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화는 가족들에게 복권에 당첨돼서 저택을 얻었다는 말만 들었다. 그런데 하늘 거울 저택처럼 초호화 저택일 줄은 몰랐다. 고급 저택 단지에 들어서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천화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류혜진은 천화가 방학이 되어 집에 돌아오자 기뻐하며 특별히 음식 한 상을 차렸다. 세화도 불려 왔다. 온 가족이 즐겁게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했다. “조씨 가문의 그 조명희가 개업한 레저 로열티가 부서져 지금 H시에 소문이 퍼지고 있는데 소식 들었어?” 반쯤 먹은 류혜진은 갑자기 잘됐다는 표정으로 방금 들은 소식을 말했다. 류혜진의 좋아하는 표정에 세화는 어이가 없었다. “엄마, 레저 로열티가 부서졌는데 엄마는 뭘 그렇게 좋아해? 거기 가서 돈 쓰는 사람들은 다 부자들이고, 또 우리 하고도 상관없는 일이야.” “왜 상관이 없어?” 류혜진이 고소해하며 흥얼거렸다. “3대 가문이 원래 우리가 인수할 주원그룹을 빼앗아 우리를 웃음거리로 만들지 않았어? 이번에 조씨 가문이 그 잘못의 대가를 톡톡히 치른 거지. 어떤 높은 분인지 이렇게 3대 가문의 얼굴에 먹칠을 하다니, 정말 그분에게 고맙다니까! 우리 대신 원한을 풀어준 거잖아!” 3대 가문은 줄곧 한 편으로 움직였으니 조씨 가문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이 바로 3대 가문의 전부의 얼굴에 먹칠하는 것이다. 이것은 H시에서 이미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천화는 동혁을 존경하는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 그 높은 분은 멀리 찾을 필요 없어. 여기 가까이 있잖아. 매형.”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류혜진은 젓가락으로 아들을 두드렸다. “동혁이라고? 동혁이 허풍이 얼마나 대단한데!” 다만 세화만이 의심스러운 듯 동혁을 쳐다보며 물었다. “천화, 동혁 씨와 레저 로열티에 갔었어?” “아니, 아니!” 천화는 얼른 고개를 가로저었다. ‘만일 누나가 레저 로열티에서 내가 사람들과 갈등이 생겨서 그렇게 큰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되면 분명 나를 죽일 듯이 욕할 거야.’ “세화야,
진한영도 놀라서 손발에 힘이 빠졌다. ‘우리 진씨 가문은 고작 중소 가문일 뿐인데 어떻게 일류 가문에 맞서지?’ ‘더군다나, 동시에 소씨와 오씨 두 가문이라니!’ 진한영은 고개를 돌려 진태휘와 진화란 남매를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오늘 레저 로열티에 갔었어?” “할아버지, 저희 오늘은 여기 온다고, 다른 곳은 아무 데도 안 갔어요.” 진태휘와 진화란도 놀라서 하늘을 두고 레저 로열티에 간 적이 없다고 맹세했다. 진한강 부부도 서둘러 자녀들을 위해 증언했다. “그럼 진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이겠군. 당장 각 집의 사람들을 불러!” 진한영이 이를 악물며 화를 내며 소리쳤다. 진한강은 빨리 전화로 각 집에 알렸다. 이때 진화란이 말했다. “천화가 방학이라 돌아왔다고 하던데, 혹시 그 자식 아닐까요?” “그놈이든 아니든 일단 불러놓고 보자, 오늘 내로 어떻게든 소씨 가문과 오씨 가문에게 답을 드려야지!” 진한영이 두 가문의 집사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두 집사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소하민과 오우식 두 집사는 여기 진씨 가문에서 사람을 찾을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사람을 찾은 후, 혼자 소씨 가문을 찾아와 사죄하게 하고, 그 후 그 사람은 저희 두 가문의 처분에 맡기세요!” 이 말을 던지고 소하민과 오우식 두 집사는 훌쩍 떠났다. 소하민과 오우식은 진씨 가문이 수작을 부릴 수도 있다는 것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한 사람은 도망갈 수 있어도 진씨 가문 전체가 그럴 수는 없으니까.’ ‘진씨 가문이 H시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소씨 가문에 사람을 보내야 할 거야.’ 곧 연락을 받은 진씨 가문의 모든 집 사람들이 고택으로 달려왔다. 천화도 류혜진이 데려왔다. “오늘 레저 로열티에 누가 갔었어?” 진한영이 모든 사람을 차갑게 쳐다보았는데, 마치 사람을 잡아먹으려는 것 같았다. 모두가 깜짝 놀랐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한영은 눈빛이 더욱 매서워지더니
동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차에 올라 소씨 가문의 집으로 향했다. 류혜진은 동혁이 천화를 데려올 수 있다고 전혀 믿지 않았다. ‘다리가 부러진 것은, 소씨와 오씨 두 일류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류혜진은 세화를 잡아당기며 울부짖었다. “세화야, 빨리 방법을 생각해 봐. 천화는 네 동생이잖아. 다 너를 지키려고 소지석과 오강인의 다리를 부러뜨린 거야. 그 두 가문이 절대 천화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류혜진은 다음 말을 하지 못했다. ‘소씨, 오씨 두 가문의 식으로, 받은 데로 갚는다면, 천화의 두 다리를 부러뜨리는 것은 비교적 가벼운 처벌이야. 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상상한 류혜진은 절망적이었다. “엄마, 걱정 마요. 제가 생각 좀 해볼게요.” 세화도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세화를 유일하게 도울 수 있는 것은 절친인 천미뿐이었다. ‘상대가 두 일류 가문인데, 천미 언니가 간들 해결이 될까?’ 세화가 마음을 졸이고 있을 때 전화 한 통이 휴대폰으로 걸려왔다. [진 사장님? 전 허씨 가문의 허명신입니다. 듣기로 사장님 동생분이 소씨 가문에 끌려갔다고 하던데, 도움이 필요하시면 제가 동생분을 구해올 수 있습니다.] ‘허명신?’ ‘이 사람은 3대 가문 중 하나인 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잖아? 난 허명신과 만난 적도 없는데?’ ‘거기다 어제 바로 이 허명신과 천우민, 조명희 두 사람이 진씨 가문에서 주원그룹을 빼앗지 않았어?’ ‘이렇게 허명신이 스스로 내게 연락한 것은, 틀림없이 좋은 의도가 아닐 거야.’ ‘하지만 지금 천화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허명신뿐인데.’ 세화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허 사장님이 그렇게 해주시는데, 무슨 조건이라도 있나요?” “하얏트호텔에서 만나 이야기하시죠. 전화로 할 이야기가 아닌 것 같으니까요.” 허명신은 부드럽게 말했다.세화는 이를 악물고 허명신과 이야기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지난번 주태진과의 일을 교훈 삼아 이번에는 방법을 달리했다. 세화는 공사장에서 박용구의 부하 두 명을 불러
조씨 가문 사람들은 소씨와 오씨 두 가문에 병원에 있는 소지석과 오강인에 대해 알렸다. 하지만 조씨 가문은 레저 로열티를 누가 부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이 일에 대해 조씨 가문은 입을 꼭 다물었다. 중소 가문의 쓸모없는 사위에게 레저 로열티가 부서지고, 상위 1% 명문가 조씨 가문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소문이 퍼지는 것은 결코 조씨 가문에게 좋은 일이 아니었다. “흥!” 이때 한 오씨 가문의 사람이 갑자기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누구를 속이는 거냐? 진씨 가문의 네 매형, 그 바보 만약 레저 로열티를 부술 수 있다면, 내가 이 자리에서 똥을 먹는다!” “진씨 가문의 이 짐승 같은 놈이 우리를 속이고 자꾸 시간을 끌고 있는데, 설마 누가 정말 자기를 구하러 올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하하…….” 소씨와 오씨 두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크게 웃었다. 천화가 한 말을 그들은 한 마디도 믿지 않았다. 소희수는 천화를 조소하며 말했다. “진천화, 누가 널 구하러 올 거라고 꿈에라도 생각하지 마. 오늘은 제아무리 대통령이라도 너를 구하지 못할 테니. 감히 내 동생의 다리를 부러뜨리다니, 네 나머지 인생은 끝이야!” “이놈을 여기서 하루 종일 무릎 꿇게 두고 천천히 혼내 주시죠!” 오씨 가문의 사람들이 매섭게 말했다. ‘중소 가문의 자식이 감히 우리 두 가문의 사람들을 다치게 하다니, 죽음도 싸지.’ 천화는 여전히 이를 악물고 눈물을 글썽였다. 천화에게 상황은 완전히 절망적이었다. 바로 그때, 한 소씨 가문의 사람이 황급히 달려왔다. 소희수에게 말했다. “아가씨, 이동혁이라고 하는 사람이 들어왔는데, 우리 소씨 가문에게 진천화를 자기에게 내놓으라고 합니다!” 소씨와 오씨 두 가문의 사람들은 잠시 놀라는 듯하더니, 잇달아 차갑게 비웃었다. “진씨 가문의 그 쓸모없는 사위가 정말 뻔뻔스럽군. 우리에게 진천화를 내놓라고 하다니, 그 바보는 대체 자기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지?”소희수도 시큰둥한 콧방귀를 뀌며 소씨 가문의 경호원
동혁의 고함소리가 큰 종소리처럼 온 집을 뒤흔들었다. 그리고는 단독주택단지 전체로 퍼졌다. 가까운 곳에 서있던 소희수 등은 큰 소리에 갑자기 고막이 심하게 아프고 영혼이 나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천둥과 같은 동혁의 목소리에 놀라 그들 모두 멍하니 동혁을 바라보았다. 단독주택 내부, 거실 가운데. 소윤석은 오씨 가문의 가주 오종천과 마주 앉아, 두 가문의 아들이 진씨 가문의 아들에게 다리가 부러진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상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세상 놀라게 하는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너무 커서 두 사람 앞에 놓인 찻잔이 뜻밖에도 흔들렸다. 두 가주는 지금껏 많은 풍파를 경험했음에도, 이 고함소리에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특히 소윤석과 오종천을 더욱 소름 끼치게 하는 것은 그 고함소리의 내용이다. “이동혁이라고?” 눈을 마주친 소윤석과 오종천은 서로 상대방의 눈에서 갑자기 솟구치는 공포를 발견했다. 동혁은 그 둘 모두에게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겼었다. 임시총회 당일, 소윤석과 오종천은 동혁을 직접 보았고, 어떻게 상황을 뒤집고, 단 몇 분 만에 건축자재협회를 무너뜨렸는지 똑똑히 보았었다. 두 사람은 얼른 일어나 밖으로 걸음을 향했다. 단독주택 앞에서 소씨와 오씨 두 가문의 사람들은 막 짧은 공포에서 정신을 차렸다. 아픈 귀를 비비면서 동혁을 노려봤다. 소희수가 화를 내며 말했다. “목소리만 크면 다냐? 우리 할아버지는 지금 오씨 가문의 할아버지와 어떻게 진씨 가문을 처리할지 의논하고 있지. 이동혁, 감히 그분들을 놀라게 했으니, 넌 오늘 죽었다. 이제 아무도 널 구할 수 없어!” “닥쳐!” 갑자기 늙었지만 힘찬 고함소리가 뒤에서 울렸다.모두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소윤석과 오종천이 단독주택 입구로 나온 것이 보였다. 소윤석과 오종천은 서 있는 동혁을 보더니, 갑자기 서로를 부축하며 빠른 걸음으로 동혁 앞으로 다가왔다. “이 사장님이 오셨는데 마중도 나가지 못해 죄송합니다.” 두 일류 가문의 가
풀썩! 소윤석과 오종천의 뒤를 이어 두 가문의 사람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감히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어르신을 이렇게 두렵게 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손짓 한 번에 소씨와 오씨 두 가문을 파멸시킬 수 있을 거야.’ ‘이번에 우리가 큰 사고를 쳤어!’ 동혁은 소희수 등을 차가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무릎만 꿇으면 다야? 방금 전에 어떻게 천화를 때렸지? 지금 네 놈들도 똑같이 스스로를 때려!” 짝! 짝! 짝! 소희수 등은 주저 없이 손바닥으로 자기 빰을 때리기 시작했다. 소씨 가문의 단독주택 앞에는 뺨을 때리는 소리가 한동안 끊이지 않았다. 그들이 얼굴을 다 때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동혁은 비로소 천화의 어깨를 두드렸다. “가자!” 두 사람은 돌아서서 소씨 가문의 단독주택을 떠났다. 뒤의 뺨을 때리는 소리는 또 한참 동안 계속되다가 점차 멈추었다. 소윤석과 오종천 두 가주의 얼굴은 부어있었다. 소씨와 오씨 두 가문의 사람들 모두 정상적인 얼굴이 아니었다. “희수, 네가 우리 소씨 가문 전체를 죽일 뻔했어! 알아? 몰라?” 소윤석은 펄쩍펄쩍 뛰며 소희수에게 소리쳤다. 오중천도 다른 오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화를 냈다. ‘이동혁이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우리 두 가문은 정말 패가망신했을 거야.’ “할아버지, 저 사람이 대체 누군데 그러세요?” 소희수는 얼굴의 화끈거리는 아픔을 애써 참으며 물었다. 소윤석은 두려워하며 말했다. “우리는 이동혁의 신분을 알 자격도 없어. 단지 확실한 건 이동혁이 진정한 하늘 위의 용이라는 거야. 난 건축자재협회가 이동혁의 손에 의해 간단히 무너지는 것을 직접 보았으니까!” 헉! 모두 놀라며 숨을 들이마셨다.소희수가 무서워하며 물었다. “황 사장의 성세그룹이 건축자재협회를 무너뜨린 거 아니었어요?” 외부에는 모두 그렇게 소문이 나 있었다. 그러나 실상이 어떠한지는 그날 임시총회에 참석한 2000명만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사
갑자기 동혁의 몸에서 살기 가득한 기운이 터져 나왔다. 동혁과 함께 있던 류혜진과 천화는 놀라서 얼굴빛이 하얗게 바뀌었다. 류혜진과 천화는 동혁의 이렇게 무서운 모습을 처음 보았다. “매형, 무슨 일 있어요?” 천화가 물었다. 동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차에 탔다. 동혁은 바로 설전룡에게 전화를 걸었다. “즉시 고동성에게 병사들을 인솔해서 최대한 빨리 하얏트호텔을 확보하라고 해.” 동혁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동혁이 타고 있던 차는 으르렁거리며 하얏트호텔을 향해 뛰쳐나갔다. “허씨 가문, 내 아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땅에 묻어 버리겠어!” 하얏트호텔, 꼭대기 층의 프레지던트 스위트룸. 세화가 방에 들어서자 안쪽 소파에 앉아 와인을 시음하는 젊은 남자가 보였다. 안색이 이상하고 눈빛도 뚜렷하지 않았다. 세화가 들어오는 순간 허명신의 눈빛이 뜨거워졌다. 순간 세화의 옷을 다 벗긴 듯한 음흉한 눈빛이었다. 세화는 무의식적으로 경계심이 들었다. 세화가 물었다. “허 사장님, 왜 미팅 장소가 아래층 레스토랑에서 임시로 이곳으로 바뀌었죠?” “진 사장님이 H시에서 소문난 미인이라더니, 오늘 보니 역시 소문이 사실이군요!” 허명신은 긴 잔을 흔들면서 웃으며 말했다. “여기가 하얏트호텔에서 가장 높은 곳이에요. 진 사장님도 이곳에서 몸을 기대고 H시를 내려다보면 분위기 있지 않겠어요?” 말을 마치자 허명신은 문 쪽을 향해 손짓을 했다. “너희 둘은 나가는 김에 문을 닫아라. 나는 진 사장님과 단둘이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세화가 데려온 박용구의 두 부하는 허명신의 속셈을 알 수 없었기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돼, 우린 진 사장님의 안전을 지켜야 해!” “내 구역에서 진 사장님은 절대적으로 안전하니, 걱정 마.” 허명신은 갑자기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그러니 그냥 꺼져!” 박용구의 두 부하는 움직이지 않았다. ‘용구 형님이 죽을 각오로 최선을 다하라고 했으니, 어쨌든 진
“허 사장님, 다른 조건은 내가 들어줄 수 있지만 이것만은 안 됩니다!” 세화는 거의 애원하듯 말하며 허명신을 쳐다보았다. “그럼 소씨 가문이 당신 남편을 죽이게 할 수밖에 없지.” 허명신은 휴대폰을 들어 소희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진시 가문의 그 쓸모없는 사위, 너희 소씨 가문 집에 왔어?” [예, 오긴 왔죠.] 소희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명신은 창백해진 세화를 보면서 말했다. “당장 죽여버려!” 허명신의 말투에서 아무 감정도 느낄 수 없었는데, 마치 소씨 가문에서 개미 한 마리를 밟아 죽이게 하는 것 같았다. “제발, 안 돼요!” 세화는 절망으로 가득 찼다. ‘대체 왜 허명신 같은 인간이 하고 싶은 대로 날뛰는 거야, 이런 무법천지가 어디 있어!’ ‘왜 아무도 저 인간을 제재할 수 없는 거지?’ 전화 맞은편에서 몇 초 동안 침묵이 흐른 뒤 소희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죄송합니다. 허 사장님.] 허명신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죄송하다고? 소희수, 그게 무슨 뜻이야…….” “무슨 뜻인지 아직도 이해가 안 돼? 감히 죽일 수 없으니까.” 아무런 감정도 없는 목소리가 갑자기 들렸다. 세화는 흠칫 놀라며 급히 스위트룸 입구를 바라보았다. “동혁!” 허명신은 세화와 거의 동시에 소리쳤다. “호텔엔 온통 우리 허씨 가문 사람들뿐인데 어떻게 들어왔지?” 허명신은 의아한 듯 물었다. 동혁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허명신의 눈에는 놀라고 두려운 감정을 품고 있었다. ‘이동혁이 호텔뿐 아니라 이 스위트룸에도 감쪽같이 들어오다니.’ ‘게다가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은 나만을 위한 공간이고, 평소에도 나에게만 개방되는 곳인데.’ ‘내 지시가 없으면 다른 외부인은 전혀 들어오지 못할 텐데?’ ‘단 이 층도 못 올라가.’ 동혁은 차갑게 웃으며 허명신의 질문에 대답하기조차 귀찮았다. 동혁은 그대로 허명신 앞으로 가서 머리를 움켜쥐고, 허명신의 머리를 잡아당겨 유리 탁자 위에 세차게 꽂아 버렸다. “윽…….” 강력한 충격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