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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사람들이 흩어지고 마지막으로 나타난 건 내가 가장 존경했던 스승, 오태건이었다.

“아버지! 오셨어요?”

그를 보는 순간, 백윤아의 눈이 반짝였다.

오태건은 그녀에게 두툼한 봉투를 건네며 말했다.

“귀염둥이야, 결혼 축하한다!”

귀염둥이? 예전에 스승님도 나를 이렇게 불렀었다.

“진혁아, 우리 윤아 잘 부탁해!”

오태건은 구진혁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

“하준의 말이 맞아. 강해월이 떠나줘서 참 다행이었어. 그녀가 너희 사이를 가로막았으면 너희 둘은 하마터면 서로를 놓칠 뻔했잖아!”

“가끔 나는 해월이가 남극에서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평생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길 말이야.”

나는 공중에 떠서 그들의 어이없는 말들을 듣고 있었다.

참 기가 막혔다.

한때는 나도 과학 탐사대에서 촉망받던 신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던 사람 중, 나를 믿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구진혁은 오태건을 바라보며 말했다.

“선생님, 이젠 그만 잊으세요. 강해월은 이미 벌을 받았어요.”

“기억 안 나세요? 제가 그때 그녀의 모든 직위와 명예를 취소했잖아요.”

오태건은 잠시 멍해 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때 너 정말 잘했어!”

“그런 배신자는 백번 죽어도 아깝지 않지!”

“직위 박탈만으로는 너무 약했어!”

내 마음은 천천히 가라앉았다.

“그래서 내가 너희 결혼 선물로 이걸 준비했지!”

오태건은 가방에서 서류 한 장을 꺼냈다.

“전에 진혁이 너 나한테 부탁했잖아. 내가 처리했어!”

오태건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부로 강해월은 과학 탐사대에서 완전히 제명됐어!”

“우리 탐사대엔 이런 배신자는 없었던 거야!”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내 약혼자가 제안하고, 내 스승님이 그걸 실행하다니.

두 사람은 마치 처형인처럼 세상에 남은 나의 마지막 희망마저 단칼에 잘라버렸다.

부모님을 일찍 여읜 나는 오태건을 아버지처럼 존경해왔다.

나는 그가 백윤아의 말만 듣지 말고 내 억울함을 풀어주기를 수없이 바랐었다.

하지만 다 내 착각이었다.

그들 눈에는 내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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