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김예훈은 CY 그룹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정민아는 때마침 방에서 나왔다.“김예훈, 요 며칠 내가 땅 하나 보고 있는데 내가 살 수 있게 노력하고 있어. 그리고 소현이 오늘 시험이래. 나 대신해서 데려다줄 수 있어?”정민아가 말했다.이번 사건이 너무 커서 백운 그룹은 명예도 실추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이름을 날렸다.정미아는 이번 기회를 잡아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려고 성남의 땅 몇 군데를 봐뒀다. 이를 통해 백운 그룹의 사업이 더 흥하길 원했다.정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김예훈은 웃었다.작은 일은 자기가 하면 되기 때문에 부인이 잘 되면 좋은 일이다.“당연하지. 그럼, 소현이를 태워서 성남 대학교에 데려가 시험 보게 하면 되는 거야?”“맞아!”김예훈은 성남 대학교를 인정하지 않아 정소현이 유명한 학부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지만, 정소현 스스로 대학 입학시험을 보고 싶어 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 시험 날인데 시간이 촉박해 보였다.김예훈은 정소현을 대학교에 데려다준 이후 떠나려고 했다.“형부, 여기서 잠깐만 기다렸다가 저 시험 끝나고 다시 데려다주시면 안 될까요?”정소현은 무척 긴장했다.김예훈은 정소현의 안색을 보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사실 이전에 처제와 김예훈의 사이는 그렇게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오만소리 다 하는 절친이 됐다.기왕 처제가 요구하니 김예훈은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아무 의자에 누워 쉬다가 정소현이 돌아와 깨우니 벌써 점심이었다.“형부, 우리 같이 밥 먹어요. 들어보니 성남 대학교 학생 식당 음식이 맛있고 저렴하대요. 저 먹어보고 싶어요.”정소현은 기대에 차 김예훈을 바라봤다.정소현은 자기가 마음에 두는 사람과 성남 대학교 학생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서로 사귈 기회가 생긴다는 얘기를 계속 들었었다.그래서 오늘 김예훈한테 자신을 기다리라고 했다.김예훈은 이런 꼬마의 속마음을 알 터가 없었다. 아무 말 없이 시간을 보니 밥 먹을 시간이 됐다.김예훈은 거절하지 않고 말
정소현의 말은 일리 있어 보이지만 사실 정소현은 자기만의 속셈이 있었다.형부와 가까워질 기회는 흔치 않다.김예훈은 정소현이 이렇게 말하는 게 앞뒤가 조금 안 맞지만, 기왕 학업을 위한다니 김예훈도 거절하기 쉽지 않아 정소현을 맞춰 줬다.어쩔 수 없었다. 처제의 학업을 위해 김예훈 역시 애쓰고 있는 셈이다.두 사람이 손도 잡고 가까이 붙어 있는 모습을 보고 정소현을 구애하던 많은 남자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정소현 보기에는 순수해 보이고 예뻤는데 아저씨랑 사귀어? 안돼 난 인정 못 해! ”“됐어, 네가 뭔데 인정을 못 해? 너는 어항 속에 몇 번째 물고기니?”많은 남자애가 화를 냈지만, 그저 멀리서 한 마디씩 욕할 뿐 앞에서는 뭐라 하지 못했다.정소현과 김예훈은 학생 식당에 빠르게 도착했다.두 사람은 구석에서 밥을 먹었지만 그래도 관심을 계속 받았다. 많은 사람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김예훈은 어이가 없어 말했다.“소현아, 앞으로 이렇게 예쁘게 꾸미지 마요. 봐봐 다들 처제만 쳐다보잖아요.”정소현은 입을 삐쭉 내밀고 말했다.“형부, 저 화장 안 했고, 민낯이에요. 저도 언니처럼 모태 미녀예요! 아 형부 말해주세요. 저랑 언니 중에 누가 더 예뻐요?”말이 끝나고 정소현은 얼굴을 김예훈 얼굴 앞으로 들이밀고 눈은 크게 떴다. 너무 가까워 콧바람도 느껴졌다.정민아와 정소현은 모두 연예인 뺨치는 국보급 미녀들이다. 차이라고 하면 정민아는 이미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 성숙미와 지성이 더욱 느껴진다.그에 반해 정소현은 아직 사춘기 소녀의 티가 나고 얼굴은 새하얘서, 정소현을 본 사람들은 모두 갖고 싶고 뽀뽀하고 싶은 정도였다.김예훈은 참지 못하고 정소현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어떻게 형부한테 그런 걸 물어봐요? 네?”“형부, 아파요...”정소현은 눈물을 글썽이며 사과했다.“형부 저를 놔주시면 제가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아 근데 까먹고 돈을 안 가져왔어요. 형부, 돈 있어요?”김예훈은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지갑을 줬다.정소현은
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임지용을 쳐다보다가 결국 미소를 살짝 보였다. 어쩐지 정소현이 그에게 이상한 요구를 한다 싶었는데 이제 보니 주변에 날파리가 너무 많았던 탓이었으며 특히 눈앞에 있는 이 날파리의 태도가 유난히 김예훈의 심기를 건드렸다.만약 그저 정소현을 쫓아다니는 보통 남자였으면 김예훈도 곁에서 지켜봤을 것이고 심지어 남자가 좋은 사람 같아 보이면 그 남자를 도와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곱게 자란 이 도련님은 고고하고 막무가내인 자태를 뽐냈기에 김예훈의 자신의 처제가 저런 놈에게 넘어가는 건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었다.김예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화가 잔뜩 난 정소현이 언성을 높였다.“임지용, 내가 전부터 너에게 얘기했잖아! 너와 나는 절대 가능성이 없다고!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내 일에 관여하는 거야!”“자격? 성남 대학교에서 나 임지용이 곧 법이야. 내가 원하는 여자는 무조건 내 여자친구가 되어야 해! 이게 바로 성남 대학교 규칙이야. 알아? 감히 내 여자를 탐내는 놈은 다리가 잘리거나 손이 잘리게 될 거야.”임지용이 웃으며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말했다. 로열 가든 그룹의 도련님인 임지용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쓰는 사람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으며 더군다나 성격이 건방진 탓에 주먹을 휘두르는 경우가 흔했기에 성남 대학교에서 소문난 난폭군이다. 소문에 의하면 임지용이 마음에 드는 여선생님도 있었는데 결국 거절을 못 하고 몇 달 동안 그의 여자친구 노릇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소현은 여러 번이나 그를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 별 볼 일 없는 남자까지 학교에 데리고 와서 자랑하다니. 이건 임지용의 체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행동이었다.바로 이때, 임지용 뒤에 서 있던 농구복을 입은 학생들이 앞으로 다가와 너도나도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정소현! 우리 지용 도련님이 널 마음에 들어 한 건 너한테 영광이야! 감히 주제도 모르고 어디서 저런 남자를 데려와서 지용 도련님 체면을 깎아내리고 있어!”“네가 남자를
“오성주 선배님.”정소현은 그 남자를 보자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고 오성주라는 남자도 성남 대학교 학생이지만 4학년이기에 학교에 자주 나오지는 않았다. 그도 정소현을 좋아하는 남자 중 한 명이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신사적이고 매너가 좋았다.“임지용이 또 괴롭혀?”오성주는 조금 전에 있었던 일들을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가볍게 웃으며 정소현에게 물었고 임지용이 정소현을 많이 괴롭힐수록 그가 정소현 앞에서 정의를 구현할 기회가 더 많이 생기는 셈이다.오성주는 눈살을 찌푸리며 임지용을 쳐다보았다.“임지용, 소현이에게 그만 들이대라고 내가 전부터 경고했잖아?”“너랑 뭔 상관이야!”임지용이 욕설을 확 퍼부었지만, 표정이 다소 어두웠다. 그도 오성주라는 사람을 알고 있었으며 부잣집 도련님은 아니지만 오성주의 아버지가 성남시 시청에서 근무하고 있기에 권력이 꽤 컸다. 임지용도 굳이 오성주를 건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뭐라고?”오성주의 표정이 확 굳어버렸다. 그는 성격이 상대적으로 다정하고 온순하지만 그래도 도련님 신분이었기에 단 한 번도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오성주, 머리에 똥이 든 거야? 정소현 저 여자가 어디 신분도 모르는 천한 남자를 데리고 온 거 못 봤어? 그런데도 지금 저 여자 편을 드는 거야? 머리가 고장 났어?”임지용이 싸늘하게 말하자 흠칫하던 오성주가 김예훈을 아래위로 쓱 훑다가 차가운 말투로 대답했다.“임지용, 이유가 어찌 됐든 넌 난동을 피운 건 잘못된 거야. 오늘 일은 이 정도에 끝내. 정소현이 사회인에게 괴롭힘을 당한 일은 내가 해결할게. 내 체면을 봐서 이쯤에서 그만해.”오성주가 보기엔 김예훈은 그저 사회인에 불과했으며 그런 김예훈이 정소현 곁에 서 있는 것 자체부터 기분이 언짢았지만, 임지용처럼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았다.김예훈은 오성주를 아래위로 빤히 훑어보며 꽤 용기가 있고 대담한 그의 모습에 만족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체면? 오성주, 네 아버지가 성남시 시청에서 근무한다고 나를 누를 수 있을 거 같
오성주와 임지용 두 사람은 학교의 유명 인사였기에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고 많은 학생이 몰리기 시작했다. 임지용은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었지만 이와 반대로 오성주는 덤덤한 표정이었으며 심지어 소문을 듣고 모여든 여학생들에게 손까지 흔들었다. 그는 성남 대학교 태권도 협회의 회장으로 검은띠를 따냈고 외모까지 출중했기에 여학생 팬이 많았다.오성주는 임지용의 건방진 태도에 되레 기분이 좋아졌다. 그가 이 자리에서 임지용을 제대로 혼내야 정소현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두 눈으로 똑똑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오성주가 오른손의 식지 손가락을 까닥거렸고 코웃음을 치던 임지용이 손에 들고 있던 농구공을 오성주한테 힘껏 던졌으며 오성주가 발을 뻗어 그 농구공을 날려버렸다.하지만 오성주가 발을 뻗던 순간, 임지용이 오성주 앞으로 달려가서 그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고 팍 소리와 함께 뺨을 맞은 오성주는 뒤로 날아가다가 바닥에 쓰러지던 그때, 임지용이 또 한 번 빠르게 달려가 발로 오성주의 배를 강타했다.“욱!”극심한 고통이 느껴진 오성주는 배를 끌어안고 바닥에서 뒹굴기 시작했으며 검은띠 따위는 몸집이 거대한 임지용 앞에서 무용지물이었다.한편, 몰려들어 구경하던 학생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용호상박의 대치 상황을 보려고 왔던 건데, 강하기로 소문난 오성주가 이렇게 한 방에 쓰러질 줄은 몰랐으며 다들 임지용을 보며 두려움에 덜덜 떨기까지 했다.역시 체육 특기생이라 체력과 폭발력이 보통 사람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었으며 이 정도 실력이라는 앞으로 성남시에서 감히 그에게 덤빌 사람은 아예 없을 것이다.“다들 잘 들어. 오늘부터 내가 바로 성남 대학교의 왕이고 내가 찍은 여자는 곧 왕비야! 이 대학교에서는 모두가 내 말을 들어야 할 거야! 쓰레기들아, 알겠어?”코웃음을 치던 임지용을 주위에 서 있던 학생들을 훑어보며 언성을 높였고 그의 뒤를 따르던 학생들도 피식 웃으며 고학년 유명 인사들을 흘겨보았으며 고학년 선배들은 너도나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돈으로 봤을
김예훈은 애들을 상대하는 게 너무 귀찮았다. 임지용 같은 학생들은 한껏 건방진 모습을 하고 있지만 김예훈이 보기엔 그저 어린애들이었기에 도무지 흥미가 생기지 않았으며 지금 이렇게 말을 걸고 있는 것도 임지용이 더는 정소현에게 껄떡대지 못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김예훈은 최대한 자세를 낮췄고 임지용의 체면을 생각해서 한 행동이었으며 솔직히 로열 가든 그룹의 도련님은 물론이고 대표 이사가 와도 김예훈 앞에서 예의를 갖춰야 할 것이다.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임지용은 김예훈의 말에 크나큰 수모라도 당한 듯 김예훈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당신이 뭔데 감히 나한테 사과를 하라고 하는 거예요! 내가 다시 한번 얘기하는데, 저 여자는 내가 찍은 여자예요! 찍기만 했을 뿐만 아니라 오늘 저녁에 잠자리까지 가질 거예요. 그리고 그 모습을 아저씨가 곁에서 무릎 꿇고 보고 있을 거고.”임지용의 말이 끝나자 뒤따르던 학생들이 너도나도 변태 같은 표정을 지었고 한눈에 봐도 처음 하는 짓은 아닌 게 확실했다.김예훈은 임지용의 말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자신은 처제에게 말로도 그런 장난을 치기 조심스러운데 저놈들이 감히 진짜 저지르려고 하다니. 화가 잔뜩 난 김예훈은 말없이 한 걸음 다가갔고 임지훈은 김예훈의 행동에 한껏 들뜬 얼굴이었다.“아저씨, 지금 제 발로 지옥에 들어온 거예요. 이따가 병신이 돼도 전 합의금 한 푼도 못 줘요!”임지용은 이미 김예훈을 어떻게 쓰러트릴지 계획을 짜고 있었고 심지어 김예훈을 이용해서 정소현을 협박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으며 그렇게 되면 오늘 저녁에 충분한 재미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눈 깜짝할 사이에 김예훈이 임지용 앞으로 다가갔고 임지용은 오른쪽 다리를 들어 김예훈의 얼굴을 공격하려고 했으며 이 한 방이면 김예훈의 머리가 깨질 거라고 확신했다.하지만 다음 순간, 임지용의 얼굴이 확 굳어버렸다. 김예훈이 오른손을 들어 임지용의 발목을 꽉 잡아버렸으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휘둘렀다.임지용은 팍 소리와 함께 바
“무슨 일이야? 내 아들 임지용이 갈비뼈가 다 부러졌다고? 지금 병원에서 수술받고 있다고?”한껏 여유로웠던 임천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네? 임 대표님, 괜찮아요?”정민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고 임천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정 대표님, 저희 오늘 비즈니스 회의는 뒤로 며칠 미뤄야 할 것 같아요. 제 아들이 학교에서 맞았는데, 지금 수술실에 들어갔고 범인도 못 잡고 있거든요. 지금 당장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아들 때린 놈은 잡아야죠!”정민아는 이번 합작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이 말을 듣자 얼른 대답했다.“그럼, 저도 임 대표님과 함께 병원으로 갈게요.”“그래요!”이내 병원에 도착한 두 사람은 온몸에 깁스를 한 채, 수술실에서 나오는 임지용을 발견하게 되었고 임천우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대체 누가 네 몸에 손댄 거야? 네가 로열 가든 그룹의 도련님이라는 걸 얘기 안 했어?”임천우의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고 아버지를 보자마자 임지용이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아빠, 제가 얘기했는데 그놈은 저희 로열 가든 그룹을 신경 쓰지도 않았어요! 심지어 아빠가 거기에 계셨어도 다리를 부러트렸을 거라고 했어요! 아빠, 저 너무 억울해요! 꼭 복수해 줘요!”“걱정하지 마! 아빠가 반드시 이 일을 해결해 줄게! 우리 로열 가든 그룹은 성남시에서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감히 내 아들을 건드리는 놈은 내가 모가지를 따버릴 거야! 널 때린 놈이 누군지 알아?”화가 잔뜩 난 임천우가 묻자, 임지용이 얼른 대답했다.“김예훈이에요! 김예훈이라는 사회인이에요!”“뭐라고요? 김예훈이요?”김예훈의 이름이 언급되자 곁에 있던 정민아가 흠칫 놀란 얼굴로 물었고 오랜 사회생활로 눈치가 빠른 임천우는 정민아의 표정에서 그녀가 김예훈이라는 사람을 알 거라고 확신했다.“정 대표님, 설마 김예훈이라는 사람과 아는 사이인가요?”임천우가 싸늘하게 묻자, 정민아가 태양혈을 꾹꾹 누르면서 대답했다.
“사람을 때렸다고?”전화기 너머 김예훈은 임지용을 까먹고 있다가 정민아가 물어보자 그제야 생각난 듯 말을 이어갔다.“사람 때린 적 없어. 애 한 명이랑 소꿉장난 좀 친 거야.”“소꿉장난? 네가 지금 로열 가든 그룹의 도련님을 병원에 입원시켜 놓고 소꿉장난이라는 말이 나와? 너 이번에 진짜 큰일 났어!”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른 정민아가 호통을 치다가 전화를 끊어버렸고 숨을 길게 들이마시며 평정심을 되찾은 뒤, 임천우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혔다.“임 대표님, 이번 일은 저희가 잘못한 게 확실합니다! 저희 쪽에서 당연히 치료비도 책임지고 따로 도련님 정신 손해 배상으로 2억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합작 건에 관해서는 저희 회사에서 사죄드리는 마음으로 10퍼센트의 이익을 양보하겠습니다.”정민아의 말에 임천우가 코웃음을 쳤다.“돈이요? 우리 로열 가든 그룹에서 그 정도의 돈이 눈에 들어올 거 같아요?”“그러면 임 대표님의 요구를 말씀해 주세요. 이번 일만 조용히 넘어가 주시면 어떤 일이든 저희가 최대한 맞춰 드리겠습니다.”정민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하자 잠시 고민하던 임천우가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첫째, 우리가 합작하는 프로젝트는 저희 로열 가든 그룹에서 70퍼센트의 이익을 가져갈 겁니다. 둘째, 제 아들의 갈비뼈가 부러진 개수만큼 당신 남편도 똑같이 부러져야 할 겁니다. 제가 직접 손 봐줄 거예요. 셋째, 오늘부터 정 대표는 나랑 한 달 동안 잠자리를 매일 가져요! 그리고 내 아들이 건강을 회복하면 정 대표 동생도 제 아들과 한 달 동안 잠자리를 가져야 할 거예요! 제가 말한 세 가지 조건을 다 만족할 수 있다면 이번 일은 조용히 넘어가 드리죠!”임천우의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정민아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에 감탄했고 마침 이번에 기회가 생겼으니, 자신의 파렴치한 생각을 실천에 옮기려고 했다.“임 대표님, 첫 번째 요구는 제가 들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뒤에 두 가지는 절대 불가능합니다!”정민아가 싸
김예훈이 놀라며 말했다.“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의 사람이라고요?”동하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좀 복잡하다는 거예요. 용씨 성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용문당 당주님과 같은 연배라 심지어 당주님이 형이라고 부른다고 했어요.”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재밌네요. 당주님의 형님이 집법 부대 부당주님이라니. 관계가 복잡하긴 하네요.”“그런데 류서우 씨가 그분을 총알받이로 이용하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집법 부대의 체면을 세워줄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 평화를 위해서 가장 먼저 깃발부터 내려고 소란을 멈춰야 했지만 순진한 사람이더라고요. 용현성 같은 사람이 짓밟을 수 있었다면 저는 이미 몇 번이고 죽었을 거예요.”김예훈이 무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보아하니 류서우 씨 아직 수준이 낮은 것 같네요. 용문당 류씨 가문도 별거 없네요.”동하임이 한숨을 내쉬었다.“말은 이렇게 해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류서우 씨는 무시해도 용현성 씨는 젊은 시절에 진주를 휩쓸고 다니면서 인맥이 아주 넓거든요. 용문당 권력자들도 깍듯이 대할 정도라니까요.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도 겸손한 것 같아 보여도 진주·밀양 지리적 위치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용현성 씨가 체면을 차리지 않고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의 인력을 직접 끌어와서 도련님을 상대하는 것도 아주 복잡한 일이에요.”동하임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런데 도련님께서는 안심하셔도 돼요. 저희 동씨 가문은 어떻게든 도련님 편에 서 있을 거니까요.”김예훈은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하임 씨, 걱정하지 마세요. 삼촌인 저만 믿으세요.”동하임은 흰자를 뒤집긴 해도 그의 자신감에 정신이 황홀해지는 느낌이었다.유럽 여자들은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동하임도 반쯤 유럽인이라 그런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하지만 이전에 김예훈의 자료를 본 적 있는데 이미 그에게 아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늘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이던 동하임은 아쉬울 따름이다.‘이런 사람은 김현민도
저녁 8시, 진주 시내 중심에 있는 한 건물.동씨 가문의 이 건물은 매년 임대료만 해도 엄청났다.건물 꼭대기에는 공중 화원도 있었는데 사계절 푸르른 이곳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이곳은 동씨 가문의 에너지가 가장 강한 곳이었기에 갑작스러운 만남 장소를 이곳으로 정했다.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든, 이 자리에서 얼굴을 붉히든 제대로 맞설 자신이 있었다.세단을 타고 건물에 도착한 김예훈은 무심하게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비록 밤이었지만 도로에는 차도 그렇고 사람도 많이 다녔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하임 씨, 여기가 풍수지리가 좋아 재물을 모으기 딱 좋은 곳이네요!”“이런 누추한 곳을 좋게 봐줘서 감사해요. 저희 동씨 가문은 여기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을 뿐이에요.”검은 드레스를 입고있는 동하임은 지나가기만 해도 수많은 남자의 시선을 끌었다.이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빨개져서 짐승처럼 덮칠 것만 같았다.하지만 동하임 주위의 만만찮은 기세에 이들은 마음을 완전히 꺾어버렸다.동하임이 공손하게 김예훈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도련님, 가시죠. 류서우 씨 일행과 8시에 만나기로 했어요. 지각해도 상관없으니까 서두를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쇼핑을 좋아하시면 아래층에 있는 면세점에 가서 한 바퀴 돌아도 되고요.”동하임은 자연스럽게 김예훈의 팔짱을 감싸고 연약한 여인의 모습을 하면서 건물로 들어갔다.이에 많은 동씨 가문 자제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우리 아가씨가 언제부터 이렇게 공손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던 거지?’“면세점은 됐어요. 쇼핑을 별로 안 좋아해서요.”김예훈은 건물로 들어가면서 호기심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류서우 씨도 오는 거예요? 제 앞에 나타날 용기는 있대요?”“못 올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동하임은 콧방귀를 뀌었다.“도련님께서 하루 종일 쉬는 동안 류서우 씨가 용문당 내세우면서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했는데요. 김현민도 만나고, 집법 부대 부당주님도 모셔 왔잖아요. 무슨 꿍꿍이인지는 만나
김예훈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는데 이미 저녁 6시였다.휴식하고 싶어서 무음 모드로 해놓은 바람에 오늘 오후 동하임의 전화를 열몇 통이나 받지 못했다. 직접 찾아온 걸 보니 급한 일이 있는 듯했다.동하림이 호텔 주소를 찾아낸 것도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동하임의 신분과 능력으로 김예훈 하나 찾지 못한다면 동씨 가문도 진주에서 살아남을 이유가 없었다.김예훈은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동하임은 어느샌가 검은색 샤넬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여전히 단발머리였지만 이 드레스는 마침 날씬하고 섹시한 이국적인 매력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이 모습에 김예훈조차도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에 속으로 감탄했다.“하임 씨, 마침 룸서비스를 시켜볼까, 했는데 같이 식사하실래요?”김예훈은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해서 먹으면서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요?”동하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도련님, 하루 종일 주무시느라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르죠? 오늘 아침에 용문당 부당주님이 집법 부대를 이끌고 찾아왔어요. 진주 지위가 특별한 것 때문에 오늘 오후에 부당주님께서 김예훈 도련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진주 기관에 요청을 보내왔어요.”김예훈이 흥미롭게 말했다.“제가 용문당 회장인데 저한테 직접 연락하지 않고 동씨 가문에 연락했다고요? 재밌네요. 동씨 가문에 자기 정체성을 알고,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지 말해주려는 거예요?”동하임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용전, 용문당, 용의 부대, 용연옥에도 공식적으로 서신을 보냈으니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닌 거죠. 이 각도에서 보면 저희 동씨 가문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것 같아요. 이 서신으로 이미 용문당의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용문당의 의지요?”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용인주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신호가 없는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은 부재중 음성뿐이었다.김예훈의 행동에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저한테 전해달라고 하던데 용문당 당주님이 지금 무송에서 폐관 수련 중이니 찾을
류서우 등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김예훈이 항복하거나, 끝까지 저항하거나, 더 대단한 사람을 불러와 집법 부대와 맞설 줄 알았는데 이런 결말을 맞이할 줄 몰랐다.집법 부대가 이 상황을 휘어잡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나오키의 목숨을 살려서 이 증인들을 데리고 간다면 어떻게든 김예훈을 죽여버릴 방법이 많았다.그런데 김예훈이 이 증인들을 직접 황천길로 보내버릴 줄 몰랐다.증인이 없으면 김예훈의 죄를 증명할 수 없고, 또 그를 감옥에 보낼 수도 없으며 그를 회장 자리에서 끌어내릴 핑계도 없었다.김예훈의 이 한 수에 현장에 있던 용문당 집법 부대 자제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이 순간 바람이 불어오자, 류서우를 포함한 사람들은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김예훈의 실력을 봐서는 이들을 죽이려고 해도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김예훈은 앞으로 다가 진세은을 발로 걷어차 넘어뜨리고는 웃으면서 말했다.“진세은, 타케이 일가가 지은 죄가 두려워 알아서 복부를 찌른 모습을 보았지? 나의 증인이 되어줄 건가?”진세은은 힘겹게 침을 삼키며 웃고 있는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증인 할게.”“타케이 가문은 홍성파에서 직접 초대한 귀한 손님인데... 홍성파의 귀한 따님께서 타케이 가문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시면 그 죄목들은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거지?”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류서우의 얼굴을 가볍게 툭툭 쳤다.“용문당 회장이 법을 어기지만 않았다면 집법 부대 제자보다는 위치가 높은 거 아니겠어?”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어떻게 하실 건데요?”“어떻게 할 거냐고?”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용문당 집법 부대 사람들인데 내가 뭘 어떻게 하겠어. 이따 시체를 잘 치우고 바닥을 깨끗이 닦으면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가 줄게. 이깟 일도 처리하지 못하면 교훈을 주기 위해 손쓸 수밖에 없어. 그래서 말인데 내가 손쓰지 않게 해주길 바라.”김예훈이 태연하게 떠나는 모습을 보던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들은 눈앞이 어두워지는 느낌
류서우의 편파적인 말투를 들은 나오키가 말했다.“류서우 씨, 제가 증언해 드릴게요. 저 자식이 바로 제 아들딸을 죽이고 한일 관계를 파괴한 놈이에요. 그리고 여기 쓰러져있는 일본인들도 전부 다 저 자식이 죽였어요. 살인마나 다름없는데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해요! 저런 사람이 죽지 않으면 한일 관계도 다시 호전될 수 없다고요.”나오키는 일본의 신성한 사무라이 정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다.어쩌면 비열한 것이 본모습이라 사무라이 정신은 그저 보여주기식일지도 몰랐다.남들이 믿기를 바라지만 자신은 절대 믿지 않는 그런 거짓말처럼 말이다.나오키의 진심 어린 호소에 류서우가 웃으면서 말했다.“나오키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집법 부대에서는 법에 따라 이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할 거예요. 자기 사람도 다스리지 못한다면 용문당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겠죠.”류서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 회장님, 정말로 반항할 준비가 되셨어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피식 웃었다.“반항? 만약 시비를 가리지 않고, 선과 악도 구분하지 못해 악당을 도와주는 것이 집법 부대의 스타일이라면 반드시 반항해야 하겠는데?”“이런 젠장! 어디서 이런 무례한 말을 하는 거예요! 용문당 집법 부대를 모욕한 죄로 더 큰 벌을 받아야 할 거예요!”류서우는 뒷짐을 쥔채 거만하게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지금 아셔야 할 것은 당신은 이미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거예요. 규칙이든 법도든 하나도 빠짐없이 위반했다고요! 그런데도 저희가 나서지 않으면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 것 같아요?”‘하찮은 회장 주제에 공손하게 대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도전장을 내밀어?’류서우의 마음속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과거의 회장들은 류서우를 보면 바로 굽신거렸는데 처음 보는 태도에 더욱 분노를 샀다.이 순간, 류서우는 허리춤에서 활을 꺼내 김예훈의 머리를 겨냥하면서 차갑게 말했다.“손 머리 위로, 무릎 꿇으세요!”“정말 구제 불능이네.”김예훈은 한숨을
류서우는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가 집법 부대를 대표해서 알려드리는데 무기를 내려놓고 나오키 씨한테 용서를 비세요. 그리고 저희 집법 부대에서 회장님을 어떻게 처리할지 기다려 주세요. 다시 마음대로 행동했다간 체면이고 뭐고 바로 체포할 거예요. 어차피 나오토 씨도 죽이고 세이이치로 씨도 죽인 건 사실이잖아요. 증거가 확실하고 사실도 명백하니 당신을 죽여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 같아요.”이때, 류서우의 손짓하나에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들이 활을 꺼내 김예훈을 겨냥했다.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뒤돌아 류서우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마치 자신을 싫어하는 듯 공격성이 강했다.하지만 집법 부대라는 말에 김예훈은 조금이나마 그녀가 이해되기도 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이후로 많은 사람의 이익을 해쳤기 때문이다.그리고 지난번 만남에서 집법 부대를 짓밟아버렸는데 그런 그들이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짓밟힌 상황에서도 류서우가 이렇게 대담하게 찾아온 것을 보면 신분이 심상치 않거나 용문당 몇몇 장로들의 후손일 가능성이 컸다.일반적인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면 김예훈 앞에서 아마 기침도 하지 못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쳐다보면서 말했다.“나오토는 내가 죽인 게 아니야. 확실한 증거도 있고, 증인과 물증도 충분한데 어떻게 내가 죄를 지었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거야? 세이이치로는 내가 나오토를 죽이지 않은 걸 알면서도 그 핑계로 나를 공격하려고 했고, 나는 그저 정방 방위했을 뿐인데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래? 나오키도 복수심에 불타서 고수들을 조직해 나를 포위하려고 했고, 이 많은 사람이 나 하나를 죽이려고 하는데 그것도 내 잘못이야? 루미코 역시 의사로 가장해 나를 암살하려고 했어. 타케이 가문에서 자꾸만 나를 괴롭히고 죽이려고 해서 나는 그저 나 자신을 보호하려고 정당 방위했을 뿐이라고. 집법 부대 제자 입장에서는 내가 무모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해? 넌 도대체 한국인이야? 아니면 일본인이야?
랜드크루저가 마당을 뚫고 들어온 순간, 누군가 차 문을 발로 걷어차면서 스무 명이 넘는 젊은 남녀가 동시에 차에서 내렸다.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거만하고 차가운 표정이었다.그중 앞장선 사마은 키가 거의 1미터 70이 넘는 긴 생머리 미녀였다.그림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있는 그녀는 세상 모든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녀는 왼손에 태블릿을 쥐고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무단으로 부산을 떠나 진주에 와서 살인 방화를 저지르다뇨! 저 류서우는 정말 회장님께서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네요. 제 발로 찾아왔으니 절대 이만 갈 생각하지 마세요. 죽고 싶지 않으면 무기를 내려놓고 무릎부터 꿇으세요. 그러면 목숨만은 구제해 줄게요.”김예훈은 이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너희들 누구야?”“용문당 집법 부대인데요?”아주 깔끔한 대답이었다.“저희 당주님께서는 회장님이 부산 용문당의 안위를 무시하고 일본 손님을 도발했다는 신고를 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진주에까지 와서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진주 기관은 당신 같은 사람을 용납할 수 없어요! 저희 용문당에서도 용납할 수 없고요!”“그래?”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용문당 4대 장로님이 지켜주는 집법 부대? 글쎄 왜 이렇게 거만하게 행동하는가 했네.”김예훈은 용인주의 체면을 봐서 부산 용문당 회장을 하기로 한 것이다.아니면 당주를 하라고 해도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도 해도 그의 앞에서 잘난 척할 자격이 없었다.“마침 잘 왔어. 내가 이따 나오키를 죽이면 바닥을 깨끗이 청소하고 현장 정리 잘해. 아무리 그래도 진주 호텔인데 사람이 죽으면 너무 불길하잖아.”김예훈을 차가운 말을 내뱉으면서 나오키를 죽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결국 뿌리를 뽑아버리는 것이 오늘 밤 그의 목적이었다.“김 회장님!”류서우는 결국 분노하고 말았다.“지금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세요? 저희 집법 부대는 당주님과 회장님을
퍽!바닥에 세게 부딪힌 나오키는 힘겹게 일어나려고 했지만, 체내에서 알 수 없는 힘이 휘몰아쳐 결국 피를 토해냈다.그는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이 순간 그는 대결로 모든 생명력과 잠재력을 소진했는지 아까보다도 더 늙고 초췌해 보였다. 나오키는 창백한 얼굴로 저항하지도 않고 비명을 지르지도 않은 채 서서히 무릎을 꿇었다. 오른손에는 여전히 검을 쥐고 있었다.아직 죽지 않았지만, 곧 죽음이 다가올 운명이었다.김예훈의 손에 목숨이 잡혀있었기에 그가 원한다면 뺨 한 대로 바로 목숨을 끝내버릴 수 있었다.“안 돼!”이 모습에 일본 고수들은 마음속 신이 무너진 것처럼 통곡했다.여전히 표정이 덤덤한 김예훈의 모습에 일본 남녀들은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손에 쥐고 있던 검을 하나둘씩 내려놓기 시작했다.진세은 역시 의심할 여지 없이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정신마저 혼미해졌다.김예훈이 나오키를 쉽게 무너뜨릴 수 있을 거로 생각지도 못했다.몇 명의 아름다운 일본 여성들은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을 막고 있었다. 무슨 소리라도 냈다간 함께 김예훈의 손에 죽을까 봐 겁이 났다.“네가 졌어.”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이미 말했잖아. 알아서 목숨을 내놓으면 체면 정도는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왜 내 말을 안 믿는 거야. 그런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퍽!김예훈은 단검을 나오키 앞에 떨어뜨리더니 피식 웃었다.“일본 사무라이들이 전장에 나가서 지면 알아서 목숨을 끊는다고 들었어. 그리고 항상 두 자루의 검을 가지고 다닌다지? 장검은 적을 죽이는 데 쓰이고, 단검은 자결하는 데 쓰인다고 들었어. 단검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내가 직접 빌려줄게. 네가 일본 최고의 사무라이 정신을 보여줄지 너무나도 궁금해.”이 말에 열몇 명의 일본 남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들은 그제야 김예훈이 전혀 용서할 마음 없이 뿌리까지 뽑아버리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런 제기랄! 끝까지 해봐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환각이 나타난 것처럼 나오키의 뒤에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귀신이 나타나 검을 들고 내리치는 것 같았다.이런 한방에 마음이 약하나 자는 바로 무너지기 일쑤였다.밖에서 그 기운을 느낀 진세은은 힘이 풀려 오줌을 지릴 뻔했다.쨍!이 순간,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나타나 나오키의 검을 막았다.쨍!김예훈은 멈추지 않고 뒤로 날아가 발이 바닥에 떨어질 때 뒤로 세 발짝 물러서 나오키의 검에 담긴 기운을 물리쳤다.“흥미롭군. 이제 막 무신 급에 접어든 실력이 아니야.”김예훈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음양술로 이 실력에 도달할 수 있는 거 보면 일본 국방부의 그 몇몇 무신들도 너의 상대가 안 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죽고 싶어서 억지로 장병급에서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무신 급으로 거듭난 거야? 이 대결이 끝나면 육체가 무너지고, 사람 전체가 망가질 텐데?”김예훈은 여전히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었다.그는 이러한 기이한 수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음양술, 주술 등을 이용하여 강제로 실력을 높이는 것은 자기 잠재력을 이미 소진하는 것과 같았다.특히 한 번에 큰 범위를 돌파하면 소진력은 더욱 무서웠다.나오키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대결이 끝나면 육체가 완전히 무너져서 병신이 될 수도 있었다.“김예훈, 너를 죽일 수만 있다면 죽어도 상관없어.”나오키는 차가운 표정으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다시 검을 들고 앞으로 나갔다.샤샥!나오키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또 한 번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완전히 방어를 포기한 상태라 오히려 빈틈을 드러내며 검을 휘둘렀다.샤샥!김예훈이 무심하게 휘두른 검은 정확히 나오키의 검에 부딪혔다.나오키는 부들부들 떨면서 어쩔 수 없이 뒤로 대여섯 발짝 물러났다.이순간 나오키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렇게까지 큰 대가를 치렀는데 맞은편의 김예훈이 이 정도로 쉽게 공격을 피해버릴 줄 몰랐다.이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