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강서준의 일이다.그녀가 개입하면 나중에 강서준이 알아버리고 분명 원망할 것이다.그러니 몰래 숨어서 지켜봐야 했다.만약 강서준이 위험하면 바로 나서고 그가 상대방을 이기면 가만히 있을 생각이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강서준은 이미 8단에 이르렀고 천공기강과 금강신통을 익혔으니 그를 쓰러트릴 자는 극히 드물다.그녀의 실력은 강서준에 비하면 턱없이 나약하지만 영귀의 힘을 이용하면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만약 강서준이 진다면 그녀가 영귀의 힘을 쓴다고 해도 적을 이길 수 없다.두 사람이 힘을 합친다면 모를 일이지만.천산관 정상에서 강서준은 마치 베테랑 스님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고 진예빈은 며칠 동안 그 모습만 지켜보고 있었다.그녀도 속으로 시간을 계산하고 있었다.오늘이 바로 결전하는 날이다.“서준 씨.”진예빈이 기다리다가 그를 불렀다.강서준이 눈을 천천히 뜨더니 바닥에 놓았던 형검을 들고 일어섰다.그리고 그녀를 힐끗 보며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진예빈이 고개를 들어 태양을 보며 말했다.“오늘 결전하는 날이에요. 이미 점심이 되었는데 아직도 나타나지 않네요. 설마 장난질일까요?”진예빈은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도전장을 내밀 때 본인의 이름을 남기거나 천하에 떠벌리는 것이 정상이다.하지만 강서준에게 도전장을 내민 자는 이름은커녕 비밀리에 대결을 신청했다.만약 강서준이 천산파에 가지 않았다면 천산파에서도 이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그러니 누구의 장난질이라고 추측했다.아니면 강서준을 유인하는 계략일 수 있다. 그와 대결하지 않고 강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보내려고 수작을 부린 것이다.강서준도 이유를 몰랐다.며칠 동안 계속 휴대폰을 켜고 있었는데도 교토에서 아무런 소식도 전해오지 않았다.이렇게 보면 그를 유인하기 위해 천산관에 부른 것은 아니다.강서준도 그런 의심을 품었을 때 하얀 드레스를 입고 베일을 쓴 8명 여자들이 가마 한 대를 들고 날아왔다.몇 초 사이에 정상에 나타나더니 가볍게 바
진예운은 천산파 장문의 아들이자 진예빈의 큰오빠다.진예빈은 비실거리고 나태한 남자를 계속 쳐다보았다.큰오빠 진예운이 맞았다.그녀의 큰오빠는 무술 천재였다.어떤 무학이든 한 번 배우면 통달하고 완벽하게 소화했다.그 덕분에 젊은 나이에 이미 고대 무술계에 이름을 떨쳤다.그녀가 열 살이 되었을 때 일이다.진예운이 일 년 만에 천산파에 돌아와서는 바로 장서각에 들어가 무엇을 찾았었다.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하자 그녀의 아버지, 즉 천산파의 장문 진풍에게 찾아가 물었다.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두 사람이 말다툼을 하더니 결국 검을 들고 싸우기까지 했다.진예운은 크게 화를 내며 천산파를 떠났다.그러고는 10년이나 돌아오지 않았다.그녀는 여태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살다가 몇 년 뒤에야 아버지한테서 어찌된 영문인지 들었다.수백 년 전에 천하의 무맹이 현영진공을 창안한 현영을 포위할 때 천산파의 장문도 가담했었다.그때 천산파도 고대 무술계의 맹주에 속했다.1차 전쟁에서 현영의 목숨이 위태해지자 죽기 전에 자신의 현영진공을 천산파에게 넘겼다.그때부터 최고의 무학은 실전되었고 누구도 천산파에 넘겼다는 사실을 몰랐다.오로지 천산파의 역대 장문만이 장서각에 소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수백 년이 흘렀지만 천산파의 장문은 줄곧 조상들의 가르침을 따라 이 무공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진예운은 어디서 얻어들었는지 현영진공이 천산파에 있다는 것을 소문을 듣고 찾으러 온 것이다.이것은 마공이라 진풍이 내줄 리가 없었다.그렇게 떠나고 눈 깜짝할 사이에 10년이 지났다.10년 동안 천산파에서도 진예운을 찾아다녔지만 그는 자취를 감추고 나타나지 않았다.그런데 천산관에서 10년 전에 사라진 큰오빠를 볼 줄은 생각도 못했다.진예운도 강서준의 뒤에 선 진예빈을 봤다.그녀가 강서준을 따라왔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아는 척하지 않았다.슈우웅!한 줄기 빛이 번쩍이더니 그가 순식간에 가마 안에서 나와 강서준과 먼 발치 떨어진 곳에 나타났다.그가 뒷짐을
이유는 천산파에서 현영진공을 소장했기 때문이다.“어떻게 된 일이에요?”강서준이 물었다.진예빈은 진예운만 쳐다볼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예빈, 난 내 주인을 따를 것이니 돌아가지 않아.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얼른 떠나라.”진예운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주인? 무슨 주인?”진예빈이 소리 질렀다.“오빠는 천산파 제자야. 오빠…”“건방지다.”진예운이 호통치더니 순식간에 그녀의 앞에 나타나 목을 조르면서 들어 올렸다.그의 이동 속도가 너무 빨라 진예빈도 반응하지 못했다.강서준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정도였다.이 속도와 이 실력이라면 틀림없이 8단 강자다.아니면 절대 이런 속도로 움직일 수 없다.강서준은 즉시 나서지 않았다. 왜냐면 어찌해야 될지 몰랐기 때문이다.진예빈이 도전장을 보낸 자와 어떤 관계인지 파악되지 않고, 왜 큰오빠라고 부르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큰, 오빠. 정신 차려. 현영진공은 마공이야. 아버지가 내주지 않은 이유가 있어. 쿨럭…”목이 졸려 얼굴이 벌겋게 된 진예빈이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강서준은 그녀가 죽기라도 할까 담담하게 말했다.“도전장은 내게 보냈잖아. 그 여자는 놔줘.”그제야 진예운이 손을 놓았다.진예빈이 황급히 뒤로 물러서자 강서준이 다가가 부축했다.“괜찮아요?”진예빈이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녀는 비실거리는 진예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다시 앞으로 다가갔다.“큰오빠, 10년 동안 어디에 있었어?”“강서준, 공격을 받아라!”진예운은 그녀를 무시해 버리고 무서운 기운을 뿜어냈다.이 기운은 마치 거대한 용처럼 하늘 높이 치솟더니 구름마저 뚫어버렸다. 구름은 기운에 밀려 사방으로 흩어졌다.진예빈도 이 기운을 이기지 못해 진퇴했다.그때 진예운은 여전히 뒷짐을 지고 무지개색 기운을 뿜어내며 여유와 자신감을 드러냈다.그가 기운을 끌어낼 때 강서준은 이 사람의 실력이 자신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을 감지했다.“큰오빠. 안 돼!”진예빈이 소리를 질렀다.순간
진예운은 자신만만했다.강서준이 어떤 질문을 해도 자신을 이긴 뒤에 말하겠다고 했다.“알았다.”강서준도 쓸데없이 묻지 않았다.형검이 개봉되지 않았을 때 그냥 날카로운 무기에 불과할 뿐 아무런 위력도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형검을 들면 검에서 거대한 힘이 전해지는 것이 느껴졌다.이 힘은 절대적으로 그의 검기를 한층 끌어올려 주었다.검을 가로 들자 무형의 검기가 맴돌아쳤다.“그쪽은 무기 없어?”강서준이 차분하게 물었다.“너를 상대하는 데 무기까지 쓸 필요 없어.”“하하하.”강서준이 소리 내어 웃었다.그가 7단일 때 8단 강자를 살해했다.비록 구익이 연거푸 전투를 벌인 탓에 중상을 입어서 8단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하지만 8단도 만만치 않았다.강서준이 호탕하게 웃고는 신속하게 공격했다.한순간에 진예운의 앞에 나타나 형검으로 무찔렀다.강서준이 공격해 오자 진예운은 가볍게 몸을 들어 유령처럼 뒤로 물러났다.동시에 강서준을 일장으로 공격했다.보기엔 평범한 장법이지만 거대한 힘이 담겨 있었다.이 힘으로 형검을 세게 공격했다.그의 공격 속도가 너무 빨라 강서준은 미처 방어하지 못했다.띵!형검에서 청량한 소리가 전해졌다.강서준은 거대한 힘이 형검을 통해 자신의 몸에 퍼지는 걸 느꼈다.그 힘에 체내의 혈기가 소용돌이 치더니 목구멍으로 뜨거운 액체가 올 것 같았다.하지만 그는 나오려는 피를 억지로 삼켜버렸다.“강력한 힘이군.”강서준은 속으로 놀랐다.8단 강자와 맞붙은 적이 있었지만 당시 구익에 비하면 진예운의 힘은 놀랄 만큼 강력했다.강서준은 그 힘에 밀려 계속 뒤로 물러났다.진예운은 그에게 아무런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몸을 번쩍 들어 맹렬하게 공격했다.순간 강서준의 주변에 수많은 장인이 나타났다.장인마다 거대한 힘이 실려 천지를 파괴할 것만 같았다.강서준이 형검을 휘두르며 속도를 극치로 끌어내 이 장인들을 부숴버렸다.먼 곳에 귀신 가면을 쓴 사람이 서 있다.천문 문주, 김초현이 그곳에서 천산관 정상에서 벌
천절십삼검의 위력을 보던 그녀도 흐뭇하게 웃으며 작게 중얼거렸다.“천절십삼검 역시 대단해. 상대방이 얼마나 강했으면 처음부터 이 절학을 보여줬을까.”승부는 김초현도 예측할 수 없었다.강서준의 상대가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다.진예운은 더는 물러날 곳이 없어 속도를 최대로 올려 계속 도망 다녔다.하지만 검기는 마치 눈이 달린 것처럼 그가 어디로 도망가든 계속 쫓아왔다.“제기랄!”창백한 얼굴이 의기소침해졌다.슈우웅!그때 어쩔 수 없이 검을 뽑았다.허리춤에서 가느다란 검을 뽑고 가볍게 흔들자 몇 개의 검기가 환화되었다.땡땡땡!검기가 허공에서 부딪쳤다.진예운이 펼친 검기가 천절십삼검의 검기를 공격하는 동시에 기회를 잡아 신속하게 강서준을 향해 돌진했다.그의 속도는 번개처럼 빨라서 눈 깜짝할 사이에 강서준의 앞에 나타났다.그리고 가느다란 검을 앞으로 질렀다.강서준이 형검을 들고 저항했다.촤아악!두 검이 부딪치자 두 사람은 모두 뒤로 튕겨 나갔다.강서준이 검을 막아내기 바쁘게 진예운이 다시 공격했다.그의 검술은 괴이한 속도로 빠르게 공격해왔다.너무 빠른 속도 대문에 강서준은 힘에 겨워서 한 걸음 두 걸음씩 물러나다가 방심한 끝에 팔을 베었다. 검에 베인 상처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너무 빨라. 검의 궤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막는 게 버거워.”강서준은 속으로 당황했다.그가 놀라는 사이 뒤에서 무서운 기운이 전해지더니 곧이어 진예운이 앞에 나타났다.“망했어.”강서준은 왠지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눈에 보이는 것은 잔영뿐이었다.진예운의 이동 속도가 너무 빨라 허공에 잔영만 남겨서 시야를 혼란시켰다.강서준이 갑자기 홱 돌아 검을 앞으로 찔렀다.무서운 검기가 휘몰아치며 갑자기 나타난 진예운을 막아냈다.하지만 놀랍게도 강서준이 진퇴했다.그 그림자도 잔영이었다.진짜 진예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강서준의 안색이 점점 굳어졌다.이 순간 눈으로 보는 것이 도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진예운의 이동 속도가 너무 빨라 육안
진예운은 자신의 검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강서준이 8단에 도달하고 천절십삼검과 기이한 신공을 익혔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그가 강서준을 뚫어지게 쳐다봤다.강서준의 몸에 은은한 금빛 광선이 돌고 있었다. 전에는 없던 것이다.전에 동인으로 변했을 뿐 지금처럼 금빛 광선은 보이지 않았다.그가 심호흡으로 애써 진정하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건 무슨 무공이야?”“알 자격 없어.”강서준이 차갑게 말했다.속내를 알 수 없는 적은 그저 쓰러트리는 방법밖에 없다.강서준이 형검을 다시 들며 소리쳤다.“계속 공격해.”“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진예운은 강서준이 보여준 무공에 충격을 받았지만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는 천하에서 최고의 무학을 익혔기 때문이다.강서준이 아무리 방어력이 좋아도 그를 무찌를 자신이 있었다.하지만 진예운이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강서준이 수상함을 느꼈다.“또 잔영이군.”그는 다시 한번 놀랐다.진예운의 몸놀림은 정말 기괴했다.순간, 뒤에서 위험한 기운이 전해져 오기에 홱 돌아서서 검으로 찔렀다.땡!두 검이 부딪쳤다.이번엔 진예운의 검이 단번에 부러졌다.하지만 그는 검이 부러진 순간을 놓치지 않고 손을 번쩍 들어 강서준의 가슴에 일장을 날렸다.강서준은 금색 기벽으로 공격을 막았지만 진예운의 힘이 너무 강했다.아무리 금색 기벽이 보호하고 동인으로 변했어도 장법의 충격을 이기지 못해 뒤로 물러나며 피를 토했다.동시에 몸에 음한진기가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이 진기는 하마터면 그의 피를 얼어버리게 했다.그가 신속하게 천강기공을 이끌어내 지강지양의 진기로 음한진기를 몸 밖으로 내보냈다.강서준이 거대한 바위 위에 착륙했다.진예운은 수백 미터 떨어진 허공에 서서 강서준을 주시했다.그는 전처럼 태연하고 여유를 부리지 않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강서준의 방어력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었다.“네가 이겼다.”진예운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 일장에 온몸의 힘을 담아 공격한 것이다.그런데 강서준은 겨우 피
진예운이 패배를 인정하다니 강서준은 믿어지지 않았다.오늘 결단코 생사를 걸고 결전을 벌여 한 사람을 죽어야 끝장이 날 거라고 생각했었다.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의경 심법으로 치료를 시작했다.“정말 음한한 진기였어.”강서준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했다,이미 음한진기를 제거했지만 지금도 추위를 느꼈다.격전이 끝나자 멀리서 지켜보던 김초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소리 없이 사라졌다.강서준이 치료하고 있을 때 진예빈이 나타났다.그녀는 치료하고 있는 강서준을 방해하지 않고 옆에서 지켜봤다.인기척을 느낀 강서준이 치료하면서 그녀에게 물었다.“다치지는 않았어요?”진예빈이 고개를 가로저었다.강서준이 다시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 그자는 누군데 큰오빠라고 불러요? 설마 천산파 제자입니까?”진예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우리 큰오빠예요. 10년 전에 천산파를 떠났어요. 그때 난 열살밖에 되지 않아서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도 몰랐는데 나중에 아버지한테서 들었어요.”“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어요?”강서준은 사뭇 진지했다.천산파의 일이긴 하지만 그에게 도전장을 내민 사람이다.그렇다면 그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니 알 필요가 있었다.진예빈이 생각을 하다 입을 열었다.“다 그 비적 때문이예요.”“무슨 비적이요?”“현영진공이요.”“네?”강서준이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뭐라고 했어요. 현영진공이요?”“네.”진예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10년 동안 감추었던 집안일을 털어놨다.강서준은 그제야 외부인들이 실전되었다고 여겼던 현영진공이 천산파에 소장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그렇다면 그의 할아버지도 틀림없이 천산파에서 현영진공을 배웠을 것이다.진예빈이 물었다.“큰오빠 배후가 누군지 말하지 않았어요?”강서준이 상처를 치료하고 안정을 취한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섰다.“묻기 전에 이미 사라졌어요. 그 사람 이동 속도가 너무 빨라서 쫓아가지 못했어요. 큰오빠는 실력이 너무 강해요. 내가 8단에 이르고 천절십삼검을 펼쳐도
”졌다고?”커튼 뒤에 있던 사람이 의아한 목소리를 냈다.그 사람 목소리는 쉰 소리가 강해서 여자 같기도 하고 말투가 부드러운 남자 같기도 했다.“진예운, 넌 천제 3단계에 오른 자다. 어떻게 강서준 그 녀석에게 질 수 있냐?”진예운의 창백한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강서준이 무슨 무공을 익혔는지 전신이 구릿빛으로 변하면서 방어력이 강해졌어요. 방어력이 문제가 아니라 그 무공을 펼친 뒤 몸에 금식 기벽이 생겼는데 이 기벽이 더 강력했어요. 검으로 뚫을 수 없어서 전력을 다해 현영장으로 공격했는데 겨우 피를 토하는 정도였어요.”그가 잠시 말을 멈추고 계속 말했다.“계속 싸우면 쌍방이 모두 다칠 것 같았어요. 문주님께서도 그자를 살해하지 말고 실력만 보라고 했으니 먼저 졌다고 말한 겁니다.”커튼 뒤에 사람이 침묵했다.한참 뒤에야 말소리가 전해졌다.“알았으니까 먼저 물러가거라.”진예운이 일어서며 물었다.“문주님, 이제 무엇을 하면 됩니까?”“기다려라. 대란이 오게 되면 뒤처리를 하면 된다.”“네.”진예운이 돌아서 나갔다.천산관에는 나무들이 빼곡히 자라 있고 절벽 아래에 한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검정색 외투를 입고 귀신 가면을 썼으며 손에 검정색 검을 든 김초현이었다.진예운과 강서준의 대결이 끝난 뒤 김초현은 진예운의 뒤를 몰래 따라 이곳으로 왔다.그런데 여기서 그의 기운이 사라졌다.그녀는 절벽 앞에 서서 전방을 주시했다.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 밑에 자욱한 안개가 끼어 있어 아래쪽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김초현은 아래에 내려가려고 했지만 절벽 아래에 진법이 설치되어 있었다.방금 내려가서 하마터면 진법에 갇힐 뻔했다.어쩔 수 없이 후퇴하고 절벽에 서서 고민하는 중이었다.진예운이 동굴에서 나와 절벽 아래에 나타났다.순간 뭔가 수상한 낌새를 발견했다.“누가 왔나?”그는 주변의 경치와 물건들을 둘러봤다.이곳의 경치와 물건들은 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다 세심하게 배치된 것이다. 이것들을 합쳐서 팔괘진을 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