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란이 최현아의 어머니에게 다가가면서 압박했다.“며칠 전, 제가 외출해서 없었죠. 돌아와서 들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사돈이 윤우더러 지훈이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했다면서요?”최현아 어머니는 고영란의 기세에 압도되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고영란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사돈이라 봐준 거였는데 제가 만만하게 보였나요? 우리 윤우를 무릎 꿇리려고 했다니, 당신들이 그럴 자격이 있나요?”“우리 윤우가 지훈이를 해쳤다고 한들 뭐 어쩌라고요?”최씨 가문 사람들, 그리고 유성혁은 찍소리도 못했다.박윤우는 고영란을 싫어했지만 눈앞의 상황을 보고 조금 충격을 받은 듯했다.‘할머니가 내 편을 들고 계시다니.”고영란은 이대로 넘어가려 하지 않았다.“요즘 최상 그룹이 많이 어렵다고 들었어요. 남우에게 돈과 물자를 빌리려고 한 거 맞죠?”최현아의 부모는 눈을 피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분명하게 말해두는데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회사는 내 두 아들이 힘들게 일구어낸 거예요. 왜 우리가 당신들 손실을 메워줘야 하죠? 그렇게 잘난 당신들 아들이나 사위에게 도움을 청하세요.”결국 최현아 부모는 저녁도 먹지 못하고 고영란의 쓴소리에 쫓겨났다.유명훈은 고영란에게 너무 과격하게 굴지 말라고 주의를 줬을 뿐, 다른 말은 더 하지 않았다.유성혁과 최현아도 의기소침해져 아들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저녁 식사를 할 때 고영란은 계속해서 박윤우를 위한 음식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그리고 또 박윤우에게 말했다.“앞으로 윤우가 먹고 싶은 음식 있으면 할머니한테 말해.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줄게.”박윤우는 그녀의 호의에 대해 조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여전히 약간의 거부감이 남아 있었다.“괜찮아요. 엄마가 해주실 거예요.”그 말을 들은 고영란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박민정도 그제야 윤우가 고영란에게 약간의 반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저녁 식사가 끝난 후 고영란은 박민정을 따로 불러 이야기를 나눴다.“혹시 윤우와 예찬이더러 나를 멀리하라고 했니?”“
박민정이 너무 급하게 앞으로 걸어 나갔기에 하마터면 유남준의 몸에 부딪힐 뻔했다.유남준은 손을 들어 그녀를 부축했다.“고마워요.”박민정이 감사 인사를 전한 후 그에게 물었다.“윤우 찾으러 온 거예요?”“응.”“그럼 얼른 들어가요. 아니면 윤우가 잠들어 버릴 거예요.”박민정이 속삭이며 말했다. 그녀의 따뜻한 숨결이 유남준의 목덜미에 닿았다.유남준의 목울대가 약간 움직였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알겠어.”박민정이 떠난 후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려는데 박윤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이는 그녀와 함께 자고 싶다며 투정을 부렸다.박윤우는 펑펑 울고 있었다. 밖에서는 혼자 자면 그만이었지만 집에서는 엄마, 아빠와 같이 자고 싶었다.박민정은 어쩔 수 없이 박윤우 옆에 누웠고, 유남준은 다른 쪽에 누웠다.박윤우는 각자 두 사람의 손을 꼭 잡고는 가슴 앞에 모았다. 그리고 순진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두 사람 손 잡으면 안 돼?”박민정이 의문스러운 얼굴을 보였다.“왜 손을 잡아야 하는데?”“유치원 친구들의 엄마, 아빠도 다 손잡고 있더라고. 내와 같이 있을 때 두 사람 손잡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손잡아 줘, 응?”박민정의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사실 손을 잡지 않는 엄마, 아빠도 있어...”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유남준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하지만 박윤우는 그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 말했다.“아빠, 깍지 껴야 해요.”깍지라...유남준은 아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기 위해 박민정과 꼈다.박민정은 유남준과 맞잡은 손을 보며 얼굴이 화끈거렸다.유남준에 진작 흥미를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남자의 얼굴이 너무나도 잘생겨 보였다.저녁이라 그런지 박민정은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다.다음 날 아침, 박민정은 남자의 품 안에서 눈을 떴다.그녀는 비몽사몽인 채로 눈을 떴는데 곧바로 눈앞의 잘생긴 유남준의 얼굴을 발견했다.박민정은 조금 움직이자 자신이 유남준의 팔에 꼭 안겨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옆을 돌아봤는데
“뭐라고 답장했어?”박민정이 물었다.“새언니한테 그랬지. 너랑 친구 하지 말라고 해서 네 연락처 삭제했더니 이제 연락이 안 된다고.”조하랑이 대답했다.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대답 잘했네.”“내가 바보도 아니고. 너무 순진한 거 아니야? 투자한 돈을 잃었는데 어떻게 받을 생각을 해? 받을 수 있겠냐고?”“교훈 삼아야지.”조하랑은 친척들이 자신의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을 위해 생각해 줄 필요도 없었다.“참, 민정아. 김 회장님께서 너랑 얘기하고 싶대.”“알겠어.”박민정이 바로 대답했다.김훈은 전화를 받자마자 본론으로 들어갔다.“민정아, 너 학부모 위원회 회장 자리를 원한다며?”박민정과 최현아가 학부모 위원회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유치원의 모든 학부모들에게 알려졌다. 김훈도 우연히 다른 사람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은 것이었다.예찬이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김훈은 더욱 신경을 썼다.“네, 하지만 당선되지 못했어요.”박민정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왜 나에게 말하지 않았어?”김훈이 인자한 목소리로 말했다.“그깟 회장 자리, 내가 한마디 해 놓으면 해결할 수 있어. 기다려봐, 내가 해결해 줄게.”“아니에요, 그러실 필요 없어요.”박민정은 다급하게 거절했다.김 회장이 예찬이를 아끼는 마음에 도와주고 싶어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민정아, 사양하지 마. 내가 젊었을 때 너희 할아버지와 친구였다니까.”김훈이 말했다.박민정은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었다. 그녀가 태어난 후로 은정숙에게 맡겨졌기 때문이다.그녀가 세 살이 되었을 때 할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떴다.“그게 아니라 학부모 위원회는 이미 선거를 끝내서요.”“그럼 다시 선거를 하면 되지. 네가 될 때까지 말이야.”김훈이 단호하게 말하고는 박민정이 동의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고 이 일을 처리했다.이번 일의 가장 큰 난관은 바로 유명훈이었다.김훈이 전화를 걸고 나서 얼마 지나지
게다가 박민정은 새로운 공지문을 게시하여 학생들의 입학, 주차 등의 여러 사항을 다시 정리했다.최현아는 박민정이 분명 자신에게 복수하려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무리 그래도 지훈이는 유씨 가문의 장손이야. 내가 밉다고 해서 지훈이에게 무슨 짓이라도 하면 유씨 가문 사람들이 절대 당신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그 문자를 본 박민정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때 윤우를 괴롭힐 때는 윤우가 유씨 가문의 아이라는 걸 생각하지 못했어요?]최현아는 두려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반에서 다른 아이들이 지훈을 따돌릴까 봐 걱정이 되었다.[박민정, 아무리 그래도 넌 지훈이의 작은 엄마잖아. 너무 선을 넘지 마.]박민정은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최현아를 보고는 더는 답장하지 않았다.‘윤우를 괴롭힐 때는 선을 넘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나?’박민정은 예전부터 누군가가 자신의 아들을 괴롭히면 백배로 갚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그리고 아이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반드시 바로잡아줘야 하는 법이다.그녀는 유지훈의 부모도 아닌데 왜 그를 봐줘야 한단 말인가?박민정은 자신에게 잘 보이려는 학부모들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대체로 자기 아들을 대했던 것처럼 유지훈에게도 똑같이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학부모들은 지금 최현아를 깊이 증오하게 되었다. 그녀 때문에 큰 손해를 봐 가정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유지훈은 박예찬처럼 강한 멘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유치원에서 친구들이 같이 놀아주지 않자 채 하루도 안 되어 멘탈이 무너질 지경이 되었다.그리고 그제야 박예찬을 괴롭히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집에 돌아간 후 최현아는 그에게 타이르는 식으로 말했다.“지금 공부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해. 네가 공부를 잘하면 증조할아버지도 너를 더 좋아하게 될 거야. 그때면 네가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있을 거라고.”“친구가 없는 게 뭔 대수라고.”유지훈은 그녀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두원 별장.박민정은 전화를 끊고 마지막으로 한수민을 만났던 기억을 떠올렸다.잔뜩 화가 난 한수민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배를 움켜쥔 채 사지를 떨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거짓 같진 않았다.게다가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암을 핑계로 삼는 건 너무 말이 안 됐다.고민 끝에 박민정은 끝내 병원에 직접 가보기로 결심했다.시립병원.박민정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마침 김인우도 있었다. 두 사람은 마주치게 되었다.박민정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그녀의 오른쪽 얼굴에 있는 흉터는 여전히 뚜렷하게 보였다.“형수.”김인우는 유치원에서 예찬이를 도와준 적이 있어서 박민정은 그에게 예전만큼 차갑게 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살갑게 굴지도 않았다.“안녕하세요.”그녀는 정중하지만 거리를 두며 대답하고는 곧바로 위층의 병실로 향했다.김인우는 약간 의아해하며 옆에 있는 비서에게 물었다.“어디 아프대?”비서는 즉시 조사에 나서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요.”그리고 비서는 익숙한 이름을 발견하고 김인우에게 알렸다.“박민정 씨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 같아요.”“한수민?”“네.”“무슨 병으로 입원했대?”비서는 의료 기록을 확인한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자궁경부암 말기입니다.”김인우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자궁경부암 말기라면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고 길어야 1, 2년 정도 살 수 있을 것이다.“기록이 거짓이 아닌 건 확실해?”김인우는 한수민이 곧 감옥에 가야 하는 일을 알고 있었다.“거짓일 리 없습니다. 우리 병원의 전문 의사가 진단한 것이라 문제없을 겁니다.”비서가 대답했다.김인우는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잘 조사해 봐. 이런 일에 오류가 있으면 안 되니까.”“네, 알겠습니다.”...다른 한편.박민정은 이미 한수민의 병실 앞에 도착하고는 문을 두드렸다.한수민은 윤소현이 돌아온 줄 알고 활짝 웃은 채 말했다.“얼른 들어와. 갑자기 문을 두드리고 그래.”하지만 문이 열리고 박민정의 얼굴이 보이
한수민은 멈칫했다.박민정의 말에 뼈가 있다는 걸 느끼고는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야?”“아버지 교통사고를 당하신 게 당신과 관련이 있죠?”박민정이 물었다.한수민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그게 무슨 헛소리야?”그런 한수민의 반응을 보고 박민정은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그녀는 더 따져 묻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도둑이 제 발 저린 한수민이 물었다.“네 아버지가 남긴 유서에 다른 얘기도 있었니?”박민정은 그녀를 낯설게 바라봤다.눈앞의 여자가 자기의 친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인생을 보낸 여자가 맞나 싶었다.“어떻게 생각해요?”박민정은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를 되물었다.한수민의 얼굴색이 조금 변하더니 그녀는 박민정의 손목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유서 내놔. 내가 한 번 봐야겠어.”박민정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법정에서 공개할 거니까.”유서에는 그저 박민호가 무능할 경우 박민정은 박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다는 내용만 있을 뿐, 한수민에게 불리한 얘기는 없었다.하지만 박민정은 한수민을 의심하게 하고 불안하게 만들고 싶었다.한수민의 아랫배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는지 얼굴에 식은땀을 흘렸다.“너 같은 불효자식이 어디 또 있어? 배은망덕한 것. 내가 널 키우지 말았어야 했는데.”박민정은 한수민의 모습을 보고 그녀가 정말로 중병에 걸렸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이게 바로 인과응보이지 않던가?박민정이 떠나려 하자 한수민이 또 그녀를 불렀다.“내가 왜 소현이를 좋아하고 너를 싫어하는지 알아?”박민정은 발걸음을 멈췄다.“소현이는 너보다 훌륭하고 말을 잘 들어. 나를 더 닮았지. 하지만 너를 보면 역겹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한수민은 이 말로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계속해서 욕을 퍼부었다.“넌 정말 더러운 년이야. 네 아버지가 기어코 너를 남기자고 하지 않았다면 난 널 절대 키우지 않았을 거라고. 넌 인간일 자격도 없어. 너를 낳고 키운 나를 고소하려 하고, 내가 아픈데도 와서 비웃으려 하다
병원 병실.박민정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수민은 갑자기 발작한 병 때문에 고통을 꾹 참으면서 몸부림쳤다, 윤소현이 병실에 들어왔을 때, 한수민은 병실에서 풍기는 냄새 때문에 난감해하면서 얘기했다.“소현아, 가서 간병인 좀 불러줄래? 내가 못 참고 그만 이불에...”윤소현은 그 말을 듣고 그제야 무슨 일인지 눈치채고 짜증스러운 눈빛으로 한수민을 쳐다보았다.“엄마, 나이가 몇인데 침대에 소변을 봐요?”“미안해, 소현아. 내가 일부러 이런 건 아니고 병 때문에 그래. 그래도 더럽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거지?”한수민은 윤수현 앞에서 항상 작아졌다.한수민은 모든 돈을 윤씨 가문에 주었다. 하지만 윤석후가 이 돈을 다 관리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한수민이 모든 돈을 관리하고 있었다.그래서 윤소현은 한수민이 죽고 그 권한을 자기한테 넘기기를 바랐다. 그렇기에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한수민을 관심하는 척 해야했다.“엄마, 내가 왜 엄마를 더럽다고 생각하겠어요. 난 엄마의 친딸이에요. 아까는 약간 놀라서 그랬어요. 바로 간병인을 불러올게요 이따가 의사 선생님이랑 간호사 선생님도 불러서 한번 확인해 봐요.”“응.”한수민은 안심이 되었다. 윤소현은 그녀의 친딸이니 절대로 그녀를 배신하거나 해치지 않을 것이다.윤소현은 얼른 간병인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와서 처리하라고 했다.간병인은 얼른 와서 한수민의 이불을 갈아주었다. 유명한 무용수였던 한수민이 지금 이렇게 될 줄,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의사의 치료 덕분에, 한수민의 몸은 겨우 나아지고 있었다.윤소현은 이곳에 더는 머무르고 싶지 않아 핑계를 대고 나갔다.한수민 앞에서 효도하는 척 하기 위해 여기 온 것이지, 그것 외에는 다른 의도가 없다.밖에 나와 깨끗한 공기를 들이마신 윤소현은 얼른 박민호에게 전화를 걸었다.통화가 연결되자 윤소현은 누나다운 기세로 말했다.“박민호, 엄마가 아픈데 언제 돌아올 거야?”박민호는 현재 유남우의 도움을 받고 자기 회사를 차렸다. 한수민이 아프다는 말을 들은 박민호
박민호의 말을 들은 유남우는 이내 평온한 어투로 말했다.“우리는 민정 씨의 선택을 따를 수밖에 없어요.”박민호는 박민정을 납치해 와서라도 유남우에게 시집을 보내고 싶었다.“대표님. 모르시겠지만 누나가 유남준과 결혼 했을 때, 유남준은 저희 아버지를 잘 모시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우리를 못살게 굴고 저희 가문을 망치려고 작정을 했어요.”박민호는 지금도 자신의 집안의 몰락이 자기 혼자만의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는 한수민이 유씨 가문에 가서 돈을 빌린 일도, 그가 단번에 회사와 아버지의 유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버린 일도 잊어버렸다.“걱정하지 마요. 앞으로는 내가 꼭 도와줄테니까요.”유남우가 대답했다.박민호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그의 눈가에는 감동이 서려 있었다.그는 속으로 반드시 크게 성공하여 자신을 무시하던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리라 다짐했다....한편, 윤소현은 전화가 끊긴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들인 박민호도 자기 엄마를 돌보지 않는데 왜 딸인 자신이 돌봐야 하는 거지?윤소현은 핸드폰을 들어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윤소현은 알지 못했다. 한수민이 그 시각 윤소현에게 가방을 돌려주려고 왔다가 그녀의 말을 듣게 되었다는 사실을.“침대에 오줌을 쌌는데 진짜 더러워 죽겠어요. 들어갔는데 하마터면 토를 할 뻔했다니까요. 전 양어머니의 시중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지금 저 사람 시중을 들어야 한다니... 친아들도 상관하지 않는 여편네를... 진짜... 저 사람이 곧 죽을 거라는 걸 아니까 이러지 아니었으면...”말을 다 맺지 못한 윤소현이 고개를 돌리자 멀지 않은 곳에 한수민이 서 있었다.그녀는 얼른 통화를 끊고 애써 웃어 보였다.“엄마, 왜 나오셨어요? 걸을 수 있어요?”윤소현은 다급히 그녀에게 걸어갔다. 윤소현은 근심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한수민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한수민은 한순간 방금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지 착각했다.하지만
아직 어린아이인데 일찍 철이 든 박예찬을 보고 박민정은 고마우면서도 괜스레 마음이 아팠다.“바보야. 넌 아직 어려서 엄마 아빠가 지켜주면 돼. 그러니까 이제부터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먼저 우리한테 말해줘야 해, 알겠지?”박예찬은 고개를 끄덕였다.“네.”박민정은 그에게 몇 가지 더 당부해 주고 나서야 자리를 뜰 수 있었다.이때, 박윤우가 방안에 들어오면서 박예찬에게 다가왔다.“형은 대체 어떻게 그 나쁜 놈을 잡은 거야?”박윤우가 궁금증을 못 참고 그에게 묻자 박예찬은 간단하게 설명해 줬다.“대박!”박윤우는 손뼉까지 치며 그를 칭찬하다가 다시 물었다.“그런데 엄마와 저 쓰레기 아빠는 이제 그 사람을 어떻게 처리할 거래?”“몰라. 그런데...”박예찬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내 생각에는 그 범인이 이제 나를 해칠 마음이 없는 것 같아.”오늘 다시 만난 정호철의 눈빛은 예전처럼 살기가 돋쳐있지 않았고 오히려 정수미가 자신을 바라보던 것처럼 따듯함이 느껴졌다.“만약 그 사람이 정수미, 그 늙은 여우 쪽의 사람이라면 아마 우리를 해치지 않을 거야. 그런데 만약 윤소현 쪽의 사람이라면 말이 달라지겠지.”박윤우가 세밀하게 분석했다.“네 말이 맞아. 그러니까 우리도 경계심을 높이고 조심해야 해.”“알겠어.”말하다가 박윤우는 문득 박예찬의 컴퓨터를 보며 물었다.“형, 지금 뭐 해?”박예찬은 그제야 막고 있던 손을 걷으며 말했다.“별거 아니야. 그저 지엔 그룹의 지도를 보고 있었어.”박윤우는 컴퓨터 화면에 빽빽이 들어차 있는 자료를 본 순간 머리가 아파졌다.“보고 있으니 벌써 눈이 침침하네. 난 그만 노래나 들으면서 그림이나 그려야겠다.”박윤우는 자신이 잘하는 것과 못 하는 게 뭔지 잘 알고 있다.박예찬도 별말 없이 계속 자기 일을 해 나가고 있는데 유지훈이 갑자기 그에게 영상통화를 보냈다.박예찬이 통화버튼을 누르자마자 화면에는 그의 작은 얼굴이 나타났다.“예찬아, 집에서 뭐 하고 있어?”“무슨 일이야?”박예
박예찬은 최근에 계속 박씨 가문 옛 저택에서 지냈다.그는 경계심도 높고 눈치도 빨랐는데 요즘 따라 누군가가 계속 자신을 미행하는 것 같았지만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하여 이날 박예찬은 돌아오는 길에 정민기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일부러 구석으로 들어갔다가 뒤따라오는 범인을 잡을 속셈이었다.박예찬은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뒤 어느 구석에 숨었다.이때, 그의 뒤를 따르던 정호철은 앞에 길도 없고 박예찬도 보이지 않자 마음이 조급해져서 이리저리 둘러보았다.“어디로 갔지?”이때 눈앞에 한 무리의 사람이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그를 에워쌌다.박예찬도 쓰레기통 뒤에 숨었다가 그제야 그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당신이었군요.”그때 자신을 납치했던 사람이다.정호철은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걸 알아챘다.정민기는 재빨리 그를 제압했고 다시 박예찬에게 다가가 걱정스레 물었다.“예찬아, 괜찮아?”박예찬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괜찮아요. 아저씨, 감사합니다.”말을 마친 뒤 손가락으로 정호철을 가리켰다.“저 사람이 그때 저를 납치했던 범인이에요.”그의 말에 정민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그래. 알겠어. 바로 민정 씨랑 대표님한테 보고할게.”“네.”박예찬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정호철에게 다가가 물었다.“왜 저를 계속 미행했나요? 또 납치하려고요?”정호철은 자기 다리 길이보다도 작은 아이가 뿜어내는 카리스마에 그만 기가 눌려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아니. 난 그 일에 대해 사과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는 정수미의 건강 상태가 날로 악화하고 있고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아 그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동시에 박예찬이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몰래 뒤에서 보호해 주고 있었다.그의 말에 박예찬이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사과요?”“그래.”정호철은 솔직하게 말했지만 박예찬은 쉽게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그렇게 정민기와 몇 명의 보디가드는 그를 차에 태우고 저택으로 향했다.박민정과 유남준은 집에
“전 괜찮아요.”“정말 다행이다.”정수미는 수화기에 대고 말하다가 문득 창문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도 큰 문제가 없대. 그저 저혈당으로 쓰러진 거래.”박민정은 이 말을 왜 지금 자신에게 하는지 몰랐지만 그래도 차분하게 답해줬다.“네, 그러면 다행이네요.”“내일부터 다시 내가 아침밥 가져다줄게.”“그럴 필요 없어요.”박민정은 단번에 거절했다.또다시 자신 때문에 정수미가 쓰러졌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고 괜히 윤소현의 오해를 불러일으켜서 뺨 맞는 일도 만들고 싶지 않았다.정수미는 그녀의 단호함에 가슴이 답답했지만 뭐라고 말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다른 일 없으면 이만 전화 끊을게요.”“잠깐만. 그러면 내가 언제든지 너 보러 가도 돼?”정수미가 다시 조심스레 물었다.“아니요.”박민정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정수미는 한참이나 이미 끊긴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나에 대해 생각이 달라질 줄 알았는데...”비서가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다가 오늘 윤소현이 박민정의 뺨을 때린 일을 그녀에게 말해줬다.“뭐?”정수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에게 되물었다.“그런데 왜 안 말렸어?”“말릴 새도 없이 큰 아가씨가 먼저 손을 댔습니다.”비서는 한껏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정수미는 이대로 병원에 누워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 재빨리 몸을 일으키고는 그대로 별장에 돌아갔다.윤소현은 한창 친구들을 불러 수다를 떨고 있었고 정수미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차가운 얼굴로 그녀만 밖으로 불러냈다.“엄마, 왜 벌써 퇴원하셨어요?”윤소현이 걱정하는 척 묻자 정수미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누가 너한테 민정이를 때려도 된다고 했어?”순간 윤소현은 심장이 바닥으로 내려앉는 것 같았는데 분명 박민정이 그새 고자질했다고 생각했다.“엄마, 저는 단지 엄마가 너무 걱정돼서 저도 모르게 손이 나간 거예요. 혹시 민정이가 말해줬어요? 엄마가 걱정되는 것보다 자기가 맞은 게 더 억울했나 보네요.”윤소현의 말에 정수미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박민정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떴다.정수미는 윤소현더러 그녀를 잡으라고 했지만 윤소현은 그러기 싫었다.“엄마, 너무 편애가 심한 거 아니에요? 그리고 몸도 안 좋은 사람이 매일 일찍 일어나 민정이네 회사 사람한테도 아침밥 해서 가져다주니까 쓰러지죠. 전 싫어요.”“소현아, 넌 모르겠지만 방금 민정이가 아니었으면 난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을 꺼야.”정수미는 정신을 잃기 전까지 자기 몸 아래에 박민정이 깔려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또한 그녀가 기꺼이 몸을 던져 자신을 구해줬다는 것도 알고 있다.하여 이 일을 윤소현에게 말해줬지만 그녀는 이 말이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친딸인데 당연히 그랬어야죠. 만약 똑같은 상황이었으면 저도 엄마한테 달려갔을 거예요.”정수미는 윤소현의 단호한 말에도 이상하게 믿고 싶지 않았다.“너도 그만 가봐. 혼자 좀 쉬어야겠다.”윤소현도 마침 병원에 있기 싫었던 참에 그녀는 냉큼 답했다.“네, 그럼 이만 가볼게요.”비서는 윤소현이 나가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정수미는 그녀가 들어오자마자 신신당부했다.“사람 보내서 민정이는 괜찮은지 알아봐. 몸도 성치 않은데 괜히 나 때문에 더 나빠지면 안 되니까.”“네.”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참아왔던 말을 토해냈다.“정 대표님, 전 그래도 둘째 아가씨가 좋아요. 큰 아가씨는 그저 빈말만 하시는 것 같거든요.”박민정은 위험을 무릅쓰고 몸을 던져 정수미를 구해줬지만 윤소현은 그저 말만 하다가 서둘러 병원을 빠져나갔다.정수미도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그녀는 한껏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나도 알아. 민정이는 모든 면에서 소현이보다 뛰어나지만 소현이는 어렸을 때부터 내 손에서 자랐잖아. 그 애가 지금 이렇게 변한 건 내 책임도 커.”...박민정은 병실에서 나온 뒤 의사를 찾아가 간단하게 상처를 치료하고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진서연은 그녀를 보자 마자 냉큼 달려와 물었다.“보스, 괜찮아요?”그녀는 박민정의 몸을 이
그러자 비서가 달려와 그녀를 말렸다.“큰 아가씨, 정 대표님께서 먼저 둘째 아가씨한테 직접 요리해 주고 싶다고 했어요. 둘째 아가씨만 탓할 게 아닌 것 같습니다.”“그럼 누구를 탓해야 하는데? 거절할 줄도 몰라? 엄마는 원래부터 몸 상태가 안 좋았잖아!”윤소현은 일부러 더 크게 화를 냈다.“난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우리 엄마한테 저런 일을 시켜본 적이 없어.”비서도 그녀가 정수미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 더는 말릴 수 없었다.박민정은 그제야 자신이 맞은 이유를 알고 윤소현의 손을 놨다.“저도 말렸는데 정 대표님께서 계속 오셨어요. 그리고 방금 제가 맞은 건 그냥 넘어가겠지만 다음번에는 참지 않을 겁니다.”윤소현은 날카로운 그녀의 눈빛에 살짝 겁을 먹었다.하여 더 때리는 건 무리인 것 같아 수술실 문을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엄마, 제발 일어나요. 이대로 가면 저는 어떡해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누구보다도 정수미가 빨리 죽기를 바라고 있다.그리고 며칠 전에 윤소현은 이미 유언장에도 손을 댔기에 정수미가 죽고 장 변호사까지 처리하기만 하면 장씨 가문의 모든 재산은 다 그녀의 것으로 된다.그러나 일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았다.한 시간 뒤, 수술실의 문이 열리면서 의사가 걸어 나오자 윤소현이 빠르게 달려가 물었다.“의사 선생님, 저희 엄마는 괜찮나요?”의사가 대답 대신 깊은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고 윤소현은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간신히 참았다.그러다가 의사가 겨우 입을 뗐다.“지금은 맥박이 돌아왔지만 환자분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혹시 예전에 큰 병을 앓았었나요?”의사의 말에 윤소현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다행히 모두가 지금 정수미한테에 집중되어 있어 그녀의 표정 변화는 보지 못했다.박민정은 정수미가 살았다는 소식에 그제야 마음이 살짝 놓이는 것 같았다.비서는 의사에게 정수미가 지금까지 앓던 병을 모두 알려줬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수미는 수술실에서 밀려 나왔는데 문 어구에서 두
다만 정수미는 최근에 몸이 급격히 안 좋아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오전 10시가 넘으니 그녀는 더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소파에 누워 잠깐 눈을 붙였다.“혹시 저희한테 매일 음식을 가져다주랴, 회사도 관리하랴, 그러면서 몸이 힘들어진 게 아닐까요?”진서연이 걱정스레 물었다.박민정도 마침 걱정되었던 일이라 정수미가 깨나자마자 그녀에게 말했다.“정 대표님, 이제 매일 오지 않으셔도 돼요. 저희끼리 밥 먹을 수 있잖아요.”그녀의 말에 정수미의 얼굴은 순간 어두워졌다.“민정아, 혹시 내가 뭘 잘못했어?”그러자 박민정은 빠르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저는 단지...”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망설이던 찰나에 진서연이 먼저 말했다.“어떤 마음으로 저희한테 매일 음식을 가져다주는지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제는 마음만 받을게요. 정 대표님께서 하루가 다르게 안색이 안 좋아지는 걸 보면 분명 많이 피곤할 텐데 돌아가서 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아무거나 먹어도 괜찮거든요.”진서연의 말에 정수미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전 괜찮아요. 몸은 안 힘든데 아마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봐요.”“안 돼요.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박민정은 어쩔 수 없이 일부러 단호하게 말했다.그러자 정수미는 한껏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민정아...”“그만 돌아가서 쉬어요.”아무리 정수미가 자기 친어머니가 아니더라도 노인이 쉬지도 않고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해서 매일 배달해 주는 모습을 더는 원치 않았다.정수미는 그녀의 단호한 말투에도 자신에 대한 걱정이 담겨있는 것 같아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그래. 그러면 오늘에는 일단 돌아가서 쉬겠는데 괜찮아지면 꼭 다시 올 거야.”말을 마친 뒤 가려고 일어섰는데 몇 걸음 못 가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면서 앞으로 몸이 쏠리게 되었다.깜짝 놀란 박민정은 본능적으로 그녀에게 달려갔고 정수미는 다행히 박민정의 몸 위로 떨어지면서 두 사람이 같이 바닥에 쓰러지게 되었다.진서연이 빠르게
정수미는 자신에게 직접 가져다준 우유 한 잔을 보더니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우리 딸, 고마워.”말을 마친 뒤 그녀는 단번에 우유를 다 마셔버렸다.윤소현은 그 모습을 차가운 얼굴로 지켜보다가 컵을 건네받고는 깨끗이 씻어놓았다.“엄마, 제가 재료 손질하는 거라도 도와줄까요?”마침 혼자 하기에는 양이 많다고 생각했던 정수미는 선뜻 그러라고 했다.“그래 주면 고맙지.”말을 마친 뒤 그녀는 갑자기 피곤이 몰려오는 것 같아 소파에 앉아 쉬게 되었다.이상하게 최근부터 몸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 같았고 시도 때도 없이 졸렸다.윤소현은 그녀가 주방에서 나가자마자 대충 정리해 주는 척하다가 결국에는 도우미에게 맡겼다.한밤중이 되어서야 정수미는 갑자기 잠에서 깼는데 무심결에 자기 코가 축축해져 있는 걸 발견했다.이때 도우미가 급히 다가오더니 그녀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소리쳤다.“사모님, 코피 나요!”정수미는 티슈 한 장을 뽑아 닦더니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괜찮아.”그러다가 살짝 피곤한 얼굴로 주방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재료들은 다 정리되었어?”도우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큰 아가씨가 아주 깔끔하게 정리하셨어요.”이 말은 윤소현이 시켰다.그러나 정수미는 도우미의 말에 깊이 감동했다.“내가 민정이한테 진 빚을 소현이한테 떠넘기면 안 되는데.”그리고 갑자기 기침하기 시작했다.이대로는 절대로 잘 수 없을 것 같아 아예 일어나서 아침밥을 만들기 시작했다.그리고 오늘에는 특별히 윤소현에게 전복죽을 끓여줬으나 그녀는 깨나자마자 죽을 보고 차갑게 한마디 했다.“식어서 안 먹을래.”그리고 도우미더러 몽땅 버리라고 했다....정수미는 오늘 아침밥을 많이 해뒀기에 두 어린이에게도 도시락을 하나씩 가져다줬다.“고맙습니다. 그런데 전 필요 없어요.”박예찬은 공손하게 인사라도 했지만 박윤우는 한껏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런 쓰레기 같은 음식은 안 먹을래요.”정수미는 너무 속상했지만 그래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
박민정은 자기 그릇에 가지런히 담긴 하트 모양의 계란 후라이를 보고 마치 바늘로 심장을 찌르듯 아파져 왔다.자신도 예전에 누군가에게 마음을 담아 정성스레 음식을 차려줬던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이 바로 한수민이었다.그러나 매번 돌아온 건 차가운 말들뿐이었다.“겨우 계란 하나로 참 별짓도 많이 하네. 그리고 넌 박씨 가문의 큰딸이지 도우미가 아니야. 창피해 죽겠네.”그 후로부터 박민정은 자신의 노력을 몰라주는 일은 일절 하지 않았다.하여 자신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 정수미를 보고 있자니 또다시 그때의 일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심란해졌다.“민정아, 왜 안 먹어? 맛없어? 네가 먹고 싶은 음식을 나한테 알려주면 내가 배워볼게.”정수미는 한껏 다정하게 말했다.그 모습에 박민정은 자기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니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먹을게요.”거액의 자산과 정수미가 직접 한 음식 중에 선택하라고 하면 그녀는 당연히 덜 부담스러운 음식을 선택할 것이다. 또한 처음으로 엄마의 사랑이 뭔지 느낄 수 있었다.박민정이 말없이 자신이 한 요리를 먹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 정수미는 그제야 젓가락을 들고 같이 먹기 시작했다.그렇게 박민정은 자기 밥을 깨끗이 비웠다.“더 먹지 않을래? 여기 더 있어.”정수미는 그릇에 남은 음식을 그녀 쪽으로 밀어주며 말했다.박민정은 이미 배불렀지만 성의를 봐서 몇 젓가락 더 먹은 뒤 답했다.“배불러요.”오늘 정수미는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기분도 좋은 것 같았다.하여 활짝 웃으며 그들에게 물었다.“내일에는 뭐 해줄까요? 메뉴를 말해주면 제가 배워볼게요.”진서연은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빠르게 답했다. “전 닭강정이랑 탕수육 먹고 싶어요!”민수아도 뒤질세라 그녀에게 말했다.“저는 게 요리 먹고 싶어요. 어떻게 해주셔도 다 좋아요.”매일 먹는 배달 음식은 진작에 질려버렸다.정수미의 요리 실력은 거의 호텔 셰프급이였는데 맛있는 건 물론이고 건강하게 느껴졌다.두 사람의 대답을 듣고 정수미는 신나
박민정이 사라졌을 무렵 유남준은 정수미와의 모든 협력을 거절했는데 이는 오로지 박민정에게 자신이 화났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하여 처음에 박민정이 찾아와서 자신이 친딸이란 사실을 확인해 줬을 때까지도 정수미는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엄마의 사랑을 돌려주려고 하니 유남준이 분명 기회를 줄 것 같지 않았다.그런데도 정수미는 갖은 방법을 이용해서 PMJ 그룹에 존재하는 잠재적인 상업적 위험을 제거해 주려 했다.오늘 유남준이 없으니 진서연은 어쩔 수 없이 박민정더러 가보라고 했다.회의실 안.정수미는 떨리는 마음으로 박민정을 기다리고 있다가 그녀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민정아.”“정 대표님, 안녕하세요.”자신보다 한껏 덤덤한 얼굴의 박민정을 보고 정수미는 살짝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자를 당겨주며 앉으라고 했다.“민정아, 나 PMJ 그룹에 투자하고 싶어.”박민정은 아직 회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다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런 말을 듣게 되자 이따 저녁에 유남준의 견해는 어떤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그러자 정수미가 재빨리 필기하고 있는 그녀를 말렸다.“적을 필요 없어.”“무슨 뜻이에요?”박민정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에게 되묻자 정수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 손에 지금 적지 않은 자금이 있는데 다 너한테 줄게.”그녀의 말에 박민정은 재빨리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답했다.“괜찮습니다.”“그리 급하게 거절하지 말고 내 말 좀 들어.”정수미는 점점 마음이 조급해졌고 또 자기도 모르게 박민정을 화나게 할까 봐 매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나도 지금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고 지난번에는 내가 말실수했어. 나도 네가 내 돈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는 걸 잘 알아.”이 사실을 진작에 알아야 했다. 만약 박민정이 진짜 돈 욕심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박씨 가문의 재산을 전부 남동생 박민호에게 넘겨주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박민정은 다시 단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