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담담한 기색이었다. 왕화천은 자신이 용문 대구 지회의 부회장이라 생각하고, 또 뒤에서 지원해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하현을 여러 번 제압하려고 했다. 이번에 심지어 청허 도장까지 초청했는데 목적은 간단했다. 하현을 완전히 제압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하현도 이제 왕화천을 넘어뜨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용문 대구 지회의 일에 대해서는 평생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하현이 아직 자리에 오르지 않은 이유는 한편으로 용문 대구 지회장 자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력들이 얼마나 많은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최소한의 대가를 치르고 용문 대구 지회가 완전히 분열되지 않도록 하는 전제하에 이 일을 해결하려고 한 것이다.그렇지 않다면 지금 왕화천은 진작에 하현에게 뺨을 맞고 죽었을 것이다. 어디 그렇게 많은 일들이 있을 수 있었겠는가?왕주아는 하현의 생각을 모르고 이때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하현, 나는 네가 한 말이 다 사실이라고 믿어.”“하지만 문제는 나는 아버지와 김애선 두 사람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거야!”“이 두 사람은 진 것을 절대 쉽게 인정하는 사람들이 아니야.”“개도 급하면 담을 뛰어 넘는다는데, 그 두 사람은 급해서 무슨 일을 저지를 지도 몰라.”왕주아는 정말 걱정이 되었다. 그녀는 하현과 만난 지 며칠 만에 이미 하현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생겼다. 그러나 문제는 하현이 아무리 대단해도 강을 건너온 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소위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못 뺀다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금정 김씨 집안은 말할 것도 없고 단순히 대구 왕가만 해도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라 대구에서는 최고 가문이라 뿌리가 깊고 세력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하현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러 가문과 상대하는 데는 승산이 크지 않았다. 대구 3분의 1의 땅에서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기도 했다. 심지어 거리의 거지 한 명도 그들 사람일 가능성이 있었다. 이런
“이 개자식, 사람을 너무 깔보네!”“죽여버리겠어!”“내가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지금 이 순간 대구 보배 병원 귀빈 병동에는 김애선이 상체를 약간 움직이며 물을 마시고 있었다. 왕화천이 말한 모든 과정을 듣고 난 후 그녀는 화가 나서 물컵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하씨 새끼, 도대체 어디서 그런 배짱이 나오는 거야?”“진상을 밝히고 싶다고? 해명을 하라고?”“그리고 난 다음 주아를 상석에 앉히라고?”“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왜 주아를 우리 집안의 주인으로 삼는 게 낫겠다고 말하지 않았을까?”“왕 어르신, 분명히 말하는 데 이 모든 건 당신의 그 귀한 딸이 사주한 게 틀림없어요!”“그렇지 않았으면 외지인이 어디 이런 방법을 생각했겠어요!”“그리고 주아는 지금 반드시 가법으로 처리해야 해요!”“그리고 관청, 병부, 길바닥의 모든 힘을 동원해서 하현 그 새끼를 없애 버려요!”“만약 왕씨 집안이 할 수 없다면, 왕 회장님이 할 수 없다면, 내가 김씨 집안을 동원할 거예요!”“내가 평생 병상에 눕게 된다 하더라도 나는 이렇게라도 화풀이를 하고 싶어요!”이때 김애선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왕화천과 결혼한 후부터 그녀는 안주인이 되어 기고만장했었다.그녀는 왕주아에게 고의적으로 애를 먹였고, 비굴하게 아첨을 떨게 했다. 그런데 지금 이 계집애가 외지인의 힘을 빌려 그녀의 머리까지 기어오르다니?도도한 김애선으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김애선이 분노하는 것에 비해 왕화천은 훨씬 냉정했다. 그는 이때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선아, 너무 흥분하지마. 교수님이 이 약이 일시적으로 활동능력을 회복시켜 주긴 하지만 흥분하면 상황이 더 심해질 거라고 했어.”“내가 지금 이미 청허 도장을 통해서 고대 무술계에서 이런 증상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지 알아보고 있어.”“사람을 찾으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모시고 올 거야.”“일단 당신 문제가 해결이 되면 우리는
“그들 둘은 생사를 같이 하는 사람들 아니야?”“때가 되면 내가 그들을 같이 안고 죽도록 해주겠어!”“허……”하현을 짓밟는 생각을 하자 김애선의 입가엔 비아냥거리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런데 반쯤 말하다 그녀는 갑자기 온몸이 굳어져 병상에 다시 쓰러졌다. 왕화천은 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아 보았고 김애선의 얼굴은 이미 굳어져 기괴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그녀의 두 손은 닭발처럼 뻗어 있었고, 이를 드러내고 발톱을 치켜 세우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자세는 이미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다소 오만했던 김애선은 지금 속으로 두려움에 휩싸여 마지막 힘을 다해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왕 어르신! 너무 늦었어요!”“승낙할게요! 그의 모든 조건을 승낙하세요!”“그에게 나를 고쳐주라고 하세요! 빨리요!”……다음날 아침 일찍, 하현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주아를 데리고 여유로운 얼굴로 대구 보배 병원의 귀빈 병실로 들어갔다. 어젯밤 핸드폰이 꺼진 관계로 아침 일찍 하현이 전원을 켰을 때 십여 개의 문자 메시지와 부재중 전화 폭탄을 받았다. 왕화천은 거의 30분마다 전화를 했었다. 아침 일찍 어렵게 통화가 되었고 그는 끊임없이 간정하고 애원했다. 하현이 손을 써서 김애선을 회복시켜 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동시에 그는 하현의 조건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하현이 김애선의 상황을 해결해 주기만 한다면 그는 하현에게 2조의 수수료를 줄 것이다. 밤새 고생한 끝에 왕화천이든 김애선이든 이미 마음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그래서 하현도 주저하지 않고 주아를 데리고 왔다. “하 도령, 드디어 왔군.”하현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왕화천은 마음 졸이는 얼굴로 나와 맞아 주었다. “빨리, 빨리 선이를 봐봐!”“어젯밤에는 잘 지냈는데 갑자기 온몸이 뻣뻣해지더니 얼굴에 웃음도 사라졌어!”“나는 그녀가 이렇게 잠들었다가 깨어나지 못할까, 식물인간이 될까 정말 걱정이 됐어!”왕화천은
하현은 담담한 기색이었다. 그도 의학과 약리학을 확실히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말한 상황이 박 교수의 검사 결과와 같다는 것이다. 박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김애선은 기껏해야 하루 밖에는 시간이 남지 않았다. 이쯤 되자 왕화천은 김애선이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하현이 말한 주화입마의 상태라고 믿었다. 이 두 가지 계통은 원래 함께 사용할 수 없다. 의학계의 수단으로는 김애선의 상황을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생각에 미치자 왕화천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 도련, 기왕 김애선의 상황을 알고 있으니 그녀를 구해 줄 수 있겠어?”“별 일 아니죠.”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당신이 내 조건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살려 줄게요.”“첫째, 주아와 그의 어머니에게 진상을 밝히고 해명 할 것.”“둘째, 주아를 회장 자리에 앉히도록 할 것.”“이 조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미안하지만 다른 훌륭한 사람을 찾아 보는 게 좋을 거예요.”왕주아는 자신의 아버지 얼굴에 구름이 짙게 깔리는 것을 보고 노발대발 화를 낼까 봐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 “그래, 약속하지.”왕화천은 하현을 깊이 쳐다보았다. 하룻밤을 보내며 그는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 지금 그가 손짓을 하자 여지원이 서류를 가지고 왔다. “이건 임명 문서야. 지금부터 주아는 우리 왕씨 그룹의 회장이야. 그룹의 모든 업무를 책임지게 될 거야.”“주아가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이사회는 주아를 해고할 수 없어.”“주아는 원래 왕씨 그룹의 3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다 회장 자리까지 앉았으니 주아의 능력으로는 분명 잘 감당할 수 있을 거야.”왕화천은 복잡하기 그지 없는 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 그는 여태껏 주아를 상석에 앉힐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김애선을 위해 그는 이 중요한 자리를 내어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왕주아의 총명함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일단 그녀에게 그룹을 장악할 시간을 주면 그때
하현이 승낙하는 말을 듣고 왕화천은 한숨을 내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 비록 네 조건은 내가 다 완수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이미 성의를 다했어.”“너도 선이를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어.”“내일까지 기다리라고는 하지마. 내일까지 기다렸다간 아마 평생 식물인간이 될 거야.”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성의는 나쁘지 않았어. 적어도 나한테 태도를 보였으니.”“걱정 마. 나 하현은 말한 대로 하니까.”이어 손을 흔들며 다른 사람들에게 떠나라고 손짓을 하고 자신은 김애선 앞으로 다가갔다. 지금 온몸이 뻣뻣하게 굳은 김애선을 보며 하현은 무작위로 메스를 꺼내 그녀의 정맥을 잘랐다. 한기를 머금은 핏방울이 튀어나와 병실의 온도를 몇 도 떨어뜨렸다. 이 장면과 함께 김애선의 몸은 눈에 보이는 속도로 부드러워졌다. 그러자 하현은 김애선의 이마를 두드렸고 그녀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몇 분 후 하현은 가볍고 여유로운 얼굴로 병실을 나왔다. 하현이 몇 분 만에 나오는 것을 보고 왕화천은 황급히 앞으로 나가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 도령, 어떻게 된 상황이야?”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미 김애선의 한증을 해결했어요.”“짧은 시간 안에 깨어날 테니 당신들이 직접 한의사를 찾아가 관리를 해주면 됩니다.”“좋아! 너무 잘 됐네! 너무 잘 됐어!”하현의 말에 왕화천은 흥분하기 시작했고 얼굴의 초췌함과 피로가 싹 가셨다. 박 교수와 사람들은 더 이상 김애선과 함께 고생할 필요가 없어 반가운 기색이었다. 그리고 난 후 검사를 통해 김애선의 온몸이 경직되어 있던 것이 실제로 완화되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몸조리만 잘하면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왕화천은 결과를 보고 참지 못하고 말했다. “하 도령, 역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네. 감탄했어!”이때 왕화천은 정말 하현을 좋게 보았다. 만약 쌍방이 대립하지 않았더라면 왕화천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하현을 자신의
하현은 농담조로 말했다. “왕 부회장님, 이렇게 오랫동안 사시면서 평범한 이치도 하나 모르셨어요?”“사람을 해치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사람을 경계하는 마음이 없어서는 안 된다!”“내가 당신을 왜 이렇게 경계하는 지 설마 모르시는 건 아니겠죠?”왕화천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하 도령이 공연한 걱정을 하네. 나는 부인을 위해 최선을 다해 너에게 맞춰줬어.”하현은 웃으며 왕주아를 데리고 떠났다. 하현의 모습이 사라지자 왕화천은 눈을 번뜩이더니 잠시 후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정 세자, 내일 내가 왕가 가족 회의에서 왕주아에게 해명을 할 거야.”“그와 동시에 너와 주아의 결혼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거야!”“참, 그 하현이라고 하는 남자는 청허 도장을 쉽게 이겨서 나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그건 세자가 방법을 생각해 보길 바라.” “가장 좋은 건 주아가 해명을 받은 후 우리가 그를 마음껏 가지고 노는 거야.” “아주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 될 거야.”전화는 소리 없이 끊어졌고 왕화천의 얼굴에는 잔인한 웃음이 떠올랐다. 내일, 모든 것은 내일 이뤄질 것이다!내일, 그는 김애선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것이다! 내일, 그는 대구 정가와 가족이 될 것이다!그리고 내일, 그는 용문 대구 지회장 자리에 성공적으로 오늘 것이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자 왕화천의 얼굴에는 싸늘한 웃음이 떠올랐다. ……왕화천이 뒤에서 칼을 꽂는 것에 대해 하현은 잘 알지 못했다. 설사 알게 되더라도 그는 큰 반응이 없을 것이다. 이런 행동 스타일이 왕화천의 성격에 부합하기 때문에 만약 왕화천이 그의 발목을 잡지 않는다면 그는 손을 쓰기도 민망할 것이다. 향산 별장으로 돌아가 하현은 진주희와 조남헌에게 각각 연락해 내일 해야 할 일들을 준비했다. 최근 이 두 사람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들은 이미 다 끝내 놓았다. 이제 하현이 마지막 일만 완성하면 용문 대구 지회를 완전히 통합할
10시, 나가주, 왕씨 그룹 빌딩 대회의실. 회의실에는 그룹의 모든 고위층 임원이 앉아 있었고 각 사람 모두 높은 권위를 가지고 있어, 그룹 내에서 엄청난 발언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검은 양복을 입은 왕주아와 담담한 기색의 하현이 들어오자 장내는 온통 자세히 살펴보는 눈빛이었다. 이 시선들 중에는 경멸하고 의심하고 오만불손한 사람들은 있었지만 하현이 보고 싶어하는 순종의 눈빛은 없었다. 이 사람들에게는 왕주아가 갑작스레 상석에 앉는 것이 그들의 이익을 해치고 심지어 그들이 과거에 운영해오던 모든 것들을 깨뜨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반항을 했다. 그 중에서도 아르마니 정장에 시가를 물고 건들건들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가 가장 못마땅해했다. 텅 빈 회의실에서 그는 연기를 뿜어대며 거리낌없이 행동했다. 왕주아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주석의 자리로 가서 앉아 마이크를 켜고 담담하게 말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아셔야 할 겁니다.”“오늘 제가 정식적으로 회장 자리에 취임했습니다. 다른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두고 김애선 전 회장을 지지해 주신 것처럼 변함없는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앞으로 더 잘 하시면 연말 보너스와 배당금이 모두 오를 것이라고 믿습니다.”“지금 제가 오늘 초빙한 하현 집행 회장님을 소개합니다.” “앞으로 우리 왕씨그룹에서 이 분이 저의 뜻을 대변할 겁니다.”“이 분이 한 말은 제가 한 말과 같습니다!”“이 분의 명령은 어김없이 완수되어야 합니다!”“반대하는 사람은 알아서 물러 나세요!”왕주아의 싸늘한 얼굴에는 한기가 가득했다. “제 말 다들 이해하셨죠?”장내는 조용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하현을 쳐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평상복을 입은 하현은 위아래 입은 옷을 다 합쳐도 20만원을 넘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대구에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무슨 큰 인물도 아닌 셈이었다!그래서 이 임원들은 모두 의아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아르마니 정장을 입고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동시에 손에 들고 있는 자료들을 뒤적거렸다. 이 녀석은 제멋대로 굴면서 체면을 전혀 세워주지 않는 내력이 있었다. 곧 하현은 그의 자료를 찾았다. 김정준, 김애선의 사촌 동생이자 금정 김씨 집안의 방계였다. 가장 중용한 것은 그가 전 집행 회장이었다는 것이다. 하현이 상석에 앉는다는 것은 이제 그가 이미 평범한 임원이 되었음을 의미했다. 하현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왕주아는 차가운 눈동자를 쓸어 내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김정준씨, 좀 더 머리를 써서 말씀을 해주세요.”“내가 무슨 근거로 상석에 앉았는지 알고 있다면서요. 당신의 몇 마디 말로 저를 깎아 내릴 수는 없어요.”“그리고 내가 회장이 된 이상 집행 회장으로 누구를 임명하든 내가 믿을 만한 사람으로 임명할 권한이 있습니다.”“불만이 있다면 이사회에 가서 저를 고소할 수 있어요!”“그밖에 당신의 태도에 주의해 주세요. 여기는 회의실이지 당신네 집 거실이 아닙니다!”“만약 당신이 회의를 원하지 않는다면 지금 짐 싸서 나가세요. 아무도 안 막으니까요!”“허, 나보고 꺼지라고요?”김정준은 거드름을 피우며 곧장 일어나 시가에 불을 붙이며 앞으로 나가 왕주아의 얼굴에 연기를 한 모금 내뿜었다. “왕 회장님, 내가 전 집행 회장으로 매일 밥만 축낸 줄 아십니까?”“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저는 벌써 상성재벌 대구 대표와 대리권을 따냈습니다.”“지금 왕씨그룹 전체와 심지어 주주총회 사람들도 다 알고 있어요.”“이 계약만 확정되면 우리 왕씨그룹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거고 두 배로 오르는 것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간단히 말씀 드리자면 제가 상성재벌과의 계약만 따내면 모든 사람의 재산을 두 배로 늘릴 수 있어요!”“하지만 방법이 없네요. 오늘 아침 집행 회장직에서 해임이 됐어요.”“이렇게 된 이상 저는 계속 이 계약을 얘기할 수 없을 겁니다.”“협력을 못하면
관공서 제복을 입은 남녀들이 문밖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맨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주택건설부 수장 주광록이었다.그리고 그의 곁에는 그의 친동생이자 경찰서 수장인 주향무가 함께하고 있었다.두 사람이 함께 모이니 더욱 살벌하고 근엄한 분위기가 풍겼다.“주 부장님...”황택호와 이홍파는 모두 깜짝 놀라 용수철처럼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오늘 무슨 일로 이렇게 두 분이 함께 오셨습니까?”“무슨 일이 있으시면 부하들한테 전화 한 통만 하시면 되는데 뭐 하러 이렇게 직접 오셨어요?!”주광록은 두 사람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곧바로 하현에게 달려가 연신 허리를 굽신거렸다.“하 대사님! 이렇게 또 뵙네요!”“덕으로 원한을 대신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이 주광록이 눈이 멀었어요!”“제발 대인배의 도량으로 너그러이 봐주시고 더 이상 그 일은 따지지 말아 주십시오.”“제발 저를 좀 살펴봐 주세요!”주광록은 겁먹은 표정으로 아우디 차량 열쇠를 꺼냈다.혹시라도 하현이 거절할까 봐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주 부장님, 제가 도와드리지 못해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닙니다.”“문제는 저의 증명서가 가짜라고, 다 무효라고 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불법 풍수 관상 및 무면허 사기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만약 제가 저 두 사람이 보는 앞에서 부장님한테 뭐라고 말한다면 저들이 주장하는 죄목의 증거가 눈앞에 존재하는 게 되어 버리는 게 아닐까요?”“그러면 원죄에 죄가 더해져서 더 무거운 벌을 받겠죠. 저는 감옥에 가고 싶지 않습니다.”“개자식!”하현의 말을 듣고 주광록의 눈빛이 차갑게 돌변했다.순간 그는 갑자기 몸을 돌려 이홍파와 황택호 두 사람을 향해 발길질을 했다.관청 직원으로서 국민을 위해 힘쓰기는커녕 권력을 믿고 함부로 남을 괴롭히고 없는 죄를 만들어 뒤집어 씌우다니!이런 무법천지를 봤나!주광록의 얼굴에는 분노로 차올랐다.“오늘 당신들은
한바탕 자신의 부하에게 화풀이를 한 황택호의 시선이 이 사건의 장본인인 이홍파에게 떨어졌다.이홍파는 이 상황이 못마땅한지 흐린 낯빛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하현이 데릴사위라고 말하지 않았던가?그런데 어떻게 데릴사위 주변에 이렇게 대단한 거물들이 몰려들어 두 팔 걷어붙이고 도와주고 있는가?이건 정상이 아니다!“두 분, 머리가 좀 어지럽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며 온몸에선 약간 오한도 느껴지시죠?”이때 하현은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고 눈동자에는 냉소가 가득 차 있었다.지금껏 있었던 일은 하현에게 있어 재미난 연극 한 편이나 마찬가지였다.“이제야 두려움을 알았다니 너무 늦은 거 아닌가요?”차갑게 비꼬는 하현의 말에 이홍파는 참을 수가 없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다.그는 탁자를 세게 내리치며 하현을 향한 분노를 표출했다.“개자식! 너 지금 뭐라고 했어?”“부자 몇 명 안다고 지금 유세 떠는 거야? 무사히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아?”“잘 들어!”“당신은 불법으로 풍수 관상을 봐주다가 이제 우리 손에 넘어왔어. 천왕 노자가 와도 당신을 구해 줄 수 없을 거야!”“내가 말하는 거 똑똑히 기억해!”“지금 당장 자신의 죄를 자백하는 게 좋을 거야! 나중에 후회해 봐야 아무 소용없어!”이홍파는 자신의 뒤에 있는 그분이 금정에서는 안 될 것이 없는 무적의 존재라는 것을 확신했다.하현의 주변에 있는 부자들이 얼핏 무서워 보이지만 자신의 뒤에 있는 그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가장 중요한 것은 하현을 몰아붙이는 조직들과 그가 이미 한배를 탔다는 것이다.그래서 이제 와 기세를 꺾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하현은 그저 담담하게 웃었다.“내가 불법으로 풍수 관상을 봤는지, 내 증명서들이 가짜인지 아닌지, 당신들 보고도 전혀 아무 생각이 없는 거야?”이홍파와 황택호는 이 말을 듣고 서로의 눈을 마주 보다가 갑자기 불안한 기색이 눈동자를 스쳐 지나갔다.순간 하현의 증명서가 완벽했다는 사실
”개자식! 이게 무슨 태도야?!”“어?!”하현의 모습을 보고 이홍파는 분노가 치밀었다.“내가 당신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홍파가 손을 쓰려고 했을 때 취조실 바깥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빠르게 노크를 했고 곧이어 잔뜩 긴장한 얼굴의 형사가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황택호는 침착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이홍파의 행동을 제지하며 옆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이 자식의 동료들이 입을 열었어?”부하 형사가 빠르게 말했다.“반장님, 이놈의 공범들의 신원을 모두 다 파악했습니다!”“잘 됐군. 요즘 놈들은 관뚜껑을 보기 전까진 정신을 못 차리거든...”황택호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일부로 하현을 힐끔 쳐다보며 보이지 않는 압박을 주었다.그러나 하현은 그의 눈빛에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고 그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눈동자에는 미동이 없었다.“말해 봐! 그 패거리들이 어떤 신분이야? 하 씨 이놈이 잘 이해하도록 보고해 봐!”“반장님, 그게...”부하 형사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뒤치다꺼리를 해 주는 사람은 바로 신사 상인 연합회 수장이라고 합니다. 수하에 몇십 명의 건달들을 거느리고 있고요...”황택호는 부하의 말을 듣고 희미하게 눈을 흘기며 냉랭하게 말했다.“신사 상인 연합회? 그 사람들이 이런 막노동을 할 줄은 몰랐군. 보아하니 엄도훈도 요즘 할 일이 없는 모양이야...”비록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황택호는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신사 상인 연합회가 꽤나 힘이 있는 집단이었지만 그가 관리하고 상대하는 조직이었다.엄도훈같이 똑똑한 사람이 이런 조무래기들 때문에 자신을 귀찮게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러자 황택호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래, 조사한 걸 계속 말해 봐. 무슨 죄가 있는지, 하현과는 도대체 어떤 관계인지!”“그건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쓸모없는 것들!”황택호의 입에서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다른 놈들의 신분은?”“놈들?”이
하현 일행은 모두 공무 차량에 탑승했다.심지어 핸드폰도 모두 압수되어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되었다.“웅! 웅! 웅!”차가 중간쯤 도착했을 때 하현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고 그 위에는 낯선 전화번호가 표시되었다.황택호는 불안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전화기 맞은편에서 정중하고 예의 바른 목소리가 들려왔다.“안녕하세요. 저기 하 대사님 맞으시죠? 저는 일전에...”황택호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하 대사는 무슨 하 대사! 하현은 무면허로 관상을 보고 불법적으로 영업을 해서 우리한테 잡혔어!”“내가 좋은 마음으로 충고하는데, 앞으로 이 사기꾼 찾지 마!”“곧 감옥에 처박힐 테니까!”상대는 잠시 조용히 듣고 있다가 한기를 가득 품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주광록인데, 당신은 누구야?”“내가 누구건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야?”상대방의 말투에 황택호는 화가 났다.“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아니면 당신도 같이 잡아넣을 거야! 알았어?”“알았냐고?!”말을 마친 후 황택호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뚝 끊었다....공무 차량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정 경찰서 제6지서에 도착했다.취조실 안은 에어컨이 강하게 켜져 있어 방 전체가 싸늘했다.하현 앞에는 싸구려 커피 한 잔이 놓여 있었다.커피라고 하기엔 너무나 구역질 나는 냄새가 풍겼다.그의 맞은편에는 황택호와 이홍파 두 사람이 다리를 꼰 채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노려보며 건방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이름!”“성별!”“직업!”“돈이 어디서 나서 이 풍수관을 산 거야?!”“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속였어?”“죄 없는 많은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죽였냔 말이야?!”“어서 말해!”두 사람은 강한 카리스마를 풍기며 칼날 같은 말투로 하현을 몰아붙였다.분명 그들은 심문 경험이 매우 풍부한 것 같았다.지금 그들이 해야 할 일은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여 하현을 단죄하고 다시는 나오지 못하게 하
하현에게 서류로 얼굴을 두드려 맞은 듯한 이홍파는 얼굴이 화끈거렸다.화를 내고 싶어도 더 이상 핑곗거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이때 나박하는 이러다 둘 사이에 충돌이라도 일어날까 봐 서둘러 억지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나와 화해를 시도했다.“이 팀장님! 오해예요! 오늘 오해하셔서 이렇게 헛걸음을 하셨네요!”“하지만 어쨌든 우리가 이렇게 만났는데 헛걸음만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제가 점심 식사라도 대접하겠습니다. 오해로 시작되었지만 모두 좋게 끝나야지요!”“오해? 뭐가 오해야? 내가 당신을 오해한 모양이군!”이홍파는 나박하를 발로 걷어차며 악랄하게 입을 열었다.“당신 함부로 입 놀리지 마! 우리한테 밥을 사네 마네 이런 식으로 뇌물을 주려고 시도한다면 공무집행 방해로 당장 고발할 거야!”“감옥에 당장 처넣을 거라고!”잘못도 없는 사람한테 없는 죄를 뒤집어 씌우려다 실패로 돌아가자 엄한 사람한테 적반하장격으로 화풀이를 하는 이홍파를 보고 나박하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나박하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 때 하현이 급히 손짓을 하며 그를 말렸다.그러고 나서 하현은 웃으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자, 두 분. 우리 집복당이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아셨죠? 난 자격증을 가지고 정정당당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모든 조사가 끝났고 이번에는 당신들이 해명할 차례입니다.”“어서 설명해 보시죠!”이홍파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했지만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아무 말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지금까지 함부로 횡포를 부리던 그의 성정으로 봤을 때 어떻게 평범한 시민한테 고개를 숙이며 순순히 해명을 할 수가 있겠는가?그건 너무나 창피스러운 일이었다!이때 한쪽에 서 있던 황택호가 갑자기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이런 조그만 풍수관이 모든 증명서를 다 갖추고 있다고?”“흥! 난 믿지 않아!”“설마 가짜 증명서를 만든 건 아니겠지?”“어디 한번 보자고!”말을 마치자마자 황택호는 이홍파
”불법적인 일?”주위를 둘러싸고 구경하고 있던 손님들은 모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형사님, 뭔가 잘못 알고 오신 거 아니에요?”“맞아요. 이곳 집복당은 오랫동안 운영되어 오던 풍수관이에요. 이웃 중 많은 사람들이 이곳 단골이고요!”“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들이 결코 함부로 부당한 요금을 받지 않았다는 거예요!”“그런데 불법적인 일이라니요? 수상한 일이라니요?”“맞아요. 집복당은 왕조 시대 때부터 있었는데 어떻게 절차상 미비한 점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설마 두 분 머리를 다치신 건 아닙니까? 컨디션이 좀 안 좋으신 건 아닌지요?”이웃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고 이홍파와 황택호는 이 모습을 보고 흰자위를 가득 드러내며 버럭 했다.“우리는 관청을 대신해서 법을 집행하고 있어요. 아직도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겁니까?”“이 집복당은 사이비 집단입니다!”“그걸 왜 모르는 거예요?”이홍파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져서는 주위를 향해 소리쳤다.“어서 물러들 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도 다 잡아서 조사할 겁니다!”“잘못이 있든 어떻든, 그것은 당신들이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풍수관이란 곳은 원래 민간이 하는 작은 소일거리 장사일 뿐입니다. 우리는 이곳을 믿고 있어요!”“왜냐하면 우린 여기서 많은 일들을 해결했거든요. 우리 딸이 결혼했을 때도 여기서 날을 잡아 결혼했어요. 그래서 지금 아주 화목하게 잘 삽니다!”“특히 하 대사는 우리들의 구세주입니다!”“경찰서와 주택건설부 사람들이 쓸데없이 여기 와서 조사할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폐유 처리 업체나 두부 공장 공정이나 조사하세요! 괜히 우리 하 대사 귀찮게 하지 말고요!”“점점 더 많은 손님들과 이웃들이 몰려들었다.합동 단속반이 집복당 간판을 철거하고 집복당을 봉쇄한다고 하니 다들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합동 단속반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적잖이 당황스러웠다.“닥쳐! 모두 닥쳐요!”황택호는 일순 안색이 험상궂게 변했고 손을 세차게 흔들
하현 일행이 집복당으로 돌아왔을 때 문 앞에는 이미 십여 대의 관용차가 서 있었다.이 차들은 경찰서 소속인 것도 있었고 주택건설부 소속인 것도 있었고 동사무소 소속인 것도 있었다.말하자면 정부 차원의 합동 집행부가 다 모인 것이다.수십 명의 제복을 입은 남녀들이 집복당을 둘러싸고 저마다 삿대질을 하며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채굴기를 몰고 와서 위세를 부리는 사람도 있었다.맨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은 대머리 남자였고 한 사람은 키가 좀 크고 다른 한 사람은 좀 뚱뚱했다.키가 큰 사람은 주택건설부 유니폼을 입고 있었으며 가슴에 새겨진 명패에는 이홍파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뚱뚱한 사람은 경찰서의 황택호 형사였다.두 사람은 관청 동기로 알려져 있으며 항상 함께 출동해 각종 불법 건축물과 불법 매장을 소탕했다.오늘 그들의 목표는 바로 집복당이었다.고명원은 앞에 나서진 않았지만 부하들을 시켜 집복당 문을 막도록 하여 이홍파와 황택호 두 사람이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다.합동 단속반은 기세가 등등해서 뭐라도 하나 걸리기만 한다면 내부 인테리어 전부를 깡그리 부술 태세였다.이렇게 되면 일이 더 커진다.고명원은 연합 단속반에게 미움을 사는 것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오직 하현의 집복당이 잘못되어 뭐라고 설명할 말이 없게 될까 그것이 두려웠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는 왕인걸도 와 있었다.그는 집복당에 와서 아첨이라도 좀 해 볼까 했는데 마침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하현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왕인걸과 고명원이 뭐라고 설명하려고 했지만 하현은 얼른 손을 흔들며 그들을 제지했다.하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나박하가 합동 단속반에서 나온 두 사람의 손을 잡고 인사를 건넸다.“아이고, 이거 이홍파 팀장님과 황택호 형사님 아닙니까?”“무슨 바람이 불어서 두 분이 함께 우리 집복당엘 다 오셨습니까?”“이 누추한 곳에 두 분이 자리를 빛내주시니 영광입니다.”말을 하면서 나박하
”전부?”이 말을 듣고 강우금의 얼굴에는 비아냥거리는 기색이 역력했다.“여자한테 빌붙어 살면서 꼴에 자기가 재벌 2세인 줄 아나?”“정말 요즘 사람들은 자기 분수를 너무 몰라!”“전부는 고사하고 그의 전 재산을 다 부어도 소남가인 옷 한 벌 못 살 거야. 아니, 양말 한 켤레라도 산다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지겠어!”금정의 스타트업 사장이나 재벌 2세들도 소남가인 브랜드의 옷을 함부로 사지 못한다.그런데 한낱 한량에 불가한 하현이 돈이 어디 있어서 저런 비싼 옷을 산단 말인가?매장의 직원들과 손님들이 좋은 구경거리를 보려고 시선을 집중했다.소남가인 직원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살짝 망설였지만 결국 황보정에게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었다.곧 황보정은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옷을 모두 골랐다.수십 개의 옷 가방들이 순식간에 매장에 늘어섰다.이게 다 얼마인가?몇십억은 되어 보였다!“삑!”하현은 별일 아닌 듯 단번에 카드를 긁었다.그러자 승인되었다는 소리가 나면서 영수증이 좌르륵 쏟아져 나왔다.“어머?!”순간 소남가인 매장 안팎에선 수군거리는 소리로 소란스러워졌다.주변에 있던 직원들과 손님들은 하현을 쳐다보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황보정에게는 질투와 부러움의 시선들이 쏟아졌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하현이 저 많은 옷을 한 번에 결제하다니!그야말로 거부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 이럴 수 없어! 절대로!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강우금과 그녀의 매장 직원들은 모두 넋이 나간 듯 멍해졌다.뒤늦은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와 그녀들을 단번에 쓰러뜨렸다.그들은 도저히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방금까지 그들은 입만 열면 하현을 비난하는 말을 퍼부었다.노점상에나 가서 옷을 사라고 쫓아냈다.그런데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들의 얼굴이 화끈화끈거렸다.역시 가장 난처해하는 사람은 강우금이었다.그녀는 도저히 믿기지
강우금의 말을 들은 손님들은 하나같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옷도 안 사고 민폐만 끼치다니!덜떨어진 저런 사람이 이런 가게를 드나들 수는 없다!정말 재수없어!황보정은 슬쩍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강우금, 당신 같은 점장이 어디 있어요?”“정말로 이런 식으로 사람을 대우할 거예요?”“우리가 정말로 못 살 거라고 생각해요?”“이런 식으로?”강우금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황보정,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에요?”“내가 일부러 이러는 거예요? 당신이 그럴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요?”“난 금정 쇼핑몰 판매율 10위 안에 드는 사람이에요! 연봉이 일억이 넘는다고요!”“흥! 그런데 당신은 뭐죠? 하얗게 세탁한 싸구려 티셔츠 한 장 입고 와서 무슨 부자 행세를 하고 그래요?”“그리고 정말로 옷을 사고 싶으면 다른 데 가서 사세요! 여긴 당신이 살 수 있는 옷이 없어요!”말을 하면서 강우금은 바깥을 가리키며 냉소를 흘렸다.“1킬로미터 정도 나가면 많은 노점상들이 있을 거예요!”“거기 가면 한 벌에 몇 천 원짜리가 널렸을 거라고요!”“그래도 당신이 우리 가게에서 옷을 사고 싶다면 내가 특별히 기회를 주겠어요. 당신이 그래도 집복당 아가씨니만큼 이월된 재고 상품들 중 쓸 만한 것을 권해 줄 수는 있어요.”“하지만 문제는 살 수 있느냐 하는 거예요. 아무리 이월 상품이라고 해도 값이란 게 있는 건데 당신이 살 수 있겠어요?”하현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손을 뿌리치며 물건을 카운터에 올렸다.그리고 나서 황보정의 손을 잡고 말했다.“다른 데 가서 사자고!”황보정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바로 하현을 따라 가게를 나섰다.강우금은 이 광경을 보고 냉소적인 목소리로 직원들을 불렀다.“그들이 만진 물건들과 지나간 자리 얼른 소독하고 방향제 뿌려!”“저런 싸구려 인간들이 우리 가게를 더렵히게 놔두면 안 되지!”“뭐라고?”“다른 가게에 가서 산다고? 흥! 아무리 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