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근은 그 말을 듣자 안색이 변하더니 고개를 들어 진루안을 바라봤다.“네 놈이 팔극권의 진수를 어떻게 알아?”그는 마음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진루안이 말한 건 팔극권의 총강 심법이며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비밀이기도 하다.그런데 진루안이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라들 앞에서 대놓고 말하다니 놀랄 수밖에.“팔극권은 생각에 있지 힘에 있는 것이 아니며 생각으로 공격하는 것이지 힘으로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강하면 그 힘을 이용하라. 그게 바로……주먹이다!”말투가 급변하면서 주먹을 내지르는 순간 진루안의 주변에 공기가 거세게 휘몰아쳤다.이동근의 지금 심정은 충격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형용할 수 없었다. 그는 완전히 넋이 나가 주먹질을 하는 방법마저 잊어버렸다.“상대가 강하면 그 강함을 이용하라. 산에 불어든 바람처럼 상대의 곳곳에 영향을 끼치리라!”“상대가 날뛰면 그 정서를 이용하라. 강에 비친 달처럼 상대가 아무리 일렁여도 부서지지 않으리라!”“상대가 한을 품으면 그 악함을 이용하라. 진기 한방이면 상대를 이길 수 있으리라!”팔극권의 진수를 하나하나 보여주며 활력 넘치는 공격을 펼치는 진루안 덕에 주위 사람들마저 그의 주먹에 실린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이동근은 멍하니 옆에 서서 마치 스승의 전도를 받는 제자처럼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상대가 본인을 미워한다 한들 상대를 미워하지 말라. 맑은 물속에서만 헤엄치는 물고기를 더 잘 볼 수 있으니!”“상대가 힘을 쓰면 그 힘을 이용하라. 팔극의 힘이 멀리까지 전해지리라!”진루안은 손과 발을 함께 이용하며 팔극권뿐만 아니라 팔극퇴의 진수와 참뜻을 융합하여 보여주었다. 그 화려한 기술에 이동근은 현재 대결하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진루안을 바라봤다.그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는 몇몇 진루안을 미워하는 사람을 빼고 거의 모든 사람이 현재 대결을 하는 중이라는 사실도 까맣게 잊은 채 멍하니 진루안을 바라봤다.특히 한준서의 표정은 매우 싸늘했다. 그는 상대가 어쩌고저
“한 수 가르쳐 주세요.”이동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결심을 내린 듯 입을 열었다.돈을 받았으면 일을 하는 게 당연했다.그러지 않으면 한준서에게 미안할 뿐만 아니라 본인의 명성에도 손해였고 싸우지도 않고 물러나는 건 너무 치욕스러웠다.그리고 한편으로는 진루안에게 한 수 가르침을 받고 싶은 것도 있었다. 아무리 지더라도 이건 한번 비겨볼 가치가 있는 대결이었다.그의 그런 속내를 진루안은 이미 꿰뚫고 있었다. 기왕 이동근이 겨루고 싶다면 그도 그에게 그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대결이 다시 시작되자 이동근이 먼저 진루안이 가르쳐주었던 권법으로 그를 공격했다.진루안은 이번에는 상대를 봐주지 않았다. 그가 이동근의 체면을 봐준다고 해서 계속 좋은 태도로 그를 대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들어 메치는 동작 하나에 이동근이 완전히 거꾸로 넘어갔다. 그 일격은 완전히 치명적이었다.“됐어요. 그쪽이 졌어요!”진루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바닥에 넘어져 있는 이동근을 힐끗거리더니 고개를 돌려 한준서를 바라봤다.한준서는 순간 늑대와 눈이라도 마주친 듯 식겁했다. 결혼식장에서도 진루안은 이런 표정으로 그를 봤었는데 이런 장면이 또 반복된 거다.“네가 이길 줄은 몰랐네. 내가 널 너무 얕잡아봤네.”한준서의 표정은 몹시 부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순식간에 그 표정을 숨기며 싸늘한 미소를 짓더니 속으로 그를 죽여야겠다는 결심을 했다.‘이동근마저 진루안을 이길 수 없다면 진루안의 실력이 엄청 강하다는 뜻인데. 보아하니 다음에는 킬러를 고용해 진루안을 죽여야겠네.’속으로 이런 결심을 내리자 한준서는 마음이 가벼워졌다.“그래, 네가 이겼어. 난 이만 갈게.”한준서는 더 이상 진루안과 말을 섞고도 싶지 않은 듯 몸을 돌려 떠나갔다.그제야 서경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에게 있어 진루안이 이기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한준서의 팔을 끊이든 말든 그녀에게 중요하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도 하나둘 흩어지기 시작했다.진루안이 호되게 당하는 걸 구경하러 온
“에이, 잘못 생각했겠지. 저 자식 한준서 도련님 팔 부러트릴 배짱이 없어. 한준서가 어떤 사람인데 진루안도 본인이 한준서 도련님의 팔을 부러트리면 죽을 거란 거 알 거야!”안명섭은 장근수가 틀렸다는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진루안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일을 할 리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맞아요, 진루안이 뭐라고! 그럴 배짱이 없을 거예요!”안유아는 자기 오빠의 추측에 동의한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장근수를 바라봤다. 역시나 수많은 사람이 안명섭의 추측에 동의했다.“진루안은 지금쯤 이겼다고 속으로 좋아하고 있을 거예요. 아마 한준서 도련님의 팔을 부러트릴 생각은 하지도 못할걸요. 생각이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맞아요, 아무튼 전 안 믿어요!”“저도 안 믿어요!”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저으며 아닐 거라고 확신했다.“그래, 네 생각이 맞는 것 같아. 진루안이 뭔데 감히 한준서 도련님 필을 부러트리겠어? 확실히 너무 말도 안 되긴 해.”장근수는 안명섭과 사람들의 말을 듣고 냉소를 지었다. ‘내가 진루안을 너무 과대평가했어. 진루안 저 자식이 아무리 이겼다 하더라도 진 거나 뭐가 달라. 제 주제에 그저 떠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겠어? 그 자식이 만약 한준서의 팔을 부러트리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을 텐데 설마 그러겠어?’한씨 가문의 무서운 정도는 한 사람을 절망에 빠트리기에 충분하다. 그 시각, 한준서는 본인을 향해 한 걸음씩 가까워지는 진루안을 빤히 바라봤다.서경아는 진루안을 말리려고 소리치려 했지만 그의 신분을 생각하자 그도 알아서 하리라는 생각에 다시 입을 다물었다.한편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한준서에게로 다가가는 진루안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동근마저 이 팔극권을 섭렵한 젊은 인재가 대체 뭘 할지 궁금해 그를 쳐다봤다.‘저 사람 실력이 보통이 아니야. 사부님더러 직접 동강으로 와서 진루안의 실력을 확인해 보라고 해야겠어.’그때 진루안이 본인을 무뚝뚝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한준서는 입가에 냉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뭐
장근수는 순간 몸이 차가운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고 등골이 오싹했다. 하지만 마영관 앞에서 질우안에게 뺨 세 대를 맞던 장면이 갑자기 떠오르자 화를 참지 못하고 계속 소리 질렀다.“보긴 뭘 봐! 내 말이 틀려? 그래도 동창이니까 미리 경고하는 거야. 아직도 사리분별하지 못하겠어?”진루안은 장근수가 본인을 욕하는 틈에 그의 앞에 다가갔다.장근수는 뭐라고 더 말하고 싶었지만 진루안은 그에게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다리를 들어 장근수를 차버렸으니까. 그 힘은 여느 때보다도 강했기에 장근수는 공격 한 방에 5미터 밖으로 날아가더니 바닥에서 또 몇 미터를 더 미끌었다. 순간 그의 옷은 여기저기 찢어져 볼품없게 되었고 살이 바닥에 쓸려 상처가 났다. 더욱이 그 한방으로 장근수는 쓰러져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안명섭은 순간 식은땀이 흘러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진루안은 그를 노려보고는 이내 무시한 채 다시 한준서 앞으로 다가갔다.그 시각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한준서는 왼팔을 부여잡은 채로 고개를 들었다. 진루안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의 눈에는 살의가 피어올랐고 일그러진 얼굴에는 원한이 가득했다.“진루안, 내가 너 꼭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라고! 나를 이렇게 대하는 사람은 지금껏 한 명도 없었어. 그런데 천것 주제에 감히 내 팔을 부러트려?”“닥쳐!”천것이네 뭐네 주제가 어떻네 하는 한준서의 말에 진루안은 순간 살의를 뿜어냈다.‘이겨서 내기대로 했는데 내가 작못했다고? 네가 한준서라서 한씨 가문 첫째 도련님이라서 내가 너한테 잘 보여야 하고 이겼어도 꼬리 내리고 떠나야 한다고? 네가 뭔데 내가 계속 참아야 해? 결혼식장에서 한 번으로 이미 족하잖아!’진루안의 기에 눌린 한준서는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 때문에 화가 났지만 무서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때 진루안이 그를 바라보며 울부짖듯 소리쳤다.“사람은 누구나 평등해. 태어날 때부터. 네가 남들보다 잘났다는 생각은 버려. 한씨 가문 도련님이면 뭐? 그렇다고 내가
어둠이 깃든 밤, 한씨 가문 저택 정원.쾅!한성호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테이블을 세게 내리쳤다.그는 깁스를 한 채 창백한 얼굴로 소파에 누워있는 아들을 보자 진루안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깊어졌다.“건방진 것! 감히 천것 주제에 한씨 가문을 건드려? 숙부님, 들어오세요!”한성호는 노여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정원을 향해 소리쳤다.그러자 곧바로 청록색 옷을 차려입은 노인 한 분이 정원에서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그는 비쩍 마른 데다 눈이 움푹 파여 뼈밖에 남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어 무척 무서웠다.그는 바로 한영길, 한씨 가문의 무인이며 무공에 능한 노인인 데다 한성호의 먼 친척이기도 하다.“가주님!”한영길은 안으로 들어서자 두 손을 맞잡은 채 허리를 살짝 굽히며 한성호에게 예를 표했다.한준서의 꼴을 보는 순간 그도 속으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사실 그도 한준서와 진루안 사이의 일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나 지금껏 그저 어린애들의 장난 수준으로만 생각해 별로 신경 쓰지 않았었다.그런데 한준서가 팔이 부러진 걸 보자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장난 수준을 벗어났다는 걸 깨달았다.‘감히 한씨 가문 장자를 이렇게 대하다니 진루안 그놈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나?’그는 한성호가 본인을 불러들인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했다.“숙부님, 숙부님이 서씨 가문 저택으로 가 진루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세요! 만약 내일 아침까지 진루안 그 자식을 내놓지 않으면 저 한성호의 화를 감당해야 한다는 말도 전해주세요!”한성호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로 주먹을 꽉 그러쥐었다. 순간 그의 손등에 울퉁불퉁한 힘줄이 튀어 올라왔다.한준서는 아버지의 분노한 모습에 다급히 소파에서 일어나 앉더니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한영길에게 부탁했다.“할아버지, 저 진루안 그 자식이 처참하게 죽는 꼴 꼭 보고 싶어요!”“걱정 말거라. 이 할아비가 반드시 복수해 줄 테니.”한영길은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가 몸을 돌리는 순간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순간 가문 저택
서씨 가문 저택 정원 내부.서호성은 근심 가득한 얼굴로 책을 내려놓았다. 그는 오늘 한준서와 진루안이 내기 때문에 싸움을 벌였다는 소식을 이미 전해 들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그의 상상을 벗어났다.그는 진루안이 이동근을 이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는 동강시에서 가장 강한 권술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진루안이 그를 이길 수 있다는 건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걸 설명한다.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한들 진루안은 한준서를 건드려서는 안 되며 더욱이 그의 팔을 부러트려서는 안 됐었다.그런데 그렇게 했다는 건 반드시 한씨 가문의 원한을 살게 뻔했다. 때문에 그는 이 일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그나마 다행인 건 조영화가 가문 저택에 없다는 거다. 그렇지 않았다간 그녀가 그의 귓가에 못이 박힐 정도로 잔소리를 해댈 게 뻔했으니.그러던 그때.“서호성, 당신이 딸 얼마나 잘 키웠는지 봐봐!”정원에서 분노 섞인 고함소리가 들려왔다.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서호성는 조영화가 돌아왔다는 걸 알았고 얼굴에는 이내 씁쓸한 빛이 감돌았다. 아니나 다를까 조영화가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홀 안으로 들어왔다.그녀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눈은 더없이 싸늘했다.“당신 딸 좀 봐봐. 어쩜 하루가 멀다고 한씨 가문을 건드리냐고. 이번엔 아예 그 호구마저 나서서 한씨 가문 도련님의 팔을 부러트렸다고. 대체 무슨 생각이래? 우리 집안 말아먹으려고 작정했대? 내가 말해두는데, 당신 이 일 제대로 해결해. 안 그러면 나 가만있지 않을 테니까. 한씨 가문 건드리는 게 우리 집안에 얼마나 손해인지 알기나 해?”조영화는 팔짱을 끼며 쉴 새 없이 푸념하며 노여움을 표출했다.그녀는 화투를 치러 밖에 나갔다가 진루안이 한준서의 팔을 부러트렸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서 황급히 돌아왔다. 그 때문에 이미 예약한 마시지도 받지 못해 화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당신도 그만해. 그렇게 소리친다고 문제가 해결돼?”서호성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짜증 나기는 마찬
관장을 떠난 뒤 서경아는 진루아를 마영관에 내려주고는 서화 그룹으로 향했다.마영관에서 진루안은 마영삼에게 정도헌을 소개해 주었다. 진루안은 정도헌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마영삼에게 정도헌이란 인물은 무척 대단했다.“정 대신님, 차 드세요!”다실에는 도합 세 명이 있었는데 진루안과 정도헌 외에 마영삼도 함께 있었다.마영삼은 본인도 분명 대단한 인물이면서 정도헌에게 불만 없이 차를 타 줬다.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 있어 상대방은 오히려 건드릴 수 있는 대단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진루안에 대한 두려움도 더욱 커졌다. 진루안은 전광림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건성의 언론 대신, 정도헌도 알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들이 보통사람이라면 모를까 모두 높은 곳에 있어 평소에 만나기도 어려운 사람들이다.하지만 그런 정도헌마저 진루안 앞에서 예의를 갖추고 있었다.마영삼은 그게 모두 진루안 때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감사합니다!”정도헌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마영삼을 향해 미소 짓고는 나무 의자에 앉아 있는 진루안을 바라봤다.“진루안 씨, 동강시 언론 대신 건은 이미 마 사장한테 일러뒀어요. 아마 내일 중으로 언론대신의 직위가 박탈될 거예요.”정도헌은 지금껏 꼬박 하루 동안 동강시의 허위 보도 건을 처리했다. 진루안에 관련된 일은 그도 감히 소홀히 할 수 없었다.그 시각 옆에서 차를 따르던 마 영감은 두 사람의 대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동강시의 언론 대신이 두 사람의 말 때문에 파면당한다고? 이거 너무 무서운 거 아니야?’그는 허위 보도 때문에 진루안의 명예가 손상됐을뿐더러 서화 그룹이 귀찮은 일에 휘말렸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 일로 진루안이 동강시의 언론 대신을 처리하려 한다는 건 생각지도 못한 전개였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이 일이 원만하게 해결되는 건 사실이었다.‘정말 대단하고 무서운 사람이네.’순간 진루안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강해졌다.그 시각, 차를 들고 마시던 진루안은 정도헌의 말에 만
“루안 씨 한씨 가문에서 루안 씨를 찾지 못하게 얼른 동강시를 벗어나요.”서경아는 본인의 가문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은 채 진루안의 안위만 걱정했다.한씨 가문의 분노는 일반 가문에서 감당하기 버거웠지만 그녀는 본인의 가문을 위해 진루안을 내버리는 일은 할 수 없었다.서호성을 포함한 서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진루안을 내놓기를 원하고 있었지만 그녀만은 그걸 원하지 않았고 아무리 이 일의 후폭풍을 감당하지 못할지라도 후회하지 않았다.서경아의 말에 진루안은 곧바로 한씨 가문 사람들의 꿍꿍이를 간파했다.“걱정 마요, 경아 씨. 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오늘은 편히 쉬어요.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나 한씨 가문 저택 갈 거예요!”도망치는 건 진루안의 스타일이 아니다. 하물며 상대가 한씨 가문이라면 도망칠 이유조차 없었다.솔직히 한씨 가문에서 그를 찾지 않는다고 해도 그는 그들 가문 저택에 쳐들어가 그들과 한바탕 놀 생각이었다.안 그래도 한준서처럼 “훌륭한” 인재를 배양해 낸 한씨 가문이 대체 어떤 집안인지 궁금했는데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아니…….”뚜뚜뚜!서경아가 설득하기도 전에 진루안은 전화를 끊어버렸다.그 시각 혼자 별장에 있던 서경아는 답답한 마음에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버렸지만 한편으로 진루안이 걱정되었다.물론 그녀도 진루안의 신분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한영길 그 괴물은 신분으로 누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의 실력이 무서울 정도로 강하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진루안이 기어코 한씨 가문 저택에 가겠다니 그녀로서는 방법이 없었다.하지만 그 시각 핸드폰을 내려놓은 진루안은 기지캐를 켜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옆에서 그 모습을 보던 정도헌과 마영삼도 얼른 뒤따라 일어났다.“도헌 씨, 오늘은 마 영감과 시간 보내. 내일 아침 마 사장과 약속 잡는 거 잊지 말고. 나는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겠어.”대충 몇 마디 분부하고 몸을 돌려 다방을 나가는 진루안의 모습에 정도헌과 마영삼은 서로 눈빛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