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과 정면으로 마주치자 왕화천은 하현 같은 사람은 겉으로 보기에는 폐물 같아 보이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작은 경비원, 촌놈을 쳐다보듯 그를 취급한다면 분명 큰 손해를 볼 것이다. 게다가 그는 하현을 이용해 상석에 앉으려고 했다. 그래서 전화를 끊기 전에 당분간 하현을 건드리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 것이다. 그러나 이를 눈치채지 못한 김애선은 남편이 겉으로는 자신을 아끼면서도 실제로는 왕주아를 두둔하고 있는 것이라 여겼다. 화가 난 그녀는 전화를 끊고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한편 해안가를 달리는 페라리 488에서 하현은 생수 한 병을 들고 닥치는 대로 마셨다. 운전석의 왕주아는 이상한 기색으로 하현을 잠시 쳐다본 후에야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 내가 지금 공항으로 바래다 줄게!”“내가 너 주려고 10억과 새로운 신분을 준비했어. 너는 항성, 도성, 해외 어디든 가서 피신할 수 있어!”“돌아올 수 있을 때 너한테 전화 할게.”말을 하면서 왕주아는 카드 한 장을 하현에게 건넸다. 하현은 아무렇지 않게 검은색 카드를 받아 들고는 몇 번 쳐다본 후에야 담담하게 말했다.“왜? 나보고 남자친구 노릇을 하라고 하더니 네가 대극을 준비했네.”“나는 광대일 뿐이야.”“이제 노래가 끝났고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졌으니 너와 나는 대로를 따라 각자 길을 가면 돼.”“네가 뜻밖에도 내 안전을 걱정하다니? 왜? 네 엄마가 나한테 복수 할까 봐?”“그럼 너 나한테 마음이 움직였다는 거야?”하현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왕주아를 쳐다보았다. 왕주아는 하현을 힐끗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네가 오늘 김애선의 체면을 살려주지 않았으면 그녀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거야!”“너는 그녀의 신분을 몰라. 그녀는 금정 김씨 집안 딸이야.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야. 적어도 우리 왕씨 집안은 비할
“누가 네 장모야?”“뻔뻔스럽기 짝이 없네!”왕주아는 하현을 매섭게 노려보았지만 하현의 이 말이 그녀의 무거웠던 마음을 오히려 좀 풀어주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왕주아는 잠시 생각한 후 탄식하며 말했다. “우리 엄마는 우리 아버지의 본처야. 당시에도 용문 대구 지회의 고위층 중에 한 분이셨어. 두 분은 결혼을 한 후에도 서로 존중하며 깍듯하게 대했어.” “그런데 내가 18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갑자기 한 여자를 데리고 왔어. 바로 김애선이야!”“아버지 말로 김애선은 금정 김씨 집안 딸이라 신분이 두터워 아버지가 앞으로 상석에 앉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하셨어.”“그래서 그는 우리 친엄마가 물러나기를 바랬고 주도적으로 이혼을 제안하셨지.”“근데 우리 친 엄마는 무술을 연마하신 분이라 성격이 강직하셨어. 그러니 어찌 승낙을 할 수 있었겠어? 엄마는 거절을 했을 뿐 아니라 김애선의 뺨을 한대 때렸는데……”“그리고 난 후……”“그날 밤, 우리 집에 고대 무술을 수련한 고수들 몇 명이 침입을 했고 엄마는 중상을 입고 폐인이 돼서 침대에 주저 앉아 잠을 이루지 못했어……”“그리고 그 여자는 우리 아버지와 결혼을 했고, 아버지는 죄책감을 느끼셨는지 식물인간이 된 어머니를 북유럽의 한 요양원에 보내 요양을 하게 했어.”“그때 나는 어렴풋이 진실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너무 어려서 권력도 없고 돈도 없었으니 어찌 김애선을 이길 수 있었겠어?”“최근 몇 년간 김애선은 우리 엄마 병원비로 나를 통제했고 나를 그녀의 손아귀에 넣으려고 했어……”“특히 조중천 회장이 죽은 이후로 그녀는 우리 아버지를 지회장 자리에 앉히려고 대구 정가와 손을 잡았어.”“그리고 정용의 조건은 너도 알다시피 내가 그에게 시집 가게 하는 거야!”왕주아는 차분한 말투로 모든 것을 말했지만 자기도 모르게 이 페라리 액셀은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정용은 대구 정가 세자고 대구 여섯 세자 중 하나지만 나는 그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어.”
하현은 아무렇게나 핸드폰 메시지를 보내고 난 후 왕주아의 안전벨트를 풀었다. 왕주아는 조금 어리둥절했다. “하현, 뭐 하려고?”“너 너무 운전을 느리게 해서 내가 하려고.”하현은 직접 너가 왕주아 뒤에 딱 맞게 앉았다. 왕주아는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렸고 마치 하현의 품에 안겨 있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숨결이 닿아 애매하기 짝이 없었다. 이 장면은 왕주아의 얼굴을 빨갛게 만들었다. 어쨌든 이렇게 컸지만 한 남자와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하현은 이때 순간 팔에 안긴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은 무시한 채 왕주아에게 조수석으로 가라는 신호를 보냈고 안전벨트를 당겼다. “쾅_____”페라리 488이 스포츠 모드로 바뀌자 엔진은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미친 듯이 앞을 향해 질주했다. 뒤따라오던 도요타는 뭔가를 눈치 채고는 숨기지 않고 살벌하게 달려들었다. 하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핸드폰의 내비게이션을 켜 지도를 몇 번 훑어보았다. 핸들을 빠르게 돌리자 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곡선으로 드리프트 하더니 바다가 보이는 산길을 향해 휘몰아쳤다. 두 대의 난폭한 차는 멈출 줄 모르고 페라리를 따라갔다. 하지만 난폭한 차는 오프로드 차량이라 성능은 좋았지만 속도는 페라리보다 못해 한 순간에 따라 잡을 수는 없었다. “이 사람들 왕씨 집안 사람이야?”하현은 차를 몰면서 호기심에 입을 열었다. “아니. 정용 사람들 같아.”왕주아는 안색이 굳어졌다. “하현, 정용은 미친 놈이야. 나랑 연관된 일이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지금 네가 가려고 해도 이미 늦었어!”“유일한 방법은 신고하는 거야!”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겨우 보잘것없는 새우 몇 마리 가지고 그럴 필요 없어!”“내가 곧 그들을 해결해 줄게.”하현의 담담한 말에 왕주아는 약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눈에 믿을 수 없다는 흔적이 스쳐 지나갔다. 이런 담담한 기상은 상위자에게서만 볼
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이 장면을 쳐다보더니 머리가 바닷물에 잠기는 것을 보고 난 후에야 다시 시동을 걸고 왔던 길을 향해 달렸다. 왕주아는 한참 후에야 반응을 했다. “하현, 그들은 죽었을 거야!”이때 비록 비바람이 불지는 않았지만 눈앞에는 악명 높은 지대가 펼쳐져 있었다. 차가 바다로 들어가면 생존할 확률은 제로였다. 하현은 조금의 감정 기복도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주아야, 너도 이제 3살짜리 어린 애가 아니니 분명히 알아야 해.”“방금 만약 그들이 우리 차를 막았다면 죽은 사람은 아마 나였을 거야.”“사람들이 나를 죽이려고 하는데 내가 반항하지 않을 수 있었겠어?”“물론 네가 만약에 나를 매정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떠날게.”“네가 나랑 같이 왕화천의 지회장이 되고 싶어하는 꿈을 무산시키고 김애선과 정용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도 네 어머니를 위해 정의를 찾아주는 셈이야.” 하현은 담담한 얼굴이었다. 그는 왕주아를 이용해 왕화천에게 접근했는데 이것의 주된 목적은 확실히 용문 대구 지회의 일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왕주아의 일을 알게 된 이후 하현도 그녀에게 어느 정도 기꺼이 보상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예를 들어 그녀만의 정의를 되찾고 그녀 자신만의 것을 되찾는 것을 돕고 싶었다. 물론 만약 왕주아가 천진난만한 어린 소녀라면, 이런 일에는 어두움이 조금도 없을 정도로 천진난만하다면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하현도 이제부터 그녀와 관계없는 사람이 되는 것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왕주아는 잠시 할말을 잃었고, 표정은 굳어졌다. 차창 밖의 계속 변하는 풍경을 보고 있자니 얼굴에는 온통 무거운 빛이 가득했다. 그녀와 하현은 단지 두 번째 만나는 것일 뿐이었고 하현의 능력과 내막은 전혀 모른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두 번의 만남에서 하현은 그녀를 해치지 않았고 심지어 하현의 관계 때문에 그녀는 김애선에게 대항할 배짱이 생겼다. 이 생각이 들자 왕주아의 얼굴에는 갑자
눈앞에 펼쳐진 1호 별장의 문을 보고 있던 왕주아는 놀라며 의아하게 여겼다. “하현, 너 정말 임복원 선생님하고 친분이 두터운 거야?”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 편이지. 이 1호 별장은 그가 나한테 준 거야.”“이제 네 싸구려 남자친구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 생겼어?”말을 마치고 하현은 왕주아에게 방을 하나 주고는 샤워를 하러 갔다. 오늘 그는 하루 종일 바빴고 조금 피곤했다. 뜨거운 물로 목욕하는 것이 피로를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하현이 샤워를 하는 동안 왕주아는 별장을 한 바퀴 돌아 보았다. 결국 그녀는 별장에 있는 온갖 잡다한 물건들을 보면서 하현이 정말 이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그는 아끼려는 마음이 전혀 없었고 일부 가치 있는 장식과 가구까지 그가 훼손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곳은 정말 그의 것이었다. 어쨌든 손님들은 미안해서 이런 물건들을 부서지게 하지는 않는다. “띵______”바로 이때 거실에 있는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왕주아는 핸드폰을 받아 들고 말했다. “여보세요? 누구세요?”핸드폰 맞은편에서 살짝 어리둥절해 하더니 되물었다.“그러는 당신은 누구세요?”왕주아는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상대방의 적의를 느끼자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당신이 누군지 말하지 않으면 저는 전화를 끊겠습니다!”상대방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잠시 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저는 하현을 찾는데요.”“하현을 찾는 다고요?”왕주아는 잠시 멍해있더니 핸드폰을 내려 놓은 후에야 자신이 핸드폰을 잘못 가져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쨌든 다 같은 모델을 사용했던 것이다. 그녀는 급하게 사과했다. “죄송해요. 제가 핸드폰을 잘못 가져왔네요. 하현은 샤워하고 있으니 이따가 다시 전화해 주세요.”말을 마친 후 왕주아는 자기도 모르게 핸드폰을 한번 쳐다보았고 핸드폰에 이름이 저장되어 있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하현이 샤워 중이라고요?”핸드
“만약 제가 방금 전화한 게 회장님의 일을 방해했다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슬기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왜인지 모르게 하현은 질투하는 분위기를 느꼈다. 하지만 문제는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슬기는 내 비서다. 우리 둘 사이는 결백하고 아무 것도 없었다. 하현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잠시 후에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슬기, 너 함부로 생각하지 마. 정말 일이 있어.”“이 여자애 이름은 왕주아야. 왕씨 집안 딸이야. 나는 오후에 그녀와 같이 외출을 했었어. 확실히 일이 있었어……”“회장님 여자친구라고 하던데 아무 일이 없을 수 있었겠어요?”슬기는 웃을 듯 말 듯 말했다. “회장님, 속이지 마세요.”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슬기야, 그만 좀 해.”“내가 그녀에게 접근한 목적은 용문 대구 지회 일 때문이야. 그녀는 왕화천의 딸이야. 그녀에게 먼저 손을 대서 평화롭게 일을 해결할 수 있는지 기회를 보고 있는 거야.”“또 내가 그녀를 이용했으니 그녀는 또 불쌍한 사람이라 그냥 그녀를 좀 도와주려고.”그리고 난 후 하현은 자신이 왕주아를 알게 된 경위를 자세히 말해 주었다. 슬기는 평정을 되찾고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회장님, 왕화천을 잡는데 아무 것도 낭비할 필요가 없는데 왜 이렇게 일을 번거롭게 하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왕화천은 아무 것도 아니지만 기왕 내가 손을 대는 김에 한번에 문제를 해결하려고 그래.”“정용이든 그들 배후에 있는 섬나라 사람이든 내가 확실히 조사해야 할 일이 있어.”“정용이요?”슬기는 무슨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지만 말투가 이상했다. “참, 회장님, 회장님이 저 경호하라고 보내신 사람이 오후에 왔는데 오셔서 그 사람들 한번 만나보시겠어요?”슬기는 단호하게 화제를 바꿔 본론을 말하기 시작했다. 하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당분간은 그럴 필요가 없어. 이 경호원들은 다른 관계를 통해 모셔온 거야. 그는 내 신분을 모르니 굳이
겨울이 다가오자 대구의 바다에는 북풍이 휘몰아쳤다. 임해 별장 단지, 낡은 건물에는 난로에 불을 피워져 있었다. “자, 자, 세자, 50년된 마오타이 주 한번 다시 열어봐!”“최근 몇 년 우리는 대하에서 양주, 와인을 좋아했지만 겨울이 왔으니 백주가 몸을 따뜻하게 해 줄 거야.”왕씨 저택은 모든 가구를 새 가구로 교체해 거실은 어수선했다. 직사각형의 식탁 양 끝에 각각 한 사람씩 앉아 있었다. 얼굴에 약간 붓기가 있는 김애선을 제외하고 맞은 편에는 모직 양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있었다. 김애선은 전에 하현을 만났을 때의 불 같은 성격을 고쳐 지금은 상류사회에서 키워온 모든 세련된 자질을 발산하고 있었다. 개봉된 오래된 마오타이 외에도 테이블 위에는 미슐랭 셰프가 방금 준비한 다양하고 아름다운 음식이 있었다. “세자, 방금 비행기에서 내렸으니 따뜻한 것을 먹고 몸을 좀 녹여.”김애선은 말할 수 없는 감탄과 형언할 수 없이 흡족해 하는 눈빛으로 상대방을 쳐다보았다. 만약 몇 살 어렸으면 그녀는 이 남자와 결혼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왕 부인!”정용은 이때 사양하지 않고 백주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정성스럽게 맛있는 요리를 몇 입 먹은 후 웃으며 말했다. “술도 괜찮고 음식도 좋네요.”“연경에서 지내면서 만족스럽게 식사할 만한 곳을 찾지 못했었어요.”“부인께서 집처럼 편안한 느낌이 뭔지를 알게 해주셨네요.”세자로 불리는 남자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그의 얼굴은 아주 준수했고 나이는 기껏해야 27, 28살 정도로 남자로서 가장 매력적인 나이였다. 그의 옷차림은 단순했지만 잘 어울려 그가 여기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의 기품과 고귀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누구나 그를 보면 부끄러워질 것이다. 이런 사람이 진정한 왕자이고 진정한 귀족이기 때문이다. “예의 차리실 필요 없어요. 우린 조만간 가족이 될 거예요. 아주머니는 진작부터 저를 친 아들로 대해주셨잖아요.”김애선은 장사할 때
정용은 빙긋 웃었다. “아주머니, 안심하세요.”“저와 주아의 감정은 이런 사소한 일 때문에 달라질 게 아무것도 없어요.”“저를 믿으세요. 주아는 아주머니의 딸일 뿐 아니라 제 약혼녀이기도 해요.”“정용의 약혼녀니 제가 당연히 아끼고 사랑해줘야죠.”말을 마치고 그는 가볍게 손을 한번 튕겼다. 순간 멀리서 빨간 치마를 입은 여자가 걸어 나오더니 살짝 허리를 굽혔다. “유지애, 그들에게 전화해.”“그들에게 주아를 데려오라고 전해.”빨간 치마를 입은 여자 유지애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서며 냉담한 표정으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러나 잠시 후 전혀 미동이 없었던 그녀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는 재빨리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난 후 세 번, 네 번……연이여 열 번을 걸었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거나 통화 중이었다. 유지애는 마침내 침착함을 잃고 재빨리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자, 통화가 안됩니다.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맞은편의 김애선의 의심하는 눈빛에 정용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위치를 파악해서 지원자들을 보내.” 유지애는 또 몇 번 더 전화를 걸었고 그녀는 눈에 경련이 일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자, 차와 핸드폰의 위치는 모두 표시가 뜨는데……”“대구 악마의 삼각지대라고 불리는 구역에서……”“그곳은 수심이 천 미터고, 파도가 거칠어요.”“우리가 보낸 사람은 아마 좋지 않은 일을 겪은 거 같아요……”“탁______”김애선은 손에 든 술잔을 탁자 위에 내리치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분명 그녀는 정용의 사람들 조차 하현의 손에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정용이 누구인가?그는 대구 여섯 세자 중 한 사람이다! 대구에서 뿐 아니라 대하에서도 그는 힘과 발언권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인물을 어찌 보잘것없는 촌놈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뜻밖의 결과가 나와
신사 상인 연합회 무리들은 부리나케 화장실 쪽으로 달려갔다.이를 본 종여군은 넋이 나간 듯 멍한 눈빛으로 서 있었다.그들은 도저히 눈앞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신사 상인 연합회 사람들이 하현 앞에서 찍 소리도 못하고 굽신거리다니!“좋아! 돈도 받지 않고 이렇게 도와주러 오다니! 사람들 괜찮군!”하현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더 올 사람 없어? 있으면 또 오라고 해!”“여기 아직 사람이 부족하거든!”종여군은 바보가 아니다.이 광경을 보고 하현의 신분이 비범하다는 걸 어찌 모를 수가 있겠는가?그러니 하현의 말에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하고 저렇게들 부리나케 달려가는 게 아니겠는가?종여군은 하현을 깊은 시선으로 쳐다본 뒤 부하들에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가자!”칠팔 명의 사람들이 돌아서려던 찰나 하현이 입을 열었다.“뭐 하는 거야?”“당신들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는 거야?”“함부로 와서 협박 섞인 말들을 잔뜩 퍼부은 것도 모자라 공사하는 데 방해를 하지 않나 죽여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질 않나!”“날 뭘로 보는 거야?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하현은 차가운 미소를 보였다.“당신이 바라는 게 뭐야?”종여군이 이를 갈며 내뱉었다.“저쪽에 가서 사흘 동안 같이 일을 해야지. 그래야 이 일은 넘어갈 수 있겠어.”“내가 사람이 좋아서 먹고 자는 건 다 책임질게. 매일 16시간씩 열심히 일만 해주면 돼!”하현이 별일 아니라는 듯 가벼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하현의 말을 듣고 가뜩이나 결벽증이 있는 종여군은 소스라치게 놀랐다.그녀는 매서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개자식! 몇몇 싸움꾼들한테 겁 좀 줬다고 나 종여군을 함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난 LS건축자재 사람이야!”“똑똑히 들어! 지금 떠나려는 내 앞길을 막지 않는 게 좋을 거야!”“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참담한 결과를 맞이할 거야!”“참담한 결과?”하현은 웃으며 손
하현은 종여군의 말에 가타부타 따지지 않고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내가 세상사를 많이 겪어보진 않았지.”“그래서 오늘 감히 내 일을 방해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똑똑히 보려고.”“흥! 그럼 보여드리지!”종여군은 냉소를 흘리며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그때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뒤이어 오만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개자식! 감히 내 사촌을 건드려?”“요즘엔 죽는 걸 무서워하지 않는 얼뜨기들이 너무 맣아!”순간 누군가가 차 문을 발로 걷어차며 나왔다.“이봐! 똑바로 말해 봐! 당신 뭐야?”“난 아무 배경도 없는 어중이떠중이는 건드린 적이 없었어.”선글라스를 낀 한 남자가 걸어 나왔고 그의 뒤에는 칠팔 명의 껄렁껄렁한 사람들이 뒤이었다.앞장섰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내가 누군지 알아?”“난 신사 상인 연합회 사람이야!”“우리 형님이 누군지 알아? 바로 엄도훈이야!”“우리 형님한테 미움을 사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비참하게 죽는 일 밖에 없어!”“당신이 조금이나마 내세울 명성이 있어서 날 좀 두렵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당장 저세상 문턱을 넘을 거야!”종여군은 이 말을 듣고 비웃으며 하현을 바라보았다.“어유 어떻게 해? 당신 이제 완전히 끝난 것 같은데!”“신사 상인 연합회? 엄도훈?”하현은 선글라스를 낀 남자에겐 눈길도 돌리지 않고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내 이름 알고 싶어?”“내 이름은 하현이야.”“헉!”이 말을 듣고 선글라스를 낀 남자는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치다 바닥에 넘어졌다.그리고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일어섰다.“뭐? 하, 하현?!”하현의 얼굴을 똑똑히 본 종여군 일행은 순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떠올리며 방금 이억 운운하며 의기양양할 때와는 딴판으로 누구랄 것 없이 바로 무릎을 꿇었다.금정바닥을 휩쓸고 다닌 무리들은 방금 자신들이 거들먹거리던 일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하현은 선글라스
”동의?”하현이 웃었다.“당신은 LS건축자재 사람에 불과해. 그런데 왜 이러는 거지? 자기가 무슨 관청이라도 되는 줄 알아? 오지랖도 참 넓군!”“어디서 이렇게 건방지게 구는 거야?!”종여군이 노발대발하며 한바탕 고함을 질렀다.“당신은 설마 이 바닥의 규칙도 모르는 거야?”“이 구역의 모든 인테리어와 자재 수송은 우리 LS건축자재와 계약이 되어 있어!”“인테리어를 하려면 누구나 우리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우리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건축자재를 구매하고 인테리어를 한다면 계약을 위반한 거니 우리한테 처벌을 받아야 해!”“알아들었어?”여기까지 말하고 난 종여군은 테이블을 두드리며 거만하게 지시했다.하현이 싸늘한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이해할 수 없군. 내가 내 건물에 인테리어를 하는데 당신들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종여군은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예의상 곱게 말하려고 했더니 안 되겠군. 저기 이봐. 정말 모르는 척하는 거야? 아니면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인 거야?”“내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잘 이해하도록 말했잖아?”“우리가 이 구역의 인테리어를 전담하고 있다고!”“우리 쪽에서 건축자재를 사서 우리의 동의를 얻어야 인테리어를 할 수 있다잖아!”“그렇게 안 하면 벌금 이억을 내야 해!”“어떻게 할 거야? 당신이 선택해!”말을 마치자마자 종여군은 동료에게 눈짓을 하며 하현에게 건축자재 가격표를 던져주라고 일렀다.하현은 그것을 들고 한 번 쭉 훑어보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신들 물건은 너무 비싸. 내가 직접 건축자재 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열 배는 더 비싸군. 당신한테 안 살 거야!”“그리고 당신이 말하는 그 벌금도 내지 않을 거고.”“여기 당신들 환영하는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 부탁인데 이만 가 줘!”“허! 세상 물정이라고는 조금도 모르는 멍청이를 만날 줄은 몰랐네!”종여군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건축자재를 사지도 않고 처벌도 받지 않겠다?! 간덩이가
하현은 이 상황에서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는 부동산 물건을 사러 온 것이었다.제자를 받으러 온 것이 아니었다.산전수전 다 겪은 황보동의 수가 역시 노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그로부터 며칠 동안 하현은 바빠지기 시작했다.황보동은 집을 하현의 명의로 이전했지만 여전히 하현이 준 이백억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그는 입만 열면 스승님, 스승님이라는 말을 연발했고 돈은 일체 받으려 하지 않았다.하현은 어쩔 도리가 없어서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어쩌다 보니 결국 황보동을 학생으로 받아들여 겸사겸사 주역의 ‘환자결’을 전수하며 스승과 제자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황보동은 보물을 얻은 듯 감격했고 당분간은 다른 사람의 풍수나 관상을 봐주는 데 시간을 쓰지 않고 오로지 환자결을 잘 연습하는 데 힘을 기울이기로 했다.그리고 장천중도 이 기회를 빌려 집복당에 머물렀고 하현에게 보다 확실하게 화자결을 배운 뒤에야 흥분한 얼굴로 자신의 풍수관을 폐관했다.이렇게 해서 금정의 두 거대 풍수사가 잇따라 폐관하였고 하룻밤 사이에 금정의 많은 사람들은 풍수 관상을 봐주는 사람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그로부터 며칠 뒤 황보정도 많이 회복되었다.그녀의 풍수지리술도 매우 수준이 높았으며 재능도 아주 뛰어났다.그래서 하현은 숨기지 않고 모든 것을 그녀에게 전수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에게 어떻게 풍수를 보고 기운이 좋은 집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었다.하현은 황보정을 이 분야의 대가로 양성해서 금정개발에 직접 내보낼 생각을 했다.이렇게 되면 금정개발은 앞으로 그가 직접 개입하지 않더라도 토지를 매입할 때 절대 차질이 없을 것이다.역시 멀리 내다보고 행동하는 그의 책략은 가히 혀를 내두를 만했다.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명성을 듣고 집복당을 찾아 풍수 관상을 보러 왔다.특별한 일이 있어서 찾아온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길일을 잡아 행사를 진행하려는 사람들과 좋은 풍수지리의 집이나 땅
황보동은 핏기를 잃은 진홍민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한 가지만 더 말해 두지.”“이 집은 꿈도 꾸지 마!”“하현한테 줄 거니까.”“아, 안 돼요!”진홍민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난 이모할아버지의 친척이에요!”“하현은 남이고요! 어떻게 외부인한테 집을 주겠다는 거예요?”“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어요!”“뭐? 받아들일 수 없어?”황보동은 얼굴 가득 노기를 띠며 말했다.“난 내가 주고 싶은 사람에게 이 집을 물러줄 수 있어서 좋기만 하구만!”진홍민은 여전히 달갑지 않은 얼굴로 소리쳤다.“이러면 안 돼요! 하 씨 이놈은 전혀 풍수지리술을 할 줄 몰라요!”“이놈은 절대로 황보정을 살릴 수 없다고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갑자기 얼굴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처럼 눈이 휘둥그레졌다.상상하지도 못한 전개에 그저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황보정이 마침내 조용히 일어선 것이다.공허한 눈빛으로 멍하니 시선을 배회하던 그녀의 눈망울에 생기가 감돌기 시작한 게 보였다.“보여요!”“정말 보여요!”황보정은 기쁨에 겨워 눈물까지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벅찬 감동을 드러내었다.그녀는 자신의 여생을 어둠 속에서 보낼 것이라 생각했었다.하지만 겹겹이 가로막혀 길조차 없는 것 같았던 그녀의 삶에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우선은 보려고 애를 쓰지 마.”하현이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며칠 동안은 평소처럼 휠체어에 앉아서 편안하게 쉬어.”“할아버지께 눈을 보호할 수 있는 안약이나 사 달라고 하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사 달라고 해.”“3일 후면 완전히 정상으로 회복될 거야.”“당신이 풍수지리술에 너무 깊이 관여하지 않는 한 여전히 쓸 수 있을 정도는 될 거야.”“좀 더 심오한 것은 나중에 완전히 회복된 다음에 다시 얘기해.”하현의 말을 듣고 황보정의 눈동자가 반짝반짝거렸다.하현이 자신을 살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계속 풍수지리술
”쓱!”10분 후 황보동의 몸에서 번져 나온 검은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하현이 손가락을 꼽으며 일정 거리를 걸어 나왔고 검은 기운을 훅하고 내뿜었다.검은 기운이 공기 중에 사라진 후에야 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됐어요. 몇 분만 더 가만히 몸을 따뜻하게 하고 있으면 시력도 회복할 수 있고 기운도 회복할 거예요.”“툭!”이때 진홍민은 하현을 밀쳐내고 황보정 앞에 달려가 그녀의 몸에 있는 붉은 주사 흔적을 지우려고 했다.“안 돼!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탁!”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듯 간민효가 손바닥을 뒤로 젖혔다가 진홍민의 얼굴에 세차게 내리쳤다.진홍민은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몸이 날아갔다.하지만 이내 얼굴을 가린 채 기어 나와 입을 열었다.“이러면 진짜 큰일 나! 큰일 난다고!”“저 주사 흔적을 지워야 해!”“퍽!”황보동이 순간 앞으로 나서며 세차게 뺨을 후려갈겼다.그래도 진홍민은 다시 기어들었다.“이모할아버지, 왜 절 때리는 거예요?”진홍민은 언짢은 기색을 숨김없이 드러내었다.“정이를 위해서예요!”“정말로 이렇게 해서는 안 돼요! 정이를 해칠 뿐이라고요!”그녀는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는 걸 알았지만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이백억이 걸린 문제다!그냥 날름 삼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그녀는 중천그룹 사람이었지만 돈이 별로 없었다.이백억이라는 거금은 그녀가 돈에 쥘 수 없는 돈이었다.그녀가 데려온 사람이 황보정을 살렸든 살리지 못하고 죽게 만들었든 어쨌든 이 집은 그녀의 손에 넘어올 것이었다.그런데 하현이라는 놈이 또 나타나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 줄은 몰랐다.다 된 밥에 재를 뿌려도 유분수지!만약 하현이 황보정을 살려낸다면 절대로 자신에게는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진홍민은 자신의 오랜 노력이 이대로 수포로 돌아간다는 것을 지켜볼 수가 없었다.“정말 내가 노망이라도 난 줄 아느냐?”황보동이 차가운 얼굴로 진홍민을 노려보았
진홍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눈꺼풀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파르르 떨렸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엉망이 되었다.자신이 한없이 무시했던 데릴사위가 이렇게 강한 자였다니?!그리고 자신이 의지했었던 남자가 이렇게 나약하게 무릎을 꿇고 얼굴이 부어터지도록 만신창이가 되다니!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복잡한 생각에 머릿속이 혼란스럽던 진홍민은 결국 참지 못하고 내뱉었다.“그럴 리가 없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일어나! 모르는 건 죄가 아니야!”장천중과 장용호의 태도를 보고 잠자코 있던 하현이 결국 나서서 사람을 일으켜 세웠다.“다만 앞으로는 꼭 기억해야 해. 우리가 풍수술을 배우는 것은 겉치레를 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허세를 부리려고 하는 것도 아니야.”만약 오늘 자신이 마침 이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장용호의 서툰 솜씨에 황보정은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장용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 꼭 명심할게요! 우리 할아버지에게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지금부터 그 말을 꼭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겠습니다!”하현은 무릎을 꿇고 있는 장용호에겐 더 이상 눈길도 주지 않고 장천중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화자결은 확실히 황보정의 체내에 있는 나쁜 기운과 사악한 기운을 없앨 수 있습니다.”“하지만 이것은 그녀의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은 될지 모르나 그녀의 두 눈을 뜨게 할 수는 없습니다!”“작은 배가 안정적으로 항해할 수 있게 하려면 파도도 바람도 잔잔해야 하지만 한편으론 작은 배의 능력이 충분히 좋아야 멀리 항해할 수 있는 이치와 똑같습니다.”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하현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말을 이었다.“그래서 화자결은 황보정의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아! 화자결로도 해결 못 하는 건가?”장천중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난 하 대사의 방법으로 하면 황보정의 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을
순간 장천중의 얼굴엔 제대로 영글지 못한 모자란 손자를 향한 한탄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이 떠올랐다.그 후로도 그는 장용호의 얼굴을 계속 때렸다.어느새 장용호은 피범벅이 된 채 얼굴이 볼썽사납게 부풀어 올랐다.장촌중은 장용호의 멱살을 잡고 바로 하현 앞에 내동댕이치며 무릎을 꿇었다.“대사, 용서해 주게.”“내가 잘못 가르쳤네.”“내가 이놈에게 화자결을 알려줬어!”“배움이 부족한 이놈이 자네 앞에서 이런 무례한 짓을 할 줄은 몰랐어!”“용서해 주게.”“제발 한 번만 봐줘!”대사?!황보동이든 장용호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장천중이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진홍민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으며 새어 나오려는 비명을 억지로 밀어 넣었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금정 제일 풍수지리사라 불리며 대하 풍수계에서 지위가 상당한 만세당 장천중이 하현을 대사라 칭하며 무릎을 꿇을 줄은!이 소식이 금정 전체에 퍼진다면 아마 모두들 깜짝 놀랄 것이다.“이놈아, 잘 들어!”“화자결은 하 대사가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 가르쳐 주신 거야!”이때 장천중은 손을 들어 또다시 장용호의 얼굴을 내리쳤다.장용호는 눈앞에서 불꽃이 튀었고 머리가 어질어질했다.“하현은 내 스승일 뿐만 아니라 네 조상님이나 마찬가지인 분이야!”“넌 지금 조상님에게 대드는 하극상을 보인 거야! 오만하기 그지없는 행동을 한 거라고! 얼른 용서를 빌어!”장천중은 배움이 모자란 손자가 황보정의 몸을 살피러 갔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손자가 목숨을 잃을까 봐 얼른 달려온 것이다.역시나 모자란 자신의 손자는 잘난 척 기고만장해서는 도리어 하현에게 비법을 도둑질했다고 뒤집어 씌우고 있었던 것이다.이 광경을 본 장천중은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정신이 어떻게 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안하무인한 짓을 할 수 있는가?이런 행동을 하면 만세당의 그 수많은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거라는 걸 모르
황보정은 온몸이 약간 회복된 듯 보였으나 갑자기 오돌오돌 떨기 시작했다.약간의 추위를 느끼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장용호는 이를 보고 매우 흡족해하며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어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은 자세를 보였다.“자, 이제 마지막 한 수를 쓰겠습니다.”“화자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죠.”“거기, 당신은 좀 나가주지. 내가 하는 방법을 몰래 훔쳐볼 생각하지 말고!”“이건 우리 만세당의 독점술이나 마찬가지니까!”“검은 속내를 가진 사람들이 이런 걸 배우면 곤란하지!”말을 마친 뒤 장용호는 팔짱을 낀 채 거만한 자세를 보였다.하현이 떠나지 않으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겠다는 표시였다.“독점술?”하현은 이 말을 듣고 냉소를 흘렸다.“장천중이 알려줬어?”“개자식! 어디서 함부로 내 할아버지 함자를 입에 올리는 거야?”“게다가 우리 독점술을 누가 알려줬건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 있어?”장용호는 하현과 실랑이를 벌였다.“아무튼 간에 난 당신 같은 나쁜 놈은 보고 싶지 않아!”“여기서 당장 꺼져 주지 않으면 난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을 거야!”옆에 있던 진홍민도 나서서 장용호의 말을 거들었다.“하현, 당신은 그냥 나쁜 사기꾼일 뿐이야!”“당신이 여기서 지켜보고 있다면 장용호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을 거야!”“왜냐하면 당신이 몰래 촬영해서 그 영상을 누구한테 팔지 모르는 일이니까!”“당신 같은 사람이 못 할 짓이 뭐야?”간민효는 불쾌한 듯 얼굴을 찡그리며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이 손을 가로저으며 그녀를 만류했고 이어 장용호를 향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따가 기운을 풀어주려고 마지막 한 수로 침을 놓을 때 꼭 명심해. 반드시 주사 광물을 찍어야 해.”“풀어진 기운은 몸 안에 유입되어야 해. 공중에 함부로 흩어져서는 안 돼.”“그렇지 않으면 황보정은 숨이 막혀서 바로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그렇게 되면 당신은 사람을 구하기는커녕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