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엄하다!”노인이 언성을 높였다.목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쩌렁쩌렁 울려 고막이 다 저렸다.강영도 그 목소리에 두 눈을 찔끔 감았다.강서준이 노인을 째려보며 덤덤하게 말했다.“어쩌시려고요?”“가문의 규정에 따르면 사적으로 장서각에 들어갈 수 없다. 가볍게는 내공을 폐기하고 가문에서 쫓겨나거나 심하게는 그 자리에서 주살해야 한다.”“어디 한 번 죽여 보시지?”강서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강영이 팔을 잡아당기며 작게 말했다.“서준 오빠, 신경 쓰지 마요. 내가 장서각에 침입해서 가문의 규칙을 어겼으니 벌을 받아 마땅해요.”“좋다, 그렇다면 너의 내공을 폐기하고 가문에서 나가거라.”노인이 손을 들어 손바닥에 강렬한 힘을 불어넣더니 강제로 강영의 내공을 빨아들였다.이것이 강지와 강영이 상의한 방법이다.강서준은 속으로 알고 있지만 납득할 수 없었다.정말로 내공을 폐기하면 강영은 폐인과 다름없게 된다.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강영의 어깨를 힘껏 잡아당겼다.강영은 강력한 두 힘에 끌리다 몸의 평형을 잃고 강서준의 품에 쓰러졌다.강서준은 무게에 뒤로 물러나며 노인을 노려봤다.“고작 무공 비책 하나가 뭐가 그렇게 대단한 거라고 이렇게까지 모질게 구는 거죠? 가문에서 쫓아내면 되잖아요?”노인의 얼굴이 구겨졌다.노인의 이름은 강구, 강지의 막내 동생이다. 기록을 세운 강자는 아니지만 5단에 도달한 강자다.그런 강구의 손에서 강서준이 사람을 구했다.강구가 속으로 흠칫 놀랐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이 녀석이 어떻게 이렇게 강하지?’그들은 강서준이 혼자 수련한 진기를 얼마 전에 구씨 가문에서 폐기한 줄 알았다. 그런데 언제 또 이렇게 강해져서 강구의 손에서 사람을 빼앗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강씨 가문의 일에 참견하지 마!”강무현이 나서서 삿대질을 했다.“우리 가문의 규칙은 천 년이나 내려온 거야. 누구도 거역할 수 없어. 강영이 잘못했으니 죽어도 싸.”“그렇다면 꼭 참견해야겠어.”강서준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죽고 싶어서 환
강서준은 강영을 데리고 몇 걸음 걷지도 못하고 강한 기운이 휘몰아쳐 오는 것을 느꼈다. 위협적인 기운에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었다.강서준은 급한 대로 강영을 밀쳐내고 모든 힘을 다해 맞설 준비를 했다.쾅!손바닥 두 개가 맞부딪치고 무거운 폭발음이 들려왔다. 그 여파에 강씨 집안사람은 눈에 띄게 휘청댔다. 진기를 수련하지 않은 사람은 풀썩 쓰러지더니 피를 토하기까지 했다.손바닥을 통해 밀려 들어오는 엄청난 힘에 팔뚝이 저릿해 강서준은 뒷걸음질 쳤다. 몸 안에는 혈기가 들끓었고 목구멍은 피를 토해낼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는 애써 피를 다시 삼켜 내렸다.강지는 흔들림 없이 바닥에 서서는 강서준을 노려봤다. 강서준이 자신의 공격을 받아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을 줄은 몰랐다."네가 진짜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모양이구나.""하하."강서준은 피식 웃었다.강지가 이어서 물었다."이 정도의 진기라면 6단은 되는 것 같은데, 내 말이 맞느냐?"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강씨 집안사람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그 누구도 강서준이 6단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강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묵인했다. 그러고는 바로 화제를 돌렸다."이만 강영을 데리고 가도 되겠습니까?"강지가 뒷짐을 지며 말했다."그럼. 하지만 이번에 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줄 알거라."강서준은 말없이 몸을 돌려 강영의 앞으로 와서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가자."강영은 고민 없이 강서준을 따라 저택 밖으로 나섰다. 강서준은 밖으로 나선 다음에야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참고 있던 피를 토해냈다."오빠...!"강영은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휴지를 꺼내 강서준의 입을 닦아줬다. 강서준은 힘없는 말투로 말했다."강한 상대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공격 한 번으로 혈기가 다 상해버릴 지경이라니."강영은 강서준을 부축하며 물었다."많이 다쳤어요?""아니, 잠깐 안정을 취하면 금방 나을 수 있을 거야.""그러게 왜 무모하게 할아버지랑 맞서요."강영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차례 소동이 끝난 후, 강지는 마당을 지나 대문 앞에 와서는 멀어지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막막한 표정으로 혼잣말했다."어떻게 진기가 단기간에 짙어질 수 있지? 아무리 임동맥과 기경팔맥을 뚫었다고 해도 불가능한 일인데..."강지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고 그럴수록 더욱 전전긍긍하게 되었다.강서준과 강영은 꽤 먼 곳까지 걸어와서야 멈췄다. 강서준은 평평한 곳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폭주하는 혈기를 진기로 눌렀다. 그러면서 느릿느릿 강영에게 물었다."요즘 무슨 일은 없었어?""큰일이라고 할 만한 건 없어요. 하지만 강중에서 청희 씨가 곧 버티지 못할 것 같다며 여러 번 전화 오기는 했어요. 오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계속 수련하고 있길래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청희 씨는 무슨 일로?""이번에도 고지민 때문이에요. 신약을 개발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경쟁이 전혀 안 된대요. 고지민는 전국 각지의 병원과 계약하고 있을 때, GS그룹은 작은 기업만 만나고 있으니까요."강영은 또 강중에서 일어난 일을 간단히 서술했다."급해 할 것 없어."강서준은 태연하게 말했다."우리의 계획대로 고 선생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졸개들부터 처리해야 하지 않겠어? 그 첫 타자가 고지민이 될 거야.""참! 오빠가 천절십삼검을 수련할 때, 정아 씨가 약혼했어요. 하지만..."강서준은 강영을 바라보며 물었다."하지만?""제가 원래 오빠 의견을 물어보려고 했거든요. 근데 엄청 집중하고 있길래 그냥 안 묻고 스스로 결정했어요. 저 정아 씨의 약혼을 파투 냈어요.""뭐라고?"강서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고, 강영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더니 미소를 지었다."오빠가 초현 씨랑 화해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은 모르는 거니까, 제가 오빠로 위장해서 약혼식에 참석했어요. 그리고 정아 씨를 강중으로 데려갔어요."강서준은 후덥지근한 표정이었다. 그는 강영이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틀린 짓이라는 건 아니다
"강한 사람의 말이 곧 법이라고?"강서준은 강영의 말이 꽤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곧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런 생각을 떨쳐냈다. 그러고는 강영을 바라보며 물었다."만약 너라면 남편이 여러 여자를 만나는 걸 받아들일 수 있겠어?""저요?"강서준이 이런 질문을 할 줄 몰랐던 강영은 순간 멈칫했다. 그녀는 강씨 가문에서 자랐기에 고대 무술계의 룰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모든 걸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가문의 명에 따라 혼사를 결정하기로 했다.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 같은 것은 생각해 본 적 없다. 그저 강한 사람에게 시집 가 강씨 가문에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도움만 줄 수 있다면 그 사람 주변의 여자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저는 아마 괜찮을 것 같아요. 그 정도로 강한 사람이라면 독차지하려는 생각 자체가 틀렸으니까요."강서준은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강영의 생각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고민만 하다가 모든 사람에게 실망 줄 바에는 이런 방법으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이런 생각은 금세 강서준의 머릿속에서 묵살당했다. 만족했다고 해서 공평한 것은 아니니까, 김초현에게도, 윤정아에게도... 강서준은 터무니없는 생각을 버리고 조용히 치료하기 시작했다.강영은 말없이 한쪽에 서서 강서준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에는 자신도 발견하지 못한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강영은 자신이 평생 강지의 손바닥 안에서 살 줄 알았다. 드디어 가문을 떠날 기회가 생겨서 밖으로 나와보니 이보다 더 시원할 수 없었다. 그녀는 팔을 벌리고 상쾌한 공기를 만끽하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자유로운 느낌도 나쁘지 않은 것 같네. 얼마나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강영은 강지가 자신을 내쫓은 이유가 세력 싸움에 휘말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강지는 강서준의 도움을 받아 고 선생을 상대하기를 바라고 있으니, 집 나간 그녀가 강서준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어서 일석이조인
강서준이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초현 씨."강서준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전부 김초현 덕분이었다. 김초현은 자기 몸을 불사 질러 그를 구해주고는 오랫동안 혼자 뒷감당을 해왔다. 그래서 그는 남은 시간 동안 무조건 김초현을 지켜주겠다고 마음먹었다."그럼 청희 씨는요? 오빠를 10년 동안 기다려 온 첫사랑인데 애틋하지 않아요? 그리고 정아 씨도요. 오빠의 아이까지 가졌는데 책임져야죠.""..."강서준은 우뚝 멈춰서더니 놀라운 표정으로 몸을 돌려 강영을 바라봤다."뭐, 뭐라고?"강영은 웃으면서 대답했다."정아 씨 임신했어요.""뭐? 임신?""네, 제가 오빠인 척 변장해서 약혼식에 찾아간 적 있다고 했잖아요. 그때 정아 씨가 신이 나서 말해줬어요. 원래는 혼자 아이를 낳아서 키우려고 했는데 집안 반대가 심해서 어쩔 수 없어서 약혼한다고 말이에요."강영은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이어서 말했다."아버지가 된 걸 축하해요. 어때요? 엄청 기쁘지 않아요?"강서준은 전혀 기뻐 보이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는 그저 놀라움 뿐이었다.'정아 씨가 진짜 임신했다고?'강서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초현 씨는 알아?""아직 몰라요. 혹시라도 충동적으로 무슨 일을 벌일까 봐 감히 말 못 했어요. 초현 씨는 3단 무술인에 천왕전의 주인인 한편 정아 씨는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이잖아요."그녀는 또 강서준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요. 초현 씨 몰래 별장 하나 사서 정아 씨가 아이를 낳도록 도와줘도 되는 거잖아요."강서준은 고마운 뜻을 내비쳤다. 만약 강영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는 절대 혼자 해결하지 못했을 것이다."고마워할 필요는 없어요."강영은 싱긋 웃더니 뒷짐을 지고 앞으로 걸어갔다. 강서준은 무언가 생각하다가 뒤늦게 쫓아갔다."나 일단 강중으로 가봐야겠어.""마음대로 해요. 어차피 저는 가문에서 쫓겨난 처지니까 오빠가 가는 데로 따라갈게요."강씨 가문에 나온 강영은 기분이 아주 좋았다. 그래서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말을 마친 그림자가 멀어져가고, 강영은 그가 완전히 사라진 다음에야 물었다."이래도 강중으로 돌아갈 거예요?""응."강서준은 머리를 끄덕였다. 임신은 작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직접 확인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강영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제가 보기에 지금은 여자가 아닌 나라를 우선시해야 할 때예요. 게다가 그림자도 말했잖아요. 고 선생을 처리하는 것도 서둘러야 한다고요."강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러면 바로 고 선생을 찾아가야 하는 건가? 난 원래 고지민과 같은 졸개부터 없애려고 했는데...""안 돼요. 오빠의 목적은 고지민이 아닌 고 선생이에요. 고지민부터 없애면 고 선생의 경각심만 일으킬 뿐이에요. 저는 바로 고 선생을 찾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강서준은 사색에 잠겼다. 강영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고 선생은 한 개의 파벌을 대표하기 때문에 그의 죽음이 초래할 수 있는 나비효과를 아직은 예상할 수 없어서 걱정되었다.강서준은 한숨을 쉬더니 답 없는 고민을 그만 하고 말했다."나 일단 정아 씨랑 통화 좀 할게."강영은 머리를 끄덕였고, 강서준은 휴대폰을 꺼내 윤정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서준 씨."통화가 연결되고 윤정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정아 씨..."윤정아의 목소리를 들은 강서준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는 임신에 관한 일을 묻고 싶었지만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를 몰라 마른침만 꿀꺽 삼켰다."잘 지내고 있어요?""그럼요. 저는 나나 씨랑 같이 잘 지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일 봐요."강서준은 한참 머뭇거리다가 드디어 용기 내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정아 씨 임신했다면서요?"강서준은 마치 잘못을 저지른 어린이처럼 모든 말과 행동이 조심스러웠다.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강영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강서준은 난처한 표정으로 강영이 통화 내용을 들을 수 없는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윤정아는 의아한 말투로 되물었다."저 한 달 전에 금방 말했잖아요. 벌써 까먹은 거예요?"강서준은
"네?"윤정아는 당황한 표정으로 김초현에게 말했다."제가 언제요..."김초현은 팔짱을 끼고 오만한 태도로 윤정아에게 말했다."정아 씨, 내 남편이랑 하룻밤 보낸 적 있다고 해서 좋아한다고 착각한 모양인데요. 내 남편은 국가적 영웅이에요. 아무 여자나 붙잡고 하룻밤 보내는 건 흔히 있는 일이라고요. 그러니까 우리를 귀찮게 굴 생각 말고 갈 길이나 가요.""제, 제가 귀찮게 굴려는 게 아니라... 서준 씨가 강중으로 오라고 한 거예요."윤정아는 머리를 숙이고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흥."김초현은 콧방귀를 뀌며 위층으로 올라갔다.윤정아는 휴대폰을 꽉 쥔 채로 집안으로 들어섰다. 곁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송나나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초현 씨 갑자기 왜 저래요?"윤정아는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모르겠어요. 나나 씨, 저는 돌아오지 않는 게 맞았던 걸까요?""그게 무슨 소리예요! 서준 씨랑 초현 씨는 진작에 이혼했고 정아 씨는 행복을 쫓을 권리가 있어요.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용감하게 맞서요.""하지만...""하지만은 없어요. 참, 정아 씨 임신했다는 거 사실이에요?"송나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윤정아의 배를 바라봤다. 윤정아는 강중에 오자마자 그녀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고 초음파 사진까지 보여줬다. 하지만 3개월이나 지났는데도 배가 나오지 않는 게 그녀는 슬슬 의심스러워졌다."그럼요.""서준 씨는 알아요?"윤정아는 머리를 끄덕였다."초현 씨는요?""아, 아직 몰라요.""알겠어요. 저는 마당으로 가서 수련하고 있을 테니까 몸조심해요."송나나는 이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 윤정아는 여전히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교토.통화를 하고 난 강서준은 또다시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는 드디어 김초현과 화해하고 관계를 맺고는 앞으로 그녀 한 사람만 보기로 했다. 하지만 윤정아가 임신했으니 인간 말종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선택을 달리 해야 했다. 그럼 김초현과 윤정아 사이에서 도대체 누구를 책임져야 한단 말인가?"오빠, 왜
강서준은 강영을 힐끗 바라봤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약간 변한 것 같았다. 강영은 어린 나이에 맞지 않은 성숙한 언행을 일관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슬슬 나이에 맞는 여자애의 모습이 보였다."가자, 일단 잠깐 묵을 곳부터 찾아야겠어."강서준은 몸을 돌려 멀어져갔다.같은 시각, 강중 고지민의 별장.잘생긴 남자가 소파에 다리 꼬고 앉아있었고, 그의 앞에는 병서를 집중하고 있는 고지민이 있었다. 남자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강중으로 온 지도 어언 한 달이에요. 약속한 일은 언제 해줄래요?"고지민은 책을 내려놓으며 미간을 찌푸렸다."제가 돈을 줬었잖아요. 이 도시에는 돈에 넘어오지 않을 여자가 없어요. 안 넘어온다면 돈이 모자란 거겠죠. 제가 몇십억 더 보내줄 테니까 알아서 잘 써봐요."오일풍은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그가 출세한 이유는 단 두 가지, 미치게 노는 것과 강서준과 의술 대결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그는 제대로 된 여자를 한 명도 못 만났을 뿐만 아니라 강서준도 못 만났다.고지민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저는 다른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 참, 오늘은 비싼 차를 몰고 대학로에 가는 걸 추천해요. 무조건 좋은 수확이 있을 거예요."말을 마친 고지민은 천천히 멀어져갔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별장 대문을 열자 마침 들어오려고 하던 한 남자가 보였다.남자는 검은색 외투에 모자를 꾹 눌러쓰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지민 씨, 교토에서 소식이 왔습니다.""무슨 소식이죠?""오늘 아침 강영이 강씨 가문에서 쫓겨났다고 합니다. 강영이 가문의 비적을 훔치려다가 들켜서 수위를 폐기당할 뻔했을 때, 강서준이 막아서서 데리고 나갔습니다.""그래요?"이 정보를 들은 고지민은 약간 진지한 표정으로 혼잣말했다."한 달 동안 숨어 지내던 강서준은 왕이 적염군의 총사령관을 결정하고 나니 바로 나타났고, 강영은 집안에서 쫓겨났다라..."고지민은 이게 쉽게 볼 일이 아닌 것 같았다.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