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이미 이연홍 씨가 처리하러 출발했습니다.] 이전에 태백산장에서 동혁은 이미 이연홍이 B시 최씨 가문에서 스카우트한 전문 경영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최씨 가문의 투자 업무를 전담했다. 매우 능력 있는 여자였다. “응, 알겠어.” 동혁은 전화를 끊었다. 점심때. 이전에 3대 가문의 뇌물을 받아 H시 군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던 세화의 이모부 장영도가 돌아왔다. 가족들이 다들 기뻐했다. “여보, 사건은 잘 끝난 거야? 앞으로 승진에 영향은 없을까?” 류혜연이 물었다. “영향은 무슨 영향. 아마 사건보고서도 안 올라갈 거야.” 가족들 앞에서 장영도는 딱히 숨길 말이 없었다. 그는 기분 좋게 술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별일 아니야. 상관이 나를 대신해 말을 잘해줘서 이틀 동안 구금하고 반성문만 쓰고 그냥 넘어갔어.” “역시 천기의 아버지가 말을 잘해줬나 봐. 덕분에 다행이야.” 류혜연은 완전히 안심했다. “그러게 어떤 사람은 내가 당하는 걸 보고 싶어 했겠지만 아쉽게도 내 뒤가 든든하고 연줄도 있으니까.” 장연도는 동혁을 노려보았다. “내 상관은 N도 군부 부지휘관이라고, 그분 도움이 있으니 아무리 신고해도 소용없어.” 그는 이미 동혁이 자신을 신고한 것을 알고 있었다. 동혁은 듣고 그냥 웃기만 했다.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여보, 근데 오늘 근무하는 날 아니야? 갑자기 왜 집으로 온 거야?” 류혜연이 물었다. 장영도는 말을 듣고 마시던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일단 밥 먹고 나서 다들 저와 함께 어디 갈 곳이 있어요.” “물론 이동혁은 갈 필요 없으니 넌 할 일 하고.” 동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사람이 일부러 나를 빼는 걸 보니 또 무슨 일을 꾸미는 거 아니야?’ “이모부따라 다들 가보세요. 저는 못 갈 거 같아요. 오후에 회사에 가봐야 해서요.” 세화는 장영도가 일부러 동혁을 두고 한 말을 듣고는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그건 안돼.” 장영도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나를 따라 들어가면 다 알아.” 장영도는 웃으며 말했다. 가족들은 그저 그를 따라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회사양도법무사무실이 온통 시끌벅적했다. 3대 가문이 무너지면서 그로 인한 재산권이전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많은 회사들에서 자신들을 대신해 책임자들을 이곳으로 파견했다. “여보, 당신이 말한 좋은 일이 대체 무슨 일이야?” 류혜연이 물었다. 다 가족들도 궁금했다. “저기 봐. 오고 있네.” 장영도는 의기양양하게 앞을 가리켰다. 가족들은 의아해하며 앞을 보았다. 10여 명의 정장과 구두가 보였는데, 딱 봐도 회사 임원들이 두 줄로 늘어서서 그들을 향해 오고 있었다. 다수의 사람들이 일제히 이동했다. 그래서 즉시 회사양도법무사무실의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아, 저 사람은 원도의 장고천 사장이잖아요.” “원도라면 예전에 3대 가문에서 관리하던 사업이잖아요. 제가 듣기로 자산이 수십억은 돼요.” “오늘 이미 N도 이씨 가문이 40억 원에 낙찰받았잖아요.”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그들은 원도의 임원들을 무리를 지어 한 곳으로 가는 이유가 뭔지 몰랐다. 그렇게 사람들이 어수선한 사이에 원도의 임원들은 이미 세화의 가족 앞으로 왔다. “회장님, 안녕하세요.” 장고천 사장이 대표로 인사를 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놀란 눈빛과 함께 십여 명의 원도의 임원들도 일제히 세화에게 허리를 굽혔다. “진세화! 진씨 가문에서 바보 같은 놈이랑 결혼한 그 진세화야.” “원도가 N도 이씨 가문에 낙찰됐는데, 진세화를 왜 회장이라고 부르는 거지?” 잠시동안 사무실 안이 떠들썩했다. “장 사장님? 여러분들이 왜?” 세화도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진 회장님, 오늘부터 저희 원도가 세방그룹에 합병되게 되었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세화는 어리둥절했다. 장고천이 말했다. “누군가 40억을 주고 저희 원도를 사들여진 회장님께 선물했습니다.” “뭐라고? 40억짜리 회사를 선물했다고?” “설마 N도 이씨
“와, 40억짜리 회사를 선물하면서 고백이라니 너무 로맨틱한 거 아니에요?” “맞아요, 천송이 장미보다 훨씬 낭만적이에요. 완전 사랑이야.” “저 백천기라는 사람은 꿈속에서 나 볼만한 백마 탄 왕자님 같네요.” 장영도의 말에 회사양도법무사무실은 다시 발칵 뒤집혔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며 세화를 쳐다봤다. ‘회사를 매입해 고백한다고?’ ‘여러 로맨틱한 고백을 들어봤어요 이보다 로맨틱한 건 본 적이 없어.’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백천기가 천천히 세화 앞으로 걸어갔다. “세화야, 오늘 경매에서 N도 이씨 가문에 당했다고 해서 내가 직접 이씨 가문을 찾아가 원도를 사 온 거야.” “다행히 이씨 가문이 내 체면을 고려해서 이 일을 승낙했어.” “이렇게 원도를 네게 선물하고, 지난번 가정법원에서의 일을 사과하려고 해.” 지난번 가정법원에서 그는 세화에게 동혁과 이혼하라고 강요했었다. 하지만 결국 화가 치민 세화에게 욕을 먹었다. 집으로 돌아간 백천기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신이 여전히 너무 성급했다고 생각했다. 백천기는 세화와 다시 화해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싶었다. 그리고 며칠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그 기회를 얻었다. 백천기가 말했다. “세화야, 이제 접수처에 가서 서명만 하면 돼. 그러면 원도는 네 것이야.” “천기야, 생각해 줘서 고마워.” 세화는 제안을 거절했다. “그냥 말로 사과해도 돼. 이렇게 귀한 회사까지 줄 필요는 없어.” 백천기는 세화의 이런 거절을 이미 예상했던지 웃었다. 그가 말했다. “원도의 사업은 네 세방그룹의 사업과 상호 보완적인 부분이 있어서 원도와 합병하는 건 결국 네 그룹의 성장에 도움이 될 거야.” “하지만 네가 정말 원하지 않는다면 내가 원도의 소유권을 가지고 네 세방그룹에 출자하는 형식으로 가는 것도 괜찮아.” “물론 앞으로 사업상의 결정은 네가 하는 거야. 나는 일절 관여하지 않을 거야.” ‘내가 세화의 세방그룹의 주주가 되는 거야.’ ‘그렇게 되면 앞으로 우리 두 사람 사
동혁의 지시가 떨어졌다. 회사양도법무사무실 전체가 갑자기 쥐 죽은 듯 조용해져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모두가 의아하게 동혁을 쳐다보았다. 잠시 후 사무실 안이 발칵 뒤집혔다. “뭐라고? 내가 지금 말을 잘못 들은 거 아니지? 혜성그룹, 그 1조짜리 말이야? 오 마이 갓!” “진씨 가문의 바보 사위가 돈이 그렇게 많아요?” “혜성그룹은 N도 이씨 가문이 낙찰받았잖아요.” 사람들 사이에서 떠들썩해지며 대부분은 동혁의 말을 믿지 않았다. “동혁아, 또 허풍이냐?” 가지각색의 시선들을 느끼며 류혜진은 동혁을 쿡 찔렀다. “하하, 보라고, 장모도 저 사람 말을 믿지 않잖아.” 사무실 안이 온통 웃음바다로 변했다. “정말 네가 혜성그룹을 살 수 있다면 내가 발밑에 있는 이 벽돌을 다 먹어치우겠어.” 장영도도 기가 막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류혜연 역시 조카사위에게 완전히 기가 막혀할 말을 잊었다. 세화는 동혁이 또 사람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보고 그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빨리 가, 여기서 괜히 창피하게 이러지 말고.” 그녀는 동혁을 잡아당기며 밖으로 끌고 나가려고 했다. “여보, 가긴 어딜 가? 혜성그룹 사람들이 곧 올 거야. 여보가 사인만 하면 다 당신 거라고.” 동혁이 말했다. “이것이 내가 당신에게 주겠다고 한 그 큰 선물이야.” “하하하...” 사무실 안은 다시 한번 폭소로 가득해졌다. “동혁 씨, 내가 세화에게 선물한 것을 보고, 자신의 무능함이 너무 원망스러워서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인가 봐요.” 백천기는 허리까지 굽히며 웃었다. “어? 이 사람들은 또 누구지? 왜 이렇게 난리법석이야?” 바로 그때 외마디 큰소리가 들렸다. 사무실 안의 모든 사람들이 순간 멍해졌다. 모두 입구로 들어오는 큰 무리의 사람들을 보았다. 정장 차림에 가죽 구두를 신은 백여 명의 남녀가 진지한 표정으로 줄지어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 “저 사람은 혜성그룹 왕배강 사장이야!” “수명보 부사장도 있어!” “왕난희 인사부장
“대체 누구지?” 지금 사무실 안의 모든 사람들은 같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 ‘누가 무려 1조를 써서 혜성그룹을 낙찰받아 진 회장에게 고백의 선물로 준다는 거야?’ ‘설마 어느 명문가의 도련님?’ ‘하지만 이건 그렇다기에 너무 미친 거 아니야?’ ‘정말 패가망신하는 길이잖아!’ 모든 사람들이 왕배강의 입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시선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갔다. 만인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왕배강은 살짝 몸을 돌려 세화 옆에 있던 남자를 향해 허리를 굽혔다. “여기 이 선생님이십니다.” 하나하나 모든 시선들이 일제히 동혁을 향했다. ‘뭐라고?’ 왕배강의 한마디가 사무실 전체를 요동치게 했다. “저 사람이라고?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 “뭐라고? 지금 내가 잘못들은 건가?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말도 안 돼! 정말 말이 안 된다고요. 아까 전 누구인지 추측할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한 번쯤 생각했지만 저 사람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어요.” 사무실 안 모든 사람의 반응이 놀라 뜨거워졌다. 사람들은 완전 난리가 났다. 이동혁. H시에서 가장 유명한 남자. H시 시장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있을 수 있다. 아마 3대 가문의 가주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H시에서 동혁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진씨 가문의 바보 사위. 진씨 가문 사람들조차 무시하는 쓸모없는 인간. 웃음거리로 전락한 데릴사위인 동혁 앞에서 누구든 우월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지금.뜻밖에도 누군가 자신들이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한 동혁이 무려 1조를 써서 혜성그룹을 낙찰받아 자기 아내에게 선물로 주었다고 말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해?’ ‘말이 돼?’ “동혁 씨, 당신이라고?” 놀란 세화는 고개를 돌려 멍하니 동혁을 바라보았다. ‘이게 꿈 아니야? 진짜라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아.’ ‘동혁 씨가 어디서 이 큰돈을 마련했다는 거야?’ ‘하지만 혜성그룹의 왕배강 사장이 직접 선물한 사람이 동혁
백천기는 동혁을 계속 노려보았다.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가 결국 힘을 풀었다. “좋아요. 제가 원도를 팔죠!” 이 말을 남기고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나가버렸다. 세화는 원도의 소유권 이전 서류에 서명했다. 이로써 혜성그룹과 원도 주식회사는 모두 그녀의 소유가 되었다. 회사양도법무사무실에서 벌어진 일이 H시 전체에 바람처럼 퍼졌다. 세화에 일은 곧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진씨 가문의 그 바보 같은 사위가 그렇게 능력이 있었다니!” 많은 사람들이 동혁을 언급하며 감탄했다. 혜성그룹의 본사 건물은 회사양도법무사무실 바로 옆에 있었다. 회사양도법무사무실을 나와 세화와 동혁은 곧장 가서 간단히 고위급 임원회의를 열었다. 정식으로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 세화는 먼저 그룹의 상황에 익숙해지고 다시 얘기하기로 했다. 사실 세화는 회의 내내 줄곧 어리둥절했다. 다음으로 원도에 방문했다가 나오니 날이 이미 어두워졌다. 세화 등 두 가족은 밖에서 식사를 한 후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어머니, 저랑 세화는 오늘 밤 집에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갑자기 동혁이 류혜진에게 말했다. 세화는 동혁의 말뜻이 무엇인지 짐작하고는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부끄럽기도 했고 한편으로 화가 났다. 세화는 동혁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안 돌아가면 안 돌아가는 거지 그걸 뭐 하러 말해?’ “응? 어디 가려고?” 류혜진은 잠시 멈칫하는 반응을 보였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집에 안 돌아가면 안 가는 거지.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물어?” 그리고는 바로 차에 올라탔다. “저 놈이 감히 일부러 나를 떠보다니. 세화에게 1조를 썼다고 위세를 부리는 거야?” 그녀는 차에서 씩씩거리며 중얼거렸지만 동혁을 막지는 않았다. 그날 밤 동혁은 마침내 소원을 이루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기뻐했고 어떤 사람은 걱정했다. 늦은 밤. N도대학병원. 어느 상급 병실. N도 이씨 가문의 가주인 이연을 비롯해 이씨 가문의 중요한 구성원들이 모두 이곳에 모였다.
“이동혁, 그 잡종이 어떻게 감히 이렇게 날뛰나 했는데, 알고 보니 B시 최씨 가문의 도움을 받은 거였어.” 이심은 분노하여 펄쩍펄쩍 뛰었다. 이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도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 그들은 잇달아 H시로 가서 동혁을 죽이겠다고 아우성을 쳤다. 이연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B시 최씨 가문은 오래전부터 소리 없이 큰돈을 모아 왔어. 진세화의 회사에 출자한 다음 이 여자의 이름을 빌려 H시를 서서히 손아귀에 넣으려는 속셈일 거야.” “다른 명문가들도 자금을 조달해 H시로 들어가려 한다는 얘기도 있었어.” “그들에게 지금 H시는 정말 기름진 고깃덩어리인거지.” 그는 콧방귀를 뀌며 다시 말했다. “지금 우리 이씨 가문 역시 여전히 H시를 차지하는 데 집중해야 해.” “우리의 고향인 이점을 살려 최대한 큰 이권을 차지할 필요가 있어.” ‘당분간 이동혁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어.’ ‘이권을 차지하는 전쟁이 끝난 후에 그놈을 혼내주면 돼.’ “하지만 그렇다고 그 잡놈을 그냥 이렇게 편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 “맞아요. 지금 이동혁이 혜성그룹을 낙찰받았다는 소문이 H시에 쫙 퍼져서 진씨 가문의 쓸모없는 사위라는 생각이 발칵 뒤집어졌어요.” “B시 최씨 가문이 일부러 이동혁을 이용해 우리의 힘을 분산시키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요?” 이씨 가문의 핵심 멤버들이 입을 열었다. 잠시동안 동혁의 목숨을 살려두는 일은 그들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동혁에 대한 소문이 대단해져서 그들은 분해 이를 악물었다. 동혁과 N도 이씨 가문의 원한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동혁에 대한 소문이 대단하면 대단할수록 이씨 가문의 체면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동혁이 명문가인 최씨 가문의 앞잡이라고 소문을 내서 그놈에 대한 평판을 원래대로 돌려놓자고요.” 이심은 이를 갈며 말했다. 현재 누가 동혁을 가장 미워하든지를 따지면 분명 그가 첫 번째로 꼽힐 것이다. “그렇게 되면 B시 최씨 가문과 대립하게 되지 않을
“엄마, 왜 그래요?” 세화는 조마조마하며 물었다. 그녀는 갑자기 의아해했다. ‘어젯밤에 동혁 씨랑 같이 있겠다고 했을 때도 엄마가 아무 말도 안 하셨는데?’ ‘왜 지금은 또 동혁 씨에게 저렇게 무서운 눈을 부릅뜨고 있는 거지?’ “왜 그러다니? 넌 아직도 저 놈에게 속고도 모르는 거야?” 류혜진은 동혁을 가리키며 말했다. “밖에 소문이 파다해. 태백산장과 혜성그룹은 모두 B시 최씨 가문에서 돈을 주고 낙찰받은 거지 동혁이 산 게 아니라고.” “거기다 최씨 가문이 네 회사에 출자를 했는데, 원래 네 능력이 마음에 들어 혜성그룹을 관리하게 하려고 했데.” “동혁이 너 부끄럽지도 않아? 이게 어떻게 혜성그룹을 네가 세화에게 선물로 준거야?” 어제까지 류혜진은 동혁과 세화가 나가서 자고 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혼조정기가 끝나면 이혼시키려고 마음도 먹었었다. 하지만 후에 동혁이 혜성그룹을 인수해 선물하는 것을 보고 동혁에 대한 그녀의 태도가 다소 느슨해졌다. 그래서 어젯밤에는 두 사람이 밖에서 자는 것도 눈감아 준 것이다. 하지만 예상밖에 일이 꼬여버렸다.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동혁의 말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소식을 들은 류혜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런 일이 있으면 왜 제가 몰라요? 엄마와 가족들이 괜히 헛소문을 들은 거 아니에요?” 세화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어제 왕배강 사장님도 동혁 씨가 혜성그룹을 샀다고 했잖아요. 다들 다 들으셨잖아요.” “헛소문? 이미 밖에 소문이 다 퍼졌어. 다른 사람들도 눈 귀가 있다고!” 류혜진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바로 그때 옆에 있는 TV에서 뉴스 하나가 보도되었다. [오늘 오전 B시 성공투자그룹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연홍 사장이 H시에 본격 진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화면에. 정장을 입고 어깨까지 오는 짧은 머리를 한 이연홍이 발언대에서 말하고 있었다. “저 사람 이연홍 사장 아니야? 어제 회사양도법무사무실에도 왔었잖아? 세화, 너 이래도 무슨 할 말
오반석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왕범현에게 맞아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퍽!왕범현은 이어서 한 발로 오반석의 아랫배를 걷어찼고 독기 가득 욕을 퍼부었다. “우리 삼촌은 이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도 혼을 내주는 분이야. 하지만 네놈 아버지는 이씨 가문에서 기르는 그저 개 한 마리에 불과하지. 뭣도 아닌 주제에, 감히!” “자기 체면 좀 세우겠다고 이 개X식이 날 이용해?” 동혁은 아까 전 자신이 이천기를 혼내줬다고 직접 언급했다. 이 말을 기억했던 왕범현은 과감하게 오반석에게 손을 댔다. 어차피 문제가 생겨도 동혁이 해결해 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주저함 없이 왕범현은 오반석을 붙잡아 또다시 발길질을 했다. 그는 동혁과 아무런 원한관계도 없었는데 오반석의 지시로 인해 동혁의 손에 맞아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왕범현은 마음속에 있는 이런 모든 분노와 원한을 오반석에게 발산했다. 1분 후, 오반석은 만신창이가 되어 숨을 쉬기도 어려웠다. “너, 너희들 두고 봐. 우리 아버지가 너희를 그냥 둘 거 같아? 이씨 가문에서도 네놈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엉망이 된 오반석은 여전히 굴복하지 않고 거만하게 소리쳤다. 동혁은 오반석의 오기에 감탄했다. 그는 일어나 다가와서는 웅크리고 앉아 오반석의 얼굴을 때리며 말했다. “네가 현소를 노리고 왕범현에게 충동질한 거 맞지?” “그래, 내가 그랬어. 그게 뭐가 어때서?” “이동혁, 잘 들어. 오늘 내가 이렇게 당했지만 다음에도 네놈이 운이 좋을까?” 오반석이 날카롭게 말했다. “분명히 말하는데 네놈에게 다음은 없을 거야.” “이제 네놈에게 허락된 시간이 3시간도 안 남았어. 지금이라도 빨리 천성 도련님을 N도로 돌려보내는 게 좋아. 안 그러면 이씨 가문이 네놈에게 엄청난 복수를 할 테니까. ” “물론 네놈이 무릎을 꿇고 내 신발을 핥으며 부탁한다면 내가 아버지께 말 좀 해달라고 해줄 수도 있...” 짝!동혁은 오반석의 뺨을 때려 말을 끊고 일어나 왕범현에게 말했다. “이
현수린은 현소가 자신들을 용서할 줄 알고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의외의 대답을 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녀는 너무 화가 나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흥분한 현수린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 “현소, 이 가식덩어리 같은 년. 겉으로는 순진한 척하면서 속은 구렁이로 가득한 년이...” “짝!” 나선호가 따끔하게 현수린의 뺨을 내리치자 머리가 풀어헤쳐진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동혁은 배경문 등을 째려보고 차갑게 말했다. “그럼 내가 직접 때려줄까?” 짝!배경문 등이 흠칫 놀라 두 손을 번쩍 들어 스스로 좌우로 얼굴을 미친 듯이 때리기 시작했다. 현수린은 나선호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맞았다. 잠시 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뺨을 때리는 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곧 배경문 등의 얼굴은 부어 엉망이 되었다. “왕 사장, 그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 약하지? 그렇다고 설마 죽인 건 아니지?” 그때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반석이 거들먹거리면서 2층으로 올라와 웃으며 다가왔다. 바로 그는 무릎을 꿇고 있는 왕범현과 한쪽에서 자신들의 뺨을 마구 때리고 있는 배경문 등을 발견했다. 계획대로라면 왕범현의 자리에 있어야 할 동혁이 지금 멀쩡하게 소파에 앉아 있었다. 오반석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2층의 모습은 그가 예상한 것과 완전히 달랐다. 동혁은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오반석에게 조롱하듯 물었다. “도련님 오셨나? 근데 뭘 그리 놀라는 거지? 너무 예상밖이라서?” 잠시 멈칫했던 오반석이 반응했다. 그는 불쾌한 표정으로 동혁을 노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이동혁, 네놈이 제법 실력이 있나 보네? 저렇게 왕 사장을 처리하다니.” “그래서 나보고 올라오라고 한 게 이걸 보여주려고 그런 거야?” “왜? 고작 별것도 아닌 인간 하나를 무릎 꿇렸다고 이 오반석이 놀랄 것 같아?” 깔보는 듯한 오반석의 말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왕범현이 순간 고개를 들어 분노의 눈빛으로 오반석을 노려
왕범현은 욕을 먹고는 당황하여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갑자기 그는 심한 고통에도 몸을 뒤척여 일어나 “풀썩” 소리와 함께 바닥에 유리 조각 더미 위에 무릎을 꿇었다. 바로 무릎에 여러 개의 상처가 났다. “윽.” 왕범현은 너무 아파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없었지만 온몸의 심한 통증을 계속 참으며 동혁에게 정중하게 고개 숙여 엎드렸다. “동혁 삼촌, 제가 잘못했어요. 저를 원하시는 만큼 때려주세요. 제가 조금이라도 저항하면 제 성을 바꿀게요. ” 이 순간 왕범현은 동혁에게 완전히 굴복했다. 동혁은 의외라고 생각하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보아하니 너도 그리 미련한 놈은 아니구나.” “그래 좋아. 이제라도 잘못을 알았다면 무릎을 꿇고 있어.” “아, 그리고 참고로 뭐 좀 묻자.”나선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선생님의 말을 들으니 범현이가 겨우 목숨은 건진 것 같구나.’ 왕범현은 더 이상 동혁에게 반항할 마음이 없어서 얌전히 말했다. “삼촌,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동혁은 소파에 앉아 물을 따라 천천히 마시며 물었다. “오반석이 너보고 나를 귀찮게 하라고 시켰어?” “맞아요. 그 개X식이 저를 속였어요. 이전에 삼촌이 자기에게 잘못했다면서...” 왕범현이 설명하려고 하자 동혁이 손을 내저으며 그의 말을 막았다. ‘건방진 부자 도련님이 다른 사람을 괴롭혀 달라면서 뭐라 했을지는 뻔하지. 틀림없이 오반석, 그놈은 나를 만만한 데릴사위라고 하면서 왕범현에게 부탁했을 거야.’ 동혁이 나선호를 힐끗 쳐다보면서 지시했다. “사람을 시켜서 오반석을 데려오라고 해요.” “너, 다녀와.”나선호는 두말없이 학생 하나를 지목했다. 오반석을 기다리는 동안 동혁은 가만히 있지 않고 배경문, 현수린 등을 차가운 눈빛으로 훑어보았다. 그들은 마치 맹수에게 먹잇감으로 찍히는 듯한 공포를 느끼고는 절로 무릎을 꿇었다. “동혁 삼촌,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아까까지 왕범현을 믿고 거들먹거리던 남녀가 지금은 일말의 도도한 표정도 없이 미친 듯이
왕범현은 현실이 너무나 괴로웠다. 그는 속에서부터 만 마디의 욕을 쏟아내고 싶었지만 감히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우님, 혹시 내게 또 다른 지시 할 것이 있나요?] 왕용비가 다시 물었다. 그는 능구렁이처럼 호칭을 바꾸어 동혁을 불렀다. “왕 교장선생님께서 말씀을 워낙 잘해주셔서 제가 더 할 말이 없네요.” 동혁은 왕용비의 태도에 만족하며 계속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가 아드님에게 제대로 한 번 가르침을 주지요.” [아우님, 정말 감사합니다.] 왕용비는 재빨리 감사를 표하고 전화를 듣고 있는 왕범현에게 소리쳤다. [범현이 너 이 자식, 동혁 삼촌이 무슨 말을 하든 잘 들어. 설사 네놈을 때리더라도 꼭 붙어 있으라고. 그게 다 너를 위해서니까.] [감히 쓸데없이 반항이라도 하면 내 당장 휠체어를 타고 가서 네놈을 아주 죽여버릴 거야.] 왕범현에게 단단히 일러둔 후 왕용비는 눈치 있게 전화를 바로 끊었다. 동혁은 왕범현을 바라보며 비아냥 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우리 큰 조카,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큰 조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왕범현은 화가 너무 나 속이 다 뒤집힐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애써 이를 악물고, 이마에 핏줄이 솟을 정도로 참은 채 단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딱 보니,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모양인가 보지” 동혁은 일어나 왕범현에게 다가가 손바닥으로 때려 그를 다시 바닥에 쓰러뜨렸다 이것으로 그는 이미 오늘 밤 여섯 번째 뺨을 맞게 되었다. 왕범현은 이빨 몇 개가 더 빠졌고 피가 섞인 침을 흘리며 기침을 했다. 동혁은 쭈그리고 앉아 그의 얼굴을 가볍게 두드리며 차가우면서 매섭게 말했다. “네놈 아버지가 말을 잘해 줘서, 네 아버지를 봐서 적당히 혼내는 거야.” “넌 좋은 아버지를 둔 것에 대해 감사하라고, 덕분에 적어도 널 죽일 생각을 접었으니까.” “그게 아니었다면 아까까지 네놈이 내게 한 불경스러운 행동으로 넌 10번 총살을 당해도 싸니까.” 왕범현은 억지로 고개를 들어 목을
휴대폰에서 또렷하게 흘러나오는 왕용비의 목소리를 주변 사람들 모두 들었다. 모두는 놀라서 동혁을 쳐다보며 의아해했다. ‘왕용비라면 H시 무술계의 명사로 H시에서 영향력이 강한 거물인데 어떻게 이동혁 같은 젊은 사람에게 저리 공손한 거지?’ ‘심지어 사장님이라고 부르다니?’ ‘쓸모없는 데릴사위라고 하지 않았어?’ 배경문, 현수린 등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얼굴은 사색이 된 채 손발을 가늘게 떨었다. ‘이번에 아무래도 우리가 사람을 잘못 건드린 거 같은데?’ 그나마 다행인 건 왕용비의 아들인 왕범현이 그들 앞에서 버티고 서 있다는 것이었다. “왕 교장선생님, 아드님이 저에게만 시비를 건 게 아닙니다.” 동혁은 소파에 앉아 무덤덤하게 말했다. “내 바로 코앞에서 나를 핑계로 내 처제를 위협하면서 같이 자야 저를 놓아준다고 협박했어요.” “거절을 해도 계속 처제에게 잘 생각하라고 강요했고요.” “이건 비행을 넘어서 범죄를 저지른 거 아닌가요?” 동혁의 마지막 냉랭한 음성을 듣고 맞은편 왕용비는 놀라 벌벌 떨며 하마터면 휴대폰을 놓칠뻔했다. [이놈 자식, 내가 네놈을 진작에 직접 때려죽여야 하는 건데...] 왕용비는 화가 나서 다시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왕범현이 동혁을 건드린 것을 알고 바로 나선호에게 전화를 걸어, 골드스타필드에 도착하면 손속에 자비를 두지 말고 가차 없이 왕범현을 때리라고 했다. 그렇게 해야만 동혁의 화를 풀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왕범현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게 일을 벌였다는 걸 몰랐다. ‘이 사장님의 코앞에서 감히 사장님의 가족을 건드리다니, 아주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왕용비는 지난번 항난그룹에서 수소야에게 무례하게 굴다가 결국 동혁에 의해 사람들 앞에서 수소야 앞에 오랫동안 무릎을 꿇어 체면을 구긴 일이 다시 생각났다.그 순간 왕용비는 왕범현을 대신해 동혁에게 용서를 구할 생각을 접었다. 왕용비가 즉시 말했다. [이 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모두 제가 그 짐승 같은
상황의 반전이 모든 사람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왕범현조차도 너무 갑작스러워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화가 잔뜩 난 채 나선호를 향해 소리쳤다. “선호 형님, 형님 지금 미쳤어?” “저기 이동혁을 때려야지, 왜 날 때려?” 왕범현은 존댓말도 잊고 말했다. 그는 극도의 분노와 함께 심한 굴욕감까지 느꼈다. 왕범현은 동혁을 혼내주려고 전화 한 통으로 나선호를 불렀지만, 나선호에게 뺨을 맞아 바닥에 쓰러진 건 왕범현 자신이 되었다. 그는 뺨을 가리고 바닥에 쓰러져 앉아 있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매우 우스꽝스럽게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어? 왕 사장, 저 사람들 당신이 부른 거 아니었어? 그런데 왜 너를 때리지?” “무슨 연극 같은 거 연습하는 거야?” 그때 동혁이 왕범현의 속을 긁으며 약간의 미소와 함께 궁금한 척 물었다. 방금 전 긴장해서 죽을 뻔했던 현소는 동혁의 농담에 끝내 참지 못하고 “피식”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바로 놀라서 얼른 입을 다물었는데 창피한 그녀의 예쁜 얼굴의 볼이 순간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저, 이동혁, 개X식, 내가 오늘 널 죽이지 않으면 내 성을 갈겠어.” 왕범현은 너무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동혁에게 화를 먼저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분노해 땅바닥에서 일어나 펄쩍펄쩍 뛰며 먼저 나선호에게 소리쳤다. “형님,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고요.” 나선호는 아무런 표정 없이 그저 소파에 앉아 있었고, 동혁은 아무 말 없이 속으로 왕범현에게 바보 같다며 은근히 욕을 했다. ‘왕용비의 심복인 사람이 나를 그냥 두고 아무런 이유 없이 왕범현, 네놈을 때리겠냐?’ ‘그게 다 왕용비가 지시를 내렸으니까 그런 거지.’나선호는 자신이 여기로 오는 길에 왕용비와 한 통화를 생각하고는 두말없이 다시 손을 들었다. “짝!” 왕범현이 또 한 대 얻어맞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선호는 고개를 돌려 가만히 보고
말하는 사이에 용비무술학교 제복을 입은 젊은이들의 무리가 2층에 시끌벅적하게 나타났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시커먼 것이 족히 수십, 수백 명은 돼 보였다. 체격이 건장하고 힘이 세 보이는 중년 남자 한 명이 그들 맨 앞에 서 있었다. 험상굳은 얼굴에 차갑고 매서운 눈초리가 누구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섬뜩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는 바로 용비무술학교 부교장 나선호였다. “형님, 여기에요.” 왕범현이 반갑게 인사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동혁을 쳐다보고 비웃으며 말했다. “이동혁, 네놈이 부른 사람은 아직 안 왔나 보네. 모두 우리 아버지 무술학교의 내 형제들인 거 보니. 그거 알아? 저건 10분의 1도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거? 모두 한 대씩만 네놈을 때려도 넌 그냥 죽는 거야.” 왕범현이 말하는 사이에 나선호는 학생들과 함께 당당하게 다가왔다. 현소 남매는 너무 놀라서 손발이 차갑게 변하고 머릿속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반대로 배경문, 현수린 등은 거들먹거리기 시작했다. 왕범현은 동혁을 가리켰다. “네놈이 부른 사람은? 괜히 나중에 내가 네놈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핑계 대지 말고 빨리 연락해서 오라고 해. 내가 오늘 밤 모두 네놈과 함께 밟아 죽여줄 테니까.” 무술학교에서 자신을 지원할 사람들이 도착했다고 생각한 왕범현은 자만심이 넘쳐서 아주 오만하기까지 했다. 동혁은 얼굴에 아무런 두려운 기색도 없이 약간의 마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부른 사람은 이미 도착했어. 모두 한 대씩만 때려도 네놈을 죽일 수 있을 정도야.” 동혁의 말을 듣고 모두 한바탕 폭소가 터졌다. “하하, 이런 때, 아직도 자존심을 세우는 거야? 그런데 난 왜 한 명도 안 보이지?” “무슨 자기가 삼국지의 제갈공명이야? 없는 걸 있다고 허세를 부리게?”많은 사람들이 동혁을 비웃는 동시에 왕범현은 동혁의 말을 듣고 마지막 인내심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그는 나선호를 등지고 동혁을 가리키며 마구 손을 내저었다. “선호 형님, 바로 저놈이 그 개X식이에
동혁이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요. 교장선생님이 지난번에 항난그룹에 와서 소란을 피운 것처럼 그 아들도 저렇게 날뛰네요. 역시 한 가족 아니랄까 봐하는 짓이 똑같아요.” [아이고, 이 사장님, 지난 일은 잊어주시죠.] 깜짝 놀란 왕용비가 재빨리 말했다. [사장님, 걱정 마세요. 이 자식이 감히 사장님 앞에서 시건방을 떨다니, 죽고 싶나 보네요.] [잠시 휴대폰을 그놈에게 건네주시면, 제가 이놈을 따끔하게 혼내서 당장 사장님께 사과하게 하겠습니다.] 왕용비가 왕범현이 소란을 피우는 소리를 들어보니 동혁과 한바탕 날카롭게 부딪힌 거 같았다. ‘이 사장님이 화가 나서 범현이를 때려 아예 몸을 못쓰게 되면 어쩌지?’ ‘그래도 내게는 하나뿐인 아들인데.’ “사과요? 이 일을 그렇게 쉽게 처리하려고 제가 교장선생님에게 전화를 한 거 같나요?” 동혁은 냉소하더니 바로 전화를 끊었다. 왕용비는 바로 동혁에게 몇 통의 전화를 연속해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동혁이 전화를 끊는 것을 보고 왕범현은 여전히 제자리에서 소란을 피웠다. “전화 한 통으로 되겠어? 내가 시간을 더 줄 게. 계속 더 많이 전화해 보라고.” “필요 없어.” 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화 한 통으로도 너를 밟아 죽이기에 충분하니까.” “개X식, 뚫린 입이라고 허세는.” 왕범현은 너무 화가 나 발을 동동 굴렀다. 만약 그가 자신은 동혁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몰랐다면 지금 바로 달려들어 동혁을 죽이려고 했을 것이다. “형님, 좀 빨리 와요. 저 개X식을 빨리 죽여버리고 싶다고요.” 왕범현은 또다시 나선호에게 전화를 걸었다.나선호가 전화로 무슨 말을 했는지 전화를 끊은 왕범현이 잠잠해졌다. “술 한 잔 따라봐.” 왕범현은 소파에 다시 앉아 현수린에게 술을 따르라고 시켰고, 그러면서 험상굳은 미소를 지으며 동혁을 바라보았다. “이동혁, 지금 이 마지막 순간을 즐기라고. 네놈에게 주는 내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해.” “혼자 덤비지도 못하면 그냥 입 닥치고 있어.
왕범현이 화를 내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모두는 깨달았다. ‘저 인간 완전 열받았어!’ 전화를 끊은 왕범현은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동혁, 너 딱 기다려. 내가 선호 형님에게 무술학교의 내 형제를 데려오라고 했거든. 네 놈은 내일 뜨는 태양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나 해.” 그가 부른 사람은 나선호, 용비무술학교의 부교장이자 왕용비의 측근이었다. 평소 왕범현이 원할 때마다 그는 반드시 부탁을 들어주었고 왕범현이 웬만한 사고를 쳐도 왕용비에게 알리지 않고 바로 직접 처리주는 경우가 많았다. 왕범현의 위협적인 말에 멍하니 있던 배경문 등은 다시 흥이 났다.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 들었지? 범현이 형이 무술학교의 형제들을 모두 불렀어. 모두 범현이 형 아버지의 제자들이지. 너는 이제 끝난 거야.” “지금이라도 저 유리 부스러기 위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게 어때? 그래야 나중에 고생을 덜 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때 가서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도 소용없어. 범현이 형을 열받게 한 이상, 넌 죽은 거나 다름없으니까.” 배경문 등이 곧 죽을 사람처럼 동혁을 바라보며 냉소를 금치 못했다. 왕범현이 화를 터뜨리며 동혁을 죽이려고 들자 현소는 놀라서 얼른 동혁을 잡아당겼다. “형부, 그냥 빨리 도망가요.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요.” “괜찮아. 저놈이 얼마를 부르던 다 자기 무덤을 파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동혁의 반응은 오히려 담담했다. 이어서 그는 휴대폰을 꺼내더니 왕범현을 힐끗 쳐다보고는 미소 지었다. “전화해서 사람을 부르는 거?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어.” 동혁은 말하면서 번호 하나를 눌렀다. [누구야?] 잠시 후 반대편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장선생님, 벌써 저를 잊으신 건가요?” [아! 이 사장님이셨군요!] 왕용비는 놀라며 갑자기 말투가 공손하게 변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어떻게 사장님을 잊겠습니까? 단지 지금 병원에 누워있는 게 짜증이 나서 저도 모르게 그런 겁니다.]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