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동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세화가 전에 그에게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벌써 직접 R시에 가서 이정산을 만났을 것이다. 동혁은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꺼내 선우설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백효성에게 이정산을 찾아가 오늘 저녁 식사 전에 하 선생님을 모셔오라고 전해.” “그 아들놈과 병원에 가서 사람을 납치했던 부하들도 모두 와서 우리 부모님께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고.” “만약 하 선생님 머리털이 하나라도 건드렸다면 R시의 이씨 가문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을 거라고도.” 이 말을 끝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동혁은 비로소 분위기가 이상하게 조용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온 가족이 모두 놀라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하하, 이동혁, 너 정말 허풍 한번 대단하구나? 우리 남편이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감히 너처럼 그렇게 말할 수 없겠어.” 류혜연은 너무 웃겨 죽을 듯했다. 정신을 차린 류혜진은 동혁이 창피하여 땅속에 숨고 싶은 심정이다. “동혁아, 선생님한테 사고가 생겼는데, 지금 넌 여기서 허풍이나 떨고 있고? 생각이 있어?” 류혜진은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동혁 씨, 이번엔 당신 정말 너무한 거야!” 세화도 동혁을 노려보았다. “나도 가족들이 믿지 않는 거 다 알아. 그러니 그냥 두고 봐.” 동혁은 어쩔 수 없었다. 한편. 선우설리는 R시에 있는 백효성에게 연락해 동혁의 말을 전했다. 하원종이 납치된 사건은 이미 H시와 R시에 소문이 자자했다. 백효성은 전화를 받고 동혁까지 이 일에 나섰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갑자기 기뻐하며 덩실덩실 춤을 췄다. “이정산, 네놈, 넌 이번에 정말 큰일 난 거야. 그분을 감히 건드리다니.” 그렇게 흥분한 그는 곧바로 냉정을 되찾았다.동혁의 말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하는 와중에도 흔적도 없이 이정산을 함정에 빠뜨릴 방법을 강구했다. 사람들에게 소문난 대로. 명절이 되면 백효성은 이정산 앞에 가 차를 따랐다.
백효성은 즉시 앞으로 나서며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그분이 오늘 저녁 식사 전에 하 선생님을 H시로 돌려보내라고 했습니다.” “동시에 원용 사장님과 선생에 납치에 가담한 부하들에게 H시 하늘 거울 저택으로 찾아와서 무릎을 꿇고 그들에게 맞은 부부에게 사과하라고 했습니다.” “또한 하 선생의 머리털 하나라도 건드렸다면 R시 이씨 가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거라고도 전하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하원종은 자꾸 웃음이 나왔다. 그는 이미 동혁이 손을 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천미는 이상하게 표정을 찡그렸다. 그녀도 이것이 확실히 동혁의 원래 말투라는 것을 단번에 알았다. ‘백효성에게 말을 전하게 한 그 거물이 정말 이동혁이라고?’ 그리고 말을 들은 이씨 부자 둘은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백효성, 네놈이 죽고 싶어?” 이원용은 벌떡 일어나 상대방을 향해 노발대발했다. 이정산은 계속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풀썩! 백효성은 놀라서 즉시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급히 해명했다. “회장님, 이건 제가 한 말이 아닙니다. 저도 단지 그분을 대신해 말씀을 전한 것뿐입니다. 그분 말투가 원래 이렇습니다.” “그게 대체 어떤 놈이야? 내가 당장 그놈을 죽여버릴 거야.” 이원용이 분노해 소리쳤다. “닥쳐!” 이정산은 손을 내밀어 이원용을 저지하고 굳은 표정으로 백효성을 노려보았다. “백 사장, 네가 말하는 그분이 누구야?” “그분은 H시에 계시는데 이름은 이무적이라고 합니다.” 백효성은 고개를 들고 조용히 이정산의 안색을 살폈다. 역시‘이무적'이라는 세 글자를 들으니. 이정산은 표정이 즉시 변하며 온몸을 떨었다. 그의 눈에는 두려움이 짙게 배어 있었다. ‘이무적?’ ‘설마 군부에 계시는 그 이 전신?’ “백효성, 너도 죽고 싶어서 그래? 지금 우리를 놀리는 거야? 우리 아버지를 이무적이라고 부르는 것 말고 누구를 감히 이무적이라고 부르는 거야?” 이원용은 살기를 풍겼다. 옆에서 천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
백효성은 곧바로 정원에서 쫓겨났다. 천미는 동혁을 위해 몇 마디 부탁했지만 이정산은 망설임 없이 그것을 거절했다. “벌레 같은 놈이 감히 하늘을 향해 덤비다니. 죽는 자리인지도 모르는 놈. 이번엔 그 누구도 그놈을 지켜줄 수 없어.” 이정산은 이번에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이 이 전신을 사칭해서 하마터면 내가 바로 추태를 부릴 뻔했어.’ ‘그랬다가 엄청난 웃음거리가 될 뻔했다고.’ “하하, 정산 형님, 손가락 하나로도 죽일 수 있는 그 쓸모없는 인간을 가지고 괜히 화를 낼 필요 없어.” 이때 이심이 크게 웃으며 이정산에게 권했다. 이정산은 이심의 말을 무시하며 물었다. “이심이 너는 이번에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어?” “나도 하 선생의 일로 왔지. 형님에게 우리 N도 이씨 가문의 얼굴을 좀 봐서 하 선생을 데려가게 해달라고 부탁하려고.” 이심은 말하면서 하원종을 향해 웃었다. 그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가 동혁을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불렀을 때 하원종은 속으로 그를 완전히 비웃고 있었다. 하원종은 이심이 이 집에서 자신을 데려가겠다는 호의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데려간다고? 안 돼! 오늘은 그 누가 와도 하 선생을 데려갈 생각 마!” 이심은 자신이 방금 제시간에 도착해 이정산의 난처함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대방은 분명히 자신의 부탁을 흔쾌히 승낙할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정산이 바로 부탁을 거절할 줄은 몰랐다. 이심의 표정이 즉시 나빠졌다. “정산 형님, 이러깁니까? 형님과 N도 이씨 가문은 모두 먼 친척인데 이렇게 체면을 구기기 있어요?” “N도 이씨 가문이 뭐라고.” 이정산이 콧방귀를 뀌며 일어나 이심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모를 것 같아. 이번에 원용이가 하 선생을 납치한 게 모두 네놈이 이용한 거잖아.” “그러면서 감히 거들먹거리며 달려와 사람을 데려가겠다고 요구하다니. 지금 이 이정산을 뭘로 보는 거야?” “이제 내가 하 선생을
“뭐라고? 그 인간이 미쳤나?” 동혁은 갑자기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다. “어, 알겠어.” 동혁은 전화를 끊었다. 바로 그때 세화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가왔다. “동혁 씨, 나가지 말라는 내 말만 듣고 그 입은 도저히 통제가 안되는 거야?” 세화는 동혁을 노려보았다. “왜 그래, 세화야?” 류혜진이 얼른 물었다. “동혁 씨가 백효성에게 말을 전하게 했어요. 또 이 전신을 사칭해서요. 그랬더니 이제 이정산이 저녁 식사 전에 자기 앞에 무릎을 꿇으래요.” 세화는 어쩔 수 없이 사실을 말했다. “동혁이 너 죽고 싶어서 그래? 네가 하 선생님을 아무리 구하고 싶어도 그렇지 이 전신을 사칭할 필요는 없잖아. 이전의 교훈으로는 부족한 거야?” 류혜진은 동혁의 귀를 세게 잡아당겼다. “언니, 진짜 어이가 없네. 언니는 어떻게 이런 이상한 사위를 다 받아준 거야?” 류혜연도 동혁이 이렇게 죽을 짓을 벌일지 몰랐다. “이제 어떻게 할 건지 말해봐. 하 선생님 때문에 이미 마음을 졸이고 있었는데 지금 너 때문에 또 걱정이 늘었어. 이런데 우리가 어떻게 괜찮을 수가 있어?” 류혜진은 화가 나서 또 동혁을 꼬집었다. 동혁이 말했다. “어떻게 하긴요. 이정산이 저에게 R시로 오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럼 제가 지금 만나러 가야죠.” 동혁은 태연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류혜진은 그 모습을 보고 화가 더 치밀었다. “지금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몰라서 그래? 네가 가면 이정산이 널 가만 놔둘 줄 알아?” “그 사람은 N도 이씨 가문도 그냥 무시한다고.” 류혜진은 세화를 바라보았다. “세화야, 천미는 뭐라고 해? 동혁이가 사과하면 용서해 주겠데?” 이번에 동혁은 진창하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하원종을 데려왔다. 그 일로 동혁은 류혜진에게 많은 점수를 땄다.그녀는 동혁을 생각해 그에게 사고가 생기지 않기를 바랐다. “언니가 일단 동혁 씨를 먼저 보내면 그들이 동혁 씨를 해치지 않도록 도와준데요.” 세화는 차 열쇠를
쾅! 큰 소리와 함께. 길목에 있는 무게가 수백 킬로에 달하는 검은색 화산석 현판이 큰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현판은 땅에 세게 쓰러져 산산조각이 났다. 강변 관광로. 사람과 차를 막론하고 모두 그 모습에 가던 길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현판이 쓰러진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정산, R시에 수십 년 동안 자리를 지킨 은둔 고수.’ ‘저 사람 집 현판이 오늘 다른 사람에 의해 헐리다니.’ 누군가가 석훈의 머리에 돌을 던지려 했다. “누가 감히 우리 이씨 가문 현판을 헐어? 죽고 싶어?” 거대한 움직임이 정원의 경호원들을 놀라게 했다. 정장 차림에 헤드셋을 낀 한 무리의 사내들이 대뜸 소리치며 뛰쳐나왔다. “내가 헐었는데 왜?” 석훈은 당당하게 걸어갔다. “너 죽고 싶어?” 선두에 선 정상 차림의 사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주먹을 쥐고 바로 손을 쓰려고 했다. 뒤에 있는 동료들이 막으려고 해도 이미 늦었다. “무석 형님, 저 많은 군인들이 총을 들고 있는 게 수상해요.” 동료가 주의를 줬을 때는 이미 늦었다. 쓱! 척! 총기들이 움직이며 가지런한 소리를 냈다. 다음 순간. 하나같이 시커먼 총부리가 이미 주무석을 겨누고 있었다. 그의 뒤에 있는 경호원들도 예외가 없었다. 모두 총부리에 겨냥되어 있었다. “이런...” 주무석의 얼굴에 있던 화가 그대로 굳었다. 분명히 더운 날인데도 그는 몹시 추운 듯 몸이 떨려왔다.얼굴이 하얗게 변하더니 입술도 파랗게 질린 채 꼼짝도 하지 못하고 서 있었다. 나머지 경호원들도 모두 그와 똑같았다. 괜히 움직여 몸에 총알구멍이 생길까 봐 두려웠다. “나보고 죽고 싶냐고?” 석훈이 담담하게 물었다. “아니요, 저에게 말한 거예요.” 주무석은 입술을 바르르 떨며 두 팔을 올렸다. 석훈은 콧방귀를 뀌며 손을 내저었다. “모두 잡아!” 뒤에 있던 강철장갑 제1병단 사람들이 대답과 함께 움직였다. “머리에 손 올리고 움직이지 마.” 주무석 등은 가만히 머리에 손을 올리
이 싸늘한 목소리를 듣고 이정산은 눈살을 찌푸렸다. “원용아, 밖에 누구야? 이정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이원용은 대답하지 않았다. “내 손발을 부러뜨릴 거야?” 그 싸늘한 목소리가 다시 물었다. “그, 그게, 농담이야, 농담...” 이원용은 다급해진 목소리로 말했는데 약간의 울음소리도 섞여 있었다. 이정산은 마침내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응접실 입구를 바라보았다. 이원용이 이정산을 등지고 있었다. 그리고는 두 손을 들고 조심스럽게 안쪽으로 물러났다. “헉!” 다음 순간 놀란 이정산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눈꺼풀은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뜻밖에도 이원용이 권총에 겨냥되어 안으로 들어왔다. 권총을 든 석훈은 이원용을 겨눈 채 응접실 안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들어섰다. 동혁과 천미는 말없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 뒤에는 무장한 강철장갑 제1병단 군인들이 있었다. 이정산은 더 이상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는 몸을 일으켜 응접실 중앙으로 걸어갔다. 힐끗 쳐다보니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리는 자신들 정원의 경호원들이 바깥 공터에 머리에 손을 올리고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이정산은 이원용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석훈을 바라보았다. ‘견장을 보니 지휘관이군.’ ‘강철장갑 제1병단 대장까지 저 사람 뒤를 따르고 있어.’ 그 순간 이정산은 이미 석훈의 정체를 알아챘다. 이정산의 마음속에 거칠고 사나운 동요가 일었다. 하지만 애써 침착하게 석훈에게 인사했다. “심 총지휘관께서 이런 곳까지 오셨군요, 무슨 일이신가요?” “이 늙은이, 모르는 척하기는?” 석훈은 이원용을 그대로 당기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어제 하 선생님을 납치했는데, 네 아들놈도 나를 흉내 냈더군. 난 어릴적부터 하 선생님을 알고 자라서 아무 상관없지만 네 아들이 나처럼 해도 된다고 생각해?” 퍽! 말을 마치자 석훈은 한 발로 이원용을 걷어찼다. 이원용은 괴로워하며 끙끙 앓
천미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석훈이 도착하자 동혁은 기세등등해졌다. ‘또 남을 믿고 허세를 부리기 시작했구먼.’ ‘그래도 이번에는 눈치가 있는지 감히 자기가 이 전신이라고는 안 하네.’ ‘하긴 그랬다간 석훈 오빠가 저놈을 산 채로 죽일 테니.’ 이정산은 무릎을 꿇고 계속 벌벌 떨었다. 그는 당연히 동혁의 말을 사실로 여기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그는 절대 “이무적”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병원에 가서 사람을 납치한 게 누구지?” 동혁은 높이 있는 의자에 가서 앉으며 담담하게 물었다. “이 선생님, 제 밑에 개 같은 놈들이 납치한 겁니다. 제가 당장 그 놈들을 불러오라고 하겠습니다.” 이정산은 무릎을 꿇고 그의 주변으로 몸을 돌렸다. 동혁은 알겠다며 대답했다. 곧 이원용을 따라 H시로 가던 다섯 부하들이 모두 손이 꺾여서 들어왔다. 그들은 땅바닥에 일렬로 무릎을 꿇었다. 이원용도 스스로 무릎을 꿇고 말했다. “이 선생님, 제가 자백하겠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정말로 하 선생님을 별로 존경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선생님을 거칠게 대하지는 않았습니다.” “나도 알아. 하 선생님도 그런 것을 따지지 않는 분이시지. 그러니 나도 그 일은 잠시 언급하지 않겠어.” 동혁이 말했다. “지금 내가 지금 따지고 싶은 것은 다른 일이야.” ‘하 선생님을 납치한 것 외에 또 무슨 일이 있지?’ 모두들 멍하니 생각했다. 이대 하원종이 분노를 표출하며 말했다. “이원용, 네놈이 병원에서 뺨을 때린 류 사모님이 저분의 장모님이야.” “뭐라?” 이원용은 너무 놀라서 순간 멍해졌다. “개X식, 당신은 왜 나한테 그걸 알려주지 않았어? 정말 간이 부어서 죽고 싶은 거야?” 이정산도 깜짝 놀라 이를 갈며 욕설을 퍼부었다. “빨리 이 선생님에게 사과하지 않고 뭐 하고 있어?” “사과는 나중에 저놈의 아버지인 네가 대신 H시로 가서 해.” 동혁은 이원용에게 손짓을 했다. “이리 와.” “이 선생님, 제
이정산이 자신의 전 재산을 내놓겠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은근히 이정산의 결단에 감탄했다. ‘뜻밖에도 그 아까운 전 재산을 내놓아 재앙을 모면하려 하다니.’ 하지만 그가 화나게 한 것은 동혁이었다. “좋아, 그럼 국가에 헌납하는 것으로 하지.” 동혁은 손을 내저었는데, 그 돈을 자신이 갖지 않았다. 더욱이 동혁은 이런 돈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동혁이 다시 말했다. “그리고 R시의 일은 심천미에게 맡기고 자네는 은퇴해.” 이곳으로 들어오기 전에 동혁은 마침 천미가 가진 암흑가의 영향력을 강화시킬 생각이 있었다. ‘이렇게 하면 나와 세화 모두 많은 번거로움을 덜 수 있으니까.’ 천미는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동혁이 이렇게 대담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저렇게 허세를 부리며 이정산에게 권력을 넘겨주라니.’ 그녀는 석훈을 보았다. 상대방은 동혁의 말에 아무런 이의가 없는 것 같았다. 천미는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동혁, 이 녀석 정말 일을 잘 처리는 데? 석훈 오빠 앞에서 내를 위하는 척하다니.’ ‘어쩐지 석훈 오빠가 먼저 앞장서더라니.’ 아말을 들은 이정산. 이미 부모를 잃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동혁이 이런 결정을 내릴 줄은 몰랐다. 동혁 결정은 R시 이씨 가문에게 매우 큰 타격이다. 재산이야 잃으면 다시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일단 은퇴하면 이정산은 다시 권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없었다. “감사합니다. 제 작은 목숨을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설사 마음에서 피눈물을 흘리더라도 이정산은 동혁에게 끊임없이 감사를 표했다. 이정산이 지금 와서 후회해도 이미 상황은 늦었다.그는 이제야 하원종이 말한 멸문지화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무리 중에서 소식을 듣고 달려온 백효성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원래 동혁의 손을 빌려 이정산을 없애려고 생각했었고 그렇게 되면 자신이 R시의 최고 고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의 계획이 이렇게 허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동혁의 한마
동혁은 또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몰랐지만 재빨리 현소 남매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도착해 보니 집안의 분위기가 좀 무거웠다. 세화의 막내 이모인 류혜연이 류혜진에게 무언가를 말하며 싱글벙글 웃다가 고개를 돌려 동혁과 현소 남매를 보고 일순간 표정이 굳었다. “아이고, 우리 현수, 잠깐 나갔다 온다더니, 왜 이래? 넘어진 거야? 아니면 누구한테 맞았어?” 류혜연이 달려들어 현수를 살폈다. 가까이 가자 현수의 양쪽 뺨이 모두 새빨갛고 입가에는 피가 묻은 것이 보였다. 몸에는 지저분한 발자국이 나 있었는데 밖에서 얻어맞았다면 가볍게 볼 수 일이 아니었다. “아이고, 이런, 우리 아들 어떻게 하면 좋아?” 류혜연은 현수를 껴안고 한바탕 울부짖었다. 그러고 나서 고개를 돌려 동혁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동혁이 이 죽일 놈, 우리 현수가 너랑 같이 나가서 이렇게 괴롭힘을 당했는데 넌 매형이 되어서 그걸 그냥 보고만 있었어?” “이 쓸모없는 놈, 대체 생각이 있어?” “우리 현수에게 만일 무슨 큰 일이라도 생겼다면 난 너하고 아주 끝장을 봤을 거야.” 동혁은 혼자 물을 따라 마시며 변명하기 귀찮아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내가 현수 매형이라고 하는 거야?’ ‘그럼 진작에 현수에게 매형인 내 말을 잘 들으라고 가르치던지?’ 사실 류혜연은 현수가 얼굴을 맞고 발로 차인 것을 보고 아무 이유 없이 동혁에게 화부터 낸 것이었다. 현소가 나서서 동혁을 대신해 변명했다. “엄마, 다짜고짜 형부에게 욕부터 하지 마요. 현수가 아는 그 스승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그래요?” “용비무술학교교장 아들인데, 아주 제멋대로 날뛰는 못된 놈이에요.” “강제로 절 추행한 것도 모자라, 현수가 화를 내니 그놈이 때렸다고요.” “오늘 밤 형부가 나서서 상대방을 처리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이렇게 집에도 못 왔을걸요?”현소의 말에 류혜연과 류혜진은 놀라 서로를 쳐다보았다. ‘동혁이가 정말 그 정도로 대단해?’ 그녀들은 믿을 수 없었다. 류혜진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청년도 일어나 동혁을 노려보았다. “네가 반석 도련님이 말한 그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이지?” “흥, 감히 기습을 하고 내 뺨까지 때려?” “당장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빌어. 그렇지 않으면 반석 도련님이 나와서 네놈을 죽일 거야.” 청년은 독기 가득하게 동혁을 향해 소리쳤다. 동혁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두말없이 다시 뺨을 날렸다. “짝!” 청년은 이번에 맞아서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짝! 짝!” 동혁은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남녀를 막론하고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사람들의 뺨을 때려서 날렸고 맞은 사람들은 비명소리를 질렀다. “한 번만 더 앞을 막으면 이번엔 손바닥으로 때리지 않을 거야.” 동혁은 차갑게 한마디 하고 현소를 데리고 갔다. 현수가 그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 “매형, 오반석은요?” 현수는 방금 나오기 전 동혁이 왕범현을 시켜 오반석을 때리는 것을 보았다. 현수의 눈에 동혁은 이번에 큰일을 저질렀다. ‘어쨌든 그 오반석의 아버지는 리성투자회사의 부사장님이야. 분명 가만있지 않고 매형에게 미친 듯이 복수하려 할 거야.’ ‘그런데 잠깐, 매형이 이렇게 멀쩡히 걸어 나왔는데 오반석의 모습은 왜 보이지 않는 거지?’ ‘뭔가 이상한데?’ “그래, 반석 도련님 어디 계시지?” “도련님만 나오셔봐. 데릴사위 네놈을 죽여서 우리 복수를 해 주실 거야.” 뺨을 맞은 남녀들이 일어나며 뺨을 가린 채 원망스럽게 소리쳤다. “잠시 비켜주세요. 길 막지 마세요.” 바로 그때 연이은 고함소리와 함께 골드스타필드 입구에 몰려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양쪽으로 갈라졌다.사람들이 보니 무술학교 학생 몇 명이 피투성이가 된 사람의 팔과 다리를 각각 잡아 들고 뛰쳐나와 길가에 던졌다.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사람은 고통으로 여전히 계속 비명을 질렀다. “뭐지? 이 목소리가 왜 도련님 같지?” 오반석의 불량스러운 남녀 친구들은 완전히 어리둥절해졌다. “반석 도련님이 맞아.” “도련님, 괜찮으세요? 이건? 두
고통으로 기절할 것 같은 오반석을 보고 왕범현은 잠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와 동시에 다시는 남 앞에서 함부로 허세를 부리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동혁 삼촌처럼 실력을 감추고 나서지 않는 사람을 또 만난다면 다음번에는 내가 오반석 같은 운이 나쁜 사람이 될 수 있어.’ “끌고 나가. 구급차 불러서 데려가라고 하고 리성투자회사에 이 사실을 알려주고.” 왕범현이 손짓을 하자 무술학교 학생들이 오반석을 들어 올렸다. 몸을 억지로 움직이자 오반석은 큰 고통에 다시 울부짖기 시작했다. 한편 동혁은 아무런 미련 없이 골드스타필드를 나섰다. 입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아까 전 용비무술학교에서 온 거의 100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클럽 안으로 들어왔을 때 손님들은 폭력사태라도 일어나 불똥이라도 튈까 봐 모두 겁에 질려 뛰쳐나왔다. 사람들은 모두 무슨 일인지 궁금하며 안을 두리번거리면서 서로 의견이 분분했다. 다행히 일은 2층에서 벌어져서 동혁이 나오는 모습을 사람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들은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동혁이 오늘 밤의 유혈사태를 일으킨 장본인 줄도 몰랐다. 동혁은 눈썰미 좋게 길가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현소, 현수 남매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둘 남매에게 문제 생겼다. 한 무리의 젊은 남녀들이 두 사람을 둘러싸 못 가게 막고 현소를 보며 웃고 있었다. 동혁이 나오기 전부터 서로 실랑이가 벌어졌던 듯 현수의 몸에는 이미 더러운 발자국이 나 있었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비켜요. 왜 우리를 막고 내 동생까지 때리는 건데요?” 현소는 날카롭게 소리치며 분노한 큰 눈으로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현소의 이런 반응은 상대에게 위압감보다는 귀엽다는 인상을 더 많이 줄 뿐이었다. 한 무리의 젊은 남녀들은 여전히 웃으며 그녀가 소리쳐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네가 바로 그 현소지? 반석 도련님이 네 사진을 보여주며 오늘 밤 호텔로 데려간다고 자랑하던데?” “도
오반석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왕범현에게 맞아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퍽!왕범현은 이어서 한 발로 오반석의 아랫배를 걷어찼고 독기 가득 욕을 퍼부었다. “우리 삼촌은 이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도 혼을 내주는 분이야. 하지만 네놈 아버지는 이씨 가문에서 기르는 그저 개 한 마리에 불과하지. 뭣도 아닌 주제에, 감히!” “자기 체면 좀 세우겠다고 이 개X식이 날 이용해?” 동혁은 아까 전 자신이 이천기를 혼내줬다고 직접 언급했다. 이 말을 기억했던 왕범현은 과감하게 오반석에게 손을 댔다. 어차피 문제가 생겨도 동혁이 해결해 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주저함 없이 왕범현은 오반석을 붙잡아 또다시 발길질을 했다. 그는 동혁과 아무런 원한관계도 없었는데 오반석의 지시로 인해 동혁의 손에 맞아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왕범현은 마음속에 있는 이런 모든 분노와 원한을 오반석에게 발산했다. 1분 후, 오반석은 만신창이가 되어 숨을 쉬기도 어려웠다. “너, 너희들 두고 봐. 우리 아버지가 너희를 그냥 둘 거 같아? 이씨 가문에서도 네놈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엉망이 된 오반석은 여전히 굴복하지 않고 거만하게 소리쳤다. 동혁은 오반석의 오기에 감탄했다. 그는 일어나 다가와서는 웅크리고 앉아 오반석의 얼굴을 때리며 말했다. “네가 현소를 노리고 왕범현에게 충동질한 거 맞지?” “그래, 내가 그랬어. 그게 뭐가 어때서?” “이동혁, 잘 들어. 오늘 내가 이렇게 당했지만 다음에도 네놈이 운이 좋을까?” 오반석이 날카롭게 말했다. “분명히 말하는데 네놈에게 다음은 없을 거야.” “이제 네놈에게 허락된 시간이 3시간도 안 남았어. 지금이라도 빨리 천성 도련님을 N도로 돌려보내는 게 좋아. 안 그러면 이씨 가문이 네놈에게 엄청난 복수를 할 테니까. ” “물론 네놈이 무릎을 꿇고 내 신발을 핥으며 부탁한다면 내가 아버지께 말 좀 해달라고 해줄 수도 있...” 짝!동혁은 오반석의 뺨을 때려 말을 끊고 일어나 왕범현에게 말했다. “이
현수린은 현소가 자신들을 용서할 줄 알고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의외의 대답을 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녀는 너무 화가 나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흥분한 현수린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 “현소, 이 가식덩어리 같은 년. 겉으로는 순진한 척하면서 속은 구렁이로 가득한 년이...” “짝!” 나선호가 따끔하게 현수린의 뺨을 내리치자 머리가 풀어헤쳐진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동혁은 배경문 등을 째려보고 차갑게 말했다. “그럼 내가 직접 때려줄까?” 짝!배경문 등이 흠칫 놀라 두 손을 번쩍 들어 스스로 좌우로 얼굴을 미친 듯이 때리기 시작했다. 현수린은 나선호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맞았다. 잠시 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뺨을 때리는 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곧 배경문 등의 얼굴은 부어 엉망이 되었다. “왕 사장, 그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 약하지? 그렇다고 설마 죽인 건 아니지?” 그때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반석이 거들먹거리면서 2층으로 올라와 웃으며 다가왔다. 바로 그는 무릎을 꿇고 있는 왕범현과 한쪽에서 자신들의 뺨을 마구 때리고 있는 배경문 등을 발견했다. 계획대로라면 왕범현의 자리에 있어야 할 동혁이 지금 멀쩡하게 소파에 앉아 있었다. 오반석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2층의 모습은 그가 예상한 것과 완전히 달랐다. 동혁은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오반석에게 조롱하듯 물었다. “도련님 오셨나? 근데 뭘 그리 놀라는 거지? 너무 예상밖이라서?” 잠시 멈칫했던 오반석이 반응했다. 그는 불쾌한 표정으로 동혁을 노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이동혁, 네놈이 제법 실력이 있나 보네? 저렇게 왕 사장을 처리하다니.” “그래서 나보고 올라오라고 한 게 이걸 보여주려고 그런 거야?” “왜? 고작 별것도 아닌 인간 하나를 무릎 꿇렸다고 이 오반석이 놀랄 것 같아?” 깔보는 듯한 오반석의 말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왕범현이 순간 고개를 들어 분노의 눈빛으로 오반석을 노려
왕범현은 욕을 먹고는 당황하여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갑자기 그는 심한 고통에도 몸을 뒤척여 일어나 “풀썩” 소리와 함께 바닥에 유리 조각 더미 위에 무릎을 꿇었다. 바로 무릎에 여러 개의 상처가 났다. “윽.” 왕범현은 너무 아파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없었지만 온몸의 심한 통증을 계속 참으며 동혁에게 정중하게 고개 숙여 엎드렸다. “동혁 삼촌, 제가 잘못했어요. 저를 원하시는 만큼 때려주세요. 제가 조금이라도 저항하면 제 성을 바꿀게요. ” 이 순간 왕범현은 동혁에게 완전히 굴복했다. 동혁은 의외라고 생각하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보아하니 너도 그리 미련한 놈은 아니구나.” “그래 좋아. 이제라도 잘못을 알았다면 무릎을 꿇고 있어.” “아, 그리고 참고로 뭐 좀 묻자.”나선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선생님의 말을 들으니 범현이가 겨우 목숨은 건진 것 같구나.’ 왕범현은 더 이상 동혁에게 반항할 마음이 없어서 얌전히 말했다. “삼촌,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동혁은 소파에 앉아 물을 따라 천천히 마시며 물었다. “오반석이 너보고 나를 귀찮게 하라고 시켰어?” “맞아요. 그 개X식이 저를 속였어요. 이전에 삼촌이 자기에게 잘못했다면서...” 왕범현이 설명하려고 하자 동혁이 손을 내저으며 그의 말을 막았다. ‘건방진 부자 도련님이 다른 사람을 괴롭혀 달라면서 뭐라 했을지는 뻔하지. 틀림없이 오반석, 그놈은 나를 만만한 데릴사위라고 하면서 왕범현에게 부탁했을 거야.’ 동혁이 나선호를 힐끗 쳐다보면서 지시했다. “사람을 시켜서 오반석을 데려오라고 해요.” “너, 다녀와.”나선호는 두말없이 학생 하나를 지목했다. 오반석을 기다리는 동안 동혁은 가만히 있지 않고 배경문, 현수린 등을 차가운 눈빛으로 훑어보았다. 그들은 마치 맹수에게 먹잇감으로 찍히는 듯한 공포를 느끼고는 절로 무릎을 꿇었다. “동혁 삼촌,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아까까지 왕범현을 믿고 거들먹거리던 남녀가 지금은 일말의 도도한 표정도 없이 미친 듯이
왕범현은 현실이 너무나 괴로웠다. 그는 속에서부터 만 마디의 욕을 쏟아내고 싶었지만 감히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우님, 혹시 내게 또 다른 지시 할 것이 있나요?] 왕용비가 다시 물었다. 그는 능구렁이처럼 호칭을 바꾸어 동혁을 불렀다. “왕 교장선생님께서 말씀을 워낙 잘해주셔서 제가 더 할 말이 없네요.” 동혁은 왕용비의 태도에 만족하며 계속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가 아드님에게 제대로 한 번 가르침을 주지요.” [아우님, 정말 감사합니다.] 왕용비는 재빨리 감사를 표하고 전화를 듣고 있는 왕범현에게 소리쳤다. [범현이 너 이 자식, 동혁 삼촌이 무슨 말을 하든 잘 들어. 설사 네놈을 때리더라도 꼭 붙어 있으라고. 그게 다 너를 위해서니까.] [감히 쓸데없이 반항이라도 하면 내 당장 휠체어를 타고 가서 네놈을 아주 죽여버릴 거야.] 왕범현에게 단단히 일러둔 후 왕용비는 눈치 있게 전화를 바로 끊었다. 동혁은 왕범현을 바라보며 비아냥 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우리 큰 조카,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큰 조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왕범현은 화가 너무 나 속이 다 뒤집힐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애써 이를 악물고, 이마에 핏줄이 솟을 정도로 참은 채 단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딱 보니,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모양인가 보지” 동혁은 일어나 왕범현에게 다가가 손바닥으로 때려 그를 다시 바닥에 쓰러뜨렸다 이것으로 그는 이미 오늘 밤 여섯 번째 뺨을 맞게 되었다. 왕범현은 이빨 몇 개가 더 빠졌고 피가 섞인 침을 흘리며 기침을 했다. 동혁은 쭈그리고 앉아 그의 얼굴을 가볍게 두드리며 차가우면서 매섭게 말했다. “네놈 아버지가 말을 잘해 줘서, 네 아버지를 봐서 적당히 혼내는 거야.” “넌 좋은 아버지를 둔 것에 대해 감사하라고, 덕분에 적어도 널 죽일 생각을 접었으니까.” “그게 아니었다면 아까까지 네놈이 내게 한 불경스러운 행동으로 넌 10번 총살을 당해도 싸니까.” 왕범현은 억지로 고개를 들어 목을
휴대폰에서 또렷하게 흘러나오는 왕용비의 목소리를 주변 사람들 모두 들었다. 모두는 놀라서 동혁을 쳐다보며 의아해했다. ‘왕용비라면 H시 무술계의 명사로 H시에서 영향력이 강한 거물인데 어떻게 이동혁 같은 젊은 사람에게 저리 공손한 거지?’ ‘심지어 사장님이라고 부르다니?’ ‘쓸모없는 데릴사위라고 하지 않았어?’ 배경문, 현수린 등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얼굴은 사색이 된 채 손발을 가늘게 떨었다. ‘이번에 아무래도 우리가 사람을 잘못 건드린 거 같은데?’ 그나마 다행인 건 왕용비의 아들인 왕범현이 그들 앞에서 버티고 서 있다는 것이었다. “왕 교장선생님, 아드님이 저에게만 시비를 건 게 아닙니다.” 동혁은 소파에 앉아 무덤덤하게 말했다. “내 바로 코앞에서 나를 핑계로 내 처제를 위협하면서 같이 자야 저를 놓아준다고 협박했어요.” “거절을 해도 계속 처제에게 잘 생각하라고 강요했고요.” “이건 비행을 넘어서 범죄를 저지른 거 아닌가요?” 동혁의 마지막 냉랭한 음성을 듣고 맞은편 왕용비는 놀라 벌벌 떨며 하마터면 휴대폰을 놓칠뻔했다. [이놈 자식, 내가 네놈을 진작에 직접 때려죽여야 하는 건데...] 왕용비는 화가 나서 다시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왕범현이 동혁을 건드린 것을 알고 바로 나선호에게 전화를 걸어, 골드스타필드에 도착하면 손속에 자비를 두지 말고 가차 없이 왕범현을 때리라고 했다. 그렇게 해야만 동혁의 화를 풀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왕범현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게 일을 벌였다는 걸 몰랐다. ‘이 사장님의 코앞에서 감히 사장님의 가족을 건드리다니, 아주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왕용비는 지난번 항난그룹에서 수소야에게 무례하게 굴다가 결국 동혁에 의해 사람들 앞에서 수소야 앞에 오랫동안 무릎을 꿇어 체면을 구긴 일이 다시 생각났다.그 순간 왕용비는 왕범현을 대신해 동혁에게 용서를 구할 생각을 접었다. 왕용비가 즉시 말했다. [이 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모두 제가 그 짐승 같은
상황의 반전이 모든 사람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왕범현조차도 너무 갑작스러워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화가 잔뜩 난 채 나선호를 향해 소리쳤다. “선호 형님, 형님 지금 미쳤어?” “저기 이동혁을 때려야지, 왜 날 때려?” 왕범현은 존댓말도 잊고 말했다. 그는 극도의 분노와 함께 심한 굴욕감까지 느꼈다. 왕범현은 동혁을 혼내주려고 전화 한 통으로 나선호를 불렀지만, 나선호에게 뺨을 맞아 바닥에 쓰러진 건 왕범현 자신이 되었다. 그는 뺨을 가리고 바닥에 쓰러져 앉아 있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매우 우스꽝스럽게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어? 왕 사장, 저 사람들 당신이 부른 거 아니었어? 그런데 왜 너를 때리지?” “무슨 연극 같은 거 연습하는 거야?” 그때 동혁이 왕범현의 속을 긁으며 약간의 미소와 함께 궁금한 척 물었다. 방금 전 긴장해서 죽을 뻔했던 현소는 동혁의 농담에 끝내 참지 못하고 “피식”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바로 놀라서 얼른 입을 다물었는데 창피한 그녀의 예쁜 얼굴의 볼이 순간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저, 이동혁, 개X식, 내가 오늘 널 죽이지 않으면 내 성을 갈겠어.” 왕범현은 너무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동혁에게 화를 먼저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분노해 땅바닥에서 일어나 펄쩍펄쩍 뛰며 먼저 나선호에게 소리쳤다. “형님,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고요.” 나선호는 아무런 표정 없이 그저 소파에 앉아 있었고, 동혁은 아무 말 없이 속으로 왕범현에게 바보 같다며 은근히 욕을 했다. ‘왕용비의 심복인 사람이 나를 그냥 두고 아무런 이유 없이 왕범현, 네놈을 때리겠냐?’ ‘그게 다 왕용비가 지시를 내렸으니까 그런 거지.’나선호는 자신이 여기로 오는 길에 왕용비와 한 통화를 생각하고는 두말없이 다시 손을 들었다. “짝!” 왕범현이 또 한 대 얻어맞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선호는 고개를 돌려 가만히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