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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유지훈은 그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화가 나서 손을 들어 박예찬을 때리려 했다.

박예찬이 차가운 시선을 보이자 유지훈은 바로 손을 내리고는 씁쓸하게 자리를 떴다.

싸워서 이길 수도 없고, 말로도 이길 수 없다는 느낌에 유지훈은 자괴감이 들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꽤 좋았었는데 이제 이렇게 어색해져 유지훈은 조금 후회가 되었다.

하원해서 집에 돌아온 유지훈은 우울한 얼굴을 한 채 소파에 엎드렸다.

최현아는 걱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보며 물었다.

“아들, 왜 그래?”

“엄마, 예찬이한테 사과하고 싶어요.”

유지훈은 윤우를 미워할 뿐이지, 그의 형인 예찬이는 싫어하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은 최현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네가 왜 사과해? 넌 내 아들이야. 그런데 왜 그런 쓰레기 같은 자식에게 사과해야 해?”

유지훈은 벌컥 화를 내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더는 사과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다.

최현아가 또 그를 설득했다.

“지훈아, 그 두 쓰레기 같은 자식과는 친구가 될 수 없어.”

“다 같은 유씨 가문 사람이잖아. 네 아빠는 이미 유남준과 유남우에게 눌려 기를 못 펴고 있어. 너도 커서 그렇게 되고 싶어?”

유지훈이 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요. 저는 유앤케이 그룹의 대표가 될 거예요.”

최현아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그래야 내 아들이지. 절대 아빠처럼 남의 뒤치다꺼리나 하면 안 돼.”

“네.”

유지훈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노력할게요.”

“좋아. 저녁 먹고 공부하러 가렴.”

최현아는 유지훈의 성적이 박예찬보다 더 좋게 하기 위해 그에게 개인 과외를 붙여 매일 밤 10시까지 공부를 시켰다.

자기 아들이 그 어떤 면에서도 다른 사람보다 뒤처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유지훈이 밥을 먹고 있을 때 유성혁이 기운 없이 집에 돌아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여보, 오늘 왜 이렇게 일찍 들어왔어요?”

최현아가 물었다.

유성혁이 소파에 털썩 앉고는 머리를 문지르더니 낙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망했어.”

“뭐가 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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