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급히 동의할 필요 없어요. 일단 내 조건이 뭔지부터 들어봐요. 첫째, 당신에게 당했던 여성들의 돈은 전부 그대로 돌려줘야 해요.”한우식은 곧바로 그러겠노라 대답했다. 사실 그렇게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그리고 사실 그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강예리의 돈은 돌려줄 필요가 없었다. 강예리가 직접 승낙한 일이었기 때문이다.“둘째, 앞으로 당신은 1년간 매일 10명의 환자를 무료로 진료해야 해요. 만약 인원을 전부 채우지 못하는 날이 있다면 그다음 날 모자란 환자 수만큼 더 진료해야 해요.”‘뭐라고? 매일 10명의 환자를 무료로 진료해야 한다고?’한우식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건 좀 어려웠다.시간과 정력뿐만 아니라 돈도 많이 드는 일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강책의 공로를 이용해 사기를 쳤으니 그 정도 벌은 그리 과한 것이 아니라 그냥 받아들였다.“셋째.”강책은 한우식을 힐끗 보더니 그에게 명함 하나를 던져줬다.“이건 내 명함입니다. 이 명함을 가지고 경주의 명의를 찾아 의술을 배워요. 난 당신이 앞으로 최대한 의술 실력을 높이길 바라요. 흥청망청 지내면서 괜히 우리 의사들 명성에 먹칠하지 말아요!”한우식은 바닥에 던져진 명함을 보며 다시 한번 눈물을 떨궜다.이번에는 슬퍼서, 절망해서 우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감동의 눈물이었다.강책은 그의 인생길을 막지 않고 그에게 창문 하나를 열어주었다.한우식이 열심히 노력한다면 강책과의 연줄을 이용해 앞으로 의술에서 큰 성공을 거두어 큰돈을 벌고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니 그의 인생에는 아직 희망이 있었다.인생은 원래 그런 법이다.벌을 줄 수도 있지만 정말 상대를 완전히 부숴버리거나 죽일 생각이 아니라면 그의 길을 전부 막을 필요는 없다.사람은 희망이 있다면 절대 막다른 길을 걷지 않을 것이고 자포자기하거나 사회에 보복하지 않을 것이다.강책의 첫 번째, 두 번째 요구는 한우식에게 벌을 주는 것이었지만 세 번째 요구는 그에게 개과천선할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사실 공짜
다음 날, 강책은 아침 일찍 늘 푸른 약국에 도착했다.오늘은 늘 푸른 약국의 재건이 완료되는 날이다. 입구에는 약국의 재건을 축하하는 대량의 화환이 놓여 있었다.재건 후의 약국은 상당히 화려했다.이번에 모한철은 본인의 생각대로 완전히 새로운 약국을 지었다. 그는 선조의 정수를 남겨둔 동시에 자신의 새로운 이념을 더했다.100년 된 오래된 스타일은 변하지 않았고 거기에 현대 과학 기술 감각이 한층 더해졌다.심지어 기품이 넘쳤다.모한철은 이번에 새롭게 지어진 늘 푸른 약국 덕분에 그들이 더욱더 이름을 날릴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하지만... 지금은 눈앞의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였다.그것은 환자의 신뢰였다.100년간 운영된 브랜드라지만 오랫동안 휴업한 탓에 사람들이 얼마나 그들을 믿을지 알 수 없었다.적어도 오늘 개업한 현장을 보면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한 듯했다.모지안은 약간 기분 나쁜 표정으로 말했다.“아버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심각한 것 같아요. 여기... 오려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요.”모한철이 대답했다.“그건 당연하지. 지금 대부분 사람은 큰 병원을 더 믿어. 우리 같은 오래된 브랜드는 단골 덕분에 살아남는 건데 오랫동안 휴업했으니 단골도 없어졌잖아. 살아남기는 힘들지.”많은 돈을 써서 재건했는데 계속 이런 상태를 유지해야 한단 말인가?바로 그때 문 앞에 차 한 대가 멈춰 섰다.차에서 내린 강책이 약국 안으로 들어와 인사를 건넸다.“축하드려요, 사장님.”모한철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고 강책이 물었다.“모 사장님, 이렇게 좋은 날에 왜 안색이 어두우시죠? 무슨 문제 있으신가요?”그렇게 모한철은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강책에게 말했다.강책은 그 말을 듣더니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이 정도 일은 전혀 마음에 두지 않으셔도 돼요. 오늘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바로 이 신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예요.”모한철은 그의 말을 듣고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는 다급히 물었다.“어떻게
강책은 슬쩍 살피며 살짝 미소 지었다.“때마침 잘 왔네요!”그는 모한철에게 말했다.“사장님, 늘 푸른 약국을 다시 일으키고 인지도를 높일 기회가 왔어요. 얼른 준비하세요.”“네.”모한철은 곧바로 준비하러 갔다.바로 그때, 강예리가 들어왔다. 단번에 강책을 알아본 강예리는 웃으며 다가갔다.“강책 씨 맞죠?”강책은 고개를 끄덕였다.“전 오늘 강예리 씨가 오신 목적을 알고 있습니다. 쓸데없는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얼른 시작하죠.”강예리는 무척 기뻤다.그녀는 사실 오는 길에 강책이 그녀에게 이상한 요구를 할까 봐 걱정했다. 그런데 정작 만나 보니 강책은 두말하지 않고 곧바로 치료에 돌입했다.강책은 인성도 좋았다.“지안아!”모지안은 강예리와 강책이 앉을 수 있게 재빨리 의자를 가져왔고 두 손으로 약상자를 들고 강책의 곁에 꼿꼿이 섰다.강책은 우선 강예리를 꼼꼼히 검사해 봤고 문제가 없는 걸 확인한 뒤 편작 신침을 꺼내 강예리의 팔에 침을 꽂았다.침을 전부 놓은 뒤 강책이 말했다.“사장님, 준비됐어요?”“준비됐어요.”모한철은 연고가 담긴 상자 하나를 들고 왔다. 상자안의 연고는 강책이 조금 전 준 리스트에 따라 만든 것이었다.강책은 강예리의 얼굴에 아주 꼼꼼히 연고를 발랐다.일을 전부 마친 뒤 강책이 말했다.“10분 기다리면 돼요.”그렇게 다들 아무 말 없이 참을성 있게 10분 동안 기다렸다.강예리는 바짝 긴장했다. 만약 10분 뒤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그녀의 얼굴은 완전히 끝장이었고 치료할 방법이 없었다.밖의 여자들도 매우 걱정했다.강책도 치료하지 못한다면 다른 의사들은 더더욱 고치지 못할 것이었다.물론 가장 걱정되는 사람은 한우식이었다. 그는 강책이 실패할까 봐 무척 걱정되었다. 강책이 실패한다면 두 손 두 발 모두 잘릴 테니 말이다.어쨌든 그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강책이 성공하길 바랐다.겨우 10분이었지만 100년이 흐른 것만 같았다. 드디어 10분이 지나고 알람이 울렸다.모지안은 적당히 따뜻한 물이 담긴 대
강예리는 강책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흥분해서 말했다.“강책 씨, 의술이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렇게 동안이 될 줄은 몰랐어요. 정말 너무 신기하네요.”강책은 은침을 소독하면서 말했다.“과찬입니다. 강예리 씨, 너무 기뻐하지는 마세요. 의술은 마술이 아닙니다. 진짜 젊어진 건 아니에요. 지금 당장 젊어진 것 같은 건 일시적인 거예요. 며칠 지나면 얼굴의 주름과 기미가 다시 나타날 겁니다. 사람은 시간을 이길 수 없어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겁니다.”강예리는 싱긋 웃었다.“이 정도 수준이면 대단한 거예요. 사기꾼보다 훨씬 낫죠.”그녀는 그 말을 하면서 일부러 한우식을 노려보았고 한우식은 깜짝 놀라 몸을 흠칫 떨었다.다행히 강책이 성공했다. 강책이 실패했다면 그 결과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강예리가 계속해 말했다.“한우식, 우리 약속에 따라 강책 씨가 내 병을 치료해줬으니 당신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똑똑히 기억해야 할 거야. 앞으로 강책 씨의 성과를 이용해 사기를 친다면 당신의 두 손과 두 발을 자르는 걸로 끝나지 않을 거야. 또 그러면 내가 죽여버릴 거니까!”한우식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다시는 그러지 않을 거예요.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흥, 당연히 그러지 못하겠지.”강예리는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강책에게 말했다.“강책 씨, 강책 씨가 제 병을 치료해 줬는데 어떻게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가격 말씀하세요. 원하시는 액수만큼 드릴게요.”강책이 손을 내저었다.“전 돈을 받으려고 치료한 게 아닙니다. 이만 돌아가시면 됩니다.”사람을 구해놓고 돈이 필요하지 않다니?세상에 이렇게 좋은 사람이 있다고?강예리는 강책이 점점 더 마음에 들었다. 강책은 의술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인성도 좋았다. 그러니 절대 이렇게 떠날 수는 없었다.강예리는 은혜와 원한이 분명한 사람이었다.원한이 있는 사이라면 반드시 복수해야 했고 은혜를 입었다면 반드시 갚아야 했다.결국 강예리는 약상자로
강책은 대수롭지 않게 처방을 건넸다. 그가 보기에 이것은 임시로 만든 것이라 중요하지 않았다.그러나 강예리에게 있어 그것은 황금보다 더 귀중한 것이었다.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그 처방을 금고 안에 넣어두었다. 오늘 강씨 집안 V시리즈 스킨케어 제품에 매끈 연고가 추가될 것이고 업계가 뒤흔들릴 것이다.강책은 그 일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는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약국 밖에 서 있는 여성들을 보며 말했다.“좋은 소식을 알려드릴게요. 오늘 늘 푸른 약국 개업식이라 전부 공짜예요. 여러분들의 병은 오늘 전부 치료받을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들도 강예리 씨처럼 깨끗이 나을 수 있고 심지어 더 젊고 예뻐질 수 있을 거예요!”그 말에 여자들은 다들 미친 듯이 흥분했다.그들은 강책이 자신을 치료해 주지 않을까 봐 줄곧 걱정하고 있었다. 그들은 강예리처럼 신분이 고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지금 강책이 한 말은 그들에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안에 있던 한우식과 모한철도 무척 기뻤다.한우식은 자신의 죄를 씻을 기회가 생겼음에 기뻤고 모한철은 이로써 늘 푸른 약국의 명성이 널리 알려질 거라는 생각에 기뻤다. 이렇게 많은 환자를 치료한다면 유명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강책이 정리해 준 덕에 여자들은 줄지어 서서 질서 있게 강책의 치료를 받았다.모씨 집안의 부자는 바삐 움직였다.강예리는 멍청하지 않았기에 강책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사람을 시켜 기자를 불러와 사진을 찍고 기사를 쓰게 했다.그렇게 늘 푸른 약국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100년 브랜드가 다시 찾아오다!’여자들은 강책에게서 치료를 받고 무척 감동했고 최선을 다해 홍보했다. 덕분에 늘 푸른 약국의 이름은 널리 널리 알려져 하루 만에 원래보다 더 유명해졌다.강책은 모한철이 걱정하던 문제를 손쉽게 해결했다.해가 질 무렵, 강책은 마지막 환자까지 전부 치료했고 오늘 임무를 모두 완성했다.비록 많은 진귀한 약재들을 써버려 하루 동안 손해가 꽤 컸지만 이로써 높은 명성을
잠시 후, 기윤미는 강책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강책은 직원에게 차를 내오라고 시킨 후 기윤미에게 물었다. “밤늦게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나요?”기윤미는 마스크를 벗고 강책을 쳐다봤다. 강책은 기윤미의 젊어진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말로만 들으면 공감을 못하겠지만 실제로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기윤미는 웃으며 말했다. “강 선생님께 감사 인사드리러 왔어요. 강 선생님 말대로 하니까 정말 몰라보게 젊어졌어요. 저는 남에게 빚지고 못 사는 못 성격이에요.”기윤미는 강책에게 은혜를 보답하러 왔던 것이다. 복수하러 온 것만 아니면 괜찮다. 강책이 물었다 “그럼 어떻게 보답하실 건가요?”기윤미는 대답했다. “강 선생님께서 가장 필요하신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저한테 필요한 게 뭐죠?”“돈이 필요하시죠.”강책은 돈이 필요했다. 사람들은 모리 하이테크가 도가 집안을 떠나도 돈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번 배상을 한 이후로 회사 사정이 힘들어졌다. 때문에 강책은 돈 버는 것이 시급했다. 강책은 기윤미에게 물었다. “그럼 저한테 얼마를 주실 건가요?”현재 모리 하이테크는 큰돈이 필요했다. 1~2억으로는 턱도 없다.최소한 10억은 있어야 위기를 넘길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조가 집안의 돈도 노력해서 번 돈이므로 강책에게 10억을 주겠다고 하면 정말 10억을 줄 것이다. 이때, 기윤미가 말했다. "돈은 당연히 많을수록 좋죠. 하지만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게 낫죠. 강 선생님, 제가 오늘 강 선생님을 찾아온 이유는 돈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이익을 배당해 주려고 왔어요.”“네?”강책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강책이 물었다. “무슨 배당이요?”기윤미는 다리를 꼬고 테이블 위에 있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기윤미는 강책의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물었다. “강 선생님, 도가 집안에서 주식을 어떻게 현금으로 바꿨는지 아세요?”강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경성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강책이 수십 년 동
기윤미는 계속해서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제가 알아본 결과 도가 집안에서 리얼리티 예능 을 제작하고 있어요. 매주 월요일마다 촬영장에 수많은 연예인들이 모여 볼거리가 넘친다고 해요. 제 계획은 이 프로그램을 저희가 먼저 가져가는 거예요!”강책이 물었다. “어떻게요?”기윤미는 말했다. “플랫폼과 무한도전과 비슷한 예능을 계약한 후 사람을 구해서 예능을 제작해서 도가 집안 보다 먼저 예능 시장을 선점할 생각입니다. 먼저 선점한 사람이 임자인 거 아시죠? 늦은 사람은 그저 바라봐야죠. 제가 예능 시장을 먼저 선점하면 도가 집안의 예능은 인기가 없을 테니 분명 손해 볼 거예요!”아주 비열한 방법인 것 같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 업계는 전쟁터와 같아 서로 속고 속이는 것이 정상이다. 때문에 강책도 기윤미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았다. 강책은 기윤미에게 물었다. “그래서 저를 예능 제작에 참여 시키려는 건가요?”“네, 맞습니다!”“어떤 예능을 제작하실 건가요?”“도가 집안과 비슷한 예능이요. 이름은 이고, 게스트는 이류 연예인들로 섭외하려고요.” 이류 연예인?강책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괜찮을까요? 시청자들은 연예인 때문에 리얼리티 예능을 보는 건데 유명한 연예인들이 안 나오면 시청률도 낮을 거예요.”이름도 모르는 연예인이 나오는 예능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윤미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방법이 없어요. 도가 집안이 연예계를 장악하고 있어서 유명한 연예인들은 모두 도가 집안의 손에 있어요. 이류 연예인을 섭외하는 것도 엄청 노력하는 거예요.”“알겠습니다.”기윤미는 말했다. “강 선생님, 수익의 30%를 배당금으로 은혜를 갚겠습니다. 내일 아침 저와 함께 플랫폼 회사에 가서 의 독점권을 팔고 도가 집안 보다 먼저 계약을 해서 코를 납작하게 만듭시다!”강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렇게 합시다.”잠시 후, 두 사람의 이야기가 끝나자 정단은 기윤미를
다음 날, 강책은 기윤미와 함께 JBC 방송 플랫폼 회사로 향했다. 현재 방송 플랫폼 업계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JBC의 인기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하다 프로그램의 인기를 얻으려면 반드시 JBC에 들어가야 한다. 두 사람은 프런트 테스크 직원의 안내에 따라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에는 JBC의 구매팀 책임자 배민아가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배민아는 40대쯤 되어 보였지만 관리를 매우 잘한 중년 여자였다. 배민아는 매니큐어를 칠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윤미 씨와 강 회장님께서 이 누추한 곳까지 찾아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오늘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죠?”강책은 배민아가 까다롭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기윤미와 강책의 지위가 아무리 높아도 동영상 플랫폼 업계에서는 아무 소용 없다. 독보적인 JBC 앞에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 온다고 해도 절대 대접해 주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JBC와 도가 집안은 오래전부터 협력관계를 맺으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때문에 도가 집안과 갈등이 있는 사람을 싫어한다. 하필이면 기윤미와 강책은 도가 집안과 갈등이 매우 깊은 관계이다. 그렇다면 배민아도 두 사람을 좋게 봐줄 수 없다. 기윤미는 지금까지 많은 경험을 하면서 상대방의 몇 마디에 화가 난 적은 없었다. 도가 집안의 경로를 점령하려면 반드시 JBC와 손을 잡아야 한다. 기윤미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말했다. “매니저님, 저희 조가 집안에서 제작한 예능 을 추천해 드리려고 왔습니다."“네?” 배민아가 물었다. “볼만한가요?”“당연하죠.”기윤미는 배민아에게 프로그램의 중요 포인트를 설명해 주고, 준비해 온 상세한 내용이 적혀있는 자료를 보여줬다. 하지만 배민아는 하품을 하며 전혀 관심이 없었다. 배민아는 자료를 한쪽으로 치우고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되게 재미없을 것 같네요. 그냥 지루하게 게임만 하는 거 아니에요? 게스트 라인업이 어떻게 되죠?”기윤미는 배민아의 거만한 태도에도 줄곧 평정심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