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와 변승욱의 만남이 이어지는 동안 빨간색 페라리488은 이미 대구 외곽의 바다가 보이는 별장 단지에 들어섰다. 이 별장 단지는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으며 건물은 모두 서구식이었다. 다소 낡았지만 잘 유지되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최고급 브랜드의 차를 몰지 않았다면 이 동네에 들어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몇 분 후, 이 차는 단독 별장 앞에 섰고 하현과 왕주아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 곧이어 왕주아는 하현을 데리고 별장 홀로 들어갔다. 홀은 럭셔리하게 꾸며져 있었고 전통적인 벽난로가 있었는데 그 안에는 고급 무연탄이 타고 있어 은은한 송진 향이 났다. 별장 홀은 봄 같은 분위기가 풍겼고 일곱 명의 아리따운 여인들은 각기 다른 곳에 앉아 있었다. 가장 중앙에 앉아 있던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인은 희고 매끄러운 피부에 그림 같은 눈매, 불끈 달아오르는 몸매를 지녔고 아주 매력적이었다. 그녀는 이남 특유의 치마를 입고 손에는 페르시아 고양이 한 마리를 안고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다른 여섯 명의 미인들은 비록 가운데에 앉아 있는 이 여인 보다는 조금 덜했지만 역시 관리가 잘 된 날씬한 여인들이었다. 왕주아와 하현 두 사람이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자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아름다운 여인들은 모두 조용해졌고 두 사람을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엄마, 그리고 이모님들 안녕하세요?”왕주아는 하현을 끌고 들어가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인사를 했다. 맨 가운데에 앉아 있는 사람이 바로 왕주아의 계모, 김애선. “엄마?”김애선은 이상한 기색으로 왕주아를 힐끗 쳐다보았다. 얼굴엔 비꼬는 기색이 가득했다. “네가 나를 엄마라고 부를 줄이야. 나는 너와 나 둘의 관계로 네가 평생 이곳에 올 수 없을 줄 알았어. 나한테 깍듯이 인사해.”이때 김애선은 거만한 얼굴이었고, 뼛속 깊이 도도한 높은 사람의 위엄을 가지고 있었다. 하현은 담담하게 이 여인들을 한번 훑어 보았다. 왕주아가 소개를 하진
하현의 얼굴에는 미소가 살짝 수그러들었다. 이 계모는 역시 계모가 가진 기질과 성격을 모두 갖추고 있어서 정말 뺨을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였다. 하현이 계속 입을 열기도 전에 왕주아는 차갑게 말했다. “정식적으로 소개할게요.”“이 하현은 제 남자친구예요!”“저에게 이미 남자가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리려고 데리고 왔어요.”“저와 정용은 불가능해요!”“단념하세요!”하현은 왕주아를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그녀를 따라와 뜻밖에도 이런 기쁨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정용이 그녀와 결혼을 하고 싶다고?조금 재미있네. “됐어. 내 앞에 나타나지 마.”“남자친구를 고용하려면 좀 있어 보이는 사람을 고용해야 할 거 같아.”“가난뱅이를 데리고 오다니, 너 내가 장님인 줄 알아?”김애선은 이때 짜증스러운 얼굴로 왕주아를 바로 끊어버렸다. “나는 이 사람이 네 진짜 남자친구든 가짜 남자친구든 상관없어!”“어쨌든 너는 반드시 정 세자와 결혼해야 해!”“그 사람은 요 며칠 연경에 가서 네 아버지 일을 도왔어!”“곧 돌아올 거야!”“네 자신을 위해서든, 네 아버지를 위해서든, 또 왕가 전체를 위해서든!”“어쨌든 너는 지금 가서 정 세자가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어. 너희들 사이의 결혼은 정해진 거야!”“이 일은 네가 거절할 여지가 없어!”“그렇지 않으면 너 스스로 어떻게 될 지는 잘 알 거야!”김애선의 말을 듣고 왕주아의 예쁜 얼굴에 달갑지 않은 냉기가 감돌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용에게 시집가고 싶으면 당신 혼자 가세요!”“저는 죽어도 그 사람한테 시집가지 않을 거예요!”“저에게 그 사람한테 시집가라고 강요하시면 저는 땅에 머리를 박고 죽을 거예요!”“당신, 내 어머니라고 나를 위협할 생각은 하지 마세요. 나를 감히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나는 당신을 안고 같이 죽을 테니까요!”하현은 왕주아의 시선을 한번 더 쳐다보았다. 비록 이 집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아
사방팔방에서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머지 여섯 명의 아름다운 소녀들은 모두 와인 잔을 흔들며 즐겁게 미소를 지으며 하현을 압박했다. “그래? 왕씨 집안이 그렇게 대단해?”“그러면 내가 한번 물어 보지. 내가 어제 용문 무도관에서 왕화천의 뺨을 한 대 때렸는데……”“왕씨 집안이 나를 어떻게 처리할 지 모르겠네?”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김애선과 사람들의 미소는 순식간에 굳어졌다. 왕화천의 뺨을 때렸다고?이 더없이 간단한 말에 김애선과 사람들은 모두 경악을 했다. 심지어 왕주아 조차도 충격을 받은 얼굴로 하현을 쳐다 보았다. 왕화천이 어떤 사람인가?왕씨 집안의 주인이자 용문 대구 지회 부회장이다. 높은 권위와 둘도 없는 힘을 갖춘 실력파 거물이다!그런데 하현이 감히 그의 뺨을 때렸다니 지금 여기서 무사할 수 있겠는가? 무슨 웃기는 소리인가! 왕화천의 솜씨는 말할 것도 없고 오랜 세월 그를 따라 다니던 수십 명의 용문 제자들만 하더라도 보통 사람은 상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녀석이 허풍을 떨기 위해 이런 말까지 하다니?장난하나!?김애선은 평정을 되찾고 하현을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인마, 네가 왕화천의 뺨을 때렸다고?”“너 차라리 대구 1인자 임복원과 목숨을 나눈 사이라고 말하지 그래!”“네가 뭔데? 네가 무슨 능력으로 왕 어르신을 건드려?”“네가 무슨 자격이 있어서 건드려?”“내가 너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왕 어르신이 네 앞에서 너를 때린다고 해도 네가 감히 그를 건드렸다간 네 온 집안 식구들이 죽게 될 거야!”김애선은 품에 안긴 페르시아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맨 마지막으로 너에게 기회를 줄게. 최대한 멀리 꺼져!”한 무리의 여인들이 웃을 듯 말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 이 허풍쟁이가 지금 꺼지지 않고서 뭘 할 수 있겠는가?오직 왕주아만 조금 놀랄 뿐이었다. 그녀는 하현의 능력을 잘 알고
왕주아에 대해 말하자면 그녀의 친어머니는 식물인간이 되어 북유럽의 한 병원에 입원을 했다. 아버지가 계모와 결혼을 한 후부터 그녀는 자기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했다. 외부인의 눈에 그녀는 강하고 냉혹한 대구의 유명한 아가씨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만든 성이 얼마나 연약한지를 알고 있었다. 밤이 깊어 인기척이 없을 때 그녀는 자신 앞에 웅장한 그림자가 자신을 보호해 주기를 바랐다. 원래 왕주아는 이런 사람은 존재할 수 없고 나타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하현이 갑자기 나서서 바람과 비를 막아 줄 줄은 몰랐다. 이때 강하고 차가운 왕주아는 따뜻한 느낌이 받았다.“개자식!”김애선은 벌떡 일어섰고 품에 안긴 페르시아 고양이는 ‘야옹’하며 땅바닥으로 뛰어내렸다. “하씨, 너 정말 뻔뻔하다!”“너 이 촌놈아, 정말 네가 거물인 줄 아는 거야?”김애선의 눈동자에는 한기가 서려 있었다. 그녀는 하현을 잠시 바라보다가 잠시 후 왕주아에게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내가 기회를 줄게.”“너 스스로 뺨 두 대 때리고 그를 내보내!”“아니면 내가 경호원보고 그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꺼지게 할까?”그녀의 한 마디가 떨어지자 거실에 있던 검은 양복의 경호원 십여 명이 살벌하게 하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왕주아는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둘 다 선택하지 않을 거예요!”지금 왕주아는 태연한 눈빛으로 김애선을 노려보았다. “저는 하현을 데리고 같이 갈 거예요!”“제가 오늘 온 건 당신과 타협하거나 협상하러 온 게 아니에요. 알려주려고 온 거예요!”“저는 이미 남자친구가 있어요. 그러니 단념하세요!”“저를 정용에게 시집 보낼 생각은 다시 하지 마시라고요!”“당신들도 우리 엄마를 가지고 나를 협박할 생각은 하지 마세요. 나를 계속 조이면 연을 끊어버릴 거예요.”“다같이 안고 죽읍시다!”“당신이든 우리 아버지든 당신들은 나를 강요할 수 없어요!”하현은 한숨을 쉬며 왕주아를 쳐다보고 말했다.
하현은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아주머니, 당신이 계모인 것을 봐서 내가 다시 한 마디 할게.”“주아는 내 여자야. 닭에게 시집가면 닭을 따르고, 개에게 시집가면 개를 따르는 법인데 내가 물러 가면 당연히 주아도 같이 가야지!”김애선은 얼굴을 찡그리며 차갑게 말했다. “젊은이, 네가 내 앞에서 소란을 피운다고 정말 네가 무슨 능력이 있는 줄 알아?”“두꺼비가 백조 고기를 먹으려고 하는데 나는 네가 그럴 자격이 없을까 걱정이다!”곧이어 김애선은 고개를 돌려 왕주아를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주아야, 내가 너한테 마지막 기회를 줄게!”“정 세자와 네 결혼은 네가 반드시 승낙해야 해!”“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는 네가 잘 알고 있을 거야!”왕주아는 이를 악물고 입을 열었다.“엄마, 제가 분명히 말하는데 저는 하현 말고는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네가 나를 엄마라고 부른 이상 그럼 너는 나를 안 주인이라고 인정했다는 거야!”김애선은 위엄 있는 얼굴로 왕주아에게 어떤 여지도 주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너의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은 내가 결정할 거야!”“그러니 내가 마지막으로 충고하는데 네 옆에 있는 놈한테 꺼지라고 해!”“그렇지 않았다가 내가 손을 쓰기를 기다리면 다들 체면이 서지 않게 될 거야!”하현은 가타부타 뭐라 말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부인,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부모님 말을 듣습니까?”“너무 웃기는 소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너!”김애선은 냉랭한 기색으로 호통을 쳤다. “이 자식아, 내가 너를 상대하지 않는 건 너에게 살길을 내주려고 그런 거야!”“너 자꾸 나를 도발하는데, 너 내가 너를 정말 죽이지 못할 것 같아?”“내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너는 우리 왕가의 일에 관여할 자격이 없어. 죽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꺼져!”“그렇지 않으면 네가 세상에 나온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야!”지금 김애선은 눈에 살의를 숨기
반신마비가 김애선의 목숨을 빼앗아 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하현의 말대로 식물인간이 된다면 차라리 죽도록 내버려두는 게 나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이 이때 한 마디로 잘라 말하자 김애선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김애선도 인물인 셈이라 인상을 찡그리며 왕주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감히 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하지만 말을 막 마치고 김애선 자신도 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왕주아도 이 일을 몰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왕주아도 어리둥절해 하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제가 어떻게 반신마비인걸 알았겠어요?”하지만 김애선이 자신의 어머니처럼 식물인간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자 왕주아는 순간 몸서리를 쳤다. 이렇게 되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깔끔했다. 너무 처참했다! 김애선은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하현은 의도적으로 왕주아와 가까워지기 위해 많은 정보를 캐물었을 것이다. 이 순간, 그녀는 하현을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인마, 너 빌붙으려고 공부를 많이 했나 보구나!”“공부?”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이런 일에 왜 공부를 해?”“숨이 가쁘고 거친 소리를 낼 때마다 가슴이 따끔거리는 통증을 느낄 거야.”“그래서 당신은 성격이 거칠고 급한데도 자신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을 테고, 이것이 당신을 심란하게 만들었을 거야.”“하지만 생각을 많이 하면 반신마비를 가중시킬 수 있어.”“그래서 내 말이 틀리지 않았다면 당신이 안주인이 된 관계로 당신의 반신마비의 상황은 더 심각해졌을 거야!”“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한의학이든 서양 의학이든 아무도 당신을 치료해 줄 수 없고, 심지어 고통을 완화시켜 주지도 못한다는 거야!”“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당신의 상황이 계속 가중되는 것을 지켜보다가 결국은 당신을 요양원으로 보내 산 채로 죽게 하는 거지!”하현은 가볍게 말했지만 김애선의 안색은 더 없이 안 좋아졌고 왕주아도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그녀는 하현이 이런 능력을 가
김애선은 안색이 차가워졌고 하현을 위아래로 몇 번 훑어본 후 차갑게 말했다. “말도 안돼!”“너는 한의사도 아니고, 의사도 아니야. 심지어 내가 보기에 너는 의학 지식도 없는 것 같은데!”“네가 감히 내 앞에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아?”“내가 말하는데!”“네 말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대구에는 의사들이 수도 없이 많아. 내 문제를 고치는 건 쉬운 일이야. 그러니 네가 걱정할 필요는 없어!”하현은 가타부타 말을 아꼈다. “예로부터 의학과 무술은 서로 상통한다는 말이 있어.”“하지만 우리 대하 전통의 고대 무술과 고대 의학은 현대 의학과는 완전히 다른 계통이야.”“고대 무술을 수련하다 폐인이 된 것을 현대 의학으로 고치려고 하는 거야?”“어리석은 사람은 헛소리라고 말하겠지!”“믿지 못하겠으면 기다려봐. 곧 찬 공기가 불어오면 식물인간이 될 테니.”“그때가 되면 내가 주아랑 같이 보러 올게!”김애선은 눈가에 경련이 일며 약간 당황하는 기색이었지만 끝내 강한 태도를 유지하며 냉랭한 얼굴로 말했다. “하씨, 너 내가 너 같은 사기꾼 말을 믿을 거 같아?”“나는 현대 과학만 믿을 거야!”“게다가 나는 오늘 이 일에는 흥미가 없어. 내가 너랑 얘기하고 싶은 건 주아 일이야!”“나는 너와 주아와의 사이가 사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어. 하지만 너는 우리 상류층과는 접할 수 없어!”“왕가 이 두 글자가 도대체 어떤 무게를 지니고 있는지 잘 모르는 거 같네!”“이 정도 무게면 너를 쉽게 부술 수 있어! 압사 시킬 수 있지!”“그러니 젊은이 마지막으로 한 마디 권하는데!”“끼어들지 마!”“그 결과는 네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너와 네 가족 모두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그때 가서 후회해도 소용 없어!”김애선의 얼굴은 눈빛 하나, 동작 하나만으로 하현을 쉽게 부수고 압사시킬 수 있을 것처럼 차가웠다. “나를 협박하는 거야?”하현은 냉담한 기색으로 김애선을 쳐다보며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
이 순간, 우뚝 선 김애선은 결국 분노했다. 과거 그녀는 항상 때리고 싶은 사람은 때렸고, 맞는 사람은 감히 반격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자기 스스로 얼굴을 그녀에게 가까이 대 주었다. 하지만 하현은 오늘 그녀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녀의 뺨을 때렸다. 순간 김애선은 분노로 의식을 잃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곧이어 김애선의 마음에는 살의가 가득 찼고 그녀는 하현을 노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를 죽여!”“쾅______”십여 명의 경호원들은 몸에 지니고 있던 경찰봉을 꺼내 돌진했다. 하현은 왕주아를 뒤에 두고 혼자 한 걸음 앞으로 나가더니 십여 명의 사람들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십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를 죽이러 왔지만 하현은 이따금 뺨을 때리고 가볍게 발길질을 했다. 하지만 그가 손과 발을 휘두를 때마다 어떤 사람은 얼굴을 감싼 채 날아갔고 어떤 사람은 배를 움켜쥐고 풀썩 주저앉았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이 왕씨 집안의 경호원들은 모두 녹초가 되었고 하나같이 온몸에 경련이 일어 일어설 수조차 없었다. 무서웠다!너무 무서웠다!이 왕가 경호원들은 두려운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을 뿐 아니라 지울 수 없는 공포감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하현은 너무 잔인했다. 속도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빨랐다. 쌍방은 같은 급이 아니었다. 그들의 수가 열 명이 넘었다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수가 열 배가 넘었는데도 하현의 털 한 톨도 건드리지 못했다. 이때 김애선는 얼굴에 한기가 가득한 채 뒤로 물러섰고 벽난로 쪽으로 물러나 장식품으로 쓰이던 사냥용 화기를 움켜 쥐었다. 화기는 오래되었지만 위력은 대단했다. 이때 하현을 향해 겨누자 순간 살의가 번졌다. 왕주아는 깜짝 놀랐다. “하현, 이건 해가 지지ㅜ않는 제국의 화기야. 살상력이 막강해.”“싹______”하현은 김애선을 한 번 쳐다보지도 않았고 발끝을 땅에 디디자 순간 경찰봉이 날아 올랐다. “퍽__
”비슷한 물건들이 항성과 도성 경매장에서 대략 이천억에 팔렸어!”“나도 방금 형 씨 가문에서 이천억에 샀어.”“봐. 여기 가격표가 있잖아?!”하현은 비닐봉지를 열어 바닥에 파편을 쏟으며 영수증을 한 장 꺼냈다.“내 아내한테 결혼기념일 선물로 주려고 산 거였어!”“그런데 어떻게 되었는지 잘 봐!”“당신 차에 부딪혀 완전히 부서졌어!”“이천억의 가치가 있는 물건들인데 당신들이 이천만 원을 준다고 해서 이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해?”“지금 나 놀리는 거야?”“물론 당신들은 믿고 싶지 않겠지. 그렇다면 감정 요청을 해 봐! 그럼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어!”이천억?!김 씨 남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가 이내 파랗게 질려 버렸다.두 경찰도 어안이 벙벙한 채 하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다.하현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이 일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가?하현은 확실히 정당하게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에게 양보하는 것이 도로교통법이었다.하현은 골동품 도자기 영수증도 가지고 있었다.완벽했다.간단히 말해서 이 사건의 모든 증거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하현이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일부러 이런 일을 꾸민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긴 했지만 두 경찰은 반발할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방금까지 의기양양해하던 간소민은 순식간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얼굴이 굳어졌다.하현이 너무 터무니없는 말을 쏟아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이천억이라니!김탁우가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액수였다!만약 김탁우가 죽는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돈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저희는 사고의 책임 소지만 밟힐 수 있습니다. 그 후 어떻게 처리할지는 양측이 서로 협의해야 합니다!”“협의가 안 되면 법정에서 해결하시면 됩니다!”두 경찰은 골치 아픈 일에 엮일까 봐 얼른 책임 소지를 밝힌 책임 인정서만 발급하고 줄행랑을 쳤다.이것은 도저히 자신들이 건드릴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김탁
”김탁우. 미안하지만 이번 사고를 전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모든 책임은 당신한테 있습니다.”김탁우가 백일몽을 꾸고 있을 때 대머리 경찰이 현장을 자세히 살핀 후 침착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도로법에 따라 당신은 하현에게 모든 손해 배상을 해야 합니다.”김탁우의 득의양양한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분명 생각지도 못한 결과임에 틀림없었다.그는 하현이 경찰서 사람들과 내통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 경찰들은 순찰 중 무작위로 파견되었기 때문에 전혀 이해관계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가 쓸데없는 말을 내뱉기라도 한다면 자신의 처지가 더욱 곤란해질 것이 뻔했다.순간 그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어갔다.별 볼 일 없는 사람 한 명 짓밟는 일이 이렇게 번거로울 줄은 몰랐다.“아니, 지금 뭐라고 하는 거예요?”“잘 들어요! 이 일은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에요! 우리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요!”김나나는 화가 나서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이 사람은 그저 무책임한 인간일 뿐이에요. 여기저기 사기나 치고 다니는 인간이라고요! 경찰이라면 이런 사람을 잡아가서 취조를 해야지 우리한테 책임을 전가하다니요?”“당신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아니면 머리가 아주 나쁜 거예요?”김나나가 강경한 얼굴로 몰아붙이자 경찰은 침착한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횡단보도에선 보행자에게 양보하는 것이 도로교통법입니다.”“불복한다면 소송을 하십시오.”“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전적으로 당신들 잘못입니다!”김나나는 이를 악물고 버럭 소리쳤다.“우리가 지나가는데 갑자기 나타났으니 당연히 이 사람 책임이죠!”경찰은 점잖고 예의 바르게 말했다.“우리가 CCTV를 확인했는데 사고 당시 차를 몰던 김탁우가 옆에 앉은 분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분명히 전방 주시 의무를 소홀히 했어요.”“그래서 당신들 잘못이라고 하는 겁니다. 이건 어딜 가도 바뀌지 않아요.”또 다른 경찰이 영상을 꺼내 김 씨 남매에게 보여 주었다.방
의기양양한 김탁우를 보며 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이건 사기를 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당신이 나한테 손해 배상을 해야 하는 일이야.”김탁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손해 배상? 하현. 당신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김나나는 핸드폰을 꺼내들고 말했다.“아주 막무가내로 나오겠다 이거지?!”“좋아. 내가 지금 바로 경찰에 신고해서 처리하도록 하겠어!”“경찰들이 와서 어떻게 수습하는지 똑똑히 볼 거야!”“사기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당해 봐야 알지!”말을 하면서 김나나는 흥분된 표정으로 전화를 걸었다.이 기회에 꼴사나운 데릴사위를 보내 버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관청에 신고하려면 얼른 해!”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횡단보도에서 사람을 쳤으면 책임을 져야지. 당신들이 나한테 모든 손해를 배상해야 해. 그것이 교통법규니까.”“이따가 경찰서 사람들이 오면 잘 가르쳐 주실 거라 믿어.”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했지만 강인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어서 그의 말을 듣는 김탁우의 눈 밑이 딱딱하게 굳어지고 호흡이 가빠왔다.마치 유람선에서 만난 그날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하지만 김탁우는 얼른 정신을 다잡았다.하현은 그저 여자한테 빌붙어 허세나 부리는 얼간이일 뿐이다.겉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여자 덕에 먹고사는 한량이나 다름없는데 자신이 그를 두려워할 이유가 뭐 있겠는가?하현이 김탁우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뜻밖에도 김탁우와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보고 간소민은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하현, 망신살 뻗치는 일 좀 그만해!”“유람선에서 있었던 일도 아직 당신한테 되돌려 주지 못했어!”“오늘 우린 다른 일이 있어서 당신과 이런 말싸움하기도 귀찮아!”“우리가 정말로 당신을 상대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당신 절대 감당하지 못할 거야!”“그러니 그냥 썩 꺼져! 얼른!”“여기서 꺼지지 않으면 우린 정말로 경찰을 불러 처리할 수밖에 없어!”“그렇게
안타깝게도 지금 자신을 만났으니 이 일은 실패로 끝날 것이다.“아, 데릴사위? 당신이었어!”김나나도 분명 하현을 알아보았고 얼굴 가득 비아냥거림이 떠올랐다.“내가 방금 말했잖아? 요즘 사기치는 사람들은 정말 수법이 후지다니까!”“아유, 당신 같은 쓰레기가 뭘 알겠어. 우리도 다 이해해!”“하지만 잘 들어! 이런 후진 수법 우리한텐 안 통해!”“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 같은 무능력자가 우리를 상대로 사기를 치려고 했다는 거야! 후환이 두렵지도 않아?”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오늘 당신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려고 했는지 아닌지는 제쳐두고, 아니 설령 그렇다고 쳐도 당신들이 날 어떻게 할 건지 보고 싶군그래.”“뭐?”김나나는 흰자위를 가득 드러내며 씩씩거렸다.화가 나서 그 자리에서 하현을 씹어 버리고 싶었다.이때까지 입을 열지 않던 김탁우는 흥미로운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가 심드렁하게 내뱉었다.“하현? 참 공교롭군! 이런 데서 만나다니!”“왜? 내가 당신 아내한테 손을 댄다는 걸 알고 많이 불쾌했어? 그래서 날 찾아와 귀찮게 하고 싶었던 거야?”“안타깝게도 설은아는 단지 당신의 전 부인일 뿐이야.”“그리고 난 최근에 설은아에게 많은 사업을 소개해 줬어. 그래서 그녀는 나에게 감사함을 전했을 뿐이야. 아주 헌신적으로 말이지.”“왜? 말리고 싶어?”“말릴 수 있겠어? 당신이?”“아니 이런 유치한 수법이 나한테 먹힐 거라고 생각했어?”“다음에 날 상대할 때는 좀 더 세련된 방법으로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는 게 좋겠어.”“그렇지 않다면 거액으로 보상해야 할 거야!”“오늘은 당신이 너무 쫄아서 새파랗게 질린 것 같으니 이번 한 번은 용서해 주지.”“그렇지 않으면 피를 팔아서라도 갚아야 할 거야.”말을 마치며 김탁우는 원망 섞인 눈빛에 경멸 가득한 미소를 녹여 하현을 바라보았다.사실 김탁우는 오늘 간소민을 설은아에게 소개하는 일에 바빠서 이런 쓰레기 같은 사람을 상대할 시간이 없
왕인걸이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하현, 이 개자식이 요즘 형수님과 아주 가깝게 지낸다고 들었는데 내가 가서 거세라도 할까?”고명원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가서 그놈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 묻어버리는 게 낫겠어!”“당신들은 제대로 해내지 못할 거야!”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안타깝지만 난 비열한 소인배들이 쓰는 파렴치하고 비겁한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아.”“그를 잡으려면 공명정대하게 해야 해.”“아무도 반발할 구실이나 이유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그러니 이 일은 내가 나서는 게 나아.”여기까지 말하고 하현은 형나운에게 전화를 걸어 담담하게 말했다.“형나운,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 내 수중에 마침 이천억이 있으니 좀 부탁해...”“아, 그리고 영수증 발급하는 거 잊지 말고.”...오후 6시 정각.대구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집안 SL그룹 입구.이미 러시아워에 돌입한 시간이니만큼 고급차들의 왕래가 끊임없이 이어졌다.하현은 길가에 기대어 손에 삼색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얼핏 보면 거리의 넝마주이와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그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눈앞에 있는 횡단보도를 바라보며 침묵에 빠졌다.약 10분 후, 하현의 시야에 마세라티 한 대가 나타났다.바람을 가르는 마세라티는 고급스러운 우아함의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바로 김탁우의 차였다.김탁우가 직접 차를 몰고 있었고 그의 여동생 김나나와 다소 낯익은 모습이 앉아 있었다.이때 김탁우가 마침 고개를 옆으로 돌려 조수석에 앉은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이미 눈에서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노란 신호등임에도 김탁우는 신경 쓰지 않고 거리낌 없이 가속 페달을 밟았다.바로 그때 하현이 천천히 횡단보도에 발을 올려놓았다.“퉁!”그 순간 미처 브레이크를 밟지 못한 마세라티 차랑이 하현을 바로 덮쳐 쓰러뜨렸다.다만 그는 몸에 힘을 빼고 있었기 때문에 바닥에 주저앉았을 뿐 조금도 다친 곳은 없었다.하지
”쉽게 말해 경제력이 엄청나다고 봐야죠.”“은둔가 형 씨 가문, 은둔가 나 씨 가문, 은둔가 왕 씨 가문은 모두 다양한 분야에서 강력한 권한과 세력을 가지고 있습니다.”“누구도 상대할 수 있는 아주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죠.”“은둔가 현 씨 가문과 은둔가 두 씨 가문은 금정의 수호신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들이 있으면 아무리 강한 강호의 세력이라고 할지라도 금정에서 함부로 행패를 부리지 못합니다!”“하지만 진정한 세력가를 말하자면 역시 은둔가 주 씨 가문입니다!”“주 씨 가문은 관청의 권력을 손에 쥐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주광록의 할아버지, 아버지, 큰 형님은 모두 한때 금정 관청의 수장이었습니다.”“비록 두 어르신은 이미 은퇴했지만 금정 관청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죠.”“그리고 주광록의 큰형은 금정 최고 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나 지금은 연경으로 가서 더욱 중요한 자리를 맡았습니다.”“주향무와 주광록은 말할 것도 없죠!”“이 외에도 다른 주 씨 가문 사람들도 금정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일일이 셀 수도 없어요!”“심지어 금정의 관청은 주 씨 가문 관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다만 주 씨 가문은 대하의 중앙 정부에게는 충성을 다하며 실수를 한 적이 없습니다.”“이로 인해 은둔가 주 씨 가문은 금정에서 은둔가의 으뜸이 되었고 나머지 다섯 가문들도 큰일을 겪으면 주 씨 가문에게 도움도 청하고 본보기로 삼기도 합니다.”고명원은 금정 은둔가의 유래를 쭉 설명하며 감격에 겨운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 당신이 이런 주 씨 가문의 친분을 얻었으니 금정에서 두려울 게 뭐 있겠어요?”“당신이 이런 인맥을 가졌다는 걸 진작에 알았다면 우리가 벌써 무릎을 꿇었을 텐데 말이에요. 우리가 감히 어떻게 당신 앞에서 거들먹거릴 수 있었겠어요? 안 그래요?”왕인걸, 임수범, 나박하는 모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하현은 핸드폰으로 공개된 자료들을 몇 번 확인한 뒤에야 고
주 씨 형제가 하현의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동시에 두 사람은 반드시 하현을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방법을 강구하기로 결심했다.그 시각.집복당 정자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고명원은 직접 하현에게 차를 한 잔 따라주고 나서 웃으며 말했다.“하현, 당신은 이번에 확실히 많은 성과를 올렸어요.”“이 차가 있으면 앞으로 금정에서 아마 신호등 따위 상관없이 다닐 수 있을 거예요!”왕인걸도 옆에서 한마디 덧붙였다.“관청의 수장이 매주 풍수사한테 관상을 보러 다닌다는 소식이 퍼진다면 아마 그 풍수사는 금정의 굵직한 인맥을 갖게 될 겁니다.”“나도 예전에는 안 믿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믿게 되었어요.”“어쩐지 예전부터 사람들이 그런 말을 했었죠. 진정한 풍수사는 그 지역의 지하 황제라고!”하현은 편안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나와 주 씨 가문 형제가 겨우 이 정도 친분일 뿐인데 지하 황제라니 너무 과장된 거 아닌가요?”“이 말은 우리 사이에서나 하는 말로 끝내죠. 절대로 바깥으로 퍼져서는 안 됩니다.”이때 나박하도 그들에게 다가와 즐거운 듯 함박웃음을 지었다.“하현, 당신은 아직 주 씨 가문의 내막을 모르는군요!”“은둔가 주 씨 가문 형제라고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난 금정 사람이 아닙니다. 금정에 온 지 한 달도 안 되었는데 그들의 내막을 모르는 게 정상 아닌가요?”비록 그들은 금정이 오래된 도시고 그 세월 동안 토착된 세력이 만만찮다는 건 알지만 금정에 오기 전에 하현은 금정에 대한 자세한 정황은 전혀 알지 못했다.만약 설은아의 일이나 장생전의 일이 아니었다면 그는 금정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금정의 이러한 정황을 이해하는 데도 아무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고명원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목을 축인 뒤에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금정은 대하의 고전 문화를 대표하는 중요한 도시로 인구가 거의 오천만 명에 달합니다!”“권세 있는 인물, 호족 가문들이 차고도 넘치죠.”“당시에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하지만 우리 은둔가 주 씨 가문의 역량과 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요!”주향무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아마도 당신은 오늘 당신의 행동이 우리 형님에게 아주 큰 도움을 주고 큰 위험에서 구해주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군요!”“하지만 내가 보기엔 당신은 딴 속셈이 있는 것은데요.”“내 추측이 틀리길 바랍니다!”말을 하면서 주향무는 오른손을 뻗어 하현의 어깨를 묵직하게 두드렸다.그의 힘으로는 성인의 어깨 정도는 쉽게 탈골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악력이 느껴졌다.주향무는 하현의 심기를 건드리려고 이런 행동을 한 게 아니라 은둔가 주 씨 가문이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란 것을 하현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윽...”갑자기 주향무의 오른손이 굳어졌고 자신도 모르게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충격에 휩싸인 그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하현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지만 주향무는 자신의 손이 마치 쇳덩어리 위에 부딪힌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거센 반동으로 인해 그의 오른팔이 저릿저릿해졌고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이러다간 피를 토할 것 같은 통증이 엄습해 왔다.개자식!무도 고수라더니!“주 서장님. 그렇게 계속 힘쓰고 있을 필요없어요. 가서 실력이나 좀 더 키우세요.”하현은 빙긋 웃으며 손을 뻗어 주향무의 손을 자신의 어깨에서 툭 털어냈다.“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당신의 인중에도 검은 기운이 가득하군요. 아마 피비린내 나는 재앙이 있을 것 같은데!”“누군가가 당신의 형에게 손을 뻗칠 수 있다는 건 당신한테도 충분히 손을 뻗칠 수 있다는 얘기죠!”“아쉽게도 당신은 나에게 큰 미움을 샀어요. 그래서 난 당신을 구해 주지 않을 겁니다!”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서늘한 얼굴로 돌아섰다.혼자 덩그러니 남은 주향무는 당황한 얼굴로 하현을 노려보고 있었다.잠시 후 그는 온몸이 떨리고 입가에 검붉은 핏기가 슬쩍 떠올랐다....원래부터 하현을 못마땅해하며 경멸
”다만 이것은 임시방편일 뿐입니다.”“이런 문제는 아무나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죠.”“이 사건의 배후자를 파헤치지 않으면 결국 뿌리째 근원을 제거할 수 없습니다.”하현은 있는 대로 말했다.누가 주광록을 죽이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짚이는 데가 있지만 주광록은 말할 것도 없고 하현 스스로도 언급하지 않았다.주광록은 고개를 끄덕였다.“하 대사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내가 잘 알고 있습니다.”“내가 스스로 방법을 찾아 이 근원을 해결하겠습니다.”말을 하며 하현을 바라보는 주광록의 얼굴에 복잡한 심경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룻밤 사이에 하현에 대한 그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전에는 하현이 함부로 사람들을 속이는 사기꾼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제 주광록은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하현이 손을 쓰지 않았더라면 오늘밤 당장 그는 죽은 목숨이 될 수 있는 몸이었다.상대의 수법이 이렇게 악랄한데 하현 같은 사람이 없었더라면 절대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은둔가 주 씨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든 개인의 안전을 위해서든 주광록은 어쨌든 하현을 자신의 곁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리고 다른 건 둘째 치고 단순히 하현은 자신에게 있어 생명의 은인이었으니 반드시 은혜를 갚아야 한다.“자, 차는 해결되었네요.”하현은 아우디 차를 가리켰다.“차는 아무 문제없을 겁니다.”“상대방은 절대 같은 수법을 두 번 다시 쓰지 않을 테니까요.”그러나 주광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저 차는 차마 못 타겠어요.”“하 대사님,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 차 가져가세요. 지금부터 저 차는 대사님 것입니다!”“대사님 같은 분만이 저 차를 다룰 수 있을 거예요.”말을 마치자마자 주광록은 얼른 차 열쇠를 하현의 손에 쥐여 주었고 나박하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하현을 대신해 차량 등록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하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주 부장님, 이건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주광록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