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는 깊게 숨을 들이켜고 얘기했다.“예훈아, 이번에 네가 괜찮은 것은 매니저님 덕분이야.”이때 옆의 이유빈이 굳은 표정으로 걸어와 김예훈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얘기했다.“쓰레기 같은 자식! 이번에 매니저님이 이형택 도련님에게 연락드리지 않았다면 넌 이미 강에 빠져서 죽었을 거야. 우리도 너와 같은 결과를 맞이했을 거고! 쓰레기 같은 놈, 혼자만 죽을 것이지, 우리 발목까지 잡아?! 네가 대단한 줄 알아?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선우재현 도련님의 뺨을 때려? 경고하는데, 고마운 줄 알아. 매니저님이 아량이 넓으셔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네까짓 게 살아나왔겠어?!”이유빈과 곽연록 등 사람들이 김예훈을 훈계하기 시작했다.박서진은 팔짱을 낀 채, 고고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마치 그가 아니었으면 이곳의 사람들은 전부 시체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박서진이 사람을 찾아서 도와주다니?김예훈은 어이가 없어 굳어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 상황은 생각하지 못했다. 박서진이 이리도 허세를 부리는 사람일 줄은 몰랐다.하지만 인도인의 스타일을 생각하니 그의 행동이 이해가기도 같았다.그들은 모두 이렇지 않았던가.정민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얘기했다.“이유빈 씨, 곽연록 씨, 이러지 말아요. 특수 상황이었잖아요. 제 남편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런 거예요! 그렇지 않았으면 오늘 우리는 저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이건 다 선우재현 무리가 선을 넘어서 일어난 일이죠! 어찌 되었든, 오늘 일이 무사히 지나간 건 매니저님께 감사드려요.”정민아는 칼 같은 성격이었다. 펍에서 쫓겨난 후, 양아치들은 그들의 전화를 빼앗지 않았다.박서진은 그 틈을 타 그의 상사, 전설의 이형택에게 전화를 걸었다.상대방은 조용히 듣더니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하지만 박서진은 이형택이 그를 위해 나서주리라 생각했다.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선우재현의 사람들이 떠났다. 그래서 박서진은 의기양양해하고 있었다.김예훈은 박서진을 보며 담담하게 물었
정민아는 놀란 얼굴로 얘기했다.“매니저님... 그건...”박서진이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직접 빚을 졌다고 얘기했잖아요. 오지 않아도 괜찮지만 그렇다면 앞으로 청별 그룹과의 합작은 모두 중지해야 할 것 같습니다.”정민아는 난감했다. 박서진이 나쁜 마음을 먹었다는 것은 알지만 그녀가 방금 직접 한 얘기 때문에 난감한 얼굴을 보였다.이때 김예훈이 차갑게 얘기했다.“박서진, 오늘 누구 덕분에 멀쩡히 살아나왔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이형택 같은 놈이 뭐라고, 오늘 일을 무마할 능력이 있을 것 같아?”박서진은 치부를 들킨 듯,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그는 바로 벌떡 일어서며 물었다.“너 이 자식, 무슨 뜻이야? 날 모욕한 걸로도 모자라서 이 도련님까지 모욕하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도와주지 않고 네가 선우재현 도련님 밑에서 죽게 내버려 둘 걸 그랬어. 젠장. 내가 겨우 널 구해줬더니 감히 날 의심해? 똑똑히 들어, 정 대표 얼굴을 봐서 내가 널 죽이지 않는 거야!”김예훈이 뭐라고 얘기하려고 하자 정민아가 그를 말리며 얘기했다.“예훈아, 매니저님은 확실히 도련님께 전화를 드렸어. 그건 사실이야.”정민아에게 김예훈의 안전이 가장 중요했다.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았다.“매니저님, 이런 눈치 없는 자식에게 화내봤자 아무 소용 없어요!”“등골만 빼먹는 남자가 뭘 알겠어요?! 저런 사람이랑 싸우면 대표님 손만 더러워져요.”이유빈을 포함한 사람들이 나와서 말했다.“가요, 이만 가요. 이런 쓰레기와 그렇게 많이 말할 필요 없어요. 우물 안의 개구리 같은 사람이죠. 저 사람은 우리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그들의 눈에 김예훈은 능력은 하나도 없고 허세만 부릴 줄 아는 남자였다. 그러니 그런 남자 때문에 화를 낼 필요는 없었다.“음? 핑크색 롤스로이스?”이때 곽연록은 주차장에 차 한 대가 남은 것을 발견했다.이 차는 김예훈이 몰고 온 것이었다.주차장에는 아우디나 벤츠 같은 차들도 있었지만 그 차들은 롤스로이스의 차바퀴만
이 사람들은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봉고차도 차라고 허세를 부리는 건가? 그렇게 작은 차가 차라고 불릴 수 있는 건가?삑.김예훈은 말을 하지 않고 바로 롤스로이스 차 키를 눌렀다.분홍색의 롤스로이스가 빛나더니 그 빛이 정민아를 비췄다.“여보, 이 기능은 아직 못 봤지? 이제 가자.”김예훈은 매너 있게 정민아를 차로 모셨다. 그리고 조금 멍해진 정민아는 조수석에 앉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롤스로이스는 사라지고 현장에서는 그들의 라이트밖에 보이지 않았다.박서진과 이유빈 등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굳어버렸다. 마치 머리를 한대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김예훈이 롤스로이스의 차주라고?이게 가능한 일인가?!...“여보, 이 차가 그렇게 비싼 거야?”조수석에 앉은 정민아는 놀라서 물었다. 그녀는 김예훈이 이 차를 받아온 것은 알았지만 그렇게 비싼 것일 줄은 몰랐다.“나도 잘 몰라. 그냥 배상해 준 거니까.”김예훈이 어깨를 들었다 놨다.“이건 좀 과한 것 같아... 우리 벤틀리도 그렇게 비싼 건 아니었고... 남의 롤스로이스로 허세를 부리는 것 같아서 그래.”정민아는 속이 찔리는 것 같았다.김예훈은 그저 웃으며 얘기했다.“차는 이미 네 명의로 되어 있잖아. 상대가 진심으로 사과하는 마음으로 이 차를 배상해 준거라고 생각해. 너무 신경 쓰지 말아.”“그래.”정민아는 생각하다가 더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허세를 부리던 이성택이니 이제는 정신을 차릴 때도 되었다고 생각했다.프리미엄 가든으로 돌아온 부부는 씻고 자려고 했다.하지만 오늘 밤의 분위기는 조금 이상했다. 정민아는 김예훈의 이불을 서재로 던지지 않고 오히려 침실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김예훈의 마음은 왠지 모르게 설렜다.설마 두 사람의 관계가 드디어 진전이 생길 것인가? 띵. 이때 전화가 울렸고 김예훈은 깜짝 놀랐다.그리고 핸드폰의 이름을 보고 속이 찔린 김예훈은 침실을 한번 바라보고 베란다로 가서 전화를 받았
김예훈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 이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도대체 누가 화를 낸다는 건지.하지만 정민아가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김예훈도 그저 웃으며 그녀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걱정하지 마. CY그룹의 대표 자리라면 모를까, 운전기사를 하러 가지는 않을 거야.”“그건 괜찮네. 우리 남편이 능력이 이렇게 좋은데 대표를 해도 잘했을 거야.”정민아가 웃음을 흘렸다.“그럼 오늘 밤...”김예훈이 기대하며 얘기했다.“아, 까먹을 뻔했네. 오늘도 서재에서 자!”정민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얘기하고 쾅 하고 침실의 문을 닫아버렸다.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 질투를 하는 여자는 어떻게 달래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이튿날 오전 아홉 시.청별 그룹 성남 지사의 사업 부문 입구.청별 그룹은 확실히 돈이 많았다. 땅값이 어마어마한 이곳에서 정원이 딸린 건물을 사무실로 쓰고 있다니. 이 건물은 조금 오래된 서양식 건물이었는데 주변의 다른 건물들과 비교하니 더욱 느낌 있었다.예전에, 전쟁 시기에 이곳은 서방 강국의 영사관이었다고 한다. 후에는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청별 그룹의 손에 들어갔다고 한다.지금 청별 그룹의 입구에는 20여 명의 성남 지사 사업 부문의 임원들이 모였다. 아마도 거의 다 인도에서 온 사람인 것 같았다. 다른 한국인들도 있었는데 다 인도에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었다.어젯밤 그들은 갑자기 이형택의 통지를 받았다. 청별 그룹 성남 지사의 사업 부문의 모든 재산을 다른 회사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이다. 임원들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형택이 강하게 밀어붙여 그들은 다른 질문을 하지 못했다.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앞에 서 있는 것은 박서진이었다. 그 외에 이유빈과 곽연록도 있었다.다른 임원들은 두 줄로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이유빈과 곽연록은 청별 그룹의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 청별 그룹의 자산을 거두러 온 회사의 대표가 젊은 사람이라는 것을 들은 박서진이 머리를 굴려 두 여자를 데리고 온 것이었다.자산을 옮겨간다는 것은 이
김세자?! 그 이름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놀랐다.만약 진짜 그분이라면 이해되기도 했다.그분은 경기도의 일인자이자 하늘과도 같은 높으신 분이었다.그의 권력에 도전하던 사람들은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것처럼 다 깨져버렸다.“매니저님, 그게 진짜입니까?”“새 상사가 김세자라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왜 이 도련님이 이 얘기를 하지 않으신 걸까요?”많은 사람들이 박서진을 보며 더 많은 정보를 알려고 했다.박서진이 득의양양해서 얘기했다.“그거 알아요? 내가 이 소식들을 알고 있는 건 다 그분과 막역한 관계여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어떤 일은 말할 수 없기에 알아서들 추측하시면 됩니다.”그 말을 들은 임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곧 박서진에게 다가왔다.“매니저님, 새 상사와 친한 관계라면 앞으로 저희를 잘 부탁드립니다!”“그래요, 우리도 오래된 형제가 아니겠습니까!”“매니저님, 새로 오는 분 앞에서 우리 얘기 좀 좋게 해주세요!”임원들은 다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다. 미리 새 상사와 좋은 관계를 쌓을 수는 없으니 그럼 상사의 부하와 친해져야 한다. 박서진이 손을 저으며 오만한 표정으로 얘기했다.“당연하죠, 오래 알고 지낸 형제들이잖아요, 우리는. 하지만 새 상사가 왔다고 해도 다들 이건 기억합시다. 새로 온 상사가 임원들을 다 자기 사람으로 바꿀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같이 오랫동안 일한 사람으로서 무조건 힘을 합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 온 상사의 부하가 권력을 잡으면 우리가 힘들어지니까요.”그 말을 들은 임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매니저님의 말이 맞아요. 앞으로 우리는 모두 매니저님을 따르겠습니다!”“앞으로 다 매니저님의 말을 듣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박서진은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물론 그는 아직 새로 오는 상사를 잘 몰랐다. 하지만 이 사람들을 먼저 구슬려서 자기 편으로 만든다면 새로 오는 상사도 박서진을 부하로 삼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유빈과 곽연록은 그 모습을 보고 눈을 반짝였다.박서진
청별 그룹 경기도 지사 임원들이 고작 데릴사위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니?이 광경을 본 박서진은 얼굴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이유빈과 곽연록 두 사람도 김예훈을 알아보고는 경멸이 깃든 눈빛으로 말했다.“빌어먹을 놈! 저 사람은 도대체 왜 여기로 온 거야?”“김예훈, 여기가 어디라고 와? 네가 올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해? 넌 이 자리에 나타날 자격조차 없다고.”이유빈이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그에게 걸어가더니 차가운 얼굴로 비꼬며 말했다.박서진도 걸어오더니 회사 대문을 가리키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네놈이 저리 안 꺼져? 걸리적거리게 여기 서 있지나 말고! 나 오늘 엄청 중요한 일이 있어서 너한테 낭비할 시간 없으니까 멀리 꺼져! 조금 있다가 내가 화나게 되면 너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박서진은 김예훈이 어떻게 이곳에 나타났는지, 또 그가 무슨 이유로 이곳에 왔는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아무튼, 그는 데릴사위 따위인 김예훈이 꼴도 보기 싫었다.김예훈은 바보를 보듯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박서진, 이유빈, 두 사람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그래도 너처럼 허영심 많은 사람보다는 백 배 나아!”이유빈은 비꼬는 얼굴로 말했다.“적어도 우리는 롤스로이스를 빌리기까지 하면서 잘난 척은 하지 않는다고! 그 롤스로이스 빌리는데 1년 치 월급을 다 쓴 거 아니야? 돈이 아깝지도 않아?”박서진도 김예훈을 바보 보듯 보면서 콧방귀를 뀌었다.“데릴사위가 아무리 노력해봤자 데릴사위일뿐이지! 병신같은 새끼!”김예훈은 박서진과 더는 쓸데없는 말을 하기도 귀찮아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저리 꺼져!”“나보고 꺼지라고?”박서진은 믿을 수 없는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정말 머리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야? 어제 넌 하마터면 선우재현 도련님한테 맞아 죽을 뻔했어. 내 도움이 없었다면 넌 지금 이미 강물에 빠졌을 거라고! 그런데도 나보고 꺼지라는 거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도 못하는 거야?’김예훈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박서진을 보더니 웃는 듯
“나보고 꺼지라고?”김예훈이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떠난다면 당신들이 인사하고 환영할 사람이 없어질 텐데 말이야.”박서진이 잠깐 멈칫하더니 벌컥 역정을 냈다.“김예훈, 너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방금 우리는 새로운 대표님께서 오시면 어떻게 인사해야 할지 연습하고 있었을 뿐이야. 우리 인사를 받았다고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이유빈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김예훈, 차라리 개그맨을 지원하지, 왜 이렇게 웃기는 소리만 하는 거야? 네가 어떤 놈인지 우리가 몰라? 왜 아무도 믿지 않을 말을 하는 거야? 이젠 웃기지도 않아, 그냥 네가 병신처럼 보일 뿐이지!”박서진은 귀찮은 얼굴로 경호원을 불러오며 말했다.“빨리 저 사람 쫓아내! 그리고 두 다리 모두 부러뜨려. 그래야 앞으로 또 사고를 치지 않고 가만히 있지!”박서진은 더는 김예훈과 쓸데없는 대화를 나누며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다.그의 머릿속에는 지금 온통 새로운 대표님에게 잘 보일 생각뿐이었다. 만약 데릴사위 따위인 김예훈이 새로운 대표님에게 시비라도 건다면 그의 앞날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니 말이다.많은 임원과 팀장들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들은 나서지 않았지만 몰래 김예훈을 비웃고 있었다.김예훈은 겨우 몇만 원짜리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배짱으로 자기가 새로운 대표님이라고 하는 건가?정말 웃기는 소리네!곧 새로운 대표님이 도착하지 않는다면 그들도 김예훈을 비꼬았을 것이다.바로 이때, 차들이 이어서 천천히 대문 앞에 멈춰 섰다.맨 앞에 있는 차는 렉서스 LS였는데 화려하지 않았지만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전체 성남, 나아가 경기도에서 예나 지금이나 렉서스를 애용한 차로 삼는 사람은 김세자뿐이었다. 다른 명문 가문들은 모두 벤틀리나 마이바흐, 또는 롤스로이스 같은 차들을 좋아했다.렉서스를 보자 이유빈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김세자 님이 오셨나 보네! CY그룹에 있을 때도 김세자 님께서 애용하시는 차가 렉
“쓰읍!”사람들은 모두 깊은숨을 들이마셨다.몸매 좋고 예쁘장하게 생긴 임원들은 모두 입을 틀어막고서야 겨우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있었다.하은혜와 송준이 이런 큰일로 장난을 치진 않을 것이다.그럼 트레이닝복을 입은 데릴사위가 바로 전설 속의 김세자란 말인가?박서진의 얼굴색은 순간 어두워졌다.“뭐라고요? 저, 저, 저 사람이 정말 김세자 님이라고요?”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이유빈과 곽연록도 어안이 벙벙했다.그녀들이 온갖 파티에 참석하며 얼굴을 알린 것은 오직 큰 인물들의 눈에 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김세자 같이 정말 높은 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녀들을 그의 눈에 들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그 생각에 이유빈과 곽연록은 후회가 몰려왔다!돈 많은 부자라면 티를 낼 것이지! 왜 트레이닝복만 입고 다니냐고?“그, 그럴 리가 없어...”한참 지나서도 이유빈은 여전히 믿을 수 없는 얼굴을 보였다.“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 저 사람은 데릴사위 따위잖아. 어젯밤까지만 해도 선우 도련님 때문에 잔뜩 겁을 먹더니! 매니저님이 도와서 나서지 않았다면 이미 한 구의 시체가 되었을 저 사람이 어떻게 전설 속의 김세자 님이야?”이유빈은 믿을 수도 없었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그녀가 생각한 데릴사위는 아무 쓸모도 없는 병신이었다. 능력 있는 데릴사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게다가 김세자가 정민아의 남편이었다니? 정민아가 뭔데? 왜 남편을 김세자로 둘 수 있는 건데?“당신들이 믿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당신들은 그저 청별 그룹 경기도 지사 사업 부문 직원들이잖아. 오늘 청별 그룹 경기도 지사는 소유하고 있는 모든 재산을 우리한테 넘겨야 해.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은 협조하는 것뿐이라고. 지금부터 의견 있는 사람들은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두 번 다시 말하지 않을 테니까 명심해!”하은혜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감히 대표님을 의심해? 죽으려고 작정했군!하은혜의 말을 들은 박서진을 비롯한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그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
“영국 사람을 등에 업으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아니면 모든 사람이 어르신처럼 외국인을 언급하면 바로 무릎 꿇을 줄 알았어요?”쨕!말할수록 화가 난 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냈다.김예훈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정신이 혼미해진 장현준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김예훈이 또다시 접근해 오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사과할 기회를 드릴게요. 아니면 오늘 갈 생각도 하지 마세요. 내년 오늘이 어르신과 부당주님의 기일일 줄 아세요.”“너...”장현준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을 부여잡은 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도 하고싶은 말을 다시 삼킬 수밖에 없었다.비록 이 시대에서는 권력, 힘, 돈, 인맥이 모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주먹이 강한 사람이 승자였다.용현성이 이미 김예훈에게 짓밟힌 것도 모자라 장현준도 뺨을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장현준은 지금껏 의지해 온 영국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자 더 이상 김예훈과 맞서지도 못했다.이 순간, 장현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미안하네.”쨕!“그렇게 사과하는 거 맞아요?”쨕!“영국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던가요?”쨕!“사과는 존중의 의미로 무릎부터 꿇어야 한다는 거 몰라요?”연이은 뺨에 장현준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그는 분노의 극치에 도달해 표정마저 일그러졌다.손을 쓰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떨리는 몸으로 결국 무릎을 꿇었다.“김 회장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잘못했습니다.”장현준 같은 사람은 무릎 꿇는 것이 그렇게 굴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인식 속에서는 외국인을 만나면 무릎을 꿇어야 하지만 외국인은 김예훈에게 무릎 꿇을 자격이 없었다.“어르신같이 비겁한 자가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아무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거든요.”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가보세요. 다음부터 저를
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김예훈과 동하임을 째려보았다.“기다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반드시 동씨 가문을 진주 1인자 위치에서 끌어내릴 것이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할 거야! 나는 전직 총독으로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일을 영국 황실에 알리면 너희는 끝장이야!”동하임은 피식 웃고 말았다.“영국이요? 저희가 끝장날 거라고요?”김예훈은 서서히 장현준 앞으로 다가가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어디 전화해 보세요. 영국에서 어디 저희 대한민국 일에 간섭할 수 있는지. 저희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정상에 서있는데 어르신은 아직도 서양인의 그림자 밑에서 살고 계시네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전직 총독이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어르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서양인에게 길들어진 개일 뿐이에요.”김예훈은 또 한 번 발로 걷어찼다.장현준은 서양 격투기를 배워서 그런지 반응이 빨라서 김예훈이 발로 차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피했다.하지만 손을 들기도 전에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의자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악!”비명이 퍼져나가고, 장현준은 네 발이 하늘을 향해 뒤집어져 마치 뒤집힌 거북이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얼른 전화해 보세요. 어르신을 지켜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요.”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어르신께서 말은 힘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어요.”류서우 등은 이 순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뻔뻔한 자식. 동하임이 장현준 어르신을 다치게 한 틈을 타 진주에서 존경받는 전직 총독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다니. 정말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김 회장!”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쨕!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다음 순간, 머리가 세게 바닥에 부딪힌 장현준의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고 말았다.화가 났지만 두려움과 절망감이 앞섰다.충분히 자기도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움직임을 전
“너...”용현성은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극심한 통증 때문에 어질어질한 상태였다.그는 용문당 집법 부대의 부당주이며 용씨 가문의 사람인데 말이다.그동안 무송과 용문당에서 항상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추앙하고 존경했는지 모른다.그는 어디에서든 자신감이 넘쳤고, 심지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그런데 오늘 김예훈한테 체면이 짓밟힌 것도 모자라 큰 손해를 보게 될 줄 몰랐다.어린놈의 발에 체면과 존엄이 짓밟힌 지금, 용현성은 벽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하지만 김예훈이 또 움직일까 봐 소리치지도 못했다.“보아하니 이제는 사태 파악이 되셨나 보네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하면 안 되는지 아시겠죠?”김예훈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현성을 쳐다보고는 그를 발로 차버렸다.“오늘 교훈을 잘 기억하길 바랄게요. 안 그러면 언젠가 터질 정도로 얻어맞을 거니까요. 제가 마음이 약해서 그렇지. 김현민이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 무송으로 돌아가 집법 부대 사람들한테 알라세요. 앞으로 일을 처리할 때는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고 행동하라고요. 일본인의 말에 개처럼 달려오지 말고요. 한 명씩 올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요. 알겠어요?”용현성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얼굴은 일그러진 채 처참한 모습으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순간 그는 김예훈에게 도전할 용기가 없어 애써 진정해 보려고 들숨·날숨을 쉬었다.“김 회장, 하임 씨,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야?”용현성이 이 정도로 다친 모습을 보자 장현준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여기가 어디라고. 여긴 국제 대도시인 진주이자 이곳만의 법이 있다고! 전직 총독의 신분으로 요구하는데 당장 당주님께 사과하고 처벌을 받아! 안 그러면 내 한마디로 진주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될 줄 알아. 내 말 믿어 안 믿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못 믿겠는데요? 저도 한 말씀 드릴까요? 제 앞에서 나이를 내세우면서 우쭐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생
김예훈의 발에 짓밟힌 용현성은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얼굴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나있는 채로 무척이나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예훈의 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많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특히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용현성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을 바닥에 짓밟다니.이는 용문당 장관회의 체면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도 같았다.모두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장현준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소리쳤다.“김 회장, 지금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당주님을 건드려?”김예훈이 용현성마저 무시할 줄 몰랐는지 류서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혈기가 솟구쳐 김예훈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이때 그녀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돌진해 왔다.똑같이 동하임의 손짓에도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사방에서 나와 집법 부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집법 부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 강력한 시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은 동씨 가문의 구역이라 인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힘이 균형을 이룬 쌍방은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류서우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가로막힐 줄 몰랐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동하임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동하임이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도련님을 해치려면 제 시체부터 먼저 밟고 가세요!”“너희들!”류서우는 이 모습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당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함께 묻어버릴 거예요!”김예훈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너무 많이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장현준이 기세등등한 말투로 말했다.“김 회장, 하임 씨, 지금 이러는 거, 어떤
이때 용현성의 손짓 한에 몇몇 부하들이 앞으로 나서서 칼을 뽑아 들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 장면은 동하임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어두워지게 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당주님, 패쪽은 당주님이 저한테 맡긴 거라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저보고 일본인에게 사과하라고요?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본인이 저의 사과를 받을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왜? 네가 그렇게 대단해?”용현성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김예훈,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고 일본에 보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도 당주님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야. 그러니까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나이 들어서 성격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젊을 때였으면 너는 이미 머리가 날아가고 온 가족이 살해당했을 거야.”이 순간, 용현성은 언제든지 일어나 김예훈을 한방에 쳐 죽일 것만 같았다.“김 회장, 당주님은 용문당 내부에서 덕망이 높고 권력 있는 분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많은 배려를 한 거라고.”장현준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절대 나대지 마. 당주님이 화를 내는 순간 너는 끝장이라고. 회장 패쪽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과용으로 너의 사지를 부러뜨려 일본에 버릴 거라고. 너의 가족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당주님은 단순히 용문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용씨 가문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장현준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말했다.“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패쪽을 내놓고 스스로 손발을 묶어. 내가 당주님을 위해 두번째 즐길 거리를 마련했는데 말이야. 당주님이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순간 네가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거야.”류서우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얼른 패쪽을 내놓고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요. 아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류서우, 지금 날 협박해?”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긴 했지만,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그렇게 이해하셔도 좋아요.”류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
장현준이 봤을 때 자기가 진주에서 가지고있는 능력과 배경에 용현성의 세력까지 더하면 김예훈을 짓밟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어쨌든 본때를 보여주기 전에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이때 동하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러게요. 어르신들, 싸우려고 저희 동씨 가문에 사람을 불러달라고 한 건 아니죠? 먼저 일부터 해결하는 거 어떨까요?”용현성은 그제야 분노가 가라앉는 듯싶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삿대질했다.“김예훈, 장현준 어르신과 동씨 가문이 네 편을 들어줘서 오늘 운이 좋은 줄 알아. 아니면 내가 뺨 한 대로 너같이 무례한 인생 후배를 죽여버렸을 거야. 그동안 내 손에 죽은 젊은이가 아마도 천명은 안 되어도 팔백 명은 될 거야.”용현성은 오른손 손바닥을 드러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허세 그만 부리시고.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면 될까요?”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할 말이 있으면 하시고,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 저는 아직 배가 고파서 야식 먹으러 가려고요.”“너!”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화를 냈다.거만한 사람은 얼마든지 봤어도 이 정도로 거만한 사람은 처음이었다.‘용현성 어르신 체면을 전혀 지켜주지 않네!’“그래. 본론으로 들어가지.”용현성은 이번에는 화를 억누르고 류서우 등을 말리면서 김예훈을 냉랭하게 쳐다보았다.“김예훈, 네가 부산 용문당 회장인 점을 이용해서 진주·밀양에서 함부로 행동하고 사람을 괴롭혔다면서? 심지어 일본 야마구치파도 모자라 타케이 가문까지 죽였다지? 야마구치파에서 이미 연락이 왔어. 용문당에서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네가 상대방과 어떤 원한을 가지고 있든, 야마구치파에서 책임을 따지기 시작한 이상 네가 반드시 책임져야 해.”용현성은 위엄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명령하는데 회장 패쪽을 넘기고 야마구치파에 사과하도록 해! 우리 용문당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런
“류서우, 우리 회장님한테 무례하면 안 되지.”장현준이 말했다.김예훈과 동하임을 발견했을 때 멈칫하더니 곧바로 이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비록 첫 만남이었지만 용현성을 응원하러 오는 것이었기에 김예훈의 자료를 미리 확인했었다.장현준은 배시시 웃으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류서우, 이분은 전설 속의 김예훈 회장이라고 해. 경기도 김 세자라고도 불리는데 신분이 어마어마할 정도라니까. 이런 분은 집법 부대에서 감히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장현준이 류서우를 꾸짖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비난의 뜻은 없고 오히려 비꼬는 듯했다.김예훈의 신분을 알고는 있었지만 별로 존중의 뜻은 없었다.진주 사람이 봤을 때 경기도 김세자든 부산 용문당 회장이든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진주에서는 바짝 엎드려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번에 상대해야 할 사람이 눈앞에 서있는 사람인 것을 확인한 용현성은 자연스레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류서우의 눈물겨운 호소를 듣고, 사진도 보고, 자료도 확인했지만, 실물을 보니 평범하디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옷차림이나 분위기, 모두 다 평범했다.김현민과 비교하면 정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용현성은 김예훈이 류서우 앞에서 어떻게 타케이 가문을 죽였는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이때 용현성이 담담하게 말했다.“류서우, 얼른 우리 김예훈 회장에게 사과해. 이따 시작되기도 전에 회장님이 홧김에 너를 죽여도 난 너를 지켜줄 수 없어.”“하긴, 김 회장님이 막무가내의 사람이라 당주님 앞에서 살인과 방화를 저지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죠.”류서우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저 류서우, 회장님께 사과를 드릴게요. 죄송해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부디 저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저 죽기 싫어요.”말 속에 가시가 있고, 비꼬는 말투를 보니 전혀 진심이 담겨있지 않았다.류서우의 말에 집법 부대 제자들도 김예훈을 흘겨보았다.‘이 모양 이 꼴을 하고서 왜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지? 정말 염치가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