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현은 뺨을 만지며 안 믿긴다는 표정으로 임은유를 바라봤다. 정소현은 자신을 가장 사랑했던 이모인 임은유가 지금 이러한 일 때문에 자신을 때렸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짝!이때 뒤에서 보고만 있던 김예훈이 갑자기 걸어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상황에서 임은유의 뺨을 날렸다. 임은유는 당황했다.사실상 임은유뿐만 아니라 여문성, 임옥희, 아니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당황했다.다들 김예훈이 이곳에 있는 것은 알았지만 그들의 눈에 김예훈은 임씨 가문 앞에서는 화장실도 감히 마음대로 못 가는 못난 데릴사위이다.그러나 이 못난 데릴사위가 지금 임은유의 뺨을 때렸다니?!여문성이 제일 먼저 달려와 김예훈을 가리키며 욕했다.“이놈! 이놈! 일개 데릴사위 주제에 감히 우리 임씨 가문 사람을 때려? 넌 큰일 난 거야! 이번에 정민아만 감옥에 가는 게 아니라 너도 같이 감옥에서 썩어봐! ”시끌시끌김예훈은 앞에서 이리저리 날뛰는 여문성을 보며 짜증 섞인 표정으로 또 뺨을 날렸다.이번에는 더 세게 때려 여문성의 치아 몇 개가 날아갔다.여문성은 돼지 멱따는 소리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바닥에서 자기 뺨을 감싼 채 데굴데굴 굴렀다.여문성이 아무리 그래도 나름 엘리트인지라 이런 상황이 있던 적이 없었다.임은유는 이 상황을 보고 잔뜩 겁에 질렸다. 만약 아까 김예훈이 조금만 더 세게 내리쳤다면 임은유의 얼굴도 비뚤어졌을 것이다.임무경도 화가 났다.임무경은 잔뜩 분노한 채로 김예훈을 보며 말했다.“이 건방진 녀석아! 이게 지금 무슨 짓거리야? 이렇게 사람을 때리는 건 뭐 하자는 거야! 임은숙! 정군! 너희는 가정교육을 이딴 식으로 하니? 내가 똑똑히 말하는데 오늘 우리가 만족할 만한 대답하지 않으면 2억도 가질 생각은 꿈도 꾸지 마!”방현이 옆에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무경 어르신, 지위도 높으신 분이 왜 이런 정신병 있는 녀석이랑 말을 섞으세요. 그냥 경찰서 사람들 불러서 잡아가라 하면 되는 일을! 감히 우리 앞에서 사람을 때려? 그것도 임씨
이때 임무경은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인심 써서 우리가 한 가족이니까 네가 임씨 가문을 때린 일은 따지지 않을게. 그런데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해서 너희 장인어른과 장모님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되지 않겠어?”“해를 끼친다고요? 제가 왜 우리 장인어른과 장모님에게 해를 끼치겠어요?”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임무경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회사 지분을 우리에게 팔지 못하게 하는 게 바로 해를 끼치는 거야! 거물들이 전부 환불을 요구해 봐 그 빚더미를 무슨 수로 갚게?”김예훈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외삼촌이 있지 않습니까? 들어보니 외삼촌 뒤에 있는 어르신이 한국의 거물이신데, 외삼촌이 나서서 조금만 말해도 큰일을 작은 일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 아니신가요?”김예훈의 말을 듣고 정군과 임은숙의 얼굴이 밝아졌다.임은숙이 급하게 말했다.“맞아, 큰 오빠! 우리가 왜 이걸 까먹었지? 지분은 필요가 없었네. 오빠가 나서 준다면 분명 오빠 체면을 살려줄 거야. 그때 민아한테 말해서 별장 하나 줄게!”파산하지 않을 방법만 있다면 임은숙은 사실 회사 지분을 팔고 싶지 않아 했다.정군은 아내 말만 따르는 사람이라 임은숙이 이렇게 나오자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임무경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웃으며 말했다.“은숙아, 천진난만하게 굴지 말자. 내가 너희를 위해 나서준다고? 어떤 명분으로? 어떤 일이든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거 알아 몰라? 근데 지금 네가 하는 말은 명분이 없잖아! 만약 백운 그룹이 임씨 가문의 것이라면 그럼 내가 직접 나서서 거물들이 나의 체면을 세워주는 건 당연한 거야. 근데 내가 너희를 대신해서 나선 준다? 너희가 거물들 앞에 설 자격이 있어? 거물들이 보기에는 너희는 아무것도 아닌데 너희를 위해서 뭘 해주겠니?! 됐고, 지금 상황은 대충 알겠지? 하루 동안 생각할 시간 줄게, 정민아랑 얘기를 나누든 알아서 해. 근데 내일 지금, 이 시간까지 결정하지 않으면 임씨 가문은 너희가 우리와 가족인 것을 인정하지 않을 거야!”임무경은 웃으며 손을
저녁이 되자 임씨 가문은 가문 클럽에 모였다.임무경은 술잔을 들고 웃으며 말했다.“방현아, 너의 계획 너무 좋았어. 방금 이미 몇몇 사람들한테 연락 해놨어! 내일 그들이 백운 그룹에 압박을 가할 거야. 나는 정군과 임은숙이 견딜 수 없다고 봐! 내일 이 시간에 우리는 백운 그룹의 지분을 손에 넣는 거야! 우리 임씨 가문도 명문가가 될 수 있다고!”방현은 술잔을 높이 들고 말했다.“모두 이런 보잘것없는 저에게 기회를 주신 회장님 덕분입니다. 앞으로 임씨 가문을 위해 어떤 위험도 감수하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저는 앞으로 임씨 가문의 돈주머니입니다!”방현의 말을 듣고 임씨 가문은 모도 박장대소를 했다.이때 여문성은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형님, 일이 끝난 이후에 김예훈, 그 쓸모없는 녀석을, 혼쭐을 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멍청한 녀석이 감히 저를 때리다니. 세상이 미쳐 날뛰는 것입니다!”임은유 역시 이를 깨물고 말했다.“맞아요! 이런 녀석은 남은 인생 감옥에서 썩게 해야 해요!”방현은 웃으며 말했다.“회장님, 그 데릴사위가 눈에 거슬리는 존재이긴 합니다. 일이 끝난 후에 어떻게든 처리하는 게 좋아 보입니다.”임무경은 웃으며 말했다.“다들 걱정하지 마라. 다 생각이 있어.”임옥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어휴, 사실 그 녀석도 나쁜 애는 아닌데 잘못된 길을 가는 게 그저 딱할 뿐이야. 됐어, 그때 감옥에도 보내지 말고 그냥 속 시원하게 살게 해주자!”임옥희는 애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내뱉는 말은 잔인하기 짝이 없었다.임옥희는 아예 김예훈을 죽일 생각이었다.방현은 임씨 가문의 본성을 이제야 조금 알게 되어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이 가족들은 혈연 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이익만을 추구할 뿐이다.만족할 만한 이익을 위해 이들은 누구도 죽일 수 있다!방현은 이번에 충분한 이득을 취한 뒤에 이 사람들을 멀리할 생각을 하고 있다.방현은 표정 변화 없이 이런 생각을 하며 임무경에게 술을 따랐다.쾅!순간 갑자기 대문에서 굉음
임무경의 표정만 어두워진 게 아니다.임씨 가문의 다른 가족들도 모두 순간 표정이 굳었다.하지만 임옥희는 반응이 빨라 다시 웃음을 되찾으며 말했다.“문 반장, 저번에 내 생일을 축하해 준 일 아직 기억하고 있어. 계속 찾아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했네. 오늘 이렇게 우연히 만났으니 문 반장도 앉아서 술 한잔 드는 건 어때?”임씨 가문 사람들은 문준남이 갑자기 여기에 왜 왔는지 몰라 모두 문준남을 바라봤다.‘이번 사건을 공평하게 처리하라고 말한 걸 보니, 설마 뭘 알아낸 것은 아니겠지?’문준남은 차갑게 말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사람을 잡으러 온 것뿐입니다. 그리고 회장님은 협조 부탁드립니다.”“응? 누굴 잡아?”임무경과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당황했다.“로열 가든 그룹 방현, 너 혐의가 가장 많아. 증거도 확실해서 이미 체포영장도 다 받았어!”문준남은 차갑고 매정하게 말했다.“내가 체포된다고? 지금 증거 있어?”방현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다 알려줄게. 백운 별장 공사장 감시카메라 영상 이미 복원 완료했어! 사건 발생한 다음 날 사직한 인부들 다 찾아냈고 인부들이 이미 전부 다 네가 시킨 일이라고 이실직고했어! 방현, 넌 끝났어. 너 아무 데도 도망 못 가. 지금부터 너는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네가 한 발언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다!”문준남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잡았다!”임씨 가문이 아직 정신도 차리기 전에 방현은 몇몇 형사에게 체포되어 끌려갔다.그들이 다 나가고 자리에 있던 임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오랜 기간 어두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비록 이 모든 계획을 방현이 세웠지만 뒤에서 모든 일들을 봐준 건 임씨 가문이었다. 만약 임씨 가문을 불기라도 하면 큰일이다.이런 생각을 하니 임무경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어쩌면 방현을 죽일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백운 그룹 사건이 지금, 이 지경이 된 걸 보면 함부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방현이 잡혀갔다는 것은
한편, 전남산 어르신도 매우 기뻤다.원래 전남산을 탓했던 피해자 가족들이 과일을 가지고 사과와 감사의 인사를 하러 직접 찾아왔다.전남산은 한평생 동안 명예와 권력 그리고 돈에 대한 욕심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가장 행복한 일은 자기 환자를 치료하는 일이다.이런 상황에서 원래 백운 그룹에 환불 요청을 하려던 사람들은 더 이상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전남산 어르신이 함부로 대변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됐기 때문이다.백운 별장의 건설 품질은 매우 좋았다.거기에 이번 사건으로 인해 백운 그룹은 백운 별장의 전체적인 품질과 부대시설을 더욱 완벽하게 하려고 분명 온갖 노력을 할 것이다.그렇게 되면 집값은 수직으로 상승할 게 안 봐도 뻔하니 그 누구도 환불하려 들지 않았다.백운 그룹의 업무는 빠르게 복귀되고 있었다. 정민아가 소중히 여기는 일류 별장을 나중에 특별히 사용하려고 준비하는 것 외에 다른 별장은 대부분 다 팔렸다.중요한 것은 정민아가 원래 임씨 가문에 팔려던 별장을 회수한 점이다.왜냐하면 임씨 가문은 원래부터 입으로만 말하고 절대 돈을 지불하는 경우가 없으며 어떠한 협의서를 체결한 적도 없다.그리고 이번에 임씨 가문이 불난 집에 부채질한 일로 인해 정민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임씨 가문.이번 사건으로 인해 임씨 가문은 뛰는 토끼 잡으려다 잡은 토끼까지 놓치는 꼴을 당해 손실이 엄청났다.비록 금전적인 손실은 크지 않았지만, 임무경은 이번 일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인맥과 힘을 사용했다.그러나 결론적으로 지금 임씨 가문을 위해 손을 써준 몇몇 사람은 겁에 질려 임씨 가문을 멀리하기 시작했다.그렇게 임씨 가문의 인맥과 힘은 어느새 많이 줄었다.임씨 가문은 이번 일로 가문의 세력이 최소 30% 정도 줄어 엄청나게 손해를 입었다고 할 수 있다.경기도 삼인자인 임무경도 이번 일은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임무경도 이렇게 욕심내다 큰코다칠 줄은 애초에 상상도 못 했다.그래도 다행히도 임씨 가문에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이전에 임
이튿날.김예훈은 CY 그룹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정민아는 때마침 방에서 나왔다.“김예훈, 요 며칠 내가 땅 하나 보고 있는데 내가 살 수 있게 노력하고 있어. 그리고 소현이 오늘 시험이래. 나 대신해서 데려다줄 수 있어?”정민아가 말했다.이번 사건이 너무 커서 백운 그룹은 명예도 실추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이름을 날렸다.정미아는 이번 기회를 잡아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려고 성남의 땅 몇 군데를 봐뒀다. 이를 통해 백운 그룹의 사업이 더 흥하길 원했다.정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김예훈은 웃었다.작은 일은 자기가 하면 되기 때문에 부인이 잘 되면 좋은 일이다.“당연하지. 그럼, 소현이를 태워서 성남 대학교에 데려가 시험 보게 하면 되는 거야?”“맞아!”김예훈은 성남 대학교를 인정하지 않아 정소현이 유명한 학부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지만, 정소현 스스로 대학 입학시험을 보고 싶어 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 시험 날인데 시간이 촉박해 보였다.김예훈은 정소현을 대학교에 데려다준 이후 떠나려고 했다.“형부, 여기서 잠깐만 기다렸다가 저 시험 끝나고 다시 데려다주시면 안 될까요?”정소현은 무척 긴장했다.김예훈은 정소현의 안색을 보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사실 이전에 처제와 김예훈의 사이는 그렇게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오만소리 다 하는 절친이 됐다.기왕 처제가 요구하니 김예훈은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아무 의자에 누워 쉬다가 정소현이 돌아와 깨우니 벌써 점심이었다.“형부, 우리 같이 밥 먹어요. 들어보니 성남 대학교 학생 식당 음식이 맛있고 저렴하대요. 저 먹어보고 싶어요.”정소현은 기대에 차 김예훈을 바라봤다.정소현은 자기가 마음에 두는 사람과 성남 대학교 학생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서로 사귈 기회가 생긴다는 얘기를 계속 들었었다.그래서 오늘 김예훈한테 자신을 기다리라고 했다.김예훈은 이런 꼬마의 속마음을 알 터가 없었다. 아무 말 없이 시간을 보니 밥 먹을 시간이 됐다.김예훈은 거절하지 않고 말
정소현의 말은 일리 있어 보이지만 사실 정소현은 자기만의 속셈이 있었다.형부와 가까워질 기회는 흔치 않다.김예훈은 정소현이 이렇게 말하는 게 앞뒤가 조금 안 맞지만, 기왕 학업을 위한다니 김예훈도 거절하기 쉽지 않아 정소현을 맞춰 줬다.어쩔 수 없었다. 처제의 학업을 위해 김예훈 역시 애쓰고 있는 셈이다.두 사람이 손도 잡고 가까이 붙어 있는 모습을 보고 정소현을 구애하던 많은 남자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정소현 보기에는 순수해 보이고 예뻤는데 아저씨랑 사귀어? 안돼 난 인정 못 해! ”“됐어, 네가 뭔데 인정을 못 해? 너는 어항 속에 몇 번째 물고기니?”많은 남자애가 화를 냈지만, 그저 멀리서 한 마디씩 욕할 뿐 앞에서는 뭐라 하지 못했다.정소현과 김예훈은 학생 식당에 빠르게 도착했다.두 사람은 구석에서 밥을 먹었지만 그래도 관심을 계속 받았다. 많은 사람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김예훈은 어이가 없어 말했다.“소현아, 앞으로 이렇게 예쁘게 꾸미지 마요. 봐봐 다들 처제만 쳐다보잖아요.”정소현은 입을 삐쭉 내밀고 말했다.“형부, 저 화장 안 했고, 민낯이에요. 저도 언니처럼 모태 미녀예요! 아 형부 말해주세요. 저랑 언니 중에 누가 더 예뻐요?”말이 끝나고 정소현은 얼굴을 김예훈 얼굴 앞으로 들이밀고 눈은 크게 떴다. 너무 가까워 콧바람도 느껴졌다.정민아와 정소현은 모두 연예인 뺨치는 국보급 미녀들이다. 차이라고 하면 정민아는 이미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 성숙미와 지성이 더욱 느껴진다.그에 반해 정소현은 아직 사춘기 소녀의 티가 나고 얼굴은 새하얘서, 정소현을 본 사람들은 모두 갖고 싶고 뽀뽀하고 싶은 정도였다.김예훈은 참지 못하고 정소현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어떻게 형부한테 그런 걸 물어봐요? 네?”“형부, 아파요...”정소현은 눈물을 글썽이며 사과했다.“형부 저를 놔주시면 제가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아 근데 까먹고 돈을 안 가져왔어요. 형부, 돈 있어요?”김예훈은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지갑을 줬다.정소현은
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임지용을 쳐다보다가 결국 미소를 살짝 보였다. 어쩐지 정소현이 그에게 이상한 요구를 한다 싶었는데 이제 보니 주변에 날파리가 너무 많았던 탓이었으며 특히 눈앞에 있는 이 날파리의 태도가 유난히 김예훈의 심기를 건드렸다.만약 그저 정소현을 쫓아다니는 보통 남자였으면 김예훈도 곁에서 지켜봤을 것이고 심지어 남자가 좋은 사람 같아 보이면 그 남자를 도와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곱게 자란 이 도련님은 고고하고 막무가내인 자태를 뽐냈기에 김예훈의 자신의 처제가 저런 놈에게 넘어가는 건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었다.김예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화가 잔뜩 난 정소현이 언성을 높였다.“임지용, 내가 전부터 너에게 얘기했잖아! 너와 나는 절대 가능성이 없다고!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내 일에 관여하는 거야!”“자격? 성남 대학교에서 나 임지용이 곧 법이야. 내가 원하는 여자는 무조건 내 여자친구가 되어야 해! 이게 바로 성남 대학교 규칙이야. 알아? 감히 내 여자를 탐내는 놈은 다리가 잘리거나 손이 잘리게 될 거야.”임지용이 웃으며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말했다. 로열 가든 그룹의 도련님인 임지용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쓰는 사람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으며 더군다나 성격이 건방진 탓에 주먹을 휘두르는 경우가 흔했기에 성남 대학교에서 소문난 난폭군이다. 소문에 의하면 임지용이 마음에 드는 여선생님도 있었는데 결국 거절을 못 하고 몇 달 동안 그의 여자친구 노릇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소현은 여러 번이나 그를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 별 볼 일 없는 남자까지 학교에 데리고 와서 자랑하다니. 이건 임지용의 체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행동이었다.바로 이때, 임지용 뒤에 서 있던 농구복을 입은 학생들이 앞으로 다가와 너도나도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정소현! 우리 지용 도련님이 널 마음에 들어 한 건 너한테 영광이야! 감히 주제도 모르고 어디서 저런 남자를 데려와서 지용 도련님 체면을 깎아내리고 있어!”“네가 남자를
“화해? 화해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맹승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추문성을 바라보며 조롱하는 표정으로 지었다. 그러면서 수류탄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던졌다.“이걸 먹어버리면 내가 윤지 씨를 대신해 이른바 화해를 받아줄게!”맹승현의 행동을 지켜보던 김예훈은 그의 허리춤에 걸려있는 또 다른 수류탄들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는 흑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사람답게 수시로 이런 물건을 지니고 있었다.‘사고로 자신은 물론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일까 두렵지도 않은가?’다른 사람들도 수류탄을 보고 하나같이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몇몇 아름다운 여성들은 심지어 얼굴이 하얗게 질려 맹승현에게 잘보이려고 애쓰고 있었다.이런 살상 무기를 가지고있는 남자는 무섭기도 하지만 무한한 매력을 느끼게 했다.결국 여자들은 항상 강한 남자에게 복종하기 마련이었다.추문성은 맹승현을 무시한 채 남윤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분명 화해하러 왔다고 말씀드렸어요. 강서연 씨를 납치해 갔다고 들었는데 제 체면을 봐서라도 풀어주시죠.”“강서연 씨요? 강씨 가문 강서연 씨?”남윤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손발이 다 있는 사람이 왜 저한테 있다고 말씀하세요? 그것도 모자라 납치한 걸 풀어달라고요? 추문성 도련님,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죠.”“남윤지 씨,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실 텐데요.”추문성은 그녀에게 많은 배려를 하지 않았다.“고서희 씨가 저희 손에 있는데 당연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수밖에 없는거 아니겠어요?”남윤지의 눈빛은 차가워지고 말았다.“고서희가 당신들 손에 잡혔던 거예요? 글쎄 오랫동안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던 거네요.”김예훈은 예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남윤지의 말로부터 그녀가 바로 이번 사건의 주동자 중의 한 명임을 알수 있었다.그리고 강서연도 옥루 회관에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양측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맹승현은 갑자기 일어나서 테이블을 내리치면서 큰소리쳤다.“추문성, 감히 옥루 회관의 사람을 잡아? 반 시간만 더 줄 테니
“게다가 추문성 도련님 누님이 진주·밀양 용전을 장악하고 있잖아요. 추씨 가문이 지금 진주·밀양에서 지위가 얼마나 높은데요. 추문성 도련님을 건드린 대가가 무엇인지 생각이나 해보셨어요? 만약에 정말 겁도 없이 죽였다가 누님이 진주·밀양 용전 사람들을 데려와서 저희 옥루 회관을 더럽히면 어쩌려고요.”남윤지는 애가 타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리고 추문성 도련님이 오늘 화해할 겸 사과하러 왔다는데 왜 총을 꺼내 들고 무릎부터 꿇게 만들어요. 이래서 어떻게 화해한단 말이에요.”남윤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말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분명 어제 일어난 일은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는 모양이었다.추문성이 김예훈의 사람이라면 그를 밟아 죽이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물론 추문성을 밟아 죽이기 전에 그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싶었다.“그래요. 윤지 씨 체면을 봐서라도 오늘 밤은 죽이지 않을게요.”이때 맹승현의 손짓 하나에 웨이터가 공손하게 샴페인을 한잔 가져왔다.맹승현은 샴페인 잔을 들고 추문성의 머리에 부으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대로 사과해. 무릎 꿇으라면 꿇고 머리를 박으라면 박아. 아니면 윤지 씨 기분을 망쳤다간 제일 먼저 죽여버릴 거니까.”맹승현이 소파에 다시 앉았지만 그의 보디가드들은 물러서지 않고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김예훈 일행을 째려보고 있었다.현장에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조롱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추씨 가문이 김현민의 대립 구도에 서 있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있는 사실이었다.‘이런 상황에서 무슨 염치로 윤지 씨한테 화해하러 온 거지?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그것도 모자라 저 김예훈이라는 사람을 위해 화해를 요청하다니.’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기억했다.남윤지는 맹승현을 비난할 생각이 없었고, 그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추문성을 쳐다보았다.“추문성 도련님, 모욕을 당하게 해서 죄송해요. 제가 맹승현 도련님
맹승현은 인내하는 추문성을 보며 사악한 표정을 지었다.이때 그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추문성, 내 앞에서 더 이상 잘난 척하지 못하겠으면 한 번만 더 물을게. 무릎 꿇을 거야 말 거야.”이 말에 동하임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맹승현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제가 너무한다고요?”맹승현은 동하임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동하임 씨 아버지가 진주·밀양 1인자라고 해서 제가 하임 씨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저를 방해한다면 똑같이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 거예요.”맹승현은 왼손으로 동하임의 얼굴을 쥐어 잡으며 조롱하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더니 추문성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음산하게 말했다.“셋 셀 때까지 무릎 꿇으면 윤지 씨랑 이야기할 기회를 줄게. 그런데 무릎을 꿇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야. 물론 저항해도 좋지만 그러는 순간 너희들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맹승현은 피식 웃으며 숫자를 카운트하기 시작했다.“셋, 둘, 하나...”이 순간 추문성은 맹승현 몸에서 살기가 느껴지는 듯해 이를 악물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부잣집 도련님인 추문성의 성격을 봤을 때 절대 굴복할 리가 없었지만 오늘 밤 목적을 생각하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동하임이 놀라며 말했다.“추문성 도련님!”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큰일을 이루려는 사람은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굽신거릴 수 있다는 것은 김예훈의 예상 밖이었다.양쪽이 대판 싸울 기세였는데 말이다.“아이고, 추문성 도련님. 어쩌다 무릎을 꿇었을까? 아까까지만 해도 거들먹거리면서 총으로 쏴보라더니. 왜 갑자기 겁을 먹었어?”맹승현은 총으로 추문성의 턱을 쳐들며 조롱하듯 말했다.“난 네가 진작에 마음에 안 들었어. 누나가 지켜주니까 맨날 잘난 척하더니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나 봐? 내 눈에는 너 같은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야. 더 자랑할 게 뭐가 있다고. 당도 부대에 3년 동안 있다가 장병급 실력자가 되어서 돌아온 거? 칵
“맹승현 씨, 말조심하세요!”동하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 바닥에서 지내는 사람들끼리 왜 오자마자 총부터 꺼내는 거예요? 한번 해보자는 거예요?”추문성도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맹승현, 미쳤어? 지금 나한테 총을 내민 거야? 그렇게 대단하면 총으로 쏴 죽여 보든가! 날 죽이지 않으면 내가 너를 죽여버릴 거니까.”아무리 그래도 추문성은 당도 부대 출신으로 장병급 실력을 갖춘 사람이었다.비록 맹승현도 흑아프리카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날렸지만 추문성은 다른 사람들처럼 맹승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오늘 화해하는 자리만 아니었다면 바로 손을 댔을 것이다.추문성의 곁에 있던 유일한 부하가 본능적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일곱, 여덟 명의 검은 피부의 남자들이 허리에서 총을 꺼내 그들을 겨누고 있었다.이 사람들은 분명 맹승현이 흑아프리카에서 데려온 용병들로 하나같이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순식간에 현장에는 피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다른 보안 요원들도 서로 눈치를 보며 총을 꺼내 김예훈 일행을 위협적으로 둘러싸기 시작했다.주인인 남윤지는 이들을 말리지도 않고 우아하게 샴페인을 마실 뿐이다.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그녀가 원했던 장면인 것 같았다.“추문성,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할 것 같아?”이 순간, 전장을 지배하는 맹승현이 피식 웃었다.“너희 아버지가 밀양 1인자라고 내가 너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 내가 원한다면 너희 아버지도, 너희 누나도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 어떻게 내륙인을 위해 우리한테 등을 돌릴 수 있어! 너 같은 사람이 내 앞에 서서 말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 내가 말해주는데, 내가 이번에 돌아온 목적은 바로 저놈을 죽여버리는 거야. 내가 떠나기 전에 분명 말했잖아. 윤지 씨를 건드리는 사람은 그 가족을 모조리 죽여버리겠다고. 추문성, 한마디만 더 했다간 머리를 쏴버릴 거야.”맹승현은 바로 총알을 장전하고 오른손 검지를 방아쇠에 올렸다.철컥!다른 경호원들도 하나같이 총알을 장전하
남윤지도 오늘 허벅지까지 갈라진 원피스를 입고 하얗고 길쭉한 다리를 드러냈다.그야말로 유혹적인 모습이었다.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곧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남윤지는 확실히 남달랐다.최소한 누군가에게 얼굴을 맞고 난 뒤 방에 틀어박혀 자포자기하지 않고 밖에 나와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녀의 성격과 능력을 보여주었다.김예훈이 감탄하고 있을 때, 추문성의 시선은 남윤지 옆에 앉아있는 검은 피부의 청년에게 향하면서 미간을 찌푸렸다.“맹승현 이 자식, 언제 돌아온 거지?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는데?”동하임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흑아프리카에서 용병 게임을 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요? 심지어 최근에 금광을 발굴했다고 들었는데 왜 갑자기 돌아온 거죠? 저 사람은 그럴 성격이 아니잖아요.”두 사람의 대화 소리에 김예훈도 전투복을 입고 검은 피부의 남자에게 시선이 갔다.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마치 전쟁터의 용병처럼 날카로운 살기를 품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고귀한 기품을 풍기는 것이 이곳과 어울리지 않았다.하지만 아무도 그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고, 오히려 공손하게 대했다.남윤지는 매력적인 미소를 보이며 가끔 그와 말을 주고받았고, 또 술잔까지 부딪히는 것이 서로의 관계가 좋아 보였다.김예훈은 이 사람을 쳐다보며 호기심에 물었다.“뭔가 대단한 사람인 것 같은데 뭐 하는 사람이야?”“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맹씨 가문의 도련님, 맹승현이라고 해요. 진주·밀양 4대 도련님 중의 한명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다른 도련님들과는 다르게 정치나 사업을 좋아하지 않고 피비린내 나는 생활을 좋아해요. 그동안 흑아프리카에서 여러 용병 부대를 조직해서 많은 놀라운 일을 해내기도 했어요.”추문성은 표정이 심각해 보였다. 부잣집 도련님이 이정도까지 할수 있다니 정말로 놀라울 따름이다.이때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맹승현 이 자는 항상 중립을 지켜와서 저희 젊은 세대와는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김현민 체면도 별로 지켜
임수민의 직업적 미소가 얼마나 가식적으로 보이는지 예쁜 얼굴에 뺨 한 대 때리고 싶어질 정도였다.추문성이 곤란해진 상황에 김예훈은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추씨 가문은 진주·밀양에서 최상급의 가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 곳을 마음대로 들락거리기는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진주·밀양 사람들이 추씨 가문이 김예훈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추씨 가문을 난처하게 하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김예훈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었다.추문성이 나서려고 할 때, 동하임이 담담하게 말했다.“추문성 도련님, 여기서 싸울 필요는 없어요. 저희 둘도 있는데 정말 싸웠다간 저희가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말할 거예요. 제가 회원 카드를 가지고 있어요. 그것도 최상급으로요.”동하임은 말하는 사이 가지고 있던 에르메스 핸드백에서 카드 한장을 꺼내 건넸다.이 회원 카드는 예전에 남윤지가 선물한 것으로 지금까지 한번도 사용한 적 없는데 오늘 뜻밖으로 역할을 하게 될 줄 몰랐다,“이 카드는 남윤지 씨가 직접 저에게 준 거예요. 이것도 인정하지 않으면 옥루 회관에서 일부러 저희를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해도 괜찮겠죠?”동하임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추문성은 피식 웃으며 오늘 이 일을 똑똑히 기억해 두기로 했다. 비록 지금은 많이 겸손해졌지만 본성은 여전히 부잣집 도련님이라 이렇게 쉽게 모욕을 당할 수만은 없었다.임수민은 동하임이 회원 카드를 가지고 있을 줄 몰랐는지 당황하고 말았다.원래 부잣집 자식들은 얼굴을 내세우는 것을 좋아해서 이런 것을 휴대하고 다닐 리가 없었다.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슨 그런 농담을 하세요. 회원 카드에는 당연히 아무런 문제도 없죠. 그리고 최대한 세 명까지 더 데려올 수 있고요.”임수민은 추문성을 계속 괴롭히고 싶었지만 더 이상 기회가 없었다.아무리 괴롭혀봤자 외부인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잠시만 밖에서 기다려 주세요.”추문성은 자기 부하들에게 앞을 지키라 하고 김예훈, 동하임, 그리고 한 명의 부
추문성은 최대한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동하임까지 데려갔다.진주에서 자신의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동하임을 데려간 것이다. 이로써 상대방을 압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말에 힘을 실어 넣을 수 있었다.뒤따르던 김예훈은 눈에 띄지 않으려고 경호원 복장으로 갈아입었다.차량 행렬은 곧 옥루 회관에 도착했다.땅값이 비싼 이곳 건물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시내 중심에서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옥루 회관은 시적인 미적 감각을 보여주었다.이곳은 진주·밀양 권력자들이 즐겨 찾는 장소 중 하나로 가난한 자는 절대 들어올 수 없었다.이 사람들 외에도 많은 부잣집 따님들이 오가며 화려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추문성은 익숙하게 정차하고 김예훈, 동하임과 함께 입구로 걸어갔다.막 들어가려던 찰나 기모노를 입고있는 한 여성이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죄송한데 이곳은 개인 회관으로서 회원 카드를 제시하셔야 입장이 가능해요.”일본 여자는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차가운 기운을 풍기기도 했다.“회원 카드요?”추문성은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추문성이라고 해요. 제가 이곳을 드나드는데 회원 카드 따위는 필요 없다는 거 알고 계시잖아요.”아무리 그래도 밀양 1인자 가문의 도련님인데 예전에 방탕한 생황을 누리고 있을 때는 이곳을 제집 드나들듯이 자주 찾아왔다.그때는 이른바 회원 카드도 필요하지 않았다. 얼굴도장만 찍으면 자유자재로 드나들었다.그런데 그런 그에게 회원 카드를 제시하라고 한다고?이것은 그의 얼굴에 침을 뱉는 거나 다름없었다.일본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죄송한데 방금 접한 저희 아가씨 명령대로 오늘부로 회원 카드가 있어야 입장이 가능해요. 부잣집 도련님이든 김현민 도련님이 오시든 예외는 없어요. 그리고 개인 출입만 가능하고요.”추문성이 냉랭하게 말했다.“정말 회원 카드가 있어야 하겠어요? 저를 막을 수나 있겠어요?”일본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 임수민은 당연히 추 도련님을 알고 있죠... 그런데 제
김예훈을 추문성에게 전화해서 현장을 처리해달라고 했다.동하임에게도 전화하려고 했지만 여자한테 이런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보여주기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얼마 후, 주우섭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어 상처를 치료받았다.추문성은 아까 쓰러진 고서희를 알아본 듯 미간을 찌푸렸다.“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김예훈은 추문성의 표정을 캐치하고 물었다.추문성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고서희는 옥루 회관 사람이거든요. 옥루 회관은 진주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남씨 가문의 구역인데 어젯밤 남윤지를 건드린 것도 모자라 옥루 회관까지 건드렸으니 남씨 가문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남씨 가문?”김예훈은 실성하고 말았다.“남씨 가문이 나에게 함정을 파놓은 것이 아니라 내가 남씨 가문을 건드렸다고 어떻게 확신하는 건데?”추문성은 멈칫하더니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조사해 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어? 강서연 씨가 정말 잡혀갔어?”김예훈이 화제를 돌리자 추문성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맞아요. 제가 받은 정보에 의하면 남씨 가문이 화해의 의미로 강서연 씨를 데려갔다고 했는데 사실 반강제로 끌려갔다고 했어요.”“그러면 강준 씨는 이 사실을 알고 있고?”김예훈이 물었다.“강준 씨는 집법부대 사람들에게 끌려가 심문을 받고 있어서 아무도 그와 연락할 수 없었어요. 이 중요한 순간에 강서연 씨가 옥루 회관으로 끌려간 걸 보면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강준 씨는 늘 조심스러운 사람인데 어떻게 갑자기 남씨 가문을 건드렸을까요?”추문성은 어제 사건의 세부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의아하기만 했다.“내 편에 서기로 했거든.”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일어섰다.“겉으로는 남씨 가문이 강씨 가문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나를 노리고 있어. 나랑 함께 옥루 회관에 가보자고. 강서연 씨를 무사히 데려오지 못하면 아마 진주·밀양에서 아무도 나한테 투자하지 않으려고 할 거야.”추문성은 이제야 이해한 표정이었다
“그래. 지금 놔줄게.”김예훈은 그를 힘껏 바닥에 던져버렸다.“푸!”정장남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목구멍이 달아오르고 눈앞이 어두워지는 느낌에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동시에 입에서 피가 쏟아져나와 그를 절망에 빠뜨렸다.그는 필사적으로 입을 벌려 숨을 쉬고 싶었지만 마치 누군가에 의해 목이 조여진 것처럼 전혀 공기를 들이마실 수가 없었다.김예훈이 이 정도로 강하게 나올 줄 몰랐던 그는 그래도 기절하고 말았다.퍽!김예훈은 정장남을 발로 차서 그녀 앞으로 날려 보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풀어줬어. 이제는 됐어?”이 장면을 지켜보던 주우섭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이것이 바로 그가 원하던 결말이었다.“죽여버려!”이때 일곱, 여덟 명의 정장남들이 서로 눈치를 보더니 소리를 지르며 김예훈을 향해 달려들었다.두목이 쓰러졌는데 김예훈을 죽여버리지 않으면 어떤 끔찍한 결말을 맞이할지 몰랐다.쨕! 쨕! 쨕!김예훈은 뒤로 물러서지도 않고 오히려 앞으로 나가 그들의 뺨을 가차 없이 때렸다.잠시 후, 이들은 모두 저 멀리 날아가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는 채로 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 눈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이 가득했다.이들은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가 이 정도로 무서운 존재인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김예훈을 마주했을 때 이 일곱, 여덟 명의 장정들은 반격은커녕 전혀 피할 수조차 없었다.아까 그녀는 눈빛이 반짝이더니 곧바로 소리쳤다.“김예훈, 넌 이제 큰일 났어!”쨕!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뺨 한 대로 그녀를 바닥에 넘어뜨렸다.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겨우 일어나려고 할 때, 김예훈은 그녀의 머리를 밟아버렸다.“말해. 누가 나를 괴롭히라고 보낸 건지.”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며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누가 너를 괴롭힌다고 그래? 분명 네가 먼저 우리의 좋은 일을 망쳤잖아. 죽고 싶어?”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멀리 있는 총을 다시 잡으려 했다.하지만 김예훈은 다른 한 발로 그녀의 손가락을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