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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화

강서준이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초현 씨."

강서준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전부 김초현 덕분이었다. 김초현은 자기 몸을 불사 질러 그를 구해주고는 오랫동안 혼자 뒷감당을 해왔다. 그래서 그는 남은 시간 동안 무조건 김초현을 지켜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럼 청희 씨는요? 오빠를 10년 동안 기다려 온 첫사랑인데 애틋하지 않아요? 그리고 정아 씨도요. 오빠의 아이까지 가졌는데 책임져야죠."

"..."

강서준은 우뚝 멈춰서더니 놀라운 표정으로 몸을 돌려 강영을 바라봤다.

"뭐, 뭐라고?"

강영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정아 씨 임신했어요."

"뭐? 임신?"

"네, 제가 오빠인 척 변장해서 약혼식에 찾아간 적 있다고 했잖아요. 그때 정아 씨가 신이 나서 말해줬어요. 원래는 혼자 아이를 낳아서 키우려고 했는데 집안 반대가 심해서 어쩔 수 없어서 약혼한다고 말이에요."

강영은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이어서 말했다.

"아버지가 된 걸 축하해요. 어때요? 엄청 기쁘지 않아요?"

강서준은 전혀 기뻐 보이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는 그저 놀라움 뿐이었다.

'정아 씨가 진짜 임신했다고?'

강서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초현 씨는 알아?"

"아직 몰라요. 혹시라도 충동적으로 무슨 일을 벌일까 봐 감히 말 못 했어요. 초현 씨는 3단 무술인에 천왕전의 주인인 한편 정아 씨는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이잖아요."

그녀는 또 강서준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요. 초현 씨 몰래 별장 하나 사서 정아 씨가 아이를 낳도록 도와줘도 되는 거잖아요."

강서준은 고마운 뜻을 내비쳤다. 만약 강영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는 절대 혼자 해결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요."

강영은 싱긋 웃더니 뒷짐을 지고 앞으로 걸어갔다. 강서준은 무언가 생각하다가 뒤늦게 쫓아갔다.

"나 일단 강중으로 가봐야겠어."

"마음대로 해요. 어차피 저는 가문에서 쫓겨난 처지니까 오빠가 가는 데로 따라갈게요."

강씨 가문에 나온 강영은 기분이 아주 좋았다. 그래서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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