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서요!”하현이 막 응접실로 들어가려고 했을 때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 몇 명이 뒤에서 따라왔다.이 사람들은 분명히 화 씨 집안 경호원들이 아닌 것 같았다.하나같이 냉랭하고 매서운 눈빛으로 하현을 못마땅한 듯이 바라보았다.선두에 있던 민머리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쳐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맞죠? 난 소서림 스승님의 경호원 소자룡입니다.”“방금 넷째 부인의 상태가 급변했습니다. 스승님은 당신이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될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올라가서 문제를 해결하길 바라십니다.”“스승님은 항성 제일 풍수사라는 걸 알아야 할 겁니다. 스승님이 이런 말을 꺼낸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해요!”분명 소서림은 올라와서 사람을 구하라고 하현에게 명령을 내린 것이었지만 경호원의 태도는 꽤나 불만스러운 듯 보였다.경호원의 말에 허풍이 가득 들어 있는 듯한 냄새가 났다.“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돼?”“문제를 해결하라고?”“난 풍수사도 아니고 이 업계에서 누구한테 본보기가 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어!”“항성 제일 풍수사가 해결할 수 없는 건가? 꼭 내가 해결해야 해?”“그 부적 많잖아. 몇 장 더 붙이면 될 것 같더니만.”하현은 지금 화풍성의 상황을 보러 가려던 참이었다.다른 사람을 신경 쓸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소서림?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르는 항성 제일 풍수사를 위해 그의 체면을 세워줄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하현, 이러면 곤란합니다.”“우리를 힘들게 하면 당신도 재미없을 거예요.”소자룡은 냉랭하고 담담하게 위협을 가했다.“게다가 이건 소서림 스승님의 명령입니다!”“똑똑히 들어요. 이건 명령이지 부탁이 아니에요!”“그러니까 정신 바짝 붙들고 잘 생각해 봐요. 지금 당신이 뭘 해야 하는지!”소자룡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그가 보기에는 소서림의 명령을 받았으면 이 자식은 얼른 와서 무릎을 꿇고 고맙습니다 하고 달려왔어야 했다.어디서 허풍을 떨고 있
소자룡이 보기에는 하현이 소서림의 눈에 들기만 한다면 평생 호의호식하며 살 수 있을 것 같았다.이런 기회를 왜 그는 소중히 여길 줄 모르는 것인가?순간 소자룡은 질투심마저 느껴졌다.“남의 길 막지 말고 얼른 썩 꺼져.”하현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았고 조금도 돌아설 기미가 없었다.“나 얼른 가 봐야 해.”“쯧쯧쯧, 끝내 좋은 길을 마다하고 궂은 길을 가겠다는 거군.”소자룡은 차갑게 말했다.“그럼 할 수 없죠. 능력도 없으면서 감히 독단적으로 행동하다니.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난폭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겠군!”“어디 능력 있으면 우리 앞에서 덤벼 봐. 기왕 이렇게 소중한 기회를 뻥 찼으니 죽기 살기로 덤벼 보라고. 우릴 탓하지는 마!”말을 하는 동안에 소자룡은 손을 휘둘러 멋지게 한 방 날렸다.그는 강제로 하현을 끌고 갈 생각이었다.경호원 몇 명이 다 함께 매서운 기세로 주먹을 쥐고 앞으로 나섰다.“촤작! 촤작! 촤작!”하현은 쓸데없는 말로 시간 끌기 싫어서 손바닥을 몇 번 후려쳤다.순간 하현에게 달려들던 경호원들의 얼굴에 주먹이 날아왔고 하현의 일격에 얼굴이 얼얼해서 제대로 일어서지 못했다.소자룡은 어리둥절해서는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네 명의 동료들 얼굴에 벌건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감히 우리한테 덤벼들다니! 우리한테 손을 대!?”소자룡은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지며 허리춤에 있던 전기봉을 꺼내 하현이 있는 곳으로 곧장 달려들었다.“퍽!”하현은 손바닥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소자룡을 그대로 날려 버렸고 소자룡은 문에 부딪혀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주제넘은 놈!”하현은 언짢은 표정으로 휴지를 꺼내 얼굴을 닦으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돌아가서 너의 스승님께 말해. 내가 해결해 줄 수도 있다고. 하지만 무릎 꿇고 정중히 부탁하라고!”소자룡은 코와 얼굴이 붓고 눈가가 검게 변한 채 분노로 온몸을 떨었다.무슨 말을 해 보려고 했지만 이빨이 여러 개 빠지고 아파서 도저히
”당신 정말...”화소혜는 거만하게 나오는 하현을 바라보며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엄마가 죽을 것 같으니 어서 올라가서 치료하세요!”“이러다가 우리 엄마 잘못되면 당신 책임질 거예요?!”“당신 때문에 우리 엄마가 잘못되면 절대 가만 놔두지 않을 거라구요!”화소혜는 원망을 퍼부으며 증오의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자꾸 버티면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마세요!”“사람을 구해 내지 못하면 당신은 아무것도 얻지 못할 테니까!”화소혜의 말로 미루어 보아 화소혜, 소서림, 사송란 일행은 이미 하현의 실력에 대해 인정한 것 같았다.그들은 지금 곽추연의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는 사람은 하현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화소혜의 눈에 하현은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하게 넙죽 허리라도 굽혀야 마땅했다.어쨌든 명성을 떨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 아닌가!하현은 더 이상 튕기지 말고 어서 기회를 고맙게 여기고 공손히 머리를 조아려야 했던 것이다.화소혜는 자신의 신분이 얼마나 대단한지 하현 같은 하급인은 상상도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귀한 그녀의 어머니 얼굴에 저 더러운 놈의 피를 묻히다니, 불결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화소혜, 당신이 한 가지 오해하고 있는 게 있는데 말이야. 당신 말 따위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야!”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나서는 건 아무 문제가 없어. 어려운 일도 아니고.”“그렇지만 나한테 무릎 꿇어!”“무릎 꿇으면 내가 나설게!”“무릎을 꿇기 싫으면 당신네 그 스승님한테 부탁해. 어쨌든 항성 제일 풍수사잖아. 이렇게 음기가 충만한 상황에서 잘 해결할 수 있는지 보자구, 응?”말을 마친 하현은 어깨를 으쓱하고 돌아서려 했다.“하현, 내 체면을 봐서 좀 나서주면 안 되겠어?”하현이 막 떠나려는데 사송란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서서 하현을 막아섰다.“체면? 정말 이상하네. 왜 다들 하나같이 체면, 체면 그러는 거야?
”하현, 건방지게 굴지 말고 내 말 똑똑히 들어요...”“만약 우리 엄마가...”화소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전화를 받았다.그러나 전화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화소혜의 안색이 갑자기 일그러졌고 그녀는 전화를 끊자마자 울기 시작했다.“왜?”사송란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곽추연은 절대 죽으면 안 된다.만약 그녀가 죽는다면 하구천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사송란을 항도 하 씨 안주인으로 만들겠다는 그의 약속도 어그러진다.이 순간 사송란은 화소혜보다도 더 긴장했다.“의사가 전화를 했어요. 어머니가 위독하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어떻게 해요? 정말 어떻게 일이...”화소혜은 순간 제정신이 아니었다.“우리 엄마가 곧 죽는대요! 우리 엄마가 죽는다구요!”“난 이제 앞으로 엄마가 없는 아이가 되는 거라구요!”“어엉엉엉.”“풀썩.”사송란은 갑자기 얼굴빛이 달라졌고 순간 이를 악물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이 모습을 보고 소자룡과 화소혜는 모두 정신이 멍해졌다.모두들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사송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사송란이 누구인가?오매 도교 사원의 거물이 아니던가!그런데 그녀가 정말 무릎을 꿇었다고?사송란은 다른 사람들이야 넋이 나가든 말든 오직 하구천이 말했던 계획만 생각했다.지금 그녀는 이를 악물고 모욕을 참으며 하현을 바라보았다.“하현, 이제 가서 부인을 좀 구해 줘!”하현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세 번 절하면 한 사람 살려주는 거야.”사송란은 치를 떨었지만 이미 무릎도 꿇은 마당에 못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그녀는 이를 갈며 고귀한 몸을 구부렸다.“탕탕탕.”하현이 더 이상 아무 소리 못하도록 사송란은 머리를 세게 바닥에 찧으며 절을 했다.화소혜는 간절한 얼굴로 하현에게 물었다.“하현, 우리 송란 언니가 무릎을 꿇었으니 이제 우리 엄마 구해줄 수 있겠죠?”
”살려 주세요! 얼른 뭐라도 좀 해 주세요!”안에서 뛰쳐나온 몇몇 의료진들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초조함이 가득했다.의료진은 멈칫하다가 곧바로 하현을 향해 달려왔다.이 상황에서 하현만이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걸 의사들도 본능적으로 느낀 듯했다.하현은 종이 타월로 자신의 손가락을 감싸 쥐며 사송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이번엔 몇 번 절할 거야?”사송란은 이를 부드득 갈았다가 모든 것을 체념한 얼굴로 무릎을 꿇었다.어떻게 해서든 화 씨 집안 아들들과 부인들은 모두 살아야 하구천의 대계가 이루어진다.한 사람도 잘못되어서는 안 된다.사송란은 하구천을 위해 굴욕을 참아 가며 기꺼이 무릎을 꿇었다.사송란이 절을 마치자 하현은 약속한 대로 안으로 들어가 화 씨 집안사람들과 하인, 그리고 경호원들까지 모두 구해 내었다.하현이 굳이 하인들과 경호원들까지 구할 필요는 없었다.그러나 하현은 피 한 방울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으니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집안의 상황이 안정되고 나서야 하현은 홀연히 그곳을 나섰다.하현이 몇 걸음 나서는 순간 어딘가의 제복인 듯한 옷을 입은 여자가 그에게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하 도사님, 우리 소서림 스승님이 뵙기를 청하십니다.”이 여자의 화장은 더할 나위 없이 정교하고 세련되었고 예쁜 얼굴에 고운 미소를 지녔다.말하는 모습에 온화한 기품이 묻어났다.“소서림 스승님은 도사님께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씀과 함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 하십니다.”“하 도사님 몇 분만 시간을 내어 주십시오!”“우리 스승님의 체면을 봐서라도 부탁드립니다.”“알겠습니다. 안내하시죠.”하현은 거절하지 않았다.자신이 발을 들여놓은 이상 소서림이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고 이미 예상했던 그였다.하현도 이 항성 제일 풍수사의 풍모가 궁금하긴 했던 터였다.그는 상대방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고 싶었다.여자는 고운 미소를 지으며 하현을 향해 손짓을 했고 그들은 함께 서재로 향했
하현은 풍수사 일에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치켜세우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리고 하현이 이렇게 시큰둥한 또 다른 이유는 소서림이 자신을 칭찬한 데는 분명 다른 속셈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우쭐하게 한 다음 뒤통수를 칠 기회를 엿보는 것이다.“자네는 내륙에서 왔다고 들었는데 혹시 전설의 용호산쪽에서 온 건가?”“용호산에서는 외부인을 받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자네가 그 문하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모르겠군.”이것은 분명 소서림이 던진 미끼였다.대하에서는 하현 정도의 풍수 경지를 가르쳐 줄 수 있는 곳은 용호산밖에 없다.“제가 말씀드렸듯이 난 풍수사도 아니고 풍수도 잘 모릅니다.”하현은 희미하게 미소를 띠었다.그의 피가 사악한 기운, 살기, 음기 등을 없앨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그가 오랫동안 살육을 해 왔었기 때문이다.퇴역 후 살기가 가라앉았고 대신 핏속에 녹아들었기 때문에 그의 피가 이런 특효를 갖게 된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그가 그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왜냐하면 이것을 설명하자면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어야 하기 때문이었다.“그렇다면 하현 자네는 수련을 한 적이 없다는 말인가?”소서림이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웃으며 말했다.“드라마에서 봤는데 누군가 우연히 어떤 오래된 책을 통해서 독학으로 공부한 적이 있다더군.”“이런 천부적인 재능이나 기운은 정말 대단한 거야!”하현은 소서림이 이 주제를 계속 물고 늘어지는 것을 보고 약간 마뜩잖은 듯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맞아요. 난 독학으로 공부했어요. 어떤 책이었냐고 묻는다면 ‘주역', ‘추배도', ‘소병가'입니다.”하현은 생각나는 대로 몇 권 집어서 말했다.모두 대하 풍수의 정수라 할 만한 역사적 걸작이었다.하현이 말한 것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누구든지 이 몇 권의 책을 꿰뚫어 볼 수 있다면 풍수를 어느 정도 연구했다고 할 만했다.“그렇군. 독학으로 공부한 거로군...”하현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소서림은 옆에 서 있던 고운 얼굴의 여자에게 손짓을 했다.여자는 웃으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고 곧 양복 입은 사나이가 커다란 트렁크를 들고 들어왔다.“열어!”소서림이 손짓을 하자 몇 명의 양복 입은 사나이가 앞에 있는 트렁크를 열었다.순간 하현의 눈앞에 가지런히 줄 세워져 있는 돈뭉치들이 나타났다.트렁크 하나 가득 모두 항성 달러였다.또 한 트렁크에는 미국 달러가 가득 들어 있었고 또 다른 트렁크에는 유로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행과 열을 맞춰 숨죽인 듯 놓여 있는 돈뭉치들은 잉크 냄새를 풍기며 사람들의 가슴을 흥분시키고 숨 가쁘게 만들었다.심지어 트렁크를 열었던 양복 입은 남자들조차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그들이 평생 일한다고 해도 절대 만질 수 없는 거액이었기 때문이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돈뭉치에 떨어졌던 시선을 주워 올려 소서림에게 옮겼다.“풍수사님, 이게 무슨 뜻입니까?”소서림은 트렁크들을 하현 앞에 밀어 놓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이 안에 항성 달러가 들어 있어. 넷째 부인과 화 씨 집안사람들을 구해 줘서 고맙네!”“내가 구했어야 하는데 오늘 컨디션이 좀 안 좋아서 잘 안 풀리더군.”“자네가 아니었으면 화 씨 집안사람들 몇 명은 저세상으로 갔을 것이네. 나한테는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지.”“난 은혜를 갚는 사람이야!”“그러니 이 돈은 사양하지 말고 받아주게!!소서림은 말을 하면서 항성 달러를 하현 앞에 밀어붙였다.하현이 아까 화소혜가 주신 은행 카드를 받아드는 것을 보고 소서림은 하현이 분명 돈을 노리고 이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 것 같았다.하현은 웃으며 손을 뻗어 돈뭉치를 집어 들고 잠시 뒤적거리다가 느럭느럭 말했다.“풍수사님은 역시 항성 제일의 풍수사다우십니다. 이렇게 손이 크시다니!”“누구나 이렇게 많은 돈을 보면 설레고 흥분되겠죠.”“더 설레고 흥분되는 것이 있다네!”소서림은 두 번째 트렁크를 하현 앞에 밀어 놓으며
하현은 이 상황이 흥미로운 듯 눈을 반짝이며 소서림에게 물었다.“그럼 이 마지막 유로가 가득 든 트렁크는 무슨 의미입니까?”환율로 볼 때 이 트렁크가 가장 금액이 높았기 때문에 뭔가 요구 사항이 더 높을 것이다.“좋아 좋아. 아주 똑똑한 사람이야, 자네는!”소서림의 얼굴에 탄복하는 기색이 역력했다.하현의 총명함과 흐름을 간파하는 눈빛에 진정 감탄한 것이었다.그가 손을 흔들자 옆에 있던 양복 입은 남자는 유로 트렁크를 들어 올려 현금 다발이 눈앞에 선명하도록 밀어 놓았다.“자네 피 한 방울로 사악한 기운을 날려버리는 비술과 나와 같이 일하겠다는 약속...”“천만 유로. 내 비술을 팔고 난 평생 당신 밑에서 일해야 한다는 겁니까?”소서림의 말에 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하현은 돈에 눈이 먼 싸구려 장사꾼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소서림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그의 눈에 소서림에 대한 경멸의 빛으로 흘러넘쳤다.“풍수사님은 정말 주판 튕기는 데는 비상하군요.”“너무 잘 튕기는 바람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도 두렵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렇죠?”하현의 말에 옆에 있던 고운 여자의 얼굴이 찡그려졌다.감히 소서림 앞에서 저런 건방진 태도를 보이다니 스승님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이었다.“이번에 화 씨 집안으로 올 때 너무 성급하게 와서 못 가져온 게 많아.”소서림은 하현의 눈에서 예리하게 빛나는 촉을 발견하지 못한 듯 연신 돈뭉치를 밀어 놓으며 미소를 지었다.“내가 상황을 빨리 진정시키려고 급하게 와서 이 정도 성의밖에 못 가져온 것이네!”“하지만 오늘 자네를 만난 것은 하늘이 내게 주신 또 다른 기회인 것 같네!”“자네 피 한 방울로 사악한 기운을 다스릴 수 있다면 앞으로 나와 함께 더 높은 풍수의 경지를 익힐 수 있다네. 심지어 대하 풍수 일인자도 넘볼 수 있지.”“나중에 자네가 내 뒤를 이었으면 좋겠어!”“나를 포함한다고 해도 항성의 일인자는 자네 몫이 될 걸세!”
하현의 말을 들은 나천우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형나운도 틀림없이 이 사기꾼에게 속았다고 생각했다.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감히 자신을 풍수대사라 할 수 있겠는가?장난하는 건가?이런 사람이 사기꾼이 아니라면 누가 사기꾼이란 말인가?임단이 참지 못하고 옆에서 끼어들었다.“그럼 당신은 음양학을 배운 학생이에요?”하현은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아니요. 난 굴착기를 배웠어요. 기술도 좋고 자격증도 있어요.”“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하현의 말을 들은 나천우는 갑자기 표정이 냉랭해졌다.“지금 뭐라는 거예요?”“굴착기를 배운 사람이 무슨 풍수를 본단 말이에요?”“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예요?”“대하에서 풍수지리가 얼마나 큰 위상을 차지하는지 몰라요?”“우리를 속이려 들다니 후환이 두렵지도 않아요?”나천우의 말에 형나운의 안색이 새까맣게 일그러졌다.그녀는 다급하게 나천우에게 눈길을 돌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오빠, 그만하면 안 돼!”“우리 두 집안의 친분이 하루 이틀도 아닌데 내가 이런 중요한 일을 두고 오빠를 속였을 거라고 생각해?”“내가 바보야?!”“너 나 속이는 거 아냐?”나천우의 얼굴은 냉랭하게 식었다.“너도 자세히 봐 봐. 이 젊은 사람은 풍수라는 두 글자도 모르는 것 같은데 어떻게 믿으란 얘기야?!”“이 사기꾼을 만나려고 내가 금정은행 투자 포럼도 안 나가고 여기 왔겠냐고!”임단도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비난에 열을 올렸다.“형나운, 당신 정말 경솔했어!”예전 같았으면 두 집 사이에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그런데 문제는 형나운이 하현에 대해 거의 신처럼 말했다는 것이다.나천우와 임단은 자신들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줄로 알고 커다란 희망을 품고 여기 왔다.다만 희망이 크면 실망도 큰 법이고 분노는 걷잡을 수 없다는 걸 몰랐을 뿐이다.“나 사장님?”형나운은 하현의 목소리에 그에게 눈길을 떨구며 손을 내저었지만 하현은 이에 굴하지 않고 담담한 눈
”형나운, 정말 축하해!”“우릴 속이지 않았군!”“그런데 그 대사님은 어디에 계셔?”“얼른 좀 소개해 줘!”나 사장은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병은 이미 수많은 국내외 명의들한테 보여줬어. 국수인 장북산 선생님도 보셨지!”“어르신은 우릴 보고 병이 아니라 악에 부딪힌 것이라고 하셨어.”“풍수에 정통한 사람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대.”“하지만 수많은 풍수지리사를 만나봤지만 도저히 해결되지 않았어.”“어쨌든 형나운, 당신이 대사님한테 말 좀 잘 해 줘!”나 사장의 부인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형나운, 우리를 살릴지 말지 여부는 전적으로 당신의 손에 달려 있어.”“이 일이 잘 해결되면 최고 가문에서 기가 막힌 남편감을 물색해 줄게. 정말 섭섭하지 않게 해 줄 거야!”옆에 살짝 비켜서 있던 하현의 이마에 주름살이 잔뜩 드리워졌다.기가 막힌 남편감?뭐가 기가 막히다는 거지?형나운은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어색한 미소를 보였다.“나 사장님, 그 대사님은 바로 가까운 곳에 있어요.”“하현, 소개할게요. 이 분은 나천우 사장님, 그리고 이쪽은 나 사장님 사모님, 임단.”“나 사장님은 나 씨 가문 출신이에요.”“나 씨 가문은 형 씨 가문과 마찬가지로 금정에 토박이로 아주 뿌리가 깊은 가문이죠.”“예로부터 은행업을 해 왔고 지금도 금정에서 가장 큰 은행인 금정은행을 움직이는 가장 큰 지주이자 실세죠.”“나 사장님 부부는 결혼한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자식이 없어요. 그래서 온갖 치료를 받았지만 성과가 없어서 결국 풍수지리술에 기대 보려고 하고 있어요.”“할아버지 얘기를 듣고 여기까지 오셨고요.”“우리 형 씨 가문과 나 씨 가문은 사이가 좋아서 내가 마음이 급해서 그만 당신한테 말도 없이 여기로 오라고 했어요.”형나운은 조금 찔리는지 불안한 시선으로 말을 이었다.“하현, 이렇게 불쑥 말을 꺼내면 당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거 잘 알지만 제발 나 사장님 부부를 좀 도와줬으면
하현은 이맛살을 구기며 말했다.“말로 하면 되지! 당신 왜 이러는 거야? 이런 행동을 왜 하는 거냐고?”“내가 그런 사람이야?”“하현, 치료해 주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도와주겠다고 했잖아요?”형나운은 미안한 듯 겸연쩍어하며 말했다.“그래서 내가 주동적으로 이런 자세를 보인 거예요. 언제든지 와도 상관없다고.”“아무튼 당신이 날 고쳐 줄 수만 있다면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요.”“강하면 강할수록 난 더 좋아요.”“당신 정말...”“마초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겠죠?”하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고 순간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주먹으로 테이블을 ‘퍽’하고 내리쳤다.“이렇게 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누가 말했어?”“지난번에 난 기혈과 두통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줬어.”“그런데 지금 당신 문제는 완전히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절대 호전되지 않아!”하현의 말을 들은 형나운은 순간 얼굴이 벌게졌다.그녀는 얼른 엉덩이를 내리고 똑바로 선 다음 서랍 속에서 노란 가죽으로 싼 고서적 한 권을 꺼내 하현에게 건네주었다.하현이 힐끔 쳐다보니 ‘영춘’이라는 두 글자가 쓰여 있었다.집안을 다스리는 처세술에 관한 책인 ‘영춘’은 여자아이의 수련에 안성맞춤이었다.하지만 진짜 ‘영춘’은 기본적으로 무학의 성지에서 내려오는 비법서 같은 것이고 방금 형나운이 꺼낸 책은 남은 자투리 책이라고 할 수 있다.그녀는 자투리 잡서에 가까운 책으로 수련을 하는 바람에 자주 숨이 막히는 증상이 생긴 것이다.하현은 그제야 뭔가를 알아차리며 빠진 부분을 보충해서 써 준 뒤 그녀에게 책을 던져주며 말했다.“이 책은 영춘의 상반부에 불과해. 그래서 내가 상반부만 보충해 줬어. 이렇게 한다면 별일 없을 거야.”“후반부는 당신이 기회를 봐서 오매 도교 사원에 가서 문의해 봐.”“만약 내가 당신한테 준다면 오매 도교 사원이 아마 날 죽이려고 들 거야.”“아, 알겠어요.”형나운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하현이 보충해 놓은 부분
이 말을 듣고 하현은 돌아서서 형나운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집에서 볼 때보다 밖에서 보는 그녀의 모습이 훨씬 성숙하고 듬직했기 때문이다.비록 아직 철없이 밀어붙이는 면이 없진 않았지만 적어도 이럴 때는 노련한 기질이 더해져 함부로 나서지 않고 슬쩍 뒤로 빠지는 것이다.하현은 잠시 지긋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그럴 필요없어. 여기서 잠깐 봐 봐”“보고 나서 바로 가게 물색하러 가 봐야 해.”하현의 말을 들은 형나운은 화가 나서 하마터면 버럭 소리를 지를 뻔했다.지금 자신이 얼마나 우아하게 참고 있는데 그게 할 소린가?그러나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온유하고 정숙한 척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며 했다.눈먼 장님에게 아무리 눈빛을 보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형나운은 가까스로 화를 참으며 천천히 자신의 코트를 벗고 하현이 보는 앞에서 앞 단추 두 개를 풀었다.그녀는 자신의 심장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오늘 아침 무술을 연마할 때 여기가 답답해져서 죽을 뻔했어요.”“한번 봐 보세요.”말을 하면서 형나운은 은근슬쩍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다.하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단추 풀지 않아도 돼.”“그러다가 험상궂은 당신 경호원들이 보기라도 한다면 어쩌려고 그래?”“왜요? 무서워요?”형나운은 놀리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당신도 두려울 때가 있어요?”“내가 지금 누가 날 추행한다고 소리 지르면 내 경호원들이 쫓아와 당신을 쫓아내기라도 할까 봐요?”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도대체 나한테 봐 달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옷 입어.”“딱 3초 줄게. 내 말대로 하지 않고 계속 이런 식이면 난 그냥 갈 거야!”하현이 약간 화가 난 것을 보고 형나운은 비로소 다소곳해졌다.“알았어요. 알았다고요.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 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난 정말 이 거추장스러운 외투는 안 입고 싶은데요. 이
형나운의 말을 듣고 우다금은 갑자기 표정이 굳어졌다.정말로 하현이 자신의 딸을 뒷문으로 들여보냈을 줄은 몰랐다.그러니까 하현이 없었다면 자신의 딸은 형 씨 가문 그룹에 들어올 수 없었다는 얘기다.방금까지 의기양양하던 우다금은 갑자기 난처한 듯 혈색이 무겁게 가라앉았다.하지만 우소희는 하현에게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았다.자신이 깔보던 데릴사위의 도움을 받았다니!그걸 인정한다면 앞으로 설은아의 집에 가서 어떻게 큰소리칠 수 있겠는가?어제 설은아 앞에서 얼마나 큰소리 떵떵 치고 나왔는데 이렇게 단번에 고개를 숙일 수 있겠는가?이런 생각이 스치자 우소희는 이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은 채 기세를 꺾지 않았다.“형 대표님, 인사팀 팀장님이 저한테 직접 전화를 주셨어요!”“이 회사가 사람의 외모나 능력을 중시했기 때문 아니겠어요?”“데릴사위가 뒷문으로 들여보냈다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우소희는 나름 상류사회에서 놀던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섞어가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그녀의 당당한 모습에 몇몇 프런트 데스크 직원과 경비원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어이없어했다.그들은 우소희가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하현은 우소희를 보며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형나운, 이 사람이 데릴사위인 내 도움은 받고 싶지 않은 모양이니 그럼 스스로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를 줘!”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홀연히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형나운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무 팀장을 향해 차가운 눈빛으로 지시했다.“하현이 그렇게 말했으니 분부대로 해. 우소희 씨가 그렇게 능력이 출중하다고 자신하니 공정하게 원칙에 따라 채용하도록 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기회를 줘야지.”“누가 청탁을 한다고 해도 아무 소용없어. 스스로의 능력이 가장 중요해.”형나운의 말을 듣고 무 팀장은 곧장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안녕하세요. 우소희 씨. 스스로 능력이 대단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말했다.“선생님, 여기는 형 씨 가문 그룹입니다. 무엇보다 예의를 중시하는 기업이죠.”“만약 당신이 여기서 계속 이렇게 소란을 피운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셨습니까?”이때 몇몇 경비원도 냉담한 표정으로 걸어왔다.하현은 손목에 찬 롤렉스 시계를 힐끔 보며 냉담하게 입을 열었다.“2분 남았어요.”우소희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하현, 그만해요. 센 척 좀 그만해요!”“당신이 그런다고 누가 내려올 줄 알아요?”“잘 들어요. 당신이 설령 간 씨 가문 후계자라고 해도, 혹은 김 씨 가문 후계자라고 할지라도 이럴 자격은 없어요. 알겠어요?”우다금도 하현을 한심스러운 듯 노려보며 냉소를 연발했다.“하현, 우리 앞에서 허풍 떠는 짓 그만해!”“나중에 어떻게 되려고 그래? 어?”“여기 대표님이 내려와서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렇게 된다면 당신은 묻힐 곳도 없이 이승을 떠돌 거야!”“내가 한마디 충고할게. 더 이상 망신당하지 말고 썩 꺼져! 얼른!”“그리고 당신 때문에 우리까지 대표님한테 나쁜 인상을 주게 생겼다고!”“우리 딸은 앞으로 연봉 이억을 받을 인재야!”“당신 때문에 일이 잘못되면 어떻게 책임질 거야? 어?”우다금은 하현이 자신들을 등에 업고 뭔가 이득을 볼 심산으로 여기 왔다고 확신했다.그런 목적이 들통났으니 이판사판으로 사람을 불러내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데릴사위놈이 정말 세상 물정 모르고 날뛰는 꼴이라니!고약한 놈!죽는 게 두렵지도 않은 건가?“1분 전.”하현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건 말건 개의치 않았다.“내가 당신이라면 벌써 전화를 걸었을 거예요.”“일이 잘못된다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당신이 형나운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이 갈 텐데?”하현이 기세 좋게 몰아붙이자 프런트 데스크 직원도 잠시 얼얼한 표정을 지었다가 못마땅한 얼굴로 전화기를 들었다.“하현, 이제 그만해. 충분히 했잖아!”
우다금은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일어서더니 하현에게 달려왔다.“당신 여기 뭐 하러 왔어? 어?”“설마 당신 장모가 우릴 미행이라도 하라고 시켰어?”“떠도는 소문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 당신 처가는 이제 파산이야!”“그래서 우리를 따라다니며 어떻게든 우리 덕을 보려고 하는 거지!”우다금은 최희정 일가에 대한 미움이 최고조로 달한 것 같았다.도움이 필요할 때는 그렇게 도와주지 않으려고 하더니 이제 자기 딸이 탄탄대로를 걸을 것 같으니까 사위를 대동해 뭐라도 덕을 보려고 치근덕거리다니!무슨 말도 안 되는 짓거리야!“썩 꺼져! 꺼지라고!”우다금은 먹이를 앞에 두고 다툼을 벌이는 사자처럼 포효했다.“어쨌든 형 씨 가문 그룹에서 너 같은 놈을 경비로 부를 일은 없어!”“형 씨 가문 그룹이 어떤 곳인지나 알아?”“제대로 된 졸업장이 없으면 발도 들이지 못할 그룹이야!”“모두가 우리 딸처럼 능력이 뛰어난 줄 알아?”하현은 무지막지하게 퍼붓는 우다금의 억지에는 대꾸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하현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자 우소희는 옆에서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한껏 떠올리며 말했다.“하 씨! 들었어?”“이곳은 당신 같은 데릴사위가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빨리 꺼져! 안 꺼져?!”“어서 꺼지라고! 우리가 당신 같은 사람을 안다는 걸 무 팀장님이 알기라도 한다면 우리 품위가 완전히 떨어진다고!”말을 하면서 그녀는 하현을 밀치려고 했다.하현의 존재가 그녀들에게는 피나 빨아먹는 거머리처럼 보였던 것이다.이렇게 된다면 앞으로 그녀가 형 씨 가문 그룹에서 어떻게 잘생긴 갑부들을 낚을 수 있겠는가?하현이 한 발짝 물러서며 우소희의 손을 피했다.그녀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혐오스러워서였다.그는 소위 말하는 몰상식한 사람들과는 조금도 접촉하고 싶지 않았다.하현이 감히 자신의 손을 피하는 것을 보고 우소희는 자존심이 확 상했다.뭔가 모욕당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그녀는 프런트 데스크 직원
두 모녀를 본 하현은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예정대로라면 우소희는 오늘 아침 일찍 출근 보고를 하러 올라갔을 텐데 왜 로비에 이렇게 있는 것인가?결국 하현은 우다금이 전화기에 대고 울먹거리며 누군가와 통화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인사팀 팀장님 맞으시죠?”“안녕하세요. 저는 우소희 엄마, 우다금입니다.”“아, 맞아요. 맞아요. 바로 오늘 출근하려던 우소희예요! 좋은 연봉으로 입사하게 된 우소희요!”“사실은 어제 너무 기뻐서 온 가족이 축하하느라 우리 딸이 술을 너무 먹어서 오늘 알람 맞추는 걸 깜빡했지 뭐예요!”“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 어쨌든 우리 소희는 인재잖아요! 그러니 좀 너그럽게 봐주시면 어떨까 해서요.”하현은 어이가 없었다.정말로 가지가지 하는 진상 모녀였다.어렵게 형 씨 가문 그룹에 취직을 시켜줬더니 지각을 해?그러고도 자신들이 아주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거야?“아,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마세요.”“우리 딸이 여기 입사하겠다고 했으니 다른 데 가지는 않을 거예요.”우다금은 여전히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우리가 여기 로비에 있는데 팀장님이 좀 내려와서 데려가 주면 안 될까요?”“아, 그리고 점심은 너무 오버할 필요없이 고위층 몇 명과 자리를 마련해서 인사시켜 주면 됩니다.”“참고로 우리 딸은 82년산 라피트만 마셔요. 피부가 상할까 봐 고급술만 마시죠.”“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말을 마친 우다금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전화를 끊은 뒤 우소희를 쳐다보았다.“걱정하지 마. 그렇다고 많이 늦은 것도 아니잖아?”“우리 딸 같은 출중한 인재를 모셔가는 형 씨 가문 그룹이 이 정도도 못 참으면 어쩌겠다는 거야?”“네가 이 회사에 오지 않는다면 형 씨 가문 그룹은 석 달도 안 되어서 문을 닫을 거야!”“아마 무 팀장이 곧 내려와서 우릴 맞이할 거야.”우다금의 말에 프런트 데스크의 예쁜 직원과 잘생긴 경비원은 서로 눈을 마주 보며 어이없다는 눈빛을 주고받았
한바탕 휘몰아치고 맞이한 밤은 모두에게 평온함을 쉽사리 가져다주지 못했다.최희정은 가끔 이를 악물었다가 화가 나서 헐떡거렸다가 도저히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이튿날 아침 하현은 일찌감치 일어나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난 뒤 옷을 갈아입고 간민효와 풍수관 일을 상의하기 위해 나서려고 했다.그런데 그가 대문을 나서자마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하현이 전화를 받자마자 형나운의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사기꾼...”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또 맞고 싶어?”하현의 말속에 은근하게 퍼지는 매서운 기운을 감지한 형나운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시간 좀 있어요?”하현은 무심하게 내뱉었다.“시간 없어. 가게를 보러 가야 해. 바빠.”“당신이 원하는 가게, 나한테 없을 것 같아요?”형나운은 어이가 없다는 말투로 계속 말을 이었다.“당신이 원하는 걸 말해 봐요. 내가 삼백 개는 더 보여줄 수 있어요.”“아니야. 필요없어. 내가 찾을 수 있어.”하현은 단칼에 거절했다.“무슨 일로 전화했어? 할 말 없으면 끊어.”“아, 정말 이럴 거예요? 당신이 어제 나한테 부탁한 일 다 처리해 줬는데 이제 와서 입 싹 닦을 거예요?”형나운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하현은 이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그냥 넘어갈 여자가 아니지.하현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형나운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바로 말했다.“나의 주인님, 지금 하녀를 도와줄 시간이 좀 있을까요?”“오늘 아침에 일어나 무술을 연마하는 데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어요.”“지금은 머리도 아프지 않고 잠잠해졌지만 불안해서 이대로 있을 수가 없어요.”“이러다 어느 날 갑자기 숨이 멎고 식물인간으로 살게 되면 어떻게 해요?”“그래서 이렇게 부탁하는 거예요. 주인님, 오늘 잠시 와서 나 좀 봐주면 안 돼요? 주인님이라면 날 구해 줄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