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풍수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에 자신보다 더 강한 풍수사가 한 명도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당신의 지위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죠!”“그래서 당신은 지금 나를 끌어들인 다음 날 죽여야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겁니다. 결국 당신은 반드시 날 죽일 거예요, 그렇죠?”소서림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하현을 바라만 보았다.하현이 이렇게 깊고 멀리까지 볼 수 있을 줄은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그러나 소서림은 속마음을 감추고 얼른 얼굴을 추스른 후 미소를 머금었다.그리고 하현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하현, 자네 이렇게 악의적으로 추측하면 안 돼. 그건 나에 대한 모욕이야!”“그래, 내가 명성과 돈을 좋아하긴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네.”“적어도 돈푼깨나 얻자고 살인까지 저지를 무모한 사람은 아니야, 안 그런가?”“자네 아직 한창일 나이에 어떻게 그런 어두운 생각을 하는가?”소서림은 복정 백차를 한 모금 삼키며 교활한 여우 같은 얼굴로 말했다.“내가 정말 그렇게 음흉한 생각을 했다면 뭐하러 자네한테 이런 큰돈을 주겠나? 왜 자네를 만나자고 했겠어?”“하지만 아직 젊은 혈기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런 말을 했다면 그건 탓할 순 없네.”소서림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자신이 너그러운 배포의 소유자라는 것과 하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싶은 모양이었다.하현이 이렇게 추측한 것은 그에게 있어서는 매우 슬프고 참담한 일이었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소서림을 담담하게 쳐다보았다.“왜 날 당신의 문하로 두려고 하는 겁니까? 속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닙니까?”“내가 문하로 들어간다면 당신은 직접 살인을 할 필요가 없겠죠.”“당신은 돈으로 나를 속박하고 견제하고 심지어 파멸시킬 수 있는 겁니다!”“당신에게 있어 돈으로 내 입을 막는 것은 임시방편인 거죠.”“어느 날
”그래서요?”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사당으로 가서 화풍성 어르신을 살펴봐야겠습니다.”“사람을 구하기만 한다면 화풍성 어르신이 기꺼이 곳간을 열어 주실 테고 그것은 아마도 이것보다 천 배, 만 배는 더 많을 거라고 믿어요.”하현은 돈다발이 가득 든 트렁크들을 힐끔 쳐다보고는 그대로 돌아섰다.“에이!”하면의 모습을 보고 소서림은 언짢은 기색을 드러내며 시가를 물고 연기를 내뿜었다.“어린놈이, 내가 자기 체면을 세워주는 줄도 모르고 건방지게!”“결국 젊은 놈은 잘난 척만 할 줄 알았지 세상 물정을 모른다니까!”“저놈이 날 무시했어!”“흥! 반드시 혼쭐을 내주고 말 거야!”“사람 위에 사람 있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지!”순간 소서림의 얼굴에서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함은 온데간데없었다.표독한 발톱을 드러낸 사나운 맹수의 얼굴만이 그 자리를 채웠다.하현은 다시 뒤로 돌아서서 흥미로운 눈빛으로 소서림을 바라보았다.“풍수사님, 날 어떻게 해 보려는 겁니까?”“어떻게 해 보려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어떤 위치인지 똑똑히 가르쳐 주려는 거야.”소서림은 손짓을 하며 옆에 있던 여자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예니, 하현이 제대로 반성 좀 하게 해 줘.”“제대로 반성하고 피를 흘려 귀신을 쫓는 비술을 우리에게 전수하고 내 문하로 들어오게 만들어.”말을 마친 후 소서림은 하현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지으며 서재를 떠났다.하현이 한 발자국 떼려 하자 이예니가 손을 뻗어 하현을 저지했다.“하현, 멈춰.”“여길 떠나려면 풍수사님의 조건을 들어주어야 해.”하현은 어이가 없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당신이 날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이예니는 하현을 말을 듣고 피식 웃으며 손바닥 위에 노란색 부적을 보여 주었다.동시에 그녀는 다른 손으로 뒤에 있던 복숭아나무 검을 집어 들며 하현에게 말했다.“풍수와 관상술은 사람을 구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죽일
”퍽퍽!”이예니가 들고 있던 검이 하현의 몸에 박히기도 전에 하현의 발이 그녀의 몸에 닿았다.순간 여자는 바로 공중으로 몸이 날려 뒤에 있던 책장에 부딪혔고 한참 동안이나 일어나지 못했다.그녀의 손에 있던 복숭아나무 검도 두 동강이 났다.이예니는 고통에 괴로워하면서도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은지 연신 두 눈을 부릅뜨고 씩씩거렸다.하현은 쓰려진 사람들을 쳐다도 보지 않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문을 나섰다.그는 사람들 속을 헤치고 곧장 걸어가 풍수판을 손에 쥔 채 뒷짐을 지고 있는 소서림에게 다가갔다.소서림의 제자들이 막을 사이도 없이 하현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다.그들이 상황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하현이 소서림의 앞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뒤였다.풍수판을 든 소서림은 고개를 살짝 들고 하현을 힐끔 보았다.“풍수사님 죄송합니다.”하현은 소서림에게 다가온 소서림의 제자들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그리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말 인생 어디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분을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하현의 모습에 소서림은 적잖이 놀랐다.자신의 기술을 전수받은 이예니가 하현 하나 붙잡지 못하고 이렇게 방자하게 소란을 피우며 이렇게 빨리 그의 눈앞에 나타날 줄은 몰랐던 것이다.자신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하현을 보며 소서림은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지금 뭐하는 건가?”“별것 아닙니다.”하현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그냥 말해 주고 싶어서요. 내가 오기 전에 화풍성 어르신이 나한테 전화를 하셨어요.”“당신이 그를 죽이려고 한다면 난 기꺼이 어르신을 구해낼 것입니다.”“그때 당신이 살아서 이 도성을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소서림은 안색이 확 일그러지더니 화를 벌컥 내며 하현을 향해 욕을 퍼부었다.“무엄한 놈! 어디 감히 나한테 그런 모욕적인 말을 해! 자네 똑똑히 들어...”“퍽!”소서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현은 이미 소서림의 얼굴에 손바닥을 휘
하현의 얼굴에 짙은 한기가 드리워졌다.마치 천년의 세월 동안 사람의 흔적이 없었던 동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스산하고 오싹한 한기였다.원래 그리 크지 않던 마당에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그러나 다행히 모두 살아남았다.비록 살기를 띠고 총구를 겨누었지만 정확히 겨누지는 않은 모양이었다.그들은 사당에서 나오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모두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하고 멈춰 서 있었다.하현이 안의 상황을 보려고 발걸음을 떼자 멀지 않은 곳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하현...”하현은 구석으로 눈길을 돌렸다.화풍성이 구석진 곳에서 낭패한 얼굴로 기대어 있었다.그의 앞에는 총에 맞고 죽은 사람이 있었는데 보아하니 난사당한 것 같았다.하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화풍성은 입에 가득 품고 있던 피를 뱉어내며 입을 열었다.“내가 경솔했어. 그 소서림이란 놈이 문제를 해결해 줄 줄 알고 믿었더니.”“그놈이 술수를 부리다가 상황이 잘못되자 핑계를 대고 먼저 도망쳐 버렸어.”“그러다 보니 우리 같은 사람들은 나가지도 못하고 보다시피 이 꼴이 되었다네.”“귀신이 이렇게 만들었다고요?”하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들이마시는 공기에 약간 환각 성분이 느껴졌다.그제야 화풍성과 그 일행들이 왜 사당을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그뿐만 아니라 귀신들이 아주 사납고 흉악해서 우리 같은 사람들은 당해낼 수가 없었어. 귀신 때문에 서로 죽이려고도 했어.”화풍성은 말을 하면서도 아직 귀신에 대한 두려움이 가시지 않는 듯 몸을 떨었다.그 귀신의 힘은 그의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화풍성은 지금 눈앞에 하현을 보고도 그가 이 사태를 진정시키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했다.“하현, 자네가 날 데리고 이곳에서 도망갈 수만 있다면 오늘부터 난 당신 사람이 되겠네. 이 집도 모두 다 자네 것이네!”화풍성은 분명 하현이 그 귀신을 진압하지 못할 거라 믿는 것
도망쳐 나간 사람은 결국 하현과 맞붙었다.그러나 하현의 몸놀림은 매우 빨랐다.하현의 한 방에 놈은 땅바닥에 널브러져서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하현은 이에 멈추지 않고 발로 놈의 발을 짓밟았다.“빠직!”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악!”처절한 비명이 들려오면서 결국 놈은 정체를 드러내었다.검은 피부에 고약한 체취를 풍기는 남양 복장을 한 사람이었고 생김새는 꼭 원숭이 같은 형상이었다.“빌어먹을! 죽여!”“빌어먹을 놈! 감히 내 일을 방해해!”“어서 놔! 이거 놓으라고!”“안 그러면 내가 당신 가족들 다 죽여 버릴 거야!”이 남양인은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패악을 부리고 있었다.“빠지직!”상대가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않고 하현은 몸을 움직여 다른 한쪽 발도 밟아 버렸다.“으아!”또다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고 남양인은 가시덤불 속에 뒹구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이리저리 몸부림쳤다.하현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밟을 줄은 몰랐다.매서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던 남양인의 눈빛은 어느새 두려움으로 휩싸였다.땅 위에 널브러져 있는 남양인을 보고는 화풍성이 잠시 어리둥절해했다.“원대조?”화풍성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말을 듣고 하현이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어르신, 이 사람을 아십니까?”“남양파 사람이네. 남양파는 항성에서 주로 이름을 떨치는 사람들인데 왜 우리 화 씨 집에 있는 건가?”남양파는 남양인들이 항성에서 조직한 세력으로 홍성과도 비등비등한 관계에 있었다.게다가 남양인들은 행동이 사악하고 교활해서 홍성도 그들을 함부로 건드리지 않을 때가 많았다.그래서 남양파는 항성에서 악명이 높았다.대부분의 상류층 사람들도 그들을 만나면 기꺼이 돈을 내주고 몸을 사렸다.남양파에게 미운 털이 박히면 목숨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구역질이 나도록 끈질기게 괴롭힘을 당했다.하현은 잠시 원대조를 힐끔 보면서 입을 열었다.“내 추측이 맞다면 이 사람이야
복잡한 심경이 가득한 하현의 눈빛이 화풍성을 향했다.독한 사람!속을 알 수 없는 이 늙은 여우가 독살스러워졌을 때 보이는 행동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하지만 하현은 이 총성이 늙은 여우의 독살스러움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적을 향한 화풍성의 도전장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원대조를 죽인 것은 아무렇지도 않았다.가장 중요한 것은 화풍성의 이런 면모가 하현을 매우 흡족하게 했다는 것이다.“잘 하셨습니다!”하현은 손을 들어 화풍성의 어깨를 살며시 건드렸다.“어르신이 이렇게 성의를 보이시니 저도 성의를 보여야죠.”“날이 밝기 전에 사람을 보내 사당을 모두 불태운 뒤 굴착기 한 대로 있으면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화풍성은 잠시 머뭇거렸다.아무래도 후환이 두려운 것이었다.그러나 만약 자신이 방금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았거나 남양파가 두려워 하현을 팔았더라면 나중에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 모를 일이었다.화풍성은 마른침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모든 것은 자네 뜻에 따르겠네.”그는 하현의 말에 전적으로 따르기로 했다.화풍성은 우선 하인들을 불러 사당을 불지르게 했다.그리고 날이 밝아오자 굴착기 한 대가 도착했다.하현은 불에 탄 사당 앞에 서서 잠시 눈을 가늘게 뜬 뒤 천장 아래를 손을 가리켰다.“여길 파헤쳐요.”비록 이곳은 화 씨 집안에서 가장 중요하고 명당인 곳이어서 화풍성은 가슴이 안타까웠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손을 흔들며 인부들에게 굴착기 작업을 시작하라고 손짓했다.바닥에 깔린 벽돌이 파헤쳐지자 조그마한 입구가 나왔다.그 입구는 점점 더 커지고 깊어져 얼마 지나지 않아 너비가 35미터나 되었다.한 시간쯤 지났을까.갑자기 누군가가 소리쳤다.“뭔가가 있습니다!”동그란 지하 공간에서 사람과 동물의 썩은 시신들이 나왔고 중앙에는 묻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관이 놓여져 있었다.딱 보아도 묻은 지 며칠 되지 않은 것 같았다.옅은 음기가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보고 있던
화 씨 집안의 일을 해결하고 나자 하현은 그곳에 더 이상 머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소서림과 사송란 등도 더 이상 그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화풍성의 행동 스타일로 보아 분명 그들은 응당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하현은 소서림과 사송란 등이 아마도 하구천의 사주를 받고 이런 일을 벌였을 것이라고 짐작했다.이 사람들이 살아 있든 화풍성의 손에 죽든 하구천은 도성 화 씨 집안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될 운명이었다.하현은 그들을 제거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오히려 그 가시가 더 깊이 자신을 찌르도록 할 생각이었다....화 씨 집안을 나오니 벌써 정오가 가까워져 있었다.최영하는 오랫동안 하현이 오지 않자 직접 빨간 페라리를 몰고 화 씨 집안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음기가 사라진 화 씨 집안은 편안하고 밝아 보였다.이제야 진정으로 대저택으로서의 면모를 되찾은 것 같았다.눈앞에 있는 화 씨 집안을 바라보던 최영하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하현, 정말 대단해.”“내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이번 일의 주모자는 사송란이고 집행자는 소서림이래!”“그들의 목적은 간단해. 화풍성을 죽이고 도성 화 씨 집안을 완전히 장악하는 거였어.”“어쨌든 화 씨 집안의 수중에는 현재 세 개의 카지노가 있고 도성의 거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으니까. 만약 사송란이 하구천에게 화 씨 집안을 넘겨준다면 하구천은 더 이상 자금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역시 하구천 짓인가?”하현은 차에 올라타며 입을 열었다.“사송란이 하구천을 위해서 이런 짓을 했다고? 증거 있어?”“사송란은 오매 도교 사원 사람이잖아? 그런데 왜 하구천을 위해 목숨을 바치려는 거지?”최영하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빙그레 웃었다.예전에 보였던 냉랭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활짝 핀 오월의 장미 같은 매력적인 미소였다.“사송란도 여자야. 게다가 오매 도교 사원에서 수행하던 여자라구.”“수행한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하구천 같은 걸출한 인물을 만났으니
”오매 도교 사원 성녀, 사비선...”하현은 그녀의 이름을 되뇌었다.이름과 작호만으로도 이미 범상치 않은 여자임을 설명하기에 충분했다.“자, 하현. 다른 사람 얘기는 그만하고 우리 둘 얘기나 해.”최영하가 갑자기 화제를 바꾸며 활짝 웃었다.“우리 둘?”하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최영하의 말이 대체 무슨 뜻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최영하의 요염한 얼굴에 수줍은 미소가 떠올랐고 그녀는 액셀을 강하게 밟으며 입을 열었다.“어젯밤 당신이 떠난 후 어떻게 하면 당신이라는 전차에 우리 최 씨 집안이 올라탈 수 있을지 계속 생각했어.”“어떻게 하면 당신이 우리 집안에 완전히 안심하고 마음을 열까, 우리 집안은 어떻게 해야 당신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 수 있을까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지. 그래서 고민 끝에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어.”하현은 생수를 한 모금 꿀꺽 들이켜며 말했다.“무슨 좋은 방법인데? 말해 봐.”“내가 이래저래 많이 생각해 봤어. 세상에서 가장 불안전한 동맹은 이익이 걸려 있는 동맹이야.”“그런 동맹은 이익으로 맺어지고 결국 그 이익 때문에 깨지거든.”“마찬가지로 무력으로 맺은 동맹도 온당치 않아.”“우리 최 씨 집안이 지금 모든 것을 바쳐 당신한테 충성을 맹세하더라도 언젠가는 당신이 우리를 더 이상 믿지 않을 날이 올 수도 있잖아!”“또한 우리 최 씨 집안도 당신보다 더 강력한 대상이 나타나면 거기에 굴복할 수도 있고 말이야.”최영하는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하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도 이내 끄덕이며 최영하의 말에 일리가 있음을 시인했다.최영하는 액셀을 밟으며 달렸고 차는 송산 빌리지를 벗어나 서해안 쪽으로 방향을 틀어 해안 도로를 시원하게 달렸다.최영하는 차창을 내리며 바람을 쏘였고 잠시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입을 열었다.“그래서 밤새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하현, 당신 날 받아주면 안 돼? 날 비밀의 여자로 받아줘!”하현은 어안이 벙벙해서 벌린 입을 다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