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개자식, 사람을 너무 깔보네!”“죽여버리겠어!”“내가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지금 이 순간 대구 보배 병원 귀빈 병동에는 김애선이 상체를 약간 움직이며 물을 마시고 있었다. 왕화천이 말한 모든 과정을 듣고 난 후 그녀는 화가 나서 물컵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하씨 새끼, 도대체 어디서 그런 배짱이 나오는 거야?”“진상을 밝히고 싶다고? 해명을 하라고?”“그리고 난 다음 주아를 상석에 앉히라고?”“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왜 주아를 우리 집안의 주인으로 삼는 게 낫겠다고 말하지 않았을까?”“왕 어르신, 분명히 말하는 데 이 모든 건 당신의 그 귀한 딸이 사주한 게 틀림없어요!”“그렇지 않았으면 외지인이 어디 이런 방법을 생각했겠어요!”“그리고 주아는 지금 반드시 가법으로 처리해야 해요!”“그리고 관청, 병부, 길바닥의 모든 힘을 동원해서 하현 그 새끼를 없애 버려요!”“만약 왕씨 집안이 할 수 없다면, 왕 회장님이 할 수 없다면, 내가 김씨 집안을 동원할 거예요!”“내가 평생 병상에 눕게 된다 하더라도 나는 이렇게라도 화풀이를 하고 싶어요!”이때 김애선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왕화천과 결혼한 후부터 그녀는 안주인이 되어 기고만장했었다.그녀는 왕주아에게 고의적으로 애를 먹였고, 비굴하게 아첨을 떨게 했다. 그런데 지금 이 계집애가 외지인의 힘을 빌려 그녀의 머리까지 기어오르다니?도도한 김애선으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김애선이 분노하는 것에 비해 왕화천은 훨씬 냉정했다. 그는 이때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선아, 너무 흥분하지마. 교수님이 이 약이 일시적으로 활동능력을 회복시켜 주긴 하지만 흥분하면 상황이 더 심해질 거라고 했어.”“내가 지금 이미 청허 도장을 통해서 고대 무술계에서 이런 증상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지 알아보고 있어.”“사람을 찾으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모시고 올 거야.”“일단 당신 문제가 해결이 되면 우리는
“그들 둘은 생사를 같이 하는 사람들 아니야?”“때가 되면 내가 그들을 같이 안고 죽도록 해주겠어!”“허……”하현을 짓밟는 생각을 하자 김애선의 입가엔 비아냥거리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런데 반쯤 말하다 그녀는 갑자기 온몸이 굳어져 병상에 다시 쓰러졌다. 왕화천은 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아 보았고 김애선의 얼굴은 이미 굳어져 기괴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그녀의 두 손은 닭발처럼 뻗어 있었고, 이를 드러내고 발톱을 치켜 세우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자세는 이미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다소 오만했던 김애선은 지금 속으로 두려움에 휩싸여 마지막 힘을 다해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왕 어르신! 너무 늦었어요!”“승낙할게요! 그의 모든 조건을 승낙하세요!”“그에게 나를 고쳐주라고 하세요! 빨리요!”……다음날 아침 일찍, 하현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주아를 데리고 여유로운 얼굴로 대구 보배 병원의 귀빈 병실로 들어갔다. 어젯밤 핸드폰이 꺼진 관계로 아침 일찍 하현이 전원을 켰을 때 십여 개의 문자 메시지와 부재중 전화 폭탄을 받았다. 왕화천은 거의 30분마다 전화를 했었다. 아침 일찍 어렵게 통화가 되었고 그는 끊임없이 간정하고 애원했다. 하현이 손을 써서 김애선을 회복시켜 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동시에 그는 하현의 조건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하현이 김애선의 상황을 해결해 주기만 한다면 그는 하현에게 2조의 수수료를 줄 것이다. 밤새 고생한 끝에 왕화천이든 김애선이든 이미 마음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그래서 하현도 주저하지 않고 주아를 데리고 왔다. “하 도령, 드디어 왔군.”하현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왕화천은 마음 졸이는 얼굴로 나와 맞아 주었다. “빨리, 빨리 선이를 봐봐!”“어젯밤에는 잘 지냈는데 갑자기 온몸이 뻣뻣해지더니 얼굴에 웃음도 사라졌어!”“나는 그녀가 이렇게 잠들었다가 깨어나지 못할까, 식물인간이 될까 정말 걱정이 됐어!”왕화천은
하현은 담담한 기색이었다. 그도 의학과 약리학을 확실히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말한 상황이 박 교수의 검사 결과와 같다는 것이다. 박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김애선은 기껏해야 하루 밖에는 시간이 남지 않았다. 이쯤 되자 왕화천은 김애선이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하현이 말한 주화입마의 상태라고 믿었다. 이 두 가지 계통은 원래 함께 사용할 수 없다. 의학계의 수단으로는 김애선의 상황을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생각에 미치자 왕화천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 도련, 기왕 김애선의 상황을 알고 있으니 그녀를 구해 줄 수 있겠어?”“별 일 아니죠.”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당신이 내 조건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살려 줄게요.”“첫째, 주아와 그의 어머니에게 진상을 밝히고 해명 할 것.”“둘째, 주아를 회장 자리에 앉히도록 할 것.”“이 조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미안하지만 다른 훌륭한 사람을 찾아 보는 게 좋을 거예요.”왕주아는 자신의 아버지 얼굴에 구름이 짙게 깔리는 것을 보고 노발대발 화를 낼까 봐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 “그래, 약속하지.”왕화천은 하현을 깊이 쳐다보았다. 하룻밤을 보내며 그는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 지금 그가 손짓을 하자 여지원이 서류를 가지고 왔다. “이건 임명 문서야. 지금부터 주아는 우리 왕씨 그룹의 회장이야. 그룹의 모든 업무를 책임지게 될 거야.”“주아가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이사회는 주아를 해고할 수 없어.”“주아는 원래 왕씨 그룹의 3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다 회장 자리까지 앉았으니 주아의 능력으로는 분명 잘 감당할 수 있을 거야.”왕화천은 복잡하기 그지 없는 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 그는 여태껏 주아를 상석에 앉힐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김애선을 위해 그는 이 중요한 자리를 내어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왕주아의 총명함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일단 그녀에게 그룹을 장악할 시간을 주면 그때
하현이 승낙하는 말을 듣고 왕화천은 한숨을 내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 비록 네 조건은 내가 다 완수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이미 성의를 다했어.”“너도 선이를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어.”“내일까지 기다리라고는 하지마. 내일까지 기다렸다간 아마 평생 식물인간이 될 거야.”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성의는 나쁘지 않았어. 적어도 나한테 태도를 보였으니.”“걱정 마. 나 하현은 말한 대로 하니까.”이어 손을 흔들며 다른 사람들에게 떠나라고 손짓을 하고 자신은 김애선 앞으로 다가갔다. 지금 온몸이 뻣뻣하게 굳은 김애선을 보며 하현은 무작위로 메스를 꺼내 그녀의 정맥을 잘랐다. 한기를 머금은 핏방울이 튀어나와 병실의 온도를 몇 도 떨어뜨렸다. 이 장면과 함께 김애선의 몸은 눈에 보이는 속도로 부드러워졌다. 그러자 하현은 김애선의 이마를 두드렸고 그녀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몇 분 후 하현은 가볍고 여유로운 얼굴로 병실을 나왔다. 하현이 몇 분 만에 나오는 것을 보고 왕화천은 황급히 앞으로 나가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 도령, 어떻게 된 상황이야?”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미 김애선의 한증을 해결했어요.”“짧은 시간 안에 깨어날 테니 당신들이 직접 한의사를 찾아가 관리를 해주면 됩니다.”“좋아! 너무 잘 됐네! 너무 잘 됐어!”하현의 말에 왕화천은 흥분하기 시작했고 얼굴의 초췌함과 피로가 싹 가셨다. 박 교수와 사람들은 더 이상 김애선과 함께 고생할 필요가 없어 반가운 기색이었다. 그리고 난 후 검사를 통해 김애선의 온몸이 경직되어 있던 것이 실제로 완화되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몸조리만 잘하면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왕화천은 결과를 보고 참지 못하고 말했다. “하 도령, 역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네. 감탄했어!”이때 왕화천은 정말 하현을 좋게 보았다. 만약 쌍방이 대립하지 않았더라면 왕화천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하현을 자신의
하현은 농담조로 말했다. “왕 부회장님, 이렇게 오랫동안 사시면서 평범한 이치도 하나 모르셨어요?”“사람을 해치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사람을 경계하는 마음이 없어서는 안 된다!”“내가 당신을 왜 이렇게 경계하는 지 설마 모르시는 건 아니겠죠?”왕화천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하 도령이 공연한 걱정을 하네. 나는 부인을 위해 최선을 다해 너에게 맞춰줬어.”하현은 웃으며 왕주아를 데리고 떠났다. 하현의 모습이 사라지자 왕화천은 눈을 번뜩이더니 잠시 후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정 세자, 내일 내가 왕가 가족 회의에서 왕주아에게 해명을 할 거야.”“그와 동시에 너와 주아의 결혼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거야!”“참, 그 하현이라고 하는 남자는 청허 도장을 쉽게 이겨서 나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그건 세자가 방법을 생각해 보길 바라.” “가장 좋은 건 주아가 해명을 받은 후 우리가 그를 마음껏 가지고 노는 거야.” “아주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 될 거야.”전화는 소리 없이 끊어졌고 왕화천의 얼굴에는 잔인한 웃음이 떠올랐다. 내일, 모든 것은 내일 이뤄질 것이다!내일, 그는 김애선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것이다! 내일, 그는 대구 정가와 가족이 될 것이다!그리고 내일, 그는 용문 대구 지회장 자리에 성공적으로 오늘 것이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자 왕화천의 얼굴에는 싸늘한 웃음이 떠올랐다. ……왕화천이 뒤에서 칼을 꽂는 것에 대해 하현은 잘 알지 못했다. 설사 알게 되더라도 그는 큰 반응이 없을 것이다. 이런 행동 스타일이 왕화천의 성격에 부합하기 때문에 만약 왕화천이 그의 발목을 잡지 않는다면 그는 손을 쓰기도 민망할 것이다. 향산 별장으로 돌아가 하현은 진주희와 조남헌에게 각각 연락해 내일 해야 할 일들을 준비했다. 최근 이 두 사람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들은 이미 다 끝내 놓았다. 이제 하현이 마지막 일만 완성하면 용문 대구 지회를 완전히 통합할
10시, 나가주, 왕씨 그룹 빌딩 대회의실. 회의실에는 그룹의 모든 고위층 임원이 앉아 있었고 각 사람 모두 높은 권위를 가지고 있어, 그룹 내에서 엄청난 발언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검은 양복을 입은 왕주아와 담담한 기색의 하현이 들어오자 장내는 온통 자세히 살펴보는 눈빛이었다. 이 시선들 중에는 경멸하고 의심하고 오만불손한 사람들은 있었지만 하현이 보고 싶어하는 순종의 눈빛은 없었다. 이 사람들에게는 왕주아가 갑작스레 상석에 앉는 것이 그들의 이익을 해치고 심지어 그들이 과거에 운영해오던 모든 것들을 깨뜨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반항을 했다. 그 중에서도 아르마니 정장에 시가를 물고 건들건들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가 가장 못마땅해했다. 텅 빈 회의실에서 그는 연기를 뿜어대며 거리낌없이 행동했다. 왕주아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주석의 자리로 가서 앉아 마이크를 켜고 담담하게 말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아셔야 할 겁니다.”“오늘 제가 정식적으로 회장 자리에 취임했습니다. 다른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두고 김애선 전 회장을 지지해 주신 것처럼 변함없는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앞으로 더 잘 하시면 연말 보너스와 배당금이 모두 오를 것이라고 믿습니다.”“지금 제가 오늘 초빙한 하현 집행 회장님을 소개합니다.” “앞으로 우리 왕씨그룹에서 이 분이 저의 뜻을 대변할 겁니다.”“이 분이 한 말은 제가 한 말과 같습니다!”“이 분의 명령은 어김없이 완수되어야 합니다!”“반대하는 사람은 알아서 물러 나세요!”왕주아의 싸늘한 얼굴에는 한기가 가득했다. “제 말 다들 이해하셨죠?”장내는 조용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하현을 쳐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평상복을 입은 하현은 위아래 입은 옷을 다 합쳐도 20만원을 넘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대구에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무슨 큰 인물도 아닌 셈이었다!그래서 이 임원들은 모두 의아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아르마니 정장을 입고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동시에 손에 들고 있는 자료들을 뒤적거렸다. 이 녀석은 제멋대로 굴면서 체면을 전혀 세워주지 않는 내력이 있었다. 곧 하현은 그의 자료를 찾았다. 김정준, 김애선의 사촌 동생이자 금정 김씨 집안의 방계였다. 가장 중용한 것은 그가 전 집행 회장이었다는 것이다. 하현이 상석에 앉는다는 것은 이제 그가 이미 평범한 임원이 되었음을 의미했다. 하현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왕주아는 차가운 눈동자를 쓸어 내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김정준씨, 좀 더 머리를 써서 말씀을 해주세요.”“내가 무슨 근거로 상석에 앉았는지 알고 있다면서요. 당신의 몇 마디 말로 저를 깎아 내릴 수는 없어요.”“그리고 내가 회장이 된 이상 집행 회장으로 누구를 임명하든 내가 믿을 만한 사람으로 임명할 권한이 있습니다.”“불만이 있다면 이사회에 가서 저를 고소할 수 있어요!”“그밖에 당신의 태도에 주의해 주세요. 여기는 회의실이지 당신네 집 거실이 아닙니다!”“만약 당신이 회의를 원하지 않는다면 지금 짐 싸서 나가세요. 아무도 안 막으니까요!”“허, 나보고 꺼지라고요?”김정준은 거드름을 피우며 곧장 일어나 시가에 불을 붙이며 앞으로 나가 왕주아의 얼굴에 연기를 한 모금 내뿜었다. “왕 회장님, 내가 전 집행 회장으로 매일 밥만 축낸 줄 아십니까?”“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저는 벌써 상성재벌 대구 대표와 대리권을 따냈습니다.”“지금 왕씨그룹 전체와 심지어 주주총회 사람들도 다 알고 있어요.”“이 계약만 확정되면 우리 왕씨그룹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거고 두 배로 오르는 것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간단히 말씀 드리자면 제가 상성재벌과의 계약만 따내면 모든 사람의 재산을 두 배로 늘릴 수 있어요!”“하지만 방법이 없네요. 오늘 아침 집행 회장직에서 해임이 됐어요.”“이렇게 된 이상 저는 계속 이 계약을 얘기할 수 없을 겁니다.”“협력을 못하면
이 모든 것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왕주아가 오늘 김정준을 해임했기 때문이다.그래서 만약 왕씨 그룹의 주식이 하한가로 떨어지면 왕주아는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아마 그녀는 이것을 위해 첫날에 책임을 지고 사임을 해야 할 것이다!심지어 이것들은 모두 왕화천이나 김애선이 왕주아를 위해 파놓은 구덩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그녀가 첫날 취임하자마자 스스로 책임을 지고 사임을 한다면 그것은 그녀의 능력이 부족한 것이지 왕화천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아니다! 이것들을 이해하고 현장에 있는 임원들 중 아무도 바른 말을 하지 않았다. 모두가 연극을 보듯 왕주아를 쳐다보며 그녀가 어떻게 이 일을 해결하는지 보고 싶어했다! 왕주아가 눈썹을 찡그리고 있을 때 김정준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다리를 꼬았다. “왕 회장님, 저를 집행 회장 자리로 다시 세워주실 지에 대해서는 먼저 얘기하지 않겠습니다.”“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임원들과 저에게 사과를 하셔야 하지 않을까요?”“회장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몇 달 동안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것이 허사로 돌아가고 그룹에 막대한 손실을 입었습니다!”“주식을 폭락하게 만들었잖아요!”“이건 다 당신 책임입니다!”이 말을 듣고 현장에 있던 임원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곧 누군가가 나섰다. “맞습니다. 왕 회장님, 당신 때문에 우리가 입은 손실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큽니다!”“왕 회장님, 저희들의 마음을 차갑게 만들지 마세요!”“저희들은 모두 회사 원로인데 공로는 없어도 고생은 하고 있습니다!”왕주아는 안색이 안 좋아졌다. 그녀는 이것저것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런 장면은 예상하지 못했다. 왕주아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고 있을 때 하현이 갑자기 책상을 걷어찼다. “퍽!”“개자식! 하나같이 임원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이런 사소한 일 하나도 해결을 못해?”“일개 상성재벌의 대리권 하나 일 뿐인데 이럴 수 있는 거야?”“너희들을 좀 봐. 하나같이 일 없이 놀
이런 생각이 스치자 하현은 가만히 시선을 아래로 두며 더 이상 이 주제에 대해 파고들지 않기로 결정했다.그리고 싱긋 웃으며 돌아서서 설은아의 방에서 나갔다.하현의 행동을 보고 설은아는 내심 못마땅한 듯 조용히 콧방귀를 뀌었다.남자가 너무 마음이 약한 거 아닌가 하고 서운한 마음이 밀려왔던 것이다....이튿날 아침, 하현은 김 씨 가문의 일을 좀 더 조사해 보려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러나 나가기도 전에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하현은 핸드폰을 힐끔 보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하현,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하지 않으면 연락 안 할 셈이었어?”전화기 맞은편에서 간민효의 볼멘소리가 들려왔다.“간민효?”하현은 간민효가 이런 이른 시간에 자신에게 전화할 줄은 몰라 잠시 어리둥절해했다.“아직도 간민효야? 그냥 성 떼고 이름 불러!”간민효의 목소리에는 살짝 비트는 어조가 실려 있었다.“아, 민효.”하현는 간민효의 성화에 응하며 말했다.“아침 일찍부터 웬일이야? 무슨 일이라도 있어?”하현은 간민효 같은 사람이 아무 일 없이 아침 일찍 전화할 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아침 일찍 차라도 한잔하자고 전화할 리 만무했다.“사실 공항에서부터 당신한테 관심이 많았어.”“그래서 사람을 보내 당신을 좀 살펴보라고 했지.”간민효는 자신의 행동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어쨌든 누군가가 날 상대하려고 당신을 보낸 거라면 나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니까.”“미리 말하지 않은 점은 미안하게 생각해. 사과할게.”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이해해.”기내에서 C4 총기도 발견되었으니 간민효 입장에선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스럽고 찝찝한 일이었을 것이다.간민효가 사람을 보내 자신을 미행하고 조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래서 요 며칠 동안 당신이 한 일을 난 거의 다 알고 있어.”“그래서?”하현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시선을 올리며 물었다.“친한 어른이 한 분 계신데 한 달 전부터
설은아는 김나나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김나나, 난 네 오빠랑 일면식도 없고 얼굴도 몰라.”“그러니까 그만해.”김나나는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우리 오빠는 훌륭한 사람이야. 우리 김 씨 가문 어른인 김준영의 심복이기도 해!”“금정에서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우리 오빠와 결혼하고 싶어 안달인 줄 알아?”“난 네가 내 절친이니까 너한테 기회를 주려던 것뿐이야. 우리 오빠 같은 격조 높은 인물을 너한테 주는 거야!”“남들한텐 그런 기회조차 없었다고!”김나나는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설은아, 너 절대 지금의 행복에 젖어 살지 마!”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베개에 기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김나나, 이제 그만해. 나 내일 할 일 있어서 그만 자야겠어.”설은아는 김나나와 더 이상 이런 얘기로 왈가왈부하기 싫은 것이 분명했다.“그래, 잘 자.”화면 속 김나나는 빙긋 웃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하지만 설은아, 난 우리 오빠한테 큰소리쳤단 말이야!”“너와 전 남편이 3년 동안 함께 했지만 한 번도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고.”“그러니 너 절대 엉뚱한 짓 하지 마!”“그렇지 않으면 우리 오빠가 네 전 남편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라!”말을 마친 김나나는 ‘뚝’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설은아는 언짢은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를 지켜보던 하현이 입을 열었다.“김나나는 뭐 전생에 나라를 구했어? 왜 이렇게 거만한 거야?”설은아는 하현이 묻는 말을 듣고 잠시 침묵하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김 씨 가문의 출신인 김나나는 예전에 대구에 있을 때 몇 번 만난 적이 있어. 그때 그런대로 사이가 괜찮았어.”“하현, 나나가 좀 거침없는 성격이라 그런 말을 한 거야. 그러니 나나가 한 말, 마음에 두지 마.”“그리고 나나가 자기 오빠에 대해 한 말도 신경 쓰지 마. 난 전혀 본 적도 없는 사람이야!”말을 마친 설은아는 문득 자신이 왜 하현에게 이
하현은 그 여자를 알지 못해서 살짝 의아해하며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설은아는 금정에 온 이후로 아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다.어찌 보면 사업상 많은 성장을 했다고 볼 수 있다.“어머, 설은아. 지금 너 뒤에 있는 사람이 설마 그 소문으로만 듣던 네 남편은 아니겠지?”전화기 건너편에 있던 여자는 하현의 모습을 눈치채고는 갑자기 싫은 티를 팍팍 내었다.“그런 남자를 아직도 방에 들이는 거야?”설은아는 하현을 힐끗 쳐다보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김나나, 내가 말하지 않았어? 그와 재결합한다고.”“설은아! 너 정말 진심이야? 아니면 농담하는 거야?”화면 속 김나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 남자 정말 아니잖아! 그건 금정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야! 그렇게 어렵게 이혼했는데 왜 갑자기 또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겠다는 거야?”“무엇보다 너 내가 한 말 잊었어?”“널 우리 오빠한테 소개해 주려고 한다는 말 잊었냐고?!”“우리 오빠는 김 씨 가문 거물이야!”“너와 우리 오빠가 함께 한다면 완전히 강대강의 연합이라고!”말을 하는 김나나의 얼굴에는 꼭 두 사람을 연결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였다.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설은아가 금정 김 씨 가문 사람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게다가 이 여자는 설은아를 김 씨 가문 사람과 연결시켜주려고 했다.자신에게 짓밟힌 김탁우를 떠올리자 하현은 이 모든 것이 우연하게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하지만 잠시 후 설은아가 하는 말을 듣고 하현의 미간이 다시 한번 살짝 일그러졌다.“내 기억이 맞다면 네 오빠가 김탁우 맞지?”“어? 내가 듣기로는 그가 항성에서 누군가와 이미 약혼했다던데.”“어떤 것들이 그딴 쓸데없는 말을 퍼뜨리는 거야?”김나나는 하현을 향해 시위라도 벌이는 양 소리를 높였다.“설은아, 너 소식이 좀 늦구나!”“우리 오빠가 항성에 있을 때 남영 여자가 우리 오빠한테 첫눈에 반한 건 사실이야.”“하지만 어떤 남자가 달려
왕인걸의 말은 이의진을 탓하는 듯 보였지만 사실은 더 깊은 뜻이 있었다.순간 이의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왕 사장님이 안 물어보셨잖아요?”“물어봤으면 진작에 알려줬을 거예요.”“그리고 하현과 밥을 먹고 싶다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씀만 하세요. 내가 왕 사장님을 도와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죠!”말을 마치며 이의진은 자신이 하현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듯 한껏 너스레를 떨었다.그러나 이의진은 정말로 자신이 있었다.자신의 오빠가 최희정을 압박하기만 한다면 데릴사위인 하현이 절대 최희정의 말을 거역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이의진의 말에 왕인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좋아, 좋아! 내일 내 사무실로 와.”이의진은 눈에는 점점 더 환한 빛으로 가득했다.자신의 앞날에 환한 서광이 비치는 듯했기 때문이다.이 씨 가족들도 모두 감격에 겨운 얼굴로 서 있었다.마음속으로는 역시 이의진이 인재는 인재라며 감탄해 마지않고 있었고 훗날 자신들의 뒤를 확실히 봐줄 인물이라고까지 여겼다.이러니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밖에!“이의진,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잖아?”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의진을 앞에 두고 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마디 내뱉었고 그의 한마디에 그녀의 환상 같은 꿈이 일순 깨져버렸다.“왕인걸, 당신도 성인인데 왜 그렇게 쉽게 속는 거야? 옳고 그름이 분간이 안 되는 거야?”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설은아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하현, 알겠어!”왕인걸은 허리를 굽신거리며 하현을 배웅했고 이어 몸을 돌려 이의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의진은 낭패하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이 상황은 전적으로 그녀가 자초한 것이었다.만약 그녀가 몇 마디 하지 않았더라면 하현이 그녀의 면전에서 체면을 뭉개는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체면이 뭉개지는 하현의 말에도 이 관계를 이용하여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려는
그러나 왕인걸은 이 씨 가족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들을 무시했다.그 대신 왕인걸은 재빨리 하현에게 다가와 공손히 입을 열었다.“하현!”하현?!왕인걸의 목소리는 존대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하대도 아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의진의 부모에겐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소리였다.이의진의 집안 친척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뭐야, 이게?하현?하 씨 성을 가진 데릴사위가 정말 이렇게나 능력이 있다는 얘긴가?이의진은 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왕 사장님, 지금 누굴 보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이 사람은 데릴사위일 뿐이에요!”왕인걸은 이의진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을 향해 굽신거리며 말했다.“하현, 아! 형수님도 와 계셨군요!”“이곳에서 두 분을 만나다니 제 생의 영광입니다!”“정말 오늘은 대운이 열린 날인가 봐요!”“만나서 영광입니다.”“너무 반가워요!”왕인걸은 흥분해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왕인걸과 하현이 아는 사이란 것도 놀라울 따름인데 왕인걸이 반가워서 잔뜩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이의진은 입을 떡 벌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하현이 자신의 직속상관, 그것도 왕인걸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설은아는 왕인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예의상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아, 왕 사장님, 안녕하세요.”그러나 하현은 심드렁한 눈빛으로 왕인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차를 마시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야?”아내를 탐하려고 했던 자에게 한 손만 부러뜨리고 놓아준 것만 해도 하현은 많이 봐준 셈이었다.“하현, 지난번엔 내가 많이 잘못했어. 두 사람이 돌아간 뒤 간민효한테 아주 호되게 혼났어!”“나도 내 잘못을 깊이 깨닫고 사과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어!”하현의 냉담한 표정에서 초조함을 느낀 왕인걸은 마음이 떨려 허리까지 구부리며 안절부
”장청 캐피털은 사채업으로 시작한 회사야. 결코 깨끗한 회사가 아니라구!”“고명원도 사실 깨끗하지 않아!”“그런 더러운 인물과 호형호제하는 게 뭐가 그리 잘났어?”“지금은 옛날이 아니야!”“깨끗하게 돈을 벌어야 오래가지!”“고명원 같은 사람이 언제까지 기고만장하게 살 수 있겠어?”이의진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한껏 교만하고 오만한 자세를 보였다.“시대가 변했어. 더러운 방법으로 얻은 영광은 결코 오래갈 수 없어. 결국 우리처럼 큰 회사가 정도를 걷고 있는 거지!”“맞아. 가문을 빛내려면 큰 회사에 들어가야 해!”이영산은 자신의 모친과 여동생이 자신을 위해서 하현을 마구 헐뜯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여전히 어정쩡한 표정을 지었다.이참에 다 같이 퍼부어 하현을 짓밟고 싶었지만 그는 그런 마음을 억눌렀다.“정도를 걸어야지! 정정당당하게!”이의진은 하현에게 훈계하듯 말했다.“당신이 내가 이룬 성과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이룬다면 설 씨 집안에서 당신한테 한 번 더 데릴사위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줄지도 몰라!”여기까지 말한 이의진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룸 바깥 복도를 보았더니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들이 보였다.그들은 당당하게 얼굴을 든 채 값나가는 명품 옷으로 온몸을 치장한 모습이었다.제일 앞에 선 사람은 더욱 건들거리는 표정으로 들어왔고 내딛는 발걸음마다 범상치 않은 기운이 가득 서려 있었다.이의진은 하현을 몰아붙이다 말고 갑자기 흥분한 얼굴로 문 앞까지 달려왔다.“왕 사장님, 안녕하세요!”하현이 힐끔 쳐다보니 왕인걸이었다.왕인걸은 여전히 지방시에서 맞춤한 옷을 입고 있어서 부티가 팍팍 풍겼고 이루 말할 데 없는 강인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다만 머리와 얼굴에 칭칭 감은 거즈가 그를 약간 바보스럽게 보이게 할 뿐이었다.이의진이 왕 사장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이의진의 부모는 하나같이 얼른 일어나 자신들도 모르게 일어나서 맞이했다.“왕 사장님. 여기서
이 광경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넋이 빠지는 듯했다.왜?왜 고 사장이 데릴사위인 하현한테 사과를 해야 하지?설마 다들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이 씨 가족들이 충격에 휩싸여 있건 말건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됐습니다. 별일 아닌 일입니다. 이대로 없던 일로 하시죠.”“그렇게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니 정말로 감사합니다.”고명원은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머금고 하현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다.“하현, 전화번호 좀 알려주시겠습니까?”“나중에 여쭤볼 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하현은 싱긋 웃으며 아무렇게나 티슈를 꺼내 번호를 적은 뒤 그의 앞에 내놓았다.“고맙습니다.”고명원은 보물이라도 얻은 듯 곱게 접어 주머니에 넣은 뒤 이 씨 가족들을 냉담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실례 많았습니다. 내가 식사를 방해한 것도 있고 하니 오늘 이 식사는 내가 계산하겠습니다.”몇몇 장청 캐피털 핵심 간부들도 모두 겁에 질려 굽실거리며 공손한 모습을 보였다.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냉담하게 말했다.“이제 좀 꺼져 주시죠!”하현은 말을 툭 내뱉으며 마치 고명원을 그의 부하처럼 대했다.이 광경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설은아는 이를 보고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하현, 다음에 제가 식사 대접 제대로 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말을 마치며 고명원은 직원에게 가더니 마오타이 몇 병을 테이블로 보내라고 지시했다.그의 공손한 자세에 장내는 순식간에 충격에 빠졌다.이영산의 부모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얼굴이 새까맣게 변했다.방금 하현에게 쓸모없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고 퍼부으며 공사장에서 벽돌이나 나르라고 모욕했던 그들이었다.그러나 순식간에 하현이 장청 캐피털 고명원이 떠받드는 인물이 될 줄은 몰랐다.고명원이 공손히 차를 따르던 모습은 그들에게 직접 얼굴을 두들겨 맞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몰고 왔다.이영산은 더욱 마음이 착잡하고 복잡했다.그
이의진도 눈살을 찌푸리며 거들었다.“하현, 내 말 잘 들어! 지금 당장 사과해!”“그리고 무릎 꿇어!”“그렇지 않으면 공사장에서 벽돌 나를 생각은 하지도 마!”“당신은 그냥 굶어 죽어!”하현은 이 씨 남매가 하는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덤덤한 표정으로 오만방자한 사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3분, 고명원에게 어서 와서 차를 따르라고 해.”“나 하현이 말했다고 전해.”“어서 어서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시간을 넘길 시엔 차를 따르는 걸로 해결될 일이 아니야.”이영산을 비롯한 이 씨 가족들은 하나같이 겁에 질려 얼굴빛이 새까맣게 변했다.하현이 이렇게 고명원을 도발하는 것은 그들을 불구덩이로 집어넣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이놈이 이 씨 가족들을 데리고 같이 죽으려고 작정한 거야?“야! 당신이 뭔데? 감히 고 사장님을 오라 마라, 차를 따르라 마라 하는 거야?”장발의 사내는 냉랭한 눈빛으로 말했다.“사는 게 지겨워?”장발의 사내는 여차하면 하현을 밟아 죽일 듯 눈을 부라렸다.그때 온몸에 거즈를 두른 남자가 뒤에서 들어왔다.알고 보니 소항 회관에서 하현과 충돌한 그 남자였다.남자는 하현의 얼굴을 똑똑히 본 순간 두 눈동자에 두려움이 가득 서린 눈빛으로 온몸을 덜덜 떨었다.그는 장발의 사내에게 얼른 귓속말로 속삭였다.소항 회관에서 그는 하현에게 단번에 걷어차였다.고성양의 손발은 부러졌다.엄도훈은 하현 앞에서 나라님 모시듯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이로 미루어 보아 하현의 신분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장발의 사내는 남자의 말을 듣고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그의 사람들을 데리고 물러났다.“하현! 당신은 이제 죽었어!”이영산은 하현을 가리키며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의 최후를 한스러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따가 일이 생기면 당신 혼자 다 책임져! 절대 우리 끌어들이지 마!”이 씨 가족의 친척들도 모두 사나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며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
장리나는 이 말을 듣고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하현, 얼른 형님께 감사하다고 해야지!”“형님이 아니었으면 어디 가서 그렇게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겠어?”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그러다 혓바닥 깨물까 봐 겁도 안 나?”“하 씨! 당신 나한테 무슨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당신 정말...”장리나는 하현에게 조롱이 가득 담긴 말을 퍼부으려고 했다.그런데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퍽’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발로 문을 차고 들어왔다.차를 마시고 있던 하현은 들고 있던 찻잔을 든 채 눈을 가늘게 뜨고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이어 러닝셔츠를 입은 남자 몇 명이 들이닥쳤다.그들 앞에 서서 담배를 물고 있는 긴 머리의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씨 가족들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모두 꺼져! 이 룸은 우리가 접수한다!”이영산은 오늘 아침 마침내 인생의 절정을 맞이했는데 어떻게 이런 꼴을 당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술기운을 내뿜으며 테이블을 세게 쳤다.“무슨 소리야? 우리 아직 다 못 먹었다구!”“우리 장청 캐피털 고 사장님이 여기서 밥을 먹을 건데 당신들 감히 이런 식으로 굴 거야?”시가를 물고 있던 남자는 무심한 듯 이영산을 쳐다보았다.장청 캐피털 고 사장님?고명원?고명원의 이름을 듣자마자 이영산은 술이 확 깨는 듯했다.방금까지의 원망과 분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무례하다고 느끼던 이 씨 가족들도 장청 캐피털이라는 말을 듣고 모두 겁을 먹었다.고명원은 어쨌든 그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인물이란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게 어떻게...”이영산은 말할 수 없이 난감한 표정이었다.그는 얼굴을 돌려 주변 친척들을 몇 번이나 쳐다본 뒤 멋쩍은 목소리로 말했다.“저기, 거의 다들 드셨죠?”“고 사장님이 이렇게 내 사업을 챙겨주시고 수백억짜리 프로젝트도 맡겨주셨는데 이 룸을 원하셨다니 드려야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