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아직 결혼하지 않았으니 채경전은 대수롭지 않다고 느꼈다.‘축구 경기에서도 골키퍼가 있으면 어때? 상대에게 골을 허용해야 할 때는 여전히 골이 들어가.’연애를 하는 것도 이런 도리라고 생각했다. 상대방이 남자친구가 있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때 가서 남자친구를 바꾸겠다고 하면 바꿀 수 있는 것이다.‘그리고 내가 분명히 남자친구보다 더 우수하고 실력도 더 있어.’채경전 자신은 이런 자신감이 있고, 또 이런 실력과 자격이 있다.진루안은 처음부터 끝까지 말을 하지 않은 채, 단지 조롱하며 웃음을 띤 얼굴로 채경전을 바라보면서 공연이 진행되기를 기다렸다.채경전은 적지 않은 말을 했지만, 서경아도 진루안도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이치대로 말하자면, 서경아가 반감을 가지고 있다면 적어도 날카롭게 반박할 것이다.남자인 진루안은 더우기 서경아의 약혼자로서, 자신의 이런 말을 들은 후 분노해야 하지 않겠는가? 심지어 주먹을 휘둘러서 자신을 때릴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가 바라는 상황은 조금도 일어나지 않았다.마치 자신이 어릿광대가 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두 사람은 자신을 완전히 우스갯소리로 받아들였다.그러나 실제로도 확실히 그렇다. 서경아나 진루안 모두 그를 우스갯소리로 여겼을 뿐이다. 특히 채경전이 자신만만하게 표현할 때 한 이런 말들은, 두 사람을 더욱 웃게 했지만 참았다.“이봐, 계속 말해.” 채경전이 입을 다무는 것을 본 진루안이 참지 못하고 웃으며 계속 말하라는 신호를 보냈다.“너 무슨 뜻이야?” 채경전은 몹시 음험한 표정으로 진루안을 노려보며 물었다.진루안의 반응이 완전히 비정상적이라고 느꼈다. 서경아의 반응과 표정도 비정상적이었다. 아무튼 오늘 밤의 자신이 여기에 나타난 것은 모두 비정상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그러나 어디가 비정상적인지, 그 자신도 잘 모르고 모호했다.그러나 직감은 자신이 더 이상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안에 분명히 문제가 있을 것이다.“말 안 해?” 채경전이 전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너는 아직도 어디가 틀렸는지 모르는구나.”“그래, 네 자신이 고통을 느낄 때만, 네가 도대체 무엇을 했고, 누구에게 미움을 샀는지 알 수 있겠지!”“철저히 실패하기 전에는 그만두지 않는다는 말처럼 요행을 바란다면, 그럼 너를 좀 더 분명하게 죽여 줄게!”진루안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서,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경도 채씨 가문, 없애!]누구에게 보냈는지를 말하자면 당연히 진루안의 경도에 있는 부하로, 전문적으로 진루안을 위해 더러운 일과 힘든 일을 하는 ‘세력'이다물론 이 세력은 임페리얼 조직이 아니다.임페리얼은 진루안이 사용할 수 있지만, 이런 일에 사용할 수는 없다.만약 무슨 일을 하든 임페리얼을 동원한다면, 임페리얼은 결국 비대해지면서 진루안의 개인 조직이 될 뿐이다.만약 시간이 길다면, 국왕 조의가 진루안을 시기하는 마음이 생겨도 탓할 수가 없다.진루안도 점차 이 점을 깨달았기 때문에 이번에 채씨 가문을 손을 쓸 때는 그는 임페리얼의 털끝 만한 힘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진루안이 경도에 힘이 없고 수단이 없다는 걸 대표하지는 않는다.일찍이 경도의 3대 보스의 한 명이었던 진루안은 당연히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어리둥절해진 채경전은 가슴이 계속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일을 잘못해서 겁이 나면서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있었다.그는 자신이 오늘 틀림없이 일을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만, 도대체 무슨 일을 잘못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그러나 지금 반드시 진루안에게 치명적이고 핵심적인 문제를 물어야 했다.“당신은 도대체 누구야? 감히 이렇게 큰소리를 치다니, 아마도 보통 사람이 아니겠지!”채경전은 진루안에게 소리쳤지만, 눈빛에는 싸늘한 경계심이 가득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하하, 경아 씨, 이 선배는 정말 재미있군요!”서경아는 약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면서, 채경전이 오늘 어리석기 짝이 없다고 느꼈다.“선배, 제 약혼자는 진루안입니다!
진루안은 휴대폰에 표시된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았다. 한 문장밖에 없는데, 차가운 기운이 배어 있었다. [채씨 가문은 없어졌습니다!]핸드폰을 내려놓은 진루안은 채경전을 바라보며 조롱하는 기색을 보였다.채경전도 뭔가를 깨달았는지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져서, 급히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서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채경전이 가족 누구에게 전화를 걸어도 자신의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심지어 둘째 삼촌, 사촌 동생 등 모두 아무도 받지 않는 상태에 처해 있었다.이는 채경전의 마음을 더욱 가라앉게 만들었고, 점차 아주 무서운 일을 의식하게 했다. 바로 자신의 소행이 진루안의 미움을 샀고, 심지어 이미 진루안의 마지노선과 존엄을 짓밟아서 이미 진루안을 철저하게 격노하게 만든 것이다.그러나 진루안과 같은 하늘을 찌를 듯한 큰 인물이 채씨 가문 같은 작은 가문을 상대하는 것은 정말 너무나 쉽다.지금 자신의 가족들은 이미 진루안에게 한 번 수습되었을 가능성이 아주 높았지만, 채씨 가문에서는 아무것도 모를 가능성이 있었다. 자신들이 무엇 때문에 ‘천벌'을 받았는지 모르는 것이다.그러나 지금 채경전은, 자신이 이 용국에서 가장 무서운 젊은이인 진루안을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이렇게 생각한 채경전은 마음속의 두려움을 참지 못하고 창백한 안색으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머리속은 더욱 공백이었다.“다, 당신 우리 집에 대해서 무, 무슨 짓을 했어?” 채경전은 마침내 마음속의 공포를 참지 못하고 진루안에게 물었다.진루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채경전이 지금 이런 반응을 보이는 모습을 보았다. 더 이상 이전처럼 강경한 자신감이 없었다. 지금의 채경전은 바로 가세가 몰락한 부잣집 도련님이다. 어디 자신감과 강경한 태도를 만들 자본이 있겠는가?“나도 채씨 가문이 지금 어떤 모습인지 모르겠어.” 진루안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이것은 자신의 계략이 아니고, 고의로 채경전을 속인 것도 아니다. 확실히 자신은 채씨 가문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
“진 선생님, 제발 채씨 가문을 살려주세요.”“저는 평생 소와 말처럼 당신의 노예가 되겠습니다. 저의 무모한 행동 때문에 생긴 빚을 갚고 싶습니다.”“채씨 가문만 풀어주세요, 제발요!”쿵!채경전은 진루안이 아주 냉담한 표정으로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자, 이를 악물고 계속 용서를 빌었다. 이제 직접 절하는 방식을 선택해서, 진루안에게 용서해 주기를 부탁했다.쿵, 쿵!머리를 세 번 연속으로 부딪쳤는데, 하나같이 소리가 아주 컸다.비록 이곳이 구석의 자리라 하더라도, 소리가 크니 여전히 많은 음식점내의 식객들의 주의를 끌게 되었다. 분분히 일어나서 이곳에 서서, 무릎을 꿇은 채경전이 진루안에게 절을 하는 모습을 호기심에 가득 찬 시선으로 지켜보았다.서양인 종업원들도 놀란 표정으로 진루안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그들은 모두 왜 이 채경전이 진루안에게 절을 해야 하는지, 사람들에게 아주 불편한 억압감을 주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설마 이 의자에 앉아 있는 젊은이가 무슨 놀라운 배경이 있는 건가? 아니면 어떤 끔찍한 신분이 있나?’주위에 모인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졌고 많은 손님들이 사방에 서서 구경하고 있었다.구경꾼은 본래 사람의 천성으로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이곳을 에워싸고 구경하는 사람들 속에는 동양인도 있고 서양인도 있고 흑인도 두 명 있었다.그들은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면서 서로 얘기하고 있는데, 아마도 이 일을 이야기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진루안의 얼굴은 예전과 다름없이 담담했지만, 오히려 서경아는 약간 창피함을 느꼈다.비록 창피한 사람은 채경전이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구경을 당하자 온몸이 불편한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채경전이 절을 할 때는 이런 불편함이 더욱 극도로 증가되었다.“루안 씨, 우리 돌아가요!”서경아는 진루안의 귓가에 엎드려 작은 소리로 물어보았다. 얼굴은 일그러진 표정이 가득했다.진루안은 서경아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걸 본 진루안은, 다시 주위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에워
급히 일어선 채경전은 이미 떠난 서경아와 진루안을 쫓아서 밖으로 달렸다.주변의 손님들은 자신에게 자리를 양보할 의사가 없어서, 채경전은 억지로 통로를 비집고 뛰쳐나갔다.식당 밖에서 진루안은 서경아의 이 붉은색 포르쉐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한쪽에는 양호석과 이태경이 각자의 차에 앉아 있었다.채경전이 음식점을 나간 후 진루안은 서경아에게 표시했다.서경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몰고 갔다.양호석과 이태경도 모두 바로 차를 몰고 바짝 따라갔다.채경전은 그들이 모두 가는 것을 본 채경전은 바로 자신의 기사에게 소리쳤다.“빨리, 빨리 그들을 따라가!”“예, 도련님!” 운전사는 감히 소홀히 하지 못하고 채경전이 차에 오르자 얼른 앞의 세 대의 차를 향해 쫓아갔다.차에 앉아 있는 채경전의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끊임없이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로 채씨 가문의 사람들이었다. 화장실을 청소하는 하인에게도 모두 전화를 했다.아마도 그의 고집에 감동한 하늘이 마침내 전화를 연결시켜 준 것 같았다.전화를 받은 사람은 좀 멀리 있는 사촌 아저씨였다.“당숙, 채씨 가문이 도대체 어떻게 되었습니까?” 채경전의 말투에서 초조한 기색이 드러났다.맞은편의 당숙은 채경전의 물음에 씁쓸한 말투로 대답했다.[말도 마라, 경전아. 우리는 이미 파산을 신청했어!][우리 채씨 가문이 어떤 사람에게 미움을 샀는지 모르겠어. 10분 전에 하버그룹에서 상부의 전화를 받았어. 우리가 무기와 마약을 밀수했다고 하면서 우리 항만을 봉쇄하겠다는 거야!][그 후 또 은행 쪽의 대신이 전화를 걸어서 대출금 10조 원을 즉각 상환하라고 했어. 상환하지 않으면 당장 우리 채씨 가문의 계좌를 동결하겠다고 하면서 말이야.][결국 10분도 안 되는 사이에 우리 채씨 가문의 4개 기업 계좌가 모두 동결되었고, 1500억의 자금을 동원하고 사용할 수 없었다.][지금 우리 채씨 가문은 대단히 곤경에 빠졌다고 할 수 있어. 네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각자 어떤 큰 인물에게 미움을 샀는지 생각해 보라
당숙의 물음에 채경전은 한동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경전아, 빨리 말해, 누구한테 미움을 샀어?] 채경전이 침묵하자, 당숙이 초조하게 계속 물었다.채경전은 자신이 당숙에게 알리지 않으면 곧 할아버지의 전화가 올 것이고, 그때는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이렇게 무서운 조정의 동력과 권리를 가질 수 있는 걸 보면 적어도 1급 대신인데, 설마 네가 정사당의 대신에게 미움을 산 것은 아니겠지?]당숙은 채경전이 미움을 산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추측해 보았다. 왜냐하면 이런 능력과 실력을 가지고 이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은 1급대신밖에 없고, 또 정사당의 1급대신이기 때문이다.그 외에는 아무도 그렇게 할 수 없다.채경전의 표정은 여전히 괴로웠다. 당숙의 추측을 듣고서 사실대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당숙, 그 사람들이 아닙니다.”[그럼 누구야? 이 자식, 빨리 말해!]“예... 진루안입니다!” 채경전은 한숨을 쉬며 진루안의 이름을 말했다.채경전이 진루안 이름을 다 말하자 분위기가 굳어진 것만 느껴졌다. 차 안이든 전화기 맞은편 당숙 쪽이든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얼마나 지났을까, 마이크 맞은편에서 마침내 당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만 절망적인 말투였다.[채경전, 네가 채씨 가문을 죽였어!][허허, 진루안? 너는 진루안이 누군지 알아? 그 사람의 수단이 얼마나 모진데?][권총 한 방에 차홍양을 쏴 죽이고, M국의 1급보좌관 참사인 필레를 죽이고, 손하림 재상을 핍박해서 명예퇴직을 하게 만들었어!][더 중요한 것은 얼마 전 진루안이 태자 조기를 태자 자리에서 밀어낼 뻔했다는 거야.][이런 인물인데, 경전이 네가 목숨이 몇 개나 된다고 감히 미움을 산 거야?][네 할아버지가 만약 상대방이 진루안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아마 심장병이 재발했을 거야!]당숙의 비난에 채경전은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만약 이전이었다면, 먼 곳의 당숙이 감히 이런 말투로 이야기한다면, 그는 벌써 노발대발하면
만약 진루안이 선량한 사람이라면, 이 세상 위에 악랄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진루안이 채씨 가문에 살수를 쓰지 않는 이유는 바로 진루안이 이 일의 배후에 어떤 사람이 서 있는지 알기 위해서였다. 또 채경전의 입을 통해서 사건의 진상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이는 또한 채경전 자신의 현재 유일하게 우세한 점이자 생명을 지킬 부적이다.이 일을 조금도 숨기지 말고 진루안에게 잘 알려야만 채씨 가문을 구할 수 있다.그렇지 않고 진루안의 새끼손가락을 까딱하기만 하면 채씨 가문은 없어질 것이다.이렇게 생각한 채경전은 마음속의 긴박감이 갈수록 커졌다. 지금 이 모든 것을 진루안에게 알려주어 진루안이 채씨 가문을 용서하도록 해야 하는 상황이 한스러웠다.물론 이것은 불가능하다. 진루안이 채씨 가문을 용서하게 하려면 여전히 그 자신의 표현이 필요하다.잘해야만 비로소 자격과 기회가 생길 것이다.이 점에 대해서 채경전은 여전히 잘 알고 있었다.“앞의 사람들이 차를 세웠습니다. 도련님!”이때 운전기사가 도로 밖의 차 3대가 차례대로 길가에 정차한 모습을 보고 채경전을 일깨워주었다. 채경전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아주 정교하고 아름다운 장식의 3층짜리 작은 건물이 길가에 있었다. 그 위에는 마영관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고풍스러운 편액이 걸려 있었다.마영관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는 몰랐지만, 어차피 진루안은 여기서 내렸다.즉 진루안은 이 안에서 자신에게 질문을 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채씨 가문이 이번에 위험을 모면할 수 있을지는 모두 이 유일한 기회에 달려 있으니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차에서 내리자!” 채경전은 한 마디 외친 뒤 차문을 열고 내렸다.지금 이미 각자의 차에서 내린 양호석과 이태경은, 진루안과 서경아의 뒤를 따라서 마치 경호원처럼 따라갔다.진루안이 서경아를 보자, 서경아는 재빨리 진루안의 뜻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양호석과 이태경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은 오늘 수고했어요. 날도 늦었으니 두 사람은 먼저 돌아가세요.”“예, 대표님!
“칵테일 두 잔만 있으면 돼!”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지만 어떤 가혹한 요구도 하지 않았다.“잠시만요, 제가 직접 만들어 드릴게요!”기뻐하면서 활짝 웃은 나석기는 몸을 돌려 바 안으로 가서 직접 칵테일을 만들었다.주위의 양아치들은 모두 좀 놀랐다. 모두 새로 온 양아치들로 진루안을 본 적이 없었고, 진루안의 대단함은 더욱 알지 못했다.예전에 싸움을 할 때 그렇게 용맹했던 당당하고 존경하는 나석기 형님이, 뜻밖에도 이 커플을 위해서 이렇게 직접 칵테일을 만드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이 두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기에, 석기 형님이 이렇게 조심스럽게 대하는 걸까?’많은 양아치들은 마음속으로 묵묵히 생각하면서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이 양아치들도 그래도 이런 감성은 가지고 있었다.물어보면 나석기가 난감해질 것이기 때문이다.그리고 앞으로 자신들은 편히 지내지 못할 것이다.조심스럽게 진루안 앞에 선 채경전은 좀 거리를 둔 채 더 가까이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나석기가 곧 칵테일 두 잔을 탁자 위에 놓은 뒤 뒤로 물러나서 진루안의 뒤에 섰다.어두운 불빛에 온몸에 근육이 발달했고 험상궂은 칼자국도 가지고 있는 나석기는 마치 저승의 악마처럼 보여서, 채경전이 진루안에게 조금도 다가가지 못하게 만들었다.손에 칵테일을 든 진루안은 고개를 들어 채경전을 힐끗 보았다.‘앞서는 그래도 의기양양했던 모습이 지금은 이런 모습으로 변했어. 권력은 확실히 사람의 허리를 굽히게 만드는 좋은 물건이야.’“말해봐. 누가 네게 귀국해서 동강시로 돌아가서 서경아에 대해서 고백하라고 했어?”진루안은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안색이 변한 채경전이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냈다.“진 선생님, 제가 조건을 하나 제시할...”“말하고 싶지 않으면 평생 할 필요 없어!”눈살을 찌푸린 진루안이 불쾌한 듯이 호통을 치면서 채경전의 말을 끊었다.안색이 변한 채경전은 복잡한 표정으로 진루안을 바라보았지만, 감히 한 마디도 더 말하지 못했다.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