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 도성환의 목소리가 아주 컸다. 그래서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일부 회사 임원들이 모두 들었다. 갑자기 사람들의 경멸 섞인 시선이 동혁에게 향했다. 탁! 세화는 젓가락을 탁자 위로 툭 내려놓으며 일어섰다. 화가 난 그녀의 두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도 총지배인님, 제발 남을 함부로 모함하지 마세요. 제 남편은 결코 손버릇이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마침 예지원이 와서 옛 동창인 세화가 문제를 겪는 것을 보고 와서 말을 거들었다. “총지배인님, 혹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 장소를 옮겨 개인적으로 조용히 처리하시는 게 어떨까요?” 그녀는 괜히 사람들 앞에서 소란을 피워 일이 커지면 세화가 나중에 경매에 참가하는 데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했다. 도성환은 예지원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개인적으로? 좋아요, 그럼 경호실에 가서 얘기합시다!” 도성환은 냉소적인 표정을 지었다. 경호원 몇 명이 모두 비위에 거슬린다는 듯이 동혁을 노려보고 있었다. 세화는 다시 인상을 썼다.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고, 도성환이 고의로 일을 키우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가 지금 이 사람들을 따라 경호실로 간다면 나와 동혁 씨에게 손해가 될 거야.’ “경호실은 무슨 우리는 지은 죄가 없으니 당당해, 아무것도 겁나지 않으니 여기서 처리해요!” 세화는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뻔뻔하시군요. 그럼 잠시 후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해도, 제 탓은 하지 마세요.” 도성환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어디에서 일을 처리하든 상관없었다. 어쨌든 태백산장은 모두 그의 관리 아래 있으니 얼마든지 그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었다. “총지배인님, 무엇을 도난당했나요?”세화가 차갑게 물었다. “제 물건을 회장님 남편에게 도둑맞았어요. 그 안에는 저희 강성그룹이 경매를 위해 준비한 각종 서류 자료와 회사 계좌의 카드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때 분노한 30대 남자가 다가왔다. 세화는 이 남자를 알아보았다. 강성그룹의 부사장인 성석우였다. ‘어제
화란의 말에 식당이 다시 술렁였다. 식당 안에서는 몇몇 회사 사장들도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화란의 말을 듣고 분개하며 다가왔다. “세방그룹 당신네들 너무한 거 아닙니까? 이렇게 더러운 수단까지 쓰다니, H시 재계의 치욕이군요.” “2000억의 지원금 신청 일도 미심쩍은데 또 이런 더러운 수단을 쓰다니 정말 파렴치합니다.” 다가온 몇몇 회사의 사장들은 다른 사람들을 대표해 적개심을 드러냈다. “모두가 세방그룹을 반대해 주최 측이 입찰 자격을 취소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강성그룹의 성석우가 제안했다. 그의 얼굴표정에는 자신의 음모가 성곡적이라는 냉소가 가득했다. “지지합니다. 세방그룹을 반대해요. ” “동의합니다.” 그룹을 대표해서 경매에 참가한 것도 모두 사람이다. 그들은 분위기를 보고는 지지를 표명했다. ‘2000억의 자금을 보유한 세방그룹은 무시할 수 없는 경쟁자야.’ ‘이렇게 경매에서 일찍 탈락시키게 되면 모두에게 매우 좋은 일이야.’ 세화는 씁쓸했다. ‘이 회사 사장들의 생각을 내가 왜 알아채지 못했지?’ ‘화란이와 도 총지배인이 동혁 씨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도둑질을 했다고 모함한 것이 뜻밖에도 모두 나를 노린 것이었어.’ “모두가 동의하시니 당연히 제가 태백산장 총지배인으로서 여러분의 요구를 들어드려야죠.” 도성환은 크게 냉소했다. “진 회장님, 회장님네 세방그룹의 사람들을 데리고 그만 사라져 주시죠?” 그는 또한 세화의 말을 거들어 도운 옛 동창 예지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도 같이 꺼져, 당신은 해고야!” 예지원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이렇게 그냥 순순히 보내준다고요? 좀 부족하지 않나요?”화란은 동혁을 원망하며 가리켰다. “이 사람이 물건을 훔쳤으니 그에 대한 벌로 경호원에게 한바탕 손 좀 보게 하세요? 아예 저놈 손을 부러뜨리는 것이 좋겠어요. 그래야 남은 일생 동안 더 이상 몰래 남에 것에 손대지 않겠어요?” “맞습니다.” 성석우와 어제 동혁에게 뺨을 맞은 다른 몇몇 사람
도성환의 볼살이 심하게 경련을 일으켰다. ‘이동혁이 정말 우리 산장의 주인이라고?’ ‘그럴 리가?’ ‘말도 안 돼!’ 어제 동혁은 직접 자신이 태백산장을 낙찰받았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도성환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신랄하게 비아냥거렸을 뿐만 아니라. 화란의 말만 듣고 세화에게 약을 먹였다. 게다가 오늘 아침에는 또다시 동혁에게 도둑질한 죄를 뒤집어씌워 상대방을 산장에서 쫓아내려고 했다. 너무 놀란 도성환은 자신이 저질렀던 일을 떠올리며 피를 토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말도 안 돼, 이동혁, 이 쓸모없는 인간이 어떻게 태백산장을 낙찰받을 돈이 있겠어?” 화란도 매섭게 소리쳤다. 그녀는 맞아 죽어도 눈앞의 벌어진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 “쓸모없는 인간? 당신 같은 졸부 진씨 가문 사람이 저분에게 쓸모없다고 말할 수 있어?” 이연홍은 뒤를 돌아보며 차갑게 화란을 째려보았다. 창피해진 화란은 땅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고 성석우 등도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움을 느꼈다. “동혁 씨, 당신이?” 세화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동혁을 쳐다봤다. ‘동혁 씨가 정말 태백산장을 낙찰받았다고?’ “여보, 내가 태백산장을 낙찰받아준다고 했잖아.” 동혁은 웃으며 고개를 돌려 도성환을 보았다. “서류들은 다 조사했겠죠? 무슨 문제가 있었나요?” 이연홍은 얼굴표정을 가다듬고 말했다. “문제가 많았습니다. 100억이 넘는 자금을 유용한 적이 있었고, 20억은 아직 반환되지도 않았습니다. 법정 시간제한을 초과했기 때문에 이미 심각한 직무상 횡령죄가 성립됩니다.” “그래서 이미 경찰에 신고했고 사건 처리자와 함께 왔습니다.”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몇 명의 경찰관이 이미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도성환은 갑자기 안색이 변하며 동혁 앞에 풀썩하고 무릎을 꿇었다. “이 선생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산장의 새 주인이신 줄 몰랐어요. 전 정말 몰랐습니다.” 도성환은 미친 듯이 동혁에게 빌었다. 그러나 동혁의 얼굴의 차가운 표정
“이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도 진화란과 도성환이 보낸 동영상에 속은 겁니다. 그 둘의 말에 혹해서 저희 자료를 훔쳐간 줄 알았습니다.” 바로 그때 성석우 등이 다가오며 말했다. “맞아요. 모두 오해입니다. 오해예요. 이 선생님, 죄송합니다.” 나머지 회사 사장들도 겸연쩍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전 더 이상 따질 생각이 없으니까요.” 동혁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히 말했다. “여러분께서는 이제 그대로 짐을 싸서 태백산장을 떠나시면 됩니다. 이곳은 앞으로 여러분에게 어떤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을 겁니다.” “이 선생님, 그게 무슨 뜻입니까?” 성석우 등은 동혁이 정말 말이 잘 통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동혁이 말머리를 돌려 자신들을 쫓아내려 할 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경매가 곧 시작이야.’ ‘그런데 이동혁이 우리들에게 지금 떠나라고 하다니.’ ‘이건 한마디로 우리를 경매에 참가하지 못하게 하려는 거 아니야?’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나 봅니다.” 동혁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꺼지라고!” “이동혁, 당신이 태백산장을 낙찰받았으면 다야? 단지 4000억이야. 우리 회사들 모두 몇천억의 자금쯤은 다 있다고!” “네가 뭔데 우리 보고 나가라는 거지?” 성석우 등은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라 화를 냈다. 동혁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손바닥으로 성석우를 후려쳐 바닥에 쓰러뜨려 기절시켰다. “안 나겠다면 실려나가게 해 주지.” 동혁은 손을 휘두르며 물었다. “또 누가 실려 나가고 싶죠?” “당신, 이렇게 악독하게 사람을 대하다니! 두고 봐!” 다른 몇몇 회사 사장들은 화를 내며 떠났다. “동혁 씨, 저 회사들은 모두 업계에서 힘이 꽤 있는데 이렇게 미운털 박히는 건 좋지 않은 거 아닐까?” 세화는 조금 걱정이 됐다. 동혁이 말했다. “괜찮아. 저 사람들이 당신을 경매에 참가하지 못하게 하려고 당신을 쫓아내려고 했잖아. 난 그저 그대로 저 사람들에게 돌려준 거뿐이야.” ‘감히 세화를 건드려?’ ‘그건
“강성그룹 등 여러 회사도 포기했다고 하던데, 태백산장의 주인을 건드려서 바로 쫓겨났다고 들었어요.” “이 산장 주인이 누구길래 그렇게 막무가내로 사람을 쫓아낸 거죠?” “누구인 게 뭐가 중요해요? 우린 경매에만 신경 쓰면 돼요.” 바로 그때 시끌벅적했던 회의장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회의장 안으로 몇 사람이 당당하게 걸어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 선두에는 이천기가 있었다. 그 뒤로 여비서 몇 명이 그를 따라왔다. “아, 천기 도련님께서도 오셨군요. 도련님이 오셨으니 이번에도 N도 이씨 가문에서 성과가 아주 많을 것 같네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이천기를 에워싸고 아첨을 했다. “그건 당연하죠. 우리 N도 이씨 가문의 재력이 풍부하니 H시라는 이 작은 도시에서 누가 우리와 경쟁할 수 있겠어요? 감히 누가 그렇게 하겠습니까?” ‘이천기는 입만 열면 미친 소리뿐이군.’ ‘저 깔보는 눈빛 보라지. 눈앞의 우리들은 전혀 안중에도 없다 이거야?’ ‘우리가 아첨이나 한다고 그냥 무시하는 거지.’ 각 회사의 사장들은 불만이 있었지만 오히려 화도 못 내고 감히 한마디 말도 못 했다. 그저 이천기 앞에서 계속 웃는 얼굴만 보였다. 이천기는 그런 사람들을 밀어내고 곧장 동혁에게 다가왔다. 여러 회사의 사장들은 동혁과 N도 이씨 가문의 원한을 떠올렸고 갑자기 볼거리가 생겼다고 좋아했다. “우리 사촌동생께서 태백산장을 4000억에 낙찰받았다면서?” 이천기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동혁을 쳐다보았다. 회의장 안이 갑자기 술렁거렸다. 모두의 놀란 시선이 동혁에게 향했다. 그들은 아까 전에 식당에서 시끄러운 일이 벌어졌을 때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동혁이 태백산장의 주인이 된 줄 몰랐다.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지?” 동혁은 세화 옆에 앉아 일어나지 않았고 이천기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4000억이면, 3대 가문이 항난그룹에 배상한 돈을 다 쓴 건가? 어쩐지 오늘 항난그룹이 경매에 참석 안 했다 했어.” 이천기는 비웃으며 말했다. “너 참
한마디를 던지고 이천기는 크게 웃으며 돌아갔다. 세화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녀는 오늘 경매에서 자신들이 표적이 될 것이라고 예감했다. “여보, 걱정할 거 없어. 저런 놈은 그냥 건방 떨게 놔둬. 좀 있다가 웃게도 울지도 못하게 해 줄 테니까.” 동혁은 세화를 위로했다. 세화는 그냥 건성으로 “응”하고 대답했다. “기업인 여러분 환영합니다. 그럼 오늘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곧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회의장의 분위기가 금세 바뀌었다. “지금부터 오늘의 1호 사업 물건인 주식회사 원도를 경매에 부치겠습니다. 경매 시작가는 40억이고 호가는 2000만 원 이상이어야 합니다.” 경매가 시작되자마자 세방그룹이 원하는 회사가 물건으로 나왔다. 주식회사 원도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사업은 세방그룹과 상호 보완적이다. 낙찰을 받으면 이후 세방그룹과 통합할 수 있었다. 전에 세화가 그룹 내 팀과 연구한 결과 원도를 낙찰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경매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그룹은 규모가 작은 회사보다는 비교적 큰 규모의 회사를 겨냥하고 있었다. 원도는 소규모 사업체였기 때문에 별 관심이 없을 거라 예상했다. 이번 경매에서 세방그룹의 목표는 바로 이러한 소규모 사업체를 낙찰받는 것이다. 규모가 큰 회사의 경우 세방그룹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경쟁할 수 조차 없었다. 비록 2000억의 지원자금을 받았지만 세화는 좀 더 실효성을 중시했다. 역시 예상대로 사회자의 말이 끝나고 한참 동안 아무도 경매 참여 카드를 들지 않았다. 세화는 비서인 서인영에게 눈짓을 했다. “40억 2000만 원.”서인영은 즉시 팻말을 들었다. 그리고 아무도 팻말을 들지 않았다. ‘역시 우리 그룹 사람들이 예상한 데로야. 이 회사에 관심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 ‘모두 자금을 아꼈다가 규모가 큰 회사를 경매하고 싶어 하는 거야.’ “세방그룹, 40억 2000만 원 나왔습니다. 더 있으신가요?” “40억 2000만!” 사회자는 낙찰 확정 망치를
“주식회사 원도, 리성그룹에게 낙찰되었습니다!” 드디어 사회자는 낙찰을 확정 지었다. 이어서 경매가 계속됐다. 뒤이어 세방그룹이 눈독을 들이는 회사가 몇 개 더 등장했다. 하지만 예외 없이 이천기가 매번 200원씩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경매에 참여했다. 리성그룹은 고의적으로 경매를 방해했다. 그래서 세방그룹은 아직 아무것도 낙찰받은 것이 없었다. 경매 중간 5분간의 휴식시간. 이천기가 성큼성큼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제수씨, 내가 아까 말했듯이 강자의 면모를 보았나요? 어때요? 이 쓸모없는 놈에게서 떠날 마음이 생겼나요? 똑똑히 보셨잖아요. 하하하!” “이천기 씨, 우쭐대지 마세요!” 세화는 너무 화가 나서 울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었다. N도 이씨 가문의 재력은 그녀가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다. “제수씨가 아직 결심이 서지 않았나 보군요. 그럼 결정했어요.” 이천기가 이를 악물고 위협하듯 웃으며 말했다. “오늘 내가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해서, 나의 강함을 당신의 마음속에 평생의 흔적으로 남겨드리지요.” 말을 마치고 이천기는 웃으면서 동혁을 보았다. “쓸모없는 놈!” 두 마디 말을 던지고 이천기는 돌아섰다. 또 한바탕 거침없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동혁은 그런 이천기를 전혀 상대하지 않고 손을 뻗어 세화를 붙잡았다. “여보, 낙담할 거 없어. 그런 작은 회사들은 어차피 의미 없어. 이왕 사려면 가장 좋은 물건을 사.” 이것이 바로 동혁이 아까 세화의 경매를 도와주지 않은 이유였다. ‘사려면 제일 좋은 걸로 사야지.’ “동혁 씨, 그런 말로 위로하지 마. 우리에게 그렇게 많은 돈이 어디 있어?”세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2000억이야. 큰 자금을 가지고 온 그룹에 비할 수도 없고, 자금이 많은 이씨 가문은 더 말할 것도 없어.” N도 이씨 가문은 이번에 8000억의 지원자금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은행에서 많은 대출을 받았다. H시의 회사들을 날강도가 완전히 다 가져가게 생겼
“짐 싸서 집에 가야지. 여기 남아서 저 이천기의 건방진 얼굴을 계속 보란 말이야?” 세화는 불쾌한 듯 말했다. ‘오늘 경매에 괜히 헛수고만 했어.’ ‘우리 세방그룹이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그냥 빈손으로 돌아갈 줄이야.’ “걱정 마. 저놈이 날뛰게 그냥 두지 않을 거니까. 내가 혜성그룹을 낙찰받아 선물하겠다고 했잖아.” 동혁은 세화를 다시 끌어당겼다. “당신 갈 거야? 말 거야? 안 갈 거면 난 그냥 갈 거야.” 세화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차가운 표정으로 가버렸다. 그녀는 동혁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화가 났다. 자신이 이천기와 다툴 힘이 없는 것에 분노했다. “이 선생님, 우리도 가야 하지 않을까요?” 서인영이 머뭇거리며 물었다. 그녀는 동혁의 실제 능력을 알고 있었다. 현재 세방그룹이 사무를 보기 위해 사용하는 내셔널센터 빌딩도 모두 동혁의 것이다. 서인영이 그동안 관찰해 온 바로는 세화는 아직 이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가기는 어딜 갑니까? 이천기, 저놈을 끝장 봐야지요.” 동혁은 불쾌감이 가득하여 말했다. “이제 입찰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6000억!” 이천기의 그 예쁜 여비서는 경매 시작과 동시에 가격을 바로 제시했다. “6000억 나왔습니다. 또 참여하실 분 계십니까?” 사회자가 물었다. 그때 이천기는 고개를 돌려 위협적인 눈빛으로 경매장을 둘러보았다. 비교적 경쟁력이 강한 몇 개의 큰 그룹조차도 모두 입찰 팻말을 내려놓았다. 아무도 감히 입찰 가격을 제시하지 못했다.혜성그룹 입찰은 원래 오늘의 물건 중 가장 중요한 경매였다. 그래서 경매가 시작하기 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드시 큰 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경매가 시작하고서 이렇게 한산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이번 경매는 분명 아무런 이변도 없겠군.’ 많은 사람들은 포기하며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6000억입니다. 다른 금액 있습니까?” 사회자가 계속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