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루안은 여전히 서경아에게 자신의 모든 신분을 털어놓지 않았다. 만약 정말로 임페리얼의 궐주라는 신분을 알린다면 그녀는 아마 놀라 까무러칠지도 몰랐다.용국에서 국왕 폐하는 가장 존귀하며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지만 군부에서는 궐주가 최고 존엄이었ㄷ.진루안의 신분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서경아는 더는 한준서에게 용서를 구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진루안의 실력을 믿기로 했다.밤의 장막이 드리워진 거리는 몹시 매혹적이었다. 그리고 한준서의 별장 안, 한준서는 이 아름다운 야경을 구경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소파에 앉아있었다. 맞은편에는 까까머리를 한 평범한 외모의 20대 청년이 앉아있었다.길거리를 다니면 아무도 주의하지 못할 만큼 평범한 외모의 청년은 이번에 한준서가 가장 믿는 사람이었다. 이 청년은 바로 동강시 최고의 젊은 권술사, 이동근이었다.이동근은 한씨 가문과 꽤 교류가 있는 편이었다. 이번에도 한준서는 이동근을 대결에 초대하기 위해 갖은 심혈을 기울였다.이를 위해 그는 6억 원이라는 거금을 지불했다. 그저 이동근이 진루안의 양팔만 망가트리면 그만이었다."이동근 권술사, 제에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 자식의 두 팔만 망가트려 주십시오.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요!" 한준서의 두 눈은 음험하게 가라앉았고 말투에는 악랄함이 담겨 있었다.그 말을 들은 이동근마저도 저도 모르게 숨을 헉하고 들이켰다.두 팔을 망가트리는 데에 치료를 받아도 회복할 수 없을 정도라니? 그 말인즉슨 앞으로 진루안은 팔이 없는 장애인으로 만들라는 이야기가 아닌가?이 한준서는 도대체 그 사람과 무슨 원한을 졌기에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하지만 이동근도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 돈을 받았으니 한준서를 위해 고민을 해결해 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이동근도 사고가 생기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그저 한씨 가문의 실력이라면 이 일을 잘 처리해 줄 거라고 생각해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걱정하지
별장문을 연 진루안은 밖에 서서 쭈뼛거리고 있는 정도헌을 흘깃 쳐다봤다. 그런 뒤 등을 돌려 무심하게 그에게 말했다.얼른 쫓아들어온 정도헌의 얼굴에는 아직도 긴장감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은 기쁨이었다. 그는 이번에 드디어 궐주님을 만나게 되었다."궐…""필요한 거 있어?" 진루안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가 호칭을 다 부르기 전에 끼어들어 말을 잘랐다. 이내 위협하듯 그를 노려봤다.정도헌은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알아챘다. 지금 이런 곳에서 궐주님이라고 불러서는 안 됐다.이런 신분은 드러내서는 안 됐다. 잘못하면 엄청난 사건으로 이어졌다.만약 동강시에서 궐주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정사당의 사람들은 놀라 까무러칠게 뻔했다.건성의 정사당도 다들 깜짝 놀랐었다.심지어 그도 오늘 전화로 진루안이 동강시에 있다는 것을 들었을 때 놀라 심장박동이 다 빨라졌었다.별장의 거실은 황금빛의 불이 비춰지고 있었다."경아 씨, 내려와요. 소개해 줄 사람이 있어요."진루안은 2층을 향해 외친 뒤 정도헌을 보며 앉으라고 소파를 가리켰다.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은 정도헌은 진루안이 직접 물을 따라주자 다시 긴장하며 벌떡 딜어섰다. "아닙니다, 아닙니다.""앉아!" 진루안은 정도헌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 그는 앞뒤가 다른 가식적인 사람이 싫었다. 어쩌면 지금 속으로 자신을 욕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정도헌은 안절부절못하며 자리에 앉았다. 마흔이 넘은 나이지만 진루안을 마주하니 여전히 긴장을 주체하지 못했다.어쩔 수 없었다. 진루안은 신분도 고귀했고 지위도 엄청났으며 실력은 출중해 그는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작 6년 만에 수백 번의 크고 작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용국을 위해 1급 국제 명예를 백 개가 넘게 쟁취했으며 2등 명예는 3백 개가 넘었다. 심지어 전 세계에서 가장 고귀한 자리인 군신의 왕 자리도 연속 4년이나 독점하고 있었다.용국 안에서 스승인 백 군신의 도움과 수많은 인맥은 진루안의 궐주 지위를 점점 더 높여주
소파에 앉아 있는 정도현의 모습은 지나치게 조심스러웠다. 건성의 언론 대신인 그가 이런 모습을 하고 있자 서경아는 무척 의아했다.‘설마 진루안의 신분 때문에 이렇게 조심스러워졌나?’“진…… 진…….”정도헌은 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싶었지만 진루안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다른 사람 앞에서 궐주라고 부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직접 이름을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속으로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그냥 이름 불러요.”진루안은 정도헌의 모습에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고 그의 대답을 얻은 정도헌은 활짝 웃었다. 그제야 그는 하던 말을 이어갔다.“진루안 씨와 서화 그룹의 허위 보도에 관하여 이미 조사 마쳤습니다. 동강시의 언론 대신의 딸이 마침 동강시 보도국의 기자였습니다. 모든 게 루안 씨를 모함하기 위함이었고 그 여자가 결정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정도헌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제가 사람을 시켜 그 기사를 모두 내리게 했고 그 여자더러 정정 기사를 내게 하고 사람들 앞에서 이 모든 게 허위 보도라는 걸 인정하라고 했는데 괜찮나요?”말을 마친 그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진루안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 당사자는 눈살을 찌푸린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서경아가 얼굴에 희색을 띠며 대답했다.“다행이네요. 허위 보도 때문에 루안 씨와 서화 그룹 이미지에 타격이 심했는데 이렇게 해결됐다니 잘된 일이네요. 고마워요.”“서 대표님 너무 내외하시네요. 제가 응당 해야 할 일인걸요.”서경아의 만족스러워하는 답변을 듣자 정도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진루안이 여전히 눈살을 찌푸린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있자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그러던 그때 진루안이 갑자기 눈을 들어 그를 바라봤다.“내가 전에 뭐라고 했는지 잊은 건 아니겠죠?”그의 잇새로 딱딱한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그 시각 그의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었다.그 눈빛과 마주친 정도헌은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아무리 고위직에 있다고 한들 그는 여전히
한준서는 일찍부터 하늘 광장에 나와 있었다. 그는 진루안의 처참한 말로를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었다.그뿐만 아니라 그날 결혼식장에서 내기 내용을 들은 하객들은 모두 재미난 구경거리를 보러 몰려들었다.심지어 신혼인 안명섭과 이윤희는 둘만의 알콩달콩한 허니문 여행을 즐기러 가지도 않고 오직 진루안이 당하는 꼴을 보기 위해 이곳에 왔다.장근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날 진루안에게 뺨 몇 대를 맞은 이후로 한참 동안 나타나지도 않던 그조차 오늘은 광장에 모여들어 안명섭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그의 얼굴은 이미 부기가 빠졌지만 그동안 진루안에 대한 미움은 점점 깊어만 갔다. 그는 진루안이 당장이라도 갈기갈기 찢겨 죽어야만 마음속의 한을 풀 수 있을 것만 같았다.두 사람은 동창이었지만 정이라 할 것도 없었다. 지금껏 진루안을 동창으로 생각지도 않았으니 정이 있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오빠, 진루안 이번에 죽는 거 맞지?”검은 원피스를 입고 있는 안유아는 진한 화장이 더해져 블랙 위도의 느낌이 물씬 났다. 그녀도 안명섭 옆에서 조롱 섞인 눈빛으로 때를 기다렸다.그때, 그녀의 말에 안명섭이 고개를 끄덕였다.“한준서 도련님의 원한을 샀으니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지.”“다행이네. 짜증 나던 참이었는데.”안명섭의 대답에 안유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그 시각 이윤희는 복잡한눈빛으로 광장 중앙을 바라봤다. 현재까지도 진루안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녀는 주위의 고조된 분위기와 한준서의 원한을 느낄 수 있었다.“왜? 마음 아파?”이윤희가 눈살을 찌푸린 모습을 보자 안명섭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고 저도 모르게 버럭 화를 냈다.사실 이윤희가 임신하지만 않았다면 그는 그녀와 결혼할 일도 없었다.집안에서 손주 손주 노래를 불러대니 이윤희를 아내로 맞이한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저 딱 하루밤 놀다 버릴 상대에 지나지 않았다.“여보, 무슨 말이야? 내가 왜 그런 능력도 없는 남자 때문에 마음 아파하겠어?”이윤희는 안명섭이 화를 내자 얼
전혀 긴장한 기색이 없는 진루안을 보자 서경아는 그제야 약간 안심했다.‘기왕 닥친 일인데 마음가짐을 편히 가지는 게 오히려 좋아. 이건 피할 수 없는 결투야.’“마 영감님 오셨어!”그때 갑자기 누군가 소리를 쳤다. 그 소리에 주위 사람들은 그제야 광장 옆의 도로에 벤틀리 한 대가 서서히 들어오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그 차 뒤에는 승합차 몇 대가 더 따라붙었다.곧이어 차에서 몇십 명의 패거리들이 양복을 입은 채 당장 누구와 혈투를 벌이기라도 할 태세로 몰려나왔다. 하지만 개량 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마 영감은 그들과 다르게 점잖은 모습으로 등장했다.그의 뒤에는 4대 부장이 뒤따랐다. 황지우는 그들 중의 대장이었고 나머지 두 사람도 진루안과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그들과 실력을 겨뤄본 적도 있었다.그 중 한 사람은 호원이었는데 그는 조영화가 마 영감에게 보낸 부하인 동시에 스파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전에 진루안의 발에 차여 기절한 적이 있었다.다른 한 사람도 진루안에게 참패를 당한 사람이었지만 마지막 한 명은 진루안조차 낯선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의 곧은 자세와 기개를 보면 한눈에 은퇴한 군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마 영감님, 여긴 웬일로 오셨습니까?”“하하, 마 영감님, 참 등장마저 남다르십니다.”주위 사람들은 모두 앞으로 다가가 그에게 인사를 건네며 아부를 해댔다. 감히 마 영감의 심기를 거스를 자가 누가 있겠는가? 그건 죽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인데.마영삼이 폼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자 진루안은 속으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영감탱이가 멋있는 척은 혼자 다 하네.’마영삼이 나타난 건 그가 손해라도 보면 그때 나서서 도와주기 위함이라는 걸 진루안은 알고 있었다. 이 은혜를 그는 말없이 마음속에 간직했다.한편 마 영감이 나타나자 한준서는 가만있을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은 하나도 두렵지 않았지만 유독 마 영감은 예외였다. 왜냐하면 그는 한씨 가문에서 건드려서는 안 될 막강한 존재이기 때문이다.그는 이내 일어나 마 영감
“이윤희 씨, 당신이야말로 뭔데 루안 씨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이윤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경아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싸늘한 표정으로 이윤희에게 다가가는 서경아의 모습이 보였다.그녀의 압도적인 아우라에 이윤희는 긴장했는지 다급히 입을 다물었다.그녀뿐만 아니라 안명섭마저 서경아의 그런 태도에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어느새 이윤의 앞에 도착한 서경아는 싸늘한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방금 한 말 다시 한번 해 보지 그래요? 그쪽이 뭔데 루안 씨를 그렇게 모욕해요? 이미 결혼했으면 유부녀답게 아내로써의 도리나 잘하세요! 안명섭 씨, 본인 와이프 간수 잘해요. 그쪽이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겠다면 제가 대신 교육해 드리는 건 어때요?”본인을 싸늘하게 째려보는 서경아의 모습에 안명섭은 이내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서경아 씨, 다 제 잘못입니다.”그는 말하면서 뒤로 돌더니 이윤희의 뺨을 내리쳤다. 순간 짝 하는 맑은소리가 모든 사람의 귀에 들어갔다.“씨발년이 쪽팔리지도 않아? 당장 꺼져.”모든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자 이윤희는 민망함을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며 이내 도망가 버렸다.그때 안유아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거들었다.“오빠, 그러게 저런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면 안 된다니까.”“됐어. 그만해.”안명섭은 동생을 퉁명스럽게 노려보며 그녀더러 입을 다물게 했다.그 시각 진루안의 표정은 한없이 평온했고 이윤희가 맞았음에도 그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몸을 돌려 그의 그런 표정을 확인한 서경아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진루안이 아직 이윤희에게 일말의 감정이라도 남아있었다면 진루안을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하지만 그녀의 생각과는 다르게 진루안은 오히려 그녀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대박이네. 멋져!’이로써 그는 서경아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한 셈이다.그 시각 한준서의 안색은 매우 어두웠다. 서경아가 안씨 가문과 척지는 것도 마다하고 진루안을 위해 나
진루안은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이동근을 바라봤다. 그의 공격 동작은 진루안이 익히 알고 있던 동작이었다. 그건 다름 아닌 그의 스승 백 군신이 가르쳐 준 것이었다.‘보아하니 몇 년 동안 연습 꽤 많이 한 모양이네. 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해.’진루안은 왼손을 내밀 뿐 어떠한 동작도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마저 이동근의 눈에는 자신에 대한 도발로 보였다.“건방진 것!”이동근은 눈살을 찌푸렸고 마음속에 남아있던 일말의 죄책감마저 이내 사라졌다.‘한준서가 네놈 두 팔을 부러뜨리라고 부탁해 올 때 그래도 조금 미안함과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데 네가 이렇게 나온다면 나 원망하지 마!’“건방진 사람은 꼭 그 대가가 따르는 법이지!”안명섭은 싸늘하게 웃으며 광장에 놓인 걸상 위에 앉아 진루안이 처람하게 당하기를 기다렸다.그 옆에 있던 장근수도 이내 입을 쪼개며 웃었다.“하긴, 언젠가는 죽여야 하는 놈에게 일주일은 그저 집행유예 기간을 준 거나 마찬가지지. 그런데 그 기간도 지났겠다, 때가 됐으니 저 자식도 더 이상 날뛰지 못할 거야.”“루안 씨가 그렇게 미워요?”서경아가 옆에서 눈살을 찌푸리며 두 사람을 째려봤다.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진루안의 고등학교 동착인데 왜 그를 이렇게 미워하는지 알 수 없었다.‘설마 루안 씨가 어릴 때 집안 배경이 안 좋아서 무시하는 건가?’안명섭과 장근수는 모두 서경아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광장을 바라봤다.“이봐,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이동근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치타처럼 진루안을 향해 달려갔다.그리고 한 발을 들어 올려 진루안의 가슴을 겨냥했다.그는 빠르고 정확하고 세게 한 방에 끝낼 생각이었다.그 시각 상대가 자기를 향해 공격을 해오는 모습을 본 진루안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주위 사람들의 낯빛도 모두 변했다. 그들은 진루안이 졌을 거라는 확신을 가졌다.“저 자식 얼굴색도 변한 걸 보니 정말 이동근 님의 상대가 아닌가 보네.”“쳇, 당연한 거 아닌가? 진루안이 어떻게 이동근
이동근은 그 말을 듣자 안색이 변하더니 고개를 들어 진루안을 바라봤다.“네 놈이 팔극권의 진수를 어떻게 알아?”그는 마음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진루안이 말한 건 팔극권의 총강 심법이며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비밀이기도 하다.그런데 진루안이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라들 앞에서 대놓고 말하다니 놀랄 수밖에.“팔극권은 생각에 있지 힘에 있는 것이 아니며 생각으로 공격하는 것이지 힘으로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강하면 그 힘을 이용하라. 그게 바로……주먹이다!”말투가 급변하면서 주먹을 내지르는 순간 진루안의 주변에 공기가 거세게 휘몰아쳤다.이동근의 지금 심정은 충격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형용할 수 없었다. 그는 완전히 넋이 나가 주먹질을 하는 방법마저 잊어버렸다.“상대가 강하면 그 강함을 이용하라. 산에 불어든 바람처럼 상대의 곳곳에 영향을 끼치리라!”“상대가 날뛰면 그 정서를 이용하라. 강에 비친 달처럼 상대가 아무리 일렁여도 부서지지 않으리라!”“상대가 한을 품으면 그 악함을 이용하라. 진기 한방이면 상대를 이길 수 있으리라!”팔극권의 진수를 하나하나 보여주며 활력 넘치는 공격을 펼치는 진루안 덕에 주위 사람들마저 그의 주먹에 실린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이동근은 멍하니 옆에 서서 마치 스승의 전도를 받는 제자처럼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상대가 본인을 미워한다 한들 상대를 미워하지 말라. 맑은 물속에서만 헤엄치는 물고기를 더 잘 볼 수 있으니!”“상대가 힘을 쓰면 그 힘을 이용하라. 팔극의 힘이 멀리까지 전해지리라!”진루안은 손과 발을 함께 이용하며 팔극권뿐만 아니라 팔극퇴의 진수와 참뜻을 융합하여 보여주었다. 그 화려한 기술에 이동근은 현재 대결하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진루안을 바라봤다.그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는 몇몇 진루안을 미워하는 사람을 빼고 거의 모든 사람이 현재 대결을 하는 중이라는 사실도 까맣게 잊은 채 멍하니 진루안을 바라봤다.특히 한준서의 표정은 매우 싸늘했다. 그는 상대가 어쩌고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