목으로 된 나무상자를 건네받고는 김예훈 앞에서 그 상자를 열었다.그 나무상자 안에는 혈옥이 하나 담겨 있었다. 옥은 붉은 색을 띠고 있었는데 가운데에 선명한 검은 선이 하나 보였기에 매우 독특해 보였다.“대표님, 이게 바로 장군님들만 가지고 다닌다는 혈옥입니다. 고대 장군들이 땅에 파묻힐 때 이 옥도 같이 묻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한테서 들었는데 대표님께서도 골동품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고 하시던데, 제가 특별히 이 혈옥을 찾아왔습니다. 제 작은 성의니 받아주시길 바랍니다.”김예훈을 건네받지 않고 그저 덤덤한 얼굴로 혈옥을 보며 물었다.“얼마 주고 샀어?”선우재현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비싸지 않아요. 겨우 20억짜리예요, 비싼 건 아니죠.”“20억?”김예훈이 덤덤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네가 폭력 조직에 몸을 담그고 있어 다행이지, 선우 가문의 가업을 이어받았으면 다 말아먹겠네. 내가 지금 널 당장 목 졸라 죽이지 않고, 또 선우 가문에 손대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선우재현이 깜짝 놀라더니 물었다.“대표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 물건은 곽씨 골동품 가게에서 산 겁니다. 곽씨 골동품 가게는 진주 4대 명문가 중 하나인 곽씨 가문에서 연 것입니다. 몇 번을 부탁해서야 겨우 가게에서 가장 귀한 이 혈옥을 저에게 팔았습니다. 보기 드문 좋은 물건이라 대표님께 성의를 보이려고 했는데 어떻게...”선우재현의 얼굴색은 조금 어두워졌다.“설마 짝퉁인가요?”김예훈이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만약 짝퉁뿐이었다면 선우 가문을 멸문시킬 생각도 하지 않았겠지.”말을 마친 김예훈은 나무상자를 건네받더니 바로 바닥에 세게 내리쳤다.‘쿵’ 소리와 함께 나무상자는 산산조각이 났고, 안에 들어있던 혈옥도 두 동강이 났다.빨간 옥 사이에 쌀알만 한 크기의 검은 돌이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역겨웠다.“대표님, 이게 뭔가요?”선우재현도 바보가 아닌 이상 바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이건 방사성 물질인데 추출
아침 열 시, 김예훈과 선우재현은 성남 골동품 앞에 도착했다.김예훈이 이곳으로 온 이유는 바로 곽씨 골동품 가게의 배후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이다.‘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나를 해치려고 했을까? 만약 곽씨 골동품 가게가 진주 이씨 가문과 연관이 있다면 이해할 수 있겠는데 진주 곽씨는 나랑 전혀 접점이 없었잖아, 그런데 왜 나를 해치려는 거지?’그들은 곧 곽씨 골동품 가게 문 앞에 도착했다.앞장선 부하는 발로 문을 걷어찼다.잇따라 열댓 명이 살기가 어린 눈빛을 하며 가게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가게 안에 있던 손님들은 모두 아연실색하더니 황급히 뒤로 물러서서 길을 내주었다.“당신들 누구야? 지금 뭐 하는 거야?”가게에 있던 스태프와 경호원들은 모두 경계심이 가득한 얼굴을 보였다.심지어 어떤 경호원은 전기충격기까지 꺼내며 그들을 말리려고 했다.선우재현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고는 발로 눈앞에 있는 자기 꽃병을 툭 차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연우, 당장 나와!”김예훈은 덤덤한 얼굴로 선우재현의 뒤에 서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부러 자기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다.곽씨 골동품 가게는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진열대는 모두 깨끗했지만 그 위에 놓인 물건들은 절대 만만치 않았다.그뿐만 아니라 따로 원석이 놓인 구역이 있었는데 수량도 많고, 질감도 훌륭했다.“어쩐지 가게에 있는 까치가 울더라니, 선우 도련님이 오셨군요!”김예훈이 가게 인테리어를 둘러보고 있던 그때, 복도 끝에서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이어서 도복을 입고 얼굴이 새하얀 남자가 걸어 나왔다.그는 남자지만 얼굴이 백옥처럼 하얬고, 심지어 화장까지 했다. 그리고 걸을 때 향기가 풍겼다.선우재현을 보더니 곽연우는 애교 섞인 얼굴을 하며 말했다.“선우 도련님, 아침에 금방 보지 않았어요? 왜 또 오셨어요? 만약 제가 보고 싶으셨다면 전화를 하시지, 그러면 도련님 모시러 갔을 텐데. 왜 힘들게 굳이 찾아오셨어요? 설마 저 때문에 무슨 속상한 일이라도 생긴 거예요
만약 김예훈이 그를 오해했다면 선우 가문은 정말 어마어마한 결과를 맞이했을 것이다.‘어디서 모르는 척이야? 너무 뻔한 수법인데 아직 연기하고 있네. 가격이 만만찮은 혈옥 안에 첨단 기술로만 추출할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이 있다니? 곽씨 가문에서 이 짓을 벌인 게 아니라면 내가 내 손에 장을 지진다.’그 생각에 선우재현의 눈빛에는 살기가 어렸다.그는 차가운 얼굴로 곽연우를 지켜보며 말했다.“곽연우, 기회 한 번만 더 주지. 만약 네가 한 짓을 인정한다면 내가 오늘 살려는 줄게. 하지만 뻔뻔스럽게 계속 연기를 펼친다면 곽씨 골동품 가게는 이만 접어야 할 거야. 그리고 네 가족들은 네 관을 준비해야겠지!”곽연우의 얼굴색은 한껏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는 곧 정신을 차리고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제가 정말 무슨 일로 선우 도련님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직접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곽연우는 절대 그 일을 인정할 수 없었다.선우재현이 차갑게 웃더니 손을 휙 저었다.그러자 그의 부하 한 명이 가죽 케이스를 테이블 위에 놓고는 그 케이스를 열었고, 안에 있던 혈옥 파편과 방사성 물질이 드러났다.주위에 있던 구경꾼들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 모두 케이스에 몰려들었다.하지만 곽연우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 이내 반응하고는 얼굴색이 확 변했다.“연기해! 어디 계속 연기 해 봐! 계속 연기해도 좋아. 나 다른 요구는 없고, 이걸 당장 목에 삼켜. 그럼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떠날게, 그렇게 할 수 있겠어?”선우재현이 방사성 물질을 가리키며 말했다.곽연우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그는 당연히 그 물건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목에 삼키기는커녕 손에 닿기만 해도 목숨을 잃을 위험이 있었는데 말이다.선우재현은 곽연우의 안색을 보더니 흥미진진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선우 가문은 성남 골동품 업계에서 수년간 사업을 해왔고, 룰을 하나 만들었지. 그건 바로 성남의 골동품 가게에서는 절대 짝퉁을 팔거나 사람을 속이면 안 돼! 성남의 골동품 시장
이 업계에서 짝퉁을 파는 건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모두 안목이 있었으니 속으면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밖에 설명할 수 없으니 남을 탓할 수도 없었다.하지만 방사성 물질을 숨겨놓고 손님을 해치려는 건 전혀 다른 경우였다. 이 업계에서 스스로 장사를 끊는 것과 다름없었다.곽연우는 입술을 실룩거렸다.그는 백옥처럼 흰 얼굴에서 겨우 웃음을 짜냈다.“선우 도련님, 이 모든 게 오해입니다. 제가 이 혈옥을 들인 건 맞습니다. 질감이 훌륭하잖아요. 그리고 제가 직접 몇 번이나 감정했는데요, 만약 이상한 물질이 섞여 있었으면 절대 선우 도련님께 팔지 않았을 겁니다...”“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선우재현이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다 큰 성인들끼리 쓸데없는 말을 하면서 시간 낭비를 하지 말자고. 네가 억울하다면, 좋아, 이 물건을 당장 삼켜. 그러면 널 믿을 뿐만 아니라 무릎 꿇고 사과하지. 그리고 앞으로 성남 시장도 모두 곽씨 가문에 넘길게!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나한테 어떻게 사죄해야 할지 잘 생각해야 할 거야. 날 만족하기 쉽지 않거든.”선우재현이 차가운 얼굴로 말하고는 손을 휙 저었다.그러자 그의 부하들은 쇠 방망이를 꺼내 들어 당장이라도 이 가게를 부술 기세였다.곽연우는 선우재현의 모습을 보고 오늘 이 일은 쉽게 넘어갈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전혀 선우재현이 두렵지 않았다.그는 웃음을 거두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선우재현, 네가 그렇게 나오다니, 어쩔 수 없지. 네가 스스로 산 물건이잖아. 그냥 네가 재수 없었을 뿐이지. 우리 곽씨 골동품 가게에서 상품을 구입한 이후로 발생하는 문제는 절대 책임지지 않아!”곽연우가 갑자기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태세 전환에 주위에서 구경하던 구경꾼들은 물론, 김예훈마저 흥미로운 표정을 보였다.선우 가문은 지금 성남의 유일한 명문 가문이었다. 게다가 CY그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성남에서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다.하지만 곽연우는 무슨 배짱으로 성남에서 선우재현과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
“영국 사람을 등에 업으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아니면 모든 사람이 어르신처럼 외국인을 언급하면 바로 무릎 꿇을 줄 알았어요?”쨕!말할수록 화가 난 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냈다.김예훈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정신이 혼미해진 장현준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김예훈이 또다시 접근해 오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사과할 기회를 드릴게요. 아니면 오늘 갈 생각도 하지 마세요. 내년 오늘이 어르신과 부당주님의 기일일 줄 아세요.”“너...”장현준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을 부여잡은 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도 하고싶은 말을 다시 삼킬 수밖에 없었다.비록 이 시대에서는 권력, 힘, 돈, 인맥이 모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주먹이 강한 사람이 승자였다.용현성이 이미 김예훈에게 짓밟힌 것도 모자라 장현준도 뺨을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장현준은 지금껏 의지해 온 영국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자 더 이상 김예훈과 맞서지도 못했다.이 순간, 장현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미안하네.”쨕!“그렇게 사과하는 거 맞아요?”쨕!“영국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던가요?”쨕!“사과는 존중의 의미로 무릎부터 꿇어야 한다는 거 몰라요?”연이은 뺨에 장현준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그는 분노의 극치에 도달해 표정마저 일그러졌다.손을 쓰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떨리는 몸으로 결국 무릎을 꿇었다.“김 회장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잘못했습니다.”장현준 같은 사람은 무릎 꿇는 것이 그렇게 굴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인식 속에서는 외국인을 만나면 무릎을 꿇어야 하지만 외국인은 김예훈에게 무릎 꿇을 자격이 없었다.“어르신같이 비겁한 자가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아무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거든요.”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가보세요. 다음부터 저를
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김예훈과 동하임을 째려보았다.“기다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반드시 동씨 가문을 진주 1인자 위치에서 끌어내릴 것이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할 거야! 나는 전직 총독으로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일을 영국 황실에 알리면 너희는 끝장이야!”동하임은 피식 웃고 말았다.“영국이요? 저희가 끝장날 거라고요?”김예훈은 서서히 장현준 앞으로 다가가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어디 전화해 보세요. 영국에서 어디 저희 대한민국 일에 간섭할 수 있는지. 저희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정상에 서있는데 어르신은 아직도 서양인의 그림자 밑에서 살고 계시네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전직 총독이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어르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서양인에게 길들어진 개일 뿐이에요.”김예훈은 또 한 번 발로 걷어찼다.장현준은 서양 격투기를 배워서 그런지 반응이 빨라서 김예훈이 발로 차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피했다.하지만 손을 들기도 전에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의자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악!”비명이 퍼져나가고, 장현준은 네 발이 하늘을 향해 뒤집어져 마치 뒤집힌 거북이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얼른 전화해 보세요. 어르신을 지켜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요.”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어르신께서 말은 힘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어요.”류서우 등은 이 순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뻔뻔한 자식. 동하임이 장현준 어르신을 다치게 한 틈을 타 진주에서 존경받는 전직 총독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다니. 정말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김 회장!”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쨕!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다음 순간, 머리가 세게 바닥에 부딪힌 장현준의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고 말았다.화가 났지만 두려움과 절망감이 앞섰다.충분히 자기도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움직임을 전
“너...”용현성은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극심한 통증 때문에 어질어질한 상태였다.그는 용문당 집법 부대의 부당주이며 용씨 가문의 사람인데 말이다.그동안 무송과 용문당에서 항상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추앙하고 존경했는지 모른다.그는 어디에서든 자신감이 넘쳤고, 심지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그런데 오늘 김예훈한테 체면이 짓밟힌 것도 모자라 큰 손해를 보게 될 줄 몰랐다.어린놈의 발에 체면과 존엄이 짓밟힌 지금, 용현성은 벽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하지만 김예훈이 또 움직일까 봐 소리치지도 못했다.“보아하니 이제는 사태 파악이 되셨나 보네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하면 안 되는지 아시겠죠?”김예훈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현성을 쳐다보고는 그를 발로 차버렸다.“오늘 교훈을 잘 기억하길 바랄게요. 안 그러면 언젠가 터질 정도로 얻어맞을 거니까요. 제가 마음이 약해서 그렇지. 김현민이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 무송으로 돌아가 집법 부대 사람들한테 알라세요. 앞으로 일을 처리할 때는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고 행동하라고요. 일본인의 말에 개처럼 달려오지 말고요. 한 명씩 올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요. 알겠어요?”용현성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얼굴은 일그러진 채 처참한 모습으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순간 그는 김예훈에게 도전할 용기가 없어 애써 진정해 보려고 들숨·날숨을 쉬었다.“김 회장, 하임 씨,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야?”용현성이 이 정도로 다친 모습을 보자 장현준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여기가 어디라고. 여긴 국제 대도시인 진주이자 이곳만의 법이 있다고! 전직 총독의 신분으로 요구하는데 당장 당주님께 사과하고 처벌을 받아! 안 그러면 내 한마디로 진주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될 줄 알아. 내 말 믿어 안 믿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못 믿겠는데요? 저도 한 말씀 드릴까요? 제 앞에서 나이를 내세우면서 우쭐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생
김예훈의 발에 짓밟힌 용현성은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얼굴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나있는 채로 무척이나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예훈의 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많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특히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용현성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을 바닥에 짓밟다니.이는 용문당 장관회의 체면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도 같았다.모두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장현준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소리쳤다.“김 회장, 지금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당주님을 건드려?”김예훈이 용현성마저 무시할 줄 몰랐는지 류서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혈기가 솟구쳐 김예훈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이때 그녀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돌진해 왔다.똑같이 동하임의 손짓에도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사방에서 나와 집법 부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집법 부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 강력한 시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은 동씨 가문의 구역이라 인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힘이 균형을 이룬 쌍방은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류서우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가로막힐 줄 몰랐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동하임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동하임이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도련님을 해치려면 제 시체부터 먼저 밟고 가세요!”“너희들!”류서우는 이 모습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당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함께 묻어버릴 거예요!”김예훈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너무 많이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장현준이 기세등등한 말투로 말했다.“김 회장, 하임 씨, 지금 이러는 거, 어떤
이때 용현성의 손짓 한에 몇몇 부하들이 앞으로 나서서 칼을 뽑아 들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 장면은 동하임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어두워지게 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당주님, 패쪽은 당주님이 저한테 맡긴 거라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저보고 일본인에게 사과하라고요?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본인이 저의 사과를 받을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왜? 네가 그렇게 대단해?”용현성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김예훈,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고 일본에 보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도 당주님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야. 그러니까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나이 들어서 성격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젊을 때였으면 너는 이미 머리가 날아가고 온 가족이 살해당했을 거야.”이 순간, 용현성은 언제든지 일어나 김예훈을 한방에 쳐 죽일 것만 같았다.“김 회장, 당주님은 용문당 내부에서 덕망이 높고 권력 있는 분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많은 배려를 한 거라고.”장현준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절대 나대지 마. 당주님이 화를 내는 순간 너는 끝장이라고. 회장 패쪽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과용으로 너의 사지를 부러뜨려 일본에 버릴 거라고. 너의 가족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당주님은 단순히 용문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용씨 가문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장현준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말했다.“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패쪽을 내놓고 스스로 손발을 묶어. 내가 당주님을 위해 두번째 즐길 거리를 마련했는데 말이야. 당주님이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순간 네가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거야.”류서우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얼른 패쪽을 내놓고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요. 아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류서우, 지금 날 협박해?”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긴 했지만,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그렇게 이해하셔도 좋아요.”류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
장현준이 봤을 때 자기가 진주에서 가지고있는 능력과 배경에 용현성의 세력까지 더하면 김예훈을 짓밟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어쨌든 본때를 보여주기 전에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이때 동하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러게요. 어르신들, 싸우려고 저희 동씨 가문에 사람을 불러달라고 한 건 아니죠? 먼저 일부터 해결하는 거 어떨까요?”용현성은 그제야 분노가 가라앉는 듯싶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삿대질했다.“김예훈, 장현준 어르신과 동씨 가문이 네 편을 들어줘서 오늘 운이 좋은 줄 알아. 아니면 내가 뺨 한 대로 너같이 무례한 인생 후배를 죽여버렸을 거야. 그동안 내 손에 죽은 젊은이가 아마도 천명은 안 되어도 팔백 명은 될 거야.”용현성은 오른손 손바닥을 드러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허세 그만 부리시고.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면 될까요?”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할 말이 있으면 하시고,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 저는 아직 배가 고파서 야식 먹으러 가려고요.”“너!”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화를 냈다.거만한 사람은 얼마든지 봤어도 이 정도로 거만한 사람은 처음이었다.‘용현성 어르신 체면을 전혀 지켜주지 않네!’“그래. 본론으로 들어가지.”용현성은 이번에는 화를 억누르고 류서우 등을 말리면서 김예훈을 냉랭하게 쳐다보았다.“김예훈, 네가 부산 용문당 회장인 점을 이용해서 진주·밀양에서 함부로 행동하고 사람을 괴롭혔다면서? 심지어 일본 야마구치파도 모자라 타케이 가문까지 죽였다지? 야마구치파에서 이미 연락이 왔어. 용문당에서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네가 상대방과 어떤 원한을 가지고 있든, 야마구치파에서 책임을 따지기 시작한 이상 네가 반드시 책임져야 해.”용현성은 위엄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명령하는데 회장 패쪽을 넘기고 야마구치파에 사과하도록 해! 우리 용문당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런
“류서우, 우리 회장님한테 무례하면 안 되지.”장현준이 말했다.김예훈과 동하임을 발견했을 때 멈칫하더니 곧바로 이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비록 첫 만남이었지만 용현성을 응원하러 오는 것이었기에 김예훈의 자료를 미리 확인했었다.장현준은 배시시 웃으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류서우, 이분은 전설 속의 김예훈 회장이라고 해. 경기도 김 세자라고도 불리는데 신분이 어마어마할 정도라니까. 이런 분은 집법 부대에서 감히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장현준이 류서우를 꾸짖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비난의 뜻은 없고 오히려 비꼬는 듯했다.김예훈의 신분을 알고는 있었지만 별로 존중의 뜻은 없었다.진주 사람이 봤을 때 경기도 김세자든 부산 용문당 회장이든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진주에서는 바짝 엎드려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번에 상대해야 할 사람이 눈앞에 서있는 사람인 것을 확인한 용현성은 자연스레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류서우의 눈물겨운 호소를 듣고, 사진도 보고, 자료도 확인했지만, 실물을 보니 평범하디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옷차림이나 분위기, 모두 다 평범했다.김현민과 비교하면 정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용현성은 김예훈이 류서우 앞에서 어떻게 타케이 가문을 죽였는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이때 용현성이 담담하게 말했다.“류서우, 얼른 우리 김예훈 회장에게 사과해. 이따 시작되기도 전에 회장님이 홧김에 너를 죽여도 난 너를 지켜줄 수 없어.”“하긴, 김 회장님이 막무가내의 사람이라 당주님 앞에서 살인과 방화를 저지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죠.”류서우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저 류서우, 회장님께 사과를 드릴게요. 죄송해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부디 저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저 죽기 싫어요.”말 속에 가시가 있고, 비꼬는 말투를 보니 전혀 진심이 담겨있지 않았다.류서우의 말에 집법 부대 제자들도 김예훈을 흘겨보았다.‘이 모양 이 꼴을 하고서 왜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지? 정말 염치가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