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남이 이렇게 강경하게 나올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국방부의 전설인 당도 부대 총사령관의 체면도 세워주지 않는다니.당도 부대 총사령관이 마음만 먹으면 문준남은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수 있고 앞으로 국방부 장관 자리도 이어받을 수 있다.다시 말해 이런 사람은 쓸 힘들이 엄청나고 지위와 권력도 절대 만만치 않다.그러나 문준남이 이렇게 체면을 무시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 했다.김예훈은 예상과 다르게 화를 내지 않고 뒷짐을 지고 차갑게 말했다.“그럼 문 반장의 뜻은 이번 일은 공평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건가?”문준남이 경건하게 말했다.“당연합니다. 이번 사건은 연관된 인물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우리 한국 대통령님의 명예도 걸려 있어 제가 한쪽 편에 설 수 없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위에서 제 관직을 파면할 수도 있습니다!”김예훈이 말했다.“그렇다면 지금 이 일 조사는 어떻게 돼 가고 있나?”“지금 어느 정도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파악한 증거들로 봤을 때 사건이 발생한 원인은 백운 그룹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건축업에서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 바닷모래를 사용했습니다. 바닷모래는 염분이 많고 특히 쉽게 부식됩니다. 그런데 백운 그룹이 사용한 이 바닷모래는 더욱 쉽게 부식되는 품질이 매우 나쁜 바닷모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심각한 사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번 사건은 전부 백운 그룹과 정민아의 책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자산을 동결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정민아는 체포하여 최소 10년의 유기 징역을 구형해야 합니다.”문준남은 경건하게 입을 열었다.문준남은 비록 이번 사건이 이상한 점이 있었지만, 현재 파악한 증거들로 봤을 때 죄를 단정 짓기는 어렵지 않았다.김예훈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말했다.“이게 바로 문 반장이 말한 공평한 처리인가? 사건에 대해 아직 제대로 수사하지도 않고 증거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미 죄를 단정 짓고서는 공평을 어디다 갖
“문제없습니다! 반드시 공조하겠습니다!”문준남은 곧바로 예를 갖춰 묵례했다.빠르게 성남시 경찰서 쪽에서 각종 감시 카메라 영상을 보내왔다.송준은 기술자들을 데리고 각종 장비를 조사하기 시작했다.그리고 김예훈 역시 사람을 시켜 사고 현장의 샘플을 가져오라 지시했다.조사 후 김예훈은 갑자기 웃었다.“문 반장, 이 모래들이 바닷모래인 건 확실해. 그리고 바닷모래를 건축업에서 사용하는 것은 쉽게 부식되기 때문에 금지된 사항이지. 그런데 이런 부작용은 십 년 이십 년 후에야 나타나는 게 정상이야. 그리고 건설할 때 대량의 콘크리트도 같이 섞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바로 붕괴가 되지? 그리고 이 샘플을 보면 누군가 고의로 똑같은 것을 안에 섞어 놨어.”“네?”문준남과 다른 사람들은 깜짝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그럼, 정말로 누군가의 모함이라는 거야?’“강산.”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너무 쉬운 방법이잖아. 완전히 응고되지 않은 건축물 안에 강산을 섞으면 건축물은 당연히 가시적인 속도로 붕괴가 되지. 내가 만약 잘못 짚은 게 아니라면 이런 수를 쓴 사람은 분명 공사장의 인부야. 시공사 측에 연락해서 사고 다음 날 일을 그만둔 인부가 없는지 알아봐봐. 그 사람부터 조사해 보면 진상을 더 빨리 알아낼 수 있을 거야.”“빨리! 인부 데려와!”문준남은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누군가 자신을 이용해 총사령관의 안내를 음모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자, 문준남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렸다.이건 문준남을 사지로 모는 일이다.한편, 송준 쪽도 몇 대의 트럭이 엄청난 양의 모래를 싣고 백운 별장을 드나드는 감시카메라 영상 일부를 채취했다. 매번 모래를 가득 싣고 이동했다.이 영상을 보자, 모든 사람은 사건의 진상을 파악했다.누군가 저녁 시간대를 틈타 백운 별장 공사장의 강모래를 품질이 낮은 바닷모래로 바꿔치기한 것이다.그리고 이런 일을 한 사람은 공사장 내부의 인부와 손을 잡은 것이 분명하다.이렇게 강산과 사건의 모든 진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건축업을 잘 아는
이 말을 듣고 정군과 임은숙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특히 임은숙은 정민아가 최소 10년 형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오늘 들어 더욱이 기분이 좋지 않았다.임옥희는 걸어 들어와 임은숙의 두 손을 잡고 위로하며 말했다.“은숙아, 엄마는 너랑 정군도 들어갈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니. 너희 둘이 피해자 가족들한테 돈을 찔러준 사실이 폭로되면 너네도 감옥에 들어가야 해! 지금 너희가 아무 일 도 없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임옥희의 표정은 걱정과 위로가 가득했지만, 내뱉는 말은 정군과 임은숙의 기분을 나쁘게 했다.정군과 임은숙은 호화로운 삶을 더 누리고 싶어 했다!감옥살이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순간 임은숙은 무심코 말했다.“엄마, 제발 우리 민아 좀 구해줘. 우리 좀 구해줘.”“에잇, 한 가족이 두말하겠어? 도울 수 있는 상황에서는 엄마도 당연히 너희를 돕지. 그래서 이번 사건도 너희 오빠한테 당연히 물어봤지. 근데 조금 어렵다네, 너네도 알지?”말을 끝내고 임옥희는 임무경과 눈을 마주쳤다.임무경은 난처하다는 듯이 말했다.“은숙아, 오빠가 너를 돕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이번에 민아가 일을 너무 크게 벌여서 정말 어쩔 수가 없다. 네 그거 알아? 서울의 수많은 거물이 백운 별장을 사람 통해서 알게 모르게 매입했어. 지금 이분들 입장이 난처해. 부실 공사랑 연관됐는데 그냥 넘어갈 것 같아? 내가 네 오빠니까 돕고 싶은데 지금 나조차도 지위가 위태위태해.”임무경은 정말로 정민아를 위해 생각이라도 한 듯 마음이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이 말을 듣고 정군과 임은숙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절망스러워했다.이 둘은 성남시에 어떠한 인맥도 없고 있다 하더라도 서울 거물들을 감당할 수는 없다.정말 가망이 없다!이때 임은유가 잽싸게 입을 열었다.“언니, 사실 민아가 감옥에 가도 뭐 별거 없어. 나중에 오빠한테 부탁해서 어떻게든 입원 치료를 위해 보석 석방을 청구해달라 하는 것도 안 되는 건 아니야. 그런데 지금 일이 꼬인 게 이번 사건 때문에
임은숙이 당황하며 말했다.“엄마, 우리 사이에 비즈니스 얘기할 게 뭐가 있어?”“당연히 백운 그룹 얘기지! 엄마는 너희 가족을 위해 큰일들을 해결해야 해. 그러니까 내 비상금 2억을 꺼내서 정민아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백운 그룹의 지분을 매수했어.”임옥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2억?”정군과 임은숙은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이 둘은 회사 경영에 대해서 문외한이지만 그래도 백운 그룹의 시가총액은 몇억이 넘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런데 2억으로 지분을 다 매수했다니 말도 안 된다.둘의 갈등을 빚는 표정을 보고 임옥희는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이 지금,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에는 힘든 거 엄마도 알아 그런데 상황이 심각해. 너희는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아무것도 몰라. 방현아 와서 큰아버지와 큰어머니한테 지금 상황을 설명해 주렴.”방현은 미소를 지으며 걸어와 깍듯하게 말했다.“큰아버지, 큰어머니, 먼저 제 소개부터 드리겠습니다. 저는 로열 가든 그룹 사업 부서 부대표이고 성남시 부동산 업계에서 10년간 종사했습니다.”정군은 당황하며 말했다.“로열 가든 그룹? 부동산 업계에서 유일하게 손씨 가문과 어깨를 견주는 그 로열 가든 그룹?”“맞습니다. 우리 로열 가든 그룹 뒤에도 큰 어르신이 계십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희가 어떻게 성남시에서 풍족하게 살았겠습니까?”방현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우선은 전문가 입장에서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께 현재 백운 그룹이 직면한 문제들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정군과 임은숙은 알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봐도 방현이 전문가 엘리트 같아 보여 방현의 말을 들어서 나쁜 것은 없어 보였다.방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백운 그룹은 사실 부동산 업계에서 신생기업일 뿐입니다. 그리고 진행하는 사업도 백운 별장 하나입니다. 전남산 어르신과의 관계 때문에 백운 별장 사업은 엄청나게 흥했고 70% 정도의 별장이 며칠 만에 다 팔려 백운 그룹은 전체 집값의 30%를 계약금으로 받았습니다. 원래는 너무 좋은
정군과 임은숙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했다.2억으로 정민아의 모든 지분을 파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손해 보는 것 같았다.그러나 안 팔자니 방현이 한 말이 너무나도 무서웠다.이때 방현은 계속 웃으며 말했다.“큰아버지, 큰어머니, 아직도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모르시겠어요? 현재 아직 대규모 환불 요구가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이삼일 내에 분명 요청이 들어올 것으로 보입니다. 계속 그렇게 머뭇거리시면 2억을 못 가져가는 것은 둘째 치고 빚더미에 나앉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확신하는데 회사를 임씨 가문에 팔고 난 후에도 정민아를 계속 회사에서 일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떤 손해도 없습니다.”정군과 임은숙은 여전히 결심하지 못하고 있었다.이때 임옥희가 헛기침하며 화제를 바꿨다.“은숙아, 네가 보기에 방현 부대표는 어때 보이니?”임은숙은 무심코 말했다.“성공한 사람 같아.”“맞아!”임옥희가 웃었다. “방현은 이 업계에서 오래 종사해서 경험도 많아. 그래서 임씨 가문이 백운 그룹 지분은 인수한 이후에 그중 10%를 방현한테 줄까 해. 그리고 회사 운영도 맡기고.”정군과 임은숙은 이 둘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임옥희는 계속 말했다.“그리고 방현도 민아한테 장가가고 싶다고 말했어. 내 말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그때 가서 너희 그 쓸모없는 데릴사위를 내쫓고 방현한테 민아를 시집보내면 돼. 그러면 백운 그룹의 지분도 여전히 너희가 소유하는 거야. 그리고 임씨 가문이 지분을 얻은 다음에 어떻게서든 인맥을 풀어서 이번 회사 위기를 해결할 거야. 엄마가 이렇게 너희를 위해 애쓰는데 어떻게 할 건지 빨리 답을 줘야지!”임옥희가 이렇게 속 시원히 말해주니 정군과 임은숙은 마음이 기울었다.중요한 것은 이 둘은 김예훈이 아무짝도 쓸모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뭘 해도 안 되는데 그에 비해 방현은 너무나도 강했다.만약 사위를 바꿀 수만 있고 어느 정도의 지분도 보장받을 수 있다면 호화로운 생화를 유지할 수 있다. 너무 좋은 일이다!“그렇
정소현은 뺨을 만지며 안 믿긴다는 표정으로 임은유를 바라봤다. 정소현은 자신을 가장 사랑했던 이모인 임은유가 지금 이러한 일 때문에 자신을 때렸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짝!이때 뒤에서 보고만 있던 김예훈이 갑자기 걸어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상황에서 임은유의 뺨을 날렸다. 임은유는 당황했다.사실상 임은유뿐만 아니라 여문성, 임옥희, 아니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당황했다.다들 김예훈이 이곳에 있는 것은 알았지만 그들의 눈에 김예훈은 임씨 가문 앞에서는 화장실도 감히 마음대로 못 가는 못난 데릴사위이다.그러나 이 못난 데릴사위가 지금 임은유의 뺨을 때렸다니?!여문성이 제일 먼저 달려와 김예훈을 가리키며 욕했다.“이놈! 이놈! 일개 데릴사위 주제에 감히 우리 임씨 가문 사람을 때려? 넌 큰일 난 거야! 이번에 정민아만 감옥에 가는 게 아니라 너도 같이 감옥에서 썩어봐! ”시끌시끌김예훈은 앞에서 이리저리 날뛰는 여문성을 보며 짜증 섞인 표정으로 또 뺨을 날렸다.이번에는 더 세게 때려 여문성의 치아 몇 개가 날아갔다.여문성은 돼지 멱따는 소리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바닥에서 자기 뺨을 감싼 채 데굴데굴 굴렀다.여문성이 아무리 그래도 나름 엘리트인지라 이런 상황이 있던 적이 없었다.임은유는 이 상황을 보고 잔뜩 겁에 질렸다. 만약 아까 김예훈이 조금만 더 세게 내리쳤다면 임은유의 얼굴도 비뚤어졌을 것이다.임무경도 화가 났다.임무경은 잔뜩 분노한 채로 김예훈을 보며 말했다.“이 건방진 녀석아! 이게 지금 무슨 짓거리야? 이렇게 사람을 때리는 건 뭐 하자는 거야! 임은숙! 정군! 너희는 가정교육을 이딴 식으로 하니? 내가 똑똑히 말하는데 오늘 우리가 만족할 만한 대답하지 않으면 2억도 가질 생각은 꿈도 꾸지 마!”방현이 옆에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무경 어르신, 지위도 높으신 분이 왜 이런 정신병 있는 녀석이랑 말을 섞으세요. 그냥 경찰서 사람들 불러서 잡아가라 하면 되는 일을! 감히 우리 앞에서 사람을 때려? 그것도 임씨
이때 임무경은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인심 써서 우리가 한 가족이니까 네가 임씨 가문을 때린 일은 따지지 않을게. 그런데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해서 너희 장인어른과 장모님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되지 않겠어?”“해를 끼친다고요? 제가 왜 우리 장인어른과 장모님에게 해를 끼치겠어요?”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임무경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회사 지분을 우리에게 팔지 못하게 하는 게 바로 해를 끼치는 거야! 거물들이 전부 환불을 요구해 봐 그 빚더미를 무슨 수로 갚게?”김예훈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외삼촌이 있지 않습니까? 들어보니 외삼촌 뒤에 있는 어르신이 한국의 거물이신데, 외삼촌이 나서서 조금만 말해도 큰일을 작은 일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 아니신가요?”김예훈의 말을 듣고 정군과 임은숙의 얼굴이 밝아졌다.임은숙이 급하게 말했다.“맞아, 큰 오빠! 우리가 왜 이걸 까먹었지? 지분은 필요가 없었네. 오빠가 나서 준다면 분명 오빠 체면을 살려줄 거야. 그때 민아한테 말해서 별장 하나 줄게!”파산하지 않을 방법만 있다면 임은숙은 사실 회사 지분을 팔고 싶지 않아 했다.정군은 아내 말만 따르는 사람이라 임은숙이 이렇게 나오자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임무경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웃으며 말했다.“은숙아, 천진난만하게 굴지 말자. 내가 너희를 위해 나서준다고? 어떤 명분으로? 어떤 일이든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거 알아 몰라? 근데 지금 네가 하는 말은 명분이 없잖아! 만약 백운 그룹이 임씨 가문의 것이라면 그럼 내가 직접 나서서 거물들이 나의 체면을 세워주는 건 당연한 거야. 근데 내가 너희를 대신해서 나선 준다? 너희가 거물들 앞에 설 자격이 있어? 거물들이 보기에는 너희는 아무것도 아닌데 너희를 위해서 뭘 해주겠니?! 됐고, 지금 상황은 대충 알겠지? 하루 동안 생각할 시간 줄게, 정민아랑 얘기를 나누든 알아서 해. 근데 내일 지금, 이 시간까지 결정하지 않으면 임씨 가문은 너희가 우리와 가족인 것을 인정하지 않을 거야!”임무경은 웃으며 손을
저녁이 되자 임씨 가문은 가문 클럽에 모였다.임무경은 술잔을 들고 웃으며 말했다.“방현아, 너의 계획 너무 좋았어. 방금 이미 몇몇 사람들한테 연락 해놨어! 내일 그들이 백운 그룹에 압박을 가할 거야. 나는 정군과 임은숙이 견딜 수 없다고 봐! 내일 이 시간에 우리는 백운 그룹의 지분을 손에 넣는 거야! 우리 임씨 가문도 명문가가 될 수 있다고!”방현은 술잔을 높이 들고 말했다.“모두 이런 보잘것없는 저에게 기회를 주신 회장님 덕분입니다. 앞으로 임씨 가문을 위해 어떤 위험도 감수하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저는 앞으로 임씨 가문의 돈주머니입니다!”방현의 말을 듣고 임씨 가문은 모도 박장대소를 했다.이때 여문성은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형님, 일이 끝난 이후에 김예훈, 그 쓸모없는 녀석을, 혼쭐을 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멍청한 녀석이 감히 저를 때리다니. 세상이 미쳐 날뛰는 것입니다!”임은유 역시 이를 깨물고 말했다.“맞아요! 이런 녀석은 남은 인생 감옥에서 썩게 해야 해요!”방현은 웃으며 말했다.“회장님, 그 데릴사위가 눈에 거슬리는 존재이긴 합니다. 일이 끝난 후에 어떻게든 처리하는 게 좋아 보입니다.”임무경은 웃으며 말했다.“다들 걱정하지 마라. 다 생각이 있어.”임옥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어휴, 사실 그 녀석도 나쁜 애는 아닌데 잘못된 길을 가는 게 그저 딱할 뿐이야. 됐어, 그때 감옥에도 보내지 말고 그냥 속 시원하게 살게 해주자!”임옥희는 애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내뱉는 말은 잔인하기 짝이 없었다.임옥희는 아예 김예훈을 죽일 생각이었다.방현은 임씨 가문의 본성을 이제야 조금 알게 되어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이 가족들은 혈연 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이익만을 추구할 뿐이다.만족할 만한 이익을 위해 이들은 누구도 죽일 수 있다!방현은 이번에 충분한 이득을 취한 뒤에 이 사람들을 멀리할 생각을 하고 있다.방현은 표정 변화 없이 이런 생각을 하며 임무경에게 술을 따랐다.쾅!순간 갑자기 대문에서 굉음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