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 무림 밖에 있는 지역을 역외라고 했다."태일이라는 사람을 아십니까?"진예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산파 고서에 기록에서 본 적 있어요. 하지만 저희 가문이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사건이 지난 지 천 년 후부터 인지라, 천 년 전의 사람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어요. 다만, 난서왕에게 끊임없이 도전했으나 매번 패배를 당해, 결국 종적을 감추고 무림으로 들어갔다는 얘기만 전해 내려오고 있어요."진예빈이 말을 들은 강서준은 진풍이 한 말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정말 살아있는 백과사전이었다, 그녀가 모르는 것은 없었다.다만, 현영을 천산파가 이렇게 높게 평가받을 줄 몰랐다.난서왕과 현영 다음으로 강한 사람이라고 평가받았다.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는 다시 물었다. "역사상 가장 강한 무공이 뭐죠?"진예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공을 배움에 있어서 가장 강한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더욱 강한 것만 존재할 뿐입니다.""천산파가 그렇게 많은 것을 기록했다고 하니, 분명 순위를 상세하게 적었을 것 같은데, 게다가 강서준이 탄생한 강자와 절학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겠죠?"진예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있긴 합니다만..."그녀는 말하면서 몸을 비스듬히 내밀고 강서준을 한 번 보고는 싱그레 웃었다. 그 미소에 강서준도 멍해졌다. 세상을 밝히는 웃음이다.하얀 얼굴의 여자는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였다.그녀는 강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정말 궁금해요?"강서준의 마음속에 또 사악한 생각이 들었다.그는 급히 상청결을 발동시켰다.전에는 아무리 아름다운 여자를 보더라도, 무덤덤하던 강서준은 영귀의 내단을 사용한 이후부터 특정환경에 노출되면 많은 욕망에 휩싸이는 체질로 바뀌었다.강한 소유욕이었다, 여자에 대한, 금전에 대한, 권력에 대한 소유욕이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진예빈이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녀는 강서준이 왜 그러는지, 왜 갑자기 눈을 감았는지 알 수 없었다.몇 초가 지나서야 강서준의
진예빈은 지살과 살기에 대해 알고 있었다.지살과 살기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알지 못했다.천산파의 어떤 고서에서도 그에 관한 기록은 없었다.천산파는 틀림없이 고대 무술계의 태산 북두였다.천년동안 고대 무술계에서 일어난 일을 상세히 기록하여 각종 무학에 대한 분류도 되어 있었다.천절십삼검도 명성이 자자했다.검술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물론 그것이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천지를 파괴한 십사검 때문이었다.아무도 그것을 수련하지 못했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천절십삼검이 검술에서 1위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진예빈은 강서준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얘기를 하는 동안, 둘은 어느새 남황에 이르렀다.강서준이 남황 군·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새벽 4시가 넘은 뒤였다. 어두운 밤이라 고요했지만, 군사 구역은 환하게 불빛으로 밝혀져 있었다.강서준이 전용기에서 내리자, 전방에는 군사복을 입은 장군들이 많이 서 있었다."용왕님."장군 한 명이 급히 달려왔다. 그것은 귀역 장군이었다. 강서준은 귀역을 한 번 힐끗 쳐다보았다.그가 관할하는 남황에는 다른 세력들도 많이 섞여 들어왔다. 그는 진작부터 지역을 정리하려고 했지만, 그동안 줄곧 바빴던 탓에 미처 그렇게 하지 못했다."여기 오래 있지 않을 거니까, 물러가."강서준은 말을 남긴 뒤, 몸을 돌렸다. 이곳에 모인 여러 장군이 멀뚱히 서서 눈치를 봤다.강서준이 온다는 소식에 장군들은 직접 그를 영접하기 위해 이곳에 특별히 모인 것이다.강서준은 군사 구역에 준비된 차량과 약간의 식량을 준비해 직접 밤길 운전을 했다. 그는 천산관으로 향했다.이튿날 정오가 되어서야 천산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약간의 건조한 식량을 먹었다.다음 날 정오에 그는 천산관에 나타났다.이곳은 남황의 변경으로 부근의 도시들이 모두 대하의 판도에 편입된 후부터 천산관도 하나의 관할이 아니었고, 대하의 진정한 영지로 되었다.천산관의 산꼭대기.조촐한 오두막집은 여전히 그대로 있었다.먼지가 가득 쌓인
강서준이 검을 뽑아 들자 진예빈이 궁금해서 물었다.“서준 씨, 이게 형검이에요?”“네.”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그가 든 검은 생각보다 검소했다.“이 검은 진시황이 통치할 때 천하의 모든 주검사들을 모아서 만든 신병이기라고 들었어요. 진시황은 천하 통일을 상징하는 검을 만들기 위해 특수한 자료인 천외 현철로 만들어서 황제를 상징하는 검으로 대대로 이어졌어요. 그러니 이 검은 고대에서도 최고 권력을 상징하고 선처리 후보 권력을 행사했어요.”“이 검의 위력도 엄청나다고 했어요. 고서에 기록된 것에 따르면 한 왕조가 멸망한 뒤 이 검은 밖에 떠돌다가 한 주조대사의 손에 들어갔는데 검의 기운이 너무 세서 마음이 바르지 않는 자가 얻으면 세계에 재난을 불러온다고 했어요. 그래서 특별한 재료로 다시 만들어서 원래의 힘이 개봉되지 않았다고 했어요.”“그런 일도 있었어요?”그녀의 말을 듣고 강서준이 흠칫 놀랐다.형검의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지만 힘이 봉인되어 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 보기 때문이다.진예빈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특별한 재료로 만들어서 형검의 진짜 힘을 막았다고 했어요. 저도 책에서 본 거라 확실한 건 잘 몰라요. 근데 거짓말 가능성이 있어요. 만약 정말로 신병이기라면 그 검은 대하의 형검이 아니라 진작에 어느 강자가 소유했겠죠.”강서준이 손에 든 검을 자세히 살펴봤다.그냥 흔히 볼 수 있는 철 덩어리 같고 조금 날카로운 것 외에 특별한 점이 없었다.그가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그 책에서 어떻게 개봉했다는 말은 없었어요?”“검을 보여줘요.”강서준이 형검을 건넸다.진예빈이 검을 들고 자세히 관찰하더니 무게도 측정해 보았다.검은 다른 신병이기에 비해 가벼운 반면 검날은 조금 두꺼웠다.“진짜 맞네요.”진예빈이 검날을 가리키며 말했다.“검날에 뭔가 씌어 있어요. 내 기억이 맞다면 막강한 진기로 강제로 겉에 씌운 재료를 제거해야 개봉할 수 있을 거예요.”“그래요?”강서준은 조금 의심스러웠다.“네. 서준 씨.
형검의 표면이 부서지면서 껍데기가 떨어지더니 눈부신 검광을 발산했다.황금색 검광은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나서 마치 작은 태양이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았다.강서준은 그 장면을 보고 희색을 띠었다.형검을 갖고 다닌 지 한동안 되었지만 개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다.그가 손을 내밀자, 허공에 있던 형검이 손에 들어왔다.검날에는 정말 한 층의 껍데기가 씌어 있었다.그가 힘을 더 주어 강제로 껍데기를 깨트렸다.균열이 점점 더 심해지더니 결국 완전히 떨어져 나갔다.형검의 진짜 검날이 그의 눈앞에 드러났다.황금색 검날이었다.검날에 신비한 문양도 새겨져 있었다. 그 문양은 살아있는 듯한 용이었다.황금 검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강서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진예빈도 활짝 웃으면서 다가왔다.“서준 씨, 축하해요. 형검이 드디어 개봉됐네요. 이것이 진정한 형검이에요.”강서준은 이미 감지했다.예전의 형검과 사뭇 느낌이 달랐다.전에 들었을 때 마치 생명이 없는 철 덩어리 같았지만 지금은 형검에서 전해지는 힘을 감지할 수 있었다.이 힘은 그의 진기를 더 활기차게 만들었다.천절십삼검의 위력도 더 향상된 것 같았다.“고마워요.”그가 진예빈을 보며 진심 어린 감사를 했다.만약 그녀가 없었더라면 형검에도 비밀이 있다는 사실과 개봉할 방법도 몰랐을 것이다.“연습하세요.”진예빈은 더는 그를 방해하지 않고 뒤로 슬쩍 물러섰다.개봉된 형검을 보고 있자니 강서준도 수련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그는 천산관의 산봉우리에서 천절십삼검을 펼치기 시작했다.십삼검의 검기가 허공에서 가로 또는 위로 교차하면서 엄청난 기운을 뿜어냈다.멀리서 지켜보던 진예빈이 경악했다.“천절십삼검. 서준 씨는 이리 젊은 나이에 강씨 가문의 검술을 전부 익혔구나. 그의 잠재력을 보아 분명 천지를 뒤흔드는 십사검을 깨달을 수 있겠어.”강서준이 한번 연습한 후에야 검을 거두면서 하늘에서 가볍게 착륙했다.진예빈이 다가오며 물었다.“서준 씨. 본인이 익힌 천절십삼검에 문제가 있다는
그는 검술을 익힌 시간이 길지 않아 지금은 그냥 십삼검의 검기만 펼칠 수 있을 뿐 자유롭게 거두거나 내보낼 수는 없었다.진예빈이 계속 말했다.“서준 씨가 무공을 익힌 시간도 길지 않으니 당연히 검술을 접한 시간도 길지 않겠죠. 무학은 손에 익을수록 기교라는 것이 생겨요. 저도 천하제일 검술인 천절십삼검과 천지를 뒤흔들 수 있는 천절십사검이 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어요.”“저희 천산파의 고서에 기재되어 있거든요. 십삼검은 그냥 이름일 뿐 진정한 핵심은 ‘절’이죠. 절은 ‘독특하다, 유일무이하다’로 해석할 수 있고 또는 구불구불한 봉우리를 보고 감탄하는 것과 같아요.”진예빈은 자신이 본 천절십삼검에 대한 내용을 낱낱이 알려줬다.그 말에 강서준이 또 생각하다가 한참 뒤에 물었다.“그 내용들이 전부 고서에 기재되어 있다는 겁니까?”“네.”진예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빙그레 웃었다.“우리 천산파는 천하의 모든 일과 무학이 기재된 고서들이 많아요. 그뿐이 아니에요. 천산파는 백효생과 관계가 좋아서 제가 어릴 때부터 임랑각에 자주 놀러 갔었거든요.”강서준이 어리둥절했다.“임랑각은 뭐예요?”진예빈이 설명했다.“백효생이 세운 세력인데 중립 문파이자 고대 무술계의 정보망이에요. 임랑각의 정보망은 천하에 분포되어 있어 수천 년 동안 백효생이 모은 정보는 어마어마하게 많고 모르는 일도 없어요. 물론 제가 말한 백효생은 호칭이에요. 대대로 내려온 임랑각의 각주는 모두 백효생이라고 불렀거든요.”“그렇군요.”그제야 강서준이 깨달았다.그녀가 말하지 않았더라면 고대 무술계에 임랑각이라는 문파와 백효생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그는 화제를 돌려 계속 천절십삼검과 천절십사검에 대해 물었다.“십사검이요?”진예빈이 고개를 가로저었다.“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고서에는 그냥 십사검이 있다는 것만 언급했지 상세한 내용은 기록되어 있지 않았어요.”이렇게 말을 하더니 강서준을 힐끗 보며 웃었다.“내 검술은 조예가 깊지 않아서 서준 씨보다는 한참 멀었어요. 내가 하는
강서준이 천산관 주변에 나타났을 때 김초현이 벌써 알아채고 암암리에서 그를 주시했다.그가 진예빈과 계속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보고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김초현의 뒤에는 한 사람이 더 있었다.키는 김초현과 비슷하고 똑같이 검정색 장포를 입었지만 그는 가면을 쓰고 있었다.“어때?”김초현이 전방을 지긋이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문주님, 아무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누구도 천산관 근처에 접근하지 않았습니다.”“알았어. 계속 지켜봐.”김초현이 말을 마치고 돌아서 가버렸다.천산관 산봉우리에서 강서준은 3일 내내 앉아 있기만 했다.3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았다.마치 조각상처럼 산봉우리의 정상에 떡하니 앉아 있었다.그때 강서준이 갑자기 눈을 떴다.순식간에 형검을 뽑더니 검술을 펼치기 시작했다.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검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그의 몸은 이 구역에서 끊임없이 사라지다가 나타났다.진예빈은 강서준이 펼친 검술을 보고 저도 모르게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그가 펼치는 초식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처음엔 그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었는데 점점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허공에서 스쳐 지나가는 검과 사람의 그림자만 볼 수 있었다.강서준이 계속 검술을 펼치더니 몇 시간 뒤에야 멈추었다.형검을 거두어 검각에 넣을 때 진예빈이 다가가며 물었다.“서준 씨. 이건 천절십삼검이 아니에요. 하지만 천절십삼검의 그림자가 보였어요. 무슨 검술이에요?”진예빈은 천절십삼검을 본 적이 없었다.그저 강서준이 펼친 검술만 봤을 뿐이다.방금 그가 펼친 검술에 천절십삼검의 그림자도 보였다.“저도 잘 모르겠어요.”강서준이 어색하게 웃었다.그가 3일 동안 앉아 있으면서 머릿속에 엉망친장인 검술을 떠올렸다.이런 엉망진창인 생각으로 천절십삼검과 태일검술을 합쳐서 내친김에 한 번 실천해 본 것이다.그가 두 눈을 감고 방금 자신이 펼쳤던 검술을 떠올렸다.검술이 머릿속에 다시 한번 펼쳐졌다.너무 무질서해서
그는 나이가 어린 진예빈이 무학에 대한 이해가 이토록 깊다는 것에 감탄했다.“깨달은 뒤에 선배들이 심혈을 기울여 창안한 무학을 배우는 거죠. 하지만 일대 종사가 되려면 자신의 무학이 있어야 돼요. 그렇게 하려면 자신에게 적합한 무술을 직접 만들어야 돼요. 다른 사람의 것을 배워서 영원히 정상에 도달할 수 없어요. 왜냐면 강력한 무학마다 모두 특정된 조건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나중에 배운 자들은 창조자의 조건에 도달할 수 없으니 당연히 정상에 도달하지 못해요.”강서준은 진예빈의 말에 속으로 굴복했다.‘이 여자 무학에 대해 일가견이 있구나.’그녀가 말할 때마다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강서준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무학을 창안하다니 말처럼 쉽지 않아요.”진예빈이 피식 웃었다.“당연히 어렵죠. 그래서 예로부터 대종사가 아니면 무학을 창안할 수 없었어요. 무학을 창안할 수 없는 자는 한 가지 무학을 열심히 익혀서 정상에 올라갔어요. 무학을 창안하려면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니까요. 아는 것이 많을수록 자연스럽게 요령을 터득할 수 있잖아요.”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맞는 말이에요. 진 소주는 무학에 대해 이토록 깊은 이해가 있으니, 앞으로 무조건 일대 종사가 되어 역사에도 이름을 남길 거예요.”“난 가망 없어요. 그냥 책 몇 권을 봤을 뿐이에요. 이론은 있지만 머리가 둔해서 아주 쉬운 검술도 몇 년을 연습해야 정수를 터득할 수 있어요.”진예빈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본인은 천재가 아니라 멍청이라고 여겼다.왜냐면 천산파의 검술의 입문 단계만 해도 오랫동안 연습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녀의 큰오빠는 같은 검술을 배우는 데 고작 3일밖에 걸리지 않았다.이것이 바로 천부적인 재능이다.강서준이 그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며칠 사이 그도 깨달음을 얻고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세웠다.대응국에서 태일검술을 알게 되었다.태일검술의 요령은 두 가지가 있다.하나는 ‘태’ 다른 하나는 ‘일’이다.그가 가려는 길이 바로 ‘일’이다.그리고 천절십사검.
임랑각은 고대 무술계에서 중립을 선호하는 세력이다.이 세력은 예로부터 외계에 간섭하지 않았지만 제자들은 천하에 널리고 널렸다.그들 신분은 농부일 수 있고, 절세고수일 수도 있다.대하의 중부에 기복이 매우 심한 산맥이 있다.이 산맥은 81개 뾰족하게 솟은 산봉우리로 이루어졌다.그중에서 한 산봉우리의 정상에 젊은 남자가 바위에 앉아 있다.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내는 청색 장포를 입어 우아하고 준수했다. 하지만 검은 머리에 흰머리가 많이 섞여 있었다.그가 입에 풀잎을 물고 어딘가를 주시할 때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와 남자의 주변을 맴돌며 날개를 퍼덕거렸다.남자가 손을 내밀자, 비둘기가 그의 손바닥에 앉았다.비둘기의 발에서 작은 종이를 꺼내자, 비둘기가 멀리 날아갔다.남자가 종이를 펼쳐 보았다.“천산관 아래서 풍운이 일 것이니 만세가 윤회하고 천고가 흔들릴 것이다.”종이에 적힌 메시지를 보던 남자가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난서왕의 후인이 나타났다고?”“평화가 깨지려나? ‘만세가 윤회하고 천고가 흔들릴 것이다.’ 누가 흔든다는 건가?”“영귀 아니면 마혈? 설마 난서왕의 후인이?”…남자가 누구도 알아듣지 못할 말로 중얼거렸다.물론 옆에 한 사람도 없었다.한참 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뒷짐을 지고 조용히 이곳을 떠났다.산 아래를 향해 몇 걸음을 가자, 복고풍의 건물이 보였다.대하의 남황 천산관.강서준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천산관의 정상에 앉아 자신의 상태를 조절하면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때 산기슭에 일행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정확히 여자 8명이었다.그녀들은 하얀 원피스를 입고 얼굴에 베일을 썼다.여자들의 얼굴은 똑똑히 보이지 않지만, 몸매와 어렴풋이 보이는 얼굴 윤곽을 보면 경국경색의 미인들이 틀림없다.그녀들은 하얀색 가마 하나를 들고 올라왔다.경공이 아주 좋아 수십 미터나 높은 나무 위로 계속 전진했다.몇 초도 안 되는 사이에 이 산꼭대기에서 사라졌다.가마 안에는 한 남자가 앉아 있다.똑같이 하얀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