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호의 분노는 점점 짙어졌다. 그는 진루안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는 순간 그가 한씨 가문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는 걸 알아챘다.이렇게 건방진 청년을 그는 처음 본다.“진루안, 다시 한번 묻지. 밖에서 한씨 가문에 대한 소문 못 들었나? 너 지금 있는 곳 한씨 가문 저택이야. 그런데도 감히 이런 일을 벌인다고?”진루안을 바라보는 한성호의 눈에는 살의가 번뜩였다.그는 전에도 물은 적 있는데 오늘 다시 묻는 거다. 진루안은 그의 물음에 경멸하는 듯 입을 삐죽거리며 웃었다.“안다면 어떻고 모른다면 어떤데? 내가 한씨 가문 저택에서 소란 피운다는 거 알고 있으면 어쩔 건데?”진루안이 강경한 어투로 응수하며 한성호의 질문에 받아쳤다.그가 여기로 온 건 당연히 소란을 피우기 위한 거다. 그렇지 않으면 꽃병과 찻주전자를 부술 일도 없을 테니까.그 말을 들은 한성호의 눈에 드리운 살기가 점점 커지더니 눈꺼풀이 경련을 일으켰다. 그는 천민이 감히 한씨 가문 저택에 소란 피우러 왔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으니까.그건 한성호에게 너무나도 큰 모욕감을 줬다. 한씨 가문이 힘도 백도 없는 천민 따위한테 모욕당한다는 건 선조에게 부끄러운 일이었다.“집안 곳곳에 가짜 공동품들로 가득 차 있다니. 한씨 가문이 그래도 유서 깊은 집안인 줄 알았는데 순 허세였군.”진루안은 주위를 다시 한번 둘러봤다. 거실에 놓인 골동품들은 십중팔구 모두 가짜로 되어 있어 그야말로 고상함을 가장한 겉치레였다.진루안이 이걸 감별할 줄 아는 건 당연히 그가 스승님 백 군신한테서 배운 기술 때문이다. 그의 스승님은 못 하는 게 없는 데다가 골동품을 감별하는 것도 그에게는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뭐라고?”한성호는 이를 갈며 살기를 내뿜었다.그는 다른 사람이 본인을 허세 부린다고 말하는 걸 가장 싫어한다. 그건 그의 마음 속 치유할 수 없는 상처나 마찬가지다. 그도 한때는 그저 배운 것 없는 부잣집 도련님이라서 사람들의 무시당한 적 있다. 그때부터 그는 점차 본인의 학문을 닦아 상류층에
“으악! 내 손!”진루안은 한준서의 아버지 한성호의 앞에서, 한씨 가문 다른 사람들의 앞에서 또 한 번 한준서의 오른쪽 팔을 부러트렸다.“오른팔도 이왕 부러졌는데 두 다리도 그냥 없는 게 낫지 않을까?”진루안의 눈에는 여전히 살기가 가득했다. 기왕 일을 시작했으니 독하게 할 생각이었다.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리를 들어 한준서의 두 다리를 걷어차 넘어뜨리고는 밟아서 부러트리려고 했다.그는 한준서에게 본인의 무서움을 알려주고 싶었다.“네가 감히!”한성호는 아들의 다리가 부러지는 걸 눈 뜨고 볼 수 없었기에 다급히 소리쳤다. 곧이어 그는 옆에 놓인 꽃병 하나늘 집어 들더니 진루안을 향해 던졌다.하지만 진루안이 그것을 가볍게 피하는 바람에 꽃병은 쨍그랑 소리를 내며 등 뒤에서 또 산산조각났다.거실은 순식간에 엉망진창으로 되었지만 한성호는 그걸 상관할 겨를이 없었다.“숙부님!”그는 이내 목청껏 소리쳤다. 어찌 됐든 한씨 가문에서 무공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은 단연 한영길이니까.집안이 진루안 때문에 쑥대밭으로 되었는데 한영길이 더 이상 나서지 않으면 한씨 가문의 체면은 체면을 구길 게 뻔했다.비쩍 마른 몸매에 얼굴에 칼자국이 나 있는 노인이 문 앞에 나타나자 진루안의 눈빛은 이내 음산해졌다.‘이 사람 쉽지 않은 상대네. 손에 적지 않은 사람의 피를 묻힌 게 느껴져. 경아 씨가 무섭다던 한영길이 이 사람인가 보네.’“숙부님, 이 자식 숙부님한테 맡길게요.”한성호는 뒤로 두 걸음 물러나더니 비쩍 마른 노인, 한영길을 바라보더니 다시 몇 걸음 뒤로 움직였다.한영길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낯빛은 어두웠다. 그는 진루안을 한참 바라보다가 한준서를 바라봤다.그는 진루안에게 멱살을 잡힌 채 꼼짝도 하지 못했고 오른팔은 이미 부러져 피가 옷을 흥건하게 적셨다. 그의 빨개진 옷을 보자 한영길은 분노가 차올랐다.“젊은 친구가 아직 한씨 가문의 무서움을 모르나 보네?”한영길은 차가운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물었다. 그는 최대한 평온한눈빛을 유지
“걱정하지 마세요, 가주님. 이 놈은 오늘 무조건 죽을 테니까.”한영길은 한성호를 안심하게 하고는 진루안을 빤히 쳐다봤다.그러더니 갑자기 진루안 앞으로 다가가더니 손가락을 마치 매의 발톱처럼 쫙 펴며 진루안의 팔을 공격했다. 그의 공격 한 방을 제대로 맞는다면 진루안은 팔이 부러질 수도 있었다.그의 갑작스런 공격은 예상치도 못했던 거다, 아니 그걸 공격이라고 하기보다는 기습이라고 하는 게 정확했다.하지만 한준서는 그의 공격에 맞서 주먹을 내질렀다.“역시나 팔극권이 맞았네!”한길영의 눈에서 음산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소문을 믿지 않았는데 이 자식 정말로 팔극권을 쓸 줄 알잖아. 그것도 이동근보다 훨씬 강해.’“아쉽지만 아무리 팔극권을 쓸 줄 안다고 해도 내 철조공에 걸리면 자넨 죽을 수밖에 없어!”한영길은 싸늘한눈빛으로 경멸 섞인 미소를 지었다.그는 공격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전혀 조급해하지 않고 계속하여 진루안을 향해 공격했다.한 번이라도 그에게 잡힌다면 그는 진루안의 팔을 완전히 부러트릴 자신이 있었다.“스승님이 노인을 공경하고 어린이를 사랑하라고 가르침을 주셔서 그쪽을 공격하자니 참 마음이 아픈데 그냥 물러나지?”진루안은 한영길을 힐끗 바라보더니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한영길은 오히려 더 화가 났다.‘노인을 공경하고 어린이를 사랑하라고? 나를 아주 무시하는군.’“이 자식이 죽으려고!”한영길은 노호하며 더욱 날카롭게 공격했다. 그 공격은 잔인하고도 악독했다.“나 죽이려고? 아직 그럴 능력이 안 될 텐데! 철조공은 오래전에 이미 강호에서 금지된 무공인데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니. 내가 그 무공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어 주지.”진루안은 살기를 내뿜었다.용국에는 조당이 존재하기에 당연히 강호도 존재한다. 그 강호에는 별의별 사람이 함께 공존하고 있지만 대단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진루안의 스승님 백 군신은 이름을 날리기 전 역시 강호인사였다. 팔극권도 자연적으로 강호 문파에서 습득한 거고.그와
“아니네, 아니야. 절대 그럴 일 없어.”한성호는 손사래를 치며 부인했다. 그가 바보도 아니고 인정할 리 없지 않는가?하지만 진루안은 귀찮은 듯 손을 저었다.“됐고. 복수하겠다면 기다리지. 하지만 한준서의 다리는 망가트려야겠어!”그는 약속을 어기는 사람이 아닌 데다가 했던 말을 번복하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한성호의 눈꺼풀은 미친 듯이 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진루안은 고개를 숙여 잔뜩 겁을 먹은 한준서를 싸늘하게 바라봤다.“내가 기회를 두 번이나 줬는데 네가 소중히 여기지 않은 거야. 그러니 내 탓하지 마. 애초에 내기를 걸었을 때 네가 무슨 꿍꿍이를 하고 있었을지 내가 모른다고 생각해? 이동근더러 내 팔 부러트리게 하려고 했잖아.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나 죽이려고 했고. 하지만 난 사람이 관대해서 죽이지는 않고 다리 두 개만 앗아갈게!”진루안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한준서의 다리를 걷어찼다.“안돼!”한성호는 핏발이 가득한눈을 부릅뜨며 고함을 질렀다.뚜둑!“아!”맑은소리와 함께 한준서의 왼쪽 다리가 부러졌다.뚜둑!그리고 또 소리가 들려오더니 그의 오른쪽 다리마저 부러졌다.“으악!”한준서의 두 다리는 순간 괴상한 각도로 휘어졌고 그 고통을 참지 못한 그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진루안은 그를 놓아주고는 문 앞에 서 있는 한성호를 힐끗 쳐다봤다. 그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그 모습에 진루안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복수하려거든 언제든 찾아와! 하지만 경아 씨와 서화 그룹을 건드린다면 나 절대 당신들 가만두지 않을 거야. 이번엔 그저 경고로 끝나지만 다음번엔 당신들 가문이 세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어! 내가 농담한다고 생각하지 마!”진루안은 말을 마친 뒤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거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한씨 가문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유유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한씨 가문 저택 내부에는 우울한 기운이 맴돌았다.한성호는 한영길 앞으로 걸어가 몸을 쪼그리고 앉아 완전히 부러
…….동강시, 양씨 가문 저택.“정말이야? 진루안이 정말 한씨 저택에 쳐들어가 소란을 피운 것도 모자라 한영길의 손가락을 망가트리고 한준서의 다리를 부러트렸다고?”잠에서 갓 깨어난 양서빈은 세수하기 바쁘게 부하의 보고를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는 한씨 가문이 어떤 집안인지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진루안이 그렇게 대담한 일을 저지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한씨 가문의 보복을 정말 두려워하지 않는 건가?’그는 분명 뭔가 있다는 생각에 아침밥을 먹을 겨를도 없이 아버지의 방으로 달려갔다.양씨 가문 저택은 한씨 가문 저택과는 완전히 다른 인테리어였다. 한씨 가문 저택은 유럽풍이라면 양씨 가문 저택은 한옥이었다. 그 한옥은 양씨 가문 본가인데 지금의 시가로 따지면 400억 이상을 호가한다.양서빈은 본인의 방에서 나오기 바쁘게 정원을 지나 다른 방으로 향했다. 그곳은 어르신들이 묶는 곳이다.“아버지, 한씨 가문 소식 들었어요?”양서빈은 안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문밖에 서서 기다렸다.“서빈아, 들어오너라!”그리고 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진 뒤에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방 안의 장식은 매우 간단했지만 고풍스럽고 정교했으며 가치가 상당했다.그 안에는 60대의 노인 한 분이 서 있었는데 말끔한 흰 두루마리를 입은 채 식사를 마친 뒤 차를 끓이고 있었다.그가 바로 양씨 가문 가주 양태식이다.양서빈은 양씨 가문의 첫째인데 양태식이 늦게 결혼해 40살에 양서빈을 낳았기 때문에 둘은 나이 차이가 꽤 된다. 물론 노년에 득남한 건 아니지만 거의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다.양태식은 차를 끓인 뒤 양서빈을 향해 빙그레 웃었다.“한씨 가문에 무슨 일이 있길래 이렇게 긴장했어?”그의 눈에 양서빈은 그를 한 번도 실망시킨 적 없는 양씨 가문 젊은 세대의 자랑거리이다.게다가 양원 그룹도 잘 키워 가고 있었던 아들이 이토록 긴장한 모습을 보이자 양태식은 더욱 의아했다.‘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긴장했지?’아버지의 물음에 양서빈은 쓸데없는
서경아는 얼굴에 눈물범벅이 된 채 여전히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그녀는 지금껏 할아버지가 떠났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죽음은 이제 그녀에게 가족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그녀의 눈에 서씨 가문 다른 사람들은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이었기에 식구에 속하지도 않았다.그러던 그때.“네 약혼자는 어디 갔어?”서호성이 고개를 들더니 눈살을 찌푸린 채 서경아에게 물었다.“그러게 말이야, 설마 한씨 가문 사람들 손에…… 죽은 건 아니지?”조영화도 옆에서 입을 가리며 놀란 표정으로 맞장구를 쳤지만 그녀의 눈에는 비아냥과 조롱이 섞여 있었다.하지만 조영화의 그런 비아냥에 이미 적응한 서경아는 눈살을 찌푸리기만 할 뿐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녀가 눈살을 찌푸린 것도 그저 진루안이 어디 있는지 걱정해서였다. 어제 분명 그녀에게 본인의 안부를 전했는데 지금까지 보이지 않으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물론 그녀는 오늘 할아버지 장례식이라는 걸 진루안에게 알리지 않았다. 솔직히 시간이 너무 긴박한 원인도 있었다.전에 진루안은 그녀에게 할아버지를 서안산에 묻자고 한 적이 있었지만 그녀도 그저 그러기를 바랄 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아니나 다를까 오늘 할아버지를 묻는 곳은 예전에 묻기로 했던 교외의 땅이었다.한편 조영화는 서영아가 눈살을 찌푸린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본인의 생각이 맞는 줄 알고 가식적인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어떡해, 정말 세상일은 모른다더니. 너무 상심하지 마.”서성호의 얼굴에도 약간의 슬픈 기색이 맴돌았다. 물론 이렇게 된 이상 진루안이 서씨 가문 사위가 될 수는 없지만 그의 아버지를 묻을 이 땅은 진루안이 돈을 들여 산 거였으니 말이다.서씨 가문 사람들이 서경아를 계속 괴롭히지 않은 것도 진루안이 큰돈을 들였다는 사실을 관련 부서와 확인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때.“상심하지 말라니 무슨 소리죠?”익숙한 목소리가 그들 귀에 들려왔다.사람들은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더니 본가
“서안산에 가보자고? 만약 그렇게 했다가 매장 시기를 놓치면 어떡하려고?”서호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도 물론 마음이 동하긴 했지만 만약 그랬다가 일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동강시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할까 봐 걱정이었다.서호성이 한참을 고민하고 있을 때 검은 정장을 입은 열댓 명의 남자가 갑자기 서씨 가문 본가에 쳐들어오더니 두 줄로 나뉘어 섰다.서씨 가문 모든 사람이 어리둥절해할 때 흰 상복을 입은 마 영감이 밖에서 비통한 표정으로 천천히 걸어들어왔다.너무 갑작스러운 장면에 사람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마 영감을 본 순간 그들은 모두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더더욱 믿기지 않은 건 마 영감이 흰 상복을 입고 있다는 거였다.“마 영감님, 여긴 어떻게…….”서호영은 예전에 마 영감과 만난 적이 몇 번 있었기에 의아함을 금치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 영감이 끼어들었다.“가주님, 저는 진 도련님의 명령을 받고 어르신의 관을 보호하기 위해 온 겁니다!”마영삼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으며 농담기가 조금도 섞여 있지 않았다. 게다가 마치 자기 가문의 어르신이 돌아가시기라도 한 듯 공손한 태도였다.‘내가 아는 그 마 영감이 지금 우리 아버지의 관을 보호해 주겠다고? 그런데 진 도련님은 대체 누구를 말하지?’“진 도련님이요? 저희는 마 영감님이 말씀하신 진 도련님을 모르는데요?”서호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의아한 듯 마영삼을 바라봤다.그뿐만 아니라 조영화 및 그 외의 친척들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마영삼은 부연 설명을 보태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시간도 늦었는데 얼른 어르신의 관을 서안산으로 옮깁시다.”“정말 서안산으로 간다는 말입니까?”서호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마영삼은 그의 망설임을 눈치채고 속으로 혀를 찼다. 그는 서호성의 이런 우유부단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서호성 같은 사람은 그가 가장 못마땅하게 여기는 부류이기도 했다. ‘
마 사장은 오늘 사무실에 앉아 있는 동안 내내 초조하고 불안했다.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뭔 일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그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가 다시 끄기를 반복하는 바람에 담뱃갑 속에 있는 담배는 눈 깜짝할 새에 없어졌다.그때 그의 비서, 아주 예쁜 중년 여성이 사무실에 들어왔지만 곧바로 사무실 안의 담배 연기에 기침을 멈추지 못했다.“콜록콜록, 마…… 콜록, 사장님, 서씨 가문 사람들 모두가 서안산으로 갔습니다.”그 비서는 가슴이 깊게 파인 흰색 정장을 입고 있어 섹시하면서도 과하지 않았다.마 사장은 그녀의 말에 잔뜩 불안한 모습으로 일어났다.“저기…….”하지만 그가 말하기도 전에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전화벨이 울리는 바람에 마 사장은 이내 전화기를 들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마석호입니다!”마 사장의 본명은 마석호다.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화 건너편에서 중후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네, 정도헌.”“정 대신님?”마석호는 무의식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이런 때에 건성의 언론 대신에게서 전화가 걸려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정도헌 고작 언론 대신이라는 신분만 있는 게 아니라 건성 정사당의 대신이기도 하다.그런 신분과 배경의 인물의 심기를 마석호는 감히 건드릴 수 없었다.“마 사장, 자네 당장 서안산으로 가보게. 그쪽을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정도헌의 목소리는 거절을 용납하지 않는 듯 차갑고 싸늘했다.마석호는 서안산이라는 말에 무의식적으로 거절할 뻔했다. 그가 지금 가장 가고 싶지 않은 곳이 바로 서안산이다. 더욱이 본인의 원수인 서씨 가문 어르신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치도 없었다.하지만 정도헌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의 말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기에서 신호음이 들려오는 걸 듣자 그는 순간 그는 가고 싶지 않다고 가지 않을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서안산으로 가게 차 대기시켜.”마석호는 고개를 들어 비서에게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