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준이 봤을 때 자기가 진주에서 가지고있는 능력과 배경에 용현성의 세력까지 더하면 김예훈을 짓밟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어쨌든 본때를 보여주기 전에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이때 동하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러게요. 어르신들, 싸우려고 저희 동씨 가문에 사람을 불러달라고 한 건 아니죠? 먼저 일부터 해결하는 거 어떨까요?”용현성은 그제야 분노가 가라앉는 듯싶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삿대질했다.“김예훈, 장현준 어르신과 동씨 가문이 네 편을 들어줘서 오늘 운이 좋은 줄 알아. 아니면 내가 뺨 한 대로 너같이 무례한 인생 후배를 죽여버렸을 거야. 그동안 내 손에 죽은 젊은이가 아마도 천명은 안 되어도 팔백 명은 될 거야.”용현성은 오른손 손바닥을 드러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허세 그만 부리시고.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면 될까요?”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할 말이 있으면 하시고,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 저는 아직 배가 고파서 야식 먹으러 가려고요.”“너!”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화를 냈다.거만한 사람은 얼마든지 봤어도 이 정도로 거만한 사람은 처음이었다.‘용현성 어르신 체면을 전혀 지켜주지 않네!’“그래. 본론으로 들어가지.”용현성은 이번에는 화를 억누르고 류서우 등을 말리면서 김예훈을 냉랭하게 쳐다보았다.“김예훈, 네가 부산 용문당 회장인 점을 이용해서 진주·밀양에서 함부로 행동하고 사람을 괴롭혔다면서? 심지어 일본 야마구치파도 모자라 타케이 가문까지 죽였다지? 야마구치파에서 이미 연락이 왔어. 용문당에서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네가 상대방과 어떤 원한을 가지고 있든, 야마구치파에서 책임을 따지기 시작한 이상 네가 반드시 책임져야 해.”용현성은 위엄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명령하는데 회장 패쪽을 넘기고 야마구치파에 사과하도록 해! 우리 용문당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런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
이때 용현성의 손짓 한에 몇몇 부하들이 앞으로 나서서 칼을 뽑아 들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 장면은 동하임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어두워지게 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당주님, 패쪽은 당주님이 저한테 맡긴 거라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저보고 일본인에게 사과하라고요?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본인이 저의 사과를 받을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왜? 네가 그렇게 대단해?”용현성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김예훈,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고 일본에 보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도 당주님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야. 그러니까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나이 들어서 성격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젊을 때였으면 너는 이미 머리가 날아가고 온 가족이 살해당했을 거야.”이 순간, 용현성은 언제든지 일어나 김예훈을 한방에 쳐 죽일 것만 같았다.“김 회장, 당주님은 용문당 내부에서 덕망이 높고 권력 있는 분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많은 배려를 한 거라고.”장현준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절대 나대지 마. 당주님이 화를 내는 순간 너는 끝장이라고. 회장 패쪽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과용으로 너의 사지를 부러뜨려 일본에 버릴 거라고. 너의 가족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당주님은 단순히 용문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용씨 가문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장현준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말했다.“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패쪽을 내놓고 스스로 손발을 묶어. 내가 당주님을 위해 두번째 즐길 거리를 마련했는데 말이야. 당주님이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순간 네가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거야.”류서우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얼른 패쪽을 내놓고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요. 아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류서우, 지금 날 협박해?”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긴 했지만,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그렇게 이해하셔도 좋아요.”류
김예훈의 발에 짓밟힌 용현성은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얼굴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나있는 채로 무척이나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예훈의 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많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특히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용현성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을 바닥에 짓밟다니.이는 용문당 장관회의 체면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도 같았다.모두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장현준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소리쳤다.“김 회장, 지금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당주님을 건드려?”김예훈이 용현성마저 무시할 줄 몰랐는지 류서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혈기가 솟구쳐 김예훈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이때 그녀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돌진해 왔다.똑같이 동하임의 손짓에도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사방에서 나와 집법 부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집법 부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 강력한 시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은 동씨 가문의 구역이라 인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힘이 균형을 이룬 쌍방은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류서우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가로막힐 줄 몰랐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동하임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동하임이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도련님을 해치려면 제 시체부터 먼저 밟고 가세요!”“너희들!”류서우는 이 모습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당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함께 묻어버릴 거예요!”김예훈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너무 많이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장현준이 기세등등한 말투로 말했다.“김 회장, 하임 씨, 지금 이러는 거, 어떤
“너...”용현성은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극심한 통증 때문에 어질어질한 상태였다.그는 용문당 집법 부대의 부당주이며 용씨 가문의 사람인데 말이다.그동안 무송과 용문당에서 항상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추앙하고 존경했는지 모른다.그는 어디에서든 자신감이 넘쳤고, 심지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그런데 오늘 김예훈한테 체면이 짓밟힌 것도 모자라 큰 손해를 보게 될 줄 몰랐다.어린놈의 발에 체면과 존엄이 짓밟힌 지금, 용현성은 벽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하지만 김예훈이 또 움직일까 봐 소리치지도 못했다.“보아하니 이제는 사태 파악이 되셨나 보네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하면 안 되는지 아시겠죠?”김예훈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현성을 쳐다보고는 그를 발로 차버렸다.“오늘 교훈을 잘 기억하길 바랄게요. 안 그러면 언젠가 터질 정도로 얻어맞을 거니까요. 제가 마음이 약해서 그렇지. 김현민이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 무송으로 돌아가 집법 부대 사람들한테 알라세요. 앞으로 일을 처리할 때는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고 행동하라고요. 일본인의 말에 개처럼 달려오지 말고요. 한 명씩 올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요. 알겠어요?”용현성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얼굴은 일그러진 채 처참한 모습으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순간 그는 김예훈에게 도전할 용기가 없어 애써 진정해 보려고 들숨·날숨을 쉬었다.“김 회장, 하임 씨,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야?”용현성이 이 정도로 다친 모습을 보자 장현준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여기가 어디라고. 여긴 국제 대도시인 진주이자 이곳만의 법이 있다고! 전직 총독의 신분으로 요구하는데 당장 당주님께 사과하고 처벌을 받아! 안 그러면 내 한마디로 진주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될 줄 알아. 내 말 믿어 안 믿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못 믿겠는데요? 저도 한 말씀 드릴까요? 제 앞에서 나이를 내세우면서 우쭐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생
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김예훈과 동하임을 째려보았다.“기다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반드시 동씨 가문을 진주 1인자 위치에서 끌어내릴 것이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할 거야! 나는 전직 총독으로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일을 영국 황실에 알리면 너희는 끝장이야!”동하임은 피식 웃고 말았다.“영국이요? 저희가 끝장날 거라고요?”김예훈은 서서히 장현준 앞으로 다가가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어디 전화해 보세요. 영국에서 어디 저희 대한민국 일에 간섭할 수 있는지. 저희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정상에 서있는데 어르신은 아직도 서양인의 그림자 밑에서 살고 계시네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전직 총독이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어르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서양인에게 길들어진 개일 뿐이에요.”김예훈은 또 한 번 발로 걷어찼다.장현준은 서양 격투기를 배워서 그런지 반응이 빨라서 김예훈이 발로 차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피했다.하지만 손을 들기도 전에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의자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악!”비명이 퍼져나가고, 장현준은 네 발이 하늘을 향해 뒤집어져 마치 뒤집힌 거북이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얼른 전화해 보세요. 어르신을 지켜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요.”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어르신께서 말은 힘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어요.”류서우 등은 이 순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뻔뻔한 자식. 동하임이 장현준 어르신을 다치게 한 틈을 타 진주에서 존경받는 전직 총독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다니. 정말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김 회장!”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쨕!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다음 순간, 머리가 세게 바닥에 부딪힌 장현준의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고 말았다.화가 났지만 두려움과 절망감이 앞섰다.충분히 자기도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움직임을 전
“영국 사람을 등에 업으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아니면 모든 사람이 어르신처럼 외국인을 언급하면 바로 무릎 꿇을 줄 알았어요?”쨕!말할수록 화가 난 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냈다.김예훈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정신이 혼미해진 장현준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김예훈이 또다시 접근해 오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사과할 기회를 드릴게요. 아니면 오늘 갈 생각도 하지 마세요. 내년 오늘이 어르신과 부당주님의 기일일 줄 아세요.”“너...”장현준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을 부여잡은 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도 하고싶은 말을 다시 삼킬 수밖에 없었다.비록 이 시대에서는 권력, 힘, 돈, 인맥이 모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주먹이 강한 사람이 승자였다.용현성이 이미 김예훈에게 짓밟힌 것도 모자라 장현준도 뺨을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장현준은 지금껏 의지해 온 영국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자 더 이상 김예훈과 맞서지도 못했다.이 순간, 장현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미안하네.”쨕!“그렇게 사과하는 거 맞아요?”쨕!“영국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던가요?”쨕!“사과는 존중의 의미로 무릎부터 꿇어야 한다는 거 몰라요?”연이은 뺨에 장현준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그는 분노의 극치에 도달해 표정마저 일그러졌다.손을 쓰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떨리는 몸으로 결국 무릎을 꿇었다.“김 회장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잘못했습니다.”장현준 같은 사람은 무릎 꿇는 것이 그렇게 굴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인식 속에서는 외국인을 만나면 무릎을 꿇어야 하지만 외국인은 김예훈에게 무릎 꿇을 자격이 없었다.“어르신같이 비겁한 자가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아무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거든요.”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가보세요. 다음부터 저를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
빠직.김예훈은 미야다 신노스케의 오른손을 발로 밟아 부러뜨렸다.“미야다 신노스케, 너 병신이야?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도 모자랄 판에 나를 협박해? 내가 너무 봐줘서 그래?”“너!”김예훈에게서 숨김없는 살기를 느낀 미야다 신노스케는 얼굴색이 확 변하고 말았다.이어 김예훈은 가소로운 표정으로 선재 스님을 쳐다보았다.‘어떻게든 나를 죽이겠다고 하더니. 미야다 신노스케가 패배하니까 양국의 관계를 생각해 보라고? 웃기고 있네.’김예훈은 길길이 날뛰면서 의연한 태도를 보이는 선재 스님을 쳐다보면서 말했다.“당주님이 관까지 가져와서 우리 집 강아지도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는데 내가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해? 우습지도 않아? 아니면 미야다 신노스케가 나를 죽이는 건 당연한 일이고, 내가 이 자식 털끝하나라도 건드리면 죽을죄를 지은 건가?”김예훈의 질문에 선재 스님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김예훈, 알면 됐어. 너의 신분과 지위로는 검신님과 비교할 수도 없어. 네가 백번 죽어도 검신님은 절대 다치면 안 돼.”이 순간 선재 스님은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로 말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마지막 기회야. 뒷감당도 하지 못할 거면 검신님을 풀어줘.”“그래. 너의 체면을 봐서 풀어줄게.”김예훈은 선재 스님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반드시 죽을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미야다 신노스케는 이 순간 희열을 느꼈다.‘대한민국 총사령관이면 뭐 어때서? 그래도 내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할 거 아니야. 내가 이번에 돌아가면...’미야다 신노스케의 얼굴에 웃음이 완전히 피어나기도 전에 김예훈은 그를 발로 짓밟아버렸다.빠직.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미야다 신노스케의 목이 부러져 눈코입에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더니 숨이 간당간당했다.이어 김예훈은 그를 발로 차서 선재 스님 앞에 던져놓고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돌려줬으니 이만 가봐.”“이럴 수가.”충격에 휩싸인 사람들은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미야다 신노스케가 죽은 거야? 이렇게
“이런 제기랄!”선재 스님도 이 모습을 보고 분노했다.미야다 신노스케가 한방에 김예훈을 죽여버리기를 바랐건만 오히려 미야다 신노스케가 처참히 짓밟힐 줄 몰랐다.김예훈이 그의 목을 짓밟자 선재 스님은 움찔하면서 소리를 질렀다.“김예훈, 멈춰. 멈추라고! 이번 대결은 여기까지야. 넌 너무 음흉하고 뻔뻔해서 검신님의 상대가 되지 못해. 무슨 꼼수를 써서 검신님을 간신히 이긴 거야. 그러니까 이번 판은 무효야. 추잡한 행동을 했던 것에 사과해. 우리 대한민국은 이런 비열한 승리를 용납할 수 없어. 이대로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고.”선재 스님은 자기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지금 바로 검신님을 풀어주고 무릎 꿇고 사과해. 그러면 꼼수를 사용한 것도 없었던 일로 해줄게.”용태웅이 반응하면서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패배를 인정하고 검신님을 풀어줘. 선재 스님께서 화나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미야다 신노스케의 목덜미를 밟고 있던 김예훈이 고개를 쳐들며 말했다.“풀어달라고? 그러면 한번 물어봐. 내가 풀어준다고 해도 도망칠 수 있는 건지. 내가 죽기를 원하는데 감히 살아갈 용기나 있겠어?”“김예훈, 허세 좀 부리지 마.”선재 스님은 더욱 화가 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네가 누군데 검신님께 죽으라 말라야. 정말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네. 젊은이, 현실을 직면하는 거 어때? 꼼수로 따낸 승리는 승리도 아니야. 가장 중요한 것은 검신님께서는 일본의 무신이자 진정한 실력자라는 거야. 검신님을 죽이면 한일관계를 무너뜨리는 거라고. 일본이 우리 대한민국을 적으로 돌리면 국제 사회에서 제재받을 수도 있다고. 뒷감당을 책임질 수 있겠어? 그러니까 김예훈, 그 지경에 이르기 전에 얼른 무릎 꿇고 사과해. 멀리 봐야지. 나중에 아마미네 토시로가 참지 못하고 너를 죽인다고 해도 우리 같은 사람은 절대 막을 수 없어. 너도 알잖아. 아마미네 토시로 외에도 일본 야마구치파에는 실력자들이 어마어마하다는걸. 한마디 명령이면 너는 산산조각이 나서 죽을 것이 뻔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용태웅이든, 선재 스님이든, 하나같이 입을 꼭 다문 채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아마미네 다이토 역시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진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자기 뺨을 때렸다.미야다 신노스케는 누구인가?일본 야마구치파 검신 중의 한명이자 일본 무신이기도 했다.이런 인물은 그야말로 천하무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런데 김예훈 같은 기생오라비를 상대로 한 방에 무너진다고?’비록 뺨을 맞아 저 멀리 날아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충격적이었다.“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럴 수가. 검신님은 진정한 무신급 실력자인데 김예훈 저놈이 엄마 배 속에서부터 무술을 수련했다 해도 절대 무신일 리가 없어. 그런데 어떻게 이길 수 있는 거지? 설마 보이지 않는 꼼수를 써서 이렇게 된 건가? 그래. 틀림없을 거야...”선재 스님은 멍한 표정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계속해서 변명을 찾고 있었다.무술 성지 출신들은 하나같이 입이 떡 벌어진 채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오직 아까 체면을 잃은 육민준만이 한숨을 내쉬었다.‘미야다 신노스케도 뺨 한 대 맞고 저렇게 된 마당에 내가 뺨 맞고 날아갔다 하더라도 기억하는 사람이 없었을 거야.’아까까지만 해도 흥분하던 용태웅 등 집법부대 제자들은 입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이 하나같이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온몸에 소름이 끼쳐 눈가를 파르르 떨고 있는 이들은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다.“넌 내 상대가 될수 없어.”김예훈은 반쯤 무릎을 꿇고 있는 미야다 신노스케를 무표정한 얼굴로 쳐다보았다.“용태웅 당주님이 너를 위해 관을 만들어줬는데 파묻힐 곳이 없을 걱정은 안 해도 되겠어. 죽기 전에 고맙다는 인사나 전해.”“도대체 왜.”미야다 신노스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30년 동안 수련해서 십 년 전에서야 겨우 검신과 무신 타이틀을 달았는데 너는 젊은 나이에 어떻게 나보다도 더 강할 수 있어.
선재 스님의 화난 말투를 듣고 다른 사람들도 싫증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세상에 어떻게 이런 남자가 있어? 염치가 없는 것도 한계가 있지.’‘싸움에서 정정당당하게 나서지도 못하면서 입만 놀리고 있네.’‘정말 대한민국 남자들의 얼굴에 먹칠하고 있잖아. 창피해 죽겠어.’“피하지 말라고?”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선재 스님, 너무 간섭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네가 이렇게 멍청한 걸 봐서 피하지 않을게.”다음 순간, 김예훈은 온몸에서 어마어마한 기운을 뿜어냈다.마치 거대한 파도가 미야다 신노스케를 향해 덮치는 것 같았다.원래부터 안색이 안 좋던 미야다 신노스케는 이 순간 표정이 굳어버리고 말았다.김예훈의 심상찮은 기운 변화에 선재 스님은 하려던 말도 이어가지 못하고 믿을 수 없는 표정을 하고서 동공이 확장되었다.샤샥.김예훈은 전방으로 날아가 손을 뻗었다.그는 무엇이 살벌한 무술 세계에선 스피드가 생명인지 똑똑히 보여주고 있었다.김예훈의 손바닥이 이미 미야다 신노스케의 코앞에 도착해 버리자 미야다 신노스케는 표정이 바로 어두워졌다. 그는 전혀 피할 겨를도 없어 그저 본능적으로 검으로 막으려 했다.쨕!거대한 소리와 함께 무서운 기운이 몰아치자 사람들은 눈을 질끈 감았다.이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수가 없었다.하지만 누군가 이를 꽉 깨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잠시 후, 사람들은 그제야 미야다 신노스케가 김예훈의 공격을 막았다는 것을 확인했다.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바닥이 거미줄 모양으로 갈라져 있는 것이다.미야다 신노스케의 검에도 균열이 생기더니 산산조각이 되어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게다가 그의 손바닥과 두 팔도 부러진 채 얼굴에는 선홍빛 뺨자국이 나 있었다.이로 인해 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자기도 모르게 비참한 모습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뺨 한 대였을 뿐인데 미야다 신노스케의 자존심을 무너뜨렸을 뿐만 아니라 지금은 서 있을 힘조차 없어 보였다.이와 반대로 김예훈은 뒷짐을 쥔 채 모든 걸 눌러버릴 듯한
바로 이어서 미야다 신노스케가 일본검술을 포함한 모든 필살기를 퍼붓는 바람에 바닥에 칼자국이 나고, 주변의 나무들도 모조리 부러졌다.하지만 유독 김예훈만은 아무렇지도 않았다.선재 스님은 그제야 미야다 신노스케가 봐준 것이 아니라 김예훈의 속도가 너무 빨라 항상 아슬아슬한 순간에 공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일본 야마구치파를 건드린 것도 모자라 검신님이 오셔도 도망치지 않았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네.”바로 이때, 선재 스님이 분노하면서 말했다.“김예훈, 그러고도 남자야? 그냥 속도가 빨라서 검신님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던 거 아니야. 이런 생사의 결전에서 스피드만 믿고 계속 피하기만 하는 거, 비겁하다는 생각 안 들어? 이건 검신님에 대한 불경이자 우리 대한민국 무술계에 먹칠하는 거라고. 그것도 모자라 넌 우리 모두의 소중한 시간까지 낭비하고 있어. 심판으로서 명령하는데 더 이상 피하지 말고 승부를 겨루도록 해. 대한민국 남자로서 떳떳해지라고. 검신님의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았으면 피하는 거로 끝날 일은 아니라는 걸 알 텐데? 너 지금 이러는 거, 우리 대한민국 무술계가 큰 웃음거리가 된다는 거 몰라?”선재 스님은 화가 나면 종잡을 수 없게 되었다.그녀가 봤을 때 김예훈은 진작에 미야다 신노스케의 한 방에 죽었어야 했다.피하든, 저항하든 모두 대한민국 무술계의 얼굴에 먹칠하는 것이었다.‘어차피 패배할 싸움인데 굳이 버둥거려서 뭐 한담? 그럴바에 한 방에 끝내는 것이 고통스럽지도 않고 좋은 거지. 사내새끼가 이게 뭐야.’선재 스님은 김예훈이 한심하기만 했다.“내가 피할 수 있는 것도 실력이 아니겠어?”김예훈은 뒤로 물러나면서 흥미롭게 말했다.“내가 너처럼 병신같이 피하지도 않고 당하고만 있을것 같아? 그리고 미야다 신노스케 이 자식이 지금까지 내 털끝 하나 건드리지도 못했는데 약한 사람은 얘가 아니야? 기내식은 먹었냐고 물어봐. 안 먹었으면 밥 먹을 기회를 주겠다고 해.”미야다 신노스케는 무신 급 실력이 맞았다.하지만 얼마
무술 성지 출신들은 스스로 자기가 예의와 품격이 넘쳐난다고 생각했다.이들은 미야다 신노스케가 봐줬다는 것을 눈치챘다면 김예훈처럼 염치없이 맞서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워서 진작에 항복했을 것이다.용태웅과 류서우 등 용문당 집법부대 사람들은 하나같이 경멸의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이 하는 행동마다 용문당에 망신 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선재 스님은 여전히 평온한 김예훈의 표정에 더 이상 봐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한방에 김예훈 이 병신같은 자식을 때려죽여야만 속이 시원해질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이런 생각에 선재 스님은 앞으로 다가가 의연하게 말했다.“검신님, 저희 대한민국 무술계에 선의를 베풀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검신님께서는 오늘 복수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저희의 체면을 봐주지 않아도 돼요. 이제는 마무리 지을 때가 된 것 같아요. 부디 김예훈 저 자식이 대가를 치르게 해주세요.”선재 스님은 확신이 가득찬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말하면 미야다 신노스케가 이제는 전력을 다할 거로 믿었다.‘이 정도로 체면을 세워줄 줄 알았으면 진작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할걸. 김예훈 같은 놈은 그냥 한 방에 죽이는 게 나아. 체면도 주지 말고 완전히 무너뜨려야 해.’“이런 제기랄!”이 순간, 김예훈 옷깃 하나 스치지도 못한 미야다 신노스케는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선재 스님이 한 말에 더욱더 화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었다.그는 이제 더 이상 고상한 척하지 않고 허리춤에 있는 검을 꺼내기로 했다.샤샤샥.미야다 신노스케는 칼날을 번쩍이면서 김예훈을 향해 덮쳐왔다.칼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면서 먼지를 일으켜 주변 사람들은 피부가 찢어지는 느낌이었다.많은 사람은 이 칼의 기운에 피해를 볼까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이 모습에 선재 스님은 입가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이런 공격을 젊은 사람은 절대 감당하지 못할 텐데.’그녀는 심지어 눈앞에 김예훈이 사지가 찢기는 모습이 상상되는 것만 같아 싫증난 표정을 지었다.그녀에게는 김예훈 같은
이 순간 용태웅, 선재 스님, 그리고 아마미네 다이토 등은 모두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그들의 생각에 따르면 무신이자 검신인 미야다 신노스케가 나섰으니 김예훈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그런데 미야다 신노스케가 공격을 수십 번 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예훈이 아무런 반응도 없을뿐더러 심지어 머리카락 하나조차 건드리지 못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말도 안 돼!’“미야다 신노스케 검신께서 저희 대한민국의 체면을 지켜주느라 그러신 것 같아요.”분위기가 이상해지자 선재 스님이 갑자기 무언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저희 체면을 지켜준다고 억지로 시간을 끈 것 같은데 일본 무술계는 정만 겸손하기 그지없네요. 검신님, 제가 대한민국 무술계를 대표하여 일본 무술계에 감사의 인사를 전해요. 저희 대한민국의 명예를 생각해 주신 은혜, 반드시 마음에 새길게요. 대한민국과 일본의 우정은 영원히 지속될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검신님께서 김예훈을 죽이면 그의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도 이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 하늘에 대고 맹세할게요. 앞으로 저희 대한민국 무술계에 일본의 존엄을 건드리는 놈은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거예요.”이 순간 선재 스님은 한껏 아부를 떨고 있었다.이렇게 해야만 김예훈이 여러 번이고 치명적인 공격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안색이 조금 안 좋던 아마미네 다이토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별말씀을요. 대한민국과 일본은 예로부터 한 몸이었는데 저희 일본에서도 대한민국의 체면을 중히 여기고 있어요. 저희 두 나라가 사이좋게 지내야 세계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검신님께서 복수한다고 해도 저희 두 나라의 우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이후로 대한민국 무술계의 젊은이들에게 함부로 저희 일본을 건드리면 안 된다고 잘 전해주세요. 아니면 다음부터는 체면이고 뭐고 그냥 죽여버릴 거니까요. 그 순간부터 대한민국은 더 이상 최정상에 서 있을
미야다 신노스케는 원래 김예훈을 한 방에 죽이는 것으로 대한민국 무술계를 짓밟아 버리려고 했는데 김예훈이 공격을 피할 줄은 몰랐다.하지만 미야다 신노스케 같은 고수한테는 이런 놀라움도 잠시였다.그는 곧 마음을 가다듬고 발차기했다.퍽.그러자 공기가 옆으로 갈라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이런 공격은 빠르고 강력하여 한 방이라도 제대로 맞으면 머리가 터질 수도 있었다.어마어마한 기운을 감지한 선재 스님은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특히 몇몇 아름다운 여성들은 얼굴이 발그레해진 채 주먹을 꽉 쥐고 미야다 신노스케를 응원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그냥 김예훈을 빨리 죽이라고 외치기 직전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 평온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그는 공격을 피하려고 가끔 몸을 트는 것밖에 없었다.발차기가 빗나가긴 했지만 미야다 신노스케는 변함없는 표정으로 넓은 옷소매를 칼처럼 휘둘렀다.퍽.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방에 있던 돌멩이와 나뭇잎들이 하늘을 향해 솟았다.김예훈은 전혀 두려움 없는 표정으로 느긋하게 피했다.그냥 찻잔을 들고 옆으로 피할 뿐 공격하지 않는 것이 미야다 신노스케가 전혀 손쓸 가치가 없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샤샤샥.미야다 신노스케의 공격은 끊임없이 펼쳐졌고, 공격마다 어마어마한 힘이 담겨 있었다.하지만 그래도 김예훈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었다.김예훈이 또한번 피하자 미야다 신노스케는 소리를 지르며 공중으로 뜨더니 발로 김예훈 앞에 있는 테이블을 걷어찼다.빠직.대리석 테이블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미야다 신노스케가 손을 휘두르자 즉시 조각들이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이번에는 촘촘히 날아와 도저히 피할 수가 없어 손으로 쳐낼 수밖에 없었다.이 순간, 미야다 신노스케는 마침내 기회를 보고 김예훈 앞으로 다가가 손을 뻗었다.샤샥.김예훈은 여전히 평온한 표정으로 공격을 피했다.미야다 신노스케가 정성껏 뻗은 손가락이 기둥에 닿는 순간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처음 이곳에 온 미야다 신노스케는 이 순간 신처럼 떠받들리고 있었다.김예훈 곁에는 오직 추문성밖에 없었다.휠체어에 누워있던 류서우조차 혹시라도 손해를 볼까 아등바등 가까이 가서 아부를 떨었다.하지만 미야다 신노스케는 이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여전히 덤덤한 김예훈에게 시선이 꽂혔다.그는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냉랭하게 물었다.“네가 바로 우리 일본 무술계를 건드린 김예훈이야? 이번에 진주에서 내 제자들을 죽인 것도 모자라 타케이 나오토 일가까지 죽였다면서?”김예훈이 찻잔을 쥐고서 담담하게 말했다.“타케이 나오토 일가가 대한민국에서 악행을 저질렀는데 죽어야 마땅하지 않겠어? 검신이라는 사람이 이런 사람들 때문에 복수하러 여기까지 왔어?”“복수?”미야다 신노스케는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차갑게 말했다.“내 제자가 죽어야 마땅한지는 네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당연히 대한민국 법도에서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내 말이 바로 법도인 거야. 둘 사이에 어떤 원한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일본 야마구치파의 제자를 죽였으면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거야.”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흥미로운 표정으로 아마미네 다이토를 쳐다보았다.“너도 야마자키파를 대신해 온 거야? 내 기억이 맞는다면 너희 아버지 아마미네 토시로도 부산에 와서 나를 죽이겠다고 하지 않았어?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왜 아직도 감감무소식인 거야. 역시 야마자키파는 야마구치파보다 못한 건가?”“김예훈, 여기서 이간질하지 마.”아마미네 다이토가 냉랭하게 말했다.“우리 아버지가 아직 안 온 것은 수련 중이기 때문이야. 너 같은 자식 때문에 수련을 그만둘 수는 없잖아? 내가 이번에 진주에 온 것도 우리 아버지 지시 때문이야. 검신님이 너를 죽이면 너의 머리를 가져가서 우리 아버지한테 술안주로 드릴 거야.”“그래?”김예훈은 자기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내 상대가 안 될까 봐 병신같은 미야다 신노스케를 보내서 내 실력을 떠보려고 했던 거구나?”“너!”아마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