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근수는 순간 몸이 차가운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고 등골이 오싹했다. 하지만 마영관 앞에서 질우안에게 뺨 세 대를 맞던 장면이 갑자기 떠오르자 화를 참지 못하고 계속 소리 질렀다.“보긴 뭘 봐! 내 말이 틀려? 그래도 동창이니까 미리 경고하는 거야. 아직도 사리분별하지 못하겠어?”진루안은 장근수가 본인을 욕하는 틈에 그의 앞에 다가갔다.장근수는 뭐라고 더 말하고 싶었지만 진루안은 그에게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다리를 들어 장근수를 차버렸으니까. 그 힘은 여느 때보다도 강했기에 장근수는 공격 한 방에 5미터 밖으로 날아가더니 바닥에서 또 몇 미터를 더 미끌었다. 순간 그의 옷은 여기저기 찢어져 볼품없게 되었고 살이 바닥에 쓸려 상처가 났다. 더욱이 그 한방으로 장근수는 쓰러져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안명섭은 순간 식은땀이 흘러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진루안은 그를 노려보고는 이내 무시한 채 다시 한준서 앞으로 다가갔다.그 시각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한준서는 왼팔을 부여잡은 채로 고개를 들었다. 진루안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의 눈에는 살의가 피어올랐고 일그러진 얼굴에는 원한이 가득했다.“진루안, 내가 너 꼭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라고! 나를 이렇게 대하는 사람은 지금껏 한 명도 없었어. 그런데 천것 주제에 감히 내 팔을 부러트려?”“닥쳐!”천것이네 뭐네 주제가 어떻네 하는 한준서의 말에 진루안은 순간 살의를 뿜어냈다.‘이겨서 내기대로 했는데 내가 작못했다고? 네가 한준서라서 한씨 가문 첫째 도련님이라서 내가 너한테 잘 보여야 하고 이겼어도 꼬리 내리고 떠나야 한다고? 네가 뭔데 내가 계속 참아야 해? 결혼식장에서 한 번으로 이미 족하잖아!’진루안의 기에 눌린 한준서는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 때문에 화가 났지만 무서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때 진루안이 그를 바라보며 울부짖듯 소리쳤다.“사람은 누구나 평등해. 태어날 때부터. 네가 남들보다 잘났다는 생각은 버려. 한씨 가문 도련님이면 뭐? 그렇다고 내가
어둠이 깃든 밤, 한씨 가문 저택 정원.쾅!한성호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테이블을 세게 내리쳤다.그는 깁스를 한 채 창백한 얼굴로 소파에 누워있는 아들을 보자 진루안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깊어졌다.“건방진 것! 감히 천것 주제에 한씨 가문을 건드려? 숙부님, 들어오세요!”한성호는 노여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정원을 향해 소리쳤다.그러자 곧바로 청록색 옷을 차려입은 노인 한 분이 정원에서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그는 비쩍 마른 데다 눈이 움푹 파여 뼈밖에 남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어 무척 무서웠다.그는 바로 한영길, 한씨 가문의 무인이며 무공에 능한 노인인 데다 한성호의 먼 친척이기도 하다.“가주님!”한영길은 안으로 들어서자 두 손을 맞잡은 채 허리를 살짝 굽히며 한성호에게 예를 표했다.한준서의 꼴을 보는 순간 그도 속으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사실 그도 한준서와 진루안 사이의 일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나 지금껏 그저 어린애들의 장난 수준으로만 생각해 별로 신경 쓰지 않았었다.그런데 한준서가 팔이 부러진 걸 보자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장난 수준을 벗어났다는 걸 깨달았다.‘감히 한씨 가문 장자를 이렇게 대하다니 진루안 그놈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나?’그는 한성호가 본인을 불러들인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했다.“숙부님, 숙부님이 서씨 가문 저택으로 가 진루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세요! 만약 내일 아침까지 진루안 그 자식을 내놓지 않으면 저 한성호의 화를 감당해야 한다는 말도 전해주세요!”한성호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로 주먹을 꽉 그러쥐었다. 순간 그의 손등에 울퉁불퉁한 힘줄이 튀어 올라왔다.한준서는 아버지의 분노한 모습에 다급히 소파에서 일어나 앉더니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한영길에게 부탁했다.“할아버지, 저 진루안 그 자식이 처참하게 죽는 꼴 꼭 보고 싶어요!”“걱정 말거라. 이 할아비가 반드시 복수해 줄 테니.”한영길은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가 몸을 돌리는 순간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순간 가문 저택
서씨 가문 저택 정원 내부.서호성은 근심 가득한 얼굴로 책을 내려놓았다. 그는 오늘 한준서와 진루안이 내기 때문에 싸움을 벌였다는 소식을 이미 전해 들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그의 상상을 벗어났다.그는 진루안이 이동근을 이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는 동강시에서 가장 강한 권술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진루안이 그를 이길 수 있다는 건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걸 설명한다.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한들 진루안은 한준서를 건드려서는 안 되며 더욱이 그의 팔을 부러트려서는 안 됐었다.그런데 그렇게 했다는 건 반드시 한씨 가문의 원한을 살게 뻔했다. 때문에 그는 이 일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그나마 다행인 건 조영화가 가문 저택에 없다는 거다. 그렇지 않았다간 그녀가 그의 귓가에 못이 박힐 정도로 잔소리를 해댈 게 뻔했으니.그러던 그때.“서호성, 당신이 딸 얼마나 잘 키웠는지 봐봐!”정원에서 분노 섞인 고함소리가 들려왔다.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서호성는 조영화가 돌아왔다는 걸 알았고 얼굴에는 이내 씁쓸한 빛이 감돌았다. 아니나 다를까 조영화가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홀 안으로 들어왔다.그녀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눈은 더없이 싸늘했다.“당신 딸 좀 봐봐. 어쩜 하루가 멀다고 한씨 가문을 건드리냐고. 이번엔 아예 그 호구마저 나서서 한씨 가문 도련님의 팔을 부러트렸다고. 대체 무슨 생각이래? 우리 집안 말아먹으려고 작정했대? 내가 말해두는데, 당신 이 일 제대로 해결해. 안 그러면 나 가만있지 않을 테니까. 한씨 가문 건드리는 게 우리 집안에 얼마나 손해인지 알기나 해?”조영화는 팔짱을 끼며 쉴 새 없이 푸념하며 노여움을 표출했다.그녀는 화투를 치러 밖에 나갔다가 진루안이 한준서의 팔을 부러트렸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서 황급히 돌아왔다. 그 때문에 이미 예약한 마시지도 받지 못해 화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당신도 그만해. 그렇게 소리친다고 문제가 해결돼?”서호성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짜증 나기는 마찬
관장을 떠난 뒤 서경아는 진루아를 마영관에 내려주고는 서화 그룹으로 향했다.마영관에서 진루안은 마영삼에게 정도헌을 소개해 주었다. 진루안은 정도헌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마영삼에게 정도헌이란 인물은 무척 대단했다.“정 대신님, 차 드세요!”다실에는 도합 세 명이 있었는데 진루안과 정도헌 외에 마영삼도 함께 있었다.마영삼은 본인도 분명 대단한 인물이면서 정도헌에게 불만 없이 차를 타 줬다.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 있어 상대방은 오히려 건드릴 수 있는 대단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진루안에 대한 두려움도 더욱 커졌다. 진루안은 전광림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건성의 언론 대신, 정도헌도 알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들이 보통사람이라면 모를까 모두 높은 곳에 있어 평소에 만나기도 어려운 사람들이다.하지만 그런 정도헌마저 진루안 앞에서 예의를 갖추고 있었다.마영삼은 그게 모두 진루안 때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감사합니다!”정도헌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마영삼을 향해 미소 짓고는 나무 의자에 앉아 있는 진루안을 바라봤다.“진루안 씨, 동강시 언론 대신 건은 이미 마 사장한테 일러뒀어요. 아마 내일 중으로 언론대신의 직위가 박탈될 거예요.”정도헌은 지금껏 꼬박 하루 동안 동강시의 허위 보도 건을 처리했다. 진루안에 관련된 일은 그도 감히 소홀히 할 수 없었다.그 시각 옆에서 차를 따르던 마 영감은 두 사람의 대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동강시의 언론 대신이 두 사람의 말 때문에 파면당한다고? 이거 너무 무서운 거 아니야?’그는 허위 보도 때문에 진루안의 명예가 손상됐을뿐더러 서화 그룹이 귀찮은 일에 휘말렸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 일로 진루안이 동강시의 언론 대신을 처리하려 한다는 건 생각지도 못한 전개였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이 일이 원만하게 해결되는 건 사실이었다.‘정말 대단하고 무서운 사람이네.’순간 진루안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강해졌다.그 시각, 차를 들고 마시던 진루안은 정도헌의 말에 만
“루안 씨 한씨 가문에서 루안 씨를 찾지 못하게 얼른 동강시를 벗어나요.”서경아는 본인의 가문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은 채 진루안의 안위만 걱정했다.한씨 가문의 분노는 일반 가문에서 감당하기 버거웠지만 그녀는 본인의 가문을 위해 진루안을 내버리는 일은 할 수 없었다.서호성을 포함한 서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진루안을 내놓기를 원하고 있었지만 그녀만은 그걸 원하지 않았고 아무리 이 일의 후폭풍을 감당하지 못할지라도 후회하지 않았다.서경아의 말에 진루안은 곧바로 한씨 가문 사람들의 꿍꿍이를 간파했다.“걱정 마요, 경아 씨. 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오늘은 편히 쉬어요.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나 한씨 가문 저택 갈 거예요!”도망치는 건 진루안의 스타일이 아니다. 하물며 상대가 한씨 가문이라면 도망칠 이유조차 없었다.솔직히 한씨 가문에서 그를 찾지 않는다고 해도 그는 그들 가문 저택에 쳐들어가 그들과 한바탕 놀 생각이었다.안 그래도 한준서처럼 “훌륭한” 인재를 배양해 낸 한씨 가문이 대체 어떤 집안인지 궁금했는데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아니…….”뚜뚜뚜!서경아가 설득하기도 전에 진루안은 전화를 끊어버렸다.그 시각 혼자 별장에 있던 서경아는 답답한 마음에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버렸지만 한편으로 진루안이 걱정되었다.물론 그녀도 진루안의 신분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한영길 그 괴물은 신분으로 누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의 실력이 무서울 정도로 강하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진루안이 기어코 한씨 가문 저택에 가겠다니 그녀로서는 방법이 없었다.하지만 그 시각 핸드폰을 내려놓은 진루안은 기지캐를 켜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옆에서 그 모습을 보던 정도헌과 마영삼도 얼른 뒤따라 일어났다.“도헌 씨, 오늘은 마 영감과 시간 보내. 내일 아침 마 사장과 약속 잡는 거 잊지 말고. 나는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겠어.”대충 몇 마디 분부하고 몸을 돌려 다방을 나가는 진루안의 모습에 정도헌과 마영삼은 서로 눈빛을
‘내일 아침까지 한씨 가문 저택에 와서 자수하라고? 안 그러면 서씨 가문에 손을 쓰겠다고?’한씨 가문의 그 협박은 진루안 눈에 너무나도 겁 없는 행위였다. 하지만 한씨 가문과 서씨 가문을 비교해 봤을 때 한씨 가문에서 그렇게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하지만 진루안이 가장 못마땅한 건 한씨 가문에서 서경아까지 끌어들였다는 거다.만약 이 타이밍에 한씨 가문에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그들이 서경아를 계속 괴롭힐 게 뻔하다.그런 한씨 가문의 모든 사람을 고분고분하게 만들 방법은 그의 무서움을 톡톡히 알려주는 것이다.그에게는 한씨 가문을 괴롭힐 수단은 차고 넘쳤다. 그걸 한씨 가문이 감당할 수 있을지 문제지만.어둠이 드리운 밤, 한씨 가문 저택 문 앞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하지만 정원 안에는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고 문 앞에 있는 두 개의 돌사자가 무서운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역시 동강시의 최고 가문 답네.’하지만 이미 세상 물정을 거의 모두 경험한 사람으로서 질우안에게 한씨 가문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그 시각, 갑자기 나타난 진루안 때문에 한씨 가문 저택을 지키고 있던 부하가 어리둥절했다.‘이 사람은 여기서 대체 뭘 하는 거지? 왜 자꾸 안쪽을 들여다보지?’순간 모든 부하들은 경계 태세를 취하며 모두 밖으로 나와 진루안을 막아섰다.“당신 누구야? 이렇게 늦게 한씨 가문 저택엔 웬일이지?”맨 앞에 서 있는 남자가 싸늘한 표정으로 진루안을 빤히 쳐다봤다. 그들은 진루안이 조금만 선 넘는 행동을 보이면 한꺼번에 달려들 기세였다.하지만 그들의 무서운 눈빛에서 진루안은 별다른 기색을 보이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당신들 가주한테 전해. 진루안이 약속 지키러 왔다고.”“진루안? 당신이 그 서씨 가문 데릴사위 진루안이라고?”맨 앞에 있던 남자는 잠시 멍해 있더니 얼굴에 놀란 기색을 띠었다.그는 당연히 한씨 가문에 큰일이 벌어졌고 도련님이 누군가에게 맞고 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도련님을 그렇게 만든 당사자가 이렇게 자
진루안이 골동품을 구경하고 있을 때 한성호와 한준서는 옆 방 CCTV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있었다.“진루안 이놈 배짱 한번 두둑하네.”진루안의 모습에 한성호는 놀란 듯했다. 진루안의 배짱에 그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만약 다른 사람이 한씨 가문 저택 거실에서 반시간 동안 혼자 방치되어 있었다면 이미 정신이 무너졌을 텐데 진루안은 그러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한가하게 골동품이나 구경하고 있으니 말이다.하지만 감탄도 여기까지였다. 그가 아무리 배짱이 두둑하다고 해도 본인 아들 팔을 부러트린 그를 한성호는 용서할 수 없었다.“아버지, 저는 저 자식 죽는 꼴 꼭 보고 싶어요!”한준서의 눈에는 원망과 살기가 묻어 있었다. 그는 진루안이 미워이가 갈렸고 그가 처참하게 죽기를 그 누구보다 바라고 있었다.여러 번 자기를 모욕한 것도 모자라 그가 차지하려는 여자를 빼앗은 분노를 한준서는 쉽사리 삼킬 수 없었다.‘나 한씨 가문 도련님이야! 감히 천박한 천것 주제에 어디서 내 머리꼭대기에 기어오르려고 하고 있어?’한성호는 아들의 분노를 이해했다. 사실 그도 한준서 못지않았다.한준서의 팔이 부러졌다는 사실이 동강시 고위층들에게 알려지면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쪽팔려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된다.그런데 그게 모두 진루안 때문이다.“그래. 내가 꼭 그 자식 죽이마!”한성호는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진루안이 아무리 서씨 가문의 데릴사위라 할지라도 그의 눈에 그는 그저 아무 뒷배도 없는 천민이었기에 죽는다 한들 아무 영향도 없었다.“내가 가서 상대해보마!”한성호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해도 재미 없을 테고 진루안의 정신력도 무너트릴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곧바로 거실로 나갔다.그리고 한준서는 싸늘한 미소를 지은 채 CCTV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그 시각 진루안은 사람 키만큼 높은 꽃병 하나를 구경하고 있었다. 꽃병은 양쪽에 손잡이가 있는 청화자였다. 만약 명조 시기의 진품이라고 하면 100억은 족히 넘을 거다.그러던
한성호의 분노는 점점 짙어졌다. 그는 진루안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는 순간 그가 한씨 가문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는 걸 알아챘다.이렇게 건방진 청년을 그는 처음 본다.“진루안, 다시 한번 묻지. 밖에서 한씨 가문에 대한 소문 못 들었나? 너 지금 있는 곳 한씨 가문 저택이야. 그런데도 감히 이런 일을 벌인다고?”진루안을 바라보는 한성호의 눈에는 살의가 번뜩였다.그는 전에도 물은 적 있는데 오늘 다시 묻는 거다. 진루안은 그의 물음에 경멸하는 듯 입을 삐죽거리며 웃었다.“안다면 어떻고 모른다면 어떤데? 내가 한씨 가문 저택에서 소란 피운다는 거 알고 있으면 어쩔 건데?”진루안이 강경한 어투로 응수하며 한성호의 질문에 받아쳤다.그가 여기로 온 건 당연히 소란을 피우기 위한 거다. 그렇지 않으면 꽃병과 찻주전자를 부술 일도 없을 테니까.그 말을 들은 한성호의 눈에 드리운 살기가 점점 커지더니 눈꺼풀이 경련을 일으켰다. 그는 천민이 감히 한씨 가문 저택에 소란 피우러 왔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으니까.그건 한성호에게 너무나도 큰 모욕감을 줬다. 한씨 가문이 힘도 백도 없는 천민 따위한테 모욕당한다는 건 선조에게 부끄러운 일이었다.“집안 곳곳에 가짜 공동품들로 가득 차 있다니. 한씨 가문이 그래도 유서 깊은 집안인 줄 알았는데 순 허세였군.”진루안은 주위를 다시 한번 둘러봤다. 거실에 놓인 골동품들은 십중팔구 모두 가짜로 되어 있어 그야말로 고상함을 가장한 겉치레였다.진루안이 이걸 감별할 줄 아는 건 당연히 그가 스승님 백 군신한테서 배운 기술 때문이다. 그의 스승님은 못 하는 게 없는 데다가 골동품을 감별하는 것도 그에게는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뭐라고?”한성호는 이를 갈며 살기를 내뿜었다.그는 다른 사람이 본인을 허세 부린다고 말하는 걸 가장 싫어한다. 그건 그의 마음 속 치유할 수 없는 상처나 마찬가지다. 그도 한때는 그저 배운 것 없는 부잣집 도련님이라서 사람들의 무시당한 적 있다. 그때부터 그는 점차 본인의 학문을 닦아 상류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