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담담하게 선우재현을 보며 물었다.“나와 싸우자는 거야?”김예훈의 말을 들은 선우재현은 놀라서 굳었다가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오늘은 도대체 무슨 날인가.고작 데릴사위 따위가,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뺨을 세 대 때리고, 또 싸우겠냐고 묻다니.선우재현은 순간 자신의 뺨을 때린 사람이 어느 명문가의 도련님이나 세자인 줄 착각할 뻔했다.하지만 사실은 고작 데릴사위가 아닌가.오늘 이 데릴사위를 작살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조직에 몸 담글 자격도 없다.“이...”선우재현 앞에서 여전히 막 나가는 김예훈을 보며, 박서진, 이유빈과 곽연록 등 사람들은 모두 절망에 빠졌다.“요즘 성남의 상황이 복잡해. 선우 가문이 어떻게 노력해서 유일한 일류 가문으로 남았는데, 그것 때문에 선우건이가 얼마나 애를 썼는데. 넌 선우 가문의 도련님으로서 가문의 일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못된 일이나 저지르고 있고. 네 행동 때문에 선우 가문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김예훈이 대수롭지 않게 입을 열었다.아직도 허세는. 김예훈의 말을 들은 박서진 등 사람들은 말문이 막혔다.이 데릴사위가 아무 실력도 없으면서 허세 떠는 실력은 성남 제일인 듯했다.모르는 사람이 그의 태도를 봤으면 그가 성남의 일인자인 줄 알 것이다. 아니, 경기도의 일인자라고 생각할지도 몰랐다.“다 나가!”선우재현은 다른 말을 하기도 귀찮아 그대로 명령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클럽의 손님들이 모두 떠났고 구경을 하던 종업원들도 눈치 빠르게 물러났다.박서진과 이유빈 등 사람들도 밖으로 나갔다.그 상황에 사람들은 모두 등에 소름이 돋았다. 다들 앞으로 벌어질 일이 얼마나 잔인할지 상상도 못 하는 분위기였다.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떠날 때 한숨을 쉬었다. 어떤 자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내일 강에 시체 한 구가 떠다닐 듯했다.선우재현이 화가 난 것을 다들 알기에 김예훈이 무조건 죽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박서진 등 사람들은 떠날 때도 김예훈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이윽고 그의 부하들이 빈 술병을 가득 들고 나타났다. 곧 김예훈의 머리를 깨버리겠다는 뜻이었다.“마지막 기회를 주지. 지금은 보는 사람도 없으니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머리를 박으면 내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도 몰라.”“그래! 머리를 몇 번 더 박으면 선우재현 도련님의 기분이 풀려서 널 살려줄지도 몰라!”“너도 성남시의 인재인데, 눈치 좀 챙겨. 안 그러면 곧 죽을 테니까.”담담한 표정의 김예훈을 보며, 현장에 남은 여자들은 김예훈이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이때라도 꿇어서 빌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진짜 곧 죽게 된다! 김예훈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그녀들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그녀들의 눈에는 아무리 대단해도 선우재현보다 대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김예훈은 그저 대수롭지 않게 담담하게 얘기했다. “꿇어? 선우재현이 나한테 꿇으면 모르지. 내가 봐줄지도.”김예훈이 이렇게 허세를 부리자 사람들은 다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꿇으라고?”선우재현이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손에 쥔 재떨이를 던지고 한 걸음 다가가며 얘기했다.“김예훈, 네가 이렇게 허세를 부리는 걸 봐서라도 대단하다고 얘기해주지. 오늘 내 부하들이 한 대씩만 칠 테니까 한 바퀴만 맞아. 그렇다면 네가 죽든지 살든지 이 일은 해결된 것으로 해주지. 의견 있어?”선우재현은 차가운 시선으로 음산한 기운을 내뿜었다.그는 진정한 도련님이고 진정한 대표님이다.그런 그의 모습을 보는 여자들은 눈에서 하트가 뿜어져 나왔다.선우재현은 엄청 잘생기고 위엄 있었다.선우재현이 김예훈 앞으로 다가온 순간, 김예훈은 핸드폰을 꺼내어 바로 전화를 걸고는 핸드폰을 테이블 위로 던졌다.선우재현이 그 핸드폰을 보면서 뭐라고 얘기하려던 찰나, 전화기 너머에서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김 대표님, 이 저녁에 전화를 걸어주시다니, 무슨 일입니까?”그 목소리에 선우재현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아닌가!선우재현의 기억 속 할아버지는 항상 고고하신 분이다.하지만 왜 지금
그 말을 들은 선우재현의 눈가가 떨렸다.그는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꼈다.상대는 선우 가문의 가장 큰 어르신인 선우건이다! 선우건이가 없으면 선우 가문도 없다. 그렇지 않으면 선우재현이 어떻게 성남의 조직에 몸 담그고 있을 수 있겠는가.하지만 그의 눈앞에 있는 김예훈은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차가운 태도로 얘기하고 있다.마치 상사가 부하를 혼내듯이, 주인이 하인을 혼내듯이 말하고 있다.지금 이 순간, 선우재현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돋아났다.“김 대표님, 고정하십쇼! 제발 화를 거두어 주십쇼! 제가 다 처리하겠습니다.”전화기 너머의 선우건이도 놀라서 이마에 땀이 맺혔다.김예훈이 어떤 사람인지, 그가 제일 잘 알았다.하지만 김예훈이 선우 가문을 도와준 일뿐만이 아니라, 김예훈이 성남에 돌아와 예전의 명문가들과 일류가문을 하나하나 무너뜨린 것만 해도 그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선우 가문이 그 가운데서도 굳건히 살아남은 관건적인 이유는 바로 김예훈과 같은 배를 탔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불효자식 같은 선우재현이 김예훈을 건드리다니...“처리요? 지금 제 앞에서 얘기하세요. 어떻게 처리할 겁니까?”김예훈이 일어서서 선우재현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옆에 다가온 양아치와 부하들은 눈치를 보며 뒤로 물러나며 김예훈을 두려워했다.김예훈이 이 전화를 걸 때부터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하지만 김예훈은 그들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 걸어 나가면서 그들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가 지나간 곳마다 선우재현의 부하들이 모두 쓰러져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선우건이의 체면을 봐준 것이었다. 이 사람들은 바닥에서 구르면서도 원망 한마디 할 수 없었다.여성 파트너들은 놀라서 입을 딱 벌리고 보다가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예훈은 그대로 선우재현 앞에 와서 선우재현을 발로 차 바닥에 짓밟았다. 선우건이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고 온몸도 부르르 떨렸다. 하지만 지금은 꾹 참을 수 밖에 없었다.“자
김예훈은 선우재현의 눈에서 불안함과 원망을 보아냈다.그는 손을 뻗어 선우재현의 얼굴을 가볍게 툭툭 치고 담담하게 물었다.“불만이 많은 모양인데? 내가 선우건이를 이용해서 널 압박하는 것 같아? 그렇지 않으면 난 너와 얘기할 자격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김예훈은 웃을락 말락 하는 표정이었다.선우재현은 김예훈의 손을 피하면서 어두운 낯빛으로 대답했다.“김 대표님, 그만하십쇼!”그는 확실하게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인정한 것과 다름없었다. 선우건이의 얼굴을 봐서 그에게 사과하는 것이지 절대로 김예훈이 대단해서가 아니었다.김예훈은 다른 말을 하지 않고 바닥에서 술병을 주웠다.그리고 펑 소리와 함께 선우재현의 머리를 내리쳤다.술병이 깨졌고 선우재현의 머리에도 피가 철철 흘렀다. 선우재현은 짧게 신음소리를 흘리며 비틀비틀 뒤로 물러났다.그는 이성을 잃지 않도록 화를 꾹 참고 있었다.“이건 네가 내 아내를 희롱했기 때문이야.”펑.“이건 네가 나를 죽이려고 했기 때문이고.”펑.“이건 그냥 네가 꼴 보기 싫어서야. 이렇게 세 번 맞으니 기분이 더러워?”김예훈이 선우재현의 얼굴을 치며 물었다.“네!”선우재현이 이를 꽉 깨물고 대답했다.“솔직하니 좋네. 하지만 기분이 더러워도 참을 수밖에 없을 거야. 아니면 돌아가서 복수를 해도 되지만 난 무적인 몸이라, 네 마음대로 해. 하지만 경고하는데, 나에게 복수하기 전에 선우건이한테 가서 내가 누군지 자세히 물어보는 게 좋을 거야.”김예훈이 웃으며 얘기했다.선우재현은 이를 꽉 깨물고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꼭 잘 물어볼 겁니다!”“그래, 가서 물어봐. 그리고 내 아내는 놓아주고.”김예훈이 얘기했다.선우재현은 졌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사람을 시켜 김예훈의 말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이윽고 선우재현이 사람들을 데리고 볼품없이 사라졌다....로얄 펍은 매우 조용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조용해진 것을 듣고 머리를 들이밀며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싶어 했다.펍에서 나온 김예훈은
정민아는 깊게 숨을 들이켜고 얘기했다.“예훈아, 이번에 네가 괜찮은 것은 매니저님 덕분이야.”이때 옆의 이유빈이 굳은 표정으로 걸어와 김예훈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얘기했다.“쓰레기 같은 자식! 이번에 매니저님이 이형택 도련님에게 연락드리지 않았다면 넌 이미 강에 빠져서 죽었을 거야. 우리도 너와 같은 결과를 맞이했을 거고! 쓰레기 같은 놈, 혼자만 죽을 것이지, 우리 발목까지 잡아?! 네가 대단한 줄 알아?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선우재현 도련님의 뺨을 때려? 경고하는데, 고마운 줄 알아. 매니저님이 아량이 넓으셔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네까짓 게 살아나왔겠어?!”이유빈과 곽연록 등 사람들이 김예훈을 훈계하기 시작했다.박서진은 팔짱을 낀 채, 고고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마치 그가 아니었으면 이곳의 사람들은 전부 시체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박서진이 사람을 찾아서 도와주다니?김예훈은 어이가 없어 굳어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 상황은 생각하지 못했다. 박서진이 이리도 허세를 부리는 사람일 줄은 몰랐다.하지만 인도인의 스타일을 생각하니 그의 행동이 이해가기도 같았다.그들은 모두 이렇지 않았던가.정민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얘기했다.“이유빈 씨, 곽연록 씨, 이러지 말아요. 특수 상황이었잖아요. 제 남편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런 거예요! 그렇지 않았으면 오늘 우리는 저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이건 다 선우재현 무리가 선을 넘어서 일어난 일이죠! 어찌 되었든, 오늘 일이 무사히 지나간 건 매니저님께 감사드려요.”정민아는 칼 같은 성격이었다. 펍에서 쫓겨난 후, 양아치들은 그들의 전화를 빼앗지 않았다.박서진은 그 틈을 타 그의 상사, 전설의 이형택에게 전화를 걸었다.상대방은 조용히 듣더니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하지만 박서진은 이형택이 그를 위해 나서주리라 생각했다.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선우재현의 사람들이 떠났다. 그래서 박서진은 의기양양해하고 있었다.김예훈은 박서진을 보며 담담하게 물었
정민아는 놀란 얼굴로 얘기했다.“매니저님... 그건...”박서진이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직접 빚을 졌다고 얘기했잖아요. 오지 않아도 괜찮지만 그렇다면 앞으로 청별 그룹과의 합작은 모두 중지해야 할 것 같습니다.”정민아는 난감했다. 박서진이 나쁜 마음을 먹었다는 것은 알지만 그녀가 방금 직접 한 얘기 때문에 난감한 얼굴을 보였다.이때 김예훈이 차갑게 얘기했다.“박서진, 오늘 누구 덕분에 멀쩡히 살아나왔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이형택 같은 놈이 뭐라고, 오늘 일을 무마할 능력이 있을 것 같아?”박서진은 치부를 들킨 듯,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그는 바로 벌떡 일어서며 물었다.“너 이 자식, 무슨 뜻이야? 날 모욕한 걸로도 모자라서 이 도련님까지 모욕하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도와주지 않고 네가 선우재현 도련님 밑에서 죽게 내버려 둘 걸 그랬어. 젠장. 내가 겨우 널 구해줬더니 감히 날 의심해? 똑똑히 들어, 정 대표 얼굴을 봐서 내가 널 죽이지 않는 거야!”김예훈이 뭐라고 얘기하려고 하자 정민아가 그를 말리며 얘기했다.“예훈아, 매니저님은 확실히 도련님께 전화를 드렸어. 그건 사실이야.”정민아에게 김예훈의 안전이 가장 중요했다.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았다.“매니저님, 이런 눈치 없는 자식에게 화내봤자 아무 소용 없어요!”“등골만 빼먹는 남자가 뭘 알겠어요?! 저런 사람이랑 싸우면 대표님 손만 더러워져요.”이유빈을 포함한 사람들이 나와서 말했다.“가요, 이만 가요. 이런 쓰레기와 그렇게 많이 말할 필요 없어요. 우물 안의 개구리 같은 사람이죠. 저 사람은 우리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그들의 눈에 김예훈은 능력은 하나도 없고 허세만 부릴 줄 아는 남자였다. 그러니 그런 남자 때문에 화를 낼 필요는 없었다.“음? 핑크색 롤스로이스?”이때 곽연록은 주차장에 차 한 대가 남은 것을 발견했다.이 차는 김예훈이 몰고 온 것이었다.주차장에는 아우디나 벤츠 같은 차들도 있었지만 그 차들은 롤스로이스의 차바퀴만
이 사람들은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봉고차도 차라고 허세를 부리는 건가? 그렇게 작은 차가 차라고 불릴 수 있는 건가?삑.김예훈은 말을 하지 않고 바로 롤스로이스 차 키를 눌렀다.분홍색의 롤스로이스가 빛나더니 그 빛이 정민아를 비췄다.“여보, 이 기능은 아직 못 봤지? 이제 가자.”김예훈은 매너 있게 정민아를 차로 모셨다. 그리고 조금 멍해진 정민아는 조수석에 앉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롤스로이스는 사라지고 현장에서는 그들의 라이트밖에 보이지 않았다.박서진과 이유빈 등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굳어버렸다. 마치 머리를 한대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김예훈이 롤스로이스의 차주라고?이게 가능한 일인가?!...“여보, 이 차가 그렇게 비싼 거야?”조수석에 앉은 정민아는 놀라서 물었다. 그녀는 김예훈이 이 차를 받아온 것은 알았지만 그렇게 비싼 것일 줄은 몰랐다.“나도 잘 몰라. 그냥 배상해 준 거니까.”김예훈이 어깨를 들었다 놨다.“이건 좀 과한 것 같아... 우리 벤틀리도 그렇게 비싼 건 아니었고... 남의 롤스로이스로 허세를 부리는 것 같아서 그래.”정민아는 속이 찔리는 것 같았다.김예훈은 그저 웃으며 얘기했다.“차는 이미 네 명의로 되어 있잖아. 상대가 진심으로 사과하는 마음으로 이 차를 배상해 준거라고 생각해. 너무 신경 쓰지 말아.”“그래.”정민아는 생각하다가 더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허세를 부리던 이성택이니 이제는 정신을 차릴 때도 되었다고 생각했다.프리미엄 가든으로 돌아온 부부는 씻고 자려고 했다.하지만 오늘 밤의 분위기는 조금 이상했다. 정민아는 김예훈의 이불을 서재로 던지지 않고 오히려 침실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김예훈의 마음은 왠지 모르게 설렜다.설마 두 사람의 관계가 드디어 진전이 생길 것인가? 띵. 이때 전화가 울렸고 김예훈은 깜짝 놀랐다.그리고 핸드폰의 이름을 보고 속이 찔린 김예훈은 침실을 한번 바라보고 베란다로 가서 전화를 받았
김예훈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 이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도대체 누가 화를 낸다는 건지.하지만 정민아가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김예훈도 그저 웃으며 그녀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걱정하지 마. CY그룹의 대표 자리라면 모를까, 운전기사를 하러 가지는 않을 거야.”“그건 괜찮네. 우리 남편이 능력이 이렇게 좋은데 대표를 해도 잘했을 거야.”정민아가 웃음을 흘렸다.“그럼 오늘 밤...”김예훈이 기대하며 얘기했다.“아, 까먹을 뻔했네. 오늘도 서재에서 자!”정민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얘기하고 쾅 하고 침실의 문을 닫아버렸다.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 질투를 하는 여자는 어떻게 달래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이튿날 오전 아홉 시.청별 그룹 성남 지사의 사업 부문 입구.청별 그룹은 확실히 돈이 많았다. 땅값이 어마어마한 이곳에서 정원이 딸린 건물을 사무실로 쓰고 있다니. 이 건물은 조금 오래된 서양식 건물이었는데 주변의 다른 건물들과 비교하니 더욱 느낌 있었다.예전에, 전쟁 시기에 이곳은 서방 강국의 영사관이었다고 한다. 후에는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청별 그룹의 손에 들어갔다고 한다.지금 청별 그룹의 입구에는 20여 명의 성남 지사 사업 부문의 임원들이 모였다. 아마도 거의 다 인도에서 온 사람인 것 같았다. 다른 한국인들도 있었는데 다 인도에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었다.어젯밤 그들은 갑자기 이형택의 통지를 받았다. 청별 그룹 성남 지사의 사업 부문의 모든 재산을 다른 회사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이다. 임원들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형택이 강하게 밀어붙여 그들은 다른 질문을 하지 못했다.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앞에 서 있는 것은 박서진이었다. 그 외에 이유빈과 곽연록도 있었다.다른 임원들은 두 줄로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이유빈과 곽연록은 청별 그룹의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 청별 그룹의 자산을 거두러 온 회사의 대표가 젊은 사람이라는 것을 들은 박서진이 머리를 굴려 두 여자를 데리고 온 것이었다.자산을 옮겨간다는 것은 이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