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싸서 집에 가야지. 여기 남아서 저 이천기의 건방진 얼굴을 계속 보란 말이야?” 세화는 불쾌한 듯 말했다. ‘오늘 경매에 괜히 헛수고만 했어.’ ‘우리 세방그룹이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그냥 빈손으로 돌아갈 줄이야.’ “걱정 마. 저놈이 날뛰게 그냥 두지 않을 거니까. 내가 혜성그룹을 낙찰받아 선물하겠다고 했잖아.” 동혁은 세화를 다시 끌어당겼다. “당신 갈 거야? 말 거야? 안 갈 거면 난 그냥 갈 거야.” 세화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차가운 표정으로 가버렸다. 그녀는 동혁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화가 났다. 자신이 이천기와 다툴 힘이 없는 것에 분노했다. “이 선생님, 우리도 가야 하지 않을까요?” 서인영이 머뭇거리며 물었다. 그녀는 동혁의 실제 능력을 알고 있었다. 현재 세방그룹이 사무를 보기 위해 사용하는 내셔널센터 빌딩도 모두 동혁의 것이다. 서인영이 그동안 관찰해 온 바로는 세화는 아직 이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가기는 어딜 갑니까? 이천기, 저놈을 끝장 봐야지요.” 동혁은 불쾌감이 가득하여 말했다. “이제 입찰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6000억!” 이천기의 그 예쁜 여비서는 경매 시작과 동시에 가격을 바로 제시했다. “6000억 나왔습니다. 또 참여하실 분 계십니까?” 사회자가 물었다. 그때 이천기는 고개를 돌려 위협적인 눈빛으로 경매장을 둘러보았다. 비교적 경쟁력이 강한 몇 개의 큰 그룹조차도 모두 입찰 팻말을 내려놓았다. 아무도 감히 입찰 가격을 제시하지 못했다.혜성그룹 입찰은 원래 오늘의 물건 중 가장 중요한 경매였다. 그래서 경매가 시작하기 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드시 큰 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경매가 시작하고서 이렇게 한산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이번 경매는 분명 아무런 이변도 없겠군.’ 많은 사람들은 포기하며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6000억입니다. 다른 금액 있습니까?” 사회자가 계속 물
이천기의 눈썹이 갑자기 실룩실룩 거렸다. 옆에 있던 여비서에게는 바드득 이를 가는 소리까지 들렸다. “헉!” 경매장 안은 온통 탄식소리로 가득했다. ‘저 이동혁은 정말 죽고 싶어서 저렇게 이천기를 도발하는 건가?’ 그러나 이내 동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에 동정심이 가득하게 되었다. ‘지금 이천기를 도발해봤자야.’ ‘전혀 의미가 없어.’ ‘N도 이씨 가문의 풍부한 재력을 어떻게 이길 건데?’ ‘거기다 저렇게 앞뒤 없이 행동하다가 이천기에게 원한이라도 산다면.’ ‘그 끝은 안 봐도 처참할 거야.’ “6200억!” 이천기가 팻말을 들고 단번에 가격을 180억 올렸다. 분노한 그가 도발했다. “쓸모없는 놈, 자, 계속해보든지.” “올려요.” 동혁은 별다른 반을 없이 손짓을 했다. “6200억 200원이요.” 서인영이 팻말을 들었다. “8000억!” 이천기가 화를 터트리듯 재빨리 소리쳤다. 경매장 안이 순식간에 한바탕 소란스러워졌다. ‘이동혁의 저 도발로 N도 이씨 가문이 이번 경매에 바로 2000억을 더 내게 생겼어.’ “쓸모없는 놈, 추가된 2000억은 내가 항난그룹과 세방그룹에 그대로 갚아주지.” 이천기 이를 악물고 냉소했다. “계속!” 서인영이 팻말을 들고 외쳤다. “8000억 200원!” “1조.” 경매장에서 놀라는 사람들의 탄식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이천기는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2000억이 됐든, 4000억이 됐든.’ ‘어쨌든 나중에 이동혁과 저놈 아내의 두 그룹에게 그대로 비용을 받아낼 거야.’ “1조 200원.” 서인영이 팻말을 들었다. 이천기는 콧방귀를 뀌었다. “1조 2000억...” “도련님,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저희가 낼 수 있는 금액의 최대가 1조입니다.” 그때 이씨 가문의 집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천기는 이를 악물고 팻말을 내려놓았다. “세방그룹, 혜성그룹을 낙찰받으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사회자가 낙찰 망치를 내려쳤다. 경매장에서 또다시 한
“인수인계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죠. 전 지금 제 아내부터 찾아봐야 하거든요.” 모든 사람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동혁이 일어섰다. 그는 기지개를 켜고 밖으로 나갔다. 동혁이 내뱉는 말이 모두를 어처구니가 없게 했다. ‘1조를 들여 사들인 그룹을 저렇게 별거 아니라는 듯 여기다니.’ “아, 맞다.” 이미 경매장 입구까지 간 동혁이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그동안 이천기를 제대로 보지도 않던 그가 손가락을 뻗어 상대를 가리켰다. “쓸모없는 놈.” 단 두 마디 말을 던졌다. 그리고 동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훌쩍 떠났다. 소리는 작았지만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는 그렇지 않았다. 이천기는 전에 동혁에게 쓸모없는 놈이라며 한마디 한마니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지금 동혁이 말한 똑같은 그 두 마디에 그는 도저히 반박할 수 없었다. “아, 저 자식이 뭔데 감히 나를 쓸모없는 놈이라고 욕해? 대체 무슨 자격으로? 자기가 뭐가 대단하다고?” 이천기는 미친 듯이 얼굴이 일그러졌다. 경매장 전체가 그의 분노로 가득 찼다. ‘별것도 아닌 이동혁에게 내가 쓸모없는 놈이라고 욕을 먹다니.’ 이전에 단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상황에 그는 착착함으로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확실한 능력으로 1조를 썼어.” “그런 능력이 있으니 이 선생이 돈으로 상대를 눌러 버린 거야. 능력 없는 사람은 그저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질 것 같지 않던 상대가 패배자가 되다니.” 군중 속에서 몇몇 그룹의 임원들이 애매한 어조로 말했다. 아까 전에 이천기는 N도 이씨 가문을 언급하며 혜성그룹을 포기하라고 그들에게 강요했고, 그들은 울화가 치밀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천기의 무능과 그가 격노하는 것을 보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누구야? 지금 누구냐고? 할 말 있으면 나에게 직접 해!” 화난 이천기가 눈을 붉히며 소리쳤다.물론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군중 속에서 한바탕 야유가 들려오더니 사람들이 연이어 현장을 떠났다. 오직 이천기만이
“걱정 마. 괜찮을 거야. 차에 가만히 있어.” 동혁은 세화의 손을 두드리며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그는 차 옆에 기대어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앞뒤로 다가오던 네 남자들은 모두 약간 의외라고 여겼다. ‘이 상황에서 이동혁이 창문을 닫고 차에서 버티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고?’ ‘감히 스스로 차에서 내리다니.’ 네 사람이 천천히 동혁에게 걸어왔다. 야구 방망이는 땅에 끌려서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냈다. “누가 보냈지?” 동혁이 차가운 음조로 물었다. 그의 머릿속에 이천기의 그 분노한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외에도 이번 태백산장 방문에서 동혁과 마찰이 있었던 사람이 적지 않았다. “흥, 누구한테 원한을 샀는지도 잘 모르겠나 보지?” 네 남자 중 하나인 천수권이 냉소했다. “누군가 우리에게 네 두 다리를 부러뜨려 너를 완전히 못쓰게 만들어 달라고 하더군. 네놈이 올래 아님 우리가 그리로 갈까?” 말을 마치자 야구 방망이를 동혁에게 던졌다. 그는 비실비실 웃으며 동혁을 쳐다봤다. ‘이놈들의 얼굴 골격이 험한 것이 뭔가 수련을 하긴 했나 보군.’ ‘그러니 이렇게 겁이 없겠지.’ “내가 먼저 가지.” 동혁은 손을 뻗어 야구 방망이를 받았다. 휙! 야구 방망이가 손에 들어오는 순간 동혁은 직접 그 야구 방망이를 잡은 손을 뒤로 젖혀 앞에 있는 그 남자를 향해 던졌다. “아직도 상황판단이 안 되는가 보군.” 천수권은 동혁이 이렇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 같이 아무런 놀라는 반응이 없었다. 콧방귀를 뀌며 손을 들었다. 그리고 손을 매의 발톱처럼 구부렸다. 손의 다섯 개의 손가락 뼈는 마치 뒤틀린 마른 가지와 같았다.손가락에는 온통 굳은살이 박여있었다. “나는 십여 년 동안 이 손을 강하게 수련했지. 내 손은 단단해 조약돌도 부술 수 있다고. 내가 네놈의 온몸의 뼈를 뿌리째 뽑아주마.” 천수권이 매섭게 웃었다. 그리고 흉악무도한 손으로 바로 동혁이 던진 야구 방망이를 잡았다. ‘이 딱딱한 야구 방망
“또각!” 그 남자의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다. 이미 화가 난 동혁은 그의 정강이를 발로 걷어찼다. “으아아!” 그 남자는 부러진 다리를 잡고서 비명을 질렀다. ‘나를 죽이고, 세화를 잡아오라고?’ 이천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동혁도 다 알고 있었다. “이천기, 이 짐승 같은 놈!” 차 안의 세화도 식은땀을 쓸어내리며 분노했다. “동혁 씨, 우리 경찰에 신고하자!” “그러면 오늘은 잡아넣을 수 있을지 몰라도 내일이면 다시 풀려날 거야.” 동혁은 세화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천기에게 전화해서 일이 잘 해결됐으니 오라고 해.” 다리가 부러진 남자는 온몸에 땀이 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 고통을 참고 이천기에게 전화했다. “도련님, 말씀하신 일은 잘 처리했습니다.” [진세화는 잡았어? 하하, 좋아. 일을 잘 처리했다니, 내가 바로 내려갈게.] 이천기는 미친 듯이 기쁘게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얼마 후. 호화로운 차량 행렬이 산을 빙빙 돌며 내려왔다. 이천기가 차에서 내려 허겁지겁 걸어왔다. 그는 네 명의 부하를 발견했는데 뜻밖에도 단 한 명만 멀쩡하게 정신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모두 하나같이 큰 상처를 입었다. 이천기는 깜짝 놀랐다. “예전부터 이동혁, 그 잡종 힘이 세다고 들었는데, 이렇게까지 사나울 줄은 몰랐네. 진작에 알았다면 사람을 더 보낼 걸 그랬어.” “그런데 이 잡종 놈이 마침내 죽었다니 내 마음이 아주 통쾌해. 이게 바로 나 이천기에게 대항한 놈들의 최후지! ”이천기는 큰소리로 미친 듯이 웃었다. “진세화는?” 바닥에 앉은 다리가 부러진 남자가 차를 가리켰다. “제수씨, 제 사촌동생이 교통사고로 죽었으니 슬퍼하지 말고 앞으로 저와 함께하면 됩니다. 제가 그놈 대신 잘 돌봐드릴게요. 하하.” 이천기는 지체 없이 차 앞으로 다가갔다. ‘진세화가 지금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안 나오나 보지?’ 이천기는 몸을 굽혀 차 안을 살폈다. “이동혁? 너, 네놈이 어떻게?” 그 순간 이천기는 놀
동혁의 목소리는 매우 차가웠다. 이천기는 그 말을 듣고 놀라서 얼이 빠졌다. 그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고 두 눈에서는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예전에 그 오만방자했던 N도 이씨 가문의 도련님이 지금 큰 굴욕을 당했다. “이동혁, 이씨 가문이 네 놈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넌 명문가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전혀 모르지? 아무도 널 구할 수 없어!” 이천기가 가슴을 찢는 듯 울부짖었다. “내가 왜 너를 절벽에서 떨어뜨려 죽게 하지 않았는지 알아?” 동혁의 말에 놀란 이천기가 울음을 그쳤다. 그는 동혁이 지금 담담하게 말하고 있지만 단지 자신을 위협하려는 것이 아님을 알아챘다. ‘만약 내가 여기서 더 소란을 피운다면.’ ‘이놈은 정말 나를 죽일 수도 있어.’ “너의 참상을 이씨 가문에 직접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야. 이연, 그 늙은 놈을 비롯한 이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에게 네 이 모습을 보여줄 거야.” “넌, 한 달 전 날 건드렸을 때, H시에 와서 내 아내 가족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고 한 말을 듣지 않은 경고가 될 거야.” 말을 마친 동혁은 몸을 돌려 차에 올랐다. 그렇게. 마세라티 기블리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훌쩍 떠났다. “동혁 씨, 방금 너무 잔인한 거 아니야?” 산을 내려오며 세화가 말했다. “잔인하다고? 이게 어디가?” 동혁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몇 년 전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져 아직도 휠체어만 타고 다니시는데 그렇게 란 이씨 가문은 잔인하지 않고?” 동혁은 일찍이 진창하의 다리를 치료해 그를 다시 일어서 걷게 하려고 했다.하지만 살펴보고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몇 년이 지나서 최적의 치료 시기를 놓친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이 이천기를 그렇게 만들었으니 이씨 가문이 보복할까 봐 무서워.” 세화는 사실 이것을 걱정했다.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그들 가족이 겪은 재난과 고통은 모두 N도 이씨 가문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세화는 강한 트라우마를 갖게 되었다. 그녀는 불안함
[회장님, 이미 이연홍 씨가 처리하러 출발했습니다.] 이전에 태백산장에서 동혁은 이미 이연홍이 B시 최씨 가문에서 스카우트한 전문 경영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최씨 가문의 투자 업무를 전담했다. 매우 능력 있는 여자였다. “응, 알겠어.” 동혁은 전화를 끊었다. 점심때. 이전에 3대 가문의 뇌물을 받아 H시 군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던 세화의 이모부 장영도가 돌아왔다. 가족들이 다들 기뻐했다. “여보, 사건은 잘 끝난 거야? 앞으로 승진에 영향은 없을까?” 류혜연이 물었다. “영향은 무슨 영향. 아마 사건보고서도 안 올라갈 거야.” 가족들 앞에서 장영도는 딱히 숨길 말이 없었다. 그는 기분 좋게 술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별일 아니야. 상관이 나를 대신해 말을 잘해줘서 이틀 동안 구금하고 반성문만 쓰고 그냥 넘어갔어.” “역시 천기의 아버지가 말을 잘해줬나 봐. 덕분에 다행이야.” 류혜연은 완전히 안심했다. “그러게 어떤 사람은 내가 당하는 걸 보고 싶어 했겠지만 아쉽게도 내 뒤가 든든하고 연줄도 있으니까.” 장연도는 동혁을 노려보았다. “내 상관은 N도 군부 부지휘관이라고, 그분 도움이 있으니 아무리 신고해도 소용없어.” 그는 이미 동혁이 자신을 신고한 것을 알고 있었다. 동혁은 듣고 그냥 웃기만 했다.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여보, 근데 오늘 근무하는 날 아니야? 갑자기 왜 집으로 온 거야?” 류혜연이 물었다. 장영도는 말을 듣고 마시던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일단 밥 먹고 나서 다들 저와 함께 어디 갈 곳이 있어요.” “물론 이동혁은 갈 필요 없으니 넌 할 일 하고.” 동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사람이 일부러 나를 빼는 걸 보니 또 무슨 일을 꾸미는 거 아니야?’ “이모부따라 다들 가보세요. 저는 못 갈 거 같아요. 오후에 회사에 가봐야 해서요.” 세화는 장영도가 일부러 동혁을 두고 한 말을 듣고는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그건 안돼.” 장영도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나를 따라 들어가면 다 알아.” 장영도는 웃으며 말했다. 가족들은 그저 그를 따라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회사양도법무사무실이 온통 시끌벅적했다. 3대 가문이 무너지면서 그로 인한 재산권이전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많은 회사들에서 자신들을 대신해 책임자들을 이곳으로 파견했다. “여보, 당신이 말한 좋은 일이 대체 무슨 일이야?” 류혜연이 물었다. 다 가족들도 궁금했다. “저기 봐. 오고 있네.” 장영도는 의기양양하게 앞을 가리켰다. 가족들은 의아해하며 앞을 보았다. 10여 명의 정장과 구두가 보였는데, 딱 봐도 회사 임원들이 두 줄로 늘어서서 그들을 향해 오고 있었다. 다수의 사람들이 일제히 이동했다. 그래서 즉시 회사양도법무사무실의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아, 저 사람은 원도의 장고천 사장이잖아요.” “원도라면 예전에 3대 가문에서 관리하던 사업이잖아요. 제가 듣기로 자산이 수십억은 돼요.” “오늘 이미 N도 이씨 가문이 40억 원에 낙찰받았잖아요.”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그들은 원도의 임원들을 무리를 지어 한 곳으로 가는 이유가 뭔지 몰랐다. 그렇게 사람들이 어수선한 사이에 원도의 임원들은 이미 세화의 가족 앞으로 왔다. “회장님, 안녕하세요.” 장고천 사장이 대표로 인사를 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놀란 눈빛과 함께 십여 명의 원도의 임원들도 일제히 세화에게 허리를 굽혔다. “진세화! 진씨 가문에서 바보 같은 놈이랑 결혼한 그 진세화야.” “원도가 N도 이씨 가문에 낙찰됐는데, 진세화를 왜 회장이라고 부르는 거지?” 잠시동안 사무실 안이 떠들썩했다. “장 사장님? 여러분들이 왜?” 세화도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진 회장님, 오늘부터 저희 원도가 세방그룹에 합병되게 되었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세화는 어리둥절했다. 장고천이 말했다. “누군가 40억을 주고 저희 원도를 사들여진 회장님께 선물했습니다.” “뭐라고? 40억짜리 회사를 선물했다고?” “설마 N도 이씨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
“시연아!”조카딸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자,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던 우대평이 놀라 울부짖었다.그리고 탁자를 치고 일어나서 찢어질 듯한 시선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어디서 온 나쁜 놈이 감히 우리 H시 상공회의소에서 건방지게 굴어!”“여보, 아파?”동혁은 우대평을 보지도 않은 채 세화의 손을 잡고 애틋한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볼을 만지면서 바닥에 뻗은 우시연을 본 세화는, 맞은 얼굴이 덜 아픈 것처럼 느껴졌다.동혁이 자신을 무시하자, 화가 난 우대평은 이를 악물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여보? 이 나쁜 새끼, 바로 진세화의 폐물 데릴사위 남편 이동혁이야?”“늙은이, 너는 또 뭐야?”동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우대평을 바라보았다.우대평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우시연을 부축하던 나건성이 바로 고함을 쳤다.“건방지게! 이 분은 우리 H시상공회의소의 우 회장님이셔! 감히 회장님에게 불경을 저지르다니!”“우 회장이라, 당신이 우대평이야?”우시연을 힐끗 본 동혁이 큰 소리로 물었다.“저 천한 년도 성이 우씨던데, 당신 사생아야?”“이동혁, 너 건방지게!”분노한 나건성이 고함을 쳤다.“시연 양은 우리 회장님의 조카딸이야! 정직하고 덕망이 높으신 우리 회장님을 네가 이렇게 중상모략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어!”“빨리 회장님께 잘못을 빌지 못해!”“아, 내가 착각한 모양이네.”동혁은 고개를 끄덕이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던 우대평의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다. 자신의 신분을 알았으니 동혁이 복종할 걸로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저 천한 년이 무지막지하게 날뛰면서 설치길래, 나는 집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로 생각했지. 바깥에 대놓고 내놓을 수 없는 사생라서 그런 줄 알았지.”“누가 가르친 모양이네... 그런데 어떻게 저따위로 가르쳤지?”동혁의 조롱하는 눈빛이 우대평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위로 떨어졌다.“피식!”세화는 바로 웃음이 나왔지만 얼른 입을 막았다.우시연에게 맞은 뺨이
“죄송합니다, 회장님. 저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옳고 그름을 견지할 뿐입니다.”“이 세상을 비록 흑백 논리로 구분할 수 없다고 해도, 때로는 무조건 옳거나 틀린 경우도 있으니까요!”세화는 변함없이 우대평을 존중했지만 그 말투는 단호했다.우대평은 마치 발작할 듯한 기세로 코웃음을 쳤다.바로 그때, 안경을 쓴 여자가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뛰어들었다.“큰아버지, 제 화를 좀 풀어주세요!”“큰아버지, 그 이동혁이라는 폐물 데릴사위가 얼마나 날뛰는지 아세요?” “제가 그자를 자원봉사자에서 제명했을 때, 그 인간이 뜻밖에도 저를 위협했어요. 오늘이 제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로 있는 마지막 날이 될 거라고요!”“그 인간은 큰아버지를 정말 우습게 여기는 거예요. 정말 화가 나 미치겠어요!”여자는 세화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우대평의 앞에 와서 눈노를 쏟아냈다.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앞서 동혁을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했던 우시연이다.스타공익재단은 H시상공회의소가 출자해서 설립한 재단으로, 당연히 큰아버지 우대평 덕분에 우시연이 책임자가 될 수 있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우대평의 눈에서 노기를 드러냈다.“이동혁이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제가 큰아버지를 왜 속이겠어요! 그렇게 많은 자원봉사자 앞에서 저를 아주 우습게 여겼어요.” “큰아버지가 저를 도와주시지 않으면, 이 분노를 해소할 수 없을 거예요!”우대평의 옷자락을 붙잡고 하소연하던 우시연은, 문득 고개를 돌려 세화를 보고는 잠시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어, 저 사람은 누구에요, 큰아버지?”세화를 처음 봤지만 우시연의 마음속에서는 질투가 일었다.‘이 여자 너무 예쁜데.’ 세화의 온몸에 넘치는 자신감과, 속세를 벗어난 듯한 고귀한 기질에 우시연은 열등감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시연아, 저 여자는 바로 그 폐물 이동혁의 아내이자 혜성그룹의 회장인 진세화 씨야.”나건성이 마치 환심이라도 사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우시연이 줄곧 큰아버지 우대평의 총애를 받고 있기에
나건성은 세화에게 전혀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압적인 태도가 계속 이어지자, 곧 세화는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우대평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면서 세화가 말했다.“회장님, 상공회의소에 끼친 손실에 대해서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우대평은 가만히 앉은 채 가타부타 태도를 표명하지 않았다.나건성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회장님, 이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사과를 해도 소용없습니다.” “지금 리성투자회사에서는 당신의 남편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당신의 남편은 무법천지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스타공익재단을 통해서 원화투자회사로 연락하여 사과하라고 했습니다만 당신의 남편은 거절하고 항난그룹을 찾았습니다.”“더군다나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허, 정말 우리 H시상공회의소를 안중에도 두지 않다니.”“당신의 남편은 회원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 해도, 진 회장 당신은 다릅니다.” “당신은 우리 H시 상공회의소의 정식 회원입니다. 솔선수범해서 회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이 말에 세화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H시상공회의소 회원이 확실하기에.앞서 H시상공회의소에서 찾아와서 입회 서류를 작성하게 했다.원래 세화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비즈니스계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늘 온갖 협회와 단체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입회 서류 한 장 때문에 H시상공회의소에서 자신에게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지게 된 것이다.“H시상공회의소에서 제게 뭘 요구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세화는 염치불구하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나건성이 간단하게 대답했다.“아주 간단합니다. 남편분이 천용훈 씨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도록 진 회장님이 나서서 얘기하시면 됩니다!”세화가 우대평을 힐끗 쳐다봤지만, 우대평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무표정한 얼굴이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진 회장님, 이런 작은 일에 뭘 망설입니까? 되든 안 되든 말을 해야지요!”
‘사해상공회의소의 욕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S시 재계의 거두가 되려고 할 뿐만 아니라, 지금은 또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 다른 도시들의 상공회의소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그러나 이것은 동혁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그래, 알았어.”전화를 끊은 동혁은 바로 선우설리가 보낸 주소로 달려갔다.H시상공회의소의 사무실은 다이너스티호텔에 있다.6층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업무뿐만 아니라 접대와 회의에도 편리했다.세화는 동혁보다 조금 먼저 도착했다.직원의 안내로 회장실로 오자, 검은색 가죽 소파에는 우대평 회장이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후배 진세화가 우 회장님을 뵙습니다.”앞으로 나온 세화가 공손하게 후배로서의 예를 취했다. 이 덕망이 높은 선배에 대해서 세화는 줄곧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60이 다 된 우대평의 귀밑머리는 벌써 반백인 상태였다.우대평이 허허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진 회장,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나는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입니다.” “두 회사를 지휘하는 진 회장에 비하면, 그저 좀 일찍 태어난 정도의 경력밖에 없어요.”“그리고 그 당시 내가 창업을 시작했을 때, 진씨 가문에서는 할머님이 이미 진성그룹을 세우셨지요.”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 분의 인도를 받은 사람들이 많아요. 지금은 각지에 흩어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공을 세워 이름을 날렸고, 거부가 되기도 했어요.”“그런데 지금의 진성그룹은, 아이고,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요...”그렇게 말하면서도, 우대평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파에 앉은 채 일어나지 않았다.세화는 진성그룹의 지금 모습을 떠올리면서 마음속으로도 한숨을 내쉬었다.‘그 당시 진성그룹이 할머니 수중에 있었을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지금은 전혀 존재감이 없어.’세화 일가를 제외하고는 진씨 가문 사람들 모두 성을 바꿔서, 조상마저 잊었다는 오명을 쓴 채 웃음거리로 전락했다.그러나 세화는 최근 제씨 집안에서, 할머니 제원화로 빚어진 각종 문제들을 청산하고 있는 것
우시연은 믿는 구석이 있기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스타공익재단에서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어서, 우시연이 자원봉사자로 뽑지 않겠다고 하면 자원봉사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좋은 일을 하는데 너희 동의가 필요하다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자원봉사자들은 모두 분개했고, 몇몇 여성 자원봉사자들은 곧 울음이 터질 듯했다.그들 모두 대학생으로 현실은 어둡고 오싹하기만 했다.“나를 제명하겠다는 거지? 내가 가면 되겠네.”바로 그때 불쑥 말을 내뱉은 동혁이 레드 재킷을 벗으면서 그 여학생들을 위로했다.“모두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안 돼요. 우리가 자원봉사를 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잖아요.”“걱정 말아요, 나중에 내가 모두를 위해서 공정한 도리를 되찾아 줄 테니까요. “모두가 열심히 땀을 흘렸는데 또 눈물까지 흘리게 할 수는 없지요!”수위 변동이 긴급했기에, 동혁은 이 일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떠나게 되거나 구조가 지체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잠시 화를 참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레드 재킷을 우시연의 옆에 있는 직원에게 던진 동혁이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우시연,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맞지? 기억해 두겠어.”“내가 한마디 충고하지. 내가 간 후에 너는 절대 이 자원봉사자들을 난처하게 해선 안 돼. 자신의 앞날이 걸린 문제니까 잘 생각해.”“오늘이 네가 스타공익재단 책임자를 맡은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야!”말을 마친 동혁은 돌아서서 바로 가버렸다.“흥, 항난그룹 회장 아주 대단해?”“우리 큰아버지 우대평에 비하면 너는 X도 아니야! 발톱의 때도 안 되는 주제에!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동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우시연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조롱했다.동혁은 상대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밤을 새운 데다가 또 반나절 동안 구조에 참여했기에, 피곤해서 좀 쉴 생각이었다.그러나 집에 돌아오자마자 장모가 동혁을 붙잡고 면전에서 퍼부어댔다.“이동혁, 이 나쁜 놈! 괜찮다고 해놓고서 왜 또 그 천용훈
장가연의 말을 듣자, 동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장가연과 H시상공회의소는 리성투자회사의 흉악한 속셈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어.’‘소위 법적 절차를 밟는다는 건 말짱 헛소리야.’‘증거가 확실하기 때문에, 리성투자회사에서 소송을 한다 해도 절대 이길 수 없어.’‘만약 내가 압력에 못 이겨서 정말로 사과를 한다면, 평생 그 누명을 안고 가야 해.’‘더군다나 상대방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한 건, 나를 마음껏 모욕하겠다는 수작에 지나지 않아.’동혁은 확신했다.‘일단 내가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사건이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시작되는 거야!’“투자회사의 뜻? 장가연 씨, 당신이 투자회사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사장인 내가 잠시 떠나 있을 뿐입니다.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요!”장가연이 자신의 사과를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상 동혁도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때로는 양보할수록 더 욕심을 내는 법이지.’[이동혁, 당신!]동혁의 태도가 이렇게 강경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장가연은 화를 참지 못하고 식식거렸다.“어차피 나는 절대 사과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요. 나는 또 구조 작업에 가야 합니다.”동혁도 장가연이 화가 나든 말든 전화를 끊어버렸다.“당신이 이동혁 씨입니까?”몇 분 후 동혁 등 구조대원들은 계속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갑자기 레드 재킷을 입은 사람들이 바로 동혁을 찾으며 다가왔다. 기세등등한 태도에 눈빛도 곱지 않았다.“내가 바로 이동혁입니다. 왜요?”동혁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선두에 선 젊은 여자가 안경을 고쳐 세우고는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나는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우시연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우리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되었음을 알립니다!”이 말을 듣고 멍해진 주변의 구조대원들이 곧 우시연을 에워쌌다.“왜 이동혁 씨를 제명하는 겁니까?” “이동혁 씨는 우리 자원봉사자들 중에서도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데요!” “더럽고 피곤한 것도 전혀 마다하지 않았어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