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따라 들어가면 다 알아.” 장영도는 웃으며 말했다. 가족들은 그저 그를 따라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회사양도법무사무실이 온통 시끌벅적했다. 3대 가문이 무너지면서 그로 인한 재산권이전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많은 회사들에서 자신들을 대신해 책임자들을 이곳으로 파견했다. “여보, 당신이 말한 좋은 일이 대체 무슨 일이야?” 류혜연이 물었다. 다 가족들도 궁금했다. “저기 봐. 오고 있네.” 장영도는 의기양양하게 앞을 가리켰다. 가족들은 의아해하며 앞을 보았다. 10여 명의 정장과 구두가 보였는데, 딱 봐도 회사 임원들이 두 줄로 늘어서서 그들을 향해 오고 있었다. 다수의 사람들이 일제히 이동했다. 그래서 즉시 회사양도법무사무실의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아, 저 사람은 원도의 장고천 사장이잖아요.” “원도라면 예전에 3대 가문에서 관리하던 사업이잖아요. 제가 듣기로 자산이 수십억은 돼요.” “오늘 이미 N도 이씨 가문이 40억 원에 낙찰받았잖아요.”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그들은 원도의 임원들을 무리를 지어 한 곳으로 가는 이유가 뭔지 몰랐다. 그렇게 사람들이 어수선한 사이에 원도의 임원들은 이미 세화의 가족 앞으로 왔다. “회장님, 안녕하세요.” 장고천 사장이 대표로 인사를 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놀란 눈빛과 함께 십여 명의 원도의 임원들도 일제히 세화에게 허리를 굽혔다. “진세화! 진씨 가문에서 바보 같은 놈이랑 결혼한 그 진세화야.” “원도가 N도 이씨 가문에 낙찰됐는데, 진세화를 왜 회장이라고 부르는 거지?” 잠시동안 사무실 안이 떠들썩했다. “장 사장님? 여러분들이 왜?” 세화도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진 회장님, 오늘부터 저희 원도가 세방그룹에 합병되게 되었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세화는 어리둥절했다. 장고천이 말했다. “누군가 40억을 주고 저희 원도를 사들여진 회장님께 선물했습니다.” “뭐라고? 40억짜리 회사를 선물했다고?” “설마 N도 이씨
“와, 40억짜리 회사를 선물하면서 고백이라니 너무 로맨틱한 거 아니에요?” “맞아요, 천송이 장미보다 훨씬 낭만적이에요. 완전 사랑이야.” “저 백천기라는 사람은 꿈속에서 나 볼만한 백마 탄 왕자님 같네요.” 장영도의 말에 회사양도법무사무실은 다시 발칵 뒤집혔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며 세화를 쳐다봤다. ‘회사를 매입해 고백한다고?’ ‘여러 로맨틱한 고백을 들어봤어요 이보다 로맨틱한 건 본 적이 없어.’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백천기가 천천히 세화 앞으로 걸어갔다. “세화야, 오늘 경매에서 N도 이씨 가문에 당했다고 해서 내가 직접 이씨 가문을 찾아가 원도를 사 온 거야.” “다행히 이씨 가문이 내 체면을 고려해서 이 일을 승낙했어.” “이렇게 원도를 네게 선물하고, 지난번 가정법원에서의 일을 사과하려고 해.” 지난번 가정법원에서 그는 세화에게 동혁과 이혼하라고 강요했었다. 하지만 결국 화가 치민 세화에게 욕을 먹었다. 집으로 돌아간 백천기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신이 여전히 너무 성급했다고 생각했다. 백천기는 세화와 다시 화해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싶었다. 그리고 며칠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그 기회를 얻었다. 백천기가 말했다. “세화야, 이제 접수처에 가서 서명만 하면 돼. 그러면 원도는 네 것이야.” “천기야, 생각해 줘서 고마워.” 세화는 제안을 거절했다. “그냥 말로 사과해도 돼. 이렇게 귀한 회사까지 줄 필요는 없어.” 백천기는 세화의 이런 거절을 이미 예상했던지 웃었다. 그가 말했다. “원도의 사업은 네 세방그룹의 사업과 상호 보완적인 부분이 있어서 원도와 합병하는 건 결국 네 그룹의 성장에 도움이 될 거야.” “하지만 네가 정말 원하지 않는다면 내가 원도의 소유권을 가지고 네 세방그룹에 출자하는 형식으로 가는 것도 괜찮아.” “물론 앞으로 사업상의 결정은 네가 하는 거야. 나는 일절 관여하지 않을 거야.” ‘내가 세화의 세방그룹의 주주가 되는 거야.’ ‘그렇게 되면 앞으로 우리 두 사람 사
동혁의 지시가 떨어졌다. 회사양도법무사무실 전체가 갑자기 쥐 죽은 듯 조용해져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모두가 의아하게 동혁을 쳐다보았다. 잠시 후 사무실 안이 발칵 뒤집혔다. “뭐라고? 내가 지금 말을 잘못 들은 거 아니지? 혜성그룹, 그 1조짜리 말이야? 오 마이 갓!” “진씨 가문의 바보 사위가 돈이 그렇게 많아요?” “혜성그룹은 N도 이씨 가문이 낙찰받았잖아요.” 사람들 사이에서 떠들썩해지며 대부분은 동혁의 말을 믿지 않았다. “동혁아, 또 허풍이냐?” 가지각색의 시선들을 느끼며 류혜진은 동혁을 쿡 찔렀다. “하하, 보라고, 장모도 저 사람 말을 믿지 않잖아.” 사무실 안이 온통 웃음바다로 변했다. “정말 네가 혜성그룹을 살 수 있다면 내가 발밑에 있는 이 벽돌을 다 먹어치우겠어.” 장영도도 기가 막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류혜연 역시 조카사위에게 완전히 기가 막혀할 말을 잊었다. 세화는 동혁이 또 사람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보고 그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빨리 가, 여기서 괜히 창피하게 이러지 말고.” 그녀는 동혁을 잡아당기며 밖으로 끌고 나가려고 했다. “여보, 가긴 어딜 가? 혜성그룹 사람들이 곧 올 거야. 여보가 사인만 하면 다 당신 거라고.” 동혁이 말했다. “이것이 내가 당신에게 주겠다고 한 그 큰 선물이야.” “하하하...” 사무실 안은 다시 한번 폭소로 가득해졌다. “동혁 씨, 내가 세화에게 선물한 것을 보고, 자신의 무능함이 너무 원망스러워서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인가 봐요.” 백천기는 허리까지 굽히며 웃었다. “어? 이 사람들은 또 누구지? 왜 이렇게 난리법석이야?” 바로 그때 외마디 큰소리가 들렸다. 사무실 안의 모든 사람들이 순간 멍해졌다. 모두 입구로 들어오는 큰 무리의 사람들을 보았다. 정장 차림에 가죽 구두를 신은 백여 명의 남녀가 진지한 표정으로 줄지어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 “저 사람은 혜성그룹 왕배강 사장이야!” “수명보 부사장도 있어!” “왕난희 인사부장
“대체 누구지?” 지금 사무실 안의 모든 사람들은 같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 ‘누가 무려 1조를 써서 혜성그룹을 낙찰받아 진 회장에게 고백의 선물로 준다는 거야?’ ‘설마 어느 명문가의 도련님?’ ‘하지만 이건 그렇다기에 너무 미친 거 아니야?’ ‘정말 패가망신하는 길이잖아!’ 모든 사람들이 왕배강의 입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시선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갔다. 만인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왕배강은 살짝 몸을 돌려 세화 옆에 있던 남자를 향해 허리를 굽혔다. “여기 이 선생님이십니다.” 하나하나 모든 시선들이 일제히 동혁을 향했다. ‘뭐라고?’ 왕배강의 한마디가 사무실 전체를 요동치게 했다. “저 사람이라고?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 “뭐라고? 지금 내가 잘못들은 건가?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말도 안 돼! 정말 말이 안 된다고요. 아까 전 누구인지 추측할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한 번쯤 생각했지만 저 사람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어요.” 사무실 안 모든 사람의 반응이 놀라 뜨거워졌다. 사람들은 완전 난리가 났다. 이동혁. H시에서 가장 유명한 남자. H시 시장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있을 수 있다. 아마 3대 가문의 가주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H시에서 동혁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진씨 가문의 바보 사위. 진씨 가문 사람들조차 무시하는 쓸모없는 인간. 웃음거리로 전락한 데릴사위인 동혁 앞에서 누구든 우월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지금.뜻밖에도 누군가 자신들이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한 동혁이 무려 1조를 써서 혜성그룹을 낙찰받아 자기 아내에게 선물로 주었다고 말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해?’ ‘말이 돼?’ “동혁 씨, 당신이라고?” 놀란 세화는 고개를 돌려 멍하니 동혁을 바라보았다. ‘이게 꿈 아니야? 진짜라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아.’ ‘동혁 씨가 어디서 이 큰돈을 마련했다는 거야?’ ‘하지만 혜성그룹의 왕배강 사장이 직접 선물한 사람이 동혁
백천기는 동혁을 계속 노려보았다.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가 결국 힘을 풀었다. “좋아요. 제가 원도를 팔죠!” 이 말을 남기고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나가버렸다. 세화는 원도의 소유권 이전 서류에 서명했다. 이로써 혜성그룹과 원도 주식회사는 모두 그녀의 소유가 되었다. 회사양도법무사무실에서 벌어진 일이 H시 전체에 바람처럼 퍼졌다. 세화에 일은 곧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진씨 가문의 그 바보 같은 사위가 그렇게 능력이 있었다니!” 많은 사람들이 동혁을 언급하며 감탄했다. 혜성그룹의 본사 건물은 회사양도법무사무실 바로 옆에 있었다. 회사양도법무사무실을 나와 세화와 동혁은 곧장 가서 간단히 고위급 임원회의를 열었다. 정식으로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 세화는 먼저 그룹의 상황에 익숙해지고 다시 얘기하기로 했다. 사실 세화는 회의 내내 줄곧 어리둥절했다. 다음으로 원도에 방문했다가 나오니 날이 이미 어두워졌다. 세화 등 두 가족은 밖에서 식사를 한 후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어머니, 저랑 세화는 오늘 밤 집에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갑자기 동혁이 류혜진에게 말했다. 세화는 동혁의 말뜻이 무엇인지 짐작하고는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부끄럽기도 했고 한편으로 화가 났다. 세화는 동혁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안 돌아가면 안 돌아가는 거지 그걸 뭐 하러 말해?’ “응? 어디 가려고?” 류혜진은 잠시 멈칫하는 반응을 보였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집에 안 돌아가면 안 가는 거지.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물어?” 그리고는 바로 차에 올라탔다. “저 놈이 감히 일부러 나를 떠보다니. 세화에게 1조를 썼다고 위세를 부리는 거야?” 그녀는 차에서 씩씩거리며 중얼거렸지만 동혁을 막지는 않았다. 그날 밤 동혁은 마침내 소원을 이루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기뻐했고 어떤 사람은 걱정했다. 늦은 밤. N도대학병원. 어느 상급 병실. N도 이씨 가문의 가주인 이연을 비롯해 이씨 가문의 중요한 구성원들이 모두 이곳에 모였다.
“이동혁, 그 잡종이 어떻게 감히 이렇게 날뛰나 했는데, 알고 보니 B시 최씨 가문의 도움을 받은 거였어.” 이심은 분노하여 펄쩍펄쩍 뛰었다. 이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도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 그들은 잇달아 H시로 가서 동혁을 죽이겠다고 아우성을 쳤다. 이연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B시 최씨 가문은 오래전부터 소리 없이 큰돈을 모아 왔어. 진세화의 회사에 출자한 다음 이 여자의 이름을 빌려 H시를 서서히 손아귀에 넣으려는 속셈일 거야.” “다른 명문가들도 자금을 조달해 H시로 들어가려 한다는 얘기도 있었어.” “그들에게 지금 H시는 정말 기름진 고깃덩어리인거지.” 그는 콧방귀를 뀌며 다시 말했다. “지금 우리 이씨 가문 역시 여전히 H시를 차지하는 데 집중해야 해.” “우리의 고향인 이점을 살려 최대한 큰 이권을 차지할 필요가 있어.” ‘당분간 이동혁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어.’ ‘이권을 차지하는 전쟁이 끝난 후에 그놈을 혼내주면 돼.’ “하지만 그렇다고 그 잡놈을 그냥 이렇게 편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 “맞아요. 지금 이동혁이 혜성그룹을 낙찰받았다는 소문이 H시에 쫙 퍼져서 진씨 가문의 쓸모없는 사위라는 생각이 발칵 뒤집어졌어요.” “B시 최씨 가문이 일부러 이동혁을 이용해 우리의 힘을 분산시키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요?” 이씨 가문의 핵심 멤버들이 입을 열었다. 잠시동안 동혁의 목숨을 살려두는 일은 그들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동혁에 대한 소문이 대단해져서 그들은 분해 이를 악물었다. 동혁과 N도 이씨 가문의 원한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동혁에 대한 소문이 대단하면 대단할수록 이씨 가문의 체면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동혁이 명문가인 최씨 가문의 앞잡이라고 소문을 내서 그놈에 대한 평판을 원래대로 돌려놓자고요.” 이심은 이를 갈며 말했다. 현재 누가 동혁을 가장 미워하든지를 따지면 분명 그가 첫 번째로 꼽힐 것이다. “그렇게 되면 B시 최씨 가문과 대립하게 되지 않을
“엄마, 왜 그래요?” 세화는 조마조마하며 물었다. 그녀는 갑자기 의아해했다. ‘어젯밤에 동혁 씨랑 같이 있겠다고 했을 때도 엄마가 아무 말도 안 하셨는데?’ ‘왜 지금은 또 동혁 씨에게 저렇게 무서운 눈을 부릅뜨고 있는 거지?’ “왜 그러다니? 넌 아직도 저 놈에게 속고도 모르는 거야?” 류혜진은 동혁을 가리키며 말했다. “밖에 소문이 파다해. 태백산장과 혜성그룹은 모두 B시 최씨 가문에서 돈을 주고 낙찰받은 거지 동혁이 산 게 아니라고.” “거기다 최씨 가문이 네 회사에 출자를 했는데, 원래 네 능력이 마음에 들어 혜성그룹을 관리하게 하려고 했데.” “동혁이 너 부끄럽지도 않아? 이게 어떻게 혜성그룹을 네가 세화에게 선물로 준거야?” 어제까지 류혜진은 동혁과 세화가 나가서 자고 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혼조정기가 끝나면 이혼시키려고 마음도 먹었었다. 하지만 후에 동혁이 혜성그룹을 인수해 선물하는 것을 보고 동혁에 대한 그녀의 태도가 다소 느슨해졌다. 그래서 어젯밤에는 두 사람이 밖에서 자는 것도 눈감아 준 것이다. 하지만 예상밖에 일이 꼬여버렸다.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동혁의 말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소식을 들은 류혜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런 일이 있으면 왜 제가 몰라요? 엄마와 가족들이 괜히 헛소문을 들은 거 아니에요?” 세화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어제 왕배강 사장님도 동혁 씨가 혜성그룹을 샀다고 했잖아요. 다들 다 들으셨잖아요.” “헛소문? 이미 밖에 소문이 다 퍼졌어. 다른 사람들도 눈 귀가 있다고!” 류혜진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바로 그때 옆에 있는 TV에서 뉴스 하나가 보도되었다. [오늘 오전 B시 성공투자그룹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연홍 사장이 H시에 본격 진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화면에. 정장을 입고 어깨까지 오는 짧은 머리를 한 이연홍이 발언대에서 말하고 있었다. “저 사람 이연홍 사장 아니야? 어제 회사양도법무사무실에도 왔었잖아? 세화, 너 이래도 무슨 할 말
노래를 부르면서. 장영도는 득의에 찬 눈빛으로 동혁을 계속 쳐다보았다. 동혁은 그가 또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서 상대하려고 하지 않았다. 동혁이 모른 척할수록. 장영도는 점점 더 흥분하며 신나 했다. “세화야, 천기야 말로 진정한 네 짝이야. 천기는 40억을 주고 회사를 사서 네게 선물했어. 비록 1조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천기가 산 건 확실한 하잖아.” “누구처럼 1조를 주고 회사를 사주고 나중에 거짓말로 밝혀지는 것보다 훨씬 낫지.” “너희 두 사람 이혼조정기가 끝나면 빨리 이혼하는 게 좋겠다. 천기는 여전히 너를 좋아하니 걱정 말고.” 장영도는 혀를 차며 말했다. “이모부, 취하셨어요.” 세화는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 “네 이모부 안 취했어.” 장영도는 테이블을 짚고 일어서 동혁을 기리 키며 말했다. “이모부가 다 너를 위해서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이동혁, 저놈은 너와 어울리지 않아.” 세화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자 그는 계속 서서 끝없이 말했다 “이모부, 술 마시고 괜히 헛소리는 하지 마세요.” 더 이상 장영도의 말을 듣고 있을 수 없었던 동혁은 냉랭하게 말했다. “오늘 근무일 아닌가요? 이모부는 아직도 근무복을 입고 있는데, 점심시간에 이렇게 술을 마시러 집에 돌아와서는 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이동혁, 네가 뭔데 나한테 훈계질이야?” 장영도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너 또 날 신고하려고 그러지? 신고하면 내가 뭐 무서워할 줄 알아?”동혁은 두말없이 휴대폰을 꺼냈다. “형부, 그러지 마요.” 현소는 또 잡혀가면 장영도가 많은 고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재빨리 동혁을 말렸다. “현소야, 막지 말고 신고하라고 해!” 장영도는 현소를 잡아당겼다. “이 아버지 위에 누가 있는데? 저놈이 신고해도 아무 소용없어.” 곧 군부사법부에서 사람들이 나왔다. 그들은 장영도를 데려가려고 했다. “자 우리 형제들, 마셔요. 한잔하고 가자고요.” 장영도는 뜻밖에도 잔을 들고 그들에게 인사하며 술을
해리슨은 결국 Y국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런 창피한 일이 퍼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게다가 해리슨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이곳에서 아무도 동혁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는 동혁이 나서는 걸 싫어하는 것을 눈치챘고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는 것을 개의치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연회장에 있던 사람들은 입을 꼭 다물며 감히 밖에서 발설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대단한 위세의 Y국 영사를 무릎 꿇게 해 사과시킬 수 있는 동혁과 같은 능력이 없었다. 해리슨이 떠난 후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동혁을 바라보는 눈빛은 복잡했다. 그들이 데릴사위라고 조롱했던 동혁에게 오늘 밤 모두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았다. “이 선생님, 진 회장님, 죄송합니다. 두 분에게 무례하게 굴어 사과드려요.” 동혁과 세화를 비꼬며 조롱했던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다가와 사과했다. 다른 사람에 비해 조롱이 심했다고 생각한 이들은 홀로 바닥에 무릎을 꿇기도 했다. Y국 영사가 무릎 꿇는 것을 본 이상 그들 자신이 무릎을 꿇어도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류성중은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도 동혁에게 다가가 사과하고 싶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휴대폰을 꺼내 먼 구석으로 가서 이씨 가문의 가주 이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저 류성중입니다.” 이연의 목소리가 반대편에서 들렸다. [어, 성중아, 어떻게 됐어? 이동혁 그 쓸모없는 놈이 우리 천성이를 풀어주겠다고 했어?] 이번에 류성중이 H시에 간다고 했을 때, 이씨 가문은 그와 세화 가족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동혁에게 이천성을 돌려보내게 하라고 부탁했었다. 그리고 하원종을 이씨 가문으로 보내 이천기의 다리를 치료해 줄 수 있는지도 알아보게 했다. 물론 이씨 가문에서는 부탁을 하며 어느 정도 대가를 치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류성중은 명문가인 이씨 가문이 나중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 단번에 승낙했다. “그게...” 류
“윽! 악!” 대니얼은 온갖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이 광경을 보고도 연회장에 있던 H국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동정하지 않았다. 해리슨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대니얼이 Y국에서 살지 못해 H국에 와서 허세를 부리는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었다. 사람들은 동혁이 대니얼을 외국 놈이라고 욕할 때 대니얼 편을 들었다는 생각에 창피하여 얼굴이 화끈거렸다. 류성중은 특히 더 마음이 불편했다. 그는 이전에 대니얼에게 엄청 아부했었기 때문이다. 짝! 퍽! 해리슨은 한바탕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대며 대니얼을 반쯤 죽인 후에야 마침내 동작을 멈추었다. 대니얼은 공기 빠진 풍선처럼 흐물거리며 반쯤 죽은 채로 바닥에 드러누워 소리 지를 힘조차 없었다. 오로지 그의 두 눈만이 동혁을 달갑지 않게 노려보았다. 그는 동혁을 대하는 해리슨의 태도가 아직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건 대니얼뿐만 아니라 연회장의 모든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이동혁, 도대체 감추고 있는 무서운 신분이 뭐지?’ 하지만 해리슨 Y국 영사가 Y국 여왕과 동일하게 동혁을 여긴다는 사실에 연회장의 사람들은 동혁의 신분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선생님,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만족하시나요? 아니면 제가 이놈을 다시는 Y국에 돌아갈 수 없게 끝장을 낼 수도 있습니다.” 해리슨은 다시 동혁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히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목을 긋는 손짓을 했다. 아무도 해리슨의 이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저 영사는 전쟁터에 나갔었고 저 손에 의해 사람들이 죽었어. 그냥 풍채가 좋은 일반 외교관은 아니지.’ ‘저 사람이라면 정말 암암리에 어떤 수단을 써서 감쪽같이 대니얼을 죽일 수도 있을 거야.’ “아, 안 돼요.”대니얼의 눈에서 두려움이 짙게 피어났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허우적거리며 일어나 동혁에게 달려들어 무릎을 꿇었다. “이 선생님, 제발 절 죽이지만 말아주세요. 이렇게 사과드립니다.” “또 진 회장님에게 사과드립니다.” 대니얼은 동혁과 세화를 향해 미친 듯이 머리를
풀썩- 해리슨이 무릎을 꿇자 뒤따라오던 부하 10여 명도 모두 무릎을 꿇었다. “이럴 수가!” 동혁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해리슨 등을 보는 연회장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사실이야?’ ‘그 위풍당당한 Y국 해리슨 영사가 이동혁을 찾아와 결판을 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동혁에게 무릎을 꿇다니.’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눈을 비비며 잘못 본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그, 그럴 리가 없어.” 대니얼은 갈라진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는데 그 안에 절망감이 가득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 인생의 암울한 미래가 그려졌다. ‘해리슨 영사님은 우리 Y국의 국민적 영웅이야. 영사로서 Y국을 대표하는 분인데.’ ‘저분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이동혁에게 무릎을 꿇다니.’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당신 정체가 대체 뭐야?” 주다정도 놀라서 미칠 것 같았다. Y국은 그녀의 희망이었다. 그녀의 가장 큰 꿈이 Y국 영주권을 얻어 이민을 가는 것이었다. 그녀는 H국 남자를 무시하고 마음속으로 경멸해 왔다. 비록 그녀가 평소에 몇몇 H국 남자들과 어울리기는 했지만 그건 모두 뭔가를 얻기 위한 도구로 그들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대니얼은 동혁에게 머리를 맞고 유린당했고 해리슨 같은 Y국 영사도 동혁의 발밑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는 그간 자신이 가지고 있던 Y국에 대한 환상이 무너졌다고 느꼈다. 충격을 받은 것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류성중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해리슨과 여러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사석에서 늘 오만함이 넘쳐흐르는 해리슨에게 실수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었다. 그런데 눈앞의 장면은 류성중의 마음을 너무도 복잡하게 만들었다.세화 역시 동혁을 복잡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그녀는 동혁을 보며 대체 무슨 영문인지 의아해했다. 그 순간 정신이 멍해진 채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해리슨이 마침내 약간의 이성을 회복했다. 그는 용기를 내어 동혁을 올려다보았다.
“세화야, 이게 다 네가 이 바보를 그냥 둬서 이런 거야. 이제 너와 네 온 가족이 동혁이와 연루되게 생겼어.” “내가 너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동혁이, 저놈과 관계를 끊을 거야.” 류성중이 세화에게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화는 얼굴이 종잇장처럼 창백해져서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혁 씨, 우리 그냥 빨리 돌아가자. 하늘 거울 저택으로 가자고.” 집으로 피하는 게 지금 세화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우리 집은 설 대도독의 경호원들이 있어서 해리슨 영사라도 감히 들이닥치지 못해.’ ‘임시방편일 뿐이지만 일단 시간을 벌고서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자.’ “여보, 겁낼 거 없어. 우린 아무 데도 안 가도 돼. 해리슨이 와서 사과할 때까지 기다리자.” 동혁은 세화의 손을 잡으며 웃었다. “...” 세화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 이렇게 큰 일을 벌이고도 동혁 씨는 웃음이 나와?’ 세화는 할 수 없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동혁과 함께 기다렸다. ‘그래, 난 두 그룹의 회장이고, 동혁 씨는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야. 다른 사람이 와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잖아. 기껏해야 뭔가 대가를 치르면 그만이야.’ 세화는 동혁과 관계를 끊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부부라면 무슨 어려움이 있어도 함께 직면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10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외교관 통행증을 단 고급 차 몇 대가 명성호텔에 들어섰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차에서 내리더니 신분을 묻는 호텔 경호원을 거칠게 밀치고 돌진했다. “다다다.” 바깥 복도에서 급하고 어수선한 발자국 소리가 나자 연회장 안의 모든 사람들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하, 해리슨 영사님이 오셨나 보군.” 무릎을 꿇은 대니얼이 광기가 가득 담긴 표정으로 소리쳤다.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10여 명의 사람들이 뛰어들어왔다. 그 가운데에는 외국인과 H국 사람이 있었는데 대부분 키가 크고 건장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하 시장님, 스탠슨은 우리 영광스러운 Y국을 위해 피를 흘려 큰 공을 세운 공신이에요.” “당신들은 반드시 스탠슨을 때린 그 범인을 내놓아야 할 겁니다. 우리가 그놈을 처리하도록 하지 않는다면 Y국의 공식적인 항의를 받을 거예요.” H시 시청 시장실. 금발에 구레나룻이 긴 한 백인 남자가 하세량에게 거만한 표정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바로 N도 주재 Y국 영사관의 영사 해리슨이었다. 바로 그대 대니얼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통화에서 상대방의 말을 들은 해리슨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더니 이어서 버럭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죽일 놈, 대니얼, 네놈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게 분명 귀찮은 일이 생긴 거지? 그래서 일부러 나를 열받게 하는 거 아니야?” “하찮은 H국 인간 놈이 감히 어떻게 내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고 해? 어디서 그런 거짓말이야? 네놈이 죽고 싶어?” 해리슨은 대니얼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 대니얼이 언급한 일은 근본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해리슨, 왜 믿지 못하겠어? 당신은 H국에서 순직한 Y국 초대 영사가 되는 거야.] 그런데 그때 다른 목소리가 전화 반대편에서 들려왔다. 뜻밖에도 누군가 자신의 죽음 언급하자 성격이 불같기로 유명한 해리슨은 다시 벌컥 화를 냈다. “이 개X식이, 너 누구야? 감히 나한테 그런 막말을 하다니.” [내가 누군지, 못 알아듣겠어?] “10분의 시간을 줄 테니 튀어와서 내 앞에 무릎 꿇어. 그렇지 아니면 어디 가서 자살이라도 해야 할 거야.” 해리슨에게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동혁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연회장 안의 사람들이 모두 놀라 완전히 멍해졌다. ‘대니얼 씨를 무릎 꿇게 하더니, 이제는 Y국 영사를 무릎 꿇게 하겠다고?’그러나 상식을 벗어난 일을 모두 이미 직접 한번 본 상황이었다. 그래서 동혁이 해리슨 영사를 협박해 자살하게 하는 것도 아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설사 동혁이 지금 전화를 걸어 Y국 여왕을 무릎 꿇게 한다
털썩! 대니얼은 동혁에게 뺨을 세게 맞아 바닥에 쓰러졌다. 뺨 한대에 온몸이 저려오고 얼굴에는 감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동혁은 대니얼을 그대로 두지 않고 다시 다가와 그의 멱살 잡고 강하게 걷어차 다리종아리를 부러뜨렸다. “으아.” 대니얼은 가슴이 터져나갈 듯한 비명을 지르며 동혁의 발밑에 무릎을 꿇었다. 옆에 있던 주다정은 동혁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놀라서 얼굴빛이 하얗게 변했다. “너, 너 지금 뭐 하려고... 아!” 동혁은 주다정을 붙잡아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한 다음 발을 내밀었다. “아까 전에 말했잖아. 막돼먹은 개는 무릎을 꿇게 해서 내 신발을 깨끗이 핥게 해야 한다고.” “이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 네놈이 뭔데 내게 그딴 걸 하라고 해?” “아, 네놈 아내가 시킨 거야?” 주다정은 화가 나 소리치며 동혁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동혁에게 또다시 뺨을 맞고 바로 얌전하게 굴었고, 눈물을 흘리며 동혁의 발밑에 머리를 내밀었다. Y국 귀족인 대니얼은 데릴사위인 동혁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주다정이라는 경제채널의 미녀 진행자는 동혁의 신발 밑창을 핥았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예상이 모두 틀렸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다. ‘지금 이 상황은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동혁이,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벌였는지 알아? 네놈이 감히 대니얼 씨와 그의 파트너를 이렇게 대하다니. 아주 인생 끝장을 보려고 이러는 거야?” 정신을 차린 류성중은 눈앞이 캄캄했다. 그는 동혁이 미쳐 날뛴다고 생각하고 자신까지 때릴까 봐 겁이 나 멀찌감치 서 있다가 화를 내며 다가와 동혁을 꾸짖었다. “이 사장님, 골스 재단과 완전히 적이 되려고 이러십니까?” “어서 빨리 대니얼 씨를 일으켜 세우지 않고 뭐 하고 계세요?” 오늘 밤 연회를 계획한 의료공단의 왕근식 등도 모두 이번 사태에 휘말린 것을 후회하며 잇달아 동혁에게 한 마디씩 했다. “시끄러워요.” 동혁은 잔소리하는 사람들을 쳐다보지
“진 회장, 아무래도 당신 남편 장례 치를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네.” 주다정은 동혁이 비명에 죽는 순간을 마치 본 것처럼 말했다. 세화는 그녀의 말을 듣고 얼굴이 종잇장처럼 하얗게 변했고, 손발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그만해!” 대니얼은 날카로운 음성으로 주다정이 더 이상 말하지 못하게 막으며 차가운 두 눈으로 동혁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이 미천한 H국 인간 놈, 네놈이 해리슨 영사님을 모욕한 것만으로도 넌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을 범한 거야.” “이 일이 해리슨 영사님에게 전해지기 전에 내가 그를 위해 먼저 나서야겠군.” 말을 하며 대니얼은 자신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강하게 손짓을 했다. “저 미천한 H국 인간 놈이 우리 영사님과 Y국을 모욕했어. 먼저 저놈의 팔다리를 부러뜨려 본떼를 좀 보여줘.” 10명의 경호원이 동혁을 노려보았다. 아까 전에 동혁이 경호원들에게 전해준 두려움은 동혁이 한 무례한 말과 함께 이미 완전히 사라졌고 오히려 그들에게 끝없는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해리슨 영사님은 전쟁터에 있을 때 우리의 오랜 상사였어. 동시에 우리 Y국의 희망이신 분이지. 어느 누구도 그분을 모욕할 수는 없어.” “이 H국 인간 놈, 죽여주마.” 한 경호원의 분노 가득한 음성과 함께 다른 9명의 경호원이 주저하지 않고 동혁에게 달려들었다. “동혁 씨, 도망가.” 세화는 비명을 지르며 동혁을 잡아당겼지만 동혁은 이미 몸을 돌려 세화의 앞을 가로막았다. 10명의 늑대 같은 경호원들을 상대로 동혁은 뜻밖에도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격했다. “턱!” 그는 번개같이 손을 뻗어 가장 가까이 다가온 경호원이 휘두른 주먹을 움켜쥐고는 조금 힘을 주었다. 전쟁터에 나갔을 때 팔이 통나무처럼 굵고 힘이 강했던 에이스 경호원도 동혁의 손에서는 병아리처럼 허약하기만 했다. “으아.” 팔의 뼈가 부러지며 처절한 비명 소리가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고통에 몸이 굳어버린 순간 동혁의 발길질에 맞아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퍽!
H국에 있는 Y국의 주재기관 중 최고위급 대사관 밑으로 영사관이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다. H국에는 Y국 영사관이 모두 몇 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N도에 있었다. ‘영사관 하나하나가 바로 Y국 전체를 대표해.’ ‘그런데 이동혁이 지금 그런 영사에게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다니. 이게 정말 미친 소리가 아니면 뭐야?’ “이런 쓸모없는 놈, 지금 현직 Y국 영사가 어떤 분인지 알고 하는 소리야? Y국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외교관으로 국외전장에도 가본 적이 있는 분이야.” “그런 분에게 네놈이 감히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다니. 네놈이 정말 죽는 게 뭔지 알고 싶어서 그래?” 류성중이 벼락같이 소리를 질렀다. 그는 동혁 때문에 미칠 것은 심정이었다. ‘이 자식이 이 정도로 생각이 없는 놈인 줄 알았다면,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오늘 연회에 이놈을 참석시키지 않았을 거야.’ ‘지금 동혁이, 이놈이 한 말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해리슨 영사 귀에 들어가 가라도 하는 날에는 어떤 풍파가 일어날지 불 보듯 뻔한 일이야.’ ‘만약 이 일이 외교 갈등으로라도 번지면 오늘 밤 연회에서 공무원으로서 가장 직급이 높은 난 상상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게 될 거야.’ ‘해리슨 영사에게 해명하기 위해 내 공무원 옷을 벗어야 할지도 몰라.’ “너 정신병 있는 거 맞지? 그래서 사실 넌 Y국 영사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잖아? 안 그래?” 류성중은 최대한 이 일을 대충 얼버무리려고 화를 내고 다그치며 동혁을 얌전하게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동혁의 다음 말은 그의 두 눈에서 불을 뿜게 만들며 동혁을 산채로 찢어 죽이고 싶게 만들었다. “아뇨, 알고 있는데요. 현 Y국 영사는 해리슨이라는 사람으로 겉으로는 강한척하지만 실제로는 연약한 쓸모없는 인간이잖아요.” 동혁은 차분하게 계속 말했다. “전 그 해리슨이 지금 H시에 있는 줄은 알고 있어요. 이렇게 공교롭게 그 사람에게 와서 내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할 줄은 몰랐지만요.” 연회장에 오는 길에
한겨울의 서릿발처럼 이가 덜덜 떨릴 정도의 차가운 목소리로 대니얼이 이를 갈며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온몸이 오싹하다고 느꼈다. ‘대니얼 씨가 이번에 정말 화가 단단히 났나 보네.’ “쫙!” 주다정이 갑자기 와인 한 병을 집어 들어 나오더니 동혁에게 세게 퍼부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게 만들었다.. “이 미천한 데릴사위 놈. 대니얼 씨가 살 기회를 주겠다고 하는데 감히 헛소리를 지껄여?”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대니얼 씨에게 아주 크게 혼날 테니까.” 주다정이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다정 씨,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우리 남편이 언제 다정 씨에게 뭐라 한적 있어요?” 세화는 화가 난 채로 재빨리 냅킨을 동혁에게 건네주었다. 주다정은 팔짱을 끼고 거만한 표정으로 세화를 바라보았다. “사리분간도 못하는 여자 같으니라고, 뜻밖에 저런 쓸모없는 인간에게 자기 몸을 버리고 싶어 하다니. 이런 사람이 대니얼 씨의 침대에서 잠자리를 해도 그건 대니얼 씨의 고귀한 신분에 누가 될 뿐이야.” “당신은 지금 저 쓸모없는 인간을 신경 쓸 게 아니라 대니얼 씨의 화를 어떻게 풀지나 걱정해.” 주다정은 어떻게든 대니얼이 세화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려고 계속적으로 세화를 비하했다. “당신 말이면 다인 줄 알아요?” 세화는 주다정을 가리키며 화를 냈다. 세화의 성품과 교양은 그녀 자신을 추잡하고 더러운 말을 거리낌 없이 하는 주다정처럼 굴 수 없게 했다. “여보, 흥분하지 마.” 동혁은 담담히 냅킨으로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 “기다려봐. 저 막돼먹은 X같은 여자를 내 앞에 무릎 꿇려서 내 발에 뿌린 술을 조금씩 핥게 할 테니까.” 세화는 동혁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그가 이미 주다정에게 화가 아주 많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 ‘동혁 씨는 원래 상대가 아무리 싫어도 그저 손바닥으로 뺨을 때려서 혼냈었는데?’ ‘뜻밖에 지금 그런 식으로 저 여자를 혼낸다고?’ “너 같은 쓸모없는 인간이, 나를?” 주다정은 시큰둥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