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그는 하현이 유지애의 사격술로 그의 정체를 알아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섬나라 사람과 친분이 두텁든 아니면 중국 사람과 불명확한 관계를 가지고 있든 상관없다. 이것은 정용에게 있어서는 모두 오점이다. 대하 10대 가문은 대하 최고 고위층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이 계층 사람들은 거리낌없이 행동할 때가 많다. 하지만 어떤 일들은 할 수는 있지만 말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예를 들어 해외 세력과 결탁하는 것이 그런 것들이다. 일단 이런 일이 알려지면 대하 고위층에서는 정용을 수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용위 사람들이 순식간에 찾아올 것이다. 대구 정가 자체도 이런 추문이 폭로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하현은 유지애를 외면한 채 자유를 되찾은 정용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정 세자, 내가 왜 너를 놔줬는지 알아?”“너를 인질로 잡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야.”“너 같은 사람들은 내 눈에 길가의 고양이와 개와 별반 다를 바가 없어.”“그래서 지금 이런 상황에는 희망을 걸지 않는게 좋을 거 같아.”“무릎 꿇고 네가 한 일을 확실하게 말 해. 혹시 내가 너를 놔줄 지도 모르잖아?”하현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는 호의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릎을 꿇어?”“확실하게 말을 해?”“나를 놔줄 지도 모른다고?”“하씨, 여기는 대구지 남원이 아니야. 여기서는 네가 행패를 부릴 군번이 아니야!”다시 자유를 얻은 정용은 이때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재빨리 명령을 내렸다. “그를 죽여!”십여 명의 양복 입은 사나이들이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하나같이 손에 화기를 들고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쾅______”동시에 유지애는 저격용 화기로 교체를 한 뒤 손바닥만한 탄약을 넣고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직접 발포했다. “펑!”큰 소리가 나더니 하현은 한쪽으로 서서 양복 입은 사나이 곁으로 다가가 그의 손에 든 짧은 화기를 깔끔하게 빼앗고는 그
‘퍽______”하현은 양복 차림의 사나이들의 손바닥을 뒤로 젖히고 마음껏 날려버렸다. “퍽퍽퍽______”일련의 소리와 함께 이 양복 차림의 사나이들은 지푸라기처럼 전부 날아갔다. 땅에 떨어졌을 때 어떤 사람은 운이 좋지 않아 머리가 360도로 일그러졌고, 어떤 사람은 운이 좋아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을 뿐이었다. 수십 명의 사나이들은 하현의 반 발자국도 막을 수 없었다. 정용이 보기에 강력하게 우위에 있던 이들도 하현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 일을 처리하기 위해 왕씨 가족들은 벌써 다 떠났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구원병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지금 정용은 하늘에게 소리쳐도 응답이 없고 땅에게 부르짖어도 소용없는 비참한 상태였다. 유지애는 이때 아픔을 참으며 정용에게로 달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자님, 빨리 가세요. 제가 뒤를 끊겠습니다!”정용은 침울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고 눈꺼풀이 끊임없이 뛰었다. 그는 하현을 높이 평가하고 있긴 했지만 그가 정말 전신급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런 급의 고수는 해외에서는 거의 무적의 존재다. 그가 병부 전신을 불러들이지 않는 한 절대 막을 수 없었다. “그를 막아!”정용이 어두운 얼굴로 명령을 내리자 홀 밖에 흩어져 있던 십여 명의 고수들이 몰려 들었다. 이 십여 명의 고수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지만 하현은 여전히 담담한 기색으로 뺨을 때렸다. 잠시 후 십여 명의 고수들은 모두 날아갔다. 하현의 몸에는 여전히 아무런 손상이 없었다. “하현!”유지애는 뒤에서부터 돌진해 왔고 그녀가 가까이 오기도 전에 하현은 돌아서서 발로 걷어찼다. “퍽______”유지애는 날아가 태사 의자에 부딪혔고 한참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정용은 마당에 있던 도요타에 올라탔다. 안타깝게도 그가 아직 차에 시동을 걸지 못하고 있을 때 하현은 벌써 발로 걷어차 미처 닫지 못한 차 문을 한쪽으로 날려
정용이 총을 겨누는 모습을 보고 하현은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너 정 세자가 용감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믿어. 나도 너를 고문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네 마음이 달갑지 않다는 걸 더 잘 알고 있어.”이 말을 듣고 정용은 눈꺼풀이 뛰더니 안색이 안 좋아졌다. 하현의 말처럼 그의 마음은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대구 여섯 세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아직 너무 많은 에너지와 너무 많은 비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만약 하현과 정면으로 부딪힌다면 그는 그가 안배한 바에 따라 누가 이길지 잘 예측할 수 있었다.하지만 오늘, 그는 왕주아를 겨냥해서 온 거라 사람들을 많이 데리고 오지 않았다. 게다가 그의 많은 인력은 현재 용문 대구 지회 쪽에 배치되어 있었다. 오늘 그가 해야 할 일은 원래 최선을 다해 왕화천이 지회장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이 그의 주변 방어를 빈약하게 만들었고, 거기에 하현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김애선 조차 그를 제압하지 못하자 정용을 일시적으로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런 우연들이 겹쳐 하현에게 지자 이때 정용의 마음은 원망으로 가득 찼다. “네가 단념하지 못하는 거 같으니 그럼 내가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를 줄게.”하현은 손을 뻗어 정용이 들고 있던 리볼버를 빼앗은 후 그의 면전에서 다섯 개를 꺼내고 마지막 한 개만 남겨둔 후 손가락으로 살짝 돌린 다음 안전장치를 걸었다. 정용은 이 모습을 지켜보며 어두운 기색이었다. “하현, 너 뭐 하려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너 같은 사람을 나는 너무 많이 봤어.”“졌어도 너는 단념하지 않아.”“너는 네가 나한테 진 걸 우연이라고 생각할 거야.”“만약 네가 미리 준비를 했더라면 지금 죽어야 할 사람은 바로 나였을 거야.”“그래서 네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맞춰 너에게 공평하고 공정한 기회를 주기로 한 거야.”“너랑 같이 간단한 죽음의 룰렛 게임을
“정 세자, 네가 운이 좋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하현은 리볼버를 받아 들고 가볍게 웃으며 자신의 관자놀이에 한 방을 쏘았다. 빈 총이었다. 그러나 정용의 안색은 순식간에 다시 변했다. 하현은 리볼버에 숨을 몰아 쉬며 싱긋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나도 운이 나쁘지 않네.”하현이 리볼버를 정용에게 건네는 순간, 이번에는 정용의 동공이 움츠러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다시 리볼버를 집어 들었고 손은 가늘게 떨렸다. 당시 리볼버를 발명한 사람은 누군가가 이런 끔찍한 게임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런 게임은 한 사람의 자신감, 기질, 성격을 테스트하는 엄청난 시험이다. 두려움이 없는 사람만이 아무렇게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 적어도 정용이 볼 때 이 점은 이미 자신이 하현 보다 못한 것 같았다. 하현은 방아쇠를 두 번 당길 수 있었지만 정용은 할 수 없었다. 그는 이런 카리스마가 훨씬 부족했다. 이것이 하현과 그 사이의 가장 큰 차이일 것이다. 정용은 자신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여유롭다고 생각했지만 마지막으로 저승문 앞에 이르렀을 때 모든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정용은 리볼버를 쥐고 있었는데 그 순간 오른손은 계속 떨렸고 멈출 수가 없었다. 여러 번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지만 마지막 순간엔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현은 농담조로 말했다. “정 세자, 무서우면 지금 나한테 무릎 꿇고 매달려 봐. 너를 풀어 줄지 생각해 볼 수도 있으니.”“탈칵!”하현의 말에 정용은 마음속에 얼마 남지 않았던 분노에 불을 붙이더니 맹렬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소리와 함께 정용의 이마에서 땀이 눈에 보이는 속도로 떨어졌다. 살았다! 그는 결국 2라운드를 버텼다. 이때 정용은 미친 듯이 기뻐했다. 이런 게임에서 자신이 2라운드까지 버텼으니 얼마나 운이 좋은 가?그는 자신이 타고난 운명의 아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아직 흥분하고 있을 때 하현은 벌써 마구잡이
“탈칵!”마지막 한 발이 울렸지만 여전히 빈 총이었다. 하현은 멀쩡했지만 정용의 오른손은 심하게 떨렸고 얼굴 근육은 계속 경련이 일고 있었다. “너!”“너 나를 가지고 놀아!”“개자식!”“나를 가지고 놀다니!”이때 정용은 펄쩍펄쩍 뛰었고 그는 순간적으로 화기에 총알이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모든 것은 하현이 자신의 무능함과 두려움을 적나라하게 보게 하려고 만든 게임이었다. 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오른손을 내밀더니 정용의 목을 천천히 조르며 희미한 미소를 드러냈다. “정 세자, 안타깝네.”“네가 네 자신에게 마지막 방아쇠를 당기든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든 나는 너를 죽이지 않았을 거야.”“근데 너는 나를 너무 실망시켰어.”“너도 나에게 확실히 알려 줬네. 너 같은 사람은 게임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걸 말이야.” “내가 오늘은 널 죽이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내일은 피비린내 나는 복수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그러니 정 세자, 가봐.”“오늘부터 세상에 대구에는 다섯 세자밖에 없어.”“털컥______”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현은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정용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떠올랐다. 정용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더니 운전대에 머리를 부딪혔다. “뚜_______”거대한 소리가 마치 그의 장례식처럼 울려 퍼졌다. 하현은 조수석에서 정용의 핸드폰을 살펴보더니 잠시 후 조용히 돌아서서 전화를 걸었다. “사람을 보내서 왕씨 집안 청소시켜.” “그리고 나 데리러 차 한대 보내.”……정용의 일을 해결하고 하현은 향산 별장으로 돌아가 약속대로 왕주아와 식사를 했다. 다 먹은 후 하현은 누워서 휴식을 취했다. 오늘 아침 일은 순조롭긴 했지만 어쨌든 많은 힘을 소모했다. 그는 푹 쉬어야 했다. 오늘 밤 사분오열된 용문 대구 지회를 단번에 해결할 것이다. 요 며칠 동안 하현이 용문의 일에 손을 대지 않은 이유가 있다. 정용과 섬나라 사
대문 안은 텅 빈 공간이었고 한 가운데에는 거대한 링이 놓여 있었다. 사방은 좌석으로 빙 둘러져 있어 마치 작은 체육관처럼 보였다. 양측 각각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천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한 데다 양측은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마치 불붙기 직전의 화약통 같았다. 그리고 링 한 가운데에는 핏자국이 많이 남아 있었다. 양측은 분명 이미 여러 차례 싸웠을 것이다. 링 위에는 지금 두 사람이 맞붙고 있었다. 한 쪽은 당도를, 한쪽은 장검을 사용했는데 두 사람이 맞붙을 때 칼이 계속 부딪혔고 불꽃이 반짝였다.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더니 링 위에서 싸우는 사람이 변백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소 건들건들하던 강남 길바닥 왕이 지금 담배를 물고 칼을 빼 들고 있었다. 그의 칼 솜씨는 당도대의 진수만큼 깊었다. 어떤 화려함도 없이 단지 한없이 빠를 뿐이었다. 반대편도 고수였다. 변백범 앞에서 계속 물러서지 않았다. 이렇게 서로 죽이는 싸움은 장내의 눈길을 끌었다. 링 양쪽에는 두 개의 높이 솟은 단이 있었다. 한 단상에는 진주희와 조남헌 두 사람이 앉아있었다. 하지만 지금 진주희는 머리에 붕대를 하고 있었다. 보기에 조금 낭패를 본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변백범이 손을 쓴 것 같았다. 반면 왕화천은 옆에서 담담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진주희는 약속대로 외상을 입어 직접 경기에 나설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지금 경기장에서 횡포를 부리는 변백범은 대단해 보였지만 왕화천이 보기에 그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왕화천이 눈 여겨 볼만한 사람은 진주희 한 명뿐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그럴 자격이 없었다. 그곳에 있던 여 제자들은 옆에서 하나같이 변백범을 보며 곧 홀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하현은 몇 번 살펴보더니 기본적으로 변백범이 상대방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왕화천의 제1전신 성준영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가 나타난
이 생각에 미치자 하현은 자신의 사람들이 왕가 저택을 깨끗하게 처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쯤 정용이 죽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김애선도 이쪽을 눈여겨보더니 그녀는 긴 다리를 흔들며 웃을 듯 말 듯 쳐다보며 말했다. “이거 하 도령 아니야?”“오늘 아침에 네가 우리 왕가 저택에 가서 소란을 피우다가 정 세자에게 남겨졌다는 말을 들었는데 네가 아직도 살아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 정말 경사스러운 일이야.” 다만 이 말을 뱉을 때 김애선은 오히려 하현의 얼굴을 주의 깊게 살피며 무언인가를 파악하려는 듯 했다. 그녀는 하현과 여러 차례 싸운 후 하현이 상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오늘 정용의 생각대로라면 그를 해결했어야 했다. 이때 하현이 온전한 손 발로 이 자리에 나타났다는 것은 사실 이미 문제가 많다는 것을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하현은 옆에서 흥미롭게 이 여인을 쳐다보았다. 오늘 아침 자신이 황급히 떠나서 그녀를 손 봐줄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이 여인이 이렇게 빨리 회복 돼서 다시 이렇게 나타나 바람을 일으킬 줄은 몰랐다. 하현이 핸드폰을 가리키자 순간 김애선은 안색이 급격하게 변하더니 더 이상 허튼 소리를 하지 않았다.김애선의 경계하는 태도와 왕주아의 궁금해 하는 시선을 마주하면서도 하현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흥미롭게 무대 위를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변백범 쪽에서 상대를 몇 명이나 이겼어?”“네 명.”왕주아는 이 말을 듣고 정신을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아버지 쪽에서 연거푸 네 명의 용문 자제들을 내보냈는데 다 변백범의 상대가 되지 않았어.”“그런데 진주희가 왜 다쳤는지는 모르겠어. 오늘 손을 쓸 수 없을 거 같아.”“조남헌도 폐물이야.”“그들 쪽에서 언제 변백범이 나타났는지 모르겠지만 이 정세로 봤을 때 우리 아버지가 용문을 이용해서 변백범을 괴롭혀 죽게 할 거 같아.”“아마 오늘 밤……”여기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김애선과 그녀 주변의 여자 친구들을 훑어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너희들 헛소리는 다 끝난 거야?”“말 다 했으면 길 비켜줘.”왕주아는 하현이 지금 뭘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말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김애선이 하현에게 눈짓을 하며 속삭였다. “하 도령, 너 소란 피우지 마. 이런 자리는 네가 끼어들 수 있는 자리가 아니야.”“네가 내 비밀을 쥐고 있다고 해서 그게 또 뭐 어때서?”“이런 비밀로는 왕씨 어르신을 위협할 수 없어!”“그가 상석에 앉는 걸 막으려는 건 헛된 꿈이야!”김애선은 왕화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지회장 자리에 대해 그는 반드시 얻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오늘, 그는 반드시 그가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이다. 어떤 사람도 감히 그를 막거나 그의 일을 망칠 수 없을 것이다. 죽지 않고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왕화천이 있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아내를 죽이면서 까지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이런 잔인한 사람은 다른 것에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고, 지금 눈을 가늘게 뜨고 링이 있는 방향을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쳐다본 후에야 하현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가 그 자리에 앉을 수 없다고 내가 말했으니 그는 절대 앉지 못해.”“왜냐면 그 자리는 내 자리거든.”하현이 하는 말을 듣고 왕주아는 살짝 어리둥절해져 순간 반응을 하지 못했다. 김애선도 멍하니 있다가 잠시 후 비웃으며 말했다. “하 도령, 네가 능력이 좀 있다는 건 인정해.”“하지만 용문 지회장 자리는 네가 능력이 있다고 해서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야.”“네가 아무리 싸움을 잘한다고 해도 네가 용문주를 이길 수 있겠어?”“용문주도 못 이기면서 너 같은 외지인이 상석에 앉을 수 있겠어?”“순진하긴!”지금 김애선은 하현에게 완전히 실망했다. 전에 그녀는 하현이 신비롭기 그지없고 실력도 강하고 젊고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현은 형나운의 말을 듣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어르신의 상황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음기가 몸에 들어온 것뿐입니다.”“그 뿌리만 뽑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예요.”“음기가 몸에 들어왔다고?”형홍익은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난 매사 조심스럽게 행동했고 지금까지 음험한 곳에 간 적도 없어.”“게다가 내 집 마당도 모두 풍수지리사의 손을 거쳐서 특별히 설계된 거야. 애초에 지하 공사할 때도 음기가 배어들 만한 음험한 곳은 없었어! 그런데 어떻게 음기가 들어왔을 수가 있어?”“난 여기서 수십 년을 산 사람이야.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일은 없었어!”하현은 돌리지 않고 사실대로 솔직히 말했다.“이 음기가 이 댁에 들어온 것은 최근의 일이기 때문이죠!”“최근에 우리 집에 들어왔다고?”형나운은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아니, 하 씨! 우리 집안이 아무것도 모르는 천치인 줄 알아?”“음기라는 것은 보통 더럽고 음험한 곳에서 생겨나는 거야.”“우리 집처럼 깨끗한 저택에 어떻게 그런 몹쓸 기운이 들어올 수 있다는 거야?!”“게다가 그 음기가 최근에 들어온 거라고?”“왜? 그 음기의 근원이 할아버지라고 말하지 그래?”하현은 인내심을 갖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음기의 근원은 어르신이 아닙니다. 그게 언제쯤이라고 한다면, 말하기 좀 그렇지만...”형나운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할아버지의 상황이 지금 너무 안 좋아서 우리가 여기저기 도움을 청하러 다니는 입장이긴 하지만 우리가 바보는 아니야!”“할아버지의 몸속에 음기가 뿌리내렸다면 지금 우리 할아버지가 죽은 사람이라는 뜻이야?”형나운은 얼굴 가득 분노로 가득 차올랐다.그녀는 화가 치밀어 오른 데다 간민효에 대한 원망도 불쑥 치솟았다.이런 헛소리나 하는 사기꾼을 감히 형 씨 가문에 데려오다니!형 씨 가문이 아무리 은둔의 집안이라고 해도 무슨 개나 고양이나 다 데려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허무맹랑한 말로 사람을 치료해
형나운은 형홍익의 면전에서 그날 밤의 일을 한 번 더 언급하고는 하현을 쳐다보며 이를 갈았다.“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했다구요.”“그때 할아버지가 운이 좋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마 벌써 죽은 목숨이 되었을 거예요.”“당신 같은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떠벌리겠지!”“난 당신 같은 사람 상대 안 해!”말을 하는 형나운의 눈동자에는 경멸의 빛이 가득했다.하현은 이를 듣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날 밤 내가 벤츠 차량의 철골 골격을 들지 않았더라면 이 어르신은 차량 밑에 깔렸을 거야.”형나운은 하현의 말을 듣고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개자식! 감히 우리 할아버지 목숨을 두고 뭐라고 하는 거야?”“당신이 한 말, 여러 사람 앞에서 책임질 수 있어?”“당신이 그러지 않았더라면 우리 할아버지는 이틀 동안 입원할 일도 없었을 거라고!”형나운은 얼굴 가득 한기를 드러내며 하현을 쏘아보았다.그날 밤 자신의 할아버지가 하현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스치자 소름이 돋았다.“형나운, 하현은 무술을 익힌 사람이야. 그의 힘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세. 그가 손을 쓴 이상 분명 자신이 있었을 거야.”간민효가 눈살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섰다.“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가 손을 쓴 것은 호의로 한 것이지 돈 몇 푼 때문에 한 것이 아닐 거야. 하현은 인격적으로 그런 사람이 아니야. 내가 보장할 수 있어.”“게다가 그는 풍수지리에도 아주 높은 식견을 가지고 있어.”“신사 상인 연합회의 엄도훈이 하마터면 불운하게 죽을 뻔했는데 그를 구한 사람도 하현이고.”“바로 그 때문에 내가 오늘 이 자리에 하현을 데리고 온 거야.”“돈에 관해서는 말도 꺼내지 마! 하현이 필요하다면 내가 언제든지 그에게 백억이든 천억이든 줄 수 있어!”“비행기에서 날 구해 줬기 때문이야!”간민효가 하현을 옹호하고 나선 것은 하현의 인품을 인정해서이
그런데 간민효가 이 노인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그의 뒤에 서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뭔가 언짢은 듯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지금 이런 상태라면 아마도 이 노인은 머지 않아 죽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으니 너무 신경 쓰지 마.”노인은 자신이 별로 가망이 없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는 듯 옅은 미소를 보였다.“민효야. 나 때문에 슬퍼할 필요없어. 생사는 운명이고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어. 난 진작에 내 몸이 가망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어.”“참, 너 며칠 전에 비행기 안에서 피격당했다면서?”“그건 괜찮아?”“나한테 백 년 산삼이 몇 뿌리 있으니 가져가서 기운을 차리는데 써.”노인은 간민효에게 애정이 깊은 듯했다.간민효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삼촌,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괜찮아요.”말을 하면서 간민효는 하현을 가리키며 미소를 지었다.“삼촌, 소개할게요. 이분은 하현이에요. 바로 이 사람이 비행기 안에서 날 구해 줬어요.”“하현, 이분은 내 삼촌, 형홍익 어르신이야.”“형 씨 가문은 금정 은둔가 중 하나이며 조상 중에는 어느 황실을 모신 적도 있어.”“형 씨 가문은 조용하지만 금정의 정상급 왕 씨 가문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집안이야.”“오늘 내가 당신을 여기 데리고 온 건 당신이 이분의 증상을 좀 도와줄 수 있는지 어떤지 좀 봐줬으면 해서였어.”간민효는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자신의 뜻을 밝혔다.“하현, 당신이 비행기 안에서 우리 민효를 구했단 말이야?”형홍익은 하현을 향해 빙긋 웃으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고마워. 우리 민효의 친구라면 앞으로 우리 형 씨 가문의 친구가 되는 거야.”하현은 서둘러 손을 뻗어 형홍익의 손을 잡았다.“어르신, 그런 말씀 마십시오. 민효한테 소중한 사람은 저한테도 소중한 사람입니다.”잠시 후 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형혹익의 양미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하현의 눈에는 형홍익의
”붕!”15분 후 빨간 페라리 한 대가 설 씨 집안 앞에 멈추었다.차창이 천천히 내려갔고 간민효의 아름다운 얼굴이 고개를 내밀었다.세련된 선글라스를 낀 그녀의 얼굴은 고혹적이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발산하고 있었다.그녀는 하현의 얼굴을 보자마자 환한 미소를 보였다.“하현! 여기!”하현은 이전에 간민효의 얼굴을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지금 햇빛 아래서 빛나는 그녀의 매혹적인 자태에 흠칫 놀랐다.설은아가 절세미인이긴 했지만 간민효도 절대 설은아에게 밀리는 얼굴은 아니었다.둘 다 절세미인에 한 떨기 아리따운 꽃이었지만 각기 다른 빛깔과 향기를 지니고 있어서 누가 더 예쁘다고 감히 말할 수 없었다.정상적인 남자라면 절대 둘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할 수 없을 것이다.단지 딱 한마디 할 수 있을 것이다.둘 다!하현은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차 문을 열고 안으로 올라탔다.차 안은 그윽한 향기로 가득 차 있었고 힐끔힐끔 보이는 간민효의 긴 다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날 정도로 치명적인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설은아에게 인사 안 해도 될까?”간민효는 설은아와 친한 사이라도 되는 양 싱긋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하현은 인사는 무슨 인사냐는 듯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었다.설은아가 질투라도 하면 어쩌려는 것인지?!하현의 맑은 눈빛과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보고 간민효는 약간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지금까지 자신의 매혹적인 모습을 보고 뜨거운 눈빛을 보내지 않은 남자는 없었다.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잘 알고 있었다.금정은 말할 것도 없고 연경 사람들조차 자신의 외모에 군침을 흘리기 일쑤였다.하지만 하현이 이렇게 냉정하고 침착한 얼굴을 보이다니!정말 이 남자는 특별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그러나 이번이 그들의 두 번째 만남이었기 때문에 간민효도 별다른 말 없이 선글라스를 낀 채 액셀을 밟았다.30분 후 페라리는 고즈넉한 호숫가 주택지에 들어섰다.이곳은 넓은 부지를
이런 생각이 스치자 하현은 가만히 시선을 아래로 두며 더 이상 이 주제에 대해 파고들지 않기로 결정했다.그리고 싱긋 웃으며 돌아서서 설은아의 방에서 나갔다.하현의 행동을 보고 설은아는 내심 못마땅한 듯 조용히 콧방귀를 뀌었다.남자가 너무 마음이 약한 거 아닌가 하고 서운한 마음이 밀려왔던 것이다....이튿날 아침, 하현은 김 씨 가문의 일을 좀 더 조사해 보려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러나 나가기도 전에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하현은 핸드폰을 힐끔 보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하현,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하지 않으면 연락 안 할 셈이었어?”전화기 맞은편에서 간민효의 볼멘소리가 들려왔다.“간민효?”하현은 간민효가 이런 이른 시간에 자신에게 전화할 줄은 몰라 잠시 어리둥절해했다.“아직도 간민효야? 그냥 성 떼고 이름 불러!”간민효의 목소리에는 살짝 비트는 어조가 실려 있었다.“아, 민효.”하현는 간민효의 성화에 응하며 말했다.“아침 일찍부터 웬일이야? 무슨 일이라도 있어?”하현은 간민효 같은 사람이 아무 일 없이 아침 일찍 전화할 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아침 일찍 차라도 한잔하자고 전화할 리 만무했다.“사실 공항에서부터 당신한테 관심이 많았어.”“그래서 사람을 보내 당신을 좀 살펴보라고 했지.”간민효는 자신의 행동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어쨌든 누군가가 날 상대하려고 당신을 보낸 거라면 나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니까.”“미리 말하지 않은 점은 미안하게 생각해. 사과할게.”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이해해.”기내에서 C4 총기도 발견되었으니 간민효 입장에선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스럽고 찝찝한 일이었을 것이다.간민효가 사람을 보내 자신을 미행하고 조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래서 요 며칠 동안 당신이 한 일을 난 거의 다 알고 있어.”“그래서?”하현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시선을 올리며 물었다.“친한 어른이 한 분 계신데 한 달 전부터
설은아는 김나나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김나나, 난 네 오빠랑 일면식도 없고 얼굴도 몰라.”“그러니까 그만해.”김나나는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우리 오빠는 훌륭한 사람이야. 우리 김 씨 가문 어른인 김준영의 심복이기도 해!”“금정에서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우리 오빠와 결혼하고 싶어 안달인 줄 알아?”“난 네가 내 절친이니까 너한테 기회를 주려던 것뿐이야. 우리 오빠 같은 격조 높은 인물을 너한테 주는 거야!”“남들한텐 그런 기회조차 없었다고!”김나나는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설은아, 너 절대 지금의 행복에 젖어 살지 마!”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베개에 기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김나나, 이제 그만해. 나 내일 할 일 있어서 그만 자야겠어.”설은아는 김나나와 더 이상 이런 얘기로 왈가왈부하기 싫은 것이 분명했다.“그래, 잘 자.”화면 속 김나나는 빙긋 웃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하지만 설은아, 난 우리 오빠한테 큰소리쳤단 말이야!”“너와 전 남편이 3년 동안 함께 했지만 한 번도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고.”“그러니 너 절대 엉뚱한 짓 하지 마!”“그렇지 않으면 우리 오빠가 네 전 남편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라!”말을 마친 김나나는 ‘뚝’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설은아는 언짢은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를 지켜보던 하현이 입을 열었다.“김나나는 뭐 전생에 나라를 구했어? 왜 이렇게 거만한 거야?”설은아는 하현이 묻는 말을 듣고 잠시 침묵하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김 씨 가문의 출신인 김나나는 예전에 대구에 있을 때 몇 번 만난 적이 있어. 그때 그런대로 사이가 괜찮았어.”“하현, 나나가 좀 거침없는 성격이라 그런 말을 한 거야. 그러니 나나가 한 말, 마음에 두지 마.”“그리고 나나가 자기 오빠에 대해 한 말도 신경 쓰지 마. 난 전혀 본 적도 없는 사람이야!”말을 마친 설은아는 문득 자신이 왜 하현에게 이
하현은 그 여자를 알지 못해서 살짝 의아해하며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설은아는 금정에 온 이후로 아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다.어찌 보면 사업상 많은 성장을 했다고 볼 수 있다.“어머, 설은아. 지금 너 뒤에 있는 사람이 설마 그 소문으로만 듣던 네 남편은 아니겠지?”전화기 건너편에 있던 여자는 하현의 모습을 눈치채고는 갑자기 싫은 티를 팍팍 내었다.“그런 남자를 아직도 방에 들이는 거야?”설은아는 하현을 힐끗 쳐다보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김나나, 내가 말하지 않았어? 그와 재결합한다고.”“설은아! 너 정말 진심이야? 아니면 농담하는 거야?”화면 속 김나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 남자 정말 아니잖아! 그건 금정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야! 그렇게 어렵게 이혼했는데 왜 갑자기 또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겠다는 거야?”“무엇보다 너 내가 한 말 잊었어?”“널 우리 오빠한테 소개해 주려고 한다는 말 잊었냐고?!”“우리 오빠는 김 씨 가문 거물이야!”“너와 우리 오빠가 함께 한다면 완전히 강대강의 연합이라고!”말을 하는 김나나의 얼굴에는 꼭 두 사람을 연결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였다.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설은아가 금정 김 씨 가문 사람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게다가 이 여자는 설은아를 김 씨 가문 사람과 연결시켜주려고 했다.자신에게 짓밟힌 김탁우를 떠올리자 하현은 이 모든 것이 우연하게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하지만 잠시 후 설은아가 하는 말을 듣고 하현의 미간이 다시 한번 살짝 일그러졌다.“내 기억이 맞다면 네 오빠가 김탁우 맞지?”“어? 내가 듣기로는 그가 항성에서 누군가와 이미 약혼했다던데.”“어떤 것들이 그딴 쓸데없는 말을 퍼뜨리는 거야?”김나나는 하현을 향해 시위라도 벌이는 양 소리를 높였다.“설은아, 너 소식이 좀 늦구나!”“우리 오빠가 항성에 있을 때 남영 여자가 우리 오빠한테 첫눈에 반한 건 사실이야.”“하지만 어떤 남자가 달려
왕인걸의 말은 이의진을 탓하는 듯 보였지만 사실은 더 깊은 뜻이 있었다.순간 이의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왕 사장님이 안 물어보셨잖아요?”“물어봤으면 진작에 알려줬을 거예요.”“그리고 하현과 밥을 먹고 싶다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씀만 하세요. 내가 왕 사장님을 도와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죠!”말을 마치며 이의진은 자신이 하현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듯 한껏 너스레를 떨었다.그러나 이의진은 정말로 자신이 있었다.자신의 오빠가 최희정을 압박하기만 한다면 데릴사위인 하현이 절대 최희정의 말을 거역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이의진의 말에 왕인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좋아, 좋아! 내일 내 사무실로 와.”이의진은 눈에는 점점 더 환한 빛으로 가득했다.자신의 앞날에 환한 서광이 비치는 듯했기 때문이다.이 씨 가족들도 모두 감격에 겨운 얼굴로 서 있었다.마음속으로는 역시 이의진이 인재는 인재라며 감탄해 마지않고 있었고 훗날 자신들의 뒤를 확실히 봐줄 인물이라고까지 여겼다.이러니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밖에!“이의진,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잖아?”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의진을 앞에 두고 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마디 내뱉었고 그의 한마디에 그녀의 환상 같은 꿈이 일순 깨져버렸다.“왕인걸, 당신도 성인인데 왜 그렇게 쉽게 속는 거야? 옳고 그름이 분간이 안 되는 거야?”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설은아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하현, 알겠어!”왕인걸은 허리를 굽신거리며 하현을 배웅했고 이어 몸을 돌려 이의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의진은 낭패하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이 상황은 전적으로 그녀가 자초한 것이었다.만약 그녀가 몇 마디 하지 않았더라면 하현이 그녀의 면전에서 체면을 뭉개는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체면이 뭉개지는 하현의 말에도 이 관계를 이용하여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려는
그러나 왕인걸은 이 씨 가족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들을 무시했다.그 대신 왕인걸은 재빨리 하현에게 다가와 공손히 입을 열었다.“하현!”하현?!왕인걸의 목소리는 존대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하대도 아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의진의 부모에겐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소리였다.이의진의 집안 친척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뭐야, 이게?하현?하 씨 성을 가진 데릴사위가 정말 이렇게나 능력이 있다는 얘긴가?이의진은 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왕 사장님, 지금 누굴 보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이 사람은 데릴사위일 뿐이에요!”왕인걸은 이의진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을 향해 굽신거리며 말했다.“하현, 아! 형수님도 와 계셨군요!”“이곳에서 두 분을 만나다니 제 생의 영광입니다!”“정말 오늘은 대운이 열린 날인가 봐요!”“만나서 영광입니다.”“너무 반가워요!”왕인걸은 흥분해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왕인걸과 하현이 아는 사이란 것도 놀라울 따름인데 왕인걸이 반가워서 잔뜩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이의진은 입을 떡 벌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하현이 자신의 직속상관, 그것도 왕인걸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설은아는 왕인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예의상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아, 왕 사장님, 안녕하세요.”그러나 하현은 심드렁한 눈빛으로 왕인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차를 마시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야?”아내를 탐하려고 했던 자에게 한 손만 부러뜨리고 놓아준 것만 해도 하현은 많이 봐준 셈이었다.“하현, 지난번엔 내가 많이 잘못했어. 두 사람이 돌아간 뒤 간민효한테 아주 호되게 혼났어!”“나도 내 잘못을 깊이 깨닫고 사과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어!”하현의 냉담한 표정에서 초조함을 느낀 왕인걸은 마음이 떨려 허리까지 구부리며 안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