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물!”“쓰레기!”“깡그리 다 폐물이야!”하현과 왕주아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김애선은 펄쩍 뛰며 분노가 극에 달했다. 그녀는 경호원들을 발로 걷어차 땅에 쓰러뜨렸고 안색은 흉악하기 짝이 없었다. “열 몇 사람이! 하나같이 고수라고 하는 놈들이! 평소에 한 사람이 열 사람은 상대할 수 있다고 했잖아!”“결과는? 지금 사기꾼 하나 당해내지 못하다니!“못 이기는 건 그렇다 쳐도 개처럼 맞고 나까지 죽을 뻔 했잖아!”“내가 너희 같은 폐물을 키워봐야 무슨 소용이야?”“내가 죽으면 너희들도 같이 묻혀야 돼!”이때 김애선은 마치 아무에게나 고래고래 욕지거리를 하는 무지막지한 여자처럼 화를 냈다. 그녀는 금정 김씨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잘 자라 왔는데 언제 이런 일을 당해 봤겠는가?털도 다 자라지 않은 새끼가 뺨을 한 대 때리고 그녀를 위협하더니 하마터면 한 방에 끝날 뻔 했다! 이건 창피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가장 중요한 건 그녀의 절친들이 모두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에 이렇게 망신을 당하고 그녀가 현장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떻게 대구 상류층 무리에서 지낼 수 있겠는가? 한 무리의 왕가 경호원들은 하나같이 모두 시퍼렇게 멍이 들도록 얻어맞았고, 지금은 감히 반박도 하지 못했다. 김애선이 화가 나 한방에 그들을 죽일까 봐 몸부림치고 있었다. “개자식! 개자식!”김애선은 홀의 물건들을 다 깨부순 후에야 직접 핸드폰을 꺼내 왕화천에게 전화를 걸었다. “왕씨! 당신 따님이 사람을 데리고 와서 나를 때렸어요!”“경호원 열 몇 명을 때렸을 뿐 아니라 내 뺨도 한 대 때렸어요. 가장 중요한 건 나를 총으로 쏴서 죽일 뻔했다는 거예요!”“왕씨, 당신 딸은 너무 극악무도해요!”“이건 반란을 일으킨 거예요!”“나는 그저 정용에게 시집을 가라고 한 것뿐인데 감히 나한테 이런 짓을 하다니요!”“절 위해 중재자가 돼 주셔야 해요!”“참, 그녀가 데려온 그 녀석이 어제 당신 뺨을
하현과 정면으로 마주치자 왕화천은 하현 같은 사람은 겉으로 보기에는 폐물 같아 보이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작은 경비원, 촌놈을 쳐다보듯 그를 취급한다면 분명 큰 손해를 볼 것이다. 게다가 그는 하현을 이용해 상석에 앉으려고 했다. 그래서 전화를 끊기 전에 당분간 하현을 건드리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 것이다. 그러나 이를 눈치채지 못한 김애선은 남편이 겉으로는 자신을 아끼면서도 실제로는 왕주아를 두둔하고 있는 것이라 여겼다. 화가 난 그녀는 전화를 끊고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한편 해안가를 달리는 페라리 488에서 하현은 생수 한 병을 들고 닥치는 대로 마셨다. 운전석의 왕주아는 이상한 기색으로 하현을 잠시 쳐다본 후에야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 내가 지금 공항으로 바래다 줄게!”“내가 너 주려고 10억과 새로운 신분을 준비했어. 너는 항성, 도성, 해외 어디든 가서 피신할 수 있어!”“돌아올 수 있을 때 너한테 전화 할게.”말을 하면서 왕주아는 카드 한 장을 하현에게 건넸다. 하현은 아무렇지 않게 검은색 카드를 받아 들고는 몇 번 쳐다본 후에야 담담하게 말했다.“왜? 나보고 남자친구 노릇을 하라고 하더니 네가 대극을 준비했네.”“나는 광대일 뿐이야.”“이제 노래가 끝났고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졌으니 너와 나는 대로를 따라 각자 길을 가면 돼.”“네가 뜻밖에도 내 안전을 걱정하다니? 왜? 네 엄마가 나한테 복수 할까 봐?”“그럼 너 나한테 마음이 움직였다는 거야?”하현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왕주아를 쳐다보았다. 왕주아는 하현을 힐끗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네가 오늘 김애선의 체면을 살려주지 않았으면 그녀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거야!”“너는 그녀의 신분을 몰라. 그녀는 금정 김씨 집안 딸이야.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야. 적어도 우리 왕씨 집안은 비할
“누가 네 장모야?”“뻔뻔스럽기 짝이 없네!”왕주아는 하현을 매섭게 노려보았지만 하현의 이 말이 그녀의 무거웠던 마음을 오히려 좀 풀어주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왕주아는 잠시 생각한 후 탄식하며 말했다. “우리 엄마는 우리 아버지의 본처야. 당시에도 용문 대구 지회의 고위층 중에 한 분이셨어. 두 분은 결혼을 한 후에도 서로 존중하며 깍듯하게 대했어.” “그런데 내가 18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갑자기 한 여자를 데리고 왔어. 바로 김애선이야!”“아버지 말로 김애선은 금정 김씨 집안 딸이라 신분이 두터워 아버지가 앞으로 상석에 앉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하셨어.”“그래서 그는 우리 친엄마가 물러나기를 바랬고 주도적으로 이혼을 제안하셨지.”“근데 우리 친 엄마는 무술을 연마하신 분이라 성격이 강직하셨어. 그러니 어찌 승낙을 할 수 있었겠어? 엄마는 거절을 했을 뿐 아니라 김애선의 뺨을 한대 때렸는데……”“그리고 난 후……”“그날 밤, 우리 집에 고대 무술을 수련한 고수들 몇 명이 침입을 했고 엄마는 중상을 입고 폐인이 돼서 침대에 주저 앉아 잠을 이루지 못했어……”“그리고 그 여자는 우리 아버지와 결혼을 했고, 아버지는 죄책감을 느끼셨는지 식물인간이 된 어머니를 북유럽의 한 요양원에 보내 요양을 하게 했어.”“그때 나는 어렴풋이 진실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너무 어려서 권력도 없고 돈도 없었으니 어찌 김애선을 이길 수 있었겠어?”“최근 몇 년간 김애선은 우리 엄마 병원비로 나를 통제했고 나를 그녀의 손아귀에 넣으려고 했어……”“특히 조중천 회장이 죽은 이후로 그녀는 우리 아버지를 지회장 자리에 앉히려고 대구 정가와 손을 잡았어.”“그리고 정용의 조건은 너도 알다시피 내가 그에게 시집 가게 하는 거야!”왕주아는 차분한 말투로 모든 것을 말했지만 자기도 모르게 이 페라리 액셀은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정용은 대구 정가 세자고 대구 여섯 세자 중 하나지만 나는 그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어.”
하현은 아무렇게나 핸드폰 메시지를 보내고 난 후 왕주아의 안전벨트를 풀었다. 왕주아는 조금 어리둥절했다. “하현, 뭐 하려고?”“너 너무 운전을 느리게 해서 내가 하려고.”하현은 직접 너가 왕주아 뒤에 딱 맞게 앉았다. 왕주아는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렸고 마치 하현의 품에 안겨 있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숨결이 닿아 애매하기 짝이 없었다. 이 장면은 왕주아의 얼굴을 빨갛게 만들었다. 어쨌든 이렇게 컸지만 한 남자와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하현은 이때 순간 팔에 안긴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은 무시한 채 왕주아에게 조수석으로 가라는 신호를 보냈고 안전벨트를 당겼다. “쾅_____”페라리 488이 스포츠 모드로 바뀌자 엔진은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미친 듯이 앞을 향해 질주했다. 뒤따라오던 도요타는 뭔가를 눈치 채고는 숨기지 않고 살벌하게 달려들었다. 하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핸드폰의 내비게이션을 켜 지도를 몇 번 훑어보았다. 핸들을 빠르게 돌리자 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곡선으로 드리프트 하더니 바다가 보이는 산길을 향해 휘몰아쳤다. 두 대의 난폭한 차는 멈출 줄 모르고 페라리를 따라갔다. 하지만 난폭한 차는 오프로드 차량이라 성능은 좋았지만 속도는 페라리보다 못해 한 순간에 따라 잡을 수는 없었다. “이 사람들 왕씨 집안 사람이야?”하현은 차를 몰면서 호기심에 입을 열었다. “아니. 정용 사람들 같아.”왕주아는 안색이 굳어졌다. “하현, 정용은 미친 놈이야. 나랑 연관된 일이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지금 네가 가려고 해도 이미 늦었어!”“유일한 방법은 신고하는 거야!”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겨우 보잘것없는 새우 몇 마리 가지고 그럴 필요 없어!”“내가 곧 그들을 해결해 줄게.”하현의 담담한 말에 왕주아는 약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눈에 믿을 수 없다는 흔적이 스쳐 지나갔다. 이런 담담한 기상은 상위자에게서만 볼
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이 장면을 쳐다보더니 머리가 바닷물에 잠기는 것을 보고 난 후에야 다시 시동을 걸고 왔던 길을 향해 달렸다. 왕주아는 한참 후에야 반응을 했다. “하현, 그들은 죽었을 거야!”이때 비록 비바람이 불지는 않았지만 눈앞에는 악명 높은 지대가 펼쳐져 있었다. 차가 바다로 들어가면 생존할 확률은 제로였다. 하현은 조금의 감정 기복도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주아야, 너도 이제 3살짜리 어린 애가 아니니 분명히 알아야 해.”“방금 만약 그들이 우리 차를 막았다면 죽은 사람은 아마 나였을 거야.”“사람들이 나를 죽이려고 하는데 내가 반항하지 않을 수 있었겠어?”“물론 네가 만약에 나를 매정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떠날게.”“네가 나랑 같이 왕화천의 지회장이 되고 싶어하는 꿈을 무산시키고 김애선과 정용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도 네 어머니를 위해 정의를 찾아주는 셈이야.” 하현은 담담한 얼굴이었다. 그는 왕주아를 이용해 왕화천에게 접근했는데 이것의 주된 목적은 확실히 용문 대구 지회의 일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왕주아의 일을 알게 된 이후 하현도 그녀에게 어느 정도 기꺼이 보상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예를 들어 그녀만의 정의를 되찾고 그녀 자신만의 것을 되찾는 것을 돕고 싶었다. 물론 만약 왕주아가 천진난만한 어린 소녀라면, 이런 일에는 어두움이 조금도 없을 정도로 천진난만하다면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하현도 이제부터 그녀와 관계없는 사람이 되는 것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왕주아는 잠시 할말을 잃었고, 표정은 굳어졌다. 차창 밖의 계속 변하는 풍경을 보고 있자니 얼굴에는 온통 무거운 빛이 가득했다. 그녀와 하현은 단지 두 번째 만나는 것일 뿐이었고 하현의 능력과 내막은 전혀 모른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두 번의 만남에서 하현은 그녀를 해치지 않았고 심지어 하현의 관계 때문에 그녀는 김애선에게 대항할 배짱이 생겼다. 이 생각이 들자 왕주아의 얼굴에는 갑자
눈앞에 펼쳐진 1호 별장의 문을 보고 있던 왕주아는 놀라며 의아하게 여겼다. “하현, 너 정말 임복원 선생님하고 친분이 두터운 거야?”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 편이지. 이 1호 별장은 그가 나한테 준 거야.”“이제 네 싸구려 남자친구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 생겼어?”말을 마치고 하현은 왕주아에게 방을 하나 주고는 샤워를 하러 갔다. 오늘 그는 하루 종일 바빴고 조금 피곤했다. 뜨거운 물로 목욕하는 것이 피로를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하현이 샤워를 하는 동안 왕주아는 별장을 한 바퀴 돌아 보았다. 결국 그녀는 별장에 있는 온갖 잡다한 물건들을 보면서 하현이 정말 이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그는 아끼려는 마음이 전혀 없었고 일부 가치 있는 장식과 가구까지 그가 훼손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곳은 정말 그의 것이었다. 어쨌든 손님들은 미안해서 이런 물건들을 부서지게 하지는 않는다. “띵______”바로 이때 거실에 있는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왕주아는 핸드폰을 받아 들고 말했다. “여보세요? 누구세요?”핸드폰 맞은편에서 살짝 어리둥절해 하더니 되물었다.“그러는 당신은 누구세요?”왕주아는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상대방의 적의를 느끼자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당신이 누군지 말하지 않으면 저는 전화를 끊겠습니다!”상대방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잠시 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저는 하현을 찾는데요.”“하현을 찾는 다고요?”왕주아는 잠시 멍해있더니 핸드폰을 내려 놓은 후에야 자신이 핸드폰을 잘못 가져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쨌든 다 같은 모델을 사용했던 것이다. 그녀는 급하게 사과했다. “죄송해요. 제가 핸드폰을 잘못 가져왔네요. 하현은 샤워하고 있으니 이따가 다시 전화해 주세요.”말을 마친 후 왕주아는 자기도 모르게 핸드폰을 한번 쳐다보았고 핸드폰에 이름이 저장되어 있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하현이 샤워 중이라고요?”핸드
“만약 제가 방금 전화한 게 회장님의 일을 방해했다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슬기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왜인지 모르게 하현은 질투하는 분위기를 느꼈다. 하지만 문제는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슬기는 내 비서다. 우리 둘 사이는 결백하고 아무 것도 없었다. 하현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잠시 후에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슬기, 너 함부로 생각하지 마. 정말 일이 있어.”“이 여자애 이름은 왕주아야. 왕씨 집안 딸이야. 나는 오후에 그녀와 같이 외출을 했었어. 확실히 일이 있었어……”“회장님 여자친구라고 하던데 아무 일이 없을 수 있었겠어요?”슬기는 웃을 듯 말 듯 말했다. “회장님, 속이지 마세요.”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슬기야, 그만 좀 해.”“내가 그녀에게 접근한 목적은 용문 대구 지회 일 때문이야. 그녀는 왕화천의 딸이야. 그녀에게 먼저 손을 대서 평화롭게 일을 해결할 수 있는지 기회를 보고 있는 거야.”“또 내가 그녀를 이용했으니 그녀는 또 불쌍한 사람이라 그냥 그녀를 좀 도와주려고.”그리고 난 후 하현은 자신이 왕주아를 알게 된 경위를 자세히 말해 주었다. 슬기는 평정을 되찾고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회장님, 왕화천을 잡는데 아무 것도 낭비할 필요가 없는데 왜 이렇게 일을 번거롭게 하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왕화천은 아무 것도 아니지만 기왕 내가 손을 대는 김에 한번에 문제를 해결하려고 그래.”“정용이든 그들 배후에 있는 섬나라 사람이든 내가 확실히 조사해야 할 일이 있어.”“정용이요?”슬기는 무슨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지만 말투가 이상했다. “참, 회장님, 회장님이 저 경호하라고 보내신 사람이 오후에 왔는데 오셔서 그 사람들 한번 만나보시겠어요?”슬기는 단호하게 화제를 바꿔 본론을 말하기 시작했다. 하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당분간은 그럴 필요가 없어. 이 경호원들은 다른 관계를 통해 모셔온 거야. 그는 내 신분을 모르니 굳이
겨울이 다가오자 대구의 바다에는 북풍이 휘몰아쳤다. 임해 별장 단지, 낡은 건물에는 난로에 불을 피워져 있었다. “자, 자, 세자, 50년된 마오타이 주 한번 다시 열어봐!”“최근 몇 년 우리는 대하에서 양주, 와인을 좋아했지만 겨울이 왔으니 백주가 몸을 따뜻하게 해 줄 거야.”왕씨 저택은 모든 가구를 새 가구로 교체해 거실은 어수선했다. 직사각형의 식탁 양 끝에 각각 한 사람씩 앉아 있었다. 얼굴에 약간 붓기가 있는 김애선을 제외하고 맞은 편에는 모직 양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있었다. 김애선은 전에 하현을 만났을 때의 불 같은 성격을 고쳐 지금은 상류사회에서 키워온 모든 세련된 자질을 발산하고 있었다. 개봉된 오래된 마오타이 외에도 테이블 위에는 미슐랭 셰프가 방금 준비한 다양하고 아름다운 음식이 있었다. “세자, 방금 비행기에서 내렸으니 따뜻한 것을 먹고 몸을 좀 녹여.”김애선은 말할 수 없는 감탄과 형언할 수 없이 흡족해 하는 눈빛으로 상대방을 쳐다보았다. 만약 몇 살 어렸으면 그녀는 이 남자와 결혼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왕 부인!”정용은 이때 사양하지 않고 백주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정성스럽게 맛있는 요리를 몇 입 먹은 후 웃으며 말했다. “술도 괜찮고 음식도 좋네요.”“연경에서 지내면서 만족스럽게 식사할 만한 곳을 찾지 못했었어요.”“부인께서 집처럼 편안한 느낌이 뭔지를 알게 해주셨네요.”세자로 불리는 남자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그의 얼굴은 아주 준수했고 나이는 기껏해야 27, 28살 정도로 남자로서 가장 매력적인 나이였다. 그의 옷차림은 단순했지만 잘 어울려 그가 여기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의 기품과 고귀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누구나 그를 보면 부끄러워질 것이다. 이런 사람이 진정한 왕자이고 진정한 귀족이기 때문이다. “예의 차리실 필요 없어요. 우린 조만간 가족이 될 거예요. 아주머니는 진작부터 저를 친 아들로 대해주셨잖아요.”김애선은 장사할 때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