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루안은 차 키를 이 문지기에게 건네주었다. 키를 든 문지기는 진루안의 차를 주차한 뒤에 한쪽에 서서 차를 지켰다.서씨 가문에도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여러 명 있는데, 만약 이 차를 긁는다면 그들은 배상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진루안과 서경아는 눈을 마주쳤지만 서경아도 어쩔 수가 없었다. 이미 오랫동안 서씨 가문에 오지 않았기에 좀 낯설었다.그러나 저녁을 먹으러 온 이상 당연히 아버지의 체면을 깎아내리지는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손을 잡고 안쪽으로 걸어갔다.지금의 서씨 가문의 저택은 여전히 이전의 그 건물인 것 같지만, 영향력은 이미 비교할 수가 없었다.진루안이 점점 동강시 상류사회에 알려지면서, 이곳에는 매일 상류층 명사들이 서호성을 방문하러 왔다.지금 진루안과 서경아가 들어갈 때도, 정장 차림에 물건을 든 사람들이 선물을 내려놓고 허허 웃으면서 떠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전부 다는 아니라 해도, 십중팔구는 이런 사람들이었다.서호성은 물론 이런 여러 업계의 명사들이 사실 모두 진루안 때문에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자신도 또 이런 사람들에게 미움을 살 수 없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과 차이가 많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 큰손들의 졸개이기도 했다.예를 들어 한 서예협회의 회장의 배후에는 건성 정사당의 대신이 있었다. 그 대신은 심지어 그의 이모부일 뿐이다.또 한 골동품협회의 회장 뒤에 있는 사람은 더욱 기세가 대단했다. 그 사람은 경도 고궁박물관의 부관장 중 한 명으로 수중의 권력이 아주 컸다.그리고 이 협회의 회장이나 저 협회의 대표와 같은 사람들도 모두 만만치 않은 존재들이다.서호성은 매일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들이 진루안에게 부탁하는 일에 대해서는 감히 승낙하지 못했다.‘그 무서운 사위님한테 이 사실이 알려지면, 나를 죽게 만들지 않겠어?’그는 원래 자신의 예전 아내였던 조영화와 처남 조윤을 죽인 비밀을 진루안에게 들켰다.그래서 이 반년 동안 시종 성실하게 있으면서 진루안에게 폐를 끼치지 못했다.
서호성은 복잡한 표정으로 이 정장 차림의 회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트리플그룹의 회장 소민근이다. 만약 이 소민근이 단지 트리플그룹의 회장일 뿐이라면, 서호성도 이렇게 긴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로 그를 긴장하게 만든 이유는 이 소민근이 경주 소씨 가문의 장남이기 때문이다.게다가 경주 소씨 가문은 틀림없는 명문 가문이다. 비록 경성의 권문세가 가문들의 그런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소민근의 아버지와 삼촌 모두 대신이다. 그 중 아버지는 건성 정사당의 민정 대신이다.이런 상황과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서호성이 또 어떻게 소민근의 체면을 반박할 수 있겠는가?진루안은 이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지만, 서호성 그는 바로 작은 서씨 가문의 가주일 뿐이다. 그는 이런 큰 인물에게 미움을 살 수 없다.소민근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서호성을 바라보았다. 특히 서호성이 수표를 본 뒤 눈빛에는 탐욕이 드러났다. 비록 잘 숨기고 있었지만 볼 수 있었다.소민근은 실수한 적이 없다. 그는 돈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서호성도 마찬가지다. 비록 진루안의 손에 돈이 있다 하더라도, 필경 모두 진루안의 것이니 서호성에게 주지는 않을 것이다.그래서 서호성이 이 15억원의 수표를 보고 탐욕을 드러낸 것도 당연히 이해할 수 있었다. 서호성 자신뿐만 아니라 서지숙과 서미숙을 포함해서, 이 테이블 옆에 있던 다른 서씨 가문 사람들은 수표를 보고 모두 호흡이 가빠졌다.수중의 주식을 서경아에게 판매한 뒤부터 그들의 형편은 그리 좋지 않았다. 적어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매달 수천만 원을 소비할 수는 없었다.요즘 그들은 수십만 원을 써도 아까워했다. 돈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돈이 중요하게 되었다.돈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돈이 부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의 눈에 돈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하지만 돈이 부족하지 않던 사람이 정말 돈이 부족하기 시작하면, 돈에 흥미가 없다는 남들이 모두 싫어하는 그런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서지숙과 서미숙이 바로 그
이런 큰 인물이 결국 처가살이의 방식으로 그들 서씨 집안의 데릴사위가 되었다니, 이게 무슨 웃기지도 않은 얘긴가?그들이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감히 이런 농담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그러나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진루안은 바로 처가살이를 하는 데릴사위로, 이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처음에 진루안이 서씨 가문에 들어갔을 때, 서지숙이든 서미숙이든 모두 진루안을 한바탕 모욕하고 조롱했다. 그때는 정말 이 데릴사위를 같잖게 여겼고, 오히려 한결같이 서경아를 한씨 가문의 한준서에게 시집보내려고 했다.그런데 지금 한준서는 어디에 있는가? 일찌감치 고인이 되어버렸다.한씨 가문은? 그야말로 초토화가 되었다.다시 보는 이 사위는 점점 더 위풍당당해졌고, 사람들이 감히 직시하지 못하게 되었다. 특히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와 상위 포식자의 기운은 더욱 그들이 감히 방자하게 굴지 못하게 만들었다.소민근의 출현으로 인해 좀 어색했던 분위기는 지금 진루안이 나타난 뒤에는 완전히 잠잠해졌다.자신의 앞에서 서호성이 이렇게 자신을 경외하는 것을 본 진루안은, 서경아를 향해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서경아는 진루안의 지금 처지를 이해했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약자를 업신여기고 강자를 두려워하면서, 권력을 두려워하지만 또 권력을 좋아하는 사람이다.이런 사람이니 만만한 사람을 만나면 당연히 쥐어짜낼 수 있겠지만, 진루안처럼 이렇게 상대하기 힘든 사람을 만나면 충실한 애완견이 될 것이다.비록 서경아는 자신의 친아버지를 이렇게 평가하는 것이 불효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이 이러니 사실대로 말할 뿐이다.“상석에요? 아니, 됐습니다. 장인어른이 상석에 앉으셔야지요. 저는 여기에 앉으면 됩니다!” 진루안은 서호성이 앉아 있던 자리를 힐끗 보았다.지금 진루안은 상석에 앉을 생각도 없고 불편할 뿐이다. 특히 모든 서씨 가문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어서 더욱 불편했다.그래서 진루안은 서경아를 데리고 석씨 부
동강시, 터미널 밖.황토색의 셔츠와 회색 청바지에 낡은 스니커즈 차림의 진루안은 낡아 빠진 포대 자루를 들고 있었다.어느새 많이 변한 동강시에 진루안은 탄식을 뱉었다. "6년 만에, 내가 돌아왔다!"6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는 스승님인 백 군신을 따라 동강시를 떠났었다.6년 뒤, 드디어 돌아왔다!주위 사람들은 진루안을 흘깃 쳐다보다 이내 더럽다는 듯 인상을 쓰며 코를 막았다.바로 그때, 3, 40대 정도 되는 파란색 포르쉐 911차량 대오가 두 줄로 나뉘어 빠르게 다가왔다.주위 사람들은 그 광경을 멍하니 쳐다보다 이내 진루안을 업신여기며 흘겨봤다.쓰레기나 줍는 저런 사람은 아마 평생 저런 차를 사지 못할 게 뻔했다.차가 제대로 서기도 전에, 첫 번째 차에서 연미복을 입은 노인이 내렸다. 잔뜩 긴장한 듯 연신 땀을 닦고 있었다.숨을 헐떡이며 진루안의 앞에 다가온 그는 숨 한 번 크게 쉬지 못했다."궐주님, 정말 죄송합니다. 오는 데 길이 막혀서요, 용서해 주십시오."순간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의 얼굴이 똥이라도 씹은 듯 굳어버렸다.다른 차에서 내린 수십 명의 검은 옷차림의 경호원들은 그들이 놀라든 말든 곧장 그들을 쫓아냈다.진루안은 자신의 앞에 있는 연미복 차림의 노인을 쳐다봤다. 이 사람은 건성의 그 유명한 전 영감, 전광림이었다.전광림은 말 한마디로 온 건성의 격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었다.그러나 그런 그도, 감히 진루안 앞에서는 조금의 위세도 펼치지 못했다.만약 이 모습을 건성의 큰인물들이 보았다면 두 눈이 휘둥그레졌을 것이 분명했다."궐주님, 건성 쪽에서 이미 모든 일정을 다 준비해 놓았습니다. 타시지요."전광림은 아첨하며 진루안을 쳐다봤다. 이분은 용국의 호국전신, 임페리얼의 궐주로 무수한 공적을 쌓은 명예롭기 그지없는 존재였다. 그런 사람에게 감히 무례를 범할 수는 없었다."됐어요, 사치는 별로 안 좋아해서요!"포르쉐 대오를 흘깃 본 진루안은 고개를 젓고는 곧바로 자리를 떴다.그가 동강시에 돌아온 것
차가운 눈으로 이윤희를 노려보는 안유아의 얼굴에는 경멸이 가득했다."네가 우리 오빠 아이를 임신하지 않았다면, 네까짓 게 어디 우리 집안에 들어올 자격이나 있었겠어?'안유아는 저런 돈밖에 모르는 여자는 자기 오빠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속에서 열불이 차오른 이윤희는 진루안을 노려보며 벌컥 화를 냈다. "진루안, 당장 꺼져!"저 진루안 때문에 자신마저 안유아에게 모욕을 당하다니. 겨우 시누이의 환심을 샀는데 눈 깜짝할 새에 전부 다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진루안은 고개를 저으며 한때 자신의 여자친구였던 이윤희를 쳐다봤다. 당시에도 이윤희는 재벌가에 시집가는 것을 꿈꿨다. 하지만 재벌 가문이 어디 들어가기가 쉬운 곳이던가?"이야, 우리 옛 동창이잖아. 진루안, 너도 왔어?"신랑인 안명섭은 술잔을 든 채, 잔뜩 붉어진 얼굴로 다가왔다.그러다 자기 여자인 이윤희가 진루안과 함께 서 있는 것을 보자, 두 눈에 음산함이 드러났다.안명섭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알아챈 이윤희는 얼른 다가가 팔짱을 끼려 했다.하지만 짜증을 내며 그 손을 뿌리친 안명섭은 이내 진루안을 깐깐하게 훑어봤다. 진루안의 남루한 차림을 본 안명섭의 눈에 이내 경멸이 반짝였다."친구야, 결혼 축하해!" 진루안은 시원하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지만 안명섭은 코웃음만 치며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허공에 쓸쓸히 내밀어진 손에 진루안은 몹시 난처해졌다."어쩌다 이렇게 궁상맞은 꼴이 됐어? 설마 아직도 쓰레기나 주우면서 사는 거야?""친구끼리, 말해봐. 내가 도와줄게!" 안명섭은 진지한 척하며 물었다. 특히 진루안이 포대 자루를 들고 있는 것을 보자 진루안이 여전히 폐품을 주우며 살아가고 있다고 더더욱 확신했다.고등학생일 때도 진루안은 폐품을 주워 판 돈으로 학교를 다녔었다. 말은 근검절약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가난때문이 분명했다!다른 동창들도 술잔을 든 채 다가왔다. 방금전까지 진루안을 무시했던 그들은 지금 하나둘 구경하러 다가왔다."진루안, 너 왜 이렇게 입고 왔어
"무슨 볼일 있어?" 진루안의 성격을 잘 아는 이윤희가 조용히 물었다. 진루안이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건 분명 이유가 있었다."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무심하게 대답한 진루안은 이내 한 마디 덧붙였다. "내 약혼녀."그 말을 듣자 안명섭과 안유아는 조금 멍해졌다.이윤희도 그 말이 조금 믿기지가 않았다. 그녀를 떠난 지 5년이 된 진루안에게, 약혼녀가 있다니?"하하, 약혼녀라니, 누군데? 설마 여기 종업원은 아니지?" 진루안의 말에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린 장근수는 진루안을 무시하는 마음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그 사람이 누군지, 너랑 무슨 상관인데?" 진루안은 시린 냉기가 담긴 눈빛으로 장근수를 흘겨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순간 흠칫한 장근수의 얼굴이 이내 점차 음산해지기 시작했다.진루안이 자신에게 이런 태도로 나온 것이 벌써 두 번째였다. 하지만 그는 이곳에서 반드시 품위를 유지해야 했기에 더는 진루안을 상대하지 않았다.'나중에 두고 보자!' 장근수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바로 그때, 호텔 문이 열렸다. 이내 바깥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직원이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서씨 가문 아가씨이자 서화 그룹의 대표, 서경아 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검은색의 치마를 입은 여자가 들어왔다. 길고 검은 머리카락은 어깨에 늘어트려 놓고 있었고, 눈처럼 새하얀 피부의 그녀는 목에 엄청난 가격의 진주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완벽한 계란형의 얼굴은 조금 차갑고 도도해 보였다.그녀가 천천히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 순식간에 주인공이 되었다."진짜로 서경아네, 서씨 가문 아가씨 말이야!""진짜로 직접 참석했네. 보아하니 이번에 안씨 가문에 체면이 좀 서겠어.""서경아뿐이야? 아마 한씨 가문의 한준서도 올 거라던데.""진짜? 그 두 사람 우리 동강시의 유명한 선남선녀잖아!""누가 아니래? 소문에 두 집안에서 결혼을 할 지도 모른대."주위 사람들은 분분히 놀라움에 탄성을 내질렀고, 서경아의 등장은 현장을 뒤흔들었다.서경아, 동강시 서씨 가문의 아가
"하하하, 이 녀석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진루안의 말을 듣자 주변의 하객들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이렇게 뻔뻔하게 잘난 체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진루안이 곧 망신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때, 그의 말을 들은 서경아는 차갑게 굳은 얼굴로 다가갔다."저 녀석, 이제 죽었다!" 안명섭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가서 거울이나 좀 보고 그런 말을 하지, 감히 서경아가 약혼녀라고 해?" 장근수도 조롱 섞인 비웃음을 흘리며 진루안이 망신당하기를 기다렸다.주위의 빈객들도 모두 뱁새의 말로를 구경하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서경아는 천천히 진루안의 팔짱을 끼더니 모든 사람들 앞에서 냉담한 얼굴로 천천히 말했다. "이 사람은 확실히 제 약혼자, 서씨 가문의 사위가 맞아요!"삽시간에, 구경하고 있던 주위 사람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게다가 서경아의 말은 마치 커다란 손이 되어 그들의 뺨을 세게 내리치는 듯 해, 얼굴이 화끈거렸다.안명섭을 비롯한 사람들 역시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진루안을 쳐다봤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여태까지 믿고 살아온 세계가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저 녀석이… 정말로 서씨 가문의 사위라고? 그럴 리가?등을 돌려 진루안을 쳐다본 서경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명령하듯 말했다. "조금 이따가 저와 함께 가문 본가로 가서 할아버지에게 인사해요."진루안은 여신 같은 약혼녀를 바라봤다. 이 사람이 바로 스승님이 그에게 찾아준 약혼녀였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좋아!"미래의 아내의 말이니 당연히 들어야 했다."아, 기억났어. 저 사람 서씨 가문의 그 데릴사위잖아!"바로 그때, 호텔 안에서 별안간 울린 탄성에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한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가 진루안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더니 번뜩 깨달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내 그 남자는 한껏 비아냥대며 말했다."서씨 가문 사람에게,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아가씨에게 데릴사위를 찾아줬다고
오늘 그는 그 가시를 뽑아내 진루안의 가슴에 단단히 찔러 넣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그는 어떠한 대가라도 치를 생각이었다.안명섭의 말에 로비의 분위기는 다시금 얼어붙었다.서경아의 안색이 몹시 어두워졌다. 한준서는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이보다 더 싫은 사람은 없었다.서경아가 한창 어떻게 자리를 떠야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경호원 두 사람이 호텔 대문을 열 더니, 입구에서 흰 정장을 입은 잘생긴 남자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칼로 깎은 듯한 얼굴의 남자는 차갑고 오만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다만 남자는 얼굴에 옅은 미소를 내건 채, 최대한 점잖고 우아한 분위기를 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그의 등장에 호텔 로비의 분위기는 다시 타올랐고, 수많은 여자들의 탄성을 불러왔다.한준서를 손에 넣게 된다면 후반생은 더는 아무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다."세상에, 진짜로 준서 도련님이야!""너무 멋있어, 어머!""한준서 도련님, 사랑해요. 꺄아!"수많은 여자들이 마치 연예인이라도 만난 듯 환호성을 질렀다.그들은 다가가려 했지만, 살기를 담은 눈빛으로 차갑게 쏘아보는 경호원 때문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준서 도련님, 오셨습니까?"한준서가 나타난 것을 본 안명섭은 곧바로 아부하듯 달려가더니 허리를 살짝 굽히고 직접 한준서를 안내했다.그런 안명섭을 흘깃 쳐다본 한준서는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안명섭에게 건네주었다. "작은 성의입니다."그것을 본 안명섭은 감격을 금치 못했다. 무려 한준서가 주는 봉투를 운 좋게도 받게 되었다.만약 평소였다면 열어보지 않았겠지만, 이번에는 진루안이 있는 탓에 안명섭은 일부러 진루안을 흘깃 본 뒤 봉투를 열어 안에서 카드를 하나 꺼냈다."1억 원밖에 안 됩니다!" 한준서는 그저 덤덤하게 웃을 뿐, 조금도 아까워하는 기색이 없었다.1억, 이 한씨 가문 도련님인 그에게는 조금도 많지 않았다. 그저 숫자에 불과한 금액이었다.그 말을 듣자 안명섭도 한껏 동의했다. "도련님께는 소소한 금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