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애들을 상대하는 게 너무 귀찮았다. 임지용 같은 학생들은 한껏 건방진 모습을 하고 있지만 김예훈이 보기엔 그저 어린애들이었기에 도무지 흥미가 생기지 않았으며 지금 이렇게 말을 걸고 있는 것도 임지용이 더는 정소현에게 껄떡대지 못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김예훈은 최대한 자세를 낮췄고 임지용의 체면을 생각해서 한 행동이었으며 솔직히 로열 가든 그룹의 도련님은 물론이고 대표 이사가 와도 김예훈 앞에서 예의를 갖춰야 할 것이다.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임지용은 김예훈의 말에 크나큰 수모라도 당한 듯 김예훈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당신이 뭔데 감히 나한테 사과를 하라고 하는 거예요! 내가 다시 한번 얘기하는데, 저 여자는 내가 찍은 여자예요! 찍기만 했을 뿐만 아니라 오늘 저녁에 잠자리까지 가질 거예요. 그리고 그 모습을 아저씨가 곁에서 무릎 꿇고 보고 있을 거고.”임지용의 말이 끝나자 뒤따르던 학생들이 너도나도 변태 같은 표정을 지었고 한눈에 봐도 처음 하는 짓은 아닌 게 확실했다.김예훈은 임지용의 말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자신은 처제에게 말로도 그런 장난을 치기 조심스러운데 저놈들이 감히 진짜 저지르려고 하다니. 화가 잔뜩 난 김예훈은 말없이 한 걸음 다가갔고 임지훈은 김예훈의 행동에 한껏 들뜬 얼굴이었다.“아저씨, 지금 제 발로 지옥에 들어온 거예요. 이따가 병신이 돼도 전 합의금 한 푼도 못 줘요!”임지용은 이미 김예훈을 어떻게 쓰러트릴지 계획을 짜고 있었고 심지어 김예훈을 이용해서 정소현을 협박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으며 그렇게 되면 오늘 저녁에 충분한 재미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눈 깜짝할 사이에 김예훈이 임지용 앞으로 다가갔고 임지용은 오른쪽 다리를 들어 김예훈의 얼굴을 공격하려고 했으며 이 한 방이면 김예훈의 머리가 깨질 거라고 확신했다.하지만 다음 순간, 임지용의 얼굴이 확 굳어버렸다. 김예훈이 오른손을 들어 임지용의 발목을 꽉 잡아버렸으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휘둘렀다.임지용은 팍 소리와 함께 바
“무슨 일이야? 내 아들 임지용이 갈비뼈가 다 부러졌다고? 지금 병원에서 수술받고 있다고?”한껏 여유로웠던 임천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네? 임 대표님, 괜찮아요?”정민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고 임천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정 대표님, 저희 오늘 비즈니스 회의는 뒤로 며칠 미뤄야 할 것 같아요. 제 아들이 학교에서 맞았는데, 지금 수술실에 들어갔고 범인도 못 잡고 있거든요. 지금 당장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아들 때린 놈은 잡아야죠!”정민아는 이번 합작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이 말을 듣자 얼른 대답했다.“그럼, 저도 임 대표님과 함께 병원으로 갈게요.”“그래요!”이내 병원에 도착한 두 사람은 온몸에 깁스를 한 채, 수술실에서 나오는 임지용을 발견하게 되었고 임천우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대체 누가 네 몸에 손댄 거야? 네가 로열 가든 그룹의 도련님이라는 걸 얘기 안 했어?”임천우의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고 아버지를 보자마자 임지용이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아빠, 제가 얘기했는데 그놈은 저희 로열 가든 그룹을 신경 쓰지도 않았어요! 심지어 아빠가 거기에 계셨어도 다리를 부러트렸을 거라고 했어요! 아빠, 저 너무 억울해요! 꼭 복수해 줘요!”“걱정하지 마! 아빠가 반드시 이 일을 해결해 줄게! 우리 로열 가든 그룹은 성남시에서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감히 내 아들을 건드리는 놈은 내가 모가지를 따버릴 거야! 널 때린 놈이 누군지 알아?”화가 잔뜩 난 임천우가 묻자, 임지용이 얼른 대답했다.“김예훈이에요! 김예훈이라는 사회인이에요!”“뭐라고요? 김예훈이요?”김예훈의 이름이 언급되자 곁에 있던 정민아가 흠칫 놀란 얼굴로 물었고 오랜 사회생활로 눈치가 빠른 임천우는 정민아의 표정에서 그녀가 김예훈이라는 사람을 알 거라고 확신했다.“정 대표님, 설마 김예훈이라는 사람과 아는 사이인가요?”임천우가 싸늘하게 묻자, 정민아가 태양혈을 꾹꾹 누르면서 대답했다.
“사람을 때렸다고?”전화기 너머 김예훈은 임지용을 까먹고 있다가 정민아가 물어보자 그제야 생각난 듯 말을 이어갔다.“사람 때린 적 없어. 애 한 명이랑 소꿉장난 좀 친 거야.”“소꿉장난? 네가 지금 로열 가든 그룹의 도련님을 병원에 입원시켜 놓고 소꿉장난이라는 말이 나와? 너 이번에 진짜 큰일 났어!”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른 정민아가 호통을 치다가 전화를 끊어버렸고 숨을 길게 들이마시며 평정심을 되찾은 뒤, 임천우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혔다.“임 대표님, 이번 일은 저희가 잘못한 게 확실합니다! 저희 쪽에서 당연히 치료비도 책임지고 따로 도련님 정신 손해 배상으로 2억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합작 건에 관해서는 저희 회사에서 사죄드리는 마음으로 10퍼센트의 이익을 양보하겠습니다.”정민아의 말에 임천우가 코웃음을 쳤다.“돈이요? 우리 로열 가든 그룹에서 그 정도의 돈이 눈에 들어올 거 같아요?”“그러면 임 대표님의 요구를 말씀해 주세요. 이번 일만 조용히 넘어가 주시면 어떤 일이든 저희가 최대한 맞춰 드리겠습니다.”정민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하자 잠시 고민하던 임천우가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첫째, 우리가 합작하는 프로젝트는 저희 로열 가든 그룹에서 70퍼센트의 이익을 가져갈 겁니다. 둘째, 제 아들의 갈비뼈가 부러진 개수만큼 당신 남편도 똑같이 부러져야 할 겁니다. 제가 직접 손 봐줄 거예요. 셋째, 오늘부터 정 대표는 나랑 한 달 동안 잠자리를 매일 가져요! 그리고 내 아들이 건강을 회복하면 정 대표 동생도 제 아들과 한 달 동안 잠자리를 가져야 할 거예요! 제가 말한 세 가지 조건을 다 만족할 수 있다면 이번 일은 조용히 넘어가 드리죠!”임천우의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정민아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에 감탄했고 마침 이번에 기회가 생겼으니, 자신의 파렴치한 생각을 실천에 옮기려고 했다.“임 대표님, 첫 번째 요구는 제가 들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뒤에 두 가지는 절대 불가능합니다!”정민아가 싸
한편, 임 씨 가문 저택에서. 임천우가 귀한 선물들을 잔뜩 들고 임 씨 가문 저택에 나타났고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임 회장님, 우리 경기도 비즈니스 환경이 이렇게 열악해진 건가요? 비즈니스에서 결정권을 손에 넣으려고 사람 시켜서 상대방 아들의 갈비뼈까지 부러트려도 되나요?”임천우의 말에 임무경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누가 감히 그런 짓을 저질러요! 우리 경기도 비즈니스 환경은 늘 공평하고 공정하고 공개적이죠. 감히 이 룰을 어기는 사람이 있으면 그건 저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거나 마찬가지죠! 비즈니스 상대에게 임천우 씨 뒤에 제가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요?”“임 회장님의 영향력이 아직 그 정도는 아니신 거 같네요. 제 아들 임지용이 회장님을 언급했는데 결국 갈비뼈가 부러져서 지금 병원 신세를 지고 있거든요!”임천우가 한숨을 푹 쉬면서 말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임무경은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뭐라고요?”저번 사건으로 임 씨 가문의 인맥과 실력이 조금 영향을 받긴 했지만, 손실을 메꾸기 위해 임무경이 특별히 로열 가든 그룹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 것이다.그런데 지금 로열 가든 그룹 대표의 아들이 맞아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건 경기도 삼 인자인 임무경을 무시한 거나 다름없었다!“대체 누가 때린 거예요? 말해주면 제가 제대로 복수해 드릴게요!”임무경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고 두 눈이 사악하게 반짝거리던 임천우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저희와 비즈니스를 계획한 건 백운 그룹의 정민아 씨이고 내 아들을 때린 사람은 정민아 씨의 남편 김예훈입니다.”“뭐라고요? 그놈들이라고요?”두 사람의 이름이 언급되자 임 씨 가문 사람들의 표정이 싹 돌변했다. 이 데릴사위가 저번에 그들의 계획을 전부 망친 것도 모자라서 지금은 임천우의 아들까지 때리다니! 이건 겁을 제대로 상실한 미친 짓이다!“임 회장님, 이번 일은 처리하기가 좀 힘들까요? 아니면 그 사람이 상대하기 골치 아픈 사람인가요?”임 씨 가문 사람들의 표정을 지켜보던 임천우가 일부러 도
흥분한 임 씨 가문 사람들을 보자 임천우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드러났다. 사실 그는 이곳에 오기 전에 정민아가 임 씨 가문의 외손녀라는 정보를 알고 있었지만, 그녀와 임 씨 가문 사이의 관계가 어느 정도인지 몰랐기에 일부러 떠보려고 온 것이다. 사람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정민아와 김예훈은 임 씨 가문에서 미움을 사고 있는 듯했고 심지어 그들을 증오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기에 임천우는 이제 더 걱정할 것도 없었으며 심지어 임 씨 가문을 이용해서 정민아를 고분고분하게 만들 수도 있을 듯했다.바로 이때, 생각에 잠겨 있던 임무경이 입을 열었다.“임영운에게 집으로 잠깐 오라고 전해!”이내 성남 경찰서의 삼 인자에 형사 부반장을 맡고 있는 임영운이 저택으로 돌아왔고 임무경이 그에게 지시를 내렸다.“영운아, 너 임 대표님과 함께 김예훈에게 찾아가서 교육 좀 제대로 하고 와. 그놈이 이번에 이유도 없이 사람을 때려서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만들었어. 임 대표님이 사적으로 해결하기 싫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체포하고 정신 차리게 감방에 처넣어!”“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이제 막 취임해서 무조건 공평하게 제대로 처리할 수 있어요!”임영운의 눈빛이 사납게 돌변했다. 전에 정민아가 협조하지 않은 관계로 그는 삼 인자의 위치에서 오랫동안 지체했기에 속에는 원망이 가득했다.정민아가 진작 백운 그룹의 지분을 내놓았다면 임영운은 더욱 빨리 승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도 지금 임무경과 똑같이 정민아의 재산을 노렸으며 그 재산은 응당 임 씨 가문의 것이라고 여겼다.정민아가 계속해서 임 씨 가문을 거절하는 이유는 데릴 사위 김예훈이 뒤에서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에 반드시 김예훈부터 처리해야 했으며 그는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 표정으로 허리에 차고 있던 총을 만지작거렸다.임무경이 아들까지 내세우자, 임천우가 들뜬 표정을 더 이상 숨길 수가 없었다. 이번 일로 임 씨 가문이 제일 크게 덕을 보겠지만 돈도 받고 정민아까지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임천우는
“맞지 않으면 정신 못 차리는 놈들이 꽤 많아. 오늘 내가 때리지 않았다면 그놈은 소현이를 계속 쫓아다닐 거고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그렇다고 내가 계속 소현이 곁에서 지켜줄 수는 없잖아.”김예훈이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하자 정소현도 정민아의 손을 잡고 억울한 얼굴로 울먹였다.“맞아요, 언니. 형부가 저를 보호하려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화내지 마요.”두 사람의 말에 정민아가 한숨을 푹 내쉬었고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람은 임지용이기에 그들의 말이 곧 진실이며 아무리 생각해도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정민아는 죽어도 상대방의 조건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이 쉽게 포기할 사람들도 아니었기에 골치가 아팠다.바로 이때,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울렸고 문을 열어보니 임천우와 임영운 두 사람이 경찰들을 거느리고 찾아온 것이었다.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임천우 곁에서 임영운이 허리에 차고 있던 총을 툭툭 치면서 말을 꺼냈다.“김예훈 씨, 정민아 씨, 오늘 저는 성남 경찰서를 대표해서 왔습니다. 김예훈 씨가 성남 대학교에서 이유도 없이 폭행을 저질렀고 이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법에 따라 저희와 경찰서로 가야 하지만 당사자인 임천우 대표님이 당신들과 합의할 마음이 있다고 하니 한 시간 정도 시간을 줄게요. 오늘 밤 열두 시, 두 사람은 반드시 로열 가든 클럽에 가서 이 사건을 해결해야 할 겁니다. 안 그러면 내일 형벌을 받을 준비를 하세요!”이때, 뒤에 서 있던 임천우도 말을 보탰다.“기억해요! 오늘 밤 열두시 전에 와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제 앞에 무릎을 꿇어도 전 절대 합의하지 않을 거예요!”“거기 임 씨 늙은이! 그리고 임영운 씨! 제대로 알고 온 거 맞아요? 임지용이 먼저 나에게 허튼수작을 부린 거예요! 심지어 임지용이 먼저 때렸다고요! 우리는 정당방위를 한 건데 임지용은 아무런 잘못도 없나요?”듣고 있던 정소현이 화가 나서 소리를
“맞아! 학생회장이 학교의 왕 맞잖아! 내가 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임지용 학생은 그럴 자격이 충분해!”“당신들과는 다르지! 자기 형부와 애정 행각이나 한 주제에 창피한 줄도 모르고 진실이 까발려지니까 되레 화내면서 사람까지 때리고!”얼굴이 싸늘하게 굳어버린 정소현이 마지막으로 오성주를 보며 물었다.“선배님, 임지용에게 그렇게 맞고 나서도 그 사람 편을 들어주는 거예요?”“정소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지 마! 나를 때린 사람은 분명 네 형부였어! 내가 그 일은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네가 감히 먼저 말을 꺼내?”오성주가 경악에 찬 표정으로 헛소리를 지껄이자, 정소현은 완전히 할 말을 잃었고 그녀는 오성주가 김예훈에게 죄를 뒤집어씌울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이 순간, 김예훈은 임천우와 임 씨 가문이 연합해서 모든 걸 준비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오성주 아버지가 성남 시청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임 씨 가문에 비하면 한없이 보잘것없는 존재였기에 고분고분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다른 학생들도 임 씨 가문과 로열 가든 그룹의 말을 감히 거역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그들이 이곳에 나타난 건, 모든 잘못을 김예훈과 정소현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의도였다.이렇게 진실을 아예 뒤집어 버리는 일은 웬만한 실력과 인맥 없이는 불가능했다!정소현은 성남 대학교에 대해 완전히 실망해 버렸으며 솔직히 전에는 성남 대학교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이제는 아예 관심이 없어졌다.한편, 이런 일을 수도 없이 겪어본 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었다. 특히 해외에 있을 때, 5대 강국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늘 아무 이유 없이 한국에 죄명을 씌웠지만 매번 김예훈의 막강한 실력과 확실한 증거로 깔끔하게 해결됐다.지금 임 씨 가문과 로열 가든 그룹의 눈에 뻔히 보이는 얕은 수단은 김예훈에게 있어서 그저 하찮은 웃음거리일 뿐,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이때, 정군과 임은숙 두 사람이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왔고 임은숙은 김예훈을 보자마자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
임영운의 말이 끝나자, 정군 등 사람들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임 씨 가문의 도련님인 임영운의 실력은 어마어마했으며 경기도 경찰청에서 설립한 경찰 대학교를 졸업했는데 학교에서 열리는 복싱 대회에서 여러 번이나 우승을 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평소에 아예 손찌검을 안 하지만 일단 싸우기로 마음먹으면 상대방을 폐인으로 만들거나 심지어 죽이기까지 했기에 이번에 임 씨 가문에서 임영운을 로열 가든 그룹과 함께 보낸 건, 김예훈에게 제대로 본때를 보여주려는 의도였다.손발이 부러지는 건 그나마 다행이고 잘못해서 폐인이라도 되면 남은 인생 감옥에서 죽기보다 못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김예훈의 굳은 표정에 임영운은 그가 겁을 먹은 줄로 착각해서 한 걸음 다가가 손바닥으로 김예훈의 얼굴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우리가 그래도 친척이니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경고할게요! 오늘 밤 12시 전에 반드시 로열 가든 클럽에 찾아가서 임 대표님과 이 일을 잘 해결해야 할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그 결과는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말을 끝낸 임영운은 손을 휘두르더니 곁에 있던 경찰들을 데리고 떠났고 임천우는 떠나기 전에 김예훈을 쳐다보며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듯한 도발을 했으며 마지막으로 정민아를 아래위로 훑으면서 짐승 같은 표정을 지었다.그 표정에 정민아는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지만, 임천우는 흥미진진하게 혓바닥으로 입술을 살짝 핥으며 자신감에 찬 얼굴이었다.정민아는 임천우와 그의 아들 임지용은 절대 그녀와 정소현 자매를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기에 절망감이 들었고 이 순간 그냥 확 자살해 버리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임천우와 임영운 일행이 떠나자, 임은숙이 김예훈을 보며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미친 듯이 퍼부었고 그녀가 보기엔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들이 김예훈 탓인 것만 같았다.전에 있었던 일로 임 씨 가문은 이미 정민아 가족에게 불만이 생겼는데 이제 로열 가든 그룹까지 원수 사이가 되다니. 정민아 가족은 그들을 상대하기가 너무 버거웠다.이때, 가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