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씨 가문의 조상은 남다르다.강지도 눈치를 채지 못한 진기를 강철구는 보자마자 알아냈다.그러니 강서준도 숨기지 않았다. 강철구와 스승 남궁현의 사이가 좋아 보였으니까.“전에 남궁 가문에 잡혀갔을 때 지하감옥에서 어르신을 만났어요. 남궁현이라 자칭하면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셨어요. 제가 강씨 가문의 후손인 걸 알고 전신경맥을 뚫어주고 진기를 전수해 주셨어요.”“그렇구나.”강철구가 그 이유를 알고 감탄했다.“그 자가 먼저 갔구나. 그럼 지금 남궁 가문에서 8단에 이른 강자는 누구냐?”마땅히 떠오르는 자가 없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강철구가 연신 감탄을 했다.“참 훌륭한 녀석이다. 강씨 가문에 후계자가 생겼구나. 참, 강지가 장서각에 가라고 해서 여기 온 것이냐?”“네.”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강철구가 강영을 보더니 손짓을 했다.“너는 먼저 물러가거라.”“네, 조상님.”강영이 자리를 비우자 강철구가 돌아서며 말했다.“따라오거라.”강서준은 뒤를 따라 나무 집 앞으로 왔다.두 사람이 의자에 앉고 강철구가 먼저 입을 열었다.“우리 가문에 수많은 절학이 있다. 천절십삼검은 천하에 명성을 떨치고 역사에서도 위세가 대단했지. 하지만 천년 동안 완벽하게 배운 사람은 드물었다. 강지도 재능을 타고났지만 11검까지 터득했어.”강서준이 깜짝 놀랐다.강지가 그 수준까지 도달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조상님은요?”저도 모르게 속마음을 뱉았다.“하하하.”강철구는 흰 수염을 쓰다듬으며 호탕하게 웃었다.그 웃음소리로 답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천부적인 재능을 따지자면 강천이 한 수 위였다. 잘못된 길로 들어서서 아쉬웠지. 아니면 13검은 물론 귀신도 놀라게 하는 14검까지 연마했을 거다.”“14검도 있어요?”“그럼.”강철구가 고개를 끄덕였다.“외부인은 13검만 알고 있다. 천년 전에 강씨 조상이 13검까지 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14검은 천년 동안 그 누구도 터득한 자가 없다.”“그럼 조상님은 배우셨어요?”강철구
”다 보았냐?” 옆에서 들리는 말소리에 정신을 차렸다.강철구가 웃으면서 물은 것이다.“네, 다 봤어요.”“깨달은 것을 말해보거라.”강서준이 잠시 생각을 하다 이내 대답했다.“조예가 깊은 검술이에요. 두개 단계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검의 초식이고 두 번째는 기로 검을 휘두르는 거예요. 속도가 빨라야 하는데 마치 번개처럼 빠르면 기도 따라 빠르게 되니 진기로 검을 인도해 검기를 형성하는 거죠. 십삼검은 13번째 검기를 말하는 거고요.”강서준이 이해한 것만 얘기했다.비록 앞뒤가 맞지 않지만 대략 뜻은 전달한 거 같았다.“맞다.”강철구가 뒷짐을 지고 서서 소리를 높여 말했다.“천절십삼검의 두 번째 단계를 수련하려면 반드시 5단 강자이고 진기가 왕성해야 기로 검을 휘두를 수 있다. 게다가 빠른 것이 요령이라 검을 빠르게 움직이면 검기의 속도도 빨라지게 된다.”강철구가 손을 번쩍 들자 먼 바위에 꽂힌 철검이 갑자기 날아왔다.그 철검을 잡은 순간 순식간에 기세가 변했다.강철구는 마치 검신처럼 몸에서 천하를 가를 기세를 내뿜었다.그리고 몸을 움직여 빠른 동작으로 검을 휘둘렀다.슝슝슝!검에서 긴 검이 환화되며 춤을 추는 거 같고 긴 검 주변에 다시 13개의 검기가 나타났다.강서준은 그 장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강철구의 속도가 너무 빨라 겨우 5단에 이른 강서준은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겨우 그림자만 쫓으며 화려한 검기만 볼 뿐이다.“기로 검을 휘두르고 검으로 기를 통제한다. 검기를 한 곳에 모아 찌르고 싶은 곳에 인도하는 것이 성공한 검술이다.”강철구가 우렁찬 목소리로 설명하고 행동을 멈추었다.멈춘 순간 장검을 가로 세워 13개 검기를 빠르게 쏘았다. 그러자 100미터 떨어진 가짜 산을 공격했다.그 산은 순식간에 사오분열 되어 작은 돌덩어리가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똑똑히 보았느냐?”강서준이 소심하게 고개를 저었다.“아, 아니요. 제대로 못 봤어요.”“천천히 터득해 보거라.”강철구가 칼을 건네주려고 할 때 문득 뭔가 떠올랐다
10일 동안 강서준은 검술만 연습했다.그것이 강지의 관심을 끌었다. 강지는 보이지 않는 곳에 서서 며칠 동안 지켜봤다. 강서준의 실력이 나날이 진보해 첫 번째 단계에서 검의 초식을 완벽하게 해냈다.“녀석, 정말 재능을 타고 났구나. 내가 몇 년을 거쳐 겨우 익힌 초식을 10일에 완성하다니.”강지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강서준이 배우는 속도가 너무 빨라 걱정이 되었다.더 구경하지 않고 말없이 사라졌다.폐관 훈련으로 다음 천산대회를 위해 준비를 해야 했다.어둠이 내리고 뒷마당에 사람의 그림자가 아른거렸다.강서준은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 정교한 검술을 보였다.한 번의 연습을 끝내고 검을 거두었다.짝짝짝짝!강철구가 우렁찬 박수를 치며 환하게 웃었다.“좋다, 아주 좋아. 정말 타고난 인재구나. 다른 사람이 몇 년을 노력해서 얻은 결과를 10일 내에 완성했다.”강서준이 검을 거두며 쑥스럽게 웃었다.“다 조상님 덕분이죠.”천절십삼검의 검술은 정교하다. 약보와 심법만 보고 연습을 한다면 강서준은 단기간 내에 이토록 놀라운 성과를 이룰 수 없다. 그가 빠르게 진보할 수 있는 건 다 강철구가 조언해 준 덕분이다. “그래. 좋다.”강철구가 흰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지금 두 번째 단계를 배워도 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천절십삼검이다.”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검을 들었다.번쩍 뛰어 20미터나 높은 고공에 올라가 장검을 가로 세웠다.그 순간 장검이 반짝반짝 빛나더니 체내의 진기가 장검으로 흐르면서 실질적인 검기를 형성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검기를 모으지 못하면 검기를 통제하는 건 더 가능했다.“급할 거 없다. 천천히 터득해야 한다.”“기억해라. 검이 손에 있으면 신체의 일부분과 같다. 검기는 바로 자신의 기, 검기의 환화는 진기의 환화와 똑같은 원리다. 지금 5단 정상에 올랐으니 6단까지 한 걸음밖에 남지 않았지. 제1검을 연습하면 바로 6단에 이르게 된다.”강철구는 옆에서 계속 설명을 해주었다.
강철구의 가르침으로 강서준이 두 번째 단계에서 1검까지 터득했다.그 말은 이제 6단에 이르렀다는 걸 의미한다.젊은 나이에 이 정도로 할 수 있는 건 역사적으로도 드문 일이다.강철구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됐다. 이젠 가보거라. 시간 나면 이 늙은이 보러 오너라.”강서준이 돌아서 나왔다.그동안 뒷마당에서 연습만 하느라 앞마당에도 갈 시간이 없었다. 밖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초조했다.그런데 앞마당에 도착하자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소리를 따라 가봤더니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강영, 네가 한 짓을 좀 보아라.”“가문의 규칙을 무시하고 가법을 어기다니 정말 족장의 총애를 받아서 하늘이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 어떻게 비책을 훔칠 수 있는 거냐?”사람들이 우르르 모여서 강영을 나무라고 있는 것이다.20대 초반에 캐주얼한 차림을 한 여자가 고개를 푹 숙이고 무릎을 꿇고 앉았다. 긴 머리가 드리워 얼굴은 볼 수 없었다.강서준이 이마를 찌푸리며 다가갔다.“무슨 일이야?”강서준이 나타나자 사람들이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가 뒷마당에서 한달 동안 검술을 배웠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 게다가 조상님이 직접 강씨 가문의 신공 절학을 가르쳤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적지 않은 후손들이 부러움과 질투를 샀다.‘저 녀석이 뭐라고.’강씨 가문의 핵심 제자들도 그런 대우를 받지 못했다.그런데 지금 강씨 가문을 배신한 자의 후손이 조상님의 가르침을 받고 있는 것이다.심지어 강지가 강서준을 차기 가주로 키우고 싶어한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강서준, 이건 우리 가문의 일이야. 외부인은 참견하지 마.”불만이 가득 찬 목소리였다.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다름아닌 강무현이었다.전에 강서준에게 귀찮게 굴던 자다.김초현을 잡아 얼굴에 상처를 내지 않나, 그에게 난서왕 유적지에서 도난당한 금고를 내놓으라고 협박까지 했다.“할아버지가 감싼다고 네가 우리 가문에 들어올 수나 있겠어? 네 할아버지는 진작에 가문에서 쫓겨났어.”강무현
”무엄하다!”노인이 언성을 높였다.목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쩌렁쩌렁 울려 고막이 다 저렸다.강영도 그 목소리에 두 눈을 찔끔 감았다.강서준이 노인을 째려보며 덤덤하게 말했다.“어쩌시려고요?”“가문의 규정에 따르면 사적으로 장서각에 들어갈 수 없다. 가볍게는 내공을 폐기하고 가문에서 쫓겨나거나 심하게는 그 자리에서 주살해야 한다.”“어디 한 번 죽여 보시지?”강서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강영이 팔을 잡아당기며 작게 말했다.“서준 오빠, 신경 쓰지 마요. 내가 장서각에 침입해서 가문의 규칙을 어겼으니 벌을 받아 마땅해요.”“좋다, 그렇다면 너의 내공을 폐기하고 가문에서 나가거라.”노인이 손을 들어 손바닥에 강렬한 힘을 불어넣더니 강제로 강영의 내공을 빨아들였다.이것이 강지와 강영이 상의한 방법이다.강서준은 속으로 알고 있지만 납득할 수 없었다.정말로 내공을 폐기하면 강영은 폐인과 다름없게 된다.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강영의 어깨를 힘껏 잡아당겼다.강영은 강력한 두 힘에 끌리다 몸의 평형을 잃고 강서준의 품에 쓰러졌다.강서준은 무게에 뒤로 물러나며 노인을 노려봤다.“고작 무공 비책 하나가 뭐가 그렇게 대단한 거라고 이렇게까지 모질게 구는 거죠? 가문에서 쫓아내면 되잖아요?”노인의 얼굴이 구겨졌다.노인의 이름은 강구, 강지의 막내 동생이다. 기록을 세운 강자는 아니지만 5단에 도달한 강자다.그런 강구의 손에서 강서준이 사람을 구했다.강구가 속으로 흠칫 놀랐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이 녀석이 어떻게 이렇게 강하지?’그들은 강서준이 혼자 수련한 진기를 얼마 전에 구씨 가문에서 폐기한 줄 알았다. 그런데 언제 또 이렇게 강해져서 강구의 손에서 사람을 빼앗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강씨 가문의 일에 참견하지 마!”강무현이 나서서 삿대질을 했다.“우리 가문의 규칙은 천 년이나 내려온 거야. 누구도 거역할 수 없어. 강영이 잘못했으니 죽어도 싸.”“그렇다면 꼭 참견해야겠어.”강서준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죽고 싶어서 환
강서준은 강영을 데리고 몇 걸음 걷지도 못하고 강한 기운이 휘몰아쳐 오는 것을 느꼈다. 위협적인 기운에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었다.강서준은 급한 대로 강영을 밀쳐내고 모든 힘을 다해 맞설 준비를 했다.쾅!손바닥 두 개가 맞부딪치고 무거운 폭발음이 들려왔다. 그 여파에 강씨 집안사람은 눈에 띄게 휘청댔다. 진기를 수련하지 않은 사람은 풀썩 쓰러지더니 피를 토하기까지 했다.손바닥을 통해 밀려 들어오는 엄청난 힘에 팔뚝이 저릿해 강서준은 뒷걸음질 쳤다. 몸 안에는 혈기가 들끓었고 목구멍은 피를 토해낼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는 애써 피를 다시 삼켜 내렸다.강지는 흔들림 없이 바닥에 서서는 강서준을 노려봤다. 강서준이 자신의 공격을 받아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을 줄은 몰랐다."네가 진짜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모양이구나.""하하."강서준은 피식 웃었다.강지가 이어서 물었다."이 정도의 진기라면 6단은 되는 것 같은데, 내 말이 맞느냐?"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강씨 집안사람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그 누구도 강서준이 6단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강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묵인했다. 그러고는 바로 화제를 돌렸다."이만 강영을 데리고 가도 되겠습니까?"강지가 뒷짐을 지며 말했다."그럼. 하지만 이번에 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줄 알거라."강서준은 말없이 몸을 돌려 강영의 앞으로 와서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가자."강영은 고민 없이 강서준을 따라 저택 밖으로 나섰다. 강서준은 밖으로 나선 다음에야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참고 있던 피를 토해냈다."오빠...!"강영은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휴지를 꺼내 강서준의 입을 닦아줬다. 강서준은 힘없는 말투로 말했다."강한 상대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공격 한 번으로 혈기가 다 상해버릴 지경이라니."강영은 강서준을 부축하며 물었다."많이 다쳤어요?""아니, 잠깐 안정을 취하면 금방 나을 수 있을 거야.""그러게 왜 무모하게 할아버지랑 맞서요."강영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차례 소동이 끝난 후, 강지는 마당을 지나 대문 앞에 와서는 멀어지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막막한 표정으로 혼잣말했다."어떻게 진기가 단기간에 짙어질 수 있지? 아무리 임동맥과 기경팔맥을 뚫었다고 해도 불가능한 일인데..."강지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고 그럴수록 더욱 전전긍긍하게 되었다.강서준과 강영은 꽤 먼 곳까지 걸어와서야 멈췄다. 강서준은 평평한 곳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폭주하는 혈기를 진기로 눌렀다. 그러면서 느릿느릿 강영에게 물었다."요즘 무슨 일은 없었어?""큰일이라고 할 만한 건 없어요. 하지만 강중에서 청희 씨가 곧 버티지 못할 것 같다며 여러 번 전화 오기는 했어요. 오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계속 수련하고 있길래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청희 씨는 무슨 일로?""이번에도 고지민 때문이에요. 신약을 개발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경쟁이 전혀 안 된대요. 고지민는 전국 각지의 병원과 계약하고 있을 때, GS그룹은 작은 기업만 만나고 있으니까요."강영은 또 강중에서 일어난 일을 간단히 서술했다."급해 할 것 없어."강서준은 태연하게 말했다."우리의 계획대로 고 선생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졸개들부터 처리해야 하지 않겠어? 그 첫 타자가 고지민이 될 거야.""참! 오빠가 천절십삼검을 수련할 때, 정아 씨가 약혼했어요. 하지만..."강서준은 강영을 바라보며 물었다."하지만?""제가 원래 오빠 의견을 물어보려고 했거든요. 근데 엄청 집중하고 있길래 그냥 안 묻고 스스로 결정했어요. 저 정아 씨의 약혼을 파투 냈어요.""뭐라고?"강서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고, 강영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더니 미소를 지었다."오빠가 초현 씨랑 화해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은 모르는 거니까, 제가 오빠로 위장해서 약혼식에 참석했어요. 그리고 정아 씨를 강중으로 데려갔어요."강서준은 후덥지근한 표정이었다. 그는 강영이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틀린 짓이라는 건 아니다
"강한 사람의 말이 곧 법이라고?"강서준은 강영의 말이 꽤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곧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런 생각을 떨쳐냈다. 그러고는 강영을 바라보며 물었다."만약 너라면 남편이 여러 여자를 만나는 걸 받아들일 수 있겠어?""저요?"강서준이 이런 질문을 할 줄 몰랐던 강영은 순간 멈칫했다. 그녀는 강씨 가문에서 자랐기에 고대 무술계의 룰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모든 걸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가문의 명에 따라 혼사를 결정하기로 했다.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 같은 것은 생각해 본 적 없다. 그저 강한 사람에게 시집 가 강씨 가문에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도움만 줄 수 있다면 그 사람 주변의 여자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저는 아마 괜찮을 것 같아요. 그 정도로 강한 사람이라면 독차지하려는 생각 자체가 틀렸으니까요."강서준은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강영의 생각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고민만 하다가 모든 사람에게 실망 줄 바에는 이런 방법으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이런 생각은 금세 강서준의 머릿속에서 묵살당했다. 만족했다고 해서 공평한 것은 아니니까, 김초현에게도, 윤정아에게도... 강서준은 터무니없는 생각을 버리고 조용히 치료하기 시작했다.강영은 말없이 한쪽에 서서 강서준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에는 자신도 발견하지 못한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강영은 자신이 평생 강지의 손바닥 안에서 살 줄 알았다. 드디어 가문을 떠날 기회가 생겨서 밖으로 나와보니 이보다 더 시원할 수 없었다. 그녀는 팔을 벌리고 상쾌한 공기를 만끽하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자유로운 느낌도 나쁘지 않은 것 같네. 얼마나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강영은 강지가 자신을 내쫓은 이유가 세력 싸움에 휘말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강지는 강서준의 도움을 받아 고 선생을 상대하기를 바라고 있으니, 집 나간 그녀가 강서준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어서 일석이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