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긴장한 기색이 없는 진루안을 보자 서경아는 그제야 약간 안심했다.‘기왕 닥친 일인데 마음가짐을 편히 가지는 게 오히려 좋아. 이건 피할 수 없는 결투야.’“마 영감님 오셨어!”그때 갑자기 누군가 소리를 쳤다. 그 소리에 주위 사람들은 그제야 광장 옆의 도로에 벤틀리 한 대가 서서히 들어오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그 차 뒤에는 승합차 몇 대가 더 따라붙었다.곧이어 차에서 몇십 명의 패거리들이 양복을 입은 채 당장 누구와 혈투를 벌이기라도 할 태세로 몰려나왔다. 하지만 개량 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마 영감은 그들과 다르게 점잖은 모습으로 등장했다.그의 뒤에는 4대 부장이 뒤따랐다. 황지우는 그들 중의 대장이었고 나머지 두 사람도 진루안과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그들과 실력을 겨뤄본 적도 있었다.그 중 한 사람은 호원이었는데 그는 조영화가 마 영감에게 보낸 부하인 동시에 스파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전에 진루안의 발에 차여 기절한 적이 있었다.다른 한 사람도 진루안에게 참패를 당한 사람이었지만 마지막 한 명은 진루안조차 낯선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의 곧은 자세와 기개를 보면 한눈에 은퇴한 군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마 영감님, 여긴 웬일로 오셨습니까?”“하하, 마 영감님, 참 등장마저 남다르십니다.”주위 사람들은 모두 앞으로 다가가 그에게 인사를 건네며 아부를 해댔다. 감히 마 영감의 심기를 거스를 자가 누가 있겠는가? 그건 죽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인데.마영삼이 폼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자 진루안은 속으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영감탱이가 멋있는 척은 혼자 다 하네.’마영삼이 나타난 건 그가 손해라도 보면 그때 나서서 도와주기 위함이라는 걸 진루안은 알고 있었다. 이 은혜를 그는 말없이 마음속에 간직했다.한편 마 영감이 나타나자 한준서는 가만있을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은 하나도 두렵지 않았지만 유독 마 영감은 예외였다. 왜냐하면 그는 한씨 가문에서 건드려서는 안 될 막강한 존재이기 때문이다.그는 이내 일어나 마 영감
“이윤희 씨, 당신이야말로 뭔데 루안 씨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이윤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경아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싸늘한 표정으로 이윤희에게 다가가는 서경아의 모습이 보였다.그녀의 압도적인 아우라에 이윤희는 긴장했는지 다급히 입을 다물었다.그녀뿐만 아니라 안명섭마저 서경아의 그런 태도에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어느새 이윤의 앞에 도착한 서경아는 싸늘한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방금 한 말 다시 한번 해 보지 그래요? 그쪽이 뭔데 루안 씨를 그렇게 모욕해요? 이미 결혼했으면 유부녀답게 아내로써의 도리나 잘하세요! 안명섭 씨, 본인 와이프 간수 잘해요. 그쪽이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겠다면 제가 대신 교육해 드리는 건 어때요?”본인을 싸늘하게 째려보는 서경아의 모습에 안명섭은 이내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서경아 씨, 다 제 잘못입니다.”그는 말하면서 뒤로 돌더니 이윤희의 뺨을 내리쳤다. 순간 짝 하는 맑은소리가 모든 사람의 귀에 들어갔다.“씨발년이 쪽팔리지도 않아? 당장 꺼져.”모든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자 이윤희는 민망함을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며 이내 도망가 버렸다.그때 안유아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거들었다.“오빠, 그러게 저런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면 안 된다니까.”“됐어. 그만해.”안명섭은 동생을 퉁명스럽게 노려보며 그녀더러 입을 다물게 했다.그 시각 진루안의 표정은 한없이 평온했고 이윤희가 맞았음에도 그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몸을 돌려 그의 그런 표정을 확인한 서경아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진루안이 아직 이윤희에게 일말의 감정이라도 남아있었다면 진루안을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하지만 그녀의 생각과는 다르게 진루안은 오히려 그녀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대박이네. 멋져!’이로써 그는 서경아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한 셈이다.그 시각 한준서의 안색은 매우 어두웠다. 서경아가 안씨 가문과 척지는 것도 마다하고 진루안을 위해 나
진루안은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이동근을 바라봤다. 그의 공격 동작은 진루안이 익히 알고 있던 동작이었다. 그건 다름 아닌 그의 스승 백 군신이 가르쳐 준 것이었다.‘보아하니 몇 년 동안 연습 꽤 많이 한 모양이네. 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해.’진루안은 왼손을 내밀 뿐 어떠한 동작도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마저 이동근의 눈에는 자신에 대한 도발로 보였다.“건방진 것!”이동근은 눈살을 찌푸렸고 마음속에 남아있던 일말의 죄책감마저 이내 사라졌다.‘한준서가 네놈 두 팔을 부러뜨리라고 부탁해 올 때 그래도 조금 미안함과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데 네가 이렇게 나온다면 나 원망하지 마!’“건방진 사람은 꼭 그 대가가 따르는 법이지!”안명섭은 싸늘하게 웃으며 광장에 놓인 걸상 위에 앉아 진루안이 처람하게 당하기를 기다렸다.그 옆에 있던 장근수도 이내 입을 쪼개며 웃었다.“하긴, 언젠가는 죽여야 하는 놈에게 일주일은 그저 집행유예 기간을 준 거나 마찬가지지. 그런데 그 기간도 지났겠다, 때가 됐으니 저 자식도 더 이상 날뛰지 못할 거야.”“루안 씨가 그렇게 미워요?”서경아가 옆에서 눈살을 찌푸리며 두 사람을 째려봤다.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진루안의 고등학교 동착인데 왜 그를 이렇게 미워하는지 알 수 없었다.‘설마 루안 씨가 어릴 때 집안 배경이 안 좋아서 무시하는 건가?’안명섭과 장근수는 모두 서경아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광장을 바라봤다.“이봐,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이동근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치타처럼 진루안을 향해 달려갔다.그리고 한 발을 들어 올려 진루안의 가슴을 겨냥했다.그는 빠르고 정확하고 세게 한 방에 끝낼 생각이었다.그 시각 상대가 자기를 향해 공격을 해오는 모습을 본 진루안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주위 사람들의 낯빛도 모두 변했다. 그들은 진루안이 졌을 거라는 확신을 가졌다.“저 자식 얼굴색도 변한 걸 보니 정말 이동근 님의 상대가 아닌가 보네.”“쳇, 당연한 거 아닌가? 진루안이 어떻게 이동근
이동근은 그 말을 듣자 안색이 변하더니 고개를 들어 진루안을 바라봤다.“네 놈이 팔극권의 진수를 어떻게 알아?”그는 마음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진루안이 말한 건 팔극권의 총강 심법이며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비밀이기도 하다.그런데 진루안이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라들 앞에서 대놓고 말하다니 놀랄 수밖에.“팔극권은 생각에 있지 힘에 있는 것이 아니며 생각으로 공격하는 것이지 힘으로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강하면 그 힘을 이용하라. 그게 바로……주먹이다!”말투가 급변하면서 주먹을 내지르는 순간 진루안의 주변에 공기가 거세게 휘몰아쳤다.이동근의 지금 심정은 충격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형용할 수 없었다. 그는 완전히 넋이 나가 주먹질을 하는 방법마저 잊어버렸다.“상대가 강하면 그 강함을 이용하라. 산에 불어든 바람처럼 상대의 곳곳에 영향을 끼치리라!”“상대가 날뛰면 그 정서를 이용하라. 강에 비친 달처럼 상대가 아무리 일렁여도 부서지지 않으리라!”“상대가 한을 품으면 그 악함을 이용하라. 진기 한방이면 상대를 이길 수 있으리라!”팔극권의 진수를 하나하나 보여주며 활력 넘치는 공격을 펼치는 진루안 덕에 주위 사람들마저 그의 주먹에 실린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이동근은 멍하니 옆에 서서 마치 스승의 전도를 받는 제자처럼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상대가 본인을 미워한다 한들 상대를 미워하지 말라. 맑은 물속에서만 헤엄치는 물고기를 더 잘 볼 수 있으니!”“상대가 힘을 쓰면 그 힘을 이용하라. 팔극의 힘이 멀리까지 전해지리라!”진루안은 손과 발을 함께 이용하며 팔극권뿐만 아니라 팔극퇴의 진수와 참뜻을 융합하여 보여주었다. 그 화려한 기술에 이동근은 현재 대결하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진루안을 바라봤다.그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는 몇몇 진루안을 미워하는 사람을 빼고 거의 모든 사람이 현재 대결을 하는 중이라는 사실도 까맣게 잊은 채 멍하니 진루안을 바라봤다.특히 한준서의 표정은 매우 싸늘했다. 그는 상대가 어쩌고저
“한 수 가르쳐 주세요.”이동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결심을 내린 듯 입을 열었다.돈을 받았으면 일을 하는 게 당연했다.그러지 않으면 한준서에게 미안할 뿐만 아니라 본인의 명성에도 손해였고 싸우지도 않고 물러나는 건 너무 치욕스러웠다.그리고 한편으로는 진루안에게 한 수 가르침을 받고 싶은 것도 있었다. 아무리 지더라도 이건 한번 비겨볼 가치가 있는 대결이었다.그의 그런 속내를 진루안은 이미 꿰뚫고 있었다. 기왕 이동근이 겨루고 싶다면 그도 그에게 그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대결이 다시 시작되자 이동근이 먼저 진루안이 가르쳐주었던 권법으로 그를 공격했다.진루안은 이번에는 상대를 봐주지 않았다. 그가 이동근의 체면을 봐준다고 해서 계속 좋은 태도로 그를 대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들어 메치는 동작 하나에 이동근이 완전히 거꾸로 넘어갔다. 그 일격은 완전히 치명적이었다.“됐어요. 그쪽이 졌어요!”진루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바닥에 넘어져 있는 이동근을 힐끗거리더니 고개를 돌려 한준서를 바라봤다.한준서는 순간 늑대와 눈이라도 마주친 듯 식겁했다. 결혼식장에서도 진루안은 이런 표정으로 그를 봤었는데 이런 장면이 또 반복된 거다.“네가 이길 줄은 몰랐네. 내가 널 너무 얕잡아봤네.”한준서의 표정은 몹시 부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순식간에 그 표정을 숨기며 싸늘한 미소를 짓더니 속으로 그를 죽여야겠다는 결심을 했다.‘이동근마저 진루안을 이길 수 없다면 진루안의 실력이 엄청 강하다는 뜻인데. 보아하니 다음에는 킬러를 고용해 진루안을 죽여야겠네.’속으로 이런 결심을 내리자 한준서는 마음이 가벼워졌다.“그래, 네가 이겼어. 난 이만 갈게.”한준서는 더 이상 진루안과 말을 섞고도 싶지 않은 듯 몸을 돌려 떠나갔다.그제야 서경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에게 있어 진루안이 이기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한준서의 팔을 끊이든 말든 그녀에게 중요하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도 하나둘 흩어지기 시작했다.진루안이 호되게 당하는 걸 구경하러 온
“에이, 잘못 생각했겠지. 저 자식 한준서 도련님 팔 부러트릴 배짱이 없어. 한준서가 어떤 사람인데 진루안도 본인이 한준서 도련님의 팔을 부러트리면 죽을 거란 거 알 거야!”안명섭은 장근수가 틀렸다는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진루안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일을 할 리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맞아요, 진루안이 뭐라고! 그럴 배짱이 없을 거예요!”안유아는 자기 오빠의 추측에 동의한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장근수를 바라봤다. 역시나 수많은 사람이 안명섭의 추측에 동의했다.“진루안은 지금쯤 이겼다고 속으로 좋아하고 있을 거예요. 아마 한준서 도련님의 팔을 부러트릴 생각은 하지도 못할걸요. 생각이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맞아요, 아무튼 전 안 믿어요!”“저도 안 믿어요!”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저으며 아닐 거라고 확신했다.“그래, 네 생각이 맞는 것 같아. 진루안이 뭔데 감히 한준서 도련님 필을 부러트리겠어? 확실히 너무 말도 안 되긴 해.”장근수는 안명섭과 사람들의 말을 듣고 냉소를 지었다. ‘내가 진루안을 너무 과대평가했어. 진루안 저 자식이 아무리 이겼다 하더라도 진 거나 뭐가 달라. 제 주제에 그저 떠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겠어? 그 자식이 만약 한준서의 팔을 부러트리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을 텐데 설마 그러겠어?’한씨 가문의 무서운 정도는 한 사람을 절망에 빠트리기에 충분하다. 그 시각, 한준서는 본인을 향해 한 걸음씩 가까워지는 진루안을 빤히 바라봤다.서경아는 진루안을 말리려고 소리치려 했지만 그의 신분을 생각하자 그도 알아서 하리라는 생각에 다시 입을 다물었다.한편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한준서에게로 다가가는 진루안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동근마저 이 팔극권을 섭렵한 젊은 인재가 대체 뭘 할지 궁금해 그를 쳐다봤다.‘저 사람 실력이 보통이 아니야. 사부님더러 직접 동강으로 와서 진루안의 실력을 확인해 보라고 해야겠어.’그때 진루안이 본인을 무뚝뚝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한준서는 입가에 냉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뭐
장근수는 순간 몸이 차가운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고 등골이 오싹했다. 하지만 마영관 앞에서 질우안에게 뺨 세 대를 맞던 장면이 갑자기 떠오르자 화를 참지 못하고 계속 소리 질렀다.“보긴 뭘 봐! 내 말이 틀려? 그래도 동창이니까 미리 경고하는 거야. 아직도 사리분별하지 못하겠어?”진루안은 장근수가 본인을 욕하는 틈에 그의 앞에 다가갔다.장근수는 뭐라고 더 말하고 싶었지만 진루안은 그에게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다리를 들어 장근수를 차버렸으니까. 그 힘은 여느 때보다도 강했기에 장근수는 공격 한 방에 5미터 밖으로 날아가더니 바닥에서 또 몇 미터를 더 미끌었다. 순간 그의 옷은 여기저기 찢어져 볼품없게 되었고 살이 바닥에 쓸려 상처가 났다. 더욱이 그 한방으로 장근수는 쓰러져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안명섭은 순간 식은땀이 흘러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진루안은 그를 노려보고는 이내 무시한 채 다시 한준서 앞으로 다가갔다.그 시각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한준서는 왼팔을 부여잡은 채로 고개를 들었다. 진루안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의 눈에는 살의가 피어올랐고 일그러진 얼굴에는 원한이 가득했다.“진루안, 내가 너 꼭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라고! 나를 이렇게 대하는 사람은 지금껏 한 명도 없었어. 그런데 천것 주제에 감히 내 팔을 부러트려?”“닥쳐!”천것이네 뭐네 주제가 어떻네 하는 한준서의 말에 진루안은 순간 살의를 뿜어냈다.‘이겨서 내기대로 했는데 내가 작못했다고? 네가 한준서라서 한씨 가문 첫째 도련님이라서 내가 너한테 잘 보여야 하고 이겼어도 꼬리 내리고 떠나야 한다고? 네가 뭔데 내가 계속 참아야 해? 결혼식장에서 한 번으로 이미 족하잖아!’진루안의 기에 눌린 한준서는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 때문에 화가 났지만 무서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때 진루안이 그를 바라보며 울부짖듯 소리쳤다.“사람은 누구나 평등해. 태어날 때부터. 네가 남들보다 잘났다는 생각은 버려. 한씨 가문 도련님이면 뭐? 그렇다고 내가
어둠이 깃든 밤, 한씨 가문 저택 정원.쾅!한성호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테이블을 세게 내리쳤다.그는 깁스를 한 채 창백한 얼굴로 소파에 누워있는 아들을 보자 진루안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깊어졌다.“건방진 것! 감히 천것 주제에 한씨 가문을 건드려? 숙부님, 들어오세요!”한성호는 노여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정원을 향해 소리쳤다.그러자 곧바로 청록색 옷을 차려입은 노인 한 분이 정원에서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그는 비쩍 마른 데다 눈이 움푹 파여 뼈밖에 남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어 무척 무서웠다.그는 바로 한영길, 한씨 가문의 무인이며 무공에 능한 노인인 데다 한성호의 먼 친척이기도 하다.“가주님!”한영길은 안으로 들어서자 두 손을 맞잡은 채 허리를 살짝 굽히며 한성호에게 예를 표했다.한준서의 꼴을 보는 순간 그도 속으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사실 그도 한준서와 진루안 사이의 일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나 지금껏 그저 어린애들의 장난 수준으로만 생각해 별로 신경 쓰지 않았었다.그런데 한준서가 팔이 부러진 걸 보자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장난 수준을 벗어났다는 걸 깨달았다.‘감히 한씨 가문 장자를 이렇게 대하다니 진루안 그놈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나?’그는 한성호가 본인을 불러들인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했다.“숙부님, 숙부님이 서씨 가문 저택으로 가 진루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세요! 만약 내일 아침까지 진루안 그 자식을 내놓지 않으면 저 한성호의 화를 감당해야 한다는 말도 전해주세요!”한성호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로 주먹을 꽉 그러쥐었다. 순간 그의 손등에 울퉁불퉁한 힘줄이 튀어 올라왔다.한준서는 아버지의 분노한 모습에 다급히 소파에서 일어나 앉더니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한영길에게 부탁했다.“할아버지, 저 진루안 그 자식이 처참하게 죽는 꼴 꼭 보고 싶어요!”“걱정 말거라. 이 할아비가 반드시 복수해 줄 테니.”한영길은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가 몸을 돌리는 순간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순간 가문 저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