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한가?” 하원종이 물었다. “아닙니다. 요즘은 발병이 없어 정상적으로 잘 걷습니다.” 찰칵! 이원용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걸을 수 있다면 왜 H시로 직접 와서 나를 찾지 않는 거지? 나이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이는데?” 하원종은 자꾸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담배 냄새에 불쾌함을 느꼈다. “저희 아버지는 집안에만 계시고 나가서 돌아다니는 것을 극히 싫어합니다. 그래서 H시에 오게 하는 것이 너무 번거롭습니다. 그러니 역시 하 선생님께서 저희와 함께 가시는 것이 더 빠르지요.” 이원용은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래층에 이미 하 선생님을 위한 차를 준비해 놓았습니다.” “난 안 가겠네.” 하원종은 안경을 고쳐 썼다. “난 내일 G시에 수술이 하나 있어서 오늘 저녁에 서둘러 그곳으로 가야 해.” 하원종은 이원용이 어느 가문의 자제인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늘 거만하고 격식만을 따지지.’ 하필 하원종은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얼마나 중요한 수술이길래요? 굳이 선생님이 꼭 하셔야겠습니까? 다른 사람이 대신해도 되지 않습니까?” 이원용은 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 역시 N도 이씨 가문 사람들과 같은 부류이다. 하원종은 얼굴에 노기를 띠며 조용하게 말했다. “내가 보기에 자네 아버지의 병세도 그리 심하지 않은 것 같군. 그럼 굳이 내가 갈 필요가 없지 않은가? 다른 사람을 대신 보내지.” “하 선생님께서는 정말 안 가시겠다는 겁니까?” 이원용은 위협적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안 간다고 했잖나. 난 안 가네.” 하원종은 목소리를 높였다. “나가주게. 난 지금 환자를 위해 검사를 해야 하니.” “선생님이 그렇다니 어쩔 수 없군요.” 이원용은 콧방귀를 뀌며 소리쳤다. “들어와. 여기 하 선생님을 모셔.” 말을 마치자 이원용이 R시에서 데려온 부하 고수 몇 명이 걸어 들어왔다. 하원종은 이원용이 이렇게 억지를 부리며 세게 나올 줄은 몰랐고, 화가 나서
“그 사람들이 막 날뛰며 공공연히 사람을 납치한 건 물론이고, 막아선 병원 경호원들도 상대에게 맞아서 다쳤어.” “거기다 우리 엄마와 아빠까지도 맞았어.” 눈시울을 붉히며 세화가 말했다. “진찰? 그럼 하 선생님은 당분간 위험하지는 않겠어.” 동혁은 한숨을 돌렸다. 그래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감히 누가 내 코앞에서 하 선생님을 납치해 가다니.’ “누군지는 알아?” ‘지금 무엇보다 하 선생님의 행방을 찾아서 모셔오는 것이 급선무야.’ 동혁은 하원종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선생님은 이렇게 납치되면 어떤 말을 해도 치료해 주려 하지 않을 거야.’ ‘그러다 만일 그 놈들이 거칠게 굴면 위험할 수 도 있어.’ ‘백주 대낮에 병원에서 하 선생님을 데려간 놈들이니 그런 일쯤은 아무 거리낌 없을 거야.’ “이원용이라는 사람이야. 하 선생님을 데려가 진찰하려고 하는 사람은 그 사람 아버지고.” 하고 류혜진이 말했다. “이원용이라고요? 네, 알겠어요. 제가 사람을 시켜 연락해 순순히 하 선생님을 모셔오고 직접 집으로 와서 부모님께 사과드리라고 할게요.” 류혜진의 얼굴 위 붉은 손바닥 자국을 본 동혁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동혁아, 넌 그렇게 허풍 좀 떨지 마!” 이때 천미가 휴대폰을 내려놓고 동혁을 노려보았다. “넌 이원룡이 누군지나 알고 허풍을 떠는 거야?” “천미 언니, 상대가 누군지 알아냈어?” 세화가 얼른 물었다. 동혁은 천미와 따지며 싸우지 않고 그녀가 어떻게 말하는지 들었다.. “그 이원용은 R시의 은둔 고수 이정산의 아들이야.” 천미는 표정이 심각해지며 계속 말했다. “이정산은 암흑가에서 우리 아버지보다 더 연륜이 있지.” R시는 산이 많았고 도 외곽에 있는 위험지대에 있었다.예로부터 성품이 사납고 용맹해 N도 전역에서 유명했다. 이정산은 젊었을 때, 단도 두 자루만을 들고 R시 암흑가 전체를 장악했다. 지금의 이정산은 오랫동안 더 이상 바깥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업상의 일은 모두 외
류혜진은 동혁이 R시에 따라가지 못하게 했다. 그녀는 동혁이 또 병이 도져 말을 잘못하기라도 해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까 봐 걱정됐다. “언니만 가도 돼. 언니 아버지가 장 회장이시니 상대방이 언니의 체면을 세워줄 거야.” 세화도 동혁이 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이 동혁은 집에서 천미의 소식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R강은 R시 내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도시를 가로질러 지나갔다. R강 주변 숲 속에는 숨겨진 옛 스타일의 한 정원이 있었다. 그 속에 오래되어 보이는 기와지붕의 목조 건물이 어렴풋이 보였다. 정원으로 가는 숲길은 강을 따라 조성된 관광도로와 자연스럽게 만난다. R시에 여행을 온 외지 관광객들. 그들은 이곳을 지나가다가 숲 속 건물을 관광지로 착각했다. 그래서 안으로 들어가서 구경하려고 했다. 그러면 숲에서 갑자기 나온 헤드셋을 착용한 정장차림의 남자들에 의해 저지당했다. 그 남자들은 휴대폰의 사진들을 한번 확인하고 예의 바르게 돌아갈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밖에 있는 “개인 저택, 관계자 외 출입금지” 표시를 가리키며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는 뜻을 내비치었다. 그때마다 관광객들은 매우 놀랐다. ‘어떤 대단한 인물이 이런 곳에 아주 넓은 부지의 개인 정원을 가지고 있는 거지?’ 어떤 사람은 궁금증에 현지 택시 기사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아, 그 정원말인가요? 그곳은 저희 R시의 거물 이무적의 개인 정원이에요.” “이 전신과 이름이 같다고요? 이름이 같으며 어때서요. R시에서는 이 이무적이 이 전신보다 말에 더 힘이 있어요.” “그거 아시나요? R시가 혼란스러운지 아닌지 다 이무적의 말 한마디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R시의 최고 책임자인 시장도 모두 이무적에게 고개를 숙이니까요.” “암흑가 정보상인 백효성이 그보다 더 유명하지 않냐고요? 한마니만 더 말할게요. 명절이 되면 백효성이 직접 이무적 앞에 차 가져다 드립니다.”암흑가 은둔 고수 이정산. R시 사람 누구에게나 다 잘 알려져 있었다
“무슨 일을 벌인 거야?” 이원용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웃기 시작했다. “이 늙은이가 재수가 없죠. 어제는 심 총지휘관에게 납치당하고 오늘은 제가 납치했으니까요.” 짝! 말이 끝나자마자 이원용은 이정산에게 뺨을 맞았다. 새빨간 손바닥 자국이 뺨에 남았다. “아버지, 왜 때려요?” 이원용은 뺨을 가린 채 울분을 터뜨리며 이정산을 째려보았다. “내가 너를 때린 것은 일을 너무 경솔하게 처리했기 때문이야. 그 선생은 어쨌든 국내신문에도 나온 적이 있는 인물이야. 얼마나 많은 명문가들과 친분이 있는지도 모르지. 그런데 넌 직접 사람을 데리고 H시에 가서 다른 사람에게서 납치해 왔어. 다른 사람에게 너 대신 이 일을 맡길 수는 없었어?” “설마 우리 이씨 가문이 R시 밖에서도 왕으로 군림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이정산은 직접적으로 훈계했다. “아니에요. 그 선생이 심 총지휘관에게 납치당하고도 별 소란을 피우지 않은 걸 보면 그저 명성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에요. 아마 그는 몸 편히 사는 쪽을 택할 거라고요.” 이원용이 투덜거렸다. 이정산은 콧방귀를 뀌었지만 그래도 이원용의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다시 물었다. “어제 그 선생이 납치당했다는 것도 몰랐으면서 어떻게 그가 H시에 있다는 것은 알았어?” 이정산은 비록 두 개의 단도로 지금의 암흑가 지위를 쟁취했지만. 아무 생각도 없었다면 수십 년 동안 이렇게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역시 그는 이번 일의 수상쩍음을 예리하게 알아차렸다. “N도 이씨 가문 사람들이 알려줬어요. 왜요?” 이원용이 대답했다. 짝! 이정산은 또다시 이원용의 뺨을 세게 때렸다. “멍청한 놈, 넌 이용당한 것도 모른 거야? 이러다 내가 죽으면 네놈은 2년도 안돼 우리 가문의 재산을 모두 탕진당할 거야.” 이정산은 잠깐의 생각 끝에 N도 이씨 가문의 계획을 알아챘다.그 계획에 아들인 이원용이 이용당하고 그걸 이원용은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했다는 사실에 이정산은
하원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말을 듣고 이원용은 화가 나 더욱 펄쩍펄쩍 뛰었다. “이 늙은이가, 뉴스에서 당신을 가리켜 명의의 현신이라고 떠들던데? 내가 당신을 납치했다고 해서 지금 우리 아버지의 치료를 거부하는 거야?” “이런 주제에 명의라니, 흥, 명성이나 쫓는 늙은이라고.” 이정산은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을 하며 이원용의 말을 제지할 뜻이 없어 보였다. “도둑도 따라야할 예의가 있어. 하물며 의사인 하 선생은 더 그래야 하는 거 아니야?” 하원종이 말했다. “간악하고 나쁜 인간은 난 치료하지 않아.” “이 늙은이가 죽고 싶어?” 이원용이 분을 터뜨렸다. “지금 내 구역까지 온 마당에 네가 치료하지 않겠다면 그만인 줄 알아?” “당신이 밖으로 나가서 이무적이 누구인지 이 R시에서 어떤 위치인지 들으면 그런 소리가 나올까?” ‘이무적?’ 하원종은 웃으며 말했다. “당신 아버지 이름은 고치는 게 좋을 것 같군. 그렇지 않으면 이 집에 화를 불러올 거야.” 순간 이원용의 얼굴에서 살기가 떠올랐다. 이정산조차 표정이 어두워지며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하 선생께서 제가 어떤 이름을 쓰든 무슨 상관입니까? 쓸데없는 참견이 너무 지나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까?” 이정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무적, 이정산이 R시 암흑가에서 수십 년을 활동하며 적을 죽여서 얻은 이름이었다. 하원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쓸데없이 참견하는 게 아닙니다. 전 그저 호의로 조언한 거예요. 그리고 이 선생이 저를 H시로 돌려보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늙은이가, 않으면 뭐?” 이원용은 말을 끝까지 들을 가치도 없다고 여겼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 이씨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하원종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H시에 있는 그분의 거친 성정을 나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지.’ “여기 이 선생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를 납치했으니, 지금쯤 H시에서 이미 큰 소란이 일어났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나를
“좋아요. 저도 천미 씨에게 첫눈에 반했어요.” 이원용도 이정산이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 잘 알 줄은 몰랐다. 대뜸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 농담이 지나치시네요.” 천미는 안색이 어두워지며 속에서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저 이원용은 우리 아버지와 비교해도 나이가 별차이가 나지 않아.’ 사실 이원용의 아들조차도 천미보다 몇 살 아래일 뿐이었다. 지금 상대방은 그녀를 완전히 모욕하고 있었다. “심 조카가 싫다면 그냥 돌아가.” 이정산은 예의 따위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전 오늘 꼭 하 선생님을 모시고 돌아가야겠습니다.” 천미도 화를 냈다. 이정산은 콧방귀를 뀌었다. “뭐라고? 장해조도 나를 만나면 예의를 차리는데, 이 계집애가 감히 내 앞에서 날을 세워?” 이정산의 말이 끝나자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두 줄로 들어왔다. 그러더니 모두 천미를 노려보았다. “심 사장님, 돌아가시죠.” 선두에 선 고수 하나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회장님, 오늘 일은 제가 꼭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천미는 화를 참으며 인사를 하고는 주저 없이 고개를 돌려 떠났다. 그녀는 이곳에 왔을 때부터 정원 내부를 어느 정도 파악했다. ‘이 정원 도처에는 이정산의 부하들이 족히 백 명은 있어.’ ‘만일 정말 내가 손을 쓴다면 내가 데려온 고수들만으로는 하 선생님을 모셔가기에 역부족이야.’ ‘잘못하면 오히려 나까지 여기에 붙잡힐 수 있어.’ 천미는 하원종이 당분간 아무 일도 없을 것을 알고는 돌아가서 다시 방법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누가 가라고 했어? 저 여자를 데려와. 오늘 밤 나는 새 신랑이 될 거야.” 정신을 차린 이원용이 천미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퍽! 이정산은 이원용의 뒤통수를 한 대 때렸다. “이 멍청아. 난 장해조에게 경고를 한 것뿐이야. 그와 생사결단을 낼 생각은 없어.” 이원용은 그제야 지시를 그만두었다. 그는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고 고개를 돌려 하원종을 보며
하지만 동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세화가 전에 그에게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벌써 직접 R시에 가서 이정산을 만났을 것이다. 동혁은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꺼내 선우설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백효성에게 이정산을 찾아가 오늘 저녁 식사 전에 하 선생님을 모셔오라고 전해.” “그 아들놈과 병원에 가서 사람을 납치했던 부하들도 모두 와서 우리 부모님께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고.” “만약 하 선생님 머리털이 하나라도 건드렸다면 R시의 이씨 가문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을 거라고도.” 이 말을 끝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동혁은 비로소 분위기가 이상하게 조용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온 가족이 모두 놀라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하하, 이동혁, 너 정말 허풍 한번 대단하구나? 우리 남편이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감히 너처럼 그렇게 말할 수 없겠어.” 류혜연은 너무 웃겨 죽을 듯했다. 정신을 차린 류혜진은 동혁이 창피하여 땅속에 숨고 싶은 심정이다. “동혁아, 선생님한테 사고가 생겼는데, 지금 넌 여기서 허풍이나 떨고 있고? 생각이 있어?” 류혜진은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동혁 씨, 이번엔 당신 정말 너무한 거야!” 세화도 동혁을 노려보았다. “나도 가족들이 믿지 않는 거 다 알아. 그러니 그냥 두고 봐.” 동혁은 어쩔 수 없었다. 한편. 선우설리는 R시에 있는 백효성에게 연락해 동혁의 말을 전했다. 하원종이 납치된 사건은 이미 H시와 R시에 소문이 자자했다. 백효성은 전화를 받고 동혁까지 이 일에 나섰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갑자기 기뻐하며 덩실덩실 춤을 췄다. “이정산, 네놈, 넌 이번에 정말 큰일 난 거야. 그분을 감히 건드리다니.” 그렇게 흥분한 그는 곧바로 냉정을 되찾았다.동혁의 말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하는 와중에도 흔적도 없이 이정산을 함정에 빠뜨릴 방법을 강구했다. 사람들에게 소문난 대로. 명절이 되면 백효성은 이정산 앞에 가 차를 따랐다.
백효성은 즉시 앞으로 나서며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그분이 오늘 저녁 식사 전에 하 선생님을 H시로 돌려보내라고 했습니다.” “동시에 원용 사장님과 선생에 납치에 가담한 부하들에게 H시 하늘 거울 저택으로 찾아와서 무릎을 꿇고 그들에게 맞은 부부에게 사과하라고 했습니다.” “또한 하 선생의 머리털 하나라도 건드렸다면 R시 이씨 가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거라고도 전하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하원종은 자꾸 웃음이 나왔다. 그는 이미 동혁이 손을 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천미는 이상하게 표정을 찡그렸다. 그녀도 이것이 확실히 동혁의 원래 말투라는 것을 단번에 알았다. ‘백효성에게 말을 전하게 한 그 거물이 정말 이동혁이라고?’ 그리고 말을 들은 이씨 부자 둘은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백효성, 네놈이 죽고 싶어?” 이원용은 벌떡 일어나 상대방을 향해 노발대발했다. 이정산은 계속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풀썩! 백효성은 놀라서 즉시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급히 해명했다. “회장님, 이건 제가 한 말이 아닙니다. 저도 단지 그분을 대신해 말씀을 전한 것뿐입니다. 그분 말투가 원래 이렇습니다.” “그게 대체 어떤 놈이야? 내가 당장 그놈을 죽여버릴 거야.” 이원용이 분노해 소리쳤다. “닥쳐!” 이정산은 손을 내밀어 이원용을 저지하고 굳은 표정으로 백효성을 노려보았다. “백 사장, 네가 말하는 그분이 누구야?” “그분은 H시에 계시는데 이름은 이무적이라고 합니다.” 백효성은 고개를 들고 조용히 이정산의 안색을 살폈다. 역시‘이무적'이라는 세 글자를 들으니. 이정산은 표정이 즉시 변하며 온몸을 떨었다. 그의 눈에는 두려움이 짙게 배어 있었다. ‘이무적?’ ‘설마 군부에 계시는 그 이 전신?’ “백효성, 너도 죽고 싶어서 그래? 지금 우리를 놀리는 거야? 우리 아버지를 이무적이라고 부르는 것 말고 누구를 감히 이무적이라고 부르는 거야?” 이원용은 살기를 풍겼다. 옆에서 천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