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풍수사 일에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치켜세우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리고 하현이 이렇게 시큰둥한 또 다른 이유는 소서림이 자신을 칭찬한 데는 분명 다른 속셈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우쭐하게 한 다음 뒤통수를 칠 기회를 엿보는 것이다.“자네는 내륙에서 왔다고 들었는데 혹시 전설의 용호산쪽에서 온 건가?”“용호산에서는 외부인을 받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자네가 그 문하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모르겠군.”이것은 분명 소서림이 던진 미끼였다.대하에서는 하현 정도의 풍수 경지를 가르쳐 줄 수 있는 곳은 용호산밖에 없다.“제가 말씀드렸듯이 난 풍수사도 아니고 풍수도 잘 모릅니다.”하현은 희미하게 미소를 띠었다.그의 피가 사악한 기운, 살기, 음기 등을 없앨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그가 오랫동안 살육을 해 왔었기 때문이다.퇴역 후 살기가 가라앉았고 대신 핏속에 녹아들었기 때문에 그의 피가 이런 특효를 갖게 된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그가 그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왜냐하면 이것을 설명하자면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어야 하기 때문이었다.“그렇다면 하현 자네는 수련을 한 적이 없다는 말인가?”소서림이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웃으며 말했다.“드라마에서 봤는데 누군가 우연히 어떤 오래된 책을 통해서 독학으로 공부한 적이 있다더군.”“이런 천부적인 재능이나 기운은 정말 대단한 거야!”하현은 소서림이 이 주제를 계속 물고 늘어지는 것을 보고 약간 마뜩잖은 듯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맞아요. 난 독학으로 공부했어요. 어떤 책이었냐고 묻는다면 ‘주역', ‘추배도', ‘소병가'입니다.”하현은 생각나는 대로 몇 권 집어서 말했다.모두 대하 풍수의 정수라 할 만한 역사적 걸작이었다.하현이 말한 것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누구든지 이 몇 권의 책을 꿰뚫어 볼 수 있다면 풍수를 어느 정도 연구했다고 할 만했다.“그렇군. 독학으로 공부한 거로군...”하현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소서림은 옆에 서 있던 고운 얼굴의 여자에게 손짓을 했다.여자는 웃으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고 곧 양복 입은 사나이가 커다란 트렁크를 들고 들어왔다.“열어!”소서림이 손짓을 하자 몇 명의 양복 입은 사나이가 앞에 있는 트렁크를 열었다.순간 하현의 눈앞에 가지런히 줄 세워져 있는 돈뭉치들이 나타났다.트렁크 하나 가득 모두 항성 달러였다.또 한 트렁크에는 미국 달러가 가득 들어 있었고 또 다른 트렁크에는 유로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행과 열을 맞춰 숨죽인 듯 놓여 있는 돈뭉치들은 잉크 냄새를 풍기며 사람들의 가슴을 흥분시키고 숨 가쁘게 만들었다.심지어 트렁크를 열었던 양복 입은 남자들조차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그들이 평생 일한다고 해도 절대 만질 수 없는 거액이었기 때문이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돈뭉치에 떨어졌던 시선을 주워 올려 소서림에게 옮겼다.“풍수사님, 이게 무슨 뜻입니까?”소서림은 트렁크들을 하현 앞에 밀어 놓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이 안에 항성 달러가 들어 있어. 넷째 부인과 화 씨 집안사람들을 구해 줘서 고맙네!”“내가 구했어야 하는데 오늘 컨디션이 좀 안 좋아서 잘 안 풀리더군.”“자네가 아니었으면 화 씨 집안사람들 몇 명은 저세상으로 갔을 것이네. 나한테는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지.”“난 은혜를 갚는 사람이야!”“그러니 이 돈은 사양하지 말고 받아주게!!소서림은 말을 하면서 항성 달러를 하현 앞에 밀어붙였다.하현이 아까 화소혜가 주신 은행 카드를 받아드는 것을 보고 소서림은 하현이 분명 돈을 노리고 이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 것 같았다.하현은 웃으며 손을 뻗어 돈뭉치를 집어 들고 잠시 뒤적거리다가 느럭느럭 말했다.“풍수사님은 역시 항성 제일의 풍수사다우십니다. 이렇게 손이 크시다니!”“누구나 이렇게 많은 돈을 보면 설레고 흥분되겠죠.”“더 설레고 흥분되는 것이 있다네!”소서림은 두 번째 트렁크를 하현 앞에 밀어 놓으며
하현은 이 상황이 흥미로운 듯 눈을 반짝이며 소서림에게 물었다.“그럼 이 마지막 유로가 가득 든 트렁크는 무슨 의미입니까?”환율로 볼 때 이 트렁크가 가장 금액이 높았기 때문에 뭔가 요구 사항이 더 높을 것이다.“좋아 좋아. 아주 똑똑한 사람이야, 자네는!”소서림의 얼굴에 탄복하는 기색이 역력했다.하현의 총명함과 흐름을 간파하는 눈빛에 진정 감탄한 것이었다.그가 손을 흔들자 옆에 있던 양복 입은 남자는 유로 트렁크를 들어 올려 현금 다발이 눈앞에 선명하도록 밀어 놓았다.“자네 피 한 방울로 사악한 기운을 날려버리는 비술과 나와 같이 일하겠다는 약속...”“천만 유로. 내 비술을 팔고 난 평생 당신 밑에서 일해야 한다는 겁니까?”소서림의 말에 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하현은 돈에 눈이 먼 싸구려 장사꾼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소서림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그의 눈에 소서림에 대한 경멸의 빛으로 흘러넘쳤다.“풍수사님은 정말 주판 튕기는 데는 비상하군요.”“너무 잘 튕기는 바람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도 두렵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렇죠?”하현의 말에 옆에 있던 고운 여자의 얼굴이 찡그려졌다.감히 소서림 앞에서 저런 건방진 태도를 보이다니 스승님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이었다.“이번에 화 씨 집안으로 올 때 너무 성급하게 와서 못 가져온 게 많아.”소서림은 하현의 눈에서 예리하게 빛나는 촉을 발견하지 못한 듯 연신 돈뭉치를 밀어 놓으며 미소를 지었다.“내가 상황을 빨리 진정시키려고 급하게 와서 이 정도 성의밖에 못 가져온 것이네!”“하지만 오늘 자네를 만난 것은 하늘이 내게 주신 또 다른 기회인 것 같네!”“자네 피 한 방울로 사악한 기운을 다스릴 수 있다면 앞으로 나와 함께 더 높은 풍수의 경지를 익힐 수 있다네. 심지어 대하 풍수 일인자도 넘볼 수 있지.”“나중에 자네가 내 뒤를 이었으면 좋겠어!”“나를 포함한다고 해도 항성의 일인자는 자네 몫이 될 걸세!”
”결국 풍수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에 자신보다 더 강한 풍수사가 한 명도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당신의 지위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죠!”“그래서 당신은 지금 나를 끌어들인 다음 날 죽여야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겁니다. 결국 당신은 반드시 날 죽일 거예요, 그렇죠?”소서림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하현을 바라만 보았다.하현이 이렇게 깊고 멀리까지 볼 수 있을 줄은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그러나 소서림은 속마음을 감추고 얼른 얼굴을 추스른 후 미소를 머금었다.그리고 하현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하현, 자네 이렇게 악의적으로 추측하면 안 돼. 그건 나에 대한 모욕이야!”“그래, 내가 명성과 돈을 좋아하긴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네.”“적어도 돈푼깨나 얻자고 살인까지 저지를 무모한 사람은 아니야, 안 그런가?”“자네 아직 한창일 나이에 어떻게 그런 어두운 생각을 하는가?”소서림은 복정 백차를 한 모금 삼키며 교활한 여우 같은 얼굴로 말했다.“내가 정말 그렇게 음흉한 생각을 했다면 뭐하러 자네한테 이런 큰돈을 주겠나? 왜 자네를 만나자고 했겠어?”“하지만 아직 젊은 혈기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런 말을 했다면 그건 탓할 순 없네.”소서림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자신이 너그러운 배포의 소유자라는 것과 하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싶은 모양이었다.하현이 이렇게 추측한 것은 그에게 있어서는 매우 슬프고 참담한 일이었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소서림을 담담하게 쳐다보았다.“왜 날 당신의 문하로 두려고 하는 겁니까? 속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닙니까?”“내가 문하로 들어간다면 당신은 직접 살인을 할 필요가 없겠죠.”“당신은 돈으로 나를 속박하고 견제하고 심지어 파멸시킬 수 있는 겁니다!”“당신에게 있어 돈으로 내 입을 막는 것은 임시방편인 거죠.”“어느 날
”그래서요?”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사당으로 가서 화풍성 어르신을 살펴봐야겠습니다.”“사람을 구하기만 한다면 화풍성 어르신이 기꺼이 곳간을 열어 주실 테고 그것은 아마도 이것보다 천 배, 만 배는 더 많을 거라고 믿어요.”하현은 돈다발이 가득 든 트렁크들을 힐끔 쳐다보고는 그대로 돌아섰다.“에이!”하면의 모습을 보고 소서림은 언짢은 기색을 드러내며 시가를 물고 연기를 내뿜었다.“어린놈이, 내가 자기 체면을 세워주는 줄도 모르고 건방지게!”“결국 젊은 놈은 잘난 척만 할 줄 알았지 세상 물정을 모른다니까!”“저놈이 날 무시했어!”“흥! 반드시 혼쭐을 내주고 말 거야!”“사람 위에 사람 있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지!”순간 소서림의 얼굴에서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함은 온데간데없었다.표독한 발톱을 드러낸 사나운 맹수의 얼굴만이 그 자리를 채웠다.하현은 다시 뒤로 돌아서서 흥미로운 눈빛으로 소서림을 바라보았다.“풍수사님, 날 어떻게 해 보려는 겁니까?”“어떻게 해 보려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어떤 위치인지 똑똑히 가르쳐 주려는 거야.”소서림은 손짓을 하며 옆에 있던 여자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예니, 하현이 제대로 반성 좀 하게 해 줘.”“제대로 반성하고 피를 흘려 귀신을 쫓는 비술을 우리에게 전수하고 내 문하로 들어오게 만들어.”말을 마친 후 소서림은 하현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지으며 서재를 떠났다.하현이 한 발자국 떼려 하자 이예니가 손을 뻗어 하현을 저지했다.“하현, 멈춰.”“여길 떠나려면 풍수사님의 조건을 들어주어야 해.”하현은 어이가 없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당신이 날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이예니는 하현을 말을 듣고 피식 웃으며 손바닥 위에 노란색 부적을 보여 주었다.동시에 그녀는 다른 손으로 뒤에 있던 복숭아나무 검을 집어 들며 하현에게 말했다.“풍수와 관상술은 사람을 구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죽일
”퍽퍽!”이예니가 들고 있던 검이 하현의 몸에 박히기도 전에 하현의 발이 그녀의 몸에 닿았다.순간 여자는 바로 공중으로 몸이 날려 뒤에 있던 책장에 부딪혔고 한참 동안이나 일어나지 못했다.그녀의 손에 있던 복숭아나무 검도 두 동강이 났다.이예니는 고통에 괴로워하면서도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은지 연신 두 눈을 부릅뜨고 씩씩거렸다.하현은 쓰려진 사람들을 쳐다도 보지 않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문을 나섰다.그는 사람들 속을 헤치고 곧장 걸어가 풍수판을 손에 쥔 채 뒷짐을 지고 있는 소서림에게 다가갔다.소서림의 제자들이 막을 사이도 없이 하현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다.그들이 상황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하현이 소서림의 앞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뒤였다.풍수판을 든 소서림은 고개를 살짝 들고 하현을 힐끔 보았다.“풍수사님 죄송합니다.”하현은 소서림에게 다가온 소서림의 제자들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그리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말 인생 어디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분을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하현의 모습에 소서림은 적잖이 놀랐다.자신의 기술을 전수받은 이예니가 하현 하나 붙잡지 못하고 이렇게 방자하게 소란을 피우며 이렇게 빨리 그의 눈앞에 나타날 줄은 몰랐던 것이다.자신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하현을 보며 소서림은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지금 뭐하는 건가?”“별것 아닙니다.”하현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그냥 말해 주고 싶어서요. 내가 오기 전에 화풍성 어르신이 나한테 전화를 하셨어요.”“당신이 그를 죽이려고 한다면 난 기꺼이 어르신을 구해낼 것입니다.”“그때 당신이 살아서 이 도성을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소서림은 안색이 확 일그러지더니 화를 벌컥 내며 하현을 향해 욕을 퍼부었다.“무엄한 놈! 어디 감히 나한테 그런 모욕적인 말을 해! 자네 똑똑히 들어...”“퍽!”소서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현은 이미 소서림의 얼굴에 손바닥을 휘
하현의 얼굴에 짙은 한기가 드리워졌다.마치 천년의 세월 동안 사람의 흔적이 없었던 동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스산하고 오싹한 한기였다.원래 그리 크지 않던 마당에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그러나 다행히 모두 살아남았다.비록 살기를 띠고 총구를 겨누었지만 정확히 겨누지는 않은 모양이었다.그들은 사당에서 나오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모두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하고 멈춰 서 있었다.하현이 안의 상황을 보려고 발걸음을 떼자 멀지 않은 곳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하현...”하현은 구석으로 눈길을 돌렸다.화풍성이 구석진 곳에서 낭패한 얼굴로 기대어 있었다.그의 앞에는 총에 맞고 죽은 사람이 있었는데 보아하니 난사당한 것 같았다.하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화풍성은 입에 가득 품고 있던 피를 뱉어내며 입을 열었다.“내가 경솔했어. 그 소서림이란 놈이 문제를 해결해 줄 줄 알고 믿었더니.”“그놈이 술수를 부리다가 상황이 잘못되자 핑계를 대고 먼저 도망쳐 버렸어.”“그러다 보니 우리 같은 사람들은 나가지도 못하고 보다시피 이 꼴이 되었다네.”“귀신이 이렇게 만들었다고요?”하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들이마시는 공기에 약간 환각 성분이 느껴졌다.그제야 화풍성과 그 일행들이 왜 사당을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그뿐만 아니라 귀신들이 아주 사납고 흉악해서 우리 같은 사람들은 당해낼 수가 없었어. 귀신 때문에 서로 죽이려고도 했어.”화풍성은 말을 하면서도 아직 귀신에 대한 두려움이 가시지 않는 듯 몸을 떨었다.그 귀신의 힘은 그의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화풍성은 지금 눈앞에 하현을 보고도 그가 이 사태를 진정시키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했다.“하현, 자네가 날 데리고 이곳에서 도망갈 수만 있다면 오늘부터 난 당신 사람이 되겠네. 이 집도 모두 다 자네 것이네!”화풍성은 분명 하현이 그 귀신을 진압하지 못할 거라 믿는 것
도망쳐 나간 사람은 결국 하현과 맞붙었다.그러나 하현의 몸놀림은 매우 빨랐다.하현의 한 방에 놈은 땅바닥에 널브러져서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하현은 이에 멈추지 않고 발로 놈의 발을 짓밟았다.“빠직!”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악!”처절한 비명이 들려오면서 결국 놈은 정체를 드러내었다.검은 피부에 고약한 체취를 풍기는 남양 복장을 한 사람이었고 생김새는 꼭 원숭이 같은 형상이었다.“빌어먹을! 죽여!”“빌어먹을 놈! 감히 내 일을 방해해!”“어서 놔! 이거 놓으라고!”“안 그러면 내가 당신 가족들 다 죽여 버릴 거야!”이 남양인은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패악을 부리고 있었다.“빠지직!”상대가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않고 하현은 몸을 움직여 다른 한쪽 발도 밟아 버렸다.“으아!”또다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고 남양인은 가시덤불 속에 뒹구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이리저리 몸부림쳤다.하현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밟을 줄은 몰랐다.매서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던 남양인의 눈빛은 어느새 두려움으로 휩싸였다.땅 위에 널브러져 있는 남양인을 보고는 화풍성이 잠시 어리둥절해했다.“원대조?”화풍성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말을 듣고 하현이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어르신, 이 사람을 아십니까?”“남양파 사람이네. 남양파는 항성에서 주로 이름을 떨치는 사람들인데 왜 우리 화 씨 집에 있는 건가?”남양파는 남양인들이 항성에서 조직한 세력으로 홍성과도 비등비등한 관계에 있었다.게다가 남양인들은 행동이 사악하고 교활해서 홍성도 그들을 함부로 건드리지 않을 때가 많았다.그래서 남양파는 항성에서 악명이 높았다.대부분의 상류층 사람들도 그들을 만나면 기꺼이 돈을 내주고 몸을 사렸다.남양파에게 미운 털이 박히면 목숨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구역질이 나도록 끈질기게 괴롭힘을 당했다.하현은 잠시 원대조를 힐끔 보면서 입을 열었다.“내 추측이 맞다면 이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