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안 씨 한씨 가문에서 루안 씨를 찾지 못하게 얼른 동강시를 벗어나요.”서경아는 본인의 가문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은 채 진루안의 안위만 걱정했다.한씨 가문의 분노는 일반 가문에서 감당하기 버거웠지만 그녀는 본인의 가문을 위해 진루안을 내버리는 일은 할 수 없었다.서호성을 포함한 서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진루안을 내놓기를 원하고 있었지만 그녀만은 그걸 원하지 않았고 아무리 이 일의 후폭풍을 감당하지 못할지라도 후회하지 않았다.서경아의 말에 진루안은 곧바로 한씨 가문 사람들의 꿍꿍이를 간파했다.“걱정 마요, 경아 씨. 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오늘은 편히 쉬어요.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나 한씨 가문 저택 갈 거예요!”도망치는 건 진루안의 스타일이 아니다. 하물며 상대가 한씨 가문이라면 도망칠 이유조차 없었다.솔직히 한씨 가문에서 그를 찾지 않는다고 해도 그는 그들 가문 저택에 쳐들어가 그들과 한바탕 놀 생각이었다.안 그래도 한준서처럼 “훌륭한” 인재를 배양해 낸 한씨 가문이 대체 어떤 집안인지 궁금했는데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아니…….”뚜뚜뚜!서경아가 설득하기도 전에 진루안은 전화를 끊어버렸다.그 시각 혼자 별장에 있던 서경아는 답답한 마음에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버렸지만 한편으로 진루안이 걱정되었다.물론 그녀도 진루안의 신분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한영길 그 괴물은 신분으로 누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의 실력이 무서울 정도로 강하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진루안이 기어코 한씨 가문 저택에 가겠다니 그녀로서는 방법이 없었다.하지만 그 시각 핸드폰을 내려놓은 진루안은 기지캐를 켜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옆에서 그 모습을 보던 정도헌과 마영삼도 얼른 뒤따라 일어났다.“도헌 씨, 오늘은 마 영감과 시간 보내. 내일 아침 마 사장과 약속 잡는 거 잊지 말고. 나는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겠어.”대충 몇 마디 분부하고 몸을 돌려 다방을 나가는 진루안의 모습에 정도헌과 마영삼은 서로 눈빛을
‘내일 아침까지 한씨 가문 저택에 와서 자수하라고? 안 그러면 서씨 가문에 손을 쓰겠다고?’한씨 가문의 그 협박은 진루안 눈에 너무나도 겁 없는 행위였다. 하지만 한씨 가문과 서씨 가문을 비교해 봤을 때 한씨 가문에서 그렇게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하지만 진루안이 가장 못마땅한 건 한씨 가문에서 서경아까지 끌어들였다는 거다.만약 이 타이밍에 한씨 가문에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그들이 서경아를 계속 괴롭힐 게 뻔하다.그런 한씨 가문의 모든 사람을 고분고분하게 만들 방법은 그의 무서움을 톡톡히 알려주는 것이다.그에게는 한씨 가문을 괴롭힐 수단은 차고 넘쳤다. 그걸 한씨 가문이 감당할 수 있을지 문제지만.어둠이 드리운 밤, 한씨 가문 저택 문 앞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하지만 정원 안에는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고 문 앞에 있는 두 개의 돌사자가 무서운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역시 동강시의 최고 가문 답네.’하지만 이미 세상 물정을 거의 모두 경험한 사람으로서 질우안에게 한씨 가문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그 시각, 갑자기 나타난 진루안 때문에 한씨 가문 저택을 지키고 있던 부하가 어리둥절했다.‘이 사람은 여기서 대체 뭘 하는 거지? 왜 자꾸 안쪽을 들여다보지?’순간 모든 부하들은 경계 태세를 취하며 모두 밖으로 나와 진루안을 막아섰다.“당신 누구야? 이렇게 늦게 한씨 가문 저택엔 웬일이지?”맨 앞에 서 있는 남자가 싸늘한 표정으로 진루안을 빤히 쳐다봤다. 그들은 진루안이 조금만 선 넘는 행동을 보이면 한꺼번에 달려들 기세였다.하지만 그들의 무서운 눈빛에서 진루안은 별다른 기색을 보이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당신들 가주한테 전해. 진루안이 약속 지키러 왔다고.”“진루안? 당신이 그 서씨 가문 데릴사위 진루안이라고?”맨 앞에 있던 남자는 잠시 멍해 있더니 얼굴에 놀란 기색을 띠었다.그는 당연히 한씨 가문에 큰일이 벌어졌고 도련님이 누군가에게 맞고 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도련님을 그렇게 만든 당사자가 이렇게 자
진루안이 골동품을 구경하고 있을 때 한성호와 한준서는 옆 방 CCTV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있었다.“진루안 이놈 배짱 한번 두둑하네.”진루안의 모습에 한성호는 놀란 듯했다. 진루안의 배짱에 그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만약 다른 사람이 한씨 가문 저택 거실에서 반시간 동안 혼자 방치되어 있었다면 이미 정신이 무너졌을 텐데 진루안은 그러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한가하게 골동품이나 구경하고 있으니 말이다.하지만 감탄도 여기까지였다. 그가 아무리 배짱이 두둑하다고 해도 본인 아들 팔을 부러트린 그를 한성호는 용서할 수 없었다.“아버지, 저는 저 자식 죽는 꼴 꼭 보고 싶어요!”한준서의 눈에는 원망과 살기가 묻어 있었다. 그는 진루안이 미워이가 갈렸고 그가 처참하게 죽기를 그 누구보다 바라고 있었다.여러 번 자기를 모욕한 것도 모자라 그가 차지하려는 여자를 빼앗은 분노를 한준서는 쉽사리 삼킬 수 없었다.‘나 한씨 가문 도련님이야! 감히 천박한 천것 주제에 어디서 내 머리꼭대기에 기어오르려고 하고 있어?’한성호는 아들의 분노를 이해했다. 사실 그도 한준서 못지않았다.한준서의 팔이 부러졌다는 사실이 동강시 고위층들에게 알려지면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쪽팔려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된다.그런데 그게 모두 진루안 때문이다.“그래. 내가 꼭 그 자식 죽이마!”한성호는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진루안이 아무리 서씨 가문의 데릴사위라 할지라도 그의 눈에 그는 그저 아무 뒷배도 없는 천민이었기에 죽는다 한들 아무 영향도 없었다.“내가 가서 상대해보마!”한성호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해도 재미 없을 테고 진루안의 정신력도 무너트릴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곧바로 거실로 나갔다.그리고 한준서는 싸늘한 미소를 지은 채 CCTV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그 시각 진루안은 사람 키만큼 높은 꽃병 하나를 구경하고 있었다. 꽃병은 양쪽에 손잡이가 있는 청화자였다. 만약 명조 시기의 진품이라고 하면 100억은 족히 넘을 거다.그러던
한성호의 분노는 점점 짙어졌다. 그는 진루안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는 순간 그가 한씨 가문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는 걸 알아챘다.이렇게 건방진 청년을 그는 처음 본다.“진루안, 다시 한번 묻지. 밖에서 한씨 가문에 대한 소문 못 들었나? 너 지금 있는 곳 한씨 가문 저택이야. 그런데도 감히 이런 일을 벌인다고?”진루안을 바라보는 한성호의 눈에는 살의가 번뜩였다.그는 전에도 물은 적 있는데 오늘 다시 묻는 거다. 진루안은 그의 물음에 경멸하는 듯 입을 삐죽거리며 웃었다.“안다면 어떻고 모른다면 어떤데? 내가 한씨 가문 저택에서 소란 피운다는 거 알고 있으면 어쩔 건데?”진루안이 강경한 어투로 응수하며 한성호의 질문에 받아쳤다.그가 여기로 온 건 당연히 소란을 피우기 위한 거다. 그렇지 않으면 꽃병과 찻주전자를 부술 일도 없을 테니까.그 말을 들은 한성호의 눈에 드리운 살기가 점점 커지더니 눈꺼풀이 경련을 일으켰다. 그는 천민이 감히 한씨 가문 저택에 소란 피우러 왔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으니까.그건 한성호에게 너무나도 큰 모욕감을 줬다. 한씨 가문이 힘도 백도 없는 천민 따위한테 모욕당한다는 건 선조에게 부끄러운 일이었다.“집안 곳곳에 가짜 공동품들로 가득 차 있다니. 한씨 가문이 그래도 유서 깊은 집안인 줄 알았는데 순 허세였군.”진루안은 주위를 다시 한번 둘러봤다. 거실에 놓인 골동품들은 십중팔구 모두 가짜로 되어 있어 그야말로 고상함을 가장한 겉치레였다.진루안이 이걸 감별할 줄 아는 건 당연히 그가 스승님 백 군신한테서 배운 기술 때문이다. 그의 스승님은 못 하는 게 없는 데다가 골동품을 감별하는 것도 그에게는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뭐라고?”한성호는 이를 갈며 살기를 내뿜었다.그는 다른 사람이 본인을 허세 부린다고 말하는 걸 가장 싫어한다. 그건 그의 마음 속 치유할 수 없는 상처나 마찬가지다. 그도 한때는 그저 배운 것 없는 부잣집 도련님이라서 사람들의 무시당한 적 있다. 그때부터 그는 점차 본인의 학문을 닦아 상류층에
“으악! 내 손!”진루안은 한준서의 아버지 한성호의 앞에서, 한씨 가문 다른 사람들의 앞에서 또 한 번 한준서의 오른쪽 팔을 부러트렸다.“오른팔도 이왕 부러졌는데 두 다리도 그냥 없는 게 낫지 않을까?”진루안의 눈에는 여전히 살기가 가득했다. 기왕 일을 시작했으니 독하게 할 생각이었다.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리를 들어 한준서의 두 다리를 걷어차 넘어뜨리고는 밟아서 부러트리려고 했다.그는 한준서에게 본인의 무서움을 알려주고 싶었다.“네가 감히!”한성호는 아들의 다리가 부러지는 걸 눈 뜨고 볼 수 없었기에 다급히 소리쳤다. 곧이어 그는 옆에 놓인 꽃병 하나늘 집어 들더니 진루안을 향해 던졌다.하지만 진루안이 그것을 가볍게 피하는 바람에 꽃병은 쨍그랑 소리를 내며 등 뒤에서 또 산산조각났다.거실은 순식간에 엉망진창으로 되었지만 한성호는 그걸 상관할 겨를이 없었다.“숙부님!”그는 이내 목청껏 소리쳤다. 어찌 됐든 한씨 가문에서 무공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은 단연 한영길이니까.집안이 진루안 때문에 쑥대밭으로 되었는데 한영길이 더 이상 나서지 않으면 한씨 가문의 체면은 체면을 구길 게 뻔했다.비쩍 마른 몸매에 얼굴에 칼자국이 나 있는 노인이 문 앞에 나타나자 진루안의 눈빛은 이내 음산해졌다.‘이 사람 쉽지 않은 상대네. 손에 적지 않은 사람의 피를 묻힌 게 느껴져. 경아 씨가 무섭다던 한영길이 이 사람인가 보네.’“숙부님, 이 자식 숙부님한테 맡길게요.”한성호는 뒤로 두 걸음 물러나더니 비쩍 마른 노인, 한영길을 바라보더니 다시 몇 걸음 뒤로 움직였다.한영길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낯빛은 어두웠다. 그는 진루안을 한참 바라보다가 한준서를 바라봤다.그는 진루안에게 멱살을 잡힌 채 꼼짝도 하지 못했고 오른팔은 이미 부러져 피가 옷을 흥건하게 적셨다. 그의 빨개진 옷을 보자 한영길은 분노가 차올랐다.“젊은 친구가 아직 한씨 가문의 무서움을 모르나 보네?”한영길은 차가운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물었다. 그는 최대한 평온한눈빛을 유지
“걱정하지 마세요, 가주님. 이 놈은 오늘 무조건 죽을 테니까.”한영길은 한성호를 안심하게 하고는 진루안을 빤히 쳐다봤다.그러더니 갑자기 진루안 앞으로 다가가더니 손가락을 마치 매의 발톱처럼 쫙 펴며 진루안의 팔을 공격했다. 그의 공격 한 방을 제대로 맞는다면 진루안은 팔이 부러질 수도 있었다.그의 갑작스런 공격은 예상치도 못했던 거다, 아니 그걸 공격이라고 하기보다는 기습이라고 하는 게 정확했다.하지만 한준서는 그의 공격에 맞서 주먹을 내질렀다.“역시나 팔극권이 맞았네!”한길영의 눈에서 음산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소문을 믿지 않았는데 이 자식 정말로 팔극권을 쓸 줄 알잖아. 그것도 이동근보다 훨씬 강해.’“아쉽지만 아무리 팔극권을 쓸 줄 안다고 해도 내 철조공에 걸리면 자넨 죽을 수밖에 없어!”한영길은 싸늘한눈빛으로 경멸 섞인 미소를 지었다.그는 공격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전혀 조급해하지 않고 계속하여 진루안을 향해 공격했다.한 번이라도 그에게 잡힌다면 그는 진루안의 팔을 완전히 부러트릴 자신이 있었다.“스승님이 노인을 공경하고 어린이를 사랑하라고 가르침을 주셔서 그쪽을 공격하자니 참 마음이 아픈데 그냥 물러나지?”진루안은 한영길을 힐끗 바라보더니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한영길은 오히려 더 화가 났다.‘노인을 공경하고 어린이를 사랑하라고? 나를 아주 무시하는군.’“이 자식이 죽으려고!”한영길은 노호하며 더욱 날카롭게 공격했다. 그 공격은 잔인하고도 악독했다.“나 죽이려고? 아직 그럴 능력이 안 될 텐데! 철조공은 오래전에 이미 강호에서 금지된 무공인데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니. 내가 그 무공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어 주지.”진루안은 살기를 내뿜었다.용국에는 조당이 존재하기에 당연히 강호도 존재한다. 그 강호에는 별의별 사람이 함께 공존하고 있지만 대단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진루안의 스승님 백 군신은 이름을 날리기 전 역시 강호인사였다. 팔극권도 자연적으로 강호 문파에서 습득한 거고.그와
“아니네, 아니야. 절대 그럴 일 없어.”한성호는 손사래를 치며 부인했다. 그가 바보도 아니고 인정할 리 없지 않는가?하지만 진루안은 귀찮은 듯 손을 저었다.“됐고. 복수하겠다면 기다리지. 하지만 한준서의 다리는 망가트려야겠어!”그는 약속을 어기는 사람이 아닌 데다가 했던 말을 번복하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한성호의 눈꺼풀은 미친 듯이 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진루안은 고개를 숙여 잔뜩 겁을 먹은 한준서를 싸늘하게 바라봤다.“내가 기회를 두 번이나 줬는데 네가 소중히 여기지 않은 거야. 그러니 내 탓하지 마. 애초에 내기를 걸었을 때 네가 무슨 꿍꿍이를 하고 있었을지 내가 모른다고 생각해? 이동근더러 내 팔 부러트리게 하려고 했잖아.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나 죽이려고 했고. 하지만 난 사람이 관대해서 죽이지는 않고 다리 두 개만 앗아갈게!”진루안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한준서의 다리를 걷어찼다.“안돼!”한성호는 핏발이 가득한눈을 부릅뜨며 고함을 질렀다.뚜둑!“아!”맑은소리와 함께 한준서의 왼쪽 다리가 부러졌다.뚜둑!그리고 또 소리가 들려오더니 그의 오른쪽 다리마저 부러졌다.“으악!”한준서의 두 다리는 순간 괴상한 각도로 휘어졌고 그 고통을 참지 못한 그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진루안은 그를 놓아주고는 문 앞에 서 있는 한성호를 힐끗 쳐다봤다. 그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그 모습에 진루안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복수하려거든 언제든 찾아와! 하지만 경아 씨와 서화 그룹을 건드린다면 나 절대 당신들 가만두지 않을 거야. 이번엔 그저 경고로 끝나지만 다음번엔 당신들 가문이 세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어! 내가 농담한다고 생각하지 마!”진루안은 말을 마친 뒤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거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한씨 가문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유유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한씨 가문 저택 내부에는 우울한 기운이 맴돌았다.한성호는 한영길 앞으로 걸어가 몸을 쪼그리고 앉아 완전히 부러
…….동강시, 양씨 가문 저택.“정말이야? 진루안이 정말 한씨 저택에 쳐들어가 소란을 피운 것도 모자라 한영길의 손가락을 망가트리고 한준서의 다리를 부러트렸다고?”잠에서 갓 깨어난 양서빈은 세수하기 바쁘게 부하의 보고를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는 한씨 가문이 어떤 집안인지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진루안이 그렇게 대담한 일을 저지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한씨 가문의 보복을 정말 두려워하지 않는 건가?’그는 분명 뭔가 있다는 생각에 아침밥을 먹을 겨를도 없이 아버지의 방으로 달려갔다.양씨 가문 저택은 한씨 가문 저택과는 완전히 다른 인테리어였다. 한씨 가문 저택은 유럽풍이라면 양씨 가문 저택은 한옥이었다. 그 한옥은 양씨 가문 본가인데 지금의 시가로 따지면 400억 이상을 호가한다.양서빈은 본인의 방에서 나오기 바쁘게 정원을 지나 다른 방으로 향했다. 그곳은 어르신들이 묶는 곳이다.“아버지, 한씨 가문 소식 들었어요?”양서빈은 안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문밖에 서서 기다렸다.“서빈아, 들어오너라!”그리고 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진 뒤에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방 안의 장식은 매우 간단했지만 고풍스럽고 정교했으며 가치가 상당했다.그 안에는 60대의 노인 한 분이 서 있었는데 말끔한 흰 두루마리를 입은 채 식사를 마친 뒤 차를 끓이고 있었다.그가 바로 양씨 가문 가주 양태식이다.양서빈은 양씨 가문의 첫째인데 양태식이 늦게 결혼해 40살에 양서빈을 낳았기 때문에 둘은 나이 차이가 꽤 된다. 물론 노년에 득남한 건 아니지만 거의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다.양태식은 차를 끓인 뒤 양서빈을 향해 빙그레 웃었다.“한씨 가문에 무슨 일이 있길래 이렇게 긴장했어?”그의 눈에 양서빈은 그를 한 번도 실망시킨 적 없는 양씨 가문 젊은 세대의 자랑거리이다.게다가 양원 그룹도 잘 키워 가고 있었던 아들이 이토록 긴장한 모습을 보이자 양태식은 더욱 의아했다.‘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긴장했지?’아버지의 물음에 양서빈은 쓸데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