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다희는 에리의 팔로우 수가 더 늘었다는 소식을 유남준에게 전했다.유남준의 기분은 더 나빠졌다.“요즘 여자들은 보는 눈이 다 이렇게 나쁘나?”그가 보기에 남자 연예인은 기생오라비와 다를 바 없었다.서다희는 사실 자기 약혼녀도 에리를 좋아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에리는 혼혈이고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노래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또 친절하고 귀여웠다. 이 표현들은 모두 서다희 약혼녀가 에리를 설명할 때 쓴 단어들이었다.서다희는 심지어 약혼녀에게 자신과 에리가 동시에 물에 빠지면 누구를 먼저 구할 거냐고 물었었다.“대표님. 이런 연예인들은 금방 인기가 식을 겁니다.”“영 마음에 들지 않으면 스캔들을 만들어 버리면 되지 않겠습니까?”서다희도 에리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유남준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만약 박민정이 알게 되면 또 사과해야 하기에 절대 득이 될 상황은 아니었다.“서두르지 마. 천천히 해.”“네, 알겠습니다.”“그리고 또 한 가지, 유성혁이 이미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아마 지금쯤 회장님께 도움을 요청하고 있을 겁니다.”그 말을 들은 유남준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이번에는 할아버지라도 그를 구할 수 없을 것이다.유성혁은 끝내 무릎을 꿇고 사과하기를 거부하지 않았던가?“최씨 집안에서는 뭐라고 해?”유남준이 또 물었다.“최씨 집안도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정보를 수집한 사람의 말에 따르면 오늘 밤 최씨 집안 사람들이 본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할 예정이라고 합니다.”서다희가 대답했다.“이런 재미있는 구경을 어떻게 안 보고 지나칠 수 있겠어?”유남준은 오늘 밤 윤우가 돌아오면 윤우와 박민정을 데리고 본가로 가서 그들이 겪었던 모든 굴욕을 되갚아 줄 계획이었다....박윤우는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매일 활기가 넘쳤다.오늘도 유치원에서 돌아왔을 때 그는 잔뜩 신이 나 보였다.“엄마, 봐봐. 이거 누나들이 나한테 준 거야.”그는 자신의 작은 책가방을 열었다. 원래는 거
본가로 돌아가 저녁을 먹는다는 얘기를 들은 박민정은 약간 의아했다.“갑자기 본가는 왜요?”“그냥 저녁을 먹으려고 가는 거야. 겸사겸사 좋은 구경도 하고.”유남준은 더 설명하지 않았다.이 말을 들은 박민정은 더 묻지 않았다. 박윤우에게 옷을 갈아입힌 후 세 사람은 차를 타고 본가로 떠났다.본가.유명훈은 상석에 앉아 있었는데 그의 얼굴색은 유난히 어두웠다.어린 유지훈이 옆에 있지 않았으면 그는 진작 유성혁에게 손을 썼을 것이다.거실에서.유성혁의 장인과 장모는 양쪽에 앉아 있었고 유성혁 부부는 서서 유명훈의 꾸중을 듣고 있었다.“할아버지, IM 그룹이 이렇게까지 저를 괴롭힐 줄 몰랐어요. IM 그룹이 아니었으면 진주의 대부분 시장을 진작 점령했을 겁니다.”유성혁은 아직도 변명하고 있었다.유명훈은 머리가 똑똑한 사람이었다. 유성혁이 몇천억의 빚을 졌다는 것을 알고 바로 사람더러 잘 조사해 보라고 했다.공동구매라, 겉으로는 혁신적인 프로젝트처럼 보였지만 실질적인 보장은 전혀 없었고 오직 투자금으로 만들어진 프로젝트였다.“그때 남준이가 유앤케이 그룹을 다루고 있을 때 진주의 모든 기업들이 남준이와 맞섰어. 그런데도 남준이는 그때 파산 신청을 하지 않았어. 아무리 변명을 해도 네가 무능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유명훈은 전혀 유성혁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유성혁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유남준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지금은 눈이 보이지 않는 장애인일 뿐인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설마 시각장애인더러 회사를 운영하게 할 생각은 아니겠지? 그렇다고 한들 누가 장애인의 말을 믿고 따르겠어?’“할아버지, 돈을 잃은 사람이 저만이 아닙니다. 남우도 마찬가지잖아요. 남우가 유앤케이 그룹을 운영하기 시작한 후로 유앤케이 그룹은 겉으로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사실상 IM 그룹의 압박을 받고 있잖아요.”유성혁은 죽더라도 한 놈을 끌고 같이 죽을 작정이었다.유명훈은 이미 10년 이상 회사를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말을 듣고 약간 눈살을 찌푸렸다.“
유명훈은 그들이 이 시간에 올 줄 몰랐다.그리고 그는 또 유남준에게 물었다.“남준아, 왜 예찬이를 데려오지 않았어?”유명훈은 박예찬을 보고 싶어 했다.측근의 말에 의하면 예찬이는 매우 똑똑하다고 한다. 지난번에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고 했으니 유남준과 퍽 닮았다는 평가가 있었다.“예찬이는 요즘 김씨 가문에 있어요. 며칠 후에 돌아올 겁니다.”“아직도 김씨 가문에 있어? 김 회장도 참 염치가 없지. 친손주가 없으니 남의 손주를 계속 데리고 있네.”유명훈은 이 말을 할 때 눈에 자랑스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자기 집에 있던 김훈은 괜히 귀가 간지러웠다.유명훈은 또 유남준에게 말했다.“먼저 앉아. 이따가 같이 저녁을 먹자고.”“네.”세 사람은 거실에 앉았다.최현아의 부모는 그들 앞에서 유명훈에게 돈을 빌리거나 도움을 청할 수가 없었다.최현아는 초조해하며 유성혁의 팔을 당겼다.유성혁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방금 장모님이 말씀하신 일은...”유명훈은 그 일을 다시 떠올렸다.“이따가 남우가 오면 남우한테 얘기해 봐. 난 늙어서 이런 일에 관여할 수 없어.”유명훈은 유지훈이 태어날 때부터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그를 더 편애하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유명훈은 결코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다.최상 그룹은 유씨 가문의 회사가 아니었다. 만약 그들을 쉽게 도와준다면 괜히 유앤케이 그룹에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 말을 들은 최현아의 부모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하필 이때 박윤우가 입을 열었다.“증조할아버지, 혹시 저분들이 돈을 빌리던가요?”유명훈이 대답하기도 전에 박윤우는 큰 눈을 뜨더니 전에 있었던 일은 모두 잊은 듯이 순진한 얼굴로 최현아의 부모를 바라봤다.“할아버지, 할머니. 제 저금통에 몇만 원이 있을 거예요. 필요하시면 제가 먼저 빌려 드릴게요.”그 말을 들은 두 사람의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그들은 그 몇만 원이 필요하지 않았다.최현아의 어머니는 비꼬듯이
고영란이 최현아의 어머니에게 다가가면서 압박했다.“며칠 전, 제가 외출해서 없었죠. 돌아와서 들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사돈이 윤우더러 지훈이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했다면서요?”최현아 어머니는 고영란의 기세에 압도되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고영란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사돈이라 봐준 거였는데 제가 만만하게 보였나요? 우리 윤우를 무릎 꿇리려고 했다니, 당신들이 그럴 자격이 있나요?”“우리 윤우가 지훈이를 해쳤다고 한들 뭐 어쩌라고요?”최씨 가문 사람들, 그리고 유성혁은 찍소리도 못했다.박윤우는 고영란을 싫어했지만 눈앞의 상황을 보고 조금 충격을 받은 듯했다.‘할머니가 내 편을 들고 계시다니.”고영란은 이대로 넘어가려 하지 않았다.“요즘 최상 그룹이 많이 어렵다고 들었어요. 남우에게 돈과 물자를 빌리려고 한 거 맞죠?”최현아의 부모는 눈을 피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분명하게 말해두는데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회사는 내 두 아들이 힘들게 일구어낸 거예요. 왜 우리가 당신들 손실을 메워줘야 하죠? 그렇게 잘난 당신들 아들이나 사위에게 도움을 청하세요.”결국 최현아 부모는 저녁도 먹지 못하고 고영란의 쓴소리에 쫓겨났다.유명훈은 고영란에게 너무 과격하게 굴지 말라고 주의를 줬을 뿐, 다른 말은 더 하지 않았다.유성혁과 최현아도 의기소침해져 아들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저녁 식사를 할 때 고영란은 계속해서 박윤우를 위한 음식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그리고 또 박윤우에게 말했다.“앞으로 윤우가 먹고 싶은 음식 있으면 할머니한테 말해.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줄게.”박윤우는 그녀의 호의에 대해 조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여전히 약간의 거부감이 남아 있었다.“괜찮아요. 엄마가 해주실 거예요.”그 말을 들은 고영란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박민정도 그제야 윤우가 고영란에게 약간의 반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저녁 식사가 끝난 후 고영란은 박민정을 따로 불러 이야기를 나눴다.“혹시 윤우와 예찬이더러 나를 멀리하라고 했니?”“
박민정이 너무 급하게 앞으로 걸어 나갔기에 하마터면 유남준의 몸에 부딪힐 뻔했다.유남준은 손을 들어 그녀를 부축했다.“고마워요.”박민정이 감사 인사를 전한 후 그에게 물었다.“윤우 찾으러 온 거예요?”“응.”“그럼 얼른 들어가요. 아니면 윤우가 잠들어 버릴 거예요.”박민정이 속삭이며 말했다. 그녀의 따뜻한 숨결이 유남준의 목덜미에 닿았다.유남준의 목울대가 약간 움직였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알겠어.”박민정이 떠난 후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려는데 박윤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이는 그녀와 함께 자고 싶다며 투정을 부렸다.박윤우는 펑펑 울고 있었다. 밖에서는 혼자 자면 그만이었지만 집에서는 엄마, 아빠와 같이 자고 싶었다.박민정은 어쩔 수 없이 박윤우 옆에 누웠고, 유남준은 다른 쪽에 누웠다.박윤우는 각자 두 사람의 손을 꼭 잡고는 가슴 앞에 모았다. 그리고 순진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두 사람 손 잡으면 안 돼?”박민정이 의문스러운 얼굴을 보였다.“왜 손을 잡아야 하는데?”“유치원 친구들의 엄마, 아빠도 다 손잡고 있더라고. 내와 같이 있을 때 두 사람 손잡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손잡아 줘, 응?”박민정의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사실 손을 잡지 않는 엄마, 아빠도 있어...”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유남준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하지만 박윤우는 그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 말했다.“아빠, 깍지 껴야 해요.”깍지라...유남준은 아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기 위해 박민정과 꼈다.박민정은 유남준과 맞잡은 손을 보며 얼굴이 화끈거렸다.유남준에 진작 흥미를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남자의 얼굴이 너무나도 잘생겨 보였다.저녁이라 그런지 박민정은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다.다음 날 아침, 박민정은 남자의 품 안에서 눈을 떴다.그녀는 비몽사몽인 채로 눈을 떴는데 곧바로 눈앞의 잘생긴 유남준의 얼굴을 발견했다.박민정은 조금 움직이자 자신이 유남준의 팔에 꼭 안겨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옆을 돌아봤는데
“뭐라고 답장했어?”박민정이 물었다.“새언니한테 그랬지. 너랑 친구 하지 말라고 해서 네 연락처 삭제했더니 이제 연락이 안 된다고.”조하랑이 대답했다.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대답 잘했네.”“내가 바보도 아니고. 너무 순진한 거 아니야? 투자한 돈을 잃었는데 어떻게 받을 생각을 해? 받을 수 있겠냐고?”“교훈 삼아야지.”조하랑은 친척들이 자신의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을 위해 생각해 줄 필요도 없었다.“참, 민정아. 김 회장님께서 너랑 얘기하고 싶대.”“알겠어.”박민정이 바로 대답했다.김훈은 전화를 받자마자 본론으로 들어갔다.“민정아, 너 학부모 위원회 회장 자리를 원한다며?”박민정과 최현아가 학부모 위원회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유치원의 모든 학부모들에게 알려졌다. 김훈도 우연히 다른 사람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은 것이었다.예찬이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김훈은 더욱 신경을 썼다.“네, 하지만 당선되지 못했어요.”박민정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왜 나에게 말하지 않았어?”김훈이 인자한 목소리로 말했다.“그깟 회장 자리, 내가 한마디 해 놓으면 해결할 수 있어. 기다려봐, 내가 해결해 줄게.”“아니에요, 그러실 필요 없어요.”박민정은 다급하게 거절했다.김 회장이 예찬이를 아끼는 마음에 도와주고 싶어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민정아, 사양하지 마. 내가 젊었을 때 너희 할아버지와 친구였다니까.”김훈이 말했다.박민정은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었다. 그녀가 태어난 후로 은정숙에게 맡겨졌기 때문이다.그녀가 세 살이 되었을 때 할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떴다.“그게 아니라 학부모 위원회는 이미 선거를 끝내서요.”“그럼 다시 선거를 하면 되지. 네가 될 때까지 말이야.”김훈이 단호하게 말하고는 박민정이 동의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고 이 일을 처리했다.이번 일의 가장 큰 난관은 바로 유명훈이었다.김훈이 전화를 걸고 나서 얼마 지나지
게다가 박민정은 새로운 공지문을 게시하여 학생들의 입학, 주차 등의 여러 사항을 다시 정리했다.최현아는 박민정이 분명 자신에게 복수하려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무리 그래도 지훈이는 유씨 가문의 장손이야. 내가 밉다고 해서 지훈이에게 무슨 짓이라도 하면 유씨 가문 사람들이 절대 당신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그 문자를 본 박민정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때 윤우를 괴롭힐 때는 윤우가 유씨 가문의 아이라는 걸 생각하지 못했어요?]최현아는 두려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반에서 다른 아이들이 지훈을 따돌릴까 봐 걱정이 되었다.[박민정, 아무리 그래도 넌 지훈이의 작은 엄마잖아. 너무 선을 넘지 마.]박민정은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최현아를 보고는 더는 답장하지 않았다.‘윤우를 괴롭힐 때는 선을 넘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나?’박민정은 예전부터 누군가가 자신의 아들을 괴롭히면 백배로 갚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그리고 아이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반드시 바로잡아줘야 하는 법이다.그녀는 유지훈의 부모도 아닌데 왜 그를 봐줘야 한단 말인가?박민정은 자신에게 잘 보이려는 학부모들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대체로 자기 아들을 대했던 것처럼 유지훈에게도 똑같이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학부모들은 지금 최현아를 깊이 증오하게 되었다. 그녀 때문에 큰 손해를 봐 가정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유지훈은 박예찬처럼 강한 멘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유치원에서 친구들이 같이 놀아주지 않자 채 하루도 안 되어 멘탈이 무너질 지경이 되었다.그리고 그제야 박예찬을 괴롭히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집에 돌아간 후 최현아는 그에게 타이르는 식으로 말했다.“지금 공부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해. 네가 공부를 잘하면 증조할아버지도 너를 더 좋아하게 될 거야. 그때면 네가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있을 거라고.”“친구가 없는 게 뭔 대수라고.”유지훈은 그녀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두원 별장.박민정은 전화를 끊고 마지막으로 한수민을 만났던 기억을 떠올렸다.잔뜩 화가 난 한수민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배를 움켜쥔 채 사지를 떨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거짓 같진 않았다.게다가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암을 핑계로 삼는 건 너무 말이 안 됐다.고민 끝에 박민정은 끝내 병원에 직접 가보기로 결심했다.시립병원.박민정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마침 김인우도 있었다. 두 사람은 마주치게 되었다.박민정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그녀의 오른쪽 얼굴에 있는 흉터는 여전히 뚜렷하게 보였다.“형수.”김인우는 유치원에서 예찬이를 도와준 적이 있어서 박민정은 그에게 예전만큼 차갑게 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살갑게 굴지도 않았다.“안녕하세요.”그녀는 정중하지만 거리를 두며 대답하고는 곧바로 위층의 병실로 향했다.김인우는 약간 의아해하며 옆에 있는 비서에게 물었다.“어디 아프대?”비서는 즉시 조사에 나서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요.”그리고 비서는 익숙한 이름을 발견하고 김인우에게 알렸다.“박민정 씨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 같아요.”“한수민?”“네.”“무슨 병으로 입원했대?”비서는 의료 기록을 확인한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자궁경부암 말기입니다.”김인우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자궁경부암 말기라면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고 길어야 1, 2년 정도 살 수 있을 것이다.“기록이 거짓이 아닌 건 확실해?”김인우는 한수민이 곧 감옥에 가야 하는 일을 알고 있었다.“거짓일 리 없습니다. 우리 병원의 전문 의사가 진단한 것이라 문제없을 겁니다.”비서가 대답했다.김인우는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잘 조사해 봐. 이런 일에 오류가 있으면 안 되니까.”“네, 알겠습니다.”...다른 한편.박민정은 이미 한수민의 병실 앞에 도착하고는 문을 두드렸다.한수민은 윤소현이 돌아온 줄 알고 활짝 웃은 채 말했다.“얼른 들어와. 갑자기 문을 두드리고 그래.”하지만 문이 열리고 박민정의 얼굴이 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