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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지 3년
죽은지 3년
작가: 소정

제1화

나는 공중에 떠서 해부대 위의 사람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건 이미 사람이라고 할 수 없었다. 온몸의 살과 피부는 다 뒤집혀 있었고 위에는 얇은 서리가 덮여 있었다.

나조차도 저게 나인 줄 몰랐을 정도로 말이다.

“진혁 형, 오셨어요?”

옆에 있던 조수가 구진혁에게 말했다.

“이번 남극 탐사대에서 이걸 발견했어요.”

“얼굴이 다 망가졌고, 신분을 증명할 만한 것들은 하나도 없어요. 그러니 이건 고의적인 살인일 가능성이 커요.”

남극에서 건져 올린 시신이라고 하자, 구진혁의 손이 잠깐 멈추더니 이내 아무 표정 없이 멸균 장갑을 끼었다.

나는 공중에 떠서 이 남자를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3년, 내가 죽은 지 벌써 3년이 되었다.

내가 죽은 후, 내 영혼은 남극에 갇혀 매일 차가운 바람과 서리의 채찍질을 받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누군가가 나를 발견해서 데려온 것이다.

하지만 내가 예상하지 못한 건, 내 시신을 직접 해부해줄 사람이 구진혁이라는 것이었다.

나의 처참하게 망가진 얼굴을 보고 구진혁과 같은 베테랑 법의관도 본능적으로 눈썹을 찌푸렸다.

구진혁은 한참 동안 칼을 들지 않고, 대신 몸을 돌려 조수에게 물었다.

“윤아는 이 일을 알고 있나?”

조수는 고개를 저었다.

“윤아 누나는 결혼식 준비를 하느라 아직 모르실 거예요.”

구진혁이 곧 입을 열었다.

“그럼 탐사대 사람들에게 윤아에게는 이 일을 비밀로 하라고 일러둬.”

“윤아는 겁이 많아서 놀랄까 봐 걱정이거든.”

이 말을 하는 구진혁의 얼굴에 부드러움이 스쳤다.

나는 멍하니 구진혁을 바라보았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 그는 백윤아와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다.

내 약혼자가 나를 죽인 범인과 결혼하려고 하다니.

나는 공중에 떠서 내 망가진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이미 고통을 느낄 수 없지만, 구진혁이 말할 때마다 너무 괴로웠다.

“얼굴에는 날카로운 도구로 인한 상처가 45군데 있어.”

“목에는 날카로운 도구에 의한 치명적인 상처와 목을 졸린 흔적이 있어. 먼저 목을 졸린 후 살해당한 것 같아.”

옆에 있던 조수가 놀라며 말했다.

“도대체 얼마나 깊은 원한이 있었길래 이렇게 잔혹하게 죽였을까요?”

구진혁의 말은 냉담했지만 손놀림은 능숙했다.

곧이어 그는 내 아랫배를 살폈다. 거기에는 촘촘한 칼자국이 있었다.

“복부에 13개의 칼자국이 있어.”

구진혁도 마음이 아팠는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초기 판단으로 모든 상처는 죽기 전에 생긴 것 같아.”

“아랫배가 조금 부풀어 있고 안에는 형태가 잡힌 태아가 있어. 대략 3개월 정도 된 것으로 보여.”

‘그건, 우리의 아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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