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효성은 곧바로 정원에서 쫓겨났다. 천미는 동혁을 위해 몇 마디 부탁했지만 이정산은 망설임 없이 그것을 거절했다. “벌레 같은 놈이 감히 하늘을 향해 덤비다니. 죽는 자리인지도 모르는 놈. 이번엔 그 누구도 그놈을 지켜줄 수 없어.” 이정산은 이번에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이 이 전신을 사칭해서 하마터면 내가 바로 추태를 부릴 뻔했어.’ ‘그랬다가 엄청난 웃음거리가 될 뻔했다고.’ “하하, 정산 형님, 손가락 하나로도 죽일 수 있는 그 쓸모없는 인간을 가지고 괜히 화를 낼 필요 없어.” 이때 이심이 크게 웃으며 이정산에게 권했다. 이정산은 이심의 말을 무시하며 물었다. “이심이 너는 이번에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어?” “나도 하 선생의 일로 왔지. 형님에게 우리 N도 이씨 가문의 얼굴을 좀 봐서 하 선생을 데려가게 해달라고 부탁하려고.” 이심은 말하면서 하원종을 향해 웃었다. 그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가 동혁을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불렀을 때 하원종은 속으로 그를 완전히 비웃고 있었다. 하원종은 이심이 이 집에서 자신을 데려가겠다는 호의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데려간다고? 안 돼! 오늘은 그 누가 와도 하 선생을 데려갈 생각 마!” 이심은 자신이 방금 제시간에 도착해 이정산의 난처함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대방은 분명히 자신의 부탁을 흔쾌히 승낙할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정산이 바로 부탁을 거절할 줄은 몰랐다. 이심의 표정이 즉시 나빠졌다. “정산 형님, 이러깁니까? 형님과 N도 이씨 가문은 모두 먼 친척인데 이렇게 체면을 구기기 있어요?” “N도 이씨 가문이 뭐라고.” 이정산이 콧방귀를 뀌며 일어나 이심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모를 것 같아. 이번에 원용이가 하 선생을 납치한 게 모두 네놈이 이용한 거잖아.” “그러면서 감히 거들먹거리며 달려와 사람을 데려가겠다고 요구하다니. 지금 이 이정산을 뭘로 보는 거야?” “이제 내가 하 선생을
“뭐라고? 그 인간이 미쳤나?” 동혁은 갑자기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다. “어, 알겠어.” 동혁은 전화를 끊었다. 바로 그때 세화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가왔다. “동혁 씨, 나가지 말라는 내 말만 듣고 그 입은 도저히 통제가 안되는 거야?” 세화는 동혁을 노려보았다. “왜 그래, 세화야?” 류혜진이 얼른 물었다. “동혁 씨가 백효성에게 말을 전하게 했어요. 또 이 전신을 사칭해서요. 그랬더니 이제 이정산이 저녁 식사 전에 자기 앞에 무릎을 꿇으래요.” 세화는 어쩔 수 없이 사실을 말했다. “동혁이 너 죽고 싶어서 그래? 네가 하 선생님을 아무리 구하고 싶어도 그렇지 이 전신을 사칭할 필요는 없잖아. 이전의 교훈으로는 부족한 거야?” 류혜진은 동혁의 귀를 세게 잡아당겼다. “언니, 진짜 어이가 없네. 언니는 어떻게 이런 이상한 사위를 다 받아준 거야?” 류혜연도 동혁이 이렇게 죽을 짓을 벌일지 몰랐다. “이제 어떻게 할 건지 말해봐. 하 선생님 때문에 이미 마음을 졸이고 있었는데 지금 너 때문에 또 걱정이 늘었어. 이런데 우리가 어떻게 괜찮을 수가 있어?” 류혜진은 화가 나서 또 동혁을 꼬집었다. 동혁이 말했다. “어떻게 하긴요. 이정산이 저에게 R시로 오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럼 제가 지금 만나러 가야죠.” 동혁은 태연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류혜진은 그 모습을 보고 화가 더 치밀었다. “지금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몰라서 그래? 네가 가면 이정산이 널 가만 놔둘 줄 알아?” “그 사람은 N도 이씨 가문도 그냥 무시한다고.” 류혜진은 세화를 바라보았다. “세화야, 천미는 뭐라고 해? 동혁이가 사과하면 용서해 주겠데?” 이번에 동혁은 진창하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하원종을 데려왔다. 그 일로 동혁은 류혜진에게 많은 점수를 땄다.그녀는 동혁을 생각해 그에게 사고가 생기지 않기를 바랐다. “언니가 일단 동혁 씨를 먼저 보내면 그들이 동혁 씨를 해치지 않도록 도와준데요.” 세화는 차 열쇠를
쾅! 큰 소리와 함께. 길목에 있는 무게가 수백 킬로에 달하는 검은색 화산석 현판이 큰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현판은 땅에 세게 쓰러져 산산조각이 났다. 강변 관광로. 사람과 차를 막론하고 모두 그 모습에 가던 길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현판이 쓰러진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정산, R시에 수십 년 동안 자리를 지킨 은둔 고수.’ ‘저 사람 집 현판이 오늘 다른 사람에 의해 헐리다니.’ 누군가가 석훈의 머리에 돌을 던지려 했다. “누가 감히 우리 이씨 가문 현판을 헐어? 죽고 싶어?” 거대한 움직임이 정원의 경호원들을 놀라게 했다. 정장 차림에 헤드셋을 낀 한 무리의 사내들이 대뜸 소리치며 뛰쳐나왔다. “내가 헐었는데 왜?” 석훈은 당당하게 걸어갔다. “너 죽고 싶어?” 선두에 선 정상 차림의 사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주먹을 쥐고 바로 손을 쓰려고 했다. 뒤에 있는 동료들이 막으려고 해도 이미 늦었다. “무석 형님, 저 많은 군인들이 총을 들고 있는 게 수상해요.” 동료가 주의를 줬을 때는 이미 늦었다. 쓱! 척! 총기들이 움직이며 가지런한 소리를 냈다. 다음 순간. 하나같이 시커먼 총부리가 이미 주무석을 겨누고 있었다. 그의 뒤에 있는 경호원들도 예외가 없었다. 모두 총부리에 겨냥되어 있었다. “이런...” 주무석의 얼굴에 있던 화가 그대로 굳었다. 분명히 더운 날인데도 그는 몹시 추운 듯 몸이 떨려왔다.얼굴이 하얗게 변하더니 입술도 파랗게 질린 채 꼼짝도 하지 못하고 서 있었다. 나머지 경호원들도 모두 그와 똑같았다. 괜히 움직여 몸에 총알구멍이 생길까 봐 두려웠다. “나보고 죽고 싶냐고?” 석훈이 담담하게 물었다. “아니요, 저에게 말한 거예요.” 주무석은 입술을 바르르 떨며 두 팔을 올렸다. 석훈은 콧방귀를 뀌며 손을 내저었다. “모두 잡아!” 뒤에 있던 강철장갑 제1병단 사람들이 대답과 함께 움직였다. “머리에 손 올리고 움직이지 마.” 주무석 등은 가만히 머리에 손을 올리
이 싸늘한 목소리를 듣고 이정산은 눈살을 찌푸렸다. “원용아, 밖에 누구야? 이정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이원용은 대답하지 않았다. “내 손발을 부러뜨릴 거야?” 그 싸늘한 목소리가 다시 물었다. “그, 그게, 농담이야, 농담...” 이원용은 다급해진 목소리로 말했는데 약간의 울음소리도 섞여 있었다. 이정산은 마침내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응접실 입구를 바라보았다. 이원용이 이정산을 등지고 있었다. 그리고는 두 손을 들고 조심스럽게 안쪽으로 물러났다. “헉!” 다음 순간 놀란 이정산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눈꺼풀은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뜻밖에도 이원용이 권총에 겨냥되어 안으로 들어왔다. 권총을 든 석훈은 이원용을 겨눈 채 응접실 안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들어섰다. 동혁과 천미는 말없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 뒤에는 무장한 강철장갑 제1병단 군인들이 있었다. 이정산은 더 이상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는 몸을 일으켜 응접실 중앙으로 걸어갔다. 힐끗 쳐다보니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리는 자신들 정원의 경호원들이 바깥 공터에 머리에 손을 올리고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이정산은 이원용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석훈을 바라보았다. ‘견장을 보니 지휘관이군.’ ‘강철장갑 제1병단 대장까지 저 사람 뒤를 따르고 있어.’ 그 순간 이정산은 이미 석훈의 정체를 알아챘다. 이정산의 마음속에 거칠고 사나운 동요가 일었다. 하지만 애써 침착하게 석훈에게 인사했다. “심 총지휘관께서 이런 곳까지 오셨군요, 무슨 일이신가요?” “이 늙은이, 모르는 척하기는?” 석훈은 이원용을 그대로 당기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어제 하 선생님을 납치했는데, 네 아들놈도 나를 흉내 냈더군. 난 어릴적부터 하 선생님을 알고 자라서 아무 상관없지만 네 아들이 나처럼 해도 된다고 생각해?” 퍽! 말을 마치자 석훈은 한 발로 이원용을 걷어찼다. 이원용은 괴로워하며 끙끙 앓
천미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석훈이 도착하자 동혁은 기세등등해졌다. ‘또 남을 믿고 허세를 부리기 시작했구먼.’ ‘그래도 이번에는 눈치가 있는지 감히 자기가 이 전신이라고는 안 하네.’ ‘하긴 그랬다간 석훈 오빠가 저놈을 산 채로 죽일 테니.’ 이정산은 무릎을 꿇고 계속 벌벌 떨었다. 그는 당연히 동혁의 말을 사실로 여기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그는 절대 “이무적”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병원에 가서 사람을 납치한 게 누구지?” 동혁은 높이 있는 의자에 가서 앉으며 담담하게 물었다. “이 선생님, 제 밑에 개 같은 놈들이 납치한 겁니다. 제가 당장 그 놈들을 불러오라고 하겠습니다.” 이정산은 무릎을 꿇고 그의 주변으로 몸을 돌렸다. 동혁은 알겠다며 대답했다. 곧 이원용을 따라 H시로 가던 다섯 부하들이 모두 손이 꺾여서 들어왔다. 그들은 땅바닥에 일렬로 무릎을 꿇었다. 이원용도 스스로 무릎을 꿇고 말했다. “이 선생님, 제가 자백하겠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정말로 하 선생님을 별로 존경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선생님을 거칠게 대하지는 않았습니다.” “나도 알아. 하 선생님도 그런 것을 따지지 않는 분이시지. 그러니 나도 그 일은 잠시 언급하지 않겠어.” 동혁이 말했다. “지금 내가 지금 따지고 싶은 것은 다른 일이야.” ‘하 선생님을 납치한 것 외에 또 무슨 일이 있지?’ 모두들 멍하니 생각했다. 이대 하원종이 분노를 표출하며 말했다. “이원용, 네놈이 병원에서 뺨을 때린 류 사모님이 저분의 장모님이야.” “뭐라?” 이원용은 너무 놀라서 순간 멍해졌다. “개X식, 당신은 왜 나한테 그걸 알려주지 않았어? 정말 간이 부어서 죽고 싶은 거야?” 이정산도 깜짝 놀라 이를 갈며 욕설을 퍼부었다. “빨리 이 선생님에게 사과하지 않고 뭐 하고 있어?” “사과는 나중에 저놈의 아버지인 네가 대신 H시로 가서 해.” 동혁은 이원용에게 손짓을 했다. “이리 와.” “이 선생님, 제
이정산이 자신의 전 재산을 내놓겠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은근히 이정산의 결단에 감탄했다. ‘뜻밖에도 그 아까운 전 재산을 내놓아 재앙을 모면하려 하다니.’ 하지만 그가 화나게 한 것은 동혁이었다. “좋아, 그럼 국가에 헌납하는 것으로 하지.” 동혁은 손을 내저었는데, 그 돈을 자신이 갖지 않았다. 더욱이 동혁은 이런 돈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동혁이 다시 말했다. “그리고 R시의 일은 심천미에게 맡기고 자네는 은퇴해.” 이곳으로 들어오기 전에 동혁은 마침 천미가 가진 암흑가의 영향력을 강화시킬 생각이 있었다. ‘이렇게 하면 나와 세화 모두 많은 번거로움을 덜 수 있으니까.’ 천미는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동혁이 이렇게 대담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저렇게 허세를 부리며 이정산에게 권력을 넘겨주라니.’ 그녀는 석훈을 보았다. 상대방은 동혁의 말에 아무런 이의가 없는 것 같았다. 천미는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동혁, 이 녀석 정말 일을 잘 처리는 데? 석훈 오빠 앞에서 내를 위하는 척하다니.’ ‘어쩐지 석훈 오빠가 먼저 앞장서더라니.’ 아말을 들은 이정산. 이미 부모를 잃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동혁이 이런 결정을 내릴 줄은 몰랐다. 동혁 결정은 R시 이씨 가문에게 매우 큰 타격이다. 재산이야 잃으면 다시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일단 은퇴하면 이정산은 다시 권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없었다. “감사합니다. 제 작은 목숨을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설사 마음에서 피눈물을 흘리더라도 이정산은 동혁에게 끊임없이 감사를 표했다. 이정산이 지금 와서 후회해도 이미 상황은 늦었다.그는 이제야 하원종이 말한 멸문지화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무리 중에서 소식을 듣고 달려온 백효성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원래 동혁의 손을 빌려 이정산을 없애려고 생각했었고 그렇게 되면 자신이 R시의 최고 고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의 계획이 이렇게 허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동혁의 한마
‘이런!’ ‘또 심천미가 쓸데없는 참견을 하는군.’ 동혁은 천미를 생각하며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 그는 석훈을 불러서 일을 시켰다. 그리고 천미는 그 모든 것을 직접 눈으로 지켜봤다. 그럼에도 그녀는 동혁이 아직도 고집스럽게 이 전신을 사칭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됐어. 이번 일에 대한 얘기는 여기까지 할게.” 동혁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옆에서 웃으며 음식을 먹는 하원종에게 말했다. “하 선생님은 이제 이곳에서 지내세요. 그럼 아무도 감히 선생님을 납치하러 올 수 없을 겁니다.” 동혁이 하원종을 다시 집으로 데려왔다. 이 일은 세화 가족을 매우 기쁘게 했다. 분명 하원종을 자신들의 할아버지처럼 보살필 것이다. “하하, 오늘 일을 모두 아는데 누가 감히 날 또 납치하겠나.” 하원종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는 거절하지 않았다. 사실 그와 동혁은 생사를 함께한 사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하원종은 아무런 위험 없이 구조되었다. 세화 가족은 오늘 밤 모두 편안히 잠을 잤다. 하지만 진씨 가문 사람들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또 불면의 밤을 보냈다. 진씨 가문의 고택에는 절망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인수한 사업들이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켰다. 대동사채는 또 기회를 틈타 찾아와 4000억을 요구했다. 심한 압박감에 진씨 가문 사람들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 엊그제만 해도 진씨 가문이 최고 명문가였을 때는 서로 관계를 맺으려고 여러 가문들이 모여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하나둘씩 모두 연락을 끊었다. 진씨 가문은 이번에 정말 힘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는 것이 무엇인지 느꼈다. “괘씸한 것, 우리는 이렇게 위기로 힘든데, 세화는 오히려 태평함을 누리다니!” “들으셨어요? 어제 심천미가 R시 암흑가의 최고 고수가 되었다는 소식이에요. 이제 두 도시의 암흑가는 모두 그녀가 관할하는 거라고요. 세화와 그녀는 사이가 좋잖아요.’ “그래, 세화를 만나야 해. 세화의 도움만 있으면 사업이든 대동사채의 일이든 모
진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했다. 늘 세화 앞에서 뻣뻣하던 진씨 가문 사람들이 지금 그녀 앞에서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했다. 그런 모습을 보는 세화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그녀는 오랫동안 받아온 서러움이 모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진씨 가문의 예상대로 세화는 역시 마음이 약했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냈다. “그럼 제가 먼저 천미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대동사채에 물어보라고 할게요.” “잠깐만.” 바로 그때 동혁이 그녀의 손을 내리눌렀다. 동혁이 또다시 방해를 하려 하자 진씨 가문의 많은 사람들이 화가 나 이를 갈았다. “동혁 씨, 할아버지와 가족들은 진심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했고, 우리 가족이 다시 진씨 가문으로 돌아오길 바래.” 세화가 동혁에게 말했다. “여보, 잠깐 나 좀 봐.” 동혁은 세화를 한쪽으로 끌어당겨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럼 당신이 지금 이번일을 해결할 수 없는 척 떠봐. 그래도 만약 저 사람들이 진심으로 계속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한다면, 당신이 진씨 가문을 구하는 것을 내가 반대하지 않을게. 하지만 만약 단지 당신을 속이기 위해서 이런 거라면...” “알았어. 그럼 한번 떠볼게.” 세화는 바로 동혁의 뜻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 제가 지금 전화해서 물어봤는데 천미 언니가 자기는 대동사채를 건드릴 수 없고 도와줄 수도 없다고 하네요.” “저도 진씨 가문의 그 빚을 해결할 방법이 없고요.” 세화는 이 말을 마치고 진씨 가문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결국 진씨 가문 사람들의 반응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그들은 처음에는 멍하니 있다가 표정에 절망감을 드러내더니 미친 사람처럼 행동했다. “세화, 네 이년, 도움이 안 될 거면 진작에 말하지. 괜히 여기까지 와서 감정을 낭비했잖아.” “너도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야. 최씨 가문을 등에 업고도 최씨 가문의 도움을 받지도 못하고, 심천미와 친하다면서도 도움도 받지 못하니 말이야.” “딱 기다리고 있어.
류성중은 완전히 멍해졌다. ‘이건 또 무슨 말이야?’ 동혁은 그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하세량에게 바로 말했다. “시장님, 해리슨 씨에게 도와달라고 하세요.” “시장님 쪽은 어쨌든 공무원들이니 직접 사람에 몸에 손을 대는 건 보기가 안 좋을 수 있으니까요.” 류성중은 너무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다. “동혁아, 지금 이씨 가문이 해리슨에게 연락해서 네 정체를 폭로하겠다고 했는데 해리슨에게 너 대신 사람을 치라고 시킨다고?” “어쩌면 해리슨이 지금 너를 죽이러 오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건 두고 보시면 알아요.” 동혁이 웃었다. H시 구치소. 해리슨은 스탠슨 등의 석방 절차를 마치고 구치소 문을 나서자마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해리슨 영사님. 저 이씨 가문 가주 이연입니다.] 해리슨은 이연과 구면이었다. “아, 이 가주님 무슨 일이 있나요?” [예, 별건 아니고 해리슨 영사님께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듣자 하니 오늘 밤 명성호텔에서 이동혁이라는 젊은이를 만났는데 전신으로 착각하고 무릎을 꿇었다고요?] [사실 그놈이 이 전신을 사칭한 게 이미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해리슨의 안색이 불쾌한 듯 갑자기 어두워졌다. ‘내 눈은 절대 잘못 보지 않았어. 그 사람은 동방의 악마가 분명해.’ 동혁의 모습은 그에게 이미 뼛속 깊이 새겨진 기억이었다. “젠장, 지금 내 눈을 의심하는 겁니까? 그 사람은 이 전신, 동방의 악마가 분명해요. 난 절대 잘못 보지 않았어요.”해리슨은 열을 내며 말했다. [이런, 이런 외국인들은 자존심이 세서 사서 고생을 한다니까.] 전화 맞은편의 이연은 해리슨이 동혁을 이 전신이라고 단언한 것은 그저 자존심 때문이고 고집을 굽히지 않는다며 투덜거렸다. ‘하긴 그 대단하신 Y국 영사가 전신에게 무릎을 꿇었다고 하는 게, 쓸모없는 데릴사위에게 무릎을 꿇었다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듣기 좋겠지.’ ‘이 전신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싶어도 그런 기회조차 없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
“이 놈이, 하도 큰일을 벌려서 뭐가 뭔지도 모르는 거야?” 류성중는 사실이 들통났는데도 동혁이 너무 태연해서 화가 났다. “동혁이 너 잘 들어. 이씨 가문은 이미 해리슨 영사에게 연락해 네가 이 전신을 사칭한 것에 대해 알렸어.” “네놈이 해리슨에게 죽고 싶지 않다면 빨리 눈치껏 이천성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나중에 직접 이씨 가문에 가서 사죄해.” “이씨 가문은 그래도 네가 예전에 가문 사람이었던 것을 봐서라도 네 목숨은 살려줄 거야.” 류성중은 차가운 말투로 동혁을 위협했다. 그는 이어서 세화를 쳐다보았다. “네 저 바보 남편이 제정신이 아닌 거 같으니까, 네가 좀 설득해라. 온 가족이 다치지 않게 해야 할거 아니냐?” “동혁 씨, 그러지 말고 이천성을 집으로 돌려보내.” 세화는 동혁을 힘껏 잡아당겼다. 그녀는 동혁이 이씨 가문과 같은 거대 명문가와 계속 충돌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방금 전에 본 해리슨이 무섭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외국인이었고 H국에서의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이씨 가문은 달랐다. 이씨 가문은 명문가로서 유서가 깊고 관련된 인맥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래서 동혁과 세화 가족들을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이 무수히 많았다. 동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보, 난 이씨 가문과 싸울 생각이 없어. 이게 다 그 사람들이 나를 가만두지 않으려고 하는 속셈이라고.” 동혁은 조용히 눈빛을 피하는 류성중을 발견했다. 이씨 가문은 류성중의 말대로 이천성을 풀어주면 동혁의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해리슨의 손을 빌려 동혁을 죽일 작정이었다. 동혁은 정말 상대의 거짓말을 믿고 이천성을 풀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동혁에게 시비를 건 쪽은 이씨 가문이었다. 오직 동혁만이 자신과 이씨 가문이 얼마나 원한이 깊은지 알고 뿐이었다. “왜, 이제 와서 무서워? 당연히 무섭겠지.” 류성중의 눈에는 경멸의 빛이 역력했다. ‘역시 이런 쓸모없는 놈은 꼭 당해봐야 정신을 차린다니까.’ “해리슨
류성중은 그간의 일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그래, 동혁이는 단지 전화로 애매하게 두 마디를 했어. 그런데 해리슨이 놀라서 달려와서는 무릎을 꿇고 사과했어.’ ‘너무 터무니없고 상식 밖의 일이긴 해.’ ‘그리고 세화가 해리슨에게 보복을 당할 까봐 무서워할 때도 먼저 동혁이를 데리고 하늘 거울 저택으로 피하려고 했잖아? H시 군부 설 대도독의 보호를 받으려고 말이야.’ ‘설 대도독은 이 전신 수하의 첫 번째 대장이니까.’ ‘그렇다는 말은 세화 가족은 이 전신의 이름에 의지하는 게 이미 습관이 됐다는 거지.’ “이 개X식, 가문의 어른을 속이다니.” 류성중은 동혁에게 우롱당한 듯한 분노를 느꼈다. [성중아, 이제 알겠어?] 이연은 웃으며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성중이 너는 계속해서 그 쓸모없는 놈을 압박해 천성이를 집으로 돌려보내게 하고 이씨 가문으로 와서 사과하라고 해.] [우리 이씨 가문이 허락한 3일은 이제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았어.] [명문가 이씨 가문의 체면상 이 시간을 넘기는 건 용납할 수 없어.] [우리 이씨 가문에서는 사람을 보내 해리슨에게 연락해 이동혁의 속임수를 폭로할 거야.] [그때가 되면 굳이 우리 이씨 가문이 손대지 않아도 외국 놈들이 알아서 그놈을 죽일 거야.] 이연이 음산한 어조로 말했다. “형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어요.” 이연의 말을 들은 류성중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 류성중은 전화를 끊고 동혁을 차갑게 쳐다보고는 발걸음을 그에게 향했다. “동혁아, 난 두 번 말하는 거 싫어해. 당장 H시 하 시장에게 전화해서 이천성을 풀어주라고 해.” 류성중의 명령조는 동혁을 둘러싸고 사과하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해리슨 일을 방금 보고도 류 부이사장님이 어떻게 이 사장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거지?’ 사람들은 순간 그들 사이의 관계를 떠올렸다. ‘그래, 류 부이사장님은 진 회장님의 친외삼촌이니까. 이 사장의 무서운 정체를 별로 개의치 않을 수 도 있어.’ 동혁은 인상을 쓰며 불만
해리슨은 결국 Y국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런 창피한 일이 퍼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게다가 해리슨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이곳에서 아무도 동혁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는 동혁이 나서는 걸 싫어하는 것을 눈치챘고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는 것을 개의치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연회장에 있던 사람들은 입을 꼭 다물며 감히 밖에서 발설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대단한 위세의 Y국 영사를 무릎 꿇게 해 사과시킬 수 있는 동혁과 같은 능력이 없었다. 해리슨이 떠난 후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동혁을 바라보는 눈빛은 복잡했다. 그들이 데릴사위라고 조롱했던 동혁에게 오늘 밤 모두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았다. “이 선생님, 진 회장님, 죄송합니다. 두 분에게 무례하게 굴어 사과드려요.” 동혁과 세화를 비꼬며 조롱했던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다가와 사과했다. 다른 사람에 비해 조롱이 심했다고 생각한 이들은 홀로 바닥에 무릎을 꿇기도 했다. Y국 영사가 무릎 꿇는 것을 본 이상 그들 자신이 무릎을 꿇어도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류성중은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도 동혁에게 다가가 사과하고 싶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휴대폰을 꺼내 먼 구석으로 가서 이씨 가문의 가주 이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저 류성중입니다.” 이연의 목소리가 반대편에서 들렸다. [어, 성중아, 어떻게 됐어? 이동혁 그 쓸모없는 놈이 우리 천성이를 풀어주겠다고 했어?] 이번에 류성중이 H시에 간다고 했을 때, 이씨 가문은 그와 세화 가족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동혁에게 이천성을 돌려보내게 하라고 부탁했었다. 그리고 하원종을 이씨 가문으로 보내 이천기의 다리를 치료해 줄 수 있는지도 알아보게 했다. 물론 이씨 가문에서는 부탁을 하며 어느 정도 대가를 치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류성중은 명문가인 이씨 가문이 나중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 단번에 승낙했다. “그게...” 류
“윽! 악!” 대니얼은 온갖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이 광경을 보고도 연회장에 있던 H국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동정하지 않았다. 해리슨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대니얼이 Y국에서 살지 못해 H국에 와서 허세를 부리는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었다. 사람들은 동혁이 대니얼을 외국 놈이라고 욕할 때 대니얼 편을 들었다는 생각에 창피하여 얼굴이 화끈거렸다. 류성중은 특히 더 마음이 불편했다. 그는 이전에 대니얼에게 엄청 아부했었기 때문이다. 짝! 퍽! 해리슨은 한바탕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대며 대니얼을 반쯤 죽인 후에야 마침내 동작을 멈추었다. 대니얼은 공기 빠진 풍선처럼 흐물거리며 반쯤 죽은 채로 바닥에 드러누워 소리 지를 힘조차 없었다. 오로지 그의 두 눈만이 동혁을 달갑지 않게 노려보았다. 그는 동혁을 대하는 해리슨의 태도가 아직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건 대니얼뿐만 아니라 연회장의 모든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이동혁, 도대체 감추고 있는 무서운 신분이 뭐지?’ 하지만 해리슨 Y국 영사가 Y국 여왕과 동일하게 동혁을 여긴다는 사실에 연회장의 사람들은 동혁의 신분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선생님,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만족하시나요? 아니면 제가 이놈을 다시는 Y국에 돌아갈 수 없게 끝장을 낼 수도 있습니다.” 해리슨은 다시 동혁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히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목을 긋는 손짓을 했다. 아무도 해리슨의 이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저 영사는 전쟁터에 나갔었고 저 손에 의해 사람들이 죽었어. 그냥 풍채가 좋은 일반 외교관은 아니지.’ ‘저 사람이라면 정말 암암리에 어떤 수단을 써서 감쪽같이 대니얼을 죽일 수도 있을 거야.’ “아, 안 돼요.”대니얼의 눈에서 두려움이 짙게 피어났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허우적거리며 일어나 동혁에게 달려들어 무릎을 꿇었다. “이 선생님, 제발 절 죽이지만 말아주세요. 이렇게 사과드립니다.” “또 진 회장님에게 사과드립니다.” 대니얼은 동혁과 세화를 향해 미친 듯이 머리를
풀썩- 해리슨이 무릎을 꿇자 뒤따라오던 부하 10여 명도 모두 무릎을 꿇었다. “이럴 수가!” 동혁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해리슨 등을 보는 연회장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사실이야?’ ‘그 위풍당당한 Y국 해리슨 영사가 이동혁을 찾아와 결판을 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동혁에게 무릎을 꿇다니.’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눈을 비비며 잘못 본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그, 그럴 리가 없어.” 대니얼은 갈라진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는데 그 안에 절망감이 가득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 인생의 암울한 미래가 그려졌다. ‘해리슨 영사님은 우리 Y국의 국민적 영웅이야. 영사로서 Y국을 대표하는 분인데.’ ‘저분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이동혁에게 무릎을 꿇다니.’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당신 정체가 대체 뭐야?” 주다정도 놀라서 미칠 것 같았다. Y국은 그녀의 희망이었다. 그녀의 가장 큰 꿈이 Y국 영주권을 얻어 이민을 가는 것이었다. 그녀는 H국 남자를 무시하고 마음속으로 경멸해 왔다. 비록 그녀가 평소에 몇몇 H국 남자들과 어울리기는 했지만 그건 모두 뭔가를 얻기 위한 도구로 그들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대니얼은 동혁에게 머리를 맞고 유린당했고 해리슨 같은 Y국 영사도 동혁의 발밑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는 그간 자신이 가지고 있던 Y국에 대한 환상이 무너졌다고 느꼈다. 충격을 받은 것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류성중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해리슨과 여러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사석에서 늘 오만함이 넘쳐흐르는 해리슨에게 실수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었다. 그런데 눈앞의 장면은 류성중의 마음을 너무도 복잡하게 만들었다.세화 역시 동혁을 복잡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그녀는 동혁을 보며 대체 무슨 영문인지 의아해했다. 그 순간 정신이 멍해진 채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해리슨이 마침내 약간의 이성을 회복했다. 그는 용기를 내어 동혁을 올려다보았다.
“세화야, 이게 다 네가 이 바보를 그냥 둬서 이런 거야. 이제 너와 네 온 가족이 동혁이와 연루되게 생겼어.” “내가 너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동혁이, 저놈과 관계를 끊을 거야.” 류성중이 세화에게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화는 얼굴이 종잇장처럼 창백해져서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혁 씨, 우리 그냥 빨리 돌아가자. 하늘 거울 저택으로 가자고.” 집으로 피하는 게 지금 세화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우리 집은 설 대도독의 경호원들이 있어서 해리슨 영사라도 감히 들이닥치지 못해.’ ‘임시방편일 뿐이지만 일단 시간을 벌고서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자.’ “여보, 겁낼 거 없어. 우린 아무 데도 안 가도 돼. 해리슨이 와서 사과할 때까지 기다리자.” 동혁은 세화의 손을 잡으며 웃었다. “...” 세화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 이렇게 큰 일을 벌이고도 동혁 씨는 웃음이 나와?’ 세화는 할 수 없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동혁과 함께 기다렸다. ‘그래, 난 두 그룹의 회장이고, 동혁 씨는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야. 다른 사람이 와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잖아. 기껏해야 뭔가 대가를 치르면 그만이야.’ 세화는 동혁과 관계를 끊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부부라면 무슨 어려움이 있어도 함께 직면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10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외교관 통행증을 단 고급 차 몇 대가 명성호텔에 들어섰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차에서 내리더니 신분을 묻는 호텔 경호원을 거칠게 밀치고 돌진했다. “다다다.” 바깥 복도에서 급하고 어수선한 발자국 소리가 나자 연회장 안의 모든 사람들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하, 해리슨 영사님이 오셨나 보군.” 무릎을 꿇은 대니얼이 광기가 가득 담긴 표정으로 소리쳤다.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10여 명의 사람들이 뛰어들어왔다. 그 가운데에는 외국인과 H국 사람이 있었는데 대부분 키가 크고 건장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하 시장님, 스탠슨은 우리 영광스러운 Y국을 위해 피를 흘려 큰 공을 세운 공신이에요.” “당신들은 반드시 스탠슨을 때린 그 범인을 내놓아야 할 겁니다. 우리가 그놈을 처리하도록 하지 않는다면 Y국의 공식적인 항의를 받을 거예요.” H시 시청 시장실. 금발에 구레나룻이 긴 한 백인 남자가 하세량에게 거만한 표정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바로 N도 주재 Y국 영사관의 영사 해리슨이었다. 바로 그대 대니얼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통화에서 상대방의 말을 들은 해리슨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더니 이어서 버럭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죽일 놈, 대니얼, 네놈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게 분명 귀찮은 일이 생긴 거지? 그래서 일부러 나를 열받게 하는 거 아니야?” “하찮은 H국 인간 놈이 감히 어떻게 내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고 해? 어디서 그런 거짓말이야? 네놈이 죽고 싶어?” 해리슨은 대니얼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 대니얼이 언급한 일은 근본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해리슨, 왜 믿지 못하겠어? 당신은 H국에서 순직한 Y국 초대 영사가 되는 거야.] 그런데 그때 다른 목소리가 전화 반대편에서 들려왔다. 뜻밖에도 누군가 자신의 죽음 언급하자 성격이 불같기로 유명한 해리슨은 다시 벌컥 화를 냈다. “이 개X식이, 너 누구야? 감히 나한테 그런 막말을 하다니.” [내가 누군지, 못 알아듣겠어?] “10분의 시간을 줄 테니 튀어와서 내 앞에 무릎 꿇어. 그렇지 아니면 어디 가서 자살이라도 해야 할 거야.” 해리슨에게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동혁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연회장 안의 사람들이 모두 놀라 완전히 멍해졌다. ‘대니얼 씨를 무릎 꿇게 하더니, 이제는 Y국 영사를 무릎 꿇게 하겠다고?’그러나 상식을 벗어난 일을 모두 이미 직접 한번 본 상황이었다. 그래서 동혁이 해리슨 영사를 협박해 자살하게 하는 것도 아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설사 동혁이 지금 전화를 걸어 Y국 여왕을 무릎 꿇게 한다
털썩! 대니얼은 동혁에게 뺨을 세게 맞아 바닥에 쓰러졌다. 뺨 한대에 온몸이 저려오고 얼굴에는 감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동혁은 대니얼을 그대로 두지 않고 다시 다가와 그의 멱살 잡고 강하게 걷어차 다리종아리를 부러뜨렸다. “으아.” 대니얼은 가슴이 터져나갈 듯한 비명을 지르며 동혁의 발밑에 무릎을 꿇었다. 옆에 있던 주다정은 동혁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놀라서 얼굴빛이 하얗게 변했다. “너, 너 지금 뭐 하려고... 아!” 동혁은 주다정을 붙잡아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한 다음 발을 내밀었다. “아까 전에 말했잖아. 막돼먹은 개는 무릎을 꿇게 해서 내 신발을 깨끗이 핥게 해야 한다고.” “이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 네놈이 뭔데 내게 그딴 걸 하라고 해?” “아, 네놈 아내가 시킨 거야?” 주다정은 화가 나 소리치며 동혁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동혁에게 또다시 뺨을 맞고 바로 얌전하게 굴었고, 눈물을 흘리며 동혁의 발밑에 머리를 내밀었다. Y국 귀족인 대니얼은 데릴사위인 동혁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주다정이라는 경제채널의 미녀 진행자는 동혁의 신발 밑창을 핥았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예상이 모두 틀렸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다. ‘지금 이 상황은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동혁이,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벌였는지 알아? 네놈이 감히 대니얼 씨와 그의 파트너를 이렇게 대하다니. 아주 인생 끝장을 보려고 이러는 거야?” 정신을 차린 류성중은 눈앞이 캄캄했다. 그는 동혁이 미쳐 날뛴다고 생각하고 자신까지 때릴까 봐 겁이 나 멀찌감치 서 있다가 화를 내며 다가와 동혁을 꾸짖었다. “이 사장님, 골스 재단과 완전히 적이 되려고 이러십니까?” “어서 빨리 대니얼 씨를 일으켜 세우지 않고 뭐 하고 계세요?” 오늘 밤 연회를 계획한 의료공단의 왕근식 등도 모두 이번 사태에 휘말린 것을 후회하며 잇달아 동혁에게 한 마디씩 했다. “시끄러워요.” 동혁은 잔소리하는 사람들을 쳐다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