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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50화

정홍민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 뜻은 사람들에게 그의 민낯을 밝히겠다는 뜻이였다. 오랜시간동안 일에서 실패는 있어도 군중들 앞에서 이런 ‘수모’를 당한 건 처음이였다. 그의 앞에 떨어진 것은 열쇠가 아닌 그의 체면, 자존심이였다.

“오빠?”

정자옥은 상황을 살피고는 재빨리 열쇠를 주었다. 그리고 정홍민에게 정신차리라는 듯 그의 옷깃을 잡아 당겼다. 정홍민은 장재호를 죽을듯이 노려 보았다. 눈빛에는 언젠간 꼭 뼈까지 으스러주겠다는 복수의 의지가 담겨져있었다. 장재호도 그를 노려보았다. 몇 십년동안 업계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왔기에 그를 전혀 무서워 하지 않았다. 빠른 처리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 모두 눈치를 챘다. 정홍민이 ‘별장’이라는 뇌물을 장재호에게 건넸지만 장재호는 거절을 한 것이다. 사람들 앞에서 폭로한 탓에 정홍민은 얼굴을 들지 못했다. 자리에 있는 몇몇 사람들은 다리를 꼬아 구경을 하고 있었다. 긴 시선 끝에 정홍민은 코웃음을 치며 자리에 앉았다. 보통 사람이였다면 바로 주먹질부터 했었지만 정홍민은 자신의 충동을 억누르는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장재호는 코웃음을 치고는 뒤를 돌아 정봉성을 바라보았다.

“정선생님, 이것은 검사결과증명서 입니다. 다른 이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철저히 보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는 돌려서 정남매를 욕했다. 사실, 현장에 있는 사람들 모두 정홍민,정자옥이 자리에 남아 있는 이상 비웃음거리의 상대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대 위에서 정봉성은 증명서를 건네받고는 정중하게 말했다.

“장선생님의 공정한 검사에 감사드립니다.”

그의 한마디는 마음에서 우러 나오는 진심이였다. 만약 장재호가 뇌물의 유혹에 이기지 못하였다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결과 발표가 불합격이였다면 정봉성이 겪어야 할 결과는 돈, 명예 뿐만이 아닐 것이다. 장재호는 정봉성을 살린 것이다.

“장선생님, 수고하셨어요. 자리로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정봉성은 장재호에게 제일 중심 위치에 있는 자리로 안내했다.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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